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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작가: 도토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7-20 18:49:40
경기 시작 시간이 다 돼 가고 있었다.

백아영은 허탕 칠까 봐 경기 입구에서 이성준을 기다렸는데,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나타났다. 그는 양복 차림에 풍채가 뛰어나 몇 번을 보아도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놀라운 충격을 준다.

“성준아.”

백아영은 다급하게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내가 오…"

"성준아."

이때 백채영이 갑자기 뒤에서 다가오더니 다정하게 이성준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이성준은 냉담한 눈빛으로 백아영을 바라보며 그녀의 뒷말을 기다렸다.

백아영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만약 백채영의 앞에서 오재문의 존재를 폭로한다면 백채영은 분명 그녀의 신분을 의심할 것이고 그녀는 더는 대회에 참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잠시 생각해 보다가 입을 열었다.

“당신과 단둘이 얘기해도 될까요?"

백채영의 얼굴에 띤 웃음꽃은 순식간에 적개심을 드러냈다. 그녀는 더욱 세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

"대회를 앞두고 게스트와 따로 이야기하는 것은 규정에 맞지 않고 입방아에 오르기 쉬워요.”

“성준아, 경기가 곧 시작되니 우리는 먼저 들어가자.”

백채영의 경계하는 모습을 본 이성준은 불필요한 사람으로 인해 그녀를 당황하게 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끄덕이고 발걸음을 옮기며 백아영의 앞을 지나갔다.

백채영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백아영을 향해 웃었다.

백아영은 답답했지만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이 나란히 떠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경기가 끝난 후에 다시 말하려고 다짐했다.

어쨌거나 오재문은 지금 백채영의 비서이니 대회를 진행할 때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대회 전에 얘기하든 대회가 끝나고 얘기하든 다 똑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야 백아영은 문득 오재문이 전혀 오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하고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치밀어 올랐다!

‘설마 지금 도망친 건 아니겠지? 여기서 도망치면 더는 그를 잡기는 어려워!’

백아영은 몹시 초조했지만 대회 도중인지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애타는 마음으로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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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25화

    다행히 그녀는 인파 속에서 오재문을 발견했다.“오재문!”백아영이 크게 소리를 지르고는 오재문의 팔을 확 잡았다.오재문은 얼굴이 새하얘진 채로 백아영을 바라봤다.‘젠장, 곧 배를 타야 하는데 왜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그는 너무 놀란 나머지 백아영의 손을 뿌리치고는 줄행랑을 쳤다.“거기 서!”백아영이 바로 그를 뒤따랐다.그렇게 두 사람의 추격전이 펼쳐졌다.두 사람은 부두와 점점 멀어지더니 한참 달려 바닷가까지 이르러서야 백아영은 그를 따라잡았다. 그러고는 은침으로 바로 그를 제압했다.오재문은 무기력하게 바닥에 쓰러지더니 원망의 눈빛으로 백아영을 쏘아봤다.“백아영, 우리 5년 동안 같이 시간을 보낸 옛정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는 거야? 꼭 이렇게 나를 궁지로 몰아야겠어?”“허, 옛정?”백아영은 코웃음을 쳤다.“사람 시켜 나를 죽이려고 할 때는 그 옛정을 생각하지 않았나 봐?”분명 먼저 모질게 군 사람은 오재문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백아영도 선심을 쓸 필요가 없었다.백아영은 이성준의 전화번호가 없었기 때문에 위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시합이 끝날 시간이기도 했다.위정은 전화를 받고 바로 전화를 이성준에게 넘겨줬다.전화기 너머로 이성준의 여전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뭔 일이야?”“나 오재문 잡았어. 지금 부두에 있으니까 사람 데리고 올 수 있어?”이성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어.”백채영은 마침 이성준 옆에 서 있었는데 전화기 너머로 백아영이 한 말을 엿듣게 되었다.‘오재문이 잡혔다고?!’그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재문이 무조건 그녀를 팔아넘길 것이기 때문이다.만약 이성준이 그녀가 돈을 써 살인 청부업자를 고용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분명 그녀를 싫어할 것이다. 그러면 그녀가 지금 가진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다.‘절대 이성준을 부두로 가게 할 수 없어!’백채영은 다급하게 이성준의 팔을 잡고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성준아, 나 배 너무 아픈데 날 병원으로 먼저 데려다주면 안 될까?”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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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26화

    백채영은 미칠 지경이었다. 식은땀도 전보다 더 많이 흘렸다.그녀는 머릿속으로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이따가 오재문을 보게 되면 분명 내 이름을 댈 텐데, 그럼 내가 애써 이성준에게 남긴 좋은 이미지도 수포로 될 거잖아. 혹시 지금 이성준에게 솔직하게 말하면 좀 봐주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날 용서할 거라는 가능성이 생기진 않을까?’요행을 바라며 그녀는 끝내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미안해, 성준아, 내가 너를 속였어. 사실 나랑 성...”“펑!”굉음과 함께 누군가가 차에 부딪혀 허공에 높게 뜨고는 바닥에 세게 떨어지게 되었다.선홍색 피가 바닥을 빨갛게 물들였고 현장은 순식간에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바닥에 떨어져 얼굴이 일그러진 사람의 얼굴은 백채영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이었다.그 사람은 바로 오재문이었다!‘사, 사고가 난 거야?’이성준도 사고를 눈치를 채고는 바로 시선을 오재문에게 향했다.그는 바로 차에서 내렸다.같은 시각, 다급하게 바닷가에서 달려오고 있던 백아영이 방금 그 장면을 목격하고는 너무 놀라 제자리에 굳은 채 서 있었다.아무리 선글라스를 썼다고 한들 방금 그 장면은 그녀에게 강한 충격은 안겨주었다.은침의 효력은 너무 오래 지속되지 못하였기에 백아영은 끈을 찾아 오재문을 묶어두기로 했다. 하지만 그녀가 끈을 찾으러 간 틈을 타 오재문이 어떻게 은침을 빼냈는지 싶었다.백아영이 그가 도망갔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오재문은 이미 도로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그녀는 그렇게 오재문이 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그대로 지켜봐야만 했다.5년 동안 사귀었고 오재문에게 사랑보다 증오의 감정이 더 많이 남아있다고 하지만 그가 생기를 잃은 채 피를 흘리면서 바닥에 쓰러져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백아영은 코끝이 찡했다.곧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왔고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 전화를 했다.경찰이 도착한 후 현장을 통제하고는 조사를 시작했다. 상황을 알아본 경찰들은 오재문과 다툼이 있었던 백아영을 찾아갔다.“사건 진술하러 경찰서에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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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27화

    경찰서에서.백아영은 조서를 작성하다가 취조실로 옮겨졌다. 사망자 가족이 변호사를 데리고 와 백아영을 과실치사죄로 고소했기 때문에 그녀는 심문을 받아야 했다.협소하고 답답한 취조실에 도착한 백아영은 괜히 마음이 찝찝했다.2년 전에 억울하게 누명을 뒤집어썼던 일이 떠올라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그녀의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않았고 그녀를 돕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희망과 미래는커녕 그녀를 기다리는 건 끝이 없는 욕설과 비난이었다.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 다시 한번 더 펼쳐질까 그녀는 두려웠다.백아영은 두렵고 조급한 마음에 입이 마르도록 미친 듯이 해명을 하기 시작했다.그녀는 끝내 구치소로 옮겨졌다. 두려운 마음은 여전했다.“어이, 거기. 두려울 수밖에 없겠지. 아까 피해자 가족이 데려온 변호사를 봤거든. 양 변호사라고 엄청 유명한 사람이야. 죽은 것도 살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재주가 대단해. 그 사람한테 찍히면 거의 무죄는 힘들다고 봐야지.”한 중년 여인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 말에 백아영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숨이 꽉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어떻게 벗어났는데, 그녀는 다시는 감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사람이 있을 만한 곳도 아니었고.게다가 그녀는 지금 아이까지 임신하고 있어서 절대 이대로 감방에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보살핌도 받지 못할 테니까.상대는 유명한 변호사를 쓰고 있다는데 그녀는 변호사를 구할 돈도 없었다...백아영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구석에 웅크려 앉았다. 차가운 바닥에서 한 쌍의 손이 그녀를 지옥으로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백아영 씨, 나와요.”새벽 두 시에 한 경찰이 백아영을 불렀다.백아영은 또 취조를 당할 줄 알았으나 보석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그녀는 어안이 벙벙한 채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때, 경찰서밖에 서 있던 이성준을 발견했다. 검은색 코트를 입은 그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두려운 마음이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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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28화

    백아영은 무사히 준결승을 치르고 결승에 들어갔다.결승이 시작되기까지 아직 며칠의 시간이 남았다.그동안 백아영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라도 벌려고 했다. 마침 알고 있던 선배한테 연락이 오기도 했고.선배는 그녀의 능력을 높이 샀다. 그녀가 아무리 감옥에 간 적이 있다지만 그녀를 한약방 직원으로 고용했다.게다가 일당으로 계산해줬기 때문에 당장 쓸 돈이 필요한 백아영에게는 너무나도 반가운 소식이었다.그렇게 그녀는 순조롭게 한약방에서 며칠 일하게 되었다.어느 날, 그녀는 예상 밖으로 한약방 창문 밖에서 이성준의 어머니인 오미란을 발견했다.휠체어에 앉은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는데 풍기는 아우라는 여전히 우아했다.그녀처럼 높은 분이 잘 알려진 의사를 찾아간 게 아니라 눈에 띄지도 않는 작은 한약방을 찾아왔을까?“이준엽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께서 의술이 뛰어나시다고 들었었는데 저희 사모님께서 다년간 병을 앓고 계셔서 선생님께서 잘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유 아줌마가 휠체어를 밀고 진료실로 들어가고는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백아영은 문발 뒤에서 이 모든 걸 듣고 있었다.오미란은 워낙 오랫동안 병을 앓고 있었다. 명의들은 물론, 길거리 병원도 안 찾아가 본 데가 없었다. 하지만 모두 별 소득이 없었다.백아영은 마음이 착한 사람이기도 했고 이성준에게 도움을 받은 적도 있으니 내심 오미란을 도와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그녀는 진료실 문발 뒤에 숨어서 몰래 진료 과정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이준엽이 약을 지을 재료를 건네줄 때 백아영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 선생님, 혹시 저분 치료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세요?”이준엽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글쎄, 어려울 것 같아요. 지금 처방한 약도 그저 몸조리에 도움이 되는 약뿐이에요.”“혹시 저분의 증상을 말씀해주실 수 있어요? 제가 한 번 약을 지어보고 싶은데요.”이준엽의 얼굴에는 미소가 드리웠다.“정말이에요? 그럼 잘됐네요. 아영 씨의 의술이 나보다 훨씬 뛰어나잖아요. 저분 복 받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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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29화

    백아영과 이성준이 같은 집에 살고 있으나 마주칠 일은 극히 드물었다.설사 두 사람이 서로 마주친다고 하더라도 이성준은 그녀를 투명 인간 취급하면서 무시하곤 했다.그날 밤, 뚱보 아줌마가 퇴근한 백아영에게 말했다.“도련님이 전했어요. 내일 사모님 51세 생일 파티를 열 테니 아영 씨도 참석하라고요.”이씨 가문의 도우미들은 대부분 백아영이 어떻게 이 가문에 시집을 오게 되었는지 잘 알고 있어 그녀를 싫어하고 기피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하지만 착한 뚱보 아줌마만이 그녀를 챙겨주곤 했기에 두 사람은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아줌마, 저 뭘 준비해야 해요?”“드레스나 선물은 도련님이 알아서 챙겨가실 거니까 아영 씨는 그냥 가도 돼요. 하지만...”뚱보 아줌마가 백아영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사모님이 편찮으시니 보약 같은 걸 사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아영 씨 마음에 감동하여 아영 씨에게 더 잘해줄 수도 있잖아요.”백아영은 오미란이 자기를 더 좋아할 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뚱보 아줌마가 귀띔했으니 오미란에게 보약을 사가면 약효를 더 빨리 낼 수 있으니 좋은 방법일 듯싶었다.이튿날, 준비를 마친 백아영은 이성준과 같이 이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오미란의 생일 파티였기 때문에 저택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백아영은 며느리로서 일손을 도와 같이 손님들을 접대하기 위해 제일 빨리 도착했다.그녀는 이성준과 같이 홀로 들어서자 우아한 한복차림의 오미란이 소파 옆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화장까지 했는데 혈색이 많이 좋아 보였다. 아름다우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풍겼는데 시들시들 앓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엄마...”이성준은 깜짝 놀랐다.“이제 일어설 수 있으신 거예요?”오미란은 이성준에게 서프라이즈를 주기 위해 일부러 병세가 호전된 사실을 숨겼다.그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성준아, 엄마가 대단하신 선생님을 만났어. 이제 병은 거의 다 나았어.”항상 차갑기만 하던 이성준의 얼굴에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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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30화

    백아영이 고개를 돌리자 바로 민우진을 발견했다.회색 정장을 입은 그는 우아한 젠틀맨이었다. 그는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다.“행복하신 줄 알았는데.”오미란은 백채영만 예뻐해 주고 이성준은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게다가 생일 파티에서 백아영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으니 민우진은 백아영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이성준까지 백채영의 존재를 허락했으니 백아영도 더는 두 사람이 알콩달콩한 척 연기할 필요도 없었다.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명문 가문에서의 결혼 생활이란 다 이런 거 아니겠어요?”아무렇지 않아 하는 그녀를 보며 민우진은 마음이 아팠다.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가 침착하게 사람을 구하는 걸 본 순간부터 민우진은 단단히 그녀에게 빠져버렸다.하지만 그녀는 유부녀였다. 뿐만 아니라 이씨 가문의 사모님이었기 때문에 민우진은 자신의 마음을 꽁꽁 숨기고 멀리서 지켜봐야만 했다.민우진은 정장 재킷을 벗고는 부드러운 손길로 백아영에게 걸쳐줬다.“아영 씨는 더 좋은 삶을 살아야 해요, 그럴 자격 충분히 있어요.”그 말을 들은 백아영은 흠칫했다.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욕하고 아무 가치 없는 사람으로 비하해도 민우진만이 그녀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정말 따뜻한 사람이다.“우진 도련님, 고마워요.”백아영이 미소를 활짝 짓고는 정장 재킷을 벗었다.“그런데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이 보면 오해...”그녀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누군가의 싸늘한 눈빛이 느껴져 등골이 오싹했다.이성준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채 차가운 얼굴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고는 길쭉한 다리로 그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백아영은 삽시에 누군가가 그녀의 목을 졸라매는 것 같은 압박감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백아영, 그새를 못 참고 또 민우진을 꼬시고 있어?”그의 말에 백아영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그녀가 변명하려던 참에 민우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젠틀하던 그도 안색이 점점 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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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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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맛있는 음식인데도 백아영은 입맛이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몇 입 먹고 난 뒤 배가 아플 정도였다. 그녀는 이성준의 품에 안겨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 이성준은 긴장된 표정으로 그녀를 껴안고 자리에서 크게 화를 냈다. “윌리엄스, 혹시 음식에 독을 넣은거예요?!”윌리엄스는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져서 급히 변명했다.“아니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요!” 백아영은 힘겹게 이성준의 손목을 잡고 힘없이 입을 열었다. “윌리엄스가 독을 넣지 않았어. 내가...”“너 왜 그래?” 이성준은 땀을 뻘뻘 흘리며 백아영을 안은 팔뚝을 가볍게 떨었다. 백아영은 몹시 아팠지만 눈길은 부드러웠고 약간 희색을 띠었다. “윌리엄스에게 실례지만, 국왕께 하룻밤 묵을 방을 빌려달라고 부탁해 줘. 그리고 산부인과 의사를 불러줘.”이성준이 눈치를 채지 못하자 백아영은 창백한 얼굴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방금 맥을 짚었는데, 나 임신했어.” 이성준의 동공은 움츠러들었다가 한참 만에 겨우 회복되었다. 찰나의 놀라움 뒤에는 오히려 걱정이 밀려왔다.“임심했는데 통증이 이렇게 심해?”그는 조바심이 나서 윌리엄스에게 의사를 불러오도록 재촉했다. 백아영은 아파서 힘이 없었던 나머지 그의 품에 푹 기대어 있었다. 전에 백아영은 이런 비슷한 환경에서 한 아이가 강제로 유산되었다. 이번에도 그녀는 임신한 사실을 미리 알아차리지 못하고 산에 가서 실랑이를 벌였고, 이로 인해 병세가 심했다. 이 아이를 키우고 싶지만, 고생할까봐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백아영은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정상적이야.”‘정상이라니?’ 이성준은 다른 여자가 임신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몰랐지만, 백아영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진작 알았더라면 둘째를 갖지 않았을 것이다. 8개월 후. 산부인과 수술실 문이 열리자 이성준이 급히 달려들였다. 점잖던 남자는 안달복달한 얼굴로 물었다.“제 마누라는 어때요? 무사한가요?”“모녀는 무사합니다.”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5화

    집사는 경악했다.“폐하, 그들은 굴러들어 온 복도 차버리니 분명 본때를 보여줘야 하는데, 어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윌리엄스의 안색을 본 집사는 목이 메었다. “폐하, 왜 그러십니까?” 윌리엄스는 조금 전까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던 모습은 사라지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성준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경외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고, 간신히 이빨 사이로 글자를 밀어냈다.이, 이 대표?” 이성준은 경멸하듯 그를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윌리엄 집안의 자식이 확실히 다 컸네.” 윌리엄스의 얼굴이 더 새하얗게 질렸다. 엄청난 두려움이 엄습했다. 윌리엄스는 어렸을 때 이성준을 처음 만났다. 그때 이성준은 아직 소년이었지만, 기세가 등등하고, 과감하며, 감히 국왕인 윌리엄스의 아버지와 거래를 논했다. 그 당시 그의 아버지조차도 이성준을 대단하게 여겼다. 심지어 윌리엄스에게 앞으로 절대 이성준의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었다. 그렇지 않으면 온 나라의 세력이 처참하게 약해질 것이다. 윌리엄스는 어렸을 때부터 이성준은 악마라고 마음에 새겨 두었다. 게다가 윌리엄스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었다. 이성준은 그의 나라에 협조하지 않는 대신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반년 동안 누워계셨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너무 커서 윌리엄스는 일찌감치 이번 생은 절대 H 국에 가지 않기로 했고, 절대로 이성준을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기존의 거래 협력을 모두 점진적으로, 완곡하게 해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항상 악마를 멀리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엮일 줄은 몰랐다. 백아영은 뜻밖에도 이성준의 아내였다! 어떤 생명의 은인 규칙, 첫눈에 반한 사랑 따위는 모두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는 어떤 계획도 할 수 없었다. 단지 자신의 왜 행동을 하기 전에 백아영의 신원을 조사하지 않았는지 후회되었다! 악마를 끌어들여 버렸다... “복을 차버린다나 뭐라나, 말을 그렇게밖에 못해?” 윌리엄스가 집사를 발로 매우 세게 찼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4화

    차에 타고 있던 남자들도 일어서더니 기세등등하게 백아영과 이성준을 포위했다. 험상궂은 얼굴의 한 남자가 환영 반 협박 반인 어투로 말했다. “두 분, 차에서 내리십시오.”차 밖에서는 윌리엄스가 활짝 웃으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백아영이 차에서 내리기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 곁에 있던 집사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폐하, 궁전의 수비를 모두 강화 완료했습니다. 궁전 주위에 800명의 호위 병사를 추가로 파견했어요. 이분들은 이미 독 안에 든 쥐가 되셔서 도망갈 수 없습니다.” “이혼 변호팀 사람들은 이미 도착하셨고 두 분이 차에서 내리시면 바로 처리할 수 있어요.”“폐하, 곧 미인을 품에 안게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윌리엄스의 입꼬리는 한껏 올라갔다. 산 위에서 백아영의 워낙 강인한 모습에 사람도모자라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지금은 백아영의 대단한 솜씨도, 그녀의 남편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단념할 수밖에 없다. 모두 생명의 은인으로 보고 첫눈에 반하게 만든 백아영 탓이었다. 그는 이 나라의 왕이다. 그가 마음에 드는 한 반드시 그의 것이다. 또한 결혼 후 백아영을 자신의 매력에 매료시켜 점차 이성준을 잊게 할 자신이 충만했다. 윌리엄이 생각을 하던 중, 차 문이 열리고 관광버스에서 백아영이 내렸다. 윌리엄스는 넥타이를 매만지며 그녀를 반겼다.“아가씨, 또 뵙네요.”윌리엄스가 아양을 떠는 모습을 보고 백아영은 입을 다물었다. 백아영의 뒤로 큰 덩치의 이성준이 차에서 내렸다. 그녀의 머리 위로 이성준은 차갑게 말했다.“내 아내를 뺏으려는 게 너야?” 이성준은 포위망 속에 서 있었다. 다른 사람의 구역에서 그는 독 안에 든 쥐였지만 그는 움츠러들지도 않고 여전히 기세등등했다. 이성준의 기는 모두를 앞질러 버려 마치 모든 것을 장악하는 왕인 것 같았다. 그의 입에서 나온 서늘한 몇 글자가 사람을 더욱 섬뜩하게 했다. 집사는 높은 인물들을 많이 보았었기에 즉시 이성준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이곳은 그들의 궁전이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3화

    윌리엄스는 어안이 벙벙했다.백아영의 솜씨는 정말 놀라웠다. 그녀의 기묘한 침을 꽂는 기술이 더욱 놀라웠다.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워지는 백아영의 몸에는 빛이 보였다.그녀의 아름다움은 남달라서 비길 것도 없이 아름다웠다.백아영은 여전히 은침을 손에 들고 윌리엄스를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만 좀 건드리세요. 알아들으셨죠?”“저는 당신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윌리엄스의 의욕 넘치는 말은 눈앞으로 가까워져 오는 침에 놀라 목이 메었다. 순식간에 덮쳐 온 위험과 두려움이 그를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게 했다.백아영은 다시 경고했다.“잘 가세요. 바래다 드리지는 않을게요.”젊고 고집스러운 윌리엄스는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의 위협은 그를 이성적으로 뒤로 물러나 타협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백아영은 바늘을 다시 집어넣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네 부하는 경련을 일으키다가 10여 분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그들은 서로를 부축하며 몸을 일으키자 멀리 떨어진 곳에 백아영이 보였다. 비록 뒷모습뿐이었지만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폐하, 죄송합니다. 저희가 너무 부족했어요.”윌리엄스는 백아영을 탐욕스럽게 바라보았다.“너희 탓이 아니야. 저 소녀가 너무 강할 뿐이야. 가자. 이제 내려가야지.”부하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 여왕님을... 그냥 이렇게 포기하시려고요?”윌리엄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도통 알 수 없었다.“그럼 내가 지금 뭘 할 수 있겠어?”말이 통하지도 않고 싸워서 이기지도 못하니 부하는 조용히 입을 꾹 닫았다.하지만 윌리엄스는 미소를 띠었다.“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뿐이야.”이성준은 열매 한 봉지 가득 따왔다. 그는 열매를 깨끗이 씻은 뒤 쟁반에 담아 백아영 앞에 대령했다. 하지만 안색이 좋지 않았다.“방금 돌아오는 길에 들었는데 누가 너를 귀찮게 했다면서?”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도리도리 저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문제를 일으켰어.”이성준은 자초지종을 듣고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2화

    백아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웃었다. “아파서 머리까지 다쳤나. 걱정 마세요, 위험했지만 목숨은 건졌어요. 돌아가시면 의사부터 보세요. 잘 케어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에요.”백아영은 진지하게 당부했지만 상대방은 한마디도 귀담아듣지 않았다.백아영이 그만 몸을 일으키려 하자 청년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저 지금 진지해요.”“이것은 우리 윌리엄스 왕족의 규칙이기도 합니다. 생명을 구해준 은인은 반드시 몸으로 갚아야 합니다.”윌리엄스 왕족?백아영은 입헌군주제인 국가에 왔다. 이곳은 현대사회와 어우러졌지만 여전히 왕권을 시행하고 있다. 지금의 왕은 20대 초반의 청년으로 나이는 어리지만 듬직하고 성숙하며 상당한 재주를 가졌다고 전해졌다. 왕은 1년 넘게 국가 정무를 질서 있게 처리했다.다시 이 풋풋하고 고집 센 청년을 본 백아영은 목이 메었다. 왕은 소문과는 좀 다른듯했다.백아영은 청년한테 잡힌 손을 빼냈다.“그냥 눈에 보여서 구해준 거니 고마워하실 필요 없으세요. 그리고 저는 결혼까지 한 여자에요.”“결혼하셨군요...”청년은 매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젊고 예쁜 백아영이 일찍 결혼했으니 흔치는 않은 일이다. 그러나 청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저는 재혼에 대해 편견이 없어요. 남편분과 이혼해도 그대를 왕후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저는 이혼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청년이 눈썹을 찡그렸다. 그는 그제야 난처한지 땅바닥에서 일어나 앉아서는 백아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무슨 복잡한 일을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백아영은 혼자 심각하게 고민하는 청년이 이해가 되지 않아 벌떡 일어나 자리를 뜨려고 했다.곧이어 청년도 벌떡 일어났다. 너무 갑자기 몸을 일으킨 탓인지 몸을 휘청거리자 곁에 있던 남성이 얼른 그를 부축해 주었다.청년은 휘청거리는 몸을 아랑곳하지 않고 백아영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녀를 막아섰다. 그의 맑은 눈은 어느새 포악해졌다.“아가씨, 억양을 들어보면 외국인인 것 같네요. 아직 우리 윌리엄스 왕족의 룰에 대해 잘 모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1화

    하지만 백아영은 현무가 힘들어할까 봐 차마 너무 많은 프로젝트를 참가하지 못하게 하고 관광지 한 곳만 더 돌고 남원에 돌아갈 생각이었다.이성준은 진지하게 말했다. “출산 장려 정책은 참 옳아.”백아영은 어리둥절했다.“자식이 많아야 집도 떠들썩하고, 현무도 동생이 생기지.”어린 노동자가 하나 더 필요하다는 그의 뜻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이성준은 방긋 웃으며 백아영을 벽에 바짝 붙였다. “여보, 우리 현무에게 동생 만들어주자.”이날 현무와 백아영은 영상통화를 했다. “엄마, 안색이 안 좋아. 어디 아파?”화면 속에서 백아영의 안색은 살짝 하얗게 보였다.하지만 별다르게 불편한 곳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낮에 산에 오르느라 피곤해서 그런가 봐. 괜찮아, 좀 쉬면 괜찮아 질 거야.” “그럼, 내일 일단 산을 내리지 말고 호텔에서 쉬는 거예요?”내일 하산할 예정이었지만 백아영은 단호하게 답했다.“맞아.”그제야 현무는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통화를 끊고 백아영의 이마에 길쭉한 손이 닿았다. 이성준은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고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정말 괜찮은 거 맞아?”실제로 봤을 때 백아영은 이상이 없어 보였지만 이성준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괜찮아. 내가 의사인데 모르겠어?”“하룻밤을 묵어도 좋으니까, 난 네가 좋아하는 열매를 좀 따올게.”이 산의 열매는 특산물이었기에 백아영이 매우 좋아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한 후, 이성준은 혼자 산꼭대기에 가서 열매를 땄고, 백아영은 아름다운 산기슭에 앉아 차를 마시며 아침 풍경을 감상했다. 그녀는 조용히 열매를 기다리고 있었다.기다리는 동안 찻집 안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들려왔다.“도와주세요! 여기 도와주세요!”“의사 없어요? 응급처치할 줄 아는 사람 혹시 있어요? 좀 살려주세요! 저의 도련님을 살려주세요...”식당에서 대략 이십 대 초반의 한 청년이 땅에 누워있었다. 얼굴은 창백하고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0화

    한 달 뒤.인천공항에서 현무는 양복을 차려입고 반듯하게 서서 웃음을 가득 머금고 백아영을 배웅했다.“엄마, 걱정하지 말고 잘 놀다 와요. 여기 일은 저한테 맡겨요.” 현무는 이성준의 아들답게 한 달 만에 기본적인 경영 업무를 배웠고, 심지어 위정을 도울 수 있었다.또한 그는 이성준의 외아들인 만큼 이성그룹의 후계자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그는 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나이에도 모든 주주와 직원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했기에 일을 더 쉽게 추진할 수 있었다.게다가 이성준의 한 달간 밑받침을 잘 깔아놓은 덕에 안심하고 현무와 위정에게 이성그룹을 맡길 수 있게 되었다.위정의 불평도 적어졌다. 그는 앞으로 일할 날에 희망이 생긴 것 같았다.“내 아들 최고.”백아영은 현무를 꼭 끌어안고 그의 볼에 쪽 뽀뽀했다.“엄마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영상통화 해. 날마다 기분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줘.”“누가 감히 너를 괴롭히면, 엄마와 아빠가 바로 날아와서 때려 놓을 거야.”백아영의 품에서 현무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순간 엘리트에서 어린 아기가 되어 자신도 모르게 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하지만 이성준의 말과 백아영의 행복을 생각하며 현무는 마음을 가다듬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다.“엄마 걱정하지 마, 외삼촌과 위정 아저씨가 계셔서 아무도 날 못 괴롭혀. 내가 좀 더 크면 내가 엄마를 보호해야 해.”백아영은 감동되어서 감정이 벅차 놀랐다. 현무는 너무 든든한 아들이었다.선우경진은 팔짱을 낀 채 한쪽에 서 있었다. “이씨 가문의 일은 해결됐지만 아직 선우 일가가 남아있다는 것을 잊지 마.”“그리고, 여유가 있으면 새로운 아이템도 많이 생각해 둬.”한 달 동안 그들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급한 불은 거의 다 껐다. 하지만 의학은 끝이 없고 신약 연구는 더 중요했기에 선우경진은 수시로 백아영을 감시했다.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다른 곳에서 시야를 넓히고 영감을 얻으면 신약을 개발하는데 더 쉬웠다.이성준은 한쪽에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09화

    현무는 계획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지만, 다섯 살짜리 꼬마에게는 좀 시기상조였다. 하지만 이성준은 그런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그러나 이성준의 엄숙한 표정을 보니 바로 계획을 하나 만들어 내야 할 것 같았다.현무는 골똘히 생각했다.“공부를 열심히 해서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매일 엄마와 아빠와 함께 있고 싶어요.”“엄마를 기쁘게 해주는 것과 함께 있는 것을 동시에 이룰 수 없어.”“왜요?”현무가 공부해서 잘하고 매일 학교 갔다 오면 자연스레 백아영을 볼 수 있고 그녀도 즐거워하는 게 일상이었다.“너 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잊었어?”현무가 네 살 되기 전까지 백아영은 그의 곁에 있어줄수 없었다. 백아영이 돌아온 후, 비록 온 가족이 드디어 모였지만,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았고 때마다 백아영은 떠나야 했고, 항상 바쁜 일상에 기쁠 때도 있었지만 힘들 때가 더 많았다. 현무는 그런 백아영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엄마는 나와 함께 있어서 기분이 나쁜 거예요?”어린 현무의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돌기도 전에 이성준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너 때문이 아니야. 엄마가 놓인 상황 때문이지. 남원에서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일들과 언제든지 생기는 변화 때문이야.”“만약 누군가가 이 짐을 대신 나눠주고, 그런 일들을 완전히 해결해 주고, 엄마가 마음껏 여행을 다닐 수 있게 해준다면 매일 즐거워할 거야.”현무는 어리지만 총명해서 즉시 이성준의 뜻을 알아차렸다.“아빠, 제가 엄마의 일을 나누어서 해도 돼요?”이성준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너는 할 수 있어.”“그런데 힘들 거야. 엄청 힘들 수 있어. 대신에 엄마를 오랫동안 못 볼 텐데, 그래도 할래?”현무는 힘든 것은 두렵지 않지만, 오랫동안 백아영을 볼 수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현무는 머뭇거렸다. 그는 섭섭해서 고뇌했다.“나 그냥 엄마랑 여행 가면 안 돼?”이성준은 자애로운 아버지의 미소를 지었다. “네가 경영대를 일찍 졸업하면 돼.”현무는 지능이 높아서, 월반하는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08화

    이성준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 은퇴할 생각이야.”‘역시!’백아영이 머릿속으로만 하던 황당한 추측을 이성준 입으로 직접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믿기지 않았다. 왜 이성준이 갑자기 도망 오려 했던 건지, 그리고 왜 그 큰 짐을 위정과 선우경진한테 내던졋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성준은 그들을 훈련하고 있었다.수단이 좀 잔인했을 뿐이다.“왜 갑자기 은퇴하고 싶은 거야?”백아영은 아직 앞날이 밝은 이성준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성준은 백아영을 응시하며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쓱쓱 만졌다.“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이성준은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아 수많은 고통을 겪었다.이성준의 괴로운 심정은 눈에 훤히 비쳤다. 그는 사실 오래전부터 은퇴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영아, 앞으로 남은 생 동안 나는 네가 조용하고 평온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은퇴하고 쇼핑센터를 떠나면 원한도 모두 훨훨 털어 버릴 수 있다. 두 사람은 세계 여행하며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된다.백아영의 머릿속은 멍해졌다.백아영은 이성준이 은퇴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자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성준이 계획한 미래에 항상 그녀가 있었다. 그의 미래는 온통 백아영 한사람이었다.백아영은 감동되어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녀가 환상하던 미래는 정말 기대할 만한 것같았다.“하지만 지금은 내가 선우경진과 위정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아.”겨우 보름밖에 안 되었는데, 그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참지 못하는데 정말 큰 일이라면 더 감당하기 어려워할 게 뻔했다.이성준은 눈썹을 찡그리며 잠시 사색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현무 이제 다섯 살이니까 남자 다 됐지.”백아영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현무에게 맡길 생각은 아니지?”이성준은 담담하게 되물었다.“안 될 게 뭐가 있어?”‘안 될 게 뭐가 있겠냐고? 현무 이제 겨우 다섯 살인데!’이성준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았다. “내가 다섯 살 때,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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