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Chapter 31 - Chapter 40

916 Chapters

제31화

이성준은 갑자기 멍해졌다. 그는 이성을 되찾고 빠르게 분노를 가라앉혔다. 하지만 두 사람의 주위는 냉기만 감돌았다.곧이어 이성준이 백아영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질투? 백아영, 네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지 마. 설마 너 스스로를 내가 질투할 만큼 대단한 여자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약속한 이 기간에 너는 그저 명의상 내 아내인 것이 아니라, 내 소유의 물건이나 다름없어. 그리고 난 다른 놈이 내 물건을 탐내는 걸 용납할 수 없어. 제대로 알아들었어?”이성준은 백아영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꽉 움켜쥐고 있던 그녀의 턱을 놓았다.“이번에는 작은 훈계로 끝났지만, 다음번에는 결코 쉽게 용서하지 않을 거야.”알고 보니 그에게 있어 백아영은 그저 하나의 소지품일 뿐이었다. 그의 날이 선 말은 순식간에 백아영을 하찮은 존재로 만들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오해만 쌓인 채, 불쾌한 기분으로 헤어졌다.이때 멀지 않은 곳의 어둠 속에서 백채영이 정색하며 잔뜩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 방금 이성준과 백아영의 ‘다툼’ 을 그녀는 소리 없이 지켜보고 있었다.백아영을 대하는 이성준의 무정한 모습조차 그녀는 여전히 부러웠고 동시에 큰 위기감을 느꼈다. 어쨌든 이성준은 그녀에게 이와 같은 무자비한 모습조차 보여주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녀는 백아영이 이성준의 주의를 끌려고 일부러 벌인 짓이라고 생각했다. ‘빌어먹을 년! 감히 내 남자를 꼬셔?’백채영은 순식간에 심기가 불편해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눈빛마저 점차 악랄해졌다.생일 파티가 끝나자, 이성준은 곧장 가버렸다.백아영은 또 혼자 큰 저택에 남게 됐다. 그녀는 매우 어이가 없었지만 이곳의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고 싶지 않았다. 늦은 저녁 불어오는 찬 바람을 쐬며 백아영은 높은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앞으로 걸었다.그러다가 움푹 파인 물웅덩이를 지날 때, 스포츠카 한 대가 급하게 질주해 오더니 백아영의 키만큼 높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브레이크를 밟았다. 백아영은 흠뻑 젖었고 찬 바람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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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참가 선수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끝났다. 참가자들이 작성한 처방 중 잘못된 처방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선수들은 자신의 답안을 들고 칸막이를 나온 뒤 어깨를 나란히 하고 긴 탁자 앞에 섰다. 그리고 작성한 답안을 차례로 탁자 위에 놓고 1차 오류 정정 심사를 거쳤다.오류 정정 심사 책임자는 민우진이었다. 그는 시합 참가자들의 답을 차례로 훑어보고 나서 냉정하고 결단력 있게 1차로 일부 자격 미달인 선수들을 탈락시켰지만 ‘백영미’ 가 제출한 답 앞에서는 의아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머물렀다.“이 처방전은 백영미 씨가 연구해낸 건가요?”백아영은 머리를 끄덕였다.“백영미 씨, 당신은 정말 대단한 인재입니다!”민우진의 진심 어린 칭찬과 함께 백영미를 보고 나지막하게 말을 이었다.“미리 축하드려요, 오늘 우승은 당신일 겁니다.”이번 시합에서 우승하기 위해 백아영은 치료하기 가장 어려운 병을 골랐기 때문에 다른 참가자들을 수월하게 이길 수 있다고 예상했었다.오류 정정 심사가 끝나고 8명의 참가자는 자신의 처방을 심사위원과 대중들에게 공개했고 심사위원들은 각자 점수를 매겨 최종 결과를 합산하느라 바빴다.앞부분의 채점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런데 백아영의 차례가 되었을 때 여섯 명의 심사위원은 모두 채점을 멈추었고 눈빛이 굳어지며 불쾌한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중 한 사람은 버럭 화까지 냈다.“백영미 씨, 이 처방전은 어디서 얻은 거죠?”백아영은 단호하게 대답했다.“제가 연구해낸 처방전입니다.”“여기가 어디라고 거짓말을 하는 거예요!”오 교수가 노하며 소리 질렀다.“이 처방전은 당신이 백채영 선생님한테서 훔쳐 온 거잖아요!”“시합이 끝나는 대로 우리 심사위원 선생님들이 재능기부 차원에서 처방전을 공개하려던 참이었어요! 이렇게 파렴치한 일이 일어날 줄도 모르고 말이죠.”“백채영 선생님, 선생님의 처방전을 꺼내 보이세요.”백채영은 한숨을 내쉬며 안타까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그녀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서류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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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많은 사람들의 의심과 욕설에도 백아영은 태연자약했다. 그녀는 담담하게 백채영을 바라봤다.“백채영 선생님, 이 처방전에 따르면 당귀, 백급, 오크라 등 약재가 들어간다고 하는데, 세 가지 약재는 모두 약효가 온화한 편인데, 과연 yx증후군 치료에 도움이 될까요? 그 이유를 한 번 설명해 보시죠?”백채영은 의술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백아영이 당시에 남긴 처방전의 주해를 달달 외우고 있었다. 그녀는 백아영의 물음에 자신 있게 대답했다.“세 가지 온화한 성질의 약재이기에 다른 약효가 센 약재들과 중화되는 효과를 일으켜 치료 과정에서 환자의 불편함을 덜어드리는 겁니다.”“풋.”백아영이 소리 내 비웃었다.“백채영 씨, 도둑질도 하다가 말면 어떡합니까?”당시 백아영은 이 처방전의 주해를 쓰다가 잠깐 자리를 비우는 탓에 나머지 부분을 마저 작성하지 못했었다.“이 세 가지 약재는 확실히 환자의 치료 과정에 불편을 덜어주는 역할도 있지만 그건 위가 특히 약한 환자에 해당되는 말입니다. 이 처방전에 따라 약을 복용할 때는 생강차를 첨가하여 함께 복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환자의 경우에는 이 세 가지 약재를 제거하고 먹어야만 약효가 극대화됩니다.”현장에는 연세가 있는 교수들도 적지 않았는데, 그들은 한의학에 대한 연구가 매우 깊어서 백아영의 말이 타당한지 구별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그 자리에서 바로 찬성하는 교수들도 부지 다수였다.“일리 있는 말입니다. 설명을 들으니 아차 싶네요. 이제야 답답하던 마음이 확 트인 거 같습니다!”이렇게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처방전을 연구해낸 장본인이라는 것을 뒷받침할 수 있었다. 백아영과 백채영 중 이 처방전의 주인이 누구인지, 사리 분별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단번에 알 수 있었다.사람들은 의아한 눈빛으로 백채영을 쳐다보았다.“백채영 선생님이 백영미 씨의 처방전을 표절한 건가 봐요? 정말 보고도 믿기 어려운 현실이네요.”“이 자리에서 들통났으니, 얼마나 창피하겠어요!”“백채영 씨가 이런 사람이었다니, 지금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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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백아영은 눈썹을 찡그리며 눈빛으로 백채영을 경고했다.지금도 대회가 생방송되고 있으니, 만약 백채영이 급발진하여 백아영이 이씨 가문 사모님이라는 신분을 이 자리에서 밝힌다면 이씨 가문은 전국적으로 망신을 당하게 될 것이다! 개인적인 원한이 아무리 깊다고 해도 그녀는 이성준 때문에라도 신분이 까발려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백채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백아영의 명성을 더럽히고 이씨 가문에서 나가게 하려 했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든지 상관없었다.“어쩐지 계속 화상을 입은 척하며 얼굴을 가리더니, 네가 바로 백아영이었기 때문이겠구나!”백채영은 이를 악물고 대기하고 있던 스태프들에게 손짓했다.“저 여자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마스크를 내려주세요.”그 스텝들은 백채영이 일찌감치 매수해 놓은 사람들이었기에 백아영의 반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칠게 마스크를 벗겨냈다.백아영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녀는 헝클어진 머리로 얼굴을 가리며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가명을 쓴 건 그저 시합에 참여하기 위해서였어...”“백아영, 너 정말 뻔뻔하구나! 이제 와서 변명하려는 거야? 2년 전에 네 의술 때문에 사람이 죽었어, 어떻게 감옥에서 썩고 나와도 회개하기는커녕 가명까지 사용해서 모두를 속이고 HL한의학 학술대회에 참가할 수가 있어?”백채영이 백아영에게 삿대질하며 욕을 퍼부었다.“여기 있는 모두가 바보로 보여서 농락하는 거야? 우리처럼 진지한 마음으로 의학에 한 몸 바친 사람들이 너 같은 쓰레기보다 못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겠다는 거야?”백채영의 말은 자리에 있던 모두의 심기를 건드렸고 백아영이 그녀의 말을 들은 사람들의 미움을 사게 했다. 몇몇 교수들이 화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가명으로 시합에 참여한 것은 엄연히 규칙 위반이니, 백영미 씨는 실격입니다!”백아영은 갑자기 온몸을 떨면서 비틀거리더니 뒷걸음쳤다. 시합에서 제명됐을 뿐만 아니라 신분마저 노출됐으니, 그녀의 희망과 미래는 다시 한번 백채영에 의해 파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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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백아영은 넋이 나간 채 이씨 가문의 별장으로 돌아갔다.홀에 들어서자 소파에 앉아있는 이성준이 눈에 띄었는데, 그는 냉랭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 얼굴을 보니,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백아영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머리를 숙였다.“미안해.”그녀는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이씨 가문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이성준이 차갑게 물었다.“사고를 쳐놓고 사과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일이지. 당장 이혼 절차를 밟도록 하지. 내일 해 뜨는 대로 이 집에서 나가 줘.”이미 일파만파 소문이 퍼져 이씨 가문 홍보팀도 대응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이성준은 이참에 할아버지인 이영철 어르신에게 백아영과의 이혼을 협상하려 했다.백아영은 놀라서 멍해졌고 온몸이 오싹해졌다. 3개월이라는 기한이 끝나 이성준과 이혼하기를 고대했던 그녀였지만 정작 그가 먼저 말을 꺼내니 뜻밖에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게다가 왠지 모를 허탈한 기분마저 들었다.몇 초를 멍하니 서 있고 난 후에야 백아영은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해.”백아영은 위층으로 올라가 간단하게 짐을 정리하더니 그대로 짙은 어둠을 밟으며 이씨 저택을 떠났다.이성준은 은 창가에 서서 어둠 속을 헤치고 이씨 저택을 나서는 백아영의 뒷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다가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났다. 뒤이어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쏟아낼 상대를 잃은 공허함이 마음속에서 조금씩 번지고 있었다.백아영은 우선 가격 부담이 적은 허름한 모텔에서 하룻밤을 묵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프런트 아가씨가 그녀를 알아보더니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매몰차게 내쫓았다.“백아영 씨? 쯧, 맞네, 그 파렴치한 의사 년이네! 우리는 당신 같은 인간한테 방을 내어줄 수 없으니 이만 나가줘요!”그대로 쫓겨난 백아영은 찬 바람이 부는 거리에 멈춰 서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녀는 그제야 인터넷에 도배된 그녀의 이름과 사진을 보게 되었다. 사람들은 2년 전에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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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3일 동안 모든 인력을 총동원한 이씨 가문 홍보팀 덕분인지는 몰라도, 시간이 지나자 여론이 많이 가라앉았다.마침내 백아영은 용기를 내고 밖으로 나갔다. 밤 10시가 넘어 사람이 적은 틈을 타서 그녀는 마스크, 선글라스, 캡 모자를 쓰고 완전히 무장한 채 편의점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사기로 했다.그런데 막 물건을 고르고 계산대로 가려던 그때 편의점 입구에 몰려든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았다.“백아영 씨, 맞죠?”“무슨 낯짝으로 집 밖에 기어 나온 거예요?”“당신 때문에 팔 하나가 절단된 소녀는 지금 당신처럼 두 팔로 편하게 쇼핑하지 못할 텐데요!”“당신 같은 양심도 없는 의사는 제대로 혼이 나 봐야 정신을 차리겠군요, 다들 뭐해, 제대로 손봐 드려!”한 무리의 사람들이 벌 떼처럼 달려들어 백아영을 마구 폭행했다.백아영은 비록 호신용 은침을 소지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그녀는 전혀 반항하지 못하고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폭행당하고 있었다.그녀는 어떻게 해서든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배를 가려야만 했다. 온몸이 욱신거리고 뼈가 부러질 것 같았다. 그녀는 머리가 어지러웠고 자기가 결국 여기서 이렇게 죽게 될 운명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그녀는 절망했고 자포자기했다.‘차라리 죽자, 이렇게 사는 건 사는 게 아니야... 너무 고통스러워...’바로 그때, 최고급 세단 몇 대가 편의점 입구에 멈추어 섰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기세등등하게 달려들어 백아영을 폭행하던 한 무리의 사람들을 제지했다.그들의 분노 섞인 주먹질과 발길질이 마침내 멈추었다.백인이 휘청거리며 고개를 들었고 이성준의 할아버지인 이영철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그녀를 향해 손을 뻗는 것이 보였다.“가엾은 우리 손자며느리, 할아버지가 늦게 와서 미안해.”백아영은 코끝이 찡했고 울먹이며 눈물을 흘렸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더없이 감격스러웠다.백아영의 부상이 분명치 않아 보였기에 이영철은 감히 더 지체하지 못하고 백아영을 가까운 인근 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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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백아영은 전혀 놀랍지 않았다. 어젯밤 이영철이 분노하며 떠났을 때, 그녀는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였기에 그저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성준아, 나 못 가...”이성준은 얼굴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헤어지기 싫어서 머리를 굴리는 줄 알았지만, 백아영은 뜻밖의 상황에 대한 설명을 보탰다.“지금 병원비를 낼 돈이 없어서 퇴원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야.”“무슨 일이야?”이성준은 무의식적으로 다급하게 물었다. 그렇게 다 물어놓고 나서야 가당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냉랭한 목소리로 덧붙였다.“어느 병원이야, 당장 돈 보내줄게. 난 오늘 이혼해야겠어.”이성준은 직접 차를 몰고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자기도 모르게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 그는 달리면서도 도대체 무엇 때문에 자기가 이렇게까지 조급해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백아영은 이미 병실 입구에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못 본 사이에 그녀는 앙상해질 정도로 살이 빠졌고 얼굴엔 폭행당한 흔적인 멍과 상처가 있었다. 그리고 입술에까지 상처가 있었다.이성준은 가슴이 아팠다.“누가 이렇게 만든 거야?”백아영은 그가 이런 의외의 질문을 하자 괜히 민망한 듯 어깨를 으쓱했다.“대중의 분노를 샀으니...”그녀가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폭행당했다는 말을 들은 이성준의 얼굴빛이 더 어두워졌다. 이성준이 그녀를 집에서 내쫓은 것은 그저 할아버지와 담판을 짓기 위해서였을 뿐이었다. 그는 자기 때문에 그녀가 밖에서 이런 일을 겪게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렇게 심하게 다친 거면 이혼은 다음에 하자.”이성준이 말하며 병실로 들어가려고 하자 백아영은 꿈쩍하지 않았다.“다리를 다친 것도 아닌데, 이혼하러 갈 수 있어.”이성준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백아영을 착잡하게 쳐다보았다.‘그렇게도 간절하게 이혼하고 싶은 건가?’백아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무슨 문제 있어?”“아니야!”이성준은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화가 잔뜩 나서 돌아섰다.이혼 절차는 아주 순조롭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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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백채영의 손짓에 이성준은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왠지 모를 짜증과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본능적으로 백채영을 밀쳐내고 싶었지만 애써 참으며 그녀의 손을 툭 하고 허벅지에서 치웠다.“집으로 데려다줄게.”“응?”백채영은 흠칫했다. 그녀는 어렵게 얻은 기회를 날려버리고 싶지 않았다.“성준 씨가 이혼할 때까지 기다린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 떨어져서 지내고 싶지 않아... 계속 옆에 붙어있고 싶단 말이야...”“난 보수적인 남자야. 결혼하기 전엔 네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을 거야.”운전하던 위정은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이성준의 입에서 보수적인 남자라는 단어를 듣게 될 줄이야...이성준의 단호한 태도와 점차 차가워지는 눈빛에 백채영도 더 이상 고집을 피울 수 없었다. 그녀는 한쪽으로 기울어졌던 몸을 곧게 펴고 앉았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곧 그녀는 이성준과 결혼하여 이성준의 부인이 될 것이니까, 이성준은 이제 그녀의 남자가 될 것이니까!이성준은 백채영을 집까지 배웅한 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백아영에 관한 여론이 잠잠해지게 만들어. 그리고 그녀가 다치는 일은 없도록 해.”위정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사장님.”백아영은 다시 한약방으로 돌아왔다. 이준엽은 멍들고 상처투성이가 된 그녀의 몰골을 보고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이 사람들은 어떻게 옳고 그름조차 알 수 없는 소문만 듣고 사람을 이렇게 때릴 수 있을까?”“괜찮아요. 하루 이틀 지나면 다 나을 겁니다.”“아영아, 내가 쓸데없이 참견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달갑게 받아줘. 이건 네가 잠시 지낼 수 있는 오피스텔의 키야. 넌 그해의 진실을 알아내려고 했었잖아, 이 돈으로 우선 급한 불 꺼. 고작 천만 원이야.”이준엽은 그녀가 받지 않을까 봐 대답할 틈을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내가 빌려주는 셈 쳐. 앞으로 네가 억울함을 풀면 내 한약방에 와서 진료도 봐주고 일도 하면서 월급으로 빚을 갚으면 어떻겠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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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이영철이 급하게 결혼식을 치르려고 한 데는 그 나름의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우선 이성준의 뜻에 따라 그가 자발적으로 백채영과 결혼하게 만들고 나서 다시 백채영이 선우 일가가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금지옥엽이라는 소문을 흘리려던 것이었다. 그의 계획대로 된다면 그는 사돈의 신분으로 선우 일가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게다가 백채영 또한 이성준을 진심으로 좋아하니, 이성준을 위해서라도 자기가 하라는 대로 협조하며 선우 일가를 구워삶을 것이라고 예상했다.이영철이 단호하게 말했다.“이씨 가문의 재력이라면 닷새 만에 모두가 주목하는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기에 충분하지 않겠어?”어쨌든 이영철은 집안 어르신이니, 오미란도 더 토를 달 수 없었다. 백채영은 그녀의 아들인 이성준이 짝으로 점찍은 여자이니, 더 고민할 것도 없었다.오미란은 이성준을 보며 물었다.“성준아, 네 생각은 어때?”백채영은 이성준도 틀림없이 동의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전에도 그는 사흘 만에 결혼식을 거행하여 그녀를 가문에 들이려고 했었으니까.그러나 이성준은 그녀의 예상과 달리, 냉담하게 말했다.“다음 달 30일에 결혼식을 올릴 겁니다.”‘뭐?’백채영은 화들짝 놀랐고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다음 달 30일이 되려면 아직도 한 달이나 기다려야 하잖아! 닷새 만에 결혼식을 올리는 건 성급하다고 할 수 있어. 하지만 이렇게 미루는 건 말이 안 되잖아! 설마 하루빨리 결혼하려던 성준 씨의 마음이 변한 걸까?’그녀는 허탈하고 당황스러웠다.“언니, 얼굴빛이 갑자기 창백해졌어요. 괜찮아요?”성유비는 백채영의 손을 잡아주며 위로했다.“다른 생각은 하지 마세요. 오빠가 결혼 날짜를 다음 달로 잡은 것은 분명 번갯불에 콩 볶듯 하는 것보다 정성 들여 준비한 성대한 결혼식을 선물해 주고 싶어서 일 거예요. 맞지, 오빠?”백채영은 다시 기대에 찬 눈으로 이성준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약간 붉어진 눈은 기대로 반짝거렸다.이성준은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다. 그는 사실 이렇게 할 것이라고 마음먹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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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탐정의 일 처리는 생각보다 효율적이었다. 계약금을 지불한 지 이틀도 안 되어 탐정 임현석에게서 연락이 왔다.“아영 씨, 의뢰한 수사에 새로운 진전이 있습니다. 2년 전, 피해자 오도연 씨가 백씨 일가로부터 기본적인 배상금을 받은 것 외에, 그녀의 친오빠인 오도훈 씨가 개인적으로 사천만 원을 뇌물로 받은 혐의가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추가 조사를 통해 그 돈의 출처가 백채영 씨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백채영은 현재 백씨 가문의 아가씨로 살면서 생활이 예전보다 부유해졌지만, 어릴 때부터 떠돌이 가난뱅이 생활을 하다 보니 돈에 매우 인색한 편이었다. 그런 그녀가 오도훈에게 1억 원을 내놓은 것은 결코 선심을 써서 엄청난 배상금을 준 것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더 컸다.“그렇다면 오도훈도 그 당시 의료사고에 연루됐을 수도 있다는 말인데, 그 자신도 알고 있습니까?”백아영은 소름이 돋았다. 2년 전 오도연은 팔이 부러지고 큰 출혈이 생겨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 놓였었다. 그 때문에 구급차가 오기 전에 백아영은 현장에서 응급처치할 수밖에 없었다.백아영은 상황을 안정시키고 오도연에게 성공적으로 응급처치를 했지만 그녀가 구급 대원을 데리러 간 틈을 타서 백채영이 오도연의 부상에 장난을 쳤다. 이로 인해 결국 오도연은 팔 전체를 절단하게 됐다.그렇게 고의적인 음해가 불러온 의료사고가 발생하였고 백아영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게 되었다.백아영은 이 일을 단지 백채영이 몰래 나쁜 짓을 한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오도연의 친오빠가 거기에 가담했을 가능성도 있었다.“현재로서 조사한 상황으로 볼 때, 오도훈과 백채영이 공모하여 아영 씨를 모함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갖고 있는 증거는 계좌이체 내역밖에 없어요. 백채영이 사적인 충분한 보상을 한 거라고 변명하면 그녀를 단죄할 수는 없을지도 몰라요.”임현석이 계속해서 분석했다.“하지만 돌파구가 생겼으니, 제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증거를 얻을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임현석의 말에 백
last updateLast Updated : 2023-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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