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헉하고 놀란 백아영은 당황한 나머지 서둘러 얼굴을 가리려고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이성준의 싸늘한 시선이 그녀의 가슴에 달린 명찰을 향했다.“백영미? 이제 가명으로 대회까지 참가해? 백아영, 이번에는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거야?”백아영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 아무리 운이 없어도 그렇지, 곧바로 들통날 줄은 어찌 알았겠냐는 말이다.결국 그녀는 눈 딱 감고 대답했다.“무사히 등록하려고 가명 썼을 뿐이야.”“하긴, 네가 감옥에 있었던 흑역사를 알고 나면 예선을 통과시켜줄 사람이 아무도 없겠지.”이성준이 피식 비웃었다.“하지만 내 아내라는 신분으로 이런 짓을 하다가 나중에 들통이라도 난다면 우리 집안의 명성에 먹칠하는 게 아닌가? 당장 접수 취소해.”그가 명령했다.막무가내로 강요하는 남자의 태도에 백아영은 불만이 가득했다.“걱정하지 마. 대회가 끝날 때까지 얼굴 가리고 있을 테니까 신분이 드러나는 일은 없을 거야.”이내 세면대에 놓인 마스크를 쓰려고 했지만, 이성준이 기다란 손가락으로 꾹 누르는 바람에 옴짝달싹하지 못했다.이때, 화장실 밖에서 백채영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성준아, 왜 그래?”백아영은 흠칫하더니, 뜨악한 표정으로 백채영이 걸어오는 것을 바라보았다.그녀가 알게 된다면 대회에 참가하는 건 꿈도 꾸지 말아야 했다.순간 당황한 백아영은 재빨리 걸음을 옮겨 이성준에게 바짝 다가가 덩치가 산만한 그를 가림막으로 삼았다.아담한 여자의 몸이 갑자기 가까워지자 이성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들을 향해 다가오던 백채영은 이성준의 앞에 거의 붙어 있다시피 서 있는 여자처럼 보이는 사람을 발견하자 즉시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성준아, 이 여자는 누구야?”말을 마친 백채영은 백아영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쭉 내밀었다.긴장감이 극도로 달한 백아영은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렸는데 이성준의 가슴에 볼이 거의 닿을 지경이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Last Updated : 2023-07-2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