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연은 육현경을 부축하면서 천천히 계단을 내려와 입구까지 배웅해 줬고 운전기사에게 그를 집까지 바래다 달라고 부탁했다.육현경이 차에 올라탄 후에도 인사 한마디 없이 매정하게 떠나자, 그녀는 크게 심호흡하면서 생각했다.“남자는 역시!’그 이후로 한동안 그녀는 육현경을 보지 못했고 가끔 육민이를 데리러 올 때 의례적으로 메시지를 보낼 뿐, 다른 때는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어느 날 주말, 육씨 가문의 별장에서 돌아온 육민이가 그녀에게 한마디 했다.“엄마, 아빠가 은지 이모랑 결혼할 거래요.”마침, 물을 마시던 소이연은 갑작스러운 발언에 놀라 물을 그대로 육민이의 얼굴에 뿜었고 그의 억울한 표정에 급하게 사과했다.“미안해, 네 아빠가 은지 이모를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런 결정을 내린 걸 듣고 조금 놀라서 그랬어.”이때 육민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엄마, 솔직히 기분이 나쁘죠?”“아니야.”“그럼, 왜 이렇게 흥분했어요?”“조금 놀랐을 뿐이야.”육민이도 별생각 없이 말을 이어 나갔다.“아빠가 나이 때문에 빨리 결혼하고 싶어 하는데 은지 이모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은지 이모가 아직 젊어도 아빠를 사랑하니까 거절하지 않겠죠?”소이연은 육민이에게 육현경에 대한 진은지의 마음이 순수한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말해줘야 할지 말지 고민되어서 마음이 덩달아 서글퍼졌다.게다가 그녀의 한마디에 육현경과 육민이가 진은지의 실체를 알고 얼마나 실망할지 상상하기도 두려웠다.육민이는 그녀의 마음도 모른 채 아무런 반응이 없자, 다급하게 다시 물었다.“엄마, 왜 그래요?”“아무것도 아니야. 사실 엄마는 결혼이 인생에서 큰 선택이니까 무엇보다 신중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감정에 휩싸여서 하는 건 아니라고 봐...”육민이도 그녀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엄마의 말에 동의하지만, 아빠는 급한 모양이에요. 아빠가 은지 이모를 만나고 나서부터 많이 젊어진 것 같아요, 저
Last Updated : 2024-09-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