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의 블랙리스트에 대표님이?!의 모든 챕터: 챕터 1561 - 챕터 1570

2289 챕터

제1561화

머리 위에서 질투 섞인 강한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멈칫하던 한현진이 곧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라이브 본지 오래됐거든.”강한서가 콧방귀 뀌며 한현진 옆에 앉았다. “바빠서 볼 시간이 없었던 거겠지.”한현진이 피식 웃었다. “그런 거 아니거든? 네가 질투할까 봐 그런 거잖아. 내가 춤추는 것만 봐도 네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데, 내가 어떻게 보겠어?”한현진의 변명에 강한서가 코웃음 쳤다. “허리랑 골반만 놀리는 게 정상적인 춤이야?”한현진이 쯧 혀를 찼다. “너 그건 너무 편견이야. 몸매가 좋다고 해서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되지.”강한서는 여전히 한현진의 헛소리를 믿지 않으며 반문했다. “그럼 내가 다른 여자 춤추는 거 보면 어때?”한현진이 순간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인터넷이 얼마나 어지러운 곳인데, 넌 감당 못 할 거야.”내로남불의 정석을 보여주는 한현진을 보며 강한서는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뜨렸다. “내가 다른 여자 보는 건 싫고, 넌 다른 남자건 괜찮아?”“나 정말 안 봤어.”쪼잔하게 구는 남자친구를 보며 한현진이 휴대폰을 보여주며 말했다. “진작 언팔로우 했거든?”강한서는 빠르게 한현진이 보여주는 리스트를 훑었다. 그녀의 말대로 그 인플루언서의 아이디는 보이지 않았다. 강한서의 표정이 그제야 풀렸다. “그럼 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었던 거야?”한현진이 다른 어플로 들어가 강한서에게 보여주었다. “여기 매출이 엄청나거든. 내가 전에 얘기했었잖아. 매달 남는 자투리만 몇백만 원어치야. 자투리를 잘 이용해 액세서리를 만들면 가격이 최소한 10배는 뛸 텐데, 너무 낭비잖아. 그래서 생각한 건데, 라이브 커머스로 판매하면 어떨까?”강한서가 멈칫했다. “스트레인지 이름으로 판매하려고?”“그럴 리가. 스트레인지는 명품 주얼리 브랜드잖아. 내가 스트레인지 이름으로 그런 상품을 판매할 리가 없잖아.”“그럼 라이브 커머스 하는 인플루언서와 협력할 생각이야?”“방금 몇 인플루언서와 연락해 봤어. 몸값이 너무 비싸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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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2화

강한서가 침묵했다. 강민서는 냉혈한 같은 강한서의 모습에 이를 악물었다. “엄마가 오빠에게 무슨 짓을 했든, 낳고 길러주신 분이야. 지난번에 입원했을 때 병문안도 안 하더니, 이번엔 계단에서 떨어졌는데도 안 가 볼 생각이야? 이젠 엄마가 죽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겠다는 거야? 아빠가 돌아가실 때 한 약속 잊었어?!”강한서가 주먹을 꽉 움켜쥐고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네가 이래라저래라할 자격 없어.”얼굴을 일그러뜨린 강민서가 문을 박차고 나갔다. 한현진은 씁쓸한 표정으로 강한서를 쳐다보며 입술을 짓이겼다. “가 봐. 안 가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거야.”강한서가 숨을 들이쉬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둘 사이엔 더 이상 할 얘기 없어. 어차피 엄마가 원하는 건 내 관심이 아니니까.”한현진이 그의 손을 어루만지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래도 가야 해. 회장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어. 이번 일로 불효자라는 낙인이 붙으면 주주들 마음 사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거야.”강한서가 고개를 숙여 한현진을 바라보았다. 이번 일은 주주 총회에 전혀 영향 주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이 회장을 뽑을 땐 그런 것보다 능력이나 업적, 그리고 인맥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한현진은 그저 그에게 핑계를 찾아주는 것일 뿐이었다. 강한서가 한현지을 안고 그녀에게 입 맞추었다. “그럼 나랑 같이 가.”거절하려는 한현진에게 강한서가 말했다. “넌 올라가지 말고 차에서 기다려. 내가 나오면 우리 할머니랑 밥 먹으러 가자. 요즘 계속 너 데리고 오라고 잔소리했었거든.”그러니 한현진은 거절하려던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래.”강한서가 병원에 도착했을 땐 신미정의 수술이 끝난 뒤였다. 다리에 깁스한 신미정은 창백한 얼굴로 병실 침대에 기대어 앉아있었다. 강민서는 침대맡에 앉아 붉어진 눈으로 귤을 까고 있었다. 병실 문 앞에 도착한 강한서의 귀에 신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오빠는 너랑 같이 안 온 거야?”강민서가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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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3화

강민서가 흥분하며 말했다. “뭐가 괜찮아요? 의사가 조금만 늦게 병원으로 호송됐으면 다리가 정상으로 회복될 수 없었을 거라고 했잖아요.”그녀가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보살피는 사람도 없이 밖에서 혼자 지내니까 그렇죠. 이번엔 운이 좋게 이웃이 발견했다지만 만약 운이 나빠 엄마를 발견한 사람이 없었다면 전 어떡하라고요...”신미정이 손을 뻗어 강민서의 눈물을 닦아주며 나지막이 말했다. “얘가. 이렇게 멀쩡하잖니.”“멀쩡하긴 뭐가...”강민서의 울음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안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살이 빠졌어요. 흰머리도 이렇게 많이 나고. 이런데 내가 어떻게 걱정을 안 해요?”그러더니 강민서는 참지 못하고 원망의 말을 늘어놓았다. “삼촌은요? 엄마가 평소 삼촌을 얼마나 잘 해줬는데, 삼촌은 대체 뭐 하는 거예요?”신미정이 멈칫 몸을 굳히더니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네 삼촌도 가족이 있잖니. 괜히 폐 끼치지 마.”“삼촌네가 일이 생겼을 땐 늘 엄마가 도와줬잖아요. 엄마가 필요할 땐 조그마한 일에도 살뜰하게 살피더니, 이젠 엄마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으니까 이렇게 다쳤는데도 보러 오지 않는 거예요?”신미정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만해.”그녀라고 화가 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친정에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그녀가 강씨 가문에서 쫓겨나자 동서라는 여자는 바로 등을 돌렸다. 동생은 더 못난 놈이라 자기 와이프 앞에서는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일이 생기면 역시나 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강한서는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도 없었다. 그는 차갑고 냉정하며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분위기를 풍겼다. 신미정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과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아들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어색하기도, 익숙하기도 했다. “한서야, 너 현진이와 다시 만나니?”신미정이 나지막이 물었다. 강한서가 무덤덤하게 신미정을 쳐다보며 내뱉은 말은 냉랭하고 무정했다. 그 말은 그대로 신미정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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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4화

그럴 리가.신미정의 모든 변화는 전부 송씨 가문 친딸이라는 한현진의 신분이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과거 자신이 한현진에게 했던 모든 짓이 괜히 마음에 찔렸다. 그녀는 그저, 송씨 가문에서 그 일로 자신에게 따질까, 그것이 두려울 뿐이었다. 한현진이 자기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후, 강한서는 한현진에게 이 일로 얘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몸이 망가진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강한서는 그 일을 얼마든지 솔직하게 가족에게 얘기해도 괜찮고, 송씨 가문에서 어떻게 처리하든 그는 절대 나서지 않겠다고 했었다. 한현진은 비록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가족에게는 그 일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강한서라고 한현진이 그 일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한현진은 가족들이 그 일을 알게 된 후 강한서에게 화풀이할까 두려웠다. 아무래도 그 일은 강한서가 눈앞에서 일어난 것이었고 한현진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것은 강한서였다. 한현진은 비록 직접 복수하겠다고 했지만 혈연관계인 강한서와 신미정을 생각해 이미 많이 봐주고 있었다.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한현진은 더 이상 신미정을 상대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도 한현진에게는 이 관계를 위한 양보였다. 하지만 신미정은 송씨 가문이 한현진의 신분을 공개하기 전엔 어떻게든 강한서를 송가람과 이어주기 위해 약을 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현진이 송씨 가문의 친딸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신미정은 다시는 송가람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매번 한현진을 돈밖에 모르는 속물이라며 그녀가 강한서의 돈을 노리는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사실 강한서의 돈으로 누리고 살면서 강한서를 제대로 보듬지 않은 것은 신미정이었다. 그런 신미정이 변했다?그녀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아련하던 강한서의 눈빛이 점점 냉담하게 변하자, 신미정의 마음이 불안해졌다. “전에 내가 유씨 가문 때문에 현진이에게 편견이 있었어. 게다가 그땐 네가 현진이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책임감으로 사는 거라고 생각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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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5화

게다가 한현진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집안의 모든 식물을 잘 가꾸었고 요리도 배웠었다. 다만 나중에는 강한서에게 해주지 않았을 뿐이었다. 강한서가 고개를 들어 덤덤하게 말했다. “그때 제가 한 말을 오해하시고 제 말뜻을 왜곡하신 건 아니고요?”신미정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땐 네가 현진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정말 몰랐어. 난 그저 네가 어머님 말씀에 따라 현진을 택한 줄 알았지.”“할머니는 단 한 번도 저에게 억지로 누군가와 결혼하라고 하신 적 없어요. 할머니는 엄마와 달라요. 할머니는 제 선택을 존중해 주셨어요. 제가 현진이를 처음 데려왔을 때부터 엄마는 현진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더 이상 제가 현진이를 좋아하지 않아서 그랬다는 이유로 엄마가 한 행동에 핑계를 찾지 마세요. 제가 혹여 현진이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제 아내였던 현진이를 어른인 엄마는 존중해 주고 아껴줬어야 했어요. 할머니도 엄마를 좋아하진 않으셨지만 밖에선 엄마를 감싸주셨고 체면을 지켜주셨잖아요.” 신미정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눈시울도 붉어졌다. “그래. 내가 걔를 좋아하지 않았던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건 다 너를 위한 거잖니. 힘을 실어줄 사돈도 없이 너 혼자 어떻게 이번 주주 총회에서 이기려고 그래? 어떻게 한성을 손에 넣어 네 아빠 유...”“제가 원하는 건 제가 노력해서 손에 넣을 거예요. 제가 언제 절 위해 길을 닦아줄 여자가 필요하다고 했어요?”강한서가 차가운 얼굴로 신미정의 말을 가로챘다. “제가 원하는 건 주지도 않으면서 제가 얻은 건 빼앗아 가시고. 그러면서 매번 절 위한 거라고 얘기하는 건 강씨 집안 사모님으로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살기 위해 꽃길을 닦으시려는 것뿐이잖아요.”신미정의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다. 잔뜩 잠긴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넌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니?”강한서가 주먹을 꽉 쥐었다. “그게 아니라면 얘기해 보세요. 실험실에 불이 났던 그날,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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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6화

바들바들 손을 떨던 신미정은 강한서가 병실을 나선 뒤에야 참지 못하고 옆에 있던 과일 바구니를 있는 힘껏 바닥에 내던졌다. “개자식!”병실 문 앞에서 병실 안의 소리를 듣고 있던 강한서가 살짝 입꼬리를 씰룩이더니 곧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강한서가 병실을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인영이 병실 앞에 나타났다. 머리가 산발이 된 신미정은 초췌한 모습으로 들어온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 사람을 확인한 신미정의 눈빛이 더 차가워졌다. 그녀는 까칠한 말투로 말했다. “왜 왔어? 날 비웃으려고 온 거야?”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허리를 숙여 바닥에 널브러진 물건을 하나하나 주워 바구니에 가지런히 담아 다시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 사람은 초췌한 신미정의 모습에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게 왜 그러겠어.”“자기 배 아파 낳은 자식이 어떤 성질머리인 줄 몰라서 그래? 걔랑 화낼 필요 있어?”강한서 얘기가 나오자 신미정은 가슴이 꽉 막히는 것 같았다. “걔가 내가 낳은 게 맞아? 내 원수라고 해도 믿을 거야.”그 사람이 속삭였다. “내가 진작 얘기했잖아. 그쪽에 기대느니, 차라리 본인에게 기대는 편이 나을 거라고. 내 말은 죽어도 안 믿더니. 한서는 그 사람과 똑같아. 절대 뜻을 굽히지 않는 인간이잖아. 그런 애가 진작 눈치챘으니 어떻게 개의치 않을 수 있겠어?”“게다가 넌 한현진과 상극이니, 한현진을 위해서라도 한서는 절대 예전처럼 널 대하지 않을 거야.”신미정이 침대 시트를 움켜쥐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겁게 가라앉은 눈빛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을 수 없었다. 병원을 나선 강한서는 멀리서부터 자기 차 조수석 창문이 빼꼼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창문 틈 사이로 가느다란 하얀 손가락이 빼꼼 존재를 드러냈다. 처음엔 다섯 손가락을, 그다음엔 호선을 그리던 손가락이 곧 주먹을 쥐었다. 멈칫하던 강한서는 우울했던 기분이 순간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입꼬리를 씩 올리고 성큼성큼 차를 향해 걸어갔다. 차에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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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7화

한현진과 강한서가 탄 차는 충격으로 앞으로 밀려났고 그러면서 앞에 있던 아우디를 들이받았다. 강한서는 얼른 수동 브레이크를 올리며 다급하게 한현진을 바라보았다. “괜찮아? 어디 다쳤어?”한현진이 미간을 찌푸린 채 이마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난 괜찮아. 넌?”강한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백미러로 상황을 확인하더니 굳은 얼굴로 말했다. “넌 일단 신고하고 보험 회사에 연락해. 내가 내려가서 볼게.”한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한서가 차에서 내리자 그들을 들이받은 하얀색 봉고차가 보였다. 그가 휴대폰을 손에 들고 봉고차 앞으로 다가갔다. 봉고차의 차창은 짙은 선텐이 되어있어 안에 있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강한서는 어렴풋이 차 안의 사람이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강한서가 손을 들어 유리를 두드리려던 그때, 차 안에는 서슬 퍼런 칼날이 차가운 빛을 뿜어내며 서서히 칼집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의 손이 유리를 건드리기도 전에 강한서가 들이받은 아우디의 차주가 갑자기 달려들어 그의 옷깃을 잡았다. 아우디의 차주가 노발대발했다. “운전을 어떻게 하는 거야? 눈 삐었어?”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멱살을 잡은 아우디 차주의 손을 떼어냈다. 차가운 강한서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 차가 뒤에서 제 차를 박았어요.”그 남자는 봉고차를 힐끔 쳐다보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헛소리! 네가 들이받는 걸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그 남자와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던 강한서는 덤덤하게 말했다. “이미 신고했습니다. 경찰이 오면 처리하도록 하죠.”“난 바쁜 몸이야. 경찰이 오길 기다릴 시간이 어딨어? 2,000만 원 내놔!”고귀한 출신인 강한서의 주변에 이 남자처럼 입만 열면 쌍욕에 생떼를 부리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강한서는 부글부글 열이 끓어올랐지만 꾹 눌러 참았다. 그는 굳은 얼굴을 한 채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보험 회사에서 오면 알아서 할 겁니다. 선생님 마음대로 제 탓이라고 돈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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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8화

“사내놈이 사고를 내고 인정하지 않고 내가 따지니까 주먹을 휘두르는 거로도 모자라 임산부까지 밀어버리다니. 벤틀리 운전하면 다야? 이 나라는 법도 없어?!”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민 게 아니에요. 혼자 넘어진 거지.”“내가 X발,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 네가 밀었잖아!”주변엔 사고가 일어난 후 몰려든 사람들이었다. 앞쪽에 차가 길을 막고 있자 하나둘 나와 상황을 확인했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모르겠어요. 추돌 사고가 난 것 같은데, 싸우고 있나 봐요. 저 사람이 임산부를 밀었대요.”“아무리 그래도 임산부를 미는 건 아니죠.”“하여간 외제 차를 끌고 다니는 것들은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는 걸 알고는 자기 집 안방처럼 제멋대로 운전하면서 다닌다니까요.”“꼴 좋네요. 임산부에게 손을 대다니. 이번엔 골치 아픈 사람에게 걸렸네요.”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임산부는 더 큰 소리로 신음하며 정말 상황이 심각해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 남자는 어디가 아프냐고 묻기만 할 뿐, 앰뷸런스를 부를 생각은 전혀 없었다. 강한서는 시끄러운 주변의 소리를 들으며 더 이상 말다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앰뷸런스를 부르며 차에 올라타 기다리려고 했다. 그 모습을 본 남자는 무서워할 새도 없이 앞으로 다가가 강한서를 잡았다. “거기 서. 사람을 밀어놓고 그냥 가려고?”강한서는 누군가 얘기하며 자기 옷을 잡는 것을 제일 싫어했다. 그는 차가운 얼굴로 남자의 손을 쳐내며 나직하게 말했다. “하나, 제가 민 게 아닙니다. 둘, 제 차는 여기 있고, 전 어디도 가지 않을 겁니다. 셋, 당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저와 잘잘못을 따질 것이 아니라 앰뷸런스를 불러 당신 와이프를 병원으로 데려가는 것입니다.”“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집어치워. 지금 여기서 이 일을 해결하지 않고선 어디도 갈 생각하지 마!”강한서의 눈빛이 무겁게 빛났다. 남자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해결은 무슨, 남자는 그저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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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9화

한현진은 강한서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녀는 손을 바들바들 떨며 부부 앞으로 걸어갔다. 여전히 구부정한 허리를 유지한 채 물었다. “젊은이, 와이프는 좀 어때요?”표정이 많이 풀어진 강한서를 보며 남자는 그가 눈앞의 이 할머니의 말이라면 잘 듣겠구나 라고 판단했다. 남자가 이때가 기회다 싶어 얼른 고자질했다. “할머님 손자가 내 차를 박고 내 아내까지 밀었어요. 임신 5개월 차인데, 아이가 무사한지도 모르겠다고요.”그 말을 들은 한현진은 바로 휘청휘청 강한서에게로 걸어가 손을 들었다. “이 싹수없는 놈! 내가 평소에 널 그렇게 가르쳤어? 어떻게 임산부에게 손을 대?”강한서는 솜 주먹 같은 매를 맞으며 어쩔 수 없이 이 악물고 한현진의 연기에 맞춰줬다. “제가 안 밀었어요!”“이게 아직도!”말하며 한현진은 또 툭툭 강한서를 때렸다. 강한서는 입을 다물고 생각했다. ‘이 여자가 지금이 기회다 싶어 복수하는 거 아냐?’강한서를 혼쭐을 낸 한현진은 또 터져 나오듯 기침하더니 곧 자애로운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남자에게 말했다. “얘가 급히 날 병원으로 데리고 가느라 말을 심하게 했나 봐요. 워낙 성질이 급한 놈인지라. 젊은이가 좀 참아.”남자는 한현진을 힐끔 쳐다보았다. “이렇게 사리에 밝은 어르신 밑에 어쩌다 저런 싹수없는 손주가 다 나왔대요?”강한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곧 강한서가 화를 낼 것 같자, 한현진이 그의 손을 꽉 잡아 내리며 화제를 돌렸다. “아가씨는 좀 어때요? 먼저 병원에 데려가 검사해 봐야지 않겠어요?”“검사는 우리가 알아서 할 거예요. 돈이나 갚으세요.”한현진이 노파심에 거듭 말했다. “그래도 검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상황이 더 심각해서 지금 우리에게서 받은 돈보다 더 들면 어쩌려고?”남자는 어이가 없었다. ‘이 늙은이 노망났어? 돈을 적게 줄까 봐 걱정하는 거야?’“이런 쓸데없는 얘기할 시간 없어요. 4,000만 원으로 깔끔하게 정리해요. 정말 심각하다고 해도 또 책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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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0화

강한서는 입을 꾹 닫았다. 그는 한현진이 꽤 비슷하게 따라 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창피한 일에 왜 나까지 끌어들이는 거야?’불쾌한 기분을 꾹 누르며 강한서는 손을 뻗어 한현진의 어깨를 감쌌다. “할머니, 괜찮아요? 일어날 수 있겠어요?”한현진이 얼른 끙끙,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아이고야... 움, 움직이지 마. 아이고, 아파 죽겠네...”“이렇게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가 침으로 저 사람을 찔렀다고? 정말 책임 회피를 위해서 저런 소리도 할 수 있다니.”“저 임산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어쩐지 눈에 익어요.”“지난번 숏폼에서 핫했던 영상이 있어요. 그 영상에서도 사람과 부딪힌 임산부가 다친 곳도 없이 멀쩡하면서 다짜고짜 2,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잖아요. 경찰까지 와서 오랫동안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몇백만 원이나 배상했었는데. 그 여자 아니에요?”“그러고 보니 닮은 것 같아요. 제가 동영상 찾아볼게요.”상황이 불리하게 흘러가자 남자는 아내를 끌고 자리를 피하려 했다. 열성적인 시민이 그들을 막아섰다. “할머니가 저렇게 다치셨는데, 어딜 도망가려고요?”남자에게는 더 이상 방금까지 당당하던 기세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아내를 병원에 데려다주려고요.”“앰뷸런스가 곧 올 거예요. 잠깐만 기다리세요.”그 순간, 앰뷸런스와 경찰이 동시에 현장에 도착했다. 한현진의 연기도 의사 앞에서는 당연히 들킬 수밖에 없어졌다. 그리고 그 임산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게다가 경찰을 통해 그 두 사람은 교통사고로 위장해 돈을 뜯어내는 사기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3 개월 사이, 경찰에 신고된 사건 기록만 해도 3개였다. 두 사람이 똑같은 수법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뜯어냈을지는 모를 일이었다. 물론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한현진식 복수 행위도 경찰에게 호되게 혼이 났다. 그들을 들이받았던 하얀색 봉고차를 조사 결과 대포차라고 했다. 현재 차주의 신원을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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