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동생이었지만, 하현수는 하리수가 탐탁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하리수는 스물대여섯이 되도록 남자친구 한번 사귀지 않고 허구한 날 여자들과 어울려 다니는 골칫거리였다. “아 참, 현수 님! 조금 전 창현 님 룸에서 하희라 님과 잠깐 인사를 나눴었는데, 다들 아는 사이시죠?” 임동현은 서둘러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하현수 남매는 익숙한 이름을 듣고 흠칫했다. 이때, 임동현은 그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읽어냈다.한참의 침묵이 있고 나서 하현수가 말했다.“우리 하씨 가문의 큰 아가씨입니다! 제 큰아버지의 딸이니 저희 둘하고는 사촌지간입니다.”임동현은 하현수가 불편해하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그의 말대로라면 한 가족이나 다름없었지만 뭔지 모를 어색하고 불편한 기색이 그의 얼굴에 역력했다. 그들 사이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듯해 보였다.임동현은 아직 거대한 가문의 후계자 구도에서 벌어지는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에 대해 모르는 눈치였다.조선시대에 아홉 황자가 용좌를 쟁탈하듯, 가문 후계자가 정해지기 전까지는 치열한 경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때로는 후계자가 정해졌다고 하더라도 뒤에서 수작을 부리기 일쑤였다.후계자 경쟁 구도에서 정말 뛰어난 사람이 있어 모두를 기죽이지 않는 한 치열한 경쟁은 계속될 것이다.“임동현 씨, 혹시 하희라와 각별한 사이세요?” 하리수가 물었다.“각별하긴요! 고작 두 번 봤을 뿐인걸요! 그분도 창현 님의 부탁을 받고 왔더라고요.”임동현이 재빨리 대답했다.하리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각별한 사이가 아니면 다행이지 뭐...’그는 임동현을 적으로 돌리기 싫었다.그 이유를 따져보면 첫째로는 현영과의 관계가 마음에 걸렸고, 둘째로는 제갈창현이 부탁을 할 정도니, 임동현의 실력도 만만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지금까지 하리수와 하현수는 하희라를 상대로 그다지 승산이 없었는데, 임동현까지 적으로 돌린다면 그들을 이길 가능성은 전혀 없게 될 것이다.하지만 임동현을 그들의 편으로 끌어들인다면 기회가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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