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 아빠가 대단해!의 모든 챕터: 챕터 981 - 챕터 990

1609 챕터

제981화

“밥 먹으러 가자.” 김신걸은 화를 억누르고, 원유희와 삼둥이를 데리고 차에 올랐다.집으로 돌아가는 차에서 원유희는 삼둥이가 이상하게 얌전하다는 것을 느꼈다. 차를 타고서도 늘 조잘거리던 세 녀석이 웬일로 자기한테 기대어 찍소리하지 않고 있다.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애들처럼 온순하기 그지없었다.유희는 영문을 몰랐다.“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원유희는 아이들에게 물었다.세 꼬마가 일제히 고개를 저었다.김신걸은 검은 눈동자로 매섭게 애들을 째려보았다.“피곤했나 봐!”조한은 빨갛게 상기된 작은 얼굴을 하고 말을 꾹 참고 있었다.다른 두 녀석도 고개를 끄덕이며, 정말 피곤하다는 뜻을 밝혔다.원유희는 얼굴을 돌려 김신걸을 보았다. 얼굴색은 예전과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짙게 드리운 어두운 안색은 왠지 모르게 심상찮은 느낌이 들었다.어전원에 도착한 다섯 식구는 주방에서 밥을 먹었다.식사를 마친 원유희는 화장실에 갔다.세 녀석도 따라가려고 하자 김신걸이 불러 세웠다.“동작 그만.”원유희는 고개를 돌려 그들을 살펴보았다. 기억을 잃은 뒤 사고력이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너희들도 화장실에 갈 거니?”“안 간대.” 김신걸이 대신 답했다. “다녀와.”원유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몸을 돌려 화장실로 갔다.화장실 문이 닫히자, 검은 그림자가 세 아이에게 다가왔다. 삼둥이들은 벌벌 떨었다.“아빠…….”“오늘은 애교 안 통해. 스리슬쩍 넘어갈 생각하지 마.” 김신걸의 위엄이 드러났다.합죽이가 된 세 꼬마는 작은 입을 꼭 다물고 있다.“너희 둘, 서재에 가서 벽 보고 반성해.” 김신걸이 조한과 상우에게 말했다.“우…… 우리 달못 없더요.”김신걸의 기에 주눅 들지 않고 조한은 승복하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내가 너희들에게 표원식 아저씨와 만나지 말랬지? “김신걸이 위압적으로 물었다.“아빠, 오늘 우연히 만…….” 상우가 상황 설명을 시도했다.“우연하게 만났다고 같이 쇼핑하고 놀아?”김신걸은 엄하게 다그쳤다.“서재 안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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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2화

조한은 즉각 자극요법에 반응했다. 그는 작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못하긴요? 우리 할 수 있떠요!”상우는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좋아, 10장 베껴 써.”말을 마친 김신걸은 일어나 서재를 나왔다.김신걸이 나가자, 상우가 괴로워했다.“이제 어떻게 하지? 우리 간단한 한글밖에 못 쓰잖아…….”“암튼 난 할 거야!” 조한은 쉽게 굽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 고사리손으로 펜을 들고 낑낑거리기 글을 쓰기 시작했다.좋아, 부적이라도 그려보지.“못생겼어!” 상우가 평을 내렸다.“…….”조한은 침묵으로 일관했다.방으로 돌아온 김신걸은 원유희가 침대 옆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혼자 방에서 멍때리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뭔 생각하고 있어?”그녀의 앞에 선 김신걸의 늘씬한 몸매는 강한 압도감을 주었다.원유희는 일어서서 약간 허탈한 눈빛으로 물었다.“화났어?”“쉽지 않네. 티 났어?”원유희는 어리둥절했다. 그는 정말 화가 났다. 왜?“설마…… 그 교장선생님 때문에?”“무슨 얘기했어?” 김신걸이 물었다.“…… 무슨 말을 할까 봐 두렵니?” 원유희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김신걸의 숯검댕이 눈썹이 틀어지면서 얼굴은 차갑고 딱딱하게 변했다. 온몸의 카리스마가 더욱 강한 압도감이 느껴졌다.원유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은 별말 안 했어……. 예전에 내가 아이를 학교에 맡겼다는 얘기만 했어.”“앞으로 연락하지 마.”김신걸이 말했다.“알았어……. 나 씻으러 갈게.”원유희는 몸을 돌려 욕실로 갔다.그녀는 여전히 더 많은 것을 물어볼 용기가 없었다.자신과 김신걸의 신분 차이를 잘 알고 있고, 김신걸에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인 것도 더욱 잘 알고 있다. 그녀는 단지 아이들에게만 중요할 존재일 뿐이다.지금 이 처지에 어전원에서 편안히 살 수 있게 해준 것만으로 감지덕지해야 했다. 더 많은 걸 바라는 건 사치였다. 예컨대 그녀를 좋아해 준다는 거…….표원식이 한 이야기가 이 문제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김신걸은 윤설을 좋아하고 또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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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3화

“아빠, 설마 지금 질투하는 거에요? 다음에는 아빠라고 부르지 않을게요!”조한이 패기 있게 말했다.“우리도 알고 있더요. 우리 아빠는 한 명뿐이에요.”상우가 말했다.김신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부르지 마. 앞으로 그 아저씨 만나면 안 돼!”“아빠, 억지쟁이!”조한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계속 베끼고 싶어?” 김신걸이 협박했다.조한과 상우의 작은 얼굴이 공포에 질려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싫어요!”김신걸이 이 녀석들을 못 잡을 리 없다.“방에 들어가 자.”꼬마 녀석들이 부리나케 서재를 빠져나와 짧은 다리를 빨리 움직였다.원유희는 아이들이 처벌받은 것에 대해 전혀 몰랐다.삼둥이도 유희에게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결국 그들도 아빠가 두려웠기 때문이다!어쩌면 또 그렇게 어려운 글자를 베껴 써야 할지도 모르니!……김신걸은 요 며칠 비교적 바빴다. 원유희는 대부분 시간을 어전원에서 보냈고 외출은 전혀 하지 않았다.표원식을 찾아 지난 일을 물어보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때로는 모르는 것이 오히려 속이 편하다.다만 이런 일상의 평온함이 또 무언가가 부족한 것 같았다. 그녀를 우울하게 했다.원유희는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것을 보고 혼자 거실로 돌아갔다.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켜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한창 방송되고 있는 연예계 뉴스를 보았다. 피아노 옆에 우아하게 서 있는 윤설은 여러 매체의 인터뷰와 사진에 응하고 있었다. 조명 속에 비친 그녀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고 고아해 보였다.새로 구입한 피아노와의 대면식 같은 이벤트였다.“윤설 씨, 갈수록 점점 더 아름다워지고 있네요. 연예계 비주얼의 끝판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미모면 미모, 재주면 재주,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네요. 다음 주에 A시에서 연주회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런가요?”환하게 웃고 있는 윤설의 모습이 유난히 눈부셨다.“호호, 역시 일간지 기자님들이라 그런지 소식이 참 빠르시군요. 아직 확실하지는 않습니다!”“윤설 씨, 옆에 있는 이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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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4화

“길면 이틀.”입술을 앙 다운 원유희의 숨소리가 약간 떨리는 듯했다.다음 날 오전 김신걸은 A시로 떠났다. 원유희는 여전히 어전원에 있었다.바로 오후, 인터넷에는 윤설이 A시에서 피아노 연주 행사를 개최한다는 기사가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심지어 A시에서 윤설이 호텔을 드나드는 모습도 매체에 찍혔다.잔디밭에 앉아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지나 왠지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렀다. 우는 모습을 애들한테 들키지 않기 위해 고개를 푹 숙였다.‘현재 김신걸도 A시, 윤설도 A시, 설마 둘은 지금 함께 있을까?’원유희는 자신이 내뱉는 모든 숨결마저 떨리고 슬프게 느껴졌다.흐릿한 시선 속에 비친 결혼반지는 마음을 옥죄이는 사슬같이 볼수록 더 괴로웠다.저녁 먹고 원유희는 힘없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마침 침대 머리맡에 둔 핸드폰이 울렸다. 김신걸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원유희가 받았다.“여보세요…….”“잤어?”“아직…… 일 다 봤어?”원유희가 힘없이 물었다.“뭐, 거의……. 내일 돌아가. 나 보고 싶었어?” 김신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전화기를 뚫고 들어왔다.귀가 간질간질했다. 그녀는 가볍게 응, 하고 수긍했다.전화 저편, 김신걸의 침묵.“저기…….”뭔가 말을 꺼내려고 하는데, 김신걸이 갑자기 말을 끊었다.“잠깐만, 여기 일이 생겼어. 좀 늦게 전화할게.”원유희가 대답도 하기 전에 전화는 이미 끊겼다.김신걸의 베개를 베고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김신걸의 전화를 오매불망 기다리던 원유희는 잠이 들 때까지 김신걸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김신걸은 밤을 꼴딱 샜다. 진강 기슭을 따라 시작된 수색은 아침 7시까지 진행되었다. 아침에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시내 호텔 스위트룸에 도착했다.이렇게 바쁠 줄은 꿈에도 몰랐다.휴대전화를 들어 원유희에게 전화해야 할지 고민했다. ‘시간이 너무 이르네. 괜히 아침 단잠을 깨울 필요는 없지…….’진선우는 수색할 일을 고민하는 줄 알고 입을 열었다.“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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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5화

두 도시의 거물들이 만났으니 이번 회동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이로 따라 적지 않은 후폭풍을 일으켰다.왜 만났지? 백화점에 무슨 큰 변고가 있는 걸까? 이런 회동은 처음이다.그냥 간단한 밥 한 끼 먹는 줄은 미처 생각도 못 했다.김신걸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 레스토랑에는 육성현 혼자만 있었다.“늦었습니다.” 김신걸은 앉았다.“아니, 나도 방금 도착했어.”육성현이 말했다.“제성에 있을 때부터 같이 식사하자는 게, 첫 식사를 A시에 할 줄은 몰랐네. 푸대접은 아니어야 할 텐데…….”“아닙니다. 안 그래도 제가 오늘 전화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정보가 빠를 줄은 몰랐습니다.” 김신걸은 별다른 내색 없이 침착했다.“그렇게 거창하게 수색을 벌이는데, 모르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육성현은 눈빛이 냉담하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사람을 찾고 있는 겐가? 내가 도울 수도 있을 텐데…….”똑똑한 사람들은 말을 빙빙 에둘러 하지 않는다. 아니, 할 필요가 없다.“라인이라는 여자를 찾고 있습니다. 총상을 입고 진강에 추락했는데, A시로 도주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직 행방불명인 상태입니다.”김신걸이 말했다.“그래, 사람들에게 일러두지. 꼭 찾아낼 거야.”육성현이 말하면서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분명히 또 누군가가 올 것이다.“오늘 둘만의 식사 자리인 줄 알았습니다.” 김신걸은 참을성이 없이 말을 꺼냈다.“자네도 아는 사람일세. 저기 오네.” 육성현이 말했다.고개를 돌려 보니, 화려하지만 깔끔한 차림의 윤설이 종업원의 인솔하에 레스토랑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육성현이 말을 이었다.“마침 설이도 A시에 있었네. 자네도 있고, 식사는 여러 사람이 함께해야 맛있는 법이지.”윤설이 테이블 자리에 도착했다.“아저씨.” 김신걸을 바라보는 눈빛에 애정이 듬뿍 담겨있었다.“신걸아.”김신걸은 별말 없이 담담하게 쳐다보았다.김신걸의 거리를 두는 듯한 태도에 윤설의 웃음도 다소 억지스러워졌다.“앉아.” 육성현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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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6화

난처한 상황에서 벗어난 윤설은 바로 육성현의 말에 반응했다. “네, 아저씨, VIP 석을 미리 준비해 놓을게요.” 마음속의 불쾌함을 감추고자 내심 애쓰고 있었다.‘이렇게 급히 돌아가려는 것은 원유희와 함께 있고 싶은 거겠지?’그녀는 김신걸이 남아주기를 진심으로 바랬다.그러나 누구도 그의 결정에 왈가왈부할 수 없다.식사를 마치고 그는 일찍이 자리를 떴다.윤설이 말했다.“아저씨, 신걸이 언제 A시에 왔어요?”“어제 오전에……. 몰랐어?” 육성현은 손에 와인잔을 들고 물었다.“요즘 바빠서 만나지도 못했어요. 그리고…… 얼마 전에 유희 씨가 교통사고 났다고 말씀드렸었잖아요. 그 일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했어요.”윤설이 말했다.그녀는 육성현을 이용하여 김신걸과의 관계를 만회하려고 했다.육성현은 자신이 윤정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니 오늘 저녁 식사에 자신을 초대할 수 있었겠지? 그것도 김신걸과 함께 한 자리에…… 이는 명백히 그녀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엄마가 돌아가신 후 신걸의 위로가 절실히 필요한데…….”윤설은 슬프고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아저씨, 저 좀 도와주세요. 저는 신걸이 없으면 안 돼요. 유희 씨는 그래도 애가 셋이나 있잖아요!”“남의 애정전선에 내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없는 노릇이고…… 하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설아가 우세한 거 같은데…… 신걸이도 너에게 매정한 거 같지는 않두만…….”육성현은 뜨뜻미지근하게 말했다.“저도 신걸이가 저한테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아요. 삼둥이가 없었더라면, 저는 지금쯤 이미 신걸이와 결혼했겠죠.”윤설은 자신 있게 말했다.그녀의 엄마도 남자의 약점은 애라고 말했었다.하필 그녀는 없었다.“사람은 말이야, 목숨이 붙어있는 한 늘 기회는 있단다.” 육성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일어나 떠났다.“있다가 시간 맞춰 갈게.”윤설은 육성현이 식당 입구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육성현의 한 말은 그녀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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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7화

차에 오르려는 김신걸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원유희 앞으로 다가왔다.원유희는 그가 무슨 일을 당부하려는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김신걸은 두 손으로 삼둥이의 눈을 가리고는 얇은 입술로 그녀의 작은 입을 덮쳤다. 달콤한 입맞춤에 원유희는 심장이 멈출 것 같았다.눈앞이 갑자기 어두워졌다가 밝아진 삼둥이는 이 상황이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아빠의 차는 떠났는데, 엄마의 얼굴은 발그스레 해졌다. 마치 맛있는 빨간 사과처럼.원유희는 오전에 아이들과 함께 거실에서 그림을 그리며 놀았다.핸드폰이 울리자 확인해 보니 김신걸이 걸어온 전화다.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거실 밖을 나가면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오늘은 점심은 집에 안 들를거야.”“음, 회사에서 먹을 거야?” 원유희가 물었다.“응, 오후에 별일 없으면 일찍 들어갈게.”“응, 일 봐.”“착하네. 말도 잘 듣고…….”“나…… 아기 아닌데…….”원유희는 김신걸이 자신을 애 취급하는 것처럼 느꼈다.“어리진 않지.” 김신걸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했다.왠지 모르지만, 그의 말이 좀 이상하게 들렸다. 뭐가 이상한지는 잘 모르겠으나.전화를 끊고 원유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사모님, 지금 사장님 생각하고 있죠? 보고 싶은가보다…….”임민정이 다가와 웃으며 물었다.원유희는 얼굴이 뜨거워졌다.“아니에요, 보고 싶긴요…….”“보고 싶으면, 회사에 가면 되죠.”임민정이 말했다.“바쁜 사람인데, 내가 가면 방해되죠.”원유희도 가고 싶지만, 또 한편으로 김신걸의 일을 방해할까 봐 두려웠다.임민정이 아이디어를 냈다.“사장님에게 도시락을 챙겨가는 건 어때요? 사장님 일도 바쁘다고 식사 거르면 안 될 텐데…….”맞는 얘기다. 아무리 바빠도 끼니는 챙겨야 하니, 도시락 챙겨가는 구실이 그럴싸해 보였다.그런데, 한 번도 간 적이 없으니 덜컥 겁이 나기도…….“사모님, 가세요! 사장님이 사모님을 보시면 틀림없이 좋아하실 거예요!” 임민정은 그녀를 주방 쪽으로 끌고 갔다.“정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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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8화

유희는 휴게실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충격으로 안색이 하얗게 질렸고 호흡마저 가빠졌다.“어제 우리 A시에서 행복한 하룻밤 보냈잖아. 오늘 또 찾아오면 어떡해?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너무 자주 만나면 유희한테 들킬 텐데…….”윤설의 걱정스럽고 난처한 목소리.“신걸아, 너 많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거 알고 있어. 애들을 위해 지금껏 참고 견딘 거. 애들에게 자상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유희를 사랑하는 척한 거…… 나, 다 알고 있어. 나도 괴로워. 그때 내가 유희랑 결혼하라고 강요하지 말았어야 했어……. 그래서 난 지금 전에 네가 얘기했던 그 제안에 동의해. 적당한 때에 유희랑 이혼해. 중요한 것은,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해, 너 없으면 안 돼…… 유희는 절대로 나한테서 널 뺏지 않을 거야.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차지한다고 좋은 결과가 있는 건 아니니까…….”원유희는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눈에 물안개가 낀 뜻 시야가 흐릿해졌다.더 이상 듣고 있을 수 없어 몸을 돌려 탁자 위의 도시락을 들고 정신없이 사무실을 뛰쳐나왔다.윤설은 바깥의 동정을 듣고 나서야 휴게실 문을 열고 나왔다.그렇다. 휴게실 안에는 그녀 혼자뿐이었다. 김신걸이 오늘 바깥 용무로 바쁘다는 것을 알고 미리 여기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자기 남편이 전 약혼녀와 함께 있는 게 어떤 느낌인지 제대로 맛보게 해주리라. 원유희를 궁지로 몰 때까지!원유희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주차장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면서 발걸음이 꼬이면서 앞으로 넘어졌다.“아!”손에 든 도시락이 바닥에 떨어져 모두 뒤집혔다.원유희는 준비한 음식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는 줍지도 않고 고개를 들고 차로 향했다.차에 오르자,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운전기사는 물었다.“사모님, 빨리 오셨네요. 점심 도시락 배달은 잘하셨습니까?”“없었어요.”원유희가 말했다.사람이 없다니, 기사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그는, 원유희가 기분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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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9화

“사모님, 다른 사람한테 말씀하시는 건 아니겠죠? 사장님이 절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임민정이 말했다.심장이 찢어질 것 같았지만, 임민정의 처지를 고려해 살며시 얘기했다.“걱정하지 마요. 얘기하지 않을 거예요. 어전원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고마워요. 솔직하게 얘기해줘서…….”“저도 말하면 안 되는데……. 사모님이 속고 있는 게 너무 딱해서……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어요.”임민정은 말했다.“사장님은 윤설 아가씨를 사랑하면서, 왜 사모님과 결혼했는지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이러면 두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셈인데…….”원유희는 슬픈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왜 그녀와 결혼했을까?사무실에서 똑똑히 들었다. 김신걸은 윤설의 핍박에 못 이겨 자신과 결혼했다고.처음에는 그래도 애들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그녀의 결혼은 그들의 시주품이다. 내키지 않으면 언제든지 빼앗아 갈 수 있는…….“사모님, 괜찮으세요?” 임민정은 관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아니요…….”거실에 들어서니 아이들은 지금 밥 먹는 중이라고 임민정이 말해주었다.그래서 곧장 방으로 올라갔다.마음이 어지럽고 아팠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자신을 끌고 땅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지옥까지.멍때리고 있는데 삼둥이가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엄마!”“엄마!”“엄마!”원유희는 정신을 가다듬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애들과 장난쳤다.“밥은 다 먹었어?”“엄마 밥 먹었더요?” 조한이 물었다.유담은 약삭빠르게 말했다.“엄마가 아빠 도시락 배달 갔다고 해림 아더씨가 얘기해줬닪아. 그러니까 틀림없이 아빠랑 같이 밥 먹었지…….”“맞아!” 상우도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원유희는 그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먹었어.”아무 것도 먹지 않았지만, 충격으로 인해 밥 생각도 없었다.자신이 보고 들은 것들은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남편에게 무시당한 걸 얘기해 봤자 자기 얼굴에 침 뱉기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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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0화

유담의 얼굴과 함께 유희의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이어 조한과 상우의 작은 머리가 밀고 들어와 아빠를 소리 높이 불렀다.어른 한 명과 꼬마 세 명, 모자가 함께하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것 같았다. 검은 눈동자에 자상함이 서려 있었다.영상 속 김신걸의 화면 배경은 사무실이었다.조금 전 윤설과 휴게실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이쯤이면 윤설은 떠났겠지, 그랬으니까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거지…….“아빠, 우리 지금 엄마랑 나비 잡고 있더요.” 조한은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기운이 넘친다.“나와 엄마는 나비 사진을 찍고 있더요!” 유담도 한마디 거들었다.“나비가 많아요! 예뻐요!” 상우가 말했다.삼둥이는 번갈아가며 아빠와 재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나비 사진 찍어서 보내줘.” 김신걸이 말했다.“엄마 핸드폰 드려.”“네!” 삼둥이는 핸드폰을 유희에게 넘기고 해림에게 달려갔다. 핸드폰 내놓으라고.영상에는 김신걸과 원유희가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김신걸의 검은 눈동자를 보며 원유희는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별일 없으면 아이들한테 가볼게…….”“왜? 내가 애들보다 못해? 응?” 낮고 굵은 김신걸의 목소리가 귀를 간질였다.원유희는 시선을 떨구었다.“바쁜 거 아냐?”“지금은 안 바빠.”“밥은?”원유희가 물었다.“아직, 이제야 막 시간이 나서……. 이따가 먹으려고.” 김신걸이 말했다.‘윤설이 갔으니, 시간이 났겠지…….’자신은 윤설보다 뒷전이다. 그런데 전화는 왜 한 걸까?분명 애들 때문이겠지, 절대 자기 때문이 아니라…….만약 오늘 드래곤 그룹에 가지 않았더라면, 정말 멍청하게 김신걸의 모든 행동이 진심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그럼 밥 먹으러 가, 난 애들한테 가 볼게.”“응, 오후에 갈게. 그리고 낮잠은 애들 따로 재워. 같이 자지 말고!” 김신걸은 말했다.“……알았어.”원유희는 화상 전화를 끊고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녀가 낮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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