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사람이 죽은 적이 있는데, 너는 두렵지도 않아?”윤설은 몇 분 동안 묵념한 후에 물었다.“내가 죽인 것도 아닌데 두려워할 이유가 없잖아.”원유희는 솔직히 말했다.윤설은 원유희의 단순한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냉소했다.‘무식한 사람이 두려움도 없다고 했는데.’윤설은 눈물을 흘리며 몸을 돌려 원유희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곤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유희야, 난 이제 가족도 없어. 근데 넌 세쌍둥이가 있잖아, 그러니까 신걸 씨는 그만 돌려줄래?”“뭐…….”원유희는 깜짝 놀랐다.“난 신걸 씨를 사랑하고 있고 신걸 씨도 날 사랑해. 그러니까 이만 우리를 행복하게 해줘.”원유희는 시선을 피했다. 윤설의 요구는 원유희를 난처하게 만들었고 원유희는 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신걸 씨가…….”“너 지금 신걸 씨를 피하고 있는 거 아냐?”윤설은 자기 질문을 듣자 마자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한 원유희를 보고 자기의 짐작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신걸 씨가 그러는데 네가 자꾸 피해서 이혼을 얘기할 기회도 없었대. 유희야, 이러지 마. 도망가도 소용없어. 이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해!”원유희는 뒷걸음을 치며 당황한 듯 고개를 저었다.“나한테 애가 있는데 신걸이가 왜 이혼을…….”“날 사랑하니까, 너랑 매일 연기하는 게 이젠 지겹대!”윤설의 대답은 마치 망치처럼 원유희의 심장을 세게 쳤다. 김신걸이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이미 원유희 마음속의 가시가 되었고 입을 열 용기를 잃게 했다.그러다가 윤설은 원유희 앞에 무릎을 꿇었다. 원유희는 너무 놀라 뒤로 물러섰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일어나…….”“아니! 신걸 씨를 위해서라면 이정돈 얼마든지 할 수 있어!”윤설은 비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유희야, 그렇게 이기적이어서는 안 돼! 너랑 계속 같이 있으면 신걸 씨는 행복하지 않을 거야!”“나…… 모르겠어, 이러지 마…….”원유희는 몸을 돌렸는데 마음은 이미 착잡해졌고 궁지에서 발버둥 치려고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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