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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1화

“괜찮습니다. 당신과 상관없는 일입니다.”원유희는 방 앞에 도착해서 말했다. “들어와서 짐 좀 치워주세요.”임민정은 따라 들어가서 물었다.“무슨 물건을 치워요?”“전 어전원을 떠날 것입니다. 여기에 살지 않을 것입니다. 빨래해 놓은 것들을 좀 정리해서 넣으면 돼요.”원유희가 말했다.“어…… 네…….”임민정은 명령에 따라 옷방에 가서 옷을 정리했다.원유희는 침대에 기대앉았다. 몸과 마음이 피곤했다. 분노와 씁쓸한 감정에 휩싸여 있었다.틀림없이 그녀의 눈이 보이지 않는 것과 기억을 회복하는 것은 모두 김신걸이 윤설에게 알려준 것이다. 정말 어이가 없다!그녀는 김신걸과 같은 사람과 같은 집에서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와 동침할 수 없다, 한시도 여기에 머물 수 없다…….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녀는 김신걸이 들어왔다는 것을 알았다.저쪽에서 정리하고 있던 임민정은 상자를 들고나와 서 있었다. 한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원유희는 일어서서 말했다.“가져와요.”임민정은 감히 김선생의 면전에서 하지 못했다.방 전체의 분위기가 그녀의 모골이 송연하게 했다.“나가.” 김신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임민정은 상자를 내려놓고 나갔다.원유희는 지팡이를 짚고 캐리어를 찾았다. 손잡이를 당겨 나가려고 했다.앞의 검은 그림자가 막고 있어 지팡이가 장애물에 걸렸다.그녀는 김신걸인 걸 알고…….“어디가?” 김신걸의 묵직한 목소리. “우리 엄마 별장이든 어디든 좋아. 아무튼 난 여기에서 살지 않을 거야.” 원유희는 김신걸이 비키든 말든 옆으로 이동하며 그의 곁을 지나가려 했다.김신걸이 캐리어 손잡이를 잡아당겼다.“김신걸, 뭐 하는 거야?” 원유희는 그에게서 빼앗으려 했다.그러나 그녀의 힘으로 힘이 센 김신걸에게서 빼앗을 수 없었다. 캐리어는 그의 손에서 내팽개쳐졌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캐리어가 벽에 부딪혀 떨어졌고, 안에 있던 옷이 온 바닥에 쏟아졌다.원유희는 놀라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캐리어를 내팽개쳐 놓은 힘과 같은 압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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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원유희는 식탁에 앉아 식사했다. 안방의 거실에는 그녀와 김신걸밖에 없었다.접시 위의 요리는 모두 김신걸이 그녀에게 집어준 것이다.원유희는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지금의 괴로움은 그녀를 잠식시킬 거만 같았다.손에 든 젓가락으로 접시에 있는 밥을 찔끔찔끔 찔렀고, 입에 잘 넣지도 못했다.“내가 먹여줄까?” 김신걸이 그녀의 손에 있는 젓가락을 들고 고기를 집어 그녀에게 내밀었다.원유희는 얼굴을 돌리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온몸의 모든 세포가 그를 거절했다.추락, 슬픔, 절망…….“어떻게 해야 먹을래?” 김신걸이 인내하며 물었다.“윤설을 잡아? 이 일은 내가 처리할 테니 아무 생각도 하지 마.”원유희는 무표정에 거의 무감각했다.그래, 그는 조사하러 가는 것이 아니야.이미 뻔한 일인데 왜 조사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겠어?그녀는 필요 없어…….“별장에 묵고 싶어.”원유희가 말했다.“부부가 별거해서는 안 돼!”김신걸은 강경하게 말했다.“밥 먹어.”“김신걸, 이 상황이 재미있니?” 원유희는 정서가 불안했다.“네가 여기 사는 것과 별장에 사는 것은 다르지 않아.”김신걸이 그녀에게 사실을 말해주었다.원유희는 입술을 꼭 다물었다. 그녀가 별장에 가면, 김신걸도 나타날 테고, 마치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것처럼, 여기 있는 것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입술을 오므렸다. 그는 별장에 갔다. 김신걸도 나타났다. 예를 들면 자신의 지반에 들어가면 확실히 이곳과 구별이 없다.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다르다.“아이가 알았는데 어떻게 생각하겠어? 내가 너를 학대한다고 생각할 거야. 아이들의 성장에도 안 좋아.”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별장에 살고 싶다면 온 가족이 가서 며칠 만이라도 묵을까.” 김신걸이 직접 그녀에게 일정을 안배해 주었다.“그냥 날 보내기 싫은 거지?” 원유희는 인내하며 말했다. 그의 숨소리마저 떨렸다.“자신을 너무 몰아붙이지 마, 그렇지 않으면 네가 더 불편해져.”김신걸의 독재적이고 강력한 어조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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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3화

식사 후에 다섯 식구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밖에 나가 산책을 했다.김신걸과 함께 있으면 다른 하인들은 따라올 필요가 없다.“엄마 엄마, 여기 여기!” 유담이가 엄마 손을 잡고 깡충깡충 뛰었다.세 아이는 큰 잔디밭으로 놀러 갔다.조한는 축구를 하고, 상우는 골프채를 끌고 달리 있다. 골프채보다 크지 않아 끌 수밖에 없었다. 유담은 잔디밭에 쪼그리고 앉아 애벌레를 찾고 있을 것이다.유담은 애벌레가 틀림없이 나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원유희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그때 김신걸의 휴대전화 진동 소리가 그녀를 현실로 잡아당겼다.원유희는 김신걸이 전화를 받는 소리를 듣지 못했고, 또한 그가 떠나는 것도 보지 못했다. 그는 전화를 받지 않고 바로 거절한 것이다.그래, 지금 윤설의 전화를 받기는 불편하겠지.그녀는 개의치 않는데, 윤설에게 무정한 척할 필요가 있겠는가?한밤중에 핸드폰이 다시 진동하기 시작했다.김신걸은 휴대전화를 확인하더니 일어나 가서 받았다.원유희는 눈이 보이지 않은 후부터 어떤 움직임도 그녀에게 민감하게 다가왔다.초점이 없는 눈을 살짝 뜨고 김신걸이 방을 나가는 것을 들었다.신걸이 윤설의 전화 받았다.원유희는 가슴이 무엇에 막힌 것처럼 숨이 막혀왔다…….“무슨 일로 한밤중에 전화합니까?” 김신걸은 복도 가드레일 옆에 서서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음산하다.“신걸, 난 유희가 너무 걱정되어서, 걔 지금 괜찮지? 그렇게 될 줄 알았으면 라인 얘기는 안 하는 건데.”윤설은 후회하고 억울해하는 모습을 보였다.“어전원에 오지 말라니까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것 같아.” 김신걸이 냉담했다.“나는 너를 찾으러 간 게 아니야. 난 분명 널 피한다고 피했는데…….”윤설는 일부러 김신걸이 그녀를 보고 싶지 않아 한다고 착각한 척했다.“다시는 나타나지 마!” 김신걸이 직접 전화를 끊었다.온몸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방으로 돌아와 침대에서 곤히 잠든 유희를 품에 안았다.잠자기 전에 원유희는 거절했지만, 지금 거절하면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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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김신걸은 애초 그녀랑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그냥 김신걸 손아귀속의 놀이감일뿐, 사람으로서의 자존이란 존재하지 않았다.그녀의 모든 건 오로지 김신걸의 소유로서 김신걸에 의해 좌지우지 되였다.제성의 꼭대기에 강림하고 있는 김신걸한테 그 누구도 감히 반기를 들 수 없었다.오전에 원유희와 아이들은 지금 막 바깥의 정원에 있었다.세 아이들은 서로 앞치락 뒤치락 놀고 있었고 원유희는 동그란 책상앞에 앉아 과일이랑 먹을 것들을 차려놓고 그녀만의 오전을 즐기고 있었다.그러다 원유희는 휴대폰을 꺼내 오서진한테 연락했다."오 비서님, 엄혜정한테 연락해서 나한테 전화하라고 하세요.""네."원래대로라면 원유희 휴대폰에는 엄혜정의 연락처가 등록되여 있을 거다. 다만 김신걸의 설정으로 원유희가 진정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몇몇 밖에 되지 않았다.그리고 그 몇몇에는 엄혜정은 제외되여 있었던 거다. 당연 육성현도 그중에 없었다."조한아."원유희는 아들을 불렀다."네, 무슨 시키실 일이라도 있어요, 엄마?"조한은 쪼르르 달려오면서 말했다."내 주위에는 사람이 있어?""있어요."원유희는 웃으면서 말했다."아니, 내 말은 너랑 유담이, 상우를 제외하고.""그러면 없어요! 난 이미 멀리멀리 있으라고 했다요~!"이때 원유희의 휴대폰이 요란스레 울렸다. 그녀는 조한의 머리를 가볍게 몇번 쓰담았다."어서가서 놀아.""네!"조한은 다시금 쫑그르르 달려가서 상우랑 같이 그들만의 '과학연구'에 몰두하였다.바로 욕조에 담겨져 있는 물고기를 관찰하는 거였다. 아직도 살아 있다니, 꽤 완강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었다.그뒤 유담이 어디선가 꽃한송이를 뜯어와서 욕조에 던져버렸다. 물고기는 물위에 둥둥 떠있는 꽃송이 주위를 한참 배회하다 덥썩 물더니 그대로 삼켜버리는 거였다. 이에 셋은 깜짝 놀란 나머지 멀뚱히 바라만 보았다."유회야, 뭔일 있어? 서진 씨더러 나한테 연락하라고 했다며?"엄혜정의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흘러나왔다."자유롭게 얘기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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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5화

김신걸이 윤설을 은근 감싸주는 눈치던데 이렇게 된 이상 원유희는 절로 나서서 조사하는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만에하나 유력한 증거라도 찾게 되였을때 반드시 윤설을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 맘속으로 다짐했다."그애, 금방 원 형사님한테 전화를 드릴게."엄혜정은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휴대폰을 내려놓는데 순간 안전통로의 문이 강하게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엄혜정은 그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서 두리번 거렸다.보아하니 하우진이였다.엄혜정은 그런 하우진과 인사나 나눌까 고민하던 찰나 하우진부터 말을 건넸다."여기 휴대폰에서 커피해낸 음성파일이 있어요. 김하준 씨랑 통화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을 거에요. 필요할 거 같아서 혜정 씨한테 주는 거에요."그러면서 하우진은 손에 들려 있는 USB를 엄혜정한테 건네주었다.그뒤 엄혜정이 뭐라 하기도 전에 혼자 층계를 급급히 내려갔다.엄혜정은 덜떠름해서 자신한테 맡기고 간 USB를 멀뚱히 보다 생각했다.'아마 이걸로 하준 씨에 관해 더 깊숙히 알아낼 수 있을 거야.'이걸 이제 원봉한테 전해주고 폭로해 버리게 된다면 김하준은 더이상 육성현의 탈을 쓰고 막무가내로 행패를 부리지 못할 것이다.이때 그녀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의 벨소리가 울렸다.그리고 휴대폰을 확인해 보았을때 양석한테서 걸려온 전화라는 걸 발견하고는 USB를 감춰두고 한켠으로 전화를 받으면서 비서부로 발걸음을 향했다."양 비서님.""내 사무실로 한번 와봐요."그리고 드디여 비서부앞까지 도착한 엄혜정은 조심스레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양 비서님,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주바람이 이제 제성으로 출장을 가게 되는데 요 며칠은 혜정 씨가 그 빈자리를 대신 메꿔줘요."양석이 말했다. 이에 엄혜정은 제성이라는 말에 한마디 물어보았다."아현회사인가요?"아현회사라면 원유희가 설립한 회사였다."네, 맞습니다."엄혜정은 순간 구미가 동했는지 급급히 말했다."그 출장 내가 가면 않될가요?""혜정 씨의 일정은 대표님이 결정하는 거에요."양석은 냉철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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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6화

'이제? 이제 언제?!'엄혜정은 마냥 이런 생각들을 꾹꾹 맘속깊이 누르고 있었다."난 지금 성현 씨의 아내에요, 그렇게까지 나를 속박할 이유가 있나요? 난 어디에도 가지 않을 거에요.""이제 시간이 나면 나랑 같이 유회를 보러 가면 되잖아요."육성현은 커피를 다 마시고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그뒤 커다란 사무실 책상의 변두리따라 스르륵 손으로 만지면서 엄혜정앞까지 슬금슬금 걸어왔다."그러는 지금…… 난 혜정 씨한테 조금 재미나는 일을 해보고 싶은데……"어느샌가 육성현의 손은 거질게 엄혜정의 허리를 감싸고 자신한테로 끌어오고 있었다."않…… 않돼……"엄혜정은 놀라서 뒤걸음질 치려 했지만 이미 육성현한테 끌려가고 있었다."여기는 사무실에요!""그러니깐 재미있는 거죠? 더욱더 짜릿하고……"육성현은 자신의 품으로 당겨진 엄혜정을 쏘파로 내팽겨쳤다."앗!"엄혜정은 쏘파에 무자비하게 던져졌다. 비록 두 손으로 육성현을 밀쳐내려 했지만 결코 육성현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두 발을 감쌌던 하이힐은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드러나 보여지는 하얀 두 발은 두려움인지 긴장인지 움크려 들었고 그 앞의 김하준은 자신의 욕망을 스슷럼없이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만약 진짜 육성현이라면 절대로 공적인 사무실에서 이런 추태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엄혜정은 제성에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런 짐승같은 욕망을 다 받아 주었다. 결코 거절할 수 없었다.그렇게 정오가 다 되여서야 엄혜정은 후들거리는 두 다리를 가까스로 앞으로 옮기면서 사무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겨우겨우 몸을 비서부로 향했다.그렇게 자리에 앉자마자 양석은 때마침 들어왔다.양석을 본 엄혜정은 다짜고짜 물었다."혹시 나더러 출장을 가라고 얘기하였나요, 대표님께서?""아니요."엄혜정은 뒤로 의자에 젖혀져서 도대체 어떻게 하면 제성에 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렇게 제성행은 물거품이 되나 싶었다.그렇다면 USB는 또 어떻게 준담? 택배로 보낸다 해도 육성현한테 금방 들통나게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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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몇 센치미터짜리 두꺼운 책이 쿵 소리와 함께 문에 부딪혀 바닥에 떨어졌다.만약 책이 엄혜정의 머리에 맞았다면 지금쯤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을 것이다."말했잖아, 나 낮잠 자는 중이라고. 사람 말 못 알아듣는 거야?"엄혜정이 고개를 돌려보니 염민우가 불같이 화를 내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방금 잠에서 깨어나 기분이 아주 언짢은가 보다."......염 부사장님, 저는 엄혜정입니다. 오늘 오후 3시에 부사장님과 함께 출장을 갈 예정입니다."엄혜정이 담담하게 말했다.염민우는 과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부잣집 도련님이다. 화를 내더라도, 옷이 흐트러지고 너저분 해도, 목의 넥타이가 비뚤어졌어도 부잣집 도련님의 모습은 여전히 남아있었다.염민우는 엄혜정의 자기소개를 듣고 화를 거두었다.두 눈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아, 당신이 엄혜정이야?"염민우의 말투는 ‘너의 이름은 오래전부터 익히 들었다’는 그런 말투였다.염민우는 그녀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위아래로 흘겨보기 시작했다."육성현의 연인이 된 것치곤 이쁘긴 하네. 하지만......"엄혜정은 염민우가 염정은으로부터 자신에 대한 얘기를 분명히 들었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도 염민우가 쉽게 자기를 보내주지 않을 거라는 것도 이미 마음의 준비를 마친 상태다."잘했어!"염민우는 엄혜정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엄혜정은 그런 염민우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흠칫 놀라더니 어깨를 움츠렸다."염정은은 배운 것 하나 없어 무식하고 예의가 없는 여자야. 그런 여자를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지! 이번엔 난 네 편이야!"염민우는 드디어 자기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찾은 기분이었다.엄혜정은 염민우가 이런 태도일 거라는 걸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이렇게 되면 출장길에 그가 자신을 괴롭힐 거라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염민우는 출장을 가기 좋아했다. 출장을 가면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장거리 여행을 좋아하지 않은 염민우는 집에 있던 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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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8화

엄혜정은 원래 원유희에게 연락해 그녀를 찾으러 가려고 했다.하지만 염민우와 고선덕이 그녀를 클럽으로 가는 바람에 원유희를 찾으러 가지 못했다.그들처럼 재벌 2세들이 가서 노는 클럽은 분명 돈이 많이 드는 그런 곳일 것이다.엄혜정은 그냥 그들을 따라가서 적당히 놀 생각이었다.하지만 밖에서 논다고 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염민우는 상당히 오픈된 사람이다. 그는 한 번에 열 몇 명의 모델을 불러 한 사람당 세 명씩 옆에 끼고 놀려 했다. 하나는 노래를 불러주고, 하나는 술을 함께 마셔주게 했다.그가 불러온 모델들은 모두 이런 일에 익숙한 사람들이라서 달콤한 말로 사람을 잘 유혹했다.그것도 모자랐는지 염민우는 엄혜정에게 남자 모델도 불러주려 했다. 하지만 엄혜정은 그의 제안에 거절했다.만약 오늘 일을 육성현이 알게 된다면 염민우는 육성현에게 분명 크게 혼날 것이다.마침 전화가 걸려 와 엄혜정은 나가서 전화를 받겠다는 핑계로 룸에서 나갔다."지금 어디야?"전화한 사람은 원유희였다."지금 클럽에 있어서 못 갈 거 같아. 내일 갈게. 유희야, 오늘은 일찍 자.""알았어, 재밌게 놀아."전화를 끊은 후 엄혜정은 서둘러 룸으로 돌아가지 않고 원봉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았다.그 후 엄혜정이 다시 룸으로 들어갔을 때 안에 있던 남자들은 껄껄거리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엄혜정의 휴대폰에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그녀는 휴대폰을 슬쩍 보고는 또 핑계를 대며 밖으로 나갔다.원봉이 보낸 위치 확인 문자였다.그녀는 레드 카펫을 따라 이리 돌고 저리 돌고 하면서 뒷골목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그때 옆방의 문이 열리며 엄혜정을 획 잡아 룸안으로 끌고 들어갔다."아!""나야."엄혜정은 낯선 남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혹시...... 원 형사님이세요?"그들은 항상 전화로만 연락했지 실제로 만난 적이 없었다."네, 물건 가져왔어요?"엄혜정은 그에게 USB를 건네며 말했다."육성현이 김하준이라는 것이 입증되면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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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9화

엄혜정이 나타나자 원봉은 비로소 이 녹음을 꺼냈다.끝난 후, 엄혜정은 물었다.“어때요? 김하준을 잡을 수 있을까요?”“아니요.”“왜요? 난 육성현과 김하준을 분별할 수 있어요.”엄혜정이 말했다.“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방의 이름을 언급한 적이 없어서요. 이런 간단한 대화만으로는 그들 형제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것을 증명할 뿐, 육성현이 바로 김하준이란 증거로 삼기는 어려워요. 나는 지금의 육성현을 접촉한 적이 있는데, 그는 전의 육성현보다 훨씬 독하고 똑똑하거든요.”원봉은 고개를 저었다.엄혜정은 자기도 모르게 실망을 느꼈다.사실 그녀도 마음속으로 이 일이 그렇게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너무나도 이 악몽에서 벗어나고 싶어 희망에 부풀어 있을 뿐이었다.‘만약 한 달, 두 달, 세 달 뒤에도 임신하지 않는다면, 육성현도 의심하지 않을까?’엄혜정은 자신이 유산 때문에 다시 임신하기 어렵다는 이 핑계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몰랐다…….“걱정 마요, 아무리 똑똑해도 꼬리를 밟힐 때가 있죠.” 원봉이 말했다.“알아요.” 엄혜정이 말했다.“참, 유희 아버지의 일도 조사하고 있나요?”“네, 원유희 씨는 윤설이 그녀의 아버지를 죽인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건가요?”“맞아요, 그녀는 매우 확신해요. 지금 유희는 기억을 되찾았지만 눈이 보이지 않아 많이 불편하니 형사님도 자세히 조사해서 나쁜 사람을 처벌해 주시길 바라요.”엄혜정은 간청했다.“안심해요, 나도 계속 조사할 거예요.”“그래요, 내가 필요하시다면…….”엄혜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힘껏 룸의 문을 걷어찼는데,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안에 있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원봉은 엄혜정을 뒤로 감싸며 들어오는 사람을 경계하며 바라보았다.최광영은 두 부하를 데리고 들어왔는데, 안에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옆에 있는 의자를 발로 찼다.“여기서 데이트를 하는 건가요? 내가 방해한 건 아니죠?”엄혜정은 최광영을 보았을 때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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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0화

“지금 도망가고 싶은 거죠!”최광영은 그녀를 밀었다.“엄혜정, 당신은 전에 이미 형님을 배신했는데, 지금도 형님을 궁지에 몰려 하다니. 형님이 당신에게 얼마나 잘해주었는데! 당신 정말 예전과 다름없이 양심이 없는 사람이군요?”엄혜정은 당황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해명했다.“네가 오해한 것 같은데, 그 사람 모른다고 했잖아.”“그걸 누가 믿어요?” 최광영은 마치 상을 받으러 가려고 하는 것 같았다.“난 이미 형님에게 말했고, 형님은 이미 오고 있어요.”엄혜정은 깜짝 놀랐다.육성현은 이렇게 늦었는데도 이쪽으로 달려오다니, 그것은 즉 그는 자신을 혼내러 왔다는 것이다!‘어떡하지…….’최광영은 그녀를 차에 밀어 넣은 다음 별장으로 데리고 갔다.엄혜정은 차에서 내려 이 낯선 거처를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았다.“여기는 형님이 얼마 전에 샀는데, 지금 딱 쓸모가 생겼네요. 호텔은 방음이 안 좋으니 문제가 많이 생기는 법이죠.”‘육성현이 나에게 할 잔인한 일들을 말하는 거겠지!’엄혜정은 육성현의 잔인함을 알고 자신도 모르게 간담이 서늘해졌다.“들어가요!” 최광영은 그녀를 힘껏 밀었고, 엄혜정은 하마터면 땅에 넘어질 뻔했다.최광영은 살의에 찬 눈빛으로 방안으로 가는 엄혜정을 바라보았다.그는 정말 그녀를 죽여버리고 싶었다.‘이 여자를 남겨두면 앞으로 큰일이 생길 거야!’‘그녀는 또 형님에게 불리한 짓을 하다니, 이것은 완전히 형님을 도발하는 짓이지.’‘형님이 또 무슨 이유로 이 여자 봐주는지 두고 보자고!’그래서 그는 손을 쓸 필요가 없었고, 육성현이 직접 처리하도록 내버려 두면 됐다.엄혜정은 별장에 들어갔는데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여긴 A시의 별장보다 크지 않지만 그렇게 작지도 않아 공간이 텅 비어 있었다.불은 켜져 있었지만 마치 이곳이 그녀의 무덤인 것처럼 음산한 분위기가 느껴졌다.밖에 있는 차는 시동이 꺼진 후 인기척이 없어졌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최광영 그들은 그녀가 도망가는 것을 막기 위해 분명히 자신을 지켜보며 육성현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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