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혜정이 나타나자 원봉은 비로소 이 녹음을 꺼냈다.끝난 후, 엄혜정은 물었다.“어때요? 김하준을 잡을 수 있을까요?”“아니요.”“왜요? 난 육성현과 김하준을 분별할 수 있어요.”엄혜정이 말했다.“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방의 이름을 언급한 적이 없어서요. 이런 간단한 대화만으로는 그들 형제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것을 증명할 뿐, 육성현이 바로 김하준이란 증거로 삼기는 어려워요. 나는 지금의 육성현을 접촉한 적이 있는데, 그는 전의 육성현보다 훨씬 독하고 똑똑하거든요.”원봉은 고개를 저었다.엄혜정은 자기도 모르게 실망을 느꼈다.사실 그녀도 마음속으로 이 일이 그렇게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너무나도 이 악몽에서 벗어나고 싶어 희망에 부풀어 있을 뿐이었다.‘만약 한 달, 두 달, 세 달 뒤에도 임신하지 않는다면, 육성현도 의심하지 않을까?’엄혜정은 자신이 유산 때문에 다시 임신하기 어렵다는 이 핑계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몰랐다…….“걱정 마요, 아무리 똑똑해도 꼬리를 밟힐 때가 있죠.” 원봉이 말했다.“알아요.” 엄혜정이 말했다.“참, 유희 아버지의 일도 조사하고 있나요?”“네, 원유희 씨는 윤설이 그녀의 아버지를 죽인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건가요?”“맞아요, 그녀는 매우 확신해요. 지금 유희는 기억을 되찾았지만 눈이 보이지 않아 많이 불편하니 형사님도 자세히 조사해서 나쁜 사람을 처벌해 주시길 바라요.”엄혜정은 간청했다.“안심해요, 나도 계속 조사할 거예요.”“그래요, 내가 필요하시다면…….”엄혜정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힘껏 룸의 문을 걷어찼는데,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안에 있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원봉은 엄혜정을 뒤로 감싸며 들어오는 사람을 경계하며 바라보았다.최광영은 두 부하를 데리고 들어왔는데, 안에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옆에 있는 의자를 발로 찼다.“여기서 데이트를 하는 건가요? 내가 방해한 건 아니죠?”엄혜정은 최광영을 보았을 때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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