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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1화

김예훈은 의아하다는 듯 임시아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건 그들의 가정사이니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임강호는 김예훈을 불러 앉아 웃으며 물었다.“자네 이름은 무엇인가?”김예훈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김예훈입니다.”임강호는 친히 김예훈을 위해 차를 우리며 고민하듯 입을 열었다.“김예훈, 자네가 의술을 아는가?”김예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모릅니다.”“그럼 풍수나 관상은?”“그것도 모릅니다.”“그럼 자네는 왜 내가 오래 못 살 거라고 한 거지?”임강호는 담담하게 물었다. 마치 생사에 대해 이미 크게 상관하지 않는 듯한 눈치였다. 하지만 그의 눈에 드러난 미세한 감정의 변화는 감출 수 없었다.사람은 타인의 생사에 익숙해질 수는 있지만 자신의 생사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김예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누군가가 어르신을 죽이려고 합니다. 제 생각이 맞다면 보름 안에 적어도 세 차례의 암살 시도가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 세 차례의 암살 시도 중에서 적어도 열 차례의 자상을 입으셨고요. 그리고 의술이 뛰어난 의사를 초청해 상처만 급히 치료했죠.”임강호의 얼굴에 의아하다는 표정이 드러났다.“사실 그 의사들의 의술은 매우 뛰어난 편입니다. 완벽하게 상처를 치료했죠. 다만 이곳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죠?”김예훈이 손가락을 뻗어 임강호 가슴 쪽의 위치를 가리켰다.“매일 정오 열두 시면 상처 주변에 얼음을 끼얹은 것처럼 차가울 겁니다. 하지만 밤 열두 시가 되면 불에 지지는 것처럼 뜨겁죠. 추위와 더위 속에서 일주일이나 버틴 건 참 대단하신 겁니다. 사실 저는 어르신이 길어야 3일을 더 살 것 같군요.”임시아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숨을 헉하고 들이쉬었다.김예훈이 말한 것은 모두 정확했다. 추위와 더위를 오간다는 말만 빼면 다른 말은 틀린 것이 전혀 없었다.만약 상대가 한국인이 아니었으면, 임시아 등 사람들은 이미 그를 죽였을 것이다.임강호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자네가 보는 눈이 정확하군. 지금 내 상황을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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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2화

“어르신?!”주변인들은 그 모습을 보고 단숨에 바로 몰려왔다.임시아도 얼굴을 부여잡고 얘기했다.“너 이 자식! 감히 배신을 해?!”그들은 김예훈이 말한 해결 방법이 임강호를 발로 차는 것일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이런 방법이라니, 도대체 죽이려는 것인지 살리려는 것인지도 모를 지경이다!“멈춰! 멈춰! 그만둬!”이때, 임강호가 겨우 바닥에서 일어나더니 임시아 등 사람들을 향해 얘기했다.“김예훈에게 무례하게 굴지 마!”임시아 등 사람들은 굳어버렸다.“어르신, 이 자식이 어르신을 때렸...”“때리다니. 그건 김예훈이 날 구해준 거야!”임강호도 처음에는 김예훈이 그를 패려고 했다고 생각해 화가 났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김예훈이 그를 살려준 것이었다.임시아 등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갔다. 놀랍게도 임강호의 혈색이 아까보다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게다가 임강호가 뱉은 피는 색이 검을 뿐만 아니라 형용하기 어려운 악취까지 풍기고 있었다.이건 김예훈이 차서 뱉어낸 피였다.이런 일이 가능하다니? 임시아 등 사람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지 못하겠다는 듯 입을 딱 벌렸다.김예훈이 앞으로 다가가 테이블에서 성냥을 꺼내더니 불을 붙이고 그 검은 피에 던져버렸다.불꽃이 떨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핏속에서 엄지손가락 크기의 종이 인형이 갑자기 나타났다. 종이 인형은 하얀색이었는데 불 속에서 끊임없이 몸부림치다가 결국 잿더미가 되어버렸다.종이 인형이 잿더미가 되자 검은 피도 붉은색으로 바뀌었고 악취도 사라졌다.그 모습을 본 임강호의 표정은 어둡게 변했다.김예훈은 담담하게 얘기했다.“일본의 음양술입니다. 도대체 누구를 건드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암살 시도 중, 누군가가 이 종이 인형을 어르신 가슴 상처에 끼워 넣은 겁니다. 그리고 일본의 음양사가 매일 새벽과 정오에 어르신께 저주를 걸었겠죠. 하지만 이제 이 종이 인형을 꺼냈으니 문제는 해결됐습니다.”김예훈은 예전에 전쟁터에서 비슷한 음양술을 본 적이 있었다. 일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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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3화

임강호는 조심스레 번호를 받아 들고 임시아를 불러와 얘기했다.“예훈 군, 앞으로 자네가 부산에서 뭘 하든지 시아에게 손을 빌려도 괜찮네. 부산에서 우리 임씨 가문은 그래도 적지 않은 인맥이 있으니 웬만한 일은 다 처리할 수 있어.”임강호는 김예훈 같은 사람이 부산에 온 이유가 바로 간단하지 않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았다. 딱 봐도 복잡한 일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김예훈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그러니 태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김예훈의 편에 설 것이다.이게 바로 김예훈을 자기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임강호의 수법이다. 김예훈 같은 귀인은 임강호에게도 매우 중요한 사람이니.임시아는 차갑고 도도한 데다가 제멋대로인 경향이 있지만 바보는 아니었다.아까 일어난 일부터 시작해서 임강호의 태도까지. 임시아는 김예훈이 임강호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래서 임시아는 공경하게 얘기했다.“김예훈 씨, 아까는 실례했습니다. 제가 귀인을 알아보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앞으로 분부할 일이 있으면 바로 얘기해 주십쇼!”김예훈은 웃으면서 대답했다.“시아 씨, 너무 격식 차리지 말아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그렇게 말하며 김예훈은 임시아의 명함을 건네받았다.아무리 봐도 이 임씨 가문 부녀는 적지 않은 인생 경험을 겪은 사람 같아 보였다.김예훈은 권세라거나 인맥 같은 것이 크게 필요 없었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친한 지인을 두는 것이 좋을 때도 있었다.부산에서 그의 신분을 함부로 드러낼 수 없으니까.김예훈이 임강호와 아무렇지 않게 관계를 쌓는 것을 본 임강호는 작게 웃었다. 그리고 몸에 지니고 다닐 수 있는 상자를 꺼내더니 김예훈에게 건네며 얘기했다.“밖에 나오느라 지닌 물건이 별로 없군. 이건 우리가 이번에 겨우 얻은 진귀한 약재인 하수오일세. 원래는 내 몸 상태를 바꿀 수 있을까 해서 구한 약재인데 이제는 필요 없으니 자네에게 바치겠소. 그저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주게나.’말하면서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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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4화

임시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어서 얘기했다.“만약 일본에서 보낸 사람이면...”임강호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담담하게 얘기했다.“그럴 가능성은 작다. 그래도 만약 김예훈이 일본에 왔다는 것이 확실해지면 세 번만 도와주고 빚을 갚은 후 죽여라.”임시아는 미간을 살짝 좁히고 고민하더니 대답했다.“알겠습니다!”임강호는 임시아의 표정을 보고 하하 웃더니 물었다.“왜, 그 녀석이 마음에 든 모양이구나?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하는 것 같은데. 나도 김예훈이 일본에서 보낸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임씨 가문은 한국 10대 명문가 중 하나고, 나는 그런 임씨 가문의 가주니 일을 할 때에는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그러니 아직 경계를 늦출 수 없어. 만약 우리가 오해한 것이면 그때 가서 선물을 많이 보내면 돼. 김예훈 군도 이해해 줄 거라고 믿어.”임시아는 얼굴을 살짝 붉히더니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어르신,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제가 알아서 잘 처리하겠습니다.”임강호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담담하게 얘기했다.“아, 그리고 또 다른 일이 있어. 전에 나를 암살하려고 하던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와. 그리고 또, 서울에 한 번 다녀와야겠어. 요즘 내가 죽을 것을 알고 내 자리를 넘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하지만 난 다시 살아났으니, 그 사람들 표정이 어떻게 될지 보고싶구나.”...임씨 부녀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김예훈은 이미 KTX에서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는 자기가 떠난 후, 임 씨 부녀가 무슨 대화를 나눌지 대충 머릿속에 그려졌다.하지만 김예훈은 별다른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마침 우연히 나타나 임강호의 상처와 문제를 정확히 짚어내고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했으니.이 모든 것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절묘한 우연이었다.임강호가 바보가 아닌 이상 김예훈의 신분에 대해 의심하는 것은 정상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임강호는 딱 봐도 큰 인물이다. 김예훈의 가짜 신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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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5화

그 생각에, 조서군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버렸다. 담배를 문 채 차 문을 연 조서군이 대수롭지 않게 얘기했다.“물건은 조심히 트렁크에 둬. 차는 더럽히지 말고 넌 뒷좌석에 앉아. 신발은 다 벗어 안고 차에 타. 차 내부를 더럽히면 안 되니까. 난 너 같은 촌놈들이 와서 어떻게든 이득을 보려는 게 싫어. 미리 말해주는데, 난 너에게 기회를 내주지 않을 거야.”펑.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조서군을 발로 차 바닥에 쓰러뜨렸다.조서군은 화를 발칵 냈다.“너 이 자식, 죽고 싶어?!’짝.김예훈은 바로 손바닥으로 조서군의 뺨을 내리쳤다. 그러자 조서군의 몸이 붕 떠면서 날아갔고 얼굴에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버렸다.조서군은 얼굴을 부여잡고 믿기 힘들다는 듯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그는 김예훈이 자신을 때릴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하지만 조서군 같은 사람들은 원래 자기보다 강한 사람들 두려워한다. 차가운 김예훈의 표정을 본 조서군은 저도 모르게 굳어있다가 얘기했다.“김예훈 씨라고 했죠? 얼른 타세요!”뺨을 맞은 그는 아까처럼 오만하고 고고한 모습은 바로 사라졌다.김예훈은 뒷좌석에 앉아 표정이 어두워진 조서군을 볼 사이가 없었다.자기가 센 줄 알고 함부로 남을 깔보는 사람은 혼쭐이 나 봐야 정신을 차린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니까.차에 탄 김예훈은 하은혜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전화기는 꺼져있었다.그래서 김예훈은 메시지를 보내 이미 부산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만약 24시간 내로 답장이 없으면 바로 심씨 가문으로 찾아갈 생각이었다.어떻게든 하은혜를 만나서 무슨 일이 일어난 지 알아봐야 했다.차 창문밖에는 부산의 차들이 가득했다.한국 경제의 중심이자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금융 대도시 중 하나로서, 부산 곳곳에는 높은 빌딩들이 들어서 있었는데 매우 세련되어 보였다.많은 외국계 회사는 본사를 부산에 세우고 있다.가장 유명한 곳은 강 쪽에 있는 부산 트리플 빌딩이었다. 세 빌딩은 모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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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6화

이곳에 도착한 김예훈은 놀라서 잠깐 굳어버렸다.화평루는 부산 해운대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이었는데 거의 백 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이 식당은 매우 으리으리하고 화려하지만 과하게 사치스럽지도 않고 우아했다. 이런 곳에서 식사하려면 음식 하나를 시켜도 몇십만 원이 들 것이다. 게다가 룸을 예약은 최소 200만 원이다.이렇게 보면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 수 있는데, 사실 일반인의 월급으로는 이런 곳에서 식사할 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조인국은 사업이 잘 풀려 성공한 사업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그의 아내인 이미연은 프렌차이즈 헤어샵을 열었는데 장사가 꽤 잘되어 1년에 2억 정도를 벌 수 있다고 한다.그들은 부산에서 상류층에 들까 말까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식당에서 식사할 자격은 충분했다.“예훈 씨, 이리로 오세요!”조서군은 이 거지 같은 친척이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지. 굳이 김예훈과 트러블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서군은 김예훈을 데리고 화평루로 들어섰다.“사모님은 미리 도착했어요. 그 외에도 친구분들도 있는데 모두 상류층의 큰 인물이에요. 조금 있으면 조 대표님이랑 아가씨도 올 겁니다. 아까 조 대표님이 신신당부하셨어요. 예훈 씨를 데리고 먼저 식사하라고요. 그리고 좀 늦게 집으로 돌아갈 겁니다.”조서군은 매우 공손하게 머리를 조아렸다.“예훈 씨, 먼저 들어가세요. 저 같은 운전기사는 여기까지만 함께하겠습니다.”조서군은 아까 김예훈한테 당한 것이 괘씸해서 일부러 그를 데리고 들어가지 않았다.김예훈은 이미 조서군의 복수를 눈치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화평루로 걸어 들어갔다.조서군 같이 쪼잔한 사람은 가만히 있을 줄을 모른다. 여전히 김예훈의 눈 밖에 나게 행동한다면 김예훈은 바로 그에게 잊지 못할 교훈을 심어줄 생각이었다.캐리어와 전에 받은 하수오를 든 채, 김예훈이 룸의 문 앞에 서서 신사적으로 노크를 했다.“아마도 효임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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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7화

김예훈은 차가운 얼굴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예훈아, 왔구나?”이때, 뒤에서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커다란 손이 김예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이 자식, 이젠 정말 컸네. 예전이랑 많이 달라졌어. 그래도 예전처럼 잘생겼네. 길에서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겠어.”조인국은 김예훈을 보면서 감격스러운 듯 얘기했다.고개를 돌린 김예훈은 익숙한 얼굴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아저씨, 오랜만이에요! 10년도 더 지났죠?”“그래, 마침 잘 왔네. 어제 연락할 때는 만날 수 있을지 걱정이었는데 오늘 이렇게 볼 수 있을 줄은 몰랐어! 이렇게 만났으니 회포를 풀어야지! 부산에는 놀거리가 많단다. 너 같은 젊은 사람들이 놀고먹기 좋은 곳이야. 이곳에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배우고 또 놀러 가고 싶은 곳이나 사고 싶은 게 있으면 나한테 다 얘기해. 내가 사주마!”그렇게 말하면서 조인국은 은행카드 한 장을 꺼내 김예훈에게 건네주었다.조인국이 김예훈을 진심으로 챙겨주고 싶어 한다는 것이 느껴졌다.하지만 옆의 이미연은 그 장면을 보고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그러면서 멸시의 시선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어제 조인국의 연락을 받고 오늘 바로 부산으로 오다니.재워주고 먹여달라고 오는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김예훈은 은행카드를 받지 않고 웃으면서 얘기했다.“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직 쓸 필요가 없어요. 돈이 필요하면 제가 얘기할게요.”“그래, 그럼 알아서 하거라.”조인국은 그렇게 얘기하고 시선을 룸 안으로 돌렸다.“자, 들어가 앉자. 네가 이 자리에 오지 못할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던지. 마침 잘 왔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 몇몇 사업가들을 소개해 주마. 앞으로 네가 부산에서 일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이셔.”그 말을 들은 이미연의 얼굴은 바로 어두워졌다. 그녀는 바로 조인국의 앞을 막아서며 차갑게 얘기했다.“인국 씨, 당신 머리가 어떻게 된 거예요? 오늘 점심 모임이 무슨 목적인지 잊은 거예요?! 제가 우지환 도련님을 모셔 왔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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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8화

“예훈아, 들어와. 내 옆에 앉아. 네 이모는 매일 이상한 것만 봐서 그래, 신경 쓰지 마!”조인국은 김예훈을 데리고 룸으로 들어가 앉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이미연은 그대로 무시해 버렸다.이미연은 얼마나 분했는지, 눈가가 바르르 떨렸다. 지금 당장 조인국의 뺨을 내리치고 김예훈의 피부를 산채로 찢어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김예훈은 원래 이 식사 자리에 큰 감흥이 없었다. 사람을 벌레 취급하는 이미연의 태도만 봐도 이 모임이 좋은 모임 같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조인국은 진심으로 김예훈을 챙겨주었다. 그러니 김예훈은 그런 조인국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여러분, 자 소개해 드리죠. 이 아이는 내 돌아간 친구의 아들인 김예훈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부산에서 일할 테니 저를 봐서라도 예훈이를 잘 챙겨주시길 바랍니다!”룸에 들어온 조인국은 환한 얼굴로 김예훈을 소개해 주었다.어제 연락하자마자 오늘 부산에 온 김예훈을 보며, 조인국은 그가 자기의 도움을 받으러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예훈이 밉지는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따뜻해졌다.모임의 사람들은 다 조인국과 사업상의 연계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미 부부의 말싸움을 들었지만 조인국의 얼굴을 봐서라도 웃으며 김예훈을 맞이해주었다.김예훈은 예의 있게 모든 사람과 악수를 하며 조인국의 체면을 세워주었다.평소에는 김예훈의 앞에서 무릎을 꿇을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악수는 더욱 넘볼 수 없었다.“하하...”그 모습을 본 이미연은 차갑게 웃었다.“인국 씨, 부산에서 일할 거라고요? 감싸주는 것치고는 너무 티 나는 거짓말이네요. 촌놈이 와서 인국 씨의 이득을 보려고 하는 거잖아요. 그냥 인국 씨의 돈과 인맥을 위해서 달려온 녀석이 우리 집을 갉아먹는 기생충밖에 더 되겠어요? 그래도 기뻐요? 도대체 멍청한 건지 자선 사업을 좋아하는 건지. 그런 일이 좋은 거면 오광사에 가서 2억을 기부해요. 칭찬이라도 들을 수 있게요. 이딴 녀석을 도와줘봤자 나중에 배신밖에 더 해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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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9화

명품 브랜드의 옷을 입고 몸에 온갖 액세서리를 걸친 남녀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들어왔다.남자는 키가 185센티미터 정도 되어 보였는데 몸까지 건장해 딱 봐도 평소에 운동을 자주 한 티가 났다. 그리고 금색 테의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사람이 정갈해 보였다. 거기에 허연 낯빛과 몸에서 풍기는 향수 냄새 때문에 부드러운 자태까지 보였다.하지만 웃어른이 보기에 이건 기생오라비였다.옆의 여자는 170센티미터정도의 키였는데 피부는 백옥처럼 투명했다. 몸에 걸친 옷과 가방, 시계, 액세서리들을 다 더하면 일반인 월급의 열 배는 나올 것 같았다.그녀의 옷은 매우 개성 있었는데 가느다란 허리를 조금 드러내, 보는 사람이 만지고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두 사람은 딱 봐도 우지환과 조효임이었다.“어머, 우지환 도련님, 오셨군요! 어쩐지 까치가 운다고 했는데, 도련님이 오려고 그랬나 봐요!”아까까지만 해도 얼굴이 흙빛이던 이미연은 지금 환하게 웃으며 우지환의 호감을 사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효임아, 넌 오산 그룹 면접을 봤다면서? 어떻게 됐어?”조효임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정말 절세의 미인 같았다.“지환 씨가 도와주기로 했잖아요. 면접은 그저 형식일 뿐이에요.”우지환도 웃으면서 얘기했다.“효임 씨는 이미지도 좋고 성격도 좋아서 우리 오산 그룹의 상사 부문에 딱 어울려요.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부본부장밖에 할 수 없지만 기회만 된다면 직급을 좀 더 높게 올려줄 수 있어요. 그리고 월급은 제가 이미 얘기해 뒀어요. 한 달에 4억으로요. 효임 씨가 쓰기에 부족하지는 않을 거예요. 게다가 이제 금방 들어온 신입이니 너무 튀어서는 안 돼요. 조금 시간이 지나면 월급을 더 올려주도록 할게요.”그 말을 들은 이미연은 우지환을 우러러보면서 얘기했다.“지환 도련님, 정말 우리 효임이한테 잘해주셔서 고마워요! 효임이가 지환 도련님 같은 분의 마음에 들었다는 건 우리 집안의 큰 영광이에요!”“아주머니,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아주머니는 제게 친어머니 같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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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0화

김예훈은 그저 담담하게 차를 마셨다. 김예훈 앞에서 허세를 부려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우지환이 항공모함을 살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면 김예훈은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조인국은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온 사람으로서 이런 돈 자랑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하지만 우지환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미연이 나서서 김예훈을 비웃으니 조인국은 다른 얘기를 하기 어려웠다.“아, 맞다. 아주머니!”사람들의 눈빛 속에서 우지환은 갑자기 선물함을 꺼내 테이블 위에 놓더니 웃으며 얘기했다.“아주머니, 이건 우리 오산 그룹에서 요즘 잘 나가고 있는 액체 황금이에요. 이걸 드시면 몸에도 좋고 수명도 늘릴 수 있어요. 작지만 제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주세요. 비싼 물건도 아니니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요.”조인국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그래도 감사 인사를 했다.“고맙네.”“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상류층 귀부인들이 쓴다는 액체 황금이에요?”그 물건을 본 이미연은 놀라서 물었다.“이걸 꾸준히 마시면 세포가 활성화되어서 젊은 상태로 몇십 년을 살 수 있다고 하던데요? 게다가 진작에 품절이 났다고 들었어요. 오산 그룹에서는 2천만 원에 팔았었지만 지금 암매장에서 사려고 해도 4천만 원은 족히 넘어요. 그런데 이걸 열병이나 주다니. 정말 손이 크네요!”우지환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오산 그룹의 업무팀 주임으로서 샘플 몇 개 들고나오는 건 아무 일도 아니었다.이미연은 장모가 사위를 보듯 우지환을 보며 꽤 흡족해했다.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짜증을 내며 김예훈을 보고 얘기했다.“우지환 도련님은 정말 우리를 위해 신경을 많이 쓰네요. 다른 촌놈과는 완전히 하늘과 땅 차이예요.”역시 비교해 봐야 안다더니. 김예훈은 완전히 쓰레기였다.우지환이 없을 때도 김예훈을 보면 짜증이 났는데, 지금 우지환이 와서 김예훈과 비교가 되니, 이미연은 김예훈을 룸에서 쫓아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여전히 대수롭지 않아하며 차를 마셨다.이때 조효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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