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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1화

용인주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김예훈을 위아래로 훑은 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늘 이렇게 큰 선물을 가져올 줄을 몰랐네요. 오늘 여기에 온 이유가 죄를 고하려고 온 것인가요, 아니면 저에게 충고를 들으려고 온 것인가요?”용인주의 말을 듣자, 용인주 주위에 있던 측근들은 모두 온몸을 떨고 얼굴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이들은 이렇게 강한 사람이 올 줄은 몰랐고 심지어 평소 고집이 세고 체면을 중요시하던 용인주가 김예훈에게 이렇게 상냥하다니.김예훈은 방금 밖에서 인씨 가족 세 명을 죽인 사람이다!이는 용인주와 용문당의 체면을 그대로 구겨 놓은 거나 마찬가지다.무표정의 김예훈은 차갑게 말했다.“자백하고 충고를 들어요? 인재윤 가족들이 일본의 사이카 닌자들을 시켜 저를 죽이고, 모함할 계획을 짰는데 이 일에 대해서는 용문당의 당주께서 저에게 설명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용인주는 담담하게 말했다.“김 대표님, 며칠 전에 제가 이미 충고하지 않았습니까? 부산은 지금 일본 사람들이 손을 써서 정세가 복잡하고 혼란스럽다고요. 그러나 인재윤 가족은 용문당의 사람으로서 외부 적과 공모했으니 일가가 몰살당할 만합니다. 제가 사람을 시켜 인씨 가문의 모든 사람을 용문당에서 퇴출할 테니 어떻게 처리하든 마음대로 하십시오.”말이 끝나자, 측근들의 표정을 더욱 일그러지고 김예훈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원래 오늘 김예훈이 용인주를 찾은 이유가 자백하고 충고를 들으려 온 줄 알았다.그러나 지금 용인주가 김예훈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을 줄은 그 누구도 생각도 못 했다.지금 이 김 씨라는 사람은 도대체 정체가 뭘까? 실력이 어떻길래 이러는 걸까?심지어 용인주도 김예훈을 높게 보고 있다니.“그럴 필요 없습니다. 이건 용문당의 일이니까 용문당 내부에서 알아서 처리하세요. 제가 비록 부산에 가지만 저는 부산에서 제 할 일만 할 것입니다. 그래도 만약 용문당 제자 중에 외부 적과 내통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저는 용문당 전체를 반드시 몰살시킬 것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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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2화

“일본 검객?”김예훈이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용인주가 웃으며 말했다.“이자는 일본의 검객으로 부산에서 검도관을 차렸습니다. 명목상으로는 검도를 전수하는 것이지만 사실 암암리에 처리하는 일들은 우리가 아는 것이 다가 아니지요.”“인재윤이 보낸 사람들인가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습니다! 일석이조의 계획이었죠. 우리의 계획에 따르면 오늘 김 대표님이 제 손에 죽지 않으면 이 일본 검객이 결투를 신청할 겁니다. 만약 지면 그 자리에서 죽는 거고, 이기면 일본 검객을 화나게 했으니 귀찮은 일들이 생길 겁니다.”김예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입을 열지 않았다.현장에 용문당 제자 다섯 명이 긴검을 들고 조용히 휘둘렀다.일본 검객은 오른손을 허리춤에 있는 장도 위에 올려 순식간에 검을 뽑았다. 날이 빛을 받아 반사됐다.그러자 뛰쳐나온 용문당의 제자 다섯 명은 갑자기 온몸을 벌벌 떨더니 모두 목을 부여잡고 쓰러졌다.그들의 얼굴에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 가득했고 그 누구도 이 일본 검객이 이렇게 막강한 실력의 소유자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일본의 검술.”김예훈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일본의 검객은 비록 검객이지만 사용하는 검은 모두 일본도이다.일본의 검술은 수련하기 힘들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검객이 이 검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검도계에서 이미 최고의 기술까지 익혔다는 것을 증명한다.사악이때 일본 검객은 멈추지 않고 왼발로 땅을 밟고 마치 앞으로 달려 나가는 모습을 취하며 곧바로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그러나 주위에 수많은 용문당 고수가 죽어, 양측은 순간 접전을 벌였지만 일본 검객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손에 쥔 일본 장도를 휘둘렀다.사사삭.일본 검객은 순식간에 주위에 있는 열댓 명의 용문당 고수들을 채소 베는 것처럼 베였다. 이들은 하나같이 목을 부여잡고 무릎을 꿇더니 그대로 목이 다 날아갔다.열댓 명을 죽인 일본 검객을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사악.날이 반사되며 앞을 가로막던 용문당 고수들은 바닥에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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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3화

현장의 일본 검객은 이미 만인의 적이 되었다.일본 검객 손에 쥐고 있는 장도는 마치 냉전기 같아 한번 휘두를 때마다 무시무시한 빛을 반사했다.긴 검을 쥐고 있던 용문당 제자 두 명은 동시에 앞으로 걸어 왔다. 이 둘은 딱 봐도 이전에 나왔던 용문당 제자들보다 훨씬 강해 보였다.검을 꺼내 빛이 반사되자 일본 검객이 그 자리에서 굳었다.하지만 일본 검객은 피하지 않고 손에 쥐고 있던 장도를 휘둘렀다.쨍.두 자루의 긴 검이 순간 두 동강이 나는 소리에 두 고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이 지경에 이르자 막강한 실력을 보유한 용문당 제자들은 감히 앞으로 나올 수 없었고 모두 겁에 질린 채로 뒤로 흩어져 용인주와 김예훈 등 사람들을 둘러싸 경호했다.그러나 용문당 제자들이 겁에 질려 있다는 사실은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알아차렸다.오정범이 눈살을 찌푸리며 앞으로 걸어와 허리춤에 있던 당도를 꺼내 차갑게 말했다.“네 정체가 뭐냐?”“내가 누구냐고?”차가운 표정의 일본 검객은 장도에 묻은 피를 소매에 천천히 닦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난 야마자키 파 켄타로, 인재윤 선생님의 은혜를 입었고 오늘 김예훈이 우리 선생님과 일가를 죽였으니 내가 너를 죽이는 것으로 복수할 것이다. 어디 한 번 덤벼봐!”“켄타?”오정범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부산 야마자키 검도관 관장?”켄타가 천천히 말했다.“맞아. 그게 바로 나다.”표정이 일그러진 오정범을 보고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범이 형님, 저 사람 어떤 사람이에요?”오정범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김 대표님, 저자는 일본에서 검도 10대 오야붕으로 불리는 사람입니다. 일본 청년 검도계에서 가장 강한 열여덟 명에 포함되어 있는 자로, 소문에 의하면 이전에 우리 한국 사람은 모두 동쪽에 있는 병자들로 그 누구도 자기한테 덤빌 수 없다고 소리친 적이 있다고 합니다.”‘동쪽에 있는 병자들?’김예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거만하기 짝이 없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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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4화

사사삭.여전히 일본의 검술이다!그러나 이번엔 휘두른 검은 앞으로 휘두른 것이 아닌 주위를 한 바퀴 돌면서 휘두른 것이다.가볍게 돌았을 뿐인데 빛이 반짝이는 느낌이 들었다.훅.용문당 제자 이십여 명이 막으려 손을 쓰지도 못한 채 모두 흉부에서 피를 튀기며 뒤로 날아갔다.강하다!정말로 강하다!단도를 꺼낸 켄타는 조금 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한번 휘둘렀지만, 이십여 명의 숨통을 끊어 놨다.그 후 켄타는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와 한 사람씩 목을 베었다. 바닥에는 순식간에 오십여 명이 쓰러져 있었다. 용인주를 호위하던 용문당 제자들은 점점 줄어 들었다.용문당 고수와 우두머리 사람들은 모두 입이 바싹 말라왔다.강하다!일본 검도는 확실히 강하다!무심한 듯한 화려한 살인 기술을 시전하니 그 누구도 당해낼 수 없었다.당도를 쥔 오정범은 눈살이 떨리기 시작했다.오정범은 혼자서 켄타를 막을까도 생각해 봤지만 김예훈이 아직 명령을 내리지 않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이때 김예훈 손에 있던 찻잔이 순간 앞으로 날아갔다.쨍그랑.켄타가 도를 휘두르자, 찻잔은 그대로 두 동강 나버렸다.그러나 타오르던 기세가 순간 깨지며 싸움을 시작할 때부터 계속된 왔던 강한 기운이 마치 풍선 터지듯 사라졌다.켄타의 두 눈이 미묘하게 떨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눈을 가늘게 뜨고 켄타를 바라보던 김예훈은 이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실력은 나쁘지 않은데 아쉬운 건 그 정도로 나는 못 죽여. 나를 죽이고 싶으면 최소한 너의 사부 정도는 데리고 와야 할 거야.”김예훈이 하는 말은 전부 사실이다. 일본의 검성이 와야지 조금은 볼만할 것이다.일개 켄타는 막강해 보이지만 김예훈이 만약 손을 쓴다면 세 걸음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할 것이다.켄타는 김예훈을 노려보며 웃음을 터트리고는 말했다.“인재윤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별 볼 일 없는 것이 허풍만 떨고 있구나. 만약 용문당 제자가 호위하지 않으면 넌 오늘 백번은 더 죽었어! 맞아 내가 오늘 여기 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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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5화

“자결해.”용인주가 아무 표정도 없이 입을 열었다.“내가 손을 쓸 때면 더욱 험한 꼴을 보게 될 거야.”“자결하라고?”켄타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뭐라는 거야? 너희 한국은 하루 종일 한국 무술을 자랑이나 하더니, 무술은 오래됐지만 모두 실속은 없는 거 아니야? 도대체 나한테 이런 말을 하려는 용기는 어디서 온 거야? 죽을 ‘사’자를 쓰는 방법을 모르는 건가?”용인주의 측근이 차가운 얼굴을 하고 걸어 나와 소리쳤다.“우리 용문당의 당주를 모욕하다니! 죽으려고 작정했어?”“용문당의 당주?”켄타나의 얼굴이 차가워졌다.“요즘은 늙은 영감탱이가 나와서 거들먹거리고 개나 소나 데리고 와서는 우리 일본 야마자키 파 앞에서 거만을 떨어? 퉤! 한국인은 모두 동쪽 병자들이 맞았네!”차가운 얼굴로 켄타는 용인주를 얕잡아 보며 실속 없는 깡통이라고 생각했다.“동쪽의 병자들?”용인주가 큰 소리로 웃었다.“저번에 이 말을 한 일본인은 이미 내 손으로 갈기갈기 찢어 죽였는데.”말이 끝나자, 용인주가 몸을 움직이더니 귀신처럼 켄타의 뒤까지 쏜살같이 달려갔다.방금 기세등등했던 켄타는 정신을 차렸지만, 표정이 무척이나 일그러졌다.한국의 무술은 그 힘도 강력하고 그 누구보다 빨랐다.용인주는 무서운 기운을 풍기지는 않았지만 빠른 거 하나는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다.방금 오만방자했던 켄타는 지금 지옥에 떨어진 것 같이 온몸이 얼어붙었다.사악.켄타는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빼고 동시에 단도로 겨드랑이 밑을 찔렀다.이는 야마자키 파의 무서운 복중검이다.이런 검법은 빠르고 세며 수많은 사람을 다치게 하고 자멸하게 한다.그러나 이 도를 휘두르려 할 때 용인주는 이미 오른손을 재빨리 뻗어 순식간의 켄타의 목을 졸랐다.켄타는 온몸이 굳어 감전된 것처럼 온몸을 계속 덜덜 떨었다.용문당의 고위층과 제자들은 이 장면을 보고 숨쉬기가 힘들었다.‘강하다! 정말로 강하다!’김예훈도 눈을 가늘게 뜨고 보고 있었다.전 국방부 장관이자 현 용문당 당주는 확실히 실력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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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6화

김예훈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문이 퍼져나갔다.일본 야마자키 파의 오야붕인 켄타가 용인주를 살해하려고 했고, 인재윤 일가는 싸움에서 모두 죽었다는 것이었다.그래서 용인주는 야마자키 파에게 해명을 요구했다.이 소문이 퍼지자 사람들은 김예훈이 이 일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게 되었다.이 상황에 당황한 김예훈은 나중에서야 상황을 파악했다.용인주는 김예훈이 부산에 가기 전에 부산에서 이름을 떨치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김예훈이 조용히 부산으로 건너가 일을 처리하는 것이 바로 용인주가 원하는, 더 나아가서 용문당이 원하는 것이었다.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김예훈은 어쩔 수 없이 부산으로 가야 했다.프리미엄 가든으로 돌아오니 정민아는 아직 경기도 정씨 가문의 일을 처리하는 중이라 돌아오지 못했다.김예훈은 그런 정민아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가주 자리에 오른 것은 정민아에게도 기회였다. 정민아를 명문가 사람으로 만들려는 김예훈의 계획에 어울리는 처사였다.김예훈은 오정범에게 부산의 자료를 요구해 정민아의 퇴근을 기다리면서 자료를 읽고 있었다.“따르릉.”김예훈이 어떻게 부산의 일을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저장되지 않은 핸드폰 번호였는데, 부산에서 온 전화였다.김예훈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그의 번호를 아는 사람은 원래 많지 않고 오직 측근만이 알고 있었다.하지만 김예훈이 부산에 가려고 하는 지금 이때, 부산에서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오다니...김예훈은 핸드폰을 지켜보며 받지 않았다. 그저 손을 뻗어 테이블을 몇 번 치더니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드러냈다.하지만 상대는 포기하지 않는 듯, 여전히 끈질기게 전화를 걸었다.핸드폰이 세 번째 울릴 때, 김예훈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예훈이니?”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밝은 목소리가 김예훈의 먼 기억을 끄집어냈다. 잠시 멈칫한 그는 의아해하며 물었다.“인국 아저씨?”“하하하, 예훈이지? 틀린 번호가 아니라니까.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수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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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7화

조인국이 전화를 끊을 때까지, 김예훈은 말할 시간도 없었다.조그마한 여자아이에 불과하던 그의 딸인 조효임을 떠올린 김예훈은 살짝 어이없다는 미소를 드러냈다.그때 그 여자아이는 항상 김예훈을 따라다니곤 했는데, 아마 지금은 어엿한 성인으로 자랐을 것이다. 다만 김예훈은 조인국의 데릴사위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하지만 마침 우연히 조인국 일가와 연락이 닿았으니 부산에 가면 조인국 일가와 만나게 될 것이다....저녁 아홉 시. 정민아는 여전히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김예훈이 집을 나서 정씨 저택으로 가 정민아를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문 앞에 갑자기 검은색 롤스로이스가 나는 듯이 등장하더니 김예훈 앞에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고 송준이 나오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했다.“김 대표님, 한 시간 전, 하 비서가 갑자기 전화 한 통을 받더니 CY그룹의 모든 일을 저한테 인수인계한 후 사직서를 내고 바로 공항으로 갔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떠나면 길면 반년, 적어도 몇 주는 있다가 올 거라고 합니다. 아마도 하 비서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합니다. 김 대표님, 가서 도와주셔야 합니다!”“하은혜 씨가 갑자기 부산으로 갔다고?”김예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표정이 심각해졌다.전에 하은혜의 어머니와의 일은 이미 해결했다. 게다가 다음 달 15일에 부산 심씨 가문에 갈 것이라고 했다.그러니 심씨 가문에 무슨 일이 있다고 해도 하은혜는 김예훈에게 알릴 것이다.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떠나는 것은 매우 이상했다.김예훈은 고민하다가 심정효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심정효의 핸드폰은 꺼져있었다.또 하은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하은혜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그러니 김예훈의 표정은 더욱 심각해졌다.두 사람의 전화번호는 모두 개인 번호로 공정 전화를 하는 다른 핸드폰이 있기에 함부로 꺼두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두 사람의 개인 번호 모두 연락이 되지 않는다니...김예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 설마 심씨 가문에게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맞다, 떠나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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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8화

이튿날 아침. 송준과 오정범에게서는 하은혜의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하지만 하은혜가 문자를 먼저 보내왔다. 짧은 한마디였다.「전 괜찮아요.」그 문자를 받은 김예훈의 심장은 더 내려앉았다.특히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때, 하은혜의 전화는 여전히 꺼진 상태였다.결국 김예훈은 부산에 가기로 마음먹었다.시간이 긴박했기에 김예훈은 정민아에게 얘기할 시간도 없었다. 그저 박인철에게 성남에서 정민아의 안전을 신경 쓰고 정민아가 정씨 집안의 권력을 이어받는 것을 도와주라고 했다.송준은 남아서 CY그룹의 일들을 처리했다.결국 김예훈은 오정범만 데리고 갔다. 두 사람은 KTX를 타고 부산으로 갔다.오정범 곁에 공진해와 도적구자 두 사람은 며칠 전에 부산에 가서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김예훈이 부산에 온다는 것을 듣고 슬슬 몸을 풀며 김예훈과 같이 움직일 준비를 했다.KTX 위에서 김예훈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부산에 가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랐다.잠깐 고민하던 그는 핸드폰을 꺼내 부산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예훈이냐? 네가 어쩐 일로 전화를 다 하냐?”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조인국의 목소리에서는 약간의 의아함이 묻어 있었다.김예훈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아저씨, 제가 오늘 마침 부산에 갈 일이 있어서요. 만약 가능하다면 며칠 후에 시간 될 때 같이 만나서 식사할까요?”전화기 너머에 있는 조인국은 살짝 굳어있다가 이내 대답했다.“비행기로 오는 거야, 아니면 KTX로 오는 거야? 오늘 언제 도착인데?”김예훈은 손목의 롤렉스를 보면서 대답했다.“아마도 점심 전에 도착할 것 같아요. 하지만...”조인국은 김예훈이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빠르게 대답했다.“그럼 내가 운전기사를 보내서 널 데리러 갈게. 오늘 점심에 마침 파티가 있는데 와서 참여해. 아줌마랑 효임이도 올 거야. 오랫동안 얼굴을 못 봤으니 오늘 만나자. 그럼 이렇게 하고, 나는 일단 일 때문에... 마침 부산 용문당의 고위층 사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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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9화

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오른손을 들어 막으려고 했다. 이때 식당칸에서 위엄있지만 부드러운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시아야, 그만 해라! 식당칸을 점용한 것은 우리의 잘못이야. 여기서 함부로 무력을 사용하면 돌이킬 수 없어!”임시아의 얼굴에서 오만한 기색이 사라지더니 손을 내리고 대답했다.“알겠습니다.”그렇게 말하는 임시아의 큰 눈은 김예훈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불쾌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길을 터주었다.김예훈은 임시아를 쳐다도 보지 않고 식당칸으로 들어섰다.식당칸의 직원은 두 사람으로 많지 않았다. 그리고 정중앙에 있는 테이블에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곳에 서 있는 사람들은 중년 남녀였다. 개량한복을 입은 그들은 아우라가 남달랐다. 딱 봐도 상위층의 고귀한 신분인 것이 분명했다.그리고 안에는 오직 한 중년 남자만이 앉아있었다. 그의 앞에는 열 가지가 넘는 음식들이 있었는데 많이 먹지는 않았다. 그저 몇 수저 뜬 모양이었다.김예훈의 시선은 많은 사람들을 스쳐 지나가 그 중년 남자의 얼굴에 닿았다. 아까 입을 연 남자가 바로 이 사람이다.상대도 대수롭지 않은 듯 시선을 마주했다. 그의 눈빛에는 고고함이나 오만함이 없었고 오히려 당당함이 엿보였다. 다른 사람이 얘기하지 않아도 이 중년 남자가 이곳에서 가장 높은 신분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김예훈의 시선이 그에게 닿는 것을 본 중년 남자는 웃으면서 얘기했다.“허허, 젊은 친구. 우리가 잘못했네. 자네의 식사를 지체했어. 자네가 너그러이 용서해 주길 바라네.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모두 시키게나. 내가 계산하도록 하지.”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여 중년 남자에게 대답했다.이 중년 남자가 비범한 신분이라는 것을 알지만 김예훈의 신분도 어디 가서 꿀리지 않을 신분이기에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었다.김예훈의 태도를 본 임시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불쾌해했다.김예훈은 평범한 옷차림에 손목에는 몇십 년이 되어 보이는, 제대로 작동할지 걱정될 정도로 낡은 시계를 차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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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0화

임시아가 가장 먼저 소리를 질렀다.“너 이 자식! 감히 우리 어르신을 저주해!”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는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김예훈 머리에 겨누었다.개량한복을 입은 남녀들도 모두 허리춤에 손을 가져갔다. 김예훈은 그 사람들을 무시하고 담담하게 얘기했다.“길어야 3일. 어르신을 죽이려는 사람이 곧 손을 쓸 겁니다. 그때가 되면 염라대왕도 당신을 살려주지 못할 겁니다.”“감히 누가 어르신을 죽이려고 들어!”임시아의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다.“네가 뭐 하는 사람인지는 몰라도 계속해서 이런 농담을 한다면 바로 널 죽일 수도 있어! 우리 어르신이 어떤 분인지 알아?! 우리 어르신은 부산...”여기까지 말하자 중년 남자가 임시아를 차갑게 쳐다보았다. 그러자 임시아의 목소리가 작아졌다.그녀는 본인이 정보를 실토할 뻔했다는 것을 깨닫고 화제를 돌렸다.“얼른 우리 어르신께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널 죽여버릴 거야!”그렇게 말하면서 임시아는 총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바로 김예훈의 머리에 겨누었다.짝.김예훈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보더니 바로 뺨을 내리쳤다.임시아는 눈앞이 까매꼈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임시아는 볼에서 전해져 오는 고통을 느꼈고 이내 몸이 뒤로 날아갔다.그리고 쿵 소리와 함께 그녀는 식당칸의 벽에 부딪혀서 쓰러졌다. 임시아는 온몸이 아파서 부들부들 떨었다.그 모습에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그중에서도 임시아가 가장 놀랐다. 임시아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저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왜 이렇게 강한 것인지.임시아는 부산에서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고수였다.하지만 김예훈의 뺨 한 대로 그녀를 날려 보냈다.이 나이에 이런 실력이라니. 정말 믿을 수 없었다.임시아는 그제야 약간 후회되었다. 왜 하필 김예훈에게 시비를 걸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녀의 예상이 빗나간 모양이었다. 평범하게 차려입은 이 사람은 절대로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김예훈이 임시아의 뺨을 때린 것을 본 개량한복을 입은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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