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그저 담담하게 차를 마셨다. 김예훈 앞에서 허세를 부려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우지환이 항공모함을 살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면 김예훈은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조인국은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온 사람으로서 이런 돈 자랑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하지만 우지환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미연이 나서서 김예훈을 비웃으니 조인국은 다른 얘기를 하기 어려웠다.“아, 맞다. 아주머니!”사람들의 눈빛 속에서 우지환은 갑자기 선물함을 꺼내 테이블 위에 놓더니 웃으며 얘기했다.“아주머니, 이건 우리 오산 그룹에서 요즘 잘 나가고 있는 액체 황금이에요. 이걸 드시면 몸에도 좋고 수명도 늘릴 수 있어요. 작지만 제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주세요. 비싼 물건도 아니니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요.”조인국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그래도 감사 인사를 했다.“고맙네.”“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상류층 귀부인들이 쓴다는 액체 황금이에요?”그 물건을 본 이미연은 놀라서 물었다.“이걸 꾸준히 마시면 세포가 활성화되어서 젊은 상태로 몇십 년을 살 수 있다고 하던데요? 게다가 진작에 품절이 났다고 들었어요. 오산 그룹에서는 2천만 원에 팔았었지만 지금 암매장에서 사려고 해도 4천만 원은 족히 넘어요. 그런데 이걸 열병이나 주다니. 정말 손이 크네요!”우지환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오산 그룹의 업무팀 주임으로서 샘플 몇 개 들고나오는 건 아무 일도 아니었다.이미연은 장모가 사위를 보듯 우지환을 보며 꽤 흡족해했다.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짜증을 내며 김예훈을 보고 얘기했다.“우지환 도련님은 정말 우리를 위해 신경을 많이 쓰네요. 다른 촌놈과는 완전히 하늘과 땅 차이예요.”역시 비교해 봐야 안다더니. 김예훈은 완전히 쓰레기였다.우지환이 없을 때도 김예훈을 보면 짜증이 났는데, 지금 우지환이 와서 김예훈과 비교가 되니, 이미연은 김예훈을 룸에서 쫓아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여전히 대수롭지 않아하며 차를 마셨다.이때 조효임이
“어젯밤에 엄마가 아빠가 또 어떤 가난뱅이 친척들을 거둔다고 화가 나셨는데! 김예훈 이 녀석이었다니 생각도 못 했어요. 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점심 모임에 왔는지 모르겠네요. 우지환 씨와 비교하면 그냥 거지일 뿐인데, 어릴 적에는 왜 잘생겨 보였는지 모르겠네요.”조효임은 김예훈과 눈을 마주치고는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소꿉친구인 김예훈과 연인인 우지환을 비교하기 시작했다.비교하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비교해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우지환은 비록 어리지만 앞날이 창창한 사람이다. 오산그룹의 사업부 팀장이면서 부산 지프차 클럽 회원이자 부산 용문당 박용 회장의 조카이다.이런 사람은 인맥이든 능력이든 아니면 개인의 실력이든 모두 부산에는 거물급 인물로 인정받는다.김예훈은 우지환과 비교하면 신발 나르는 집사만도 못한다.김예훈과 조효임이 비록 소꿉친구긴 하지만 이번에 조효임은 김예훈을 보고 속이 뒤집힌 듯 울렁거렸다.이전에 눈이 어떻게 됐었던 건지 한때는 이 못난 남자에게 시집가고 싶었다.그러나 조효임을 본 김예훈은 어떤 반응과 인사도 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헉’ 소리 날만큼 예쁜 여신 외모의 조효임을 본체만체했다.이런 김예훈의 반응에 조효임은 더욱 언짢았다.남자들은 항상 조효임 앞에서 줄을 서서 애원했었다. 대학교 시절에 조효임 앞에서 애원했던 남자를 줄 세우면 부산타워에서 성남타워까지는 될 것이다.그 어떤 남자도 조효임을 보고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우지환도 처음 조효임을 봤을 때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온 줄 알았다고 했다.그런데 김예훈은 뭘 믿고 이렇게 무시하는 걸까?그러나 조효임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이건 아마 자신의 눈길을 끌려는 김예훈의 밀당이라고 생각했다.별것도 없는 놈이 뭐라도 있는척하면서 여신급 조효임의 눈길을 끌려 한다니.속으로는 이미 침을 흘리고 있으면서.조효임은 이런 사람을 더욱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별것도 없는 놈이 자기 주제도 모르고 뭐라도 있는 척 연기한다?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걸까? 머리가 어떻게 된
말이 끝나자 자리는 조용해졌고 모든 사람은 당황해하며 김예훈을 쳐다봤다.“김예훈, 지금 이게 무슨 소리야?”화가 잔뜩 난 이미연은 숨이 가빠졌다.“우지환 씨가 악수를 청한 건 네 체면을 살려준 거고 기회를 준 거야. 악수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지, 지금 급이 안 맞는다고 하는 건 뭐 하자는 거야? 심지어 능력도 지위도 신분도 안 맞는다고? 악수할 자격이 없다고?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부산 용문당 회장이라도 돼?”깜짝 놀란 조효임도 김예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조효임은 데릴사위인 김예훈이 부산에 온 이유가 아마 자기 분수도 모르고 조씨 가문의 데릴사위를 하려고 생각했다.그래서 지금 조효임과 우지환이 같이 들어온 모습에 김예훈이 화를 참지 못하고 우지환을 능욕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했다.지금 조효임은 김예훈을 밴댕이 소갈딱지로 보고 있다.김예훈이 이렇게 말을 할 줄 몰랐던 조인국도 깜짝 놀라 다급하게 수습하려 말했다.“우지환, 김예훈은 그런 뜻이 아니라 자기가 걸맞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을 거야...”우지환은 조인국의 말을 무시한 채 김예훈을 위아래로 훑었다.“제가 악수하기에 급이 낮다고요? 신분과 지위, 능력이 전부 부족하다고요? 저기요, 혹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지금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효임 씨 체면을 봐서 사과할 기회를 줄게요. 안 그러면 이 좁은 부산 바닥에서 제가 입 한번 열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알려줄게요. 성공은 꿈도 꾸지 마시고 쓰레기 줍는 일도 겨우 하게 만들어 놓을 거예요.”말이 끝나자, 우지환은 팔짱을 끼고 김예훈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이미연 역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어서 우지환한테 사과해! 우지환 같은 거물은 네가 기만하고 능욕할 만한 분이 아니야. 네가 함부로 밉보이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더욱이 우씨 집안은 네가 감당도 못 할 집안이야! 만약 우지환이 용서 안 해주면 우리뿐만 아니라 최고 권력자도 해결하지 못해! 빨리 무릎 꿇고 사과해!”화가 머리끝까지 난 이미연은 우지환은 사
김예훈과 더 이상 말하기가 귀찮은 우지환은 한숨을 내쉬며 조인국을 보고 말했다.“아버님, 어머님과 효임 씨를 봐서 이번 일은 제 삼촌인 박용 회장님께 전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 하루빨리 이 촌뜨기를 다시 돌려보내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 혹여나 지금처럼 계속 밖에서 헛소리 떠들고 다니면 저도 조 씨 가족분들을 보호할 수 없습니다.”이 말을 마치고 우지환은 한숨을 쉬며 자리를 떠났다. 만약 계속 김예훈과 한 곳에 있다가는 자신도 이 일과 엮일 거 같았다.입꼬리가 올라간 몇몇 손님은 한둘씩 일어나 웃으며 말했다.“조 대표님, 집에 일이 생겨서 먼저 가봐야 할 거 같습니다. 다음에는 제가 대접하겠습니다!”손님들은 몇 마디 인사를 건네고 모두 다급하게 자리를 떴다.김예훈, 이 정신병자가 이곳에서 허풍떤 내용이 용문당에까지 전해지면 자신들도 골치 아파지기 때문이다.이 사람들은 모두 교활해서 방금 알게 된 사람 때문에 가문도 크고 사업도 크게 하는 용문당에 밉보이길 원치 않았다.어느새 북적북적했던 룸에는 조인국 일가와 김예훈, 네 명만 남았다.그 누구도 식탁 위에 가득 놓인 음식에 손도 대지 않아 특별히 준비한 모임 자리가 난처해졌다.이미연은 눈이 떨리며 김예훈에게 화를 냈다.“이거 봐! 재수 없는 놈이라고! 너 때문에 우지환도 나가고 우리 가족 손님들도 다 집에 갔잖아! 도대체 우리 집에 빌붙으려고 온 거야, 아니면 우리 가족을 길바닥에 나앉게 하려고 온 거야!”조인국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여보,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애가 젊어서 패기 넘치니까 아무렇게나 장난친 거잖아. 그리고 난 애초에 기생오라비 같아서 싫었는데, 김예훈이 내쫓아서 오히려 좋아!”“오히려 좋다고요?”화가 난 이미연이 신경질을 냈다.“지금 그럼 당신이 김예훈한테 부산 용문당 회장이라고 말하라고 시킨 거예요? 당신, 지금 저 말이 우리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는 거예요? 제가 지금 똑똑히 말하는데 지금부터 우리 일가와 김예훈은 그 어떠한 관련도 없어
“다른 집에서 쫓겨난 데릴사위를 먹여 살리는 것도 모자라 우리 딸한테 장가보낸다고요? 조인국 씨, 병 걸린 건 아닌지 저 지금 정말 걱정돼요. 정신병이요!”조인국이 차갑게 말했다.“효임이와 예훈이는 소꿉친구였고 이전에 두 집이 이미 구두로 약혼을 정했었어. 난 약속을 지키는 거뿐이야. 왜? 문제 있어?”“당신...”화가나 숨도 안 쉬어질 지경인 이미연은 의자에 앉아 조인국을 죽일 듯한 표정으로 노려봤다.눈살을 잔뜩 찌푸린 조효임은 김예훈이 더 싫어졌다.이 녀석은 허풍 떠는 거 아니면 자기 주제도 모르고 설치기 일쑤다.더욱이 지금 김예훈 때문에 원래는 서로 사랑하고 존중했던 부모님이 싸웠다.엄마는 지금 화병 나 쓰러질지도 모른다.그리고 우지환은 화가 나 자리를 떠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도 감이 안 잡혔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김예훈을 바라보니 역겹고 토가 나올 거 같았다.김예훈은 조씨 가문이 싸우는 모습을 더 이상 보기 싫어 일어나 말리며 말했다.“아저씨, 아주머니, 싸우지 마세요. 전부 제 잘못이에요. 제가 부산에 온 이유가 다 있고 계획이 다 있습니다. 또 지낼 곳도 있으니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일을 어느 정도 끝내고 나서 다시 음식 대접하겠습니다. 오늘 제가 온 이유는 사실 십 년 넘게 얼굴을 뵙지 못해서 얼굴 보고 이런저런 얘기 하러 온 거예요. 저 때문에 싸우지 마세요. 저는 인제 그만 일어나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준비한 작은 선물이니 아저씨 사양 말고 받으세요.”김예훈은 말하면서 임강호가 선물한 하수오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그러고는 자기 가방을 챙겨 자리를 떠났다.‘정말 이렇게 가버린다고? 허세 부리는 게 아니라?’조효임은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 김예훈이 허세 부리며 그냥 한 소린 줄 알았는데 정말로 가버렸다.“예훈아, 가지 마! 효임아, 빨리 가서 다시 불러와! 예훈이는 이곳이 낯선데 만약 무슨 사고라도 벌어지면 어떡해...”조인국이 다급하게 말했다.“사고요? 낯설어요?”이미연이
김예훈은 화평루를 걸어 나와 뒤를 돌아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예훈은 부산 용문당 회장이고 앞으로 부산에서 공개적으로 가질 신분이다.조인국 일가가 지금은 안 믿어도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믿게 될 것이다.김예훈은 설명할 생각도 없어서 차를 타고 오정범이 계획을 짜 놓은 곳으로 향했다.이때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리며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조인국은 김예훈한테 우선 작은 호텔을 잡아 며칠 지내면 주소를 보내줄 테니 늦게 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그리고 조인국은 이미연과 다른 사람들을 대신해 사과하며 마지막으로 김예훈에게 젊은 사람이 처음부터 높은 곳에 있으려 하면 안 되고 차근차근 올라가야 하며, 앞으로 말도 안 되는 허풍을 떨면 안 된다는 충고도 했다.김예훈은 문자를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비록 오랫동안 보지 못했지만, 조인국은 참된 어른이었다.김예훈도 조인국의 관심을 느꼈다.생각을 마친 김예훈은 많은 설명을 덧붙이지 않고 자신이 계획이 다 있으니, 시간이 생기면 조인국을 다시 찾아뵈러 간다고 답했다.30분 정도가 지나자 차는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프리미엄 프라이빗 클럽에 도착했다.김예훈은 곧바로 888호 룸으로 갔고 안에는 이미 오래 기다린 오정범과 사람들이 있었다.김예훈이 들어오자 오정범과 도적구자, 공진해 모두 일어나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김예훈이 부산 용문당을 관리하러 온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도적구자와 공진해는 김예훈한테 모든 걸 바쳤다.이번에 미리 부산에 와 계획을 짜고 정보들을 모으는데 이 둘이 대부분을 담당했다.김예훈은 아무 자리에 앉아 담담하게 말했다.“이런 곳은 어떻게 찾은 거예요? 성공하려고 부산에 왔으니 좋은 터에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오정범이 도적구자를 쳐다봤다.도적구자는 웃으며 말했다.“김 대표님, 자리 잡을 터는 저희가 일찍이 준비 해놨습니다. 그러나 부산은 좋은 사람들과 나쁜 사람들이 섞여 있습니다. 각국의 세력들이 서로 얽혀 있고 저희는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어서 고를 수 있는 곳이 별로
공진해는 공손하게 핸드폰 속에서 사진을 찾아 TV에 띄우고 설명하기 시작했다.“최씨 가문의 아들은 네 명이고, 둘째와 셋째는 쓰레기들이라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첫째 최산하와 넷째 최산호는 꽤 이름이 있습니다. 이 둘은 본인 능력도 괜찮고 기본적으로 부산 용문당 원로들의 지지를 받습니다. 최산하는 이전 부회장인 인재윤과 동맹관계이고 최산호는 부회장 우충식과 한 편입니다. 이 둘 부회장들은 부산 용문당에서 실세라고 불리는 큰 인물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두 최씨 형제를 그냥 돕는 게 아닙니다. 양측 모두 약속한 게 있는데, 그건 바로 최씨 가문에서의 지위가 올라가면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되게끔 뒤에서 돕는 것입니다. 최씨 가문이 부산 용문당에서 영향력을 큰 것은 분명합니다. 지위를 높이는데 최씨 가문의 지지가 없으면 힘듭니다.”공진해는 또 다른 사진을 찾아 계속 말했다.“그리고 이 사람은 부회장 세 명 중 유일하게 중립을 지키고 있는 주학진입니다. 그러나 이 사람은 비밀스러운 부분이 많아 아직 목적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외지인이 보기에 이들은 부산 용문당 회장 일을 묻지도 또 알아보지도 않는 거 같습니다.”김예훈은 책상을 툭툭 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흥미롭군요. 간단하게 말하면 첫째, 최씨 가문의 최산하와 최산호 두 사람은 지위를 높일 기회가 있고, 둘째, 부산 용문당 두 부회장인 우충식과 주학진은 각자 목적이 다르다는 거죠? 이렇게 보면 지금까지 최산호와 우충식의 동맹이 가장 끈끈한 거 같네요?”공진해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추가했다.“김 대표님, 인재윤을 까먹으신 거 같습니다!”감예훈은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오정범이 담담하게 말했다.“인재윤은 이제 없는 사람이야.”말이 끝나자 공진해는 부들부들 떨었다.이전에 인씨 가문 사람들이 기세등등하게 성남시에 갔다고 들었는데, 지금 그 결말이 어떻게 됐는지 알게 됐다.이 소름 돋는 소식을 빠르게 인지하고 공진해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김 대표님, 그렇게 보면 최씨 가문 중에 최산호가 지위를 높
공진해와 도적구자는 부산에 와서 많은 것들을 준비해 놓아서 지금 김예훈이 행동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김예훈이 행동한다면 정말로 일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생각을 마친 김예훈이 말했다.“지금 먼저 손을 쓰면 감내해야 할 것들이 많아요. 그들이 우리를 공격하게 만들어요! 개 같은 자들을 다 때려눕히고 사태를 수습해요. 심씨 가문 소식은 있나요?”김예훈이 화제를 돌렸다.“심씨 가문...”공진해가 난처한 표정으로 잠시 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김 대표님, 제가 무능한 탓입니다. 요 며칠 이미 각종 루트로 심씨 가문 소식을 알아내려 했지만, 이 일만 알아보려 하면 사람들이 하나씩 사라집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 저희를 감시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능력 좋은 사람들을 몇 명 잃고 나서 저도 더 이상 알아보기를 멈췄습니다. 다음에 어떻게 움직일지는 김 대표님이 시키시는 대로 하겠습니다.”김예훈은 이상하게 여겼다.“공진해 씨가 훈련한 정보통들도 어떤 정보도 얻지 못하고 사라진 거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건가요?”공진해가 끄덕였다.“조금 흥미롭네요. 심씨 가문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한 거 같아요. 우선 공진해 씨 사람들을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세요. 제가 직접 나섭니다.”공진해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성남시 쪽은 상황이 어떤가요?”김예훈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아번엔 오정범이 직접 말했다.“제가 오늘 아침에 박인철과 연락을 했는데, 형수님 쪽은 아무 문제 없다고 합니다.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아마 일주일이면 경기도 정씨 가문 전체가 부산으로 이사 올 거 같습니다.”“일주일이라.”김예훈이 눈을 가늘게 떴다.“그렇다면 일주일 안에 모든 일들을 끝냅시다.”김예훈은 정민아가 위험한 곳에 있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정민아가 부산에 도착하기 전에 위험 요소들은 전부 없애 버리는 것이다.그러나 부산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용문당, 심씨 가문, 일본 등 여러 일들이
“바깥 세상?”김예훈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다른 건 더 이상 말하지 않겠어. 듣자 하니 요즘 리카 제국 쪽에서 독감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가 약탈을 해서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다고 하더라?”“그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니?”“그리고 영국 제국은 크리스마스 금지령을 무시하고 밤새도록 파티를 벌여 독감 감염률이 치솟았다던데 이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야?”“아니면 유라시아 전쟁에서 영국 제국이 세탁 세제 몇 봉지를 갖다가 유라시아 일부 국가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모독하고 이를 빌미로 사람들한테 군사적, 재정적 제재를 가한 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야?”장무준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차갑게 말했다.“어디서 주워들은 근거 없는 말들이지? 이 나라 사람들이 함부로 퍼뜨린 루머 아니야?”“난 왜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지? 증거 있어?”“증거 없으면 말 함부로 하지 마. 비방죄로 널 고소할 수도 있어!”장무준이 화를 내며 언성을 높였다.김예훈은 귀찮아서 더 이상 논쟁할 생각이 없었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래,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으면 다른 얘기 좀 해보자.”“내 기억이 맞다면 며칠 전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영국 제국의 기자가 한국의 독감 백신이 효과가 있느냐고 물었었지?”“맞아. 물을 만하잖아. 무슨 문제제라도 있어?”장무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한국이 어떻게 독감 백신을 생산할 수 있겠어? 자기기만 하는 거잖아.”“자기기만?”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영국 제국의 기자가 이 질문을 하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알아?”“그 사람이 백신 접종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온갖 노력을 다했고 결국은 백신을 맞았어.”“그러고 나서 기자회견에서 그런 질문을 내뱉은 거야.”“이런 이중 잣대와 뻔뻔함이 네가 말하는 문명이라고?”“너!”장무준은 너무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다.이 사건은 실제로 일어났고 국제적으로 큰 웃음거리가 되었다.김예훈은 계속해서 담담하게 말했다.“
“그만하고 우린 이제 시즌 호텔 경매장으로 가야 해.”“여기서 더 이상 역겹게 굴지 말고 이제 꺼져.”장무준은 조금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동하임의 매혹적인 몸을 힐끗 쳐다본 후 몸을 돌려 마리아와 함께 자리를 떠날 준비를 했다.결국은 영국 제국의 황족이 되고 황위 계승권의 기회를 얻는 게 자신의 평생소원이었다.설사 그 황위 계승권이 실현하기 어려운 멀고 먼 꿈일지라도 장무준은 기꺼이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 것이었다.김예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장무준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장무준, 똥 먹었어? 입냄새가 왜 그렇게 심해?”김예훈의 말을 들은 장무준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동하임은 김예훈을 이 일에 끌어들이는 걸 원치 않아 급히 김예훈을 잡아당겼다.“김예훈 도련님, 그만해요. 저런 놈이랑 말 섞지 말아요.”“이 뻔뻔스러운 놈이 나한테 무릎 꿇고 빌 때가 곧 올 거예요.”동하임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 김예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동하임의 사적인 일이라 그가 너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하지만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들은 장무준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네가 바로 그 버르장머리가 없고 노인을 존중할 줄도 모른 데다 동씨 가문에 빌붙어서 진주에서 온갖 허세를 부리는 물러터진 놈이구나.”“물러터진 놈?”김예훈은 장무준의 말이 도대체 어디서 굴러 나온 말인지 몰라 그저 담담하게 장무준을 바라보기만 했다.“물러터진 놈이 아니야?”장무준은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동씨 가문에 빌붙어서 일본의 귀빈들한테 손댄 것도 모자라 감히 진주 전임 총독한테도 손을 대다니!”“능력은 눈곱만큼도 없으면서 어디서 허세야?”“완전 세상 물정을 모르는 놈이네.”“설마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알아?”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왜? 내가 너희 집 어르신 뺨을 때린 게 불만인가 봐?”장무준은 차갑게 말했다.“불만인지 아닌지가 문제가 아니라 네가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야!”“네 놈이 영국 제국의 황
외국 여자의 말을 들은 장무준은 역겨움과 혐오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바라보았다.그는 동하임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김예훈을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입을 삐죽거렸다.“어쩐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어디서 악취가 진동하더라니, 네 몸에서 나는 냄새였구나!”“동하임, 마리아 씨가 너한테서 어떤 악취가 난다고 했는지 알아?”“궁상맞은 냄새가 난다고 했어!”“동씨 가문은 어떻게 보면 별 보잘것없는 가문인데 자기네가 무슨 상류층 가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감히 진주 상류층에 끼려고 해?”“너희 동씨 가문의 그런 염치없는 모습이 참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워!”“특히 동하임 넌 영국 제국의 황녀에 비하면 길가의 개에 불과해!”장무준의 눈에는 거리낌 없는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당장 이 기생오라비를 데리고 꺼져!”“앞으로 절대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참, 혼약은 할아버지한테 취소하라고 할 거야.”“그전에 조건이 하나 있어.”“바로 너랑 이 기생오라비가 장씨 가문 문 앞에서 3일 밤낮으로 무릎을 꿇고 비는 거야!”“3일 채우면 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어!”장무준의 빈정거림에 매서운 기운이 동하임의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그녀는 장무준을 차갑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장무준, 고작 며칠 동안 외국인 행세를 했다고 해서 자기가 무슨 영국 제국의 개라도 된 줄 아나 봐?”“잘 들어!”“파혼의 결정권은 나한테 있어!”“장무준 네놈이 3일 밤낮으로 우리 가문 문 앞에서 무릎 꿇고 빌면 파혼을 동의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이 내연녀랑 부부가 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내연녀?”장무준은 동하임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더러운 년, 말조심해!”“네 눈앞에 있는 여인은 영국 제국의 황녀고 영국 제국 황위의 49번째 계승자야!”“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공주고 네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야. 너랑 너희 동씨 가문이 평생 떠받들고 모셔야 하는 존재라고!”“감히 누구한테 내연녀라고 하는 거야?”“미친 거 아니야?”“마리아 씨가 나
“장무준 저 자식이 어렸을 때부터 영국 제국에서 자라서 결국 영국 제국 황실 방계의 여자 친구를 찾은 듯해요.”“저런 친밀한 모습이 해외에서 일어난 거라면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심지어 저 자식이 우리 가문이랑 진작에 파혼했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도 저희 동씨 가문이랑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근데 지금 우리 동씨 가문이랑 파혼도 하지 않고 내가 마중 나올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외국 여자를 데리고 와서 내 뒤통수를 치잖아요.”“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죠!”동하임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자신의 약혼자인 저 남자한테 관심이 없지만 자신과 동씨 가문에 먹칠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일이 일단 진주·밀양 두 도시에서 퍼지게 되면 동씨 가문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김예훈은 동하임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는 살짝 웃으면서 물었다.“그럼 이제 어쩌려고요?”“저 남자한테 가서 당신을 좋아하는지, 결혼은 할 것인지 물어볼 건가요?”“죽어도 싫어요!”동하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간단하네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가서 분명히 말해줘요.”“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없는 거면 장씨 가문 쪽에서 자발적으로 파혼하게끔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거 아니에요?”김예훈은 장무준이 장현준의 손자란 걸 알고 있었지만 동하임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랐다.어찌 됐든 동씨 가문과 장씨 가문이 이 지경에 이른데에는 자신한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으니 동씨 가문을 도와 이 일을 최대한 조용히 해결해야 했다.자신이야 나중에 진주·밀양을 떠날 거라서 상관이 없지만 동씨 가문은 여기에 뿌리를 박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었다.동하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파혼하고 싶은 건 맞아요. 하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지 않아서 그래요.”“장무준이 지금 이 관건적인 시기에 돌아왔는데 순순히 파혼할까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순순히 파혼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그 남자 교육
다음 날 시즌 호텔 로얄 스위트 룸에서 깊이 잠들어 있던 김예훈은 다시 한번 끊임없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김예훈은 시계를 보고 나서 힘없이 문 열러 갔고 문 앞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동하임을 보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동하임 씨, 지금 아침 9시예요. 나 조금만 더 자게 해줘요!”“좀 푹 쉬게 내버려둬요!”화장한 동하임의 안색이 안 좋았고 그녀는 김예훈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나랑 같이 공항에 누구 좀 데리러 가요!”김예훈은 자세히 물어보려고 했지만 동하임의 안색이 좋지 않을 걸 보자 침묵을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임의 포로쉐 911은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이 달리다 진주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동씨 가문의 사람은 이미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동하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급히 달려가 주차를 도와주고 한 레스토랑의 위치를 알려주었다.안색이 좋지 않은 동하임은 에르메스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김예훈은 뭔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입을 꾹 다문 채 따라나섰다.그는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평소에 냉담한 동하임을 이토록 화나게 하는지 궁금했다.곧 두 사람은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다.거대한 레스토랑은 이미 통째로 예약된 상태라 다른 손님은 없었고 모든 웨이터가 한 테이블 귀빈들한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테이블 중앙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남자는 서울 사람으로 잘생긴 외모에 큰 키를 가지고 있는 듯했고 금색 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점잖고 우아한 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영국 제국의 외국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외모와 몸매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관건적인 것은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김예훈은 그것이 영국 제국 황족만이 가질 수 있는 기질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녀의 외모는 영국 제국의 장공주과는 조금 차이가 났지만 특유의 기질은 숨길 수 없었다.그러한 사람이 진주 국제 공항에 나타났다는 자체만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듯했다.몇몇 젊은이들이 레스토랑 바깥 구석에 몰래
“제 기억이 맞다면 전에 손자분이 동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었죠?”“명목상으로는 동하임의 약혼자 맞죠?”김현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했다가 그 당시 동씨 가문이 아직 집권하지 않았을 때 장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던 게 떠올랐다.하지만 그의 손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오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서울 사람들을 경멸했고 오직 영국 제국 황실의 사위가 되기만을 원했다.그래서 그는 영국 제국으로 유학 갔고 황실 방계인 여친을 찾은 후에는 진주로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김현민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장현준은 그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을 거다.김현민은 이어서 말했다.“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제가 제대로 기억한 것 같네요.”“오늘 동하임이 현장에서 김예훈을 건드리려면 자신의 시체를 밟고 가라는 둥, 그런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그 말이 퍼지게 되면 장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질 게 뻔해요.”“어쨌든 동하임은 어르신의 손자며느리이고 아직 파혼하지 않았잖아요.”“제가 보기에는 손자분이 돌아와서 동하임을 교육 좀 시켜야한다고 생각해요. 진주에서 누가 더 권력이 있는지 동씨 가문에 단단히 알려야죠!”“고작 동씨 가문 주제에 집권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장씨 가문의 은혜는 싹 다 잊은 거잖아요.”“게다가 동씨 가문을 망가뜨리면 김예훈이 계속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까요?”“그 사람이 평성에서 아무리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주에서는 뿌리 없는 초목일 뿐이에요.”“동씨 가문과의 인연만 끊어버린다면 얼마든지 밟고 올라설 수 있지 않겠어요?”“게다가 그 사람이 이번에 영국 제국을 거듭해서 모욕했는데 어르신 손자분과 황실 여자 친구가 같이 돌아와서 김예훈의 낯짝을 세게 후려갈겨 버리면 얼마나 속 시원하겠어요?”장현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 수장님 역시 명성대로 인재시네요. 직접 나서지 못하는 대신 전략과 배치를 아주 완벽하게 짜놓으셨네요.”“어떻게 체면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급한 마
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용현성이 김예훈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걸 진작에 예상했던 거예요?”“용현성은 용문당 집법부대의 부당주고 용문당 36개 지회를 총괄하는 사람이에요.”“그런데 김예훈이 어떻게 감히 용현성의 체면을 구길 수 있어요?”김현민은 직접 장현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간단해요.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 신분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회장이라는 신분은 그 사람한테 단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덤일 뿐이에요.”“그 사람의 진짜 정체는 아마 어르신도 들어봤을 거예요.”“경기도 김세자요!”“진주 이씨 가문의 이일메 큰 어르신도 그 사람을 건드렸다가 패배의 쓴맛만 봤어요.”“심지어 경기도 제일의 명문가의 모든 자원이 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그런 사람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게다가 용 어르신과 어르신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공격해서 큰 코만 다치게 된거예요.”김현민의 담담한 말투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장현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 김현민을 응시하며 약간 화가 난 듯이 말했다.“그럼 왜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얘기하지 않았어요?”“제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제 말을 안 들으셨잖아요.”“제가 어르신한테 그 사람의 진짜 정체를 미리 말해줬다고 해도 어르신의 성격과 용어르신의 독단성을 감안했을 때 제 말을 들어주고 믿어줬을까요?”김현민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그에게 차근차근 미끼를 던졌다.“어르신과 용 어르신께서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합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그놈을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분께서 미리 패배의 쓴맛을 맛보는 거예요.”“그래야 두 분께서 그런 놈을 상대하려면 아예 손을 쓰지 않거나 손을 쓴다면 바로 죽여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니깐요.”그 말을 들은 장현준의 표정이 바뀌었고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잠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김 수장님은 날 위해서 나설
남윤지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곧 김현민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차리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애초에 그 두 늙은이를 내보낸 건 단지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였잖아요.”“첫 번째 목적은 이 기회를 빌려 용문당이 김예훈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지 그 한계를 알아내기 위해서였고요.”“그리고 두 번째는 일본이 김예훈 측과의 싸움에서 패배돼서 이번에는 영국 제국의 힘을 빌려서 그놈을 죽이려고 했잖아요.”“이제 그 두 늙은이는 도련님이 예상했던 대로 쓸모가 없어졌고 마침 저희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잘된 거 아니에요?”김현민은 담담하게 말했다.“계획은 그렇긴 한데 안타깝게도 변수가 생겼어.”“어떤 사람들은 자기 주제도 모르고 아직도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단 말이지.”김현민의 얼굴에 비웃음이 번졌다.“어떤 사람들이요?”남윤지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 문 앞에서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코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얼굴이 부어오른 장현준이 거실 문을 열고 김현민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의 얼굴은 끊임없이 일그러지면서 변화하는 동시에 원한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 수장님, 김예훈 그놈 뭐예요?”“고작 용문당 회장 주제에!”“어떻게 감히 내 얼굴에 손을 대요!”“게다가 날 서양 놈들의 개라고까지 했어요!”“그놈을 당장 죽여버려요! 김 수장님, 내 원한을 꼭 갚아줘요!”“별거 아닌 놈이 감히 전임 총독의 얼굴을 때리다니!”“그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진주·밀양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또 어떻게 영국 제국 황실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겠어요?”장현준은 자신과 김현민의 신분 차이를 잊은 채 붉게 부어오른 얼굴에는 증오와 사나움만 가득했다.이어서 장현준은 그의 부하들 앞으로 다가가서 그들의 얼굴을 내리치기 시작했다.“쓸모없는 것들! 이 쓸모없는 것들아!”“날 보호하지 않고 뭘 했던 거야?”“영국 제국의 퇴역 기사라면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