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화평루를 걸어 나와 뒤를 돌아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예훈은 부산 용문당 회장이고 앞으로 부산에서 공개적으로 가질 신분이다.조인국 일가가 지금은 안 믿어도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믿게 될 것이다.김예훈은 설명할 생각도 없어서 차를 타고 오정범이 계획을 짜 놓은 곳으로 향했다.이때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리며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조인국은 김예훈한테 우선 작은 호텔을 잡아 며칠 지내면 주소를 보내줄 테니 늦게 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그리고 조인국은 이미연과 다른 사람들을 대신해 사과하며 마지막으로 김예훈에게 젊은 사람이 처음부터 높은 곳에 있으려 하면 안 되고 차근차근 올라가야 하며, 앞으로 말도 안 되는 허풍을 떨면 안 된다는 충고도 했다.김예훈은 문자를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비록 오랫동안 보지 못했지만, 조인국은 참된 어른이었다.김예훈도 조인국의 관심을 느꼈다.생각을 마친 김예훈은 많은 설명을 덧붙이지 않고 자신이 계획이 다 있으니, 시간이 생기면 조인국을 다시 찾아뵈러 간다고 답했다.30분 정도가 지나자 차는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프리미엄 프라이빗 클럽에 도착했다.김예훈은 곧바로 888호 룸으로 갔고 안에는 이미 오래 기다린 오정범과 사람들이 있었다.김예훈이 들어오자 오정범과 도적구자, 공진해 모두 일어나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김예훈이 부산 용문당을 관리하러 온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도적구자와 공진해는 김예훈한테 모든 걸 바쳤다.이번에 미리 부산에 와 계획을 짜고 정보들을 모으는데 이 둘이 대부분을 담당했다.김예훈은 아무 자리에 앉아 담담하게 말했다.“이런 곳은 어떻게 찾은 거예요? 성공하려고 부산에 왔으니 좋은 터에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오정범이 도적구자를 쳐다봤다.도적구자는 웃으며 말했다.“김 대표님, 자리 잡을 터는 저희가 일찍이 준비 해놨습니다. 그러나 부산은 좋은 사람들과 나쁜 사람들이 섞여 있습니다. 각국의 세력들이 서로 얽혀 있고 저희는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어서 고를 수 있는 곳이 별로
공진해는 공손하게 핸드폰 속에서 사진을 찾아 TV에 띄우고 설명하기 시작했다.“최씨 가문의 아들은 네 명이고, 둘째와 셋째는 쓰레기들이라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첫째 최산하와 넷째 최산호는 꽤 이름이 있습니다. 이 둘은 본인 능력도 괜찮고 기본적으로 부산 용문당 원로들의 지지를 받습니다. 최산하는 이전 부회장인 인재윤과 동맹관계이고 최산호는 부회장 우충식과 한 편입니다. 이 둘 부회장들은 부산 용문당에서 실세라고 불리는 큰 인물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두 최씨 형제를 그냥 돕는 게 아닙니다. 양측 모두 약속한 게 있는데, 그건 바로 최씨 가문에서의 지위가 올라가면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되게끔 뒤에서 돕는 것입니다. 최씨 가문이 부산 용문당에서 영향력을 큰 것은 분명합니다. 지위를 높이는데 최씨 가문의 지지가 없으면 힘듭니다.”공진해는 또 다른 사진을 찾아 계속 말했다.“그리고 이 사람은 부회장 세 명 중 유일하게 중립을 지키고 있는 주학진입니다. 그러나 이 사람은 비밀스러운 부분이 많아 아직 목적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외지인이 보기에 이들은 부산 용문당 회장 일을 묻지도 또 알아보지도 않는 거 같습니다.”김예훈은 책상을 툭툭 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흥미롭군요. 간단하게 말하면 첫째, 최씨 가문의 최산하와 최산호 두 사람은 지위를 높일 기회가 있고, 둘째, 부산 용문당 두 부회장인 우충식과 주학진은 각자 목적이 다르다는 거죠? 이렇게 보면 지금까지 최산호와 우충식의 동맹이 가장 끈끈한 거 같네요?”공진해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추가했다.“김 대표님, 인재윤을 까먹으신 거 같습니다!”감예훈은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오정범이 담담하게 말했다.“인재윤은 이제 없는 사람이야.”말이 끝나자 공진해는 부들부들 떨었다.이전에 인씨 가문 사람들이 기세등등하게 성남시에 갔다고 들었는데, 지금 그 결말이 어떻게 됐는지 알게 됐다.이 소름 돋는 소식을 빠르게 인지하고 공진해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김 대표님, 그렇게 보면 최씨 가문 중에 최산호가 지위를 높
공진해와 도적구자는 부산에 와서 많은 것들을 준비해 놓아서 지금 김예훈이 행동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김예훈이 행동한다면 정말로 일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생각을 마친 김예훈이 말했다.“지금 먼저 손을 쓰면 감내해야 할 것들이 많아요. 그들이 우리를 공격하게 만들어요! 개 같은 자들을 다 때려눕히고 사태를 수습해요. 심씨 가문 소식은 있나요?”김예훈이 화제를 돌렸다.“심씨 가문...”공진해가 난처한 표정으로 잠시 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김 대표님, 제가 무능한 탓입니다. 요 며칠 이미 각종 루트로 심씨 가문 소식을 알아내려 했지만, 이 일만 알아보려 하면 사람들이 하나씩 사라집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 저희를 감시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능력 좋은 사람들을 몇 명 잃고 나서 저도 더 이상 알아보기를 멈췄습니다. 다음에 어떻게 움직일지는 김 대표님이 시키시는 대로 하겠습니다.”김예훈은 이상하게 여겼다.“공진해 씨가 훈련한 정보통들도 어떤 정보도 얻지 못하고 사라진 거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건가요?”공진해가 끄덕였다.“조금 흥미롭네요. 심씨 가문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한 거 같아요. 우선 공진해 씨 사람들을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세요. 제가 직접 나섭니다.”공진해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성남시 쪽은 상황이 어떤가요?”김예훈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아번엔 오정범이 직접 말했다.“제가 오늘 아침에 박인철과 연락을 했는데, 형수님 쪽은 아무 문제 없다고 합니다.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아마 일주일이면 경기도 정씨 가문 전체가 부산으로 이사 올 거 같습니다.”“일주일이라.”김예훈이 눈을 가늘게 떴다.“그렇다면 일주일 안에 모든 일들을 끝냅시다.”김예훈은 정민아가 위험한 곳에 있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정민아가 부산에 도착하기 전에 위험 요소들은 전부 없애 버리는 것이다.그러나 부산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용문당, 심씨 가문, 일본 등 여러 일들이
“쓰레기 같은 게! 네가 아직도 부산 용문당의 수석 제자인 줄 알아? 최도련님이 음식을 대접한 건 네 체면을 차려 준 거야! 그런데, 중간에 자리를 나와? 정말로 죽고 싶구나? 시원하게 최도련님 의견을 따르고 주식을 가져오면 부귀영화를 누리고 평생 돈방석에 앉아서 살 수 있다니까! 그런데 네가 그걸 안 했는데 누굴 탓해! 얘들아, 이 여자 끌고 가서 최도련님 앞에 다시 앉혀!”말하면서 맨 앞에 있던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그대로 진윤하의 뺨을 몇 번 내리쳐 진윤하가 의식을 잃을 뻔했다.그러나 진윤하는 정신을 붙잡고 김예훈 등 사람들이 있는 곳을 보고 희미하게 말했다.“살려주세요...”팍맨 앞에 있던 남자가 또 뺨을 때리며 차갑게 말했다.“살려주세요? 누가 널 살려주겠어? 누가 우리 최도련님과 맞서겠어!”말이 끝나자, 그는 김예훈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잘 들어! 너희는 지금 아무것도 못 본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거라고! 안 그러면 목숨 내놓을 준비 하는 게 좋을 거야!”말일 끝나자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은 우르르 달려와 진윤하를 데리고 나갔다.“내가 나가도 된다고 말했나?”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남아서 부신 물건들 배상하면 살려는 줄게.”말하며 김예훈은 진윤하를 한번 쳐다봤다.진윤하는 최종호가 죽고 김예훈에게 복수한다고 떠들어댄 유일한 사람이다.인재윤 같은 사람들과 비교하면 훨씬 고상해서 김예훈은 진윤하의 그런 점들을 높게 산다.안 마주쳤으면 몰라도 오늘 마주쳤으니 이 일을 김예훈은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중요한 건 김예훈은 갑자기 진윤하가 부산 용문당 일에 쓰기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 일이 더 흥미로울 수도 있다.전임 회장의 수석 제자가 있으면 강 건너 불구경하는 주학진을 끌어내리기 쉬워질 것이다.짧은 순간이었지만 김예훈은 많은 생각을 했다.“남으라고? 배상하라고? 살려는 주겠다고?”맨 앞에 있던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친구야. 지금 너랑 말하고
최산하를 보자 김예훈은 이전에 인재윤이 왜 최산하와 동맹을 맺으려 했는지 이해가 갔다.최산하는 딱 봐도 부잣집 도련님 같아서 이런 사람이 가주가 되는 일을 도와주면 무조건 따 놓은 당상이 되기 때문이다.심지어 인재윤은 최산하을 이용해 오산그룹을 장악하고 심지어 최씨 가문 전체를 손에 넣을 수 있다.인재윤의 계획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건드리면 안 될 사람을 건드려서 지금은 황천길을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인규야, 쓰레기 좀 잡아 오랬더니 뭘 그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앞으로 걸어 온 최산하는 곧바로 양복 입은 덩치 큰 남자의 얼굴을 내리쳤다.“우리 최씨 가문은 일 처리를 제대로 못 하는 사람을 가문의 법으로 처리하는 거, 알아 몰라? 내가 지금 바지를 이미 반 이상 벗었는데 아직도 데리고 오지 못하면 어떡하니. 지금 나랑 장난해?”놀라 얼굴이 창백해진 김인규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최 도련님, 잘못했습니다. 도련님의 흥이 깨진 건 전부 제 잘못입니다. 그러나 제 탓만 있지 않습니다. 저 외지인들이 자신들이 나라를 세운 것처럼 여자 한 명 구해서 영웅 놀이 하려고 했습니다. 저보고 진윤하를 넘기라는 것도 모자라 20억을 내놓으랍니다.”“뭐라고? 아직도 이렇게 주제도 모르는 애들이 있다는 말이야? 분명 우리 용문당이 이미 다 밟아 죽였던 걸로 기억하는데?”화가 잔뜩 나 살벌한 표정의 최산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김예훈을 쳐다보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친구야. 내 사람을 데려가고 싶어? 내 돈을 달라고? 네가 뭔데? 너희 외지인들은 돈만 조금 있으면 우리 부산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게다가 여자를 구해서 영웅 한 번 돼보겠다고? 네 주제도 모르는 거야? 내가 똑똑히 말하는데, 우리가 죽인 너희 같은 쓰레기들은 매년 백 명, 아니 천 명은 될 거야. 부산은 우리 지역이야! 내가 곧 법이라고! 그 누가 와도 우리한테는 비빌 수 없어! 근데 네가 도대체 뭔데?”지금 최산하는 물고 있던 시가를 김예
스윽오정범은 긴말하지 않고 그대로 양복 입은 덩치 큰 남자들을 들이박고는 진윤하를 낚아채 공진해에게 넘겼다.도적구자도 앞으로 나와 조용히 진윤하를 자신의 뒤에 있게 했다.“개자식! 지금 우리 앞에서 감히 손을 써?”화가 난 김인규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총기를 꺼내 오정범에게 겨눴다.“내가 오늘, 네 목 딴다!”김인규가 총기를 발사하기도 전에 오정범은 차갑게 웃으며 그대로 달려갔다. 그 누구도 정신을 못 차릴 만큼 눈 깜짝할 사이에 김인규 앞까지 달려가 손으로 한번 내리치더니 손에 있던 총구가 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이런 작은 인물들은 김예훈이 나설 필요가 없다.오정범 한 명만 나서도 아무도 못 이긴다.“내 목을 따?”오정범이 차갑게 말했다.“내가 조직에서 뒹굴 때 넌 길거리에서 흙이나 만지면서 놀았어!”말이 끝나자, 양복 입은 덩치 큰 남자의 머리를 잡고 그대로 대리석 바닥에 내리쳤다.팍소리가 울려 퍼지고 양복 입은 덩치 큰 남자는 바닥에 쓰러진 채로 몸이 축 처졌다.최산하와 다른 사람들은 모두 놀라 당황하며 몸이 굳었다. 이들은 김예훈 옆에 있는 경호원 같은 사람들이 이렇게 힘이 셀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이곳은 그들의 지역이다!지금 이들 지역에서 최산하 밑에 있는 최고의 보디가드가 이렇게 쓰러졌다.어디서 온 힘인지?어디서 온 배짱인가?최산하는 차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곧이어 최산하 옆에 있던 양복 입은 덩치 큰 남자가 한둘씩 허리춤에서 총기를 꺼내 김예훈과 오정범을 향해 겨눴다!“모두 무릎 꿇어! 안 그러면 쏜다!”최산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양복 입은 덩치 큰 남자는 모두 총을 장전했다.현장은 긴장감이 흐르며 일촉즉발의 상황이다.“범이 형님, 솜씨가 서툴러요.”소파에 앉아 있던 김예훈이 드디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그 순간 수많은 총구가 김예훈의 머리를 겨눴다.김예훈은 이런 사람들에게 방아쇠를 당길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김예훈은 몸을 움직여 그대로 앞으로 달렸다. 빛의 속도로 달려가 최산하가 정신을 차
양복을 입은 덩치 큰 남자들은 모두 표정이 일그러지며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모르고 있다.그리고 최산하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도록 얼굴을 맞아 빨갛게 퉁퉁 부었고, 눈가는 떨리고 있었다.“개자식, 내가 똑똑히 말해주겠는데, 네가 누구든, 네가 어디서 온 녀석이든, 네가 누굴 믿든! 오늘 나를 못 죽이면 내일 내가 너희 가족을 전부 죽일 거야! 나 최산하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아!”김예훈은 귀찮다는 듯 입을 쭉 내밀며 총기로 최산하의 턱을 누르고 뺨을 날렸다.퍽.“내가 너 못 죽일 거 같아?”퍽.“지금 네까짓 게 감히 우리 가족을 죽인다고 말해?”퍽.“내가 너무 착하게 말했지?”퍽.“누가 너한테 센 척 해도 된다고 말했어?”하도 맞아 어지러운 최산하가 소리쳤다.“나는 한 말은 지켜!”김예훈은 한숨을 쉬더니 온화한 웃음을 짓고 말했다.“지금 보니까 내가 너한테 너무 인자했어.”말을 마치고 김예훈은 최산하의 머리를 잡고 대리석 테이블에 그대로 내리쳤다.빠직.소리가 나더니 테이블에 균열이 일어났다. 퉁퉁 부은 최산하는 이제 머리에 피가 나기 시작했다.김예훈을 멍청이로 봤던 같이 온 여자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하고 표정이 일그러진 채로 놀라 뒷걸음질 쳤다.김인규 등 사람들은 모두 이를 바득바득 갈았지만 앞으로 나서려 할 때 오정범이 잽싸게 막아섰다.최산하는 아마 이 나이 먹고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맞은 것이다. 지금 머리는 피로 흠뻑 젖었고 어지러워 곧 쓰러지기 직전이었다.얼굴이 피범벅이 된 최산하가 소리쳤다.“나쁜 놈. 감히 내 머리를 때려? 넌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무섭지도 않아?”퍽.김예훈은 총기를 들고 그대로 최산하의 얼굴을 내리쳤다. 순간 잔인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김인규 등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김예훈 손에 있는 총기는 장전한 상태로, 만약 방아쇠가 당겨지기라도 했다면 최산하는 이미 죽었다.자리에 있던 여자들은 모두 자기 입에서 어떤 소리도 새어 나가지 않게 막았다.지금 김예훈의
“날 죽이려는 사람이 만 명은 안 됐지만 팔천 명 정도는 됐거든?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최산하 넌 정말 급이 안 돼.”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그런데, 오늘은 네 그 목숨을 어떻게 부지할지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말을 하며 김예훈은 최산하의 시가를 그대로 뺏어서 최산하의 입에 욱여넣고 입을 막았다.“웁.”최산하는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그리고 밀려오는 고통에 온몸을 떨며 욕조차 내뱉을 수 없었다.개량 한복을 입은 여자들은 이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들은 김예훈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고 매우 건방지다고 생각했다.작은 부산으로 온 멍청한 외지인 몇몇이 감히 최도련님에게 도전장을 내민다?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외지에서 온 촌뜨기가 무슨 자격으로 최도련님을 건드려?“친구야. 너 이렇게 최 도련님을 대하면 너는 내가 직접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야!”최산하가 만신창이가 된 모습을 본 김인규는 다음에는 자기가 어떻게 될지 눈에 훤히 보였다.“내가 오늘 여기서 맹세하는데, 난 절대로 널 그냥 보내지 않을 거야!”현장은 난리 통이었다.빠직.김예훈은 최산하의 왼손을 잡고 그대로 부러뜨렸다.최산하는 끝내 돼지 멱따는 울음 같은 비명을 질렀다.김예훈은 실실 웃으며 김인규를 쳐다봤다.“방금 뭐라고 했어? 내가 잘 못 들어서 그러는데 다시 한번 말해줄래?”김인규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개자식. 감히 최도련님의 손을 부러뜨려? 내가 똑똑히 말하는데...”빠직.김예훈이 발길질을 한번 하더니 최산하의 왼발도 그대로 부러졌다.“뭘 말해줄 건데?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해봐!”왼손과 왼발이 부러진 모습을 보자 최산하는 고통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자 김인규 등 사람들 얼굴에 있던 분노는 공포로 바뀌었다.이들은 촌뜨기 같아 보이는 이 몇 녀석이 모두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 누구도 이런 거물을 감히 건드릴 수 없었다.“할 말 없어? 그럼, 이제 내가 말해도 되는 차롄가?”김예훈은 벽에
“바깥 세상?”김예훈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다른 건 더 이상 말하지 않겠어. 듣자 하니 요즘 리카 제국 쪽에서 독감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가 약탈을 해서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다고 하더라?”“그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니?”“그리고 영국 제국은 크리스마스 금지령을 무시하고 밤새도록 파티를 벌여 독감 감염률이 치솟았다던데 이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야?”“아니면 유라시아 전쟁에서 영국 제국이 세탁 세제 몇 봉지를 갖다가 유라시아 일부 국가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모독하고 이를 빌미로 사람들한테 군사적, 재정적 제재를 가한 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야?”장무준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차갑게 말했다.“어디서 주워들은 근거 없는 말들이지? 이 나라 사람들이 함부로 퍼뜨린 루머 아니야?”“난 왜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지? 증거 있어?”“증거 없으면 말 함부로 하지 마. 비방죄로 널 고소할 수도 있어!”장무준이 화를 내며 언성을 높였다.김예훈은 귀찮아서 더 이상 논쟁할 생각이 없었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래,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으면 다른 얘기 좀 해보자.”“내 기억이 맞다면 며칠 전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영국 제국의 기자가 한국의 독감 백신이 효과가 있느냐고 물었었지?”“맞아. 물을 만하잖아. 무슨 문제제라도 있어?”장무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한국이 어떻게 독감 백신을 생산할 수 있겠어? 자기기만 하는 거잖아.”“자기기만?”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영국 제국의 기자가 이 질문을 하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알아?”“그 사람이 백신 접종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온갖 노력을 다했고 결국은 백신을 맞았어.”“그러고 나서 기자회견에서 그런 질문을 내뱉은 거야.”“이런 이중 잣대와 뻔뻔함이 네가 말하는 문명이라고?”“너!”장무준은 너무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다.이 사건은 실제로 일어났고 국제적으로 큰 웃음거리가 되었다.김예훈은 계속해서 담담하게 말했다.“
“그만하고 우린 이제 시즌 호텔 경매장으로 가야 해.”“여기서 더 이상 역겹게 굴지 말고 이제 꺼져.”장무준은 조금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동하임의 매혹적인 몸을 힐끗 쳐다본 후 몸을 돌려 마리아와 함께 자리를 떠날 준비를 했다.결국은 영국 제국의 황족이 되고 황위 계승권의 기회를 얻는 게 자신의 평생소원이었다.설사 그 황위 계승권이 실현하기 어려운 멀고 먼 꿈일지라도 장무준은 기꺼이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 것이었다.김예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장무준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장무준, 똥 먹었어? 입냄새가 왜 그렇게 심해?”김예훈의 말을 들은 장무준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동하임은 김예훈을 이 일에 끌어들이는 걸 원치 않아 급히 김예훈을 잡아당겼다.“김예훈 도련님, 그만해요. 저런 놈이랑 말 섞지 말아요.”“이 뻔뻔스러운 놈이 나한테 무릎 꿇고 빌 때가 곧 올 거예요.”동하임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 김예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동하임의 사적인 일이라 그가 너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하지만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들은 장무준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네가 바로 그 버르장머리가 없고 노인을 존중할 줄도 모른 데다 동씨 가문에 빌붙어서 진주에서 온갖 허세를 부리는 물러터진 놈이구나.”“물러터진 놈?”김예훈은 장무준의 말이 도대체 어디서 굴러 나온 말인지 몰라 그저 담담하게 장무준을 바라보기만 했다.“물러터진 놈이 아니야?”장무준은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동씨 가문에 빌붙어서 일본의 귀빈들한테 손댄 것도 모자라 감히 진주 전임 총독한테도 손을 대다니!”“능력은 눈곱만큼도 없으면서 어디서 허세야?”“완전 세상 물정을 모르는 놈이네.”“설마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알아?”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왜? 내가 너희 집 어르신 뺨을 때린 게 불만인가 봐?”장무준은 차갑게 말했다.“불만인지 아닌지가 문제가 아니라 네가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야!”“네 놈이 영국 제국의 황
외국 여자의 말을 들은 장무준은 역겨움과 혐오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바라보았다.그는 동하임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김예훈을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입을 삐죽거렸다.“어쩐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어디서 악취가 진동하더라니, 네 몸에서 나는 냄새였구나!”“동하임, 마리아 씨가 너한테서 어떤 악취가 난다고 했는지 알아?”“궁상맞은 냄새가 난다고 했어!”“동씨 가문은 어떻게 보면 별 보잘것없는 가문인데 자기네가 무슨 상류층 가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감히 진주 상류층에 끼려고 해?”“너희 동씨 가문의 그런 염치없는 모습이 참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워!”“특히 동하임 넌 영국 제국의 황녀에 비하면 길가의 개에 불과해!”장무준의 눈에는 거리낌 없는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당장 이 기생오라비를 데리고 꺼져!”“앞으로 절대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참, 혼약은 할아버지한테 취소하라고 할 거야.”“그전에 조건이 하나 있어.”“바로 너랑 이 기생오라비가 장씨 가문 문 앞에서 3일 밤낮으로 무릎을 꿇고 비는 거야!”“3일 채우면 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어!”장무준의 빈정거림에 매서운 기운이 동하임의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그녀는 장무준을 차갑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장무준, 고작 며칠 동안 외국인 행세를 했다고 해서 자기가 무슨 영국 제국의 개라도 된 줄 아나 봐?”“잘 들어!”“파혼의 결정권은 나한테 있어!”“장무준 네놈이 3일 밤낮으로 우리 가문 문 앞에서 무릎 꿇고 빌면 파혼을 동의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이 내연녀랑 부부가 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내연녀?”장무준은 동하임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더러운 년, 말조심해!”“네 눈앞에 있는 여인은 영국 제국의 황녀고 영국 제국 황위의 49번째 계승자야!”“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공주고 네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야. 너랑 너희 동씨 가문이 평생 떠받들고 모셔야 하는 존재라고!”“감히 누구한테 내연녀라고 하는 거야?”“미친 거 아니야?”“마리아 씨가 나
“장무준 저 자식이 어렸을 때부터 영국 제국에서 자라서 결국 영국 제국 황실 방계의 여자 친구를 찾은 듯해요.”“저런 친밀한 모습이 해외에서 일어난 거라면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심지어 저 자식이 우리 가문이랑 진작에 파혼했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도 저희 동씨 가문이랑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근데 지금 우리 동씨 가문이랑 파혼도 하지 않고 내가 마중 나올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외국 여자를 데리고 와서 내 뒤통수를 치잖아요.”“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죠!”동하임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자신의 약혼자인 저 남자한테 관심이 없지만 자신과 동씨 가문에 먹칠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일이 일단 진주·밀양 두 도시에서 퍼지게 되면 동씨 가문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김예훈은 동하임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는 살짝 웃으면서 물었다.“그럼 이제 어쩌려고요?”“저 남자한테 가서 당신을 좋아하는지, 결혼은 할 것인지 물어볼 건가요?”“죽어도 싫어요!”동하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간단하네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가서 분명히 말해줘요.”“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없는 거면 장씨 가문 쪽에서 자발적으로 파혼하게끔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거 아니에요?”김예훈은 장무준이 장현준의 손자란 걸 알고 있었지만 동하임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랐다.어찌 됐든 동씨 가문과 장씨 가문이 이 지경에 이른데에는 자신한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으니 동씨 가문을 도와 이 일을 최대한 조용히 해결해야 했다.자신이야 나중에 진주·밀양을 떠날 거라서 상관이 없지만 동씨 가문은 여기에 뿌리를 박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었다.동하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파혼하고 싶은 건 맞아요. 하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지 않아서 그래요.”“장무준이 지금 이 관건적인 시기에 돌아왔는데 순순히 파혼할까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순순히 파혼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그 남자 교육
다음 날 시즌 호텔 로얄 스위트 룸에서 깊이 잠들어 있던 김예훈은 다시 한번 끊임없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김예훈은 시계를 보고 나서 힘없이 문 열러 갔고 문 앞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동하임을 보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동하임 씨, 지금 아침 9시예요. 나 조금만 더 자게 해줘요!”“좀 푹 쉬게 내버려둬요!”화장한 동하임의 안색이 안 좋았고 그녀는 김예훈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나랑 같이 공항에 누구 좀 데리러 가요!”김예훈은 자세히 물어보려고 했지만 동하임의 안색이 좋지 않을 걸 보자 침묵을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임의 포로쉐 911은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이 달리다 진주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동씨 가문의 사람은 이미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동하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급히 달려가 주차를 도와주고 한 레스토랑의 위치를 알려주었다.안색이 좋지 않은 동하임은 에르메스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김예훈은 뭔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입을 꾹 다문 채 따라나섰다.그는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평소에 냉담한 동하임을 이토록 화나게 하는지 궁금했다.곧 두 사람은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다.거대한 레스토랑은 이미 통째로 예약된 상태라 다른 손님은 없었고 모든 웨이터가 한 테이블 귀빈들한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테이블 중앙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남자는 서울 사람으로 잘생긴 외모에 큰 키를 가지고 있는 듯했고 금색 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점잖고 우아한 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영국 제국의 외국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외모와 몸매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관건적인 것은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김예훈은 그것이 영국 제국 황족만이 가질 수 있는 기질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녀의 외모는 영국 제국의 장공주과는 조금 차이가 났지만 특유의 기질은 숨길 수 없었다.그러한 사람이 진주 국제 공항에 나타났다는 자체만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듯했다.몇몇 젊은이들이 레스토랑 바깥 구석에 몰래
“제 기억이 맞다면 전에 손자분이 동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었죠?”“명목상으로는 동하임의 약혼자 맞죠?”김현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했다가 그 당시 동씨 가문이 아직 집권하지 않았을 때 장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던 게 떠올랐다.하지만 그의 손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오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서울 사람들을 경멸했고 오직 영국 제국 황실의 사위가 되기만을 원했다.그래서 그는 영국 제국으로 유학 갔고 황실 방계인 여친을 찾은 후에는 진주로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김현민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장현준은 그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을 거다.김현민은 이어서 말했다.“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제가 제대로 기억한 것 같네요.”“오늘 동하임이 현장에서 김예훈을 건드리려면 자신의 시체를 밟고 가라는 둥, 그런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그 말이 퍼지게 되면 장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질 게 뻔해요.”“어쨌든 동하임은 어르신의 손자며느리이고 아직 파혼하지 않았잖아요.”“제가 보기에는 손자분이 돌아와서 동하임을 교육 좀 시켜야한다고 생각해요. 진주에서 누가 더 권력이 있는지 동씨 가문에 단단히 알려야죠!”“고작 동씨 가문 주제에 집권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장씨 가문의 은혜는 싹 다 잊은 거잖아요.”“게다가 동씨 가문을 망가뜨리면 김예훈이 계속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까요?”“그 사람이 평성에서 아무리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주에서는 뿌리 없는 초목일 뿐이에요.”“동씨 가문과의 인연만 끊어버린다면 얼마든지 밟고 올라설 수 있지 않겠어요?”“게다가 그 사람이 이번에 영국 제국을 거듭해서 모욕했는데 어르신 손자분과 황실 여자 친구가 같이 돌아와서 김예훈의 낯짝을 세게 후려갈겨 버리면 얼마나 속 시원하겠어요?”장현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 수장님 역시 명성대로 인재시네요. 직접 나서지 못하는 대신 전략과 배치를 아주 완벽하게 짜놓으셨네요.”“어떻게 체면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급한 마
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용현성이 김예훈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걸 진작에 예상했던 거예요?”“용현성은 용문당 집법부대의 부당주고 용문당 36개 지회를 총괄하는 사람이에요.”“그런데 김예훈이 어떻게 감히 용현성의 체면을 구길 수 있어요?”김현민은 직접 장현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간단해요.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 신분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회장이라는 신분은 그 사람한테 단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덤일 뿐이에요.”“그 사람의 진짜 정체는 아마 어르신도 들어봤을 거예요.”“경기도 김세자요!”“진주 이씨 가문의 이일메 큰 어르신도 그 사람을 건드렸다가 패배의 쓴맛만 봤어요.”“심지어 경기도 제일의 명문가의 모든 자원이 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그런 사람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게다가 용 어르신과 어르신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공격해서 큰 코만 다치게 된거예요.”김현민의 담담한 말투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장현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 김현민을 응시하며 약간 화가 난 듯이 말했다.“그럼 왜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얘기하지 않았어요?”“제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제 말을 안 들으셨잖아요.”“제가 어르신한테 그 사람의 진짜 정체를 미리 말해줬다고 해도 어르신의 성격과 용어르신의 독단성을 감안했을 때 제 말을 들어주고 믿어줬을까요?”김현민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그에게 차근차근 미끼를 던졌다.“어르신과 용 어르신께서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합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그놈을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분께서 미리 패배의 쓴맛을 맛보는 거예요.”“그래야 두 분께서 그런 놈을 상대하려면 아예 손을 쓰지 않거나 손을 쓴다면 바로 죽여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니깐요.”그 말을 들은 장현준의 표정이 바뀌었고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잠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김 수장님은 날 위해서 나설
남윤지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곧 김현민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차리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애초에 그 두 늙은이를 내보낸 건 단지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였잖아요.”“첫 번째 목적은 이 기회를 빌려 용문당이 김예훈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지 그 한계를 알아내기 위해서였고요.”“그리고 두 번째는 일본이 김예훈 측과의 싸움에서 패배돼서 이번에는 영국 제국의 힘을 빌려서 그놈을 죽이려고 했잖아요.”“이제 그 두 늙은이는 도련님이 예상했던 대로 쓸모가 없어졌고 마침 저희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잘된 거 아니에요?”김현민은 담담하게 말했다.“계획은 그렇긴 한데 안타깝게도 변수가 생겼어.”“어떤 사람들은 자기 주제도 모르고 아직도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단 말이지.”김현민의 얼굴에 비웃음이 번졌다.“어떤 사람들이요?”남윤지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 문 앞에서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코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얼굴이 부어오른 장현준이 거실 문을 열고 김현민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의 얼굴은 끊임없이 일그러지면서 변화하는 동시에 원한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 수장님, 김예훈 그놈 뭐예요?”“고작 용문당 회장 주제에!”“어떻게 감히 내 얼굴에 손을 대요!”“게다가 날 서양 놈들의 개라고까지 했어요!”“그놈을 당장 죽여버려요! 김 수장님, 내 원한을 꼭 갚아줘요!”“별거 아닌 놈이 감히 전임 총독의 얼굴을 때리다니!”“그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진주·밀양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또 어떻게 영국 제국 황실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겠어요?”장현준은 자신과 김현민의 신분 차이를 잊은 채 붉게 부어오른 얼굴에는 증오와 사나움만 가득했다.이어서 장현준은 그의 부하들 앞으로 다가가서 그들의 얼굴을 내리치기 시작했다.“쓸모없는 것들! 이 쓸모없는 것들아!”“날 보호하지 않고 뭘 했던 거야?”“영국 제국의 퇴역 기사라면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