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을 입은 덩치 큰 남자들은 모두 표정이 일그러지며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쩔 줄 모르고 있다.그리고 최산하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도록 얼굴을 맞아 빨갛게 퉁퉁 부었고, 눈가는 떨리고 있었다.“개자식, 내가 똑똑히 말해주겠는데, 네가 누구든, 네가 어디서 온 녀석이든, 네가 누굴 믿든! 오늘 나를 못 죽이면 내일 내가 너희 가족을 전부 죽일 거야! 나 최산하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아!”김예훈은 귀찮다는 듯 입을 쭉 내밀며 총기로 최산하의 턱을 누르고 뺨을 날렸다.퍽.“내가 너 못 죽일 거 같아?”퍽.“지금 네까짓 게 감히 우리 가족을 죽인다고 말해?”퍽.“내가 너무 착하게 말했지?”퍽.“누가 너한테 센 척 해도 된다고 말했어?”하도 맞아 어지러운 최산하가 소리쳤다.“나는 한 말은 지켜!”김예훈은 한숨을 쉬더니 온화한 웃음을 짓고 말했다.“지금 보니까 내가 너한테 너무 인자했어.”말을 마치고 김예훈은 최산하의 머리를 잡고 대리석 테이블에 그대로 내리쳤다.빠직.소리가 나더니 테이블에 균열이 일어났다. 퉁퉁 부은 최산하는 이제 머리에 피가 나기 시작했다.김예훈을 멍청이로 봤던 같이 온 여자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하고 표정이 일그러진 채로 놀라 뒷걸음질 쳤다.김인규 등 사람들은 모두 이를 바득바득 갈았지만 앞으로 나서려 할 때 오정범이 잽싸게 막아섰다.최산하는 아마 이 나이 먹고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맞은 것이다. 지금 머리는 피로 흠뻑 젖었고 어지러워 곧 쓰러지기 직전이었다.얼굴이 피범벅이 된 최산하가 소리쳤다.“나쁜 놈. 감히 내 머리를 때려? 넌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무섭지도 않아?”퍽.김예훈은 총기를 들고 그대로 최산하의 얼굴을 내리쳤다. 순간 잔인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김인규 등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김예훈 손에 있는 총기는 장전한 상태로, 만약 방아쇠가 당겨지기라도 했다면 최산하는 이미 죽었다.자리에 있던 여자들은 모두 자기 입에서 어떤 소리도 새어 나가지 않게 막았다.지금 김예훈의
“날 죽이려는 사람이 만 명은 안 됐지만 팔천 명 정도는 됐거든?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최산하 넌 정말 급이 안 돼.”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그런데, 오늘은 네 그 목숨을 어떻게 부지할지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말을 하며 김예훈은 최산하의 시가를 그대로 뺏어서 최산하의 입에 욱여넣고 입을 막았다.“웁.”최산하는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그리고 밀려오는 고통에 온몸을 떨며 욕조차 내뱉을 수 없었다.개량 한복을 입은 여자들은 이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들은 김예훈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고 매우 건방지다고 생각했다.작은 부산으로 온 멍청한 외지인 몇몇이 감히 최도련님에게 도전장을 내민다?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외지에서 온 촌뜨기가 무슨 자격으로 최도련님을 건드려?“친구야. 너 이렇게 최 도련님을 대하면 너는 내가 직접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야!”최산하가 만신창이가 된 모습을 본 김인규는 다음에는 자기가 어떻게 될지 눈에 훤히 보였다.“내가 오늘 여기서 맹세하는데, 난 절대로 널 그냥 보내지 않을 거야!”현장은 난리 통이었다.빠직.김예훈은 최산하의 왼손을 잡고 그대로 부러뜨렸다.최산하는 끝내 돼지 멱따는 울음 같은 비명을 질렀다.김예훈은 실실 웃으며 김인규를 쳐다봤다.“방금 뭐라고 했어? 내가 잘 못 들어서 그러는데 다시 한번 말해줄래?”김인규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개자식. 감히 최도련님의 손을 부러뜨려? 내가 똑똑히 말하는데...”빠직.김예훈이 발길질을 한번 하더니 최산하의 왼발도 그대로 부러졌다.“뭘 말해줄 건데?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해봐!”왼손과 왼발이 부러진 모습을 보자 최산하는 고통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자 김인규 등 사람들 얼굴에 있던 분노는 공포로 바뀌었다.이들은 촌뜨기 같아 보이는 이 몇 녀석이 모두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 누구도 이런 거물을 감히 건드릴 수 없었다.“할 말 없어? 그럼, 이제 내가 말해도 되는 차롄가?”김예훈은 벽에
오 분 뒤.번호판이 없는 토요타 프라도가 클럽 문 앞에 멈춰 섰다.오정범 등 사람들은 진윤하를 데리고 차에 먼저 타 시동을 걸었다.그 뒤로 김예훈은 한 손으로 이미 만신창이가 된 최산하를 질질 끌고 차 쪽까지 걸어 왔다.그러고는 최산하를 트렁크에 던지고 뒤를 돌며 차갑게 말했다.“우리가 나가는 건 최 도련님이 배웅하면 되니까 나머지는 여기서 두 시간 기다려. 두 시간 뒤 너희 최 도련님이 다시 돌아올 거야. 만약 누구라도 먼저 여기를 떠나기만 해봐. 한 명이 떠나면 손이고 두 명은 발이고 세 명은... 미안, 목밖에 안 남았네...”말을 끝내고 김예훈은 조수석에 앉아 창문을 내리고 손을 흔들며 떠났다.야심한 밤. 김인규 등 사람들은 이를 바득바득 갈고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감히 나설 수 없었다.만약 그들이 알게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외지에서 온 촌뜨기들은 한다면 하는 사람들이다!...두 시간 뒤 부산 바닷가 근처에 있는 한 민박집에서, 공진해는 한 발로 대문을 열어버렸다.이곳은 그들이 이전에 아지트로 이미 인수한 곳이다.민박의 로비에 들어서자, 도적구자는 진윤하를 소파 위에 던져 놓았고, 오정범은 최산하를 구석에 던져 놨다.“형님들, 저는 이미 당신들을 안전하게 밖으로 모셔 왔으니 이제 가도 될까요?”최산하의 눈이 바들바들 떨렸다.“다들 허겁지겁 나왔잖아. 원래는 오늘 만나서 얘기 나누고 친목도 다지려 했는데, 정말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했어. 이제 앞으로 순조롭지만은 않을 거야. 계속 쓸데없는 말을 하면 너부터 가만 안 둬.”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하자 최산하는 순간 숨을 들이쉬며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김예훈은 소파 근처로 걸어가 진윤하의 맥을 한번 짚어보더니 오정범이 진윤하 목에 손을 넣어 토를 유도한 사실을 알아차렸다.얼마 후 진윤하는 헛구역질하더니 속에 있던 어젯밤에 마신 술과 약을 전부 토해냈다.그 후 진윤하는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아직도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진윤
“지금 뭐라고 그랬어?”진윤하는 김예훈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김예훈, 날 죽여도 되는데 날 모욕하지는 마!”“너 바보 아니었어?”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몇 안 되는 IQ로 한번 잘 생각해 봐. 내가 최종호를 죽이려고 했으면 그 자리에서 죽이면 됐지 그렇게 많은 힘을 낭비했을까? 더 중요한 건, 최종호의 실력과 신분이 내가 직접 나서서 죽일만한 자격이 돼? 급이 맞는다고 생각해? 안 맞아.”김예훈의 표정은 진지했다.틀린 말은 아니다. 최종호가 부산 용문당 회장이기 때문에 남들 눈에는 높은 사람처럼 보일 수는 있어도 김예훈한테는 아무것도 아니다.‘급이 안 맞아.’라는 말을 들은 진윤하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몸을 축 늘어뜨리고 소파 위에 앉아 무릎을 꿇었다.사실 진윤하도 요 며칠 이미 똑같은 생각을 했다. 김예훈이 최종호를 죽였다면 그 자리에서 죽였으면 됐다. 굳이 일을 많이 벌일 필요가 없었다.아쉬운 건 당시 복수를 하러 갔을 때 진윤하는 이미 복수에 눈이 멀어 사실 판단이 전혀 되지 않았다.진윤하는 자신이 김예훈한테 당했던 일을 생각해 봤다. 당시 부산 용문당은 풍비박산이 났고 또 이전에 김예훈을 건드렸던 인재윤은 머리통만 남았다고 들었다.이런 일들을 생각해 보니 진윤하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났다.김예훈은 계속 덤덤하게 말했다.“이전 일은 더 이상 말하지 않겠어. 오늘 일만 얘기하자. 너도 알다시피 만약 우리가 구하지 않았으면 지금 넌 이미 그 사람들한테 당했을 거야. 알고 있지? 한때 잘나가던 사람이 개, 돼지만도 못한 상태로 떠나길 원하는 건 아니지?”말하며 김예훈은 구석에 있던 최산하를 가리켰다.최산하는 헛기침 하며 빠르게 말했다.“누님, 제가 그런 거 아니에요. 제가 술을 마셔서 잘 기억은 안 났는데 저는 누님을 존경합니다!”이때 최산하는 큰일 났다는 것을 직감했다.지금 이런 상황이라면 힘없는 진윤하라도 손쉽게 최산하를 죽일 수 있다.진윤하는 최산하를 무시한 채 김
“김예훈, 이미 이렇게까지 됐는데 아직도 날 모욕해야겠어? 나같이 쓸모없는 사람을 능욕해서 어떤 성취감을 얻겠다고! 죽이려면 그냥 죽여! 너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아니면 내 몸을 원해? 그래 마음대로 해! 만약 이런 거 다 필요 없다면 제발 나를 그냥 보내줘. 네가 날 이렇게 쓸모없게 만들었다가 오늘 또 구했으니, 앞으로 우리 둘의 원한은 이제 끝인 거야...”진윤하는 창백한 얼굴로 무기력한 말을 내뱉었다.김예훈은 차갑게 말했다.“미안한데, 네가 비록 예쁘고 몸매도 좋긴 해도 내 취향은 아니야. 오늘 밤에 그런 일은 모욕이라고 할 것도 없고. 내가 널 구한 것도 네가 좋아서가 아니라 충분히 이용할 가치가 있어서였어. 기왕 이렇게 말한 거 다 말할게. 오늘부터 내 부하 해. 그러면 나도 네가 회복하는 거 도와줄게...”“김예훈, 사람을 무시해도 정도가 있지, 너...”진윤하는 부하가 되라는 말을 듣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그 뒷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뭐라고? 회복을 도와준다고?”‘어떻게 이럴 수 있지?’진윤하는 돌아오고 난 후 많은 명의와 고수들을 찾았지만, 그 누구도 진윤하를 치료할 수 없었다.그러나 한 늙은 스님이 최소 무신 급의 고수만이 치료해 줄 수 있다고 했다.그러나 한국에 무신은 몇 안 됐고 군부대 무신은 지위가 높아 진윤하가 찾아갈 수 없었다.“널 이렇게 만든 사람이 난데 회복시키는 것도 가능하지.”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물론, 공짜는 없어. 내가 널 회복시켜 주는 대신에 넌 기꺼이 내 부하가 되고 내 충실한 개가 되는 거야. 내가 물으라고 하면 가서 물고 내가 뭐 하라고 하면 가서 하는 거야... 물론 너무 걱정하지 마. 난 널 모욕할 생각은 없어. 그저 내가 하려는 일에 네가 필요하다고 생각된 거야. 고려해 봐. 근데 이번 기회는 지나가면 다시는 없어.”“날 회복시켜 주기만 한다면...”진윤하가 몸을 떨며 복잡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봤다.사람이 이전에 갖고 있던 힘을 잃으면 힘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이럴 수가? 김예훈이 어떻게 부산 용문당의 회장이란 말인가!최종호가 김예훈의 손에 죽은 것이 아니라고 해도, 최종호의 죽음은 무조건 김예훈과 연관이 있었다.어떻게 보면 김예훈은 부산 용문당의 원수였다.김예훈을 죽인 사람이 부산 용문당의 회장이 될 수 있다는 소문도 거짓이 아니라 진짜였다.하지만 문제는 '용인주가 왜 김예훈을 부산 용문당의 회장으로 임명했을까' 였다.진윤하는 떨리는 손으로 패 쪽을 쥐고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사실 몇 번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명패는 진짜다. 그러니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이라는 것도 사실이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진짜 회장 명패라니! 이 명패를 든 사람은 확실히 부산 용문당의 회장인데... 부산 용문당의 사람들은 모두 회장의 말을 들어야 해. 명령에 복종하지 않을 시에는 죽음뿐이야. 하지만 이게 대체 왜...”진윤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기괴한 표정을 지었다.최산하는 원래 믿지 않았지만 진윤하의 표정과 동작을 보고 깨달았다.김예훈은 정말 부산 용문당 회장이다.이때 어이가 없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지은 최산하가 생각했다.부산 용문당 내부에서는 이 자리를 위해 서로 죽일 듯이 싸우고 있었지만 사실 이 자리는 이미 내정되었다. 이게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게다가 자기는 부산 용문당 회장과 싸우려 들었으니.그 생각에 최산하는 온몸의 피가 차게 식는 기분이었다.끝장이다.최산하는 이제 끝장이었다!“난 부산 용문당 회장이라는 자리에 관심이 하나도 없어.”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얘기했다.“하지만 용인주 어르신이 특별히 성남에 와서 내게 이 회장 자리를 도맡아 달라고 하더군. 그래서 허락하고 부산으로 왔지.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인재윤 일가를 다 해치워버린 것처럼, 부산 용문당의 사람도 해치워버릴 거란 말이야. 나를 따르지 않는 사람에게는 죽음뿐이다. 하지만 오늘 너 같은 수석 제자를 우연히 만나게 되다니, 참으로 다행이야. 네가 나서서 내가 부산 용문당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좋
김예훈과 진윤하가 옆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최산하의 얼굴에는 불신이 가득했다. 그는 진윤하가 그렇게 빨리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장난도 아니고!하지만 30분이 지나자 최산하는 놀라서 입이 떡 벌어졌다.방에서 나온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이었다.하지만 진윤하의 얼굴에는 예전의 자신감이 다시 보였다. 그 자신감 있는 태도는 그녀가 부산 용문당에 처음 들어오던 날 봤던 모습이다.진윤하는 거실 중앙으로 걸어오더니 바로 주먹으로 나무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러자 그 원목 테이블이 바로 부서지더니 가루가 되어버렸다.“회복됐어! 정말로 회복됐다고! 나, 진윤하가 다시 돌아왔어!”진윤하는 그 모습을 보고 감동해서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폐인에서 다시 천재로 돌아왔다. 이게 바로 왕의 귀환이 아니겠는가.그걸 보고 있던 최산하도 놀랐다.진윤하의 상처가 얼마나 심각한지, 최산하는 잘 알고 있었다.진윤하의 병을 치료하려면 무신 급의 고수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수많은 명의들이 입을 모아 얘기했다.하지만 김예훈은 쉽게 진윤하를 고쳐주었다. 그 말인즉, 김예훈은 무신 급의 존재라는 것이다.그 순간, 최산하는 김예훈을 다시 보게 되었다.“진윤하, 너는 지금부터 오정범이 하는 일에 적극 협조하도록 해.”김예훈이 담담하게 얘기하며 소파에 앉았다.“무슨 방법으로든, 일주일 안에 부산 용문당 사람들이 내 앞에 무릎 꿇게 만들어. 우충식이라던가, 주학진이라던가, 그 사람들한테 전해. 나한테 굴복하던가, 인재윤과 같은 결말을 맞이하던가. 난 이 일에 긴 시간을 쏟고 싶지 않아. 일주일 후에 부산 용문당의 자리에는 내 목소리만 들릴 수 있게 해.”진윤하가 두 손을 모으고 얘기했다.“회장님, 걱정하지 마십쇼.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일주일이 아니라 3일이면 모든 일을 해결하기 충분합니다.”자신감 넘치는 진윤하를 보며 김예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일단은 우리 최산하 씨부터 물어보도록 하지.”김예훈이 눈짓하자 오정범은 허리춤에서 당도를 꺼내 진윤하
계속해서 머리를 박는 최산하를 보며 김예훈이 눈을 가늘게 떴다.망나니 같아 보이던 최산하가 꽤 그럴싸한 아이디어를 내다니.최산하의 아이디어는 꽤 나쁘지 않았다. 거의 한 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게다가 전쟁에서는 먼저 우두머리부터 제거해야 한다. 그 큰 인물들을 먼저 처리하고 나면 그들의 부하들은 저절로 굴복하게 되어있다.“최산하, 네 아이디어는 꽤 괜찮았어.”김예훈이 앞으로 다가가 최산하를 노려보며 얘기했다.“하지만 넌 내 일가족을 죽이겠다고 얘기하던 사람이야. 내가 널 믿을 것 같아?”최산하는 바로 김예훈의 다리를 안고 울면서 얘기했다.“김 회장님, 전에는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눈이 멀어서 감히 김 회장님을 건드렸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을 겁니다. 제가 어찌 감히 김 회장님께 복수하겠습니까! 제발 기회를 주세요! 김 회장님의 사람이, 아니, 김 회장님의 개가 될 수 있게 해주십쇼! 물라고 명령하면 바로 달려가서 물겠습니다. 진윤하보다 백배, 아니, 천배 말 잘 듣는 개가 되겠습니다!”그렇게 말하는 최산하는 최 씨 도련님으로서의 존엄 따위는 버린 지 오래였다.그에게는 그저 공포만이 남아있었다. 진윤하의 표정은 많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최산하가 체면을 버리고 살려달라고 빌 줄은 몰랐다. 최산하의 행동은 최종호의 체면까지 구기는 셈이었다.김예훈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사람들이 다 내가 네 아버지를 죽였다고 얘기하는데, 날 미워하지 않는 거야?”“쯧, 그런 늙은이가 어디 김 회장님 손에 죽을 자격이나 있습니까! 그 늙은이를 죽이는데 김 회장님 같은 분이 손을 더럽힐 필요가 없죠. 그런 헛소문들은 믿지 않을 겁니다!”최산하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김예훈이 또 물었다.“그럼 정말 내 개가 될 준비를 마친 거야?”“당연하죠! 이게 바로 제 전문 분야입니다!”그렇게 말한 최산하는 고통을 참고 바닥에 꿇어앉은 채 두 손을 내밀고 꼬리를 흔드는 개처럼 짖었다.“왈왈왈...”그 모습을 본 김예훈은 가볍게 웃었다.이런
“바깥 세상?”김예훈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다른 건 더 이상 말하지 않겠어. 듣자 하니 요즘 리카 제국 쪽에서 독감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가 약탈을 해서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다고 하더라?”“그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니?”“그리고 영국 제국은 크리스마스 금지령을 무시하고 밤새도록 파티를 벌여 독감 감염률이 치솟았다던데 이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야?”“아니면 유라시아 전쟁에서 영국 제국이 세탁 세제 몇 봉지를 갖다가 유라시아 일부 국가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모독하고 이를 빌미로 사람들한테 군사적, 재정적 제재를 가한 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야?”장무준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차갑게 말했다.“어디서 주워들은 근거 없는 말들이지? 이 나라 사람들이 함부로 퍼뜨린 루머 아니야?”“난 왜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지? 증거 있어?”“증거 없으면 말 함부로 하지 마. 비방죄로 널 고소할 수도 있어!”장무준이 화를 내며 언성을 높였다.김예훈은 귀찮아서 더 이상 논쟁할 생각이 없었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래,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으면 다른 얘기 좀 해보자.”“내 기억이 맞다면 며칠 전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영국 제국의 기자가 한국의 독감 백신이 효과가 있느냐고 물었었지?”“맞아. 물을 만하잖아. 무슨 문제제라도 있어?”장무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한국이 어떻게 독감 백신을 생산할 수 있겠어? 자기기만 하는 거잖아.”“자기기만?”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영국 제국의 기자가 이 질문을 하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알아?”“그 사람이 백신 접종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온갖 노력을 다했고 결국은 백신을 맞았어.”“그러고 나서 기자회견에서 그런 질문을 내뱉은 거야.”“이런 이중 잣대와 뻔뻔함이 네가 말하는 문명이라고?”“너!”장무준은 너무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다.이 사건은 실제로 일어났고 국제적으로 큰 웃음거리가 되었다.김예훈은 계속해서 담담하게 말했다.“
“그만하고 우린 이제 시즌 호텔 경매장으로 가야 해.”“여기서 더 이상 역겹게 굴지 말고 이제 꺼져.”장무준은 조금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동하임의 매혹적인 몸을 힐끗 쳐다본 후 몸을 돌려 마리아와 함께 자리를 떠날 준비를 했다.결국은 영국 제국의 황족이 되고 황위 계승권의 기회를 얻는 게 자신의 평생소원이었다.설사 그 황위 계승권이 실현하기 어려운 멀고 먼 꿈일지라도 장무준은 기꺼이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 것이었다.김예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장무준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장무준, 똥 먹었어? 입냄새가 왜 그렇게 심해?”김예훈의 말을 들은 장무준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동하임은 김예훈을 이 일에 끌어들이는 걸 원치 않아 급히 김예훈을 잡아당겼다.“김예훈 도련님, 그만해요. 저런 놈이랑 말 섞지 말아요.”“이 뻔뻔스러운 놈이 나한테 무릎 꿇고 빌 때가 곧 올 거예요.”동하임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 김예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동하임의 사적인 일이라 그가 너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하지만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들은 장무준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네가 바로 그 버르장머리가 없고 노인을 존중할 줄도 모른 데다 동씨 가문에 빌붙어서 진주에서 온갖 허세를 부리는 물러터진 놈이구나.”“물러터진 놈?”김예훈은 장무준의 말이 도대체 어디서 굴러 나온 말인지 몰라 그저 담담하게 장무준을 바라보기만 했다.“물러터진 놈이 아니야?”장무준은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동씨 가문에 빌붙어서 일본의 귀빈들한테 손댄 것도 모자라 감히 진주 전임 총독한테도 손을 대다니!”“능력은 눈곱만큼도 없으면서 어디서 허세야?”“완전 세상 물정을 모르는 놈이네.”“설마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알아?”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왜? 내가 너희 집 어르신 뺨을 때린 게 불만인가 봐?”장무준은 차갑게 말했다.“불만인지 아닌지가 문제가 아니라 네가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야!”“네 놈이 영국 제국의 황
외국 여자의 말을 들은 장무준은 역겨움과 혐오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바라보았다.그는 동하임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김예훈을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입을 삐죽거렸다.“어쩐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어디서 악취가 진동하더라니, 네 몸에서 나는 냄새였구나!”“동하임, 마리아 씨가 너한테서 어떤 악취가 난다고 했는지 알아?”“궁상맞은 냄새가 난다고 했어!”“동씨 가문은 어떻게 보면 별 보잘것없는 가문인데 자기네가 무슨 상류층 가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감히 진주 상류층에 끼려고 해?”“너희 동씨 가문의 그런 염치없는 모습이 참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워!”“특히 동하임 넌 영국 제국의 황녀에 비하면 길가의 개에 불과해!”장무준의 눈에는 거리낌 없는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당장 이 기생오라비를 데리고 꺼져!”“앞으로 절대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참, 혼약은 할아버지한테 취소하라고 할 거야.”“그전에 조건이 하나 있어.”“바로 너랑 이 기생오라비가 장씨 가문 문 앞에서 3일 밤낮으로 무릎을 꿇고 비는 거야!”“3일 채우면 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어!”장무준의 빈정거림에 매서운 기운이 동하임의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그녀는 장무준을 차갑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장무준, 고작 며칠 동안 외국인 행세를 했다고 해서 자기가 무슨 영국 제국의 개라도 된 줄 아나 봐?”“잘 들어!”“파혼의 결정권은 나한테 있어!”“장무준 네놈이 3일 밤낮으로 우리 가문 문 앞에서 무릎 꿇고 빌면 파혼을 동의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이 내연녀랑 부부가 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내연녀?”장무준은 동하임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더러운 년, 말조심해!”“네 눈앞에 있는 여인은 영국 제국의 황녀고 영국 제국 황위의 49번째 계승자야!”“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공주고 네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야. 너랑 너희 동씨 가문이 평생 떠받들고 모셔야 하는 존재라고!”“감히 누구한테 내연녀라고 하는 거야?”“미친 거 아니야?”“마리아 씨가 나
“장무준 저 자식이 어렸을 때부터 영국 제국에서 자라서 결국 영국 제국 황실 방계의 여자 친구를 찾은 듯해요.”“저런 친밀한 모습이 해외에서 일어난 거라면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심지어 저 자식이 우리 가문이랑 진작에 파혼했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도 저희 동씨 가문이랑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근데 지금 우리 동씨 가문이랑 파혼도 하지 않고 내가 마중 나올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외국 여자를 데리고 와서 내 뒤통수를 치잖아요.”“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죠!”동하임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자신의 약혼자인 저 남자한테 관심이 없지만 자신과 동씨 가문에 먹칠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일이 일단 진주·밀양 두 도시에서 퍼지게 되면 동씨 가문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김예훈은 동하임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는 살짝 웃으면서 물었다.“그럼 이제 어쩌려고요?”“저 남자한테 가서 당신을 좋아하는지, 결혼은 할 것인지 물어볼 건가요?”“죽어도 싫어요!”동하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간단하네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가서 분명히 말해줘요.”“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없는 거면 장씨 가문 쪽에서 자발적으로 파혼하게끔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거 아니에요?”김예훈은 장무준이 장현준의 손자란 걸 알고 있었지만 동하임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랐다.어찌 됐든 동씨 가문과 장씨 가문이 이 지경에 이른데에는 자신한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으니 동씨 가문을 도와 이 일을 최대한 조용히 해결해야 했다.자신이야 나중에 진주·밀양을 떠날 거라서 상관이 없지만 동씨 가문은 여기에 뿌리를 박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었다.동하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파혼하고 싶은 건 맞아요. 하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지 않아서 그래요.”“장무준이 지금 이 관건적인 시기에 돌아왔는데 순순히 파혼할까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순순히 파혼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그 남자 교육
다음 날 시즌 호텔 로얄 스위트 룸에서 깊이 잠들어 있던 김예훈은 다시 한번 끊임없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김예훈은 시계를 보고 나서 힘없이 문 열러 갔고 문 앞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동하임을 보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동하임 씨, 지금 아침 9시예요. 나 조금만 더 자게 해줘요!”“좀 푹 쉬게 내버려둬요!”화장한 동하임의 안색이 안 좋았고 그녀는 김예훈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나랑 같이 공항에 누구 좀 데리러 가요!”김예훈은 자세히 물어보려고 했지만 동하임의 안색이 좋지 않을 걸 보자 침묵을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임의 포로쉐 911은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이 달리다 진주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동씨 가문의 사람은 이미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동하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급히 달려가 주차를 도와주고 한 레스토랑의 위치를 알려주었다.안색이 좋지 않은 동하임은 에르메스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김예훈은 뭔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입을 꾹 다문 채 따라나섰다.그는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평소에 냉담한 동하임을 이토록 화나게 하는지 궁금했다.곧 두 사람은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다.거대한 레스토랑은 이미 통째로 예약된 상태라 다른 손님은 없었고 모든 웨이터가 한 테이블 귀빈들한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테이블 중앙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남자는 서울 사람으로 잘생긴 외모에 큰 키를 가지고 있는 듯했고 금색 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점잖고 우아한 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영국 제국의 외국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외모와 몸매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관건적인 것은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김예훈은 그것이 영국 제국 황족만이 가질 수 있는 기질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녀의 외모는 영국 제국의 장공주과는 조금 차이가 났지만 특유의 기질은 숨길 수 없었다.그러한 사람이 진주 국제 공항에 나타났다는 자체만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듯했다.몇몇 젊은이들이 레스토랑 바깥 구석에 몰래
“제 기억이 맞다면 전에 손자분이 동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었죠?”“명목상으로는 동하임의 약혼자 맞죠?”김현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했다가 그 당시 동씨 가문이 아직 집권하지 않았을 때 장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던 게 떠올랐다.하지만 그의 손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오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서울 사람들을 경멸했고 오직 영국 제국 황실의 사위가 되기만을 원했다.그래서 그는 영국 제국으로 유학 갔고 황실 방계인 여친을 찾은 후에는 진주로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김현민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장현준은 그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을 거다.김현민은 이어서 말했다.“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제가 제대로 기억한 것 같네요.”“오늘 동하임이 현장에서 김예훈을 건드리려면 자신의 시체를 밟고 가라는 둥, 그런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그 말이 퍼지게 되면 장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질 게 뻔해요.”“어쨌든 동하임은 어르신의 손자며느리이고 아직 파혼하지 않았잖아요.”“제가 보기에는 손자분이 돌아와서 동하임을 교육 좀 시켜야한다고 생각해요. 진주에서 누가 더 권력이 있는지 동씨 가문에 단단히 알려야죠!”“고작 동씨 가문 주제에 집권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장씨 가문의 은혜는 싹 다 잊은 거잖아요.”“게다가 동씨 가문을 망가뜨리면 김예훈이 계속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까요?”“그 사람이 평성에서 아무리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주에서는 뿌리 없는 초목일 뿐이에요.”“동씨 가문과의 인연만 끊어버린다면 얼마든지 밟고 올라설 수 있지 않겠어요?”“게다가 그 사람이 이번에 영국 제국을 거듭해서 모욕했는데 어르신 손자분과 황실 여자 친구가 같이 돌아와서 김예훈의 낯짝을 세게 후려갈겨 버리면 얼마나 속 시원하겠어요?”장현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 수장님 역시 명성대로 인재시네요. 직접 나서지 못하는 대신 전략과 배치를 아주 완벽하게 짜놓으셨네요.”“어떻게 체면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급한 마
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용현성이 김예훈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걸 진작에 예상했던 거예요?”“용현성은 용문당 집법부대의 부당주고 용문당 36개 지회를 총괄하는 사람이에요.”“그런데 김예훈이 어떻게 감히 용현성의 체면을 구길 수 있어요?”김현민은 직접 장현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간단해요.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 신분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회장이라는 신분은 그 사람한테 단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덤일 뿐이에요.”“그 사람의 진짜 정체는 아마 어르신도 들어봤을 거예요.”“경기도 김세자요!”“진주 이씨 가문의 이일메 큰 어르신도 그 사람을 건드렸다가 패배의 쓴맛만 봤어요.”“심지어 경기도 제일의 명문가의 모든 자원이 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그런 사람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게다가 용 어르신과 어르신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공격해서 큰 코만 다치게 된거예요.”김현민의 담담한 말투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장현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 김현민을 응시하며 약간 화가 난 듯이 말했다.“그럼 왜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얘기하지 않았어요?”“제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제 말을 안 들으셨잖아요.”“제가 어르신한테 그 사람의 진짜 정체를 미리 말해줬다고 해도 어르신의 성격과 용어르신의 독단성을 감안했을 때 제 말을 들어주고 믿어줬을까요?”김현민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그에게 차근차근 미끼를 던졌다.“어르신과 용 어르신께서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합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그놈을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분께서 미리 패배의 쓴맛을 맛보는 거예요.”“그래야 두 분께서 그런 놈을 상대하려면 아예 손을 쓰지 않거나 손을 쓴다면 바로 죽여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니깐요.”그 말을 들은 장현준의 표정이 바뀌었고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잠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김 수장님은 날 위해서 나설
남윤지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곧 김현민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차리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애초에 그 두 늙은이를 내보낸 건 단지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였잖아요.”“첫 번째 목적은 이 기회를 빌려 용문당이 김예훈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지 그 한계를 알아내기 위해서였고요.”“그리고 두 번째는 일본이 김예훈 측과의 싸움에서 패배돼서 이번에는 영국 제국의 힘을 빌려서 그놈을 죽이려고 했잖아요.”“이제 그 두 늙은이는 도련님이 예상했던 대로 쓸모가 없어졌고 마침 저희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잘된 거 아니에요?”김현민은 담담하게 말했다.“계획은 그렇긴 한데 안타깝게도 변수가 생겼어.”“어떤 사람들은 자기 주제도 모르고 아직도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단 말이지.”김현민의 얼굴에 비웃음이 번졌다.“어떤 사람들이요?”남윤지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 문 앞에서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코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얼굴이 부어오른 장현준이 거실 문을 열고 김현민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의 얼굴은 끊임없이 일그러지면서 변화하는 동시에 원한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 수장님, 김예훈 그놈 뭐예요?”“고작 용문당 회장 주제에!”“어떻게 감히 내 얼굴에 손을 대요!”“게다가 날 서양 놈들의 개라고까지 했어요!”“그놈을 당장 죽여버려요! 김 수장님, 내 원한을 꼭 갚아줘요!”“별거 아닌 놈이 감히 전임 총독의 얼굴을 때리다니!”“그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진주·밀양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또 어떻게 영국 제국 황실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겠어요?”장현준은 자신과 김현민의 신분 차이를 잊은 채 붉게 부어오른 얼굴에는 증오와 사나움만 가득했다.이어서 장현준은 그의 부하들 앞으로 다가가서 그들의 얼굴을 내리치기 시작했다.“쓸모없는 것들! 이 쓸모없는 것들아!”“날 보호하지 않고 뭘 했던 거야?”“영국 제국의 퇴역 기사라면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