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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명의 왕비: Chapter 1511 - Chapter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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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11화

명원제의 결정우문호가, “아바마마께 아룁니다. 경조부에 압송하여 아바마마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바마마……. 고정 하소서!”우문호는 가슴을 줄로 묶은 듯 아바마마의 숨소리에도 가슴이 두근두근 요동쳤다.명원제가 노발대발해서 안색도 시퍼렇다가 목까지 시뻘게지며 두 손을 탁자 위에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며, “심문은?”명원제의 목소리에서 분노 외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침통함이 묻어나자 우문호도 침통한 목소리로, “아바마마께 아룁니다. 심문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떠들어대길 그 작은 인형은 자기가 만들었다고 했으나 병여도는 훔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죽여버려!” 명원제가 이 말을 듣고 갑자기 벼루에 주먹을 내리치더니 먹물이 든 벼루를 엎어버렸다. 온몸에 먹이 튀고 손가락뼈가 부러져서 피가 나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고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 계속 탁자를 내리치며, “짐은 이런 아들을 낳은 적이 없어!”명원제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슬픔에 겨워 손을 늘어뜨리자 대리석 바닥에 핏방울이 떨어지고 천천히 용상에 기대, 어쩌자고 이렇게 양심도 없이 지푸라기 인형 주술로 자기 부모와 형제를 저주할 생각을 하지?우문호는 명원제가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사자처럼 보였다. 마음이 갈수록 괴로워지며 자기도 모르게 목이 메어, “아바마마 노염을 푸십시오. 옥체가 상하십니다. 그는…… 화내실 가치도 없습니다.”명원제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노기가 조금씩 엷어 지더니 눈동자의 빛이 사라져버렸다.천천히 일어나 휘청거리며 두어 걸음 가다가 겨우 안정적으로 탁자에 기대 우문호를 보고 선포하길, “우선 친왕의 봉호를 폐위하고 서민으로 강등하며 감옥에 가둔 뒤 식읍과 봉지, 저택을 몰수한다. 기왕부를 철저히 수색해 병여도 사건을 다시 조시하고 만약 그가 했다는 증거가 나오면……”명원제의 목소리가 한동안 멈추었다가 회색 빛 눈동자로 어서방의 붉은 기둥을 휘감고 있는 순금 천녀와 발톱 다섯개 용을 보더니 건조한 목소리로 아무 감정 없이, “조사결과 사실로 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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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12화

보친왕과의 만남경성을 넓게 한바퀴를 돌다 보니 어스름 해질녘이 되어, 우문호는 서일을 데리고 주루에 들어 갔다.자기가 지금 몸까지 안 좋으면 원 선생을 힘들게 할 게 분명하기 때문에 식욕이 없어도 저녁을 먹어야 했다.막 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는데 서일이, “어, 보친왕님이신데요.”우문호는 고개를 들어보니 진짜 보친왕이 새장을 든 채 시종 하나를 데리고 들어오는게 보였다.보친왕은 우문씨 집안의 최고 어른으로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고 오직 황실 가족내의 일만을 담당하며 집례 친왕이라 불리기도 하는 분이다. 학렬이 높으셔서 모두 존중하는 어른이다.우문호가 얼른 일어나, “작은 할아버지, 식사하셨습니까?”보친왕도 우문호를 보고 만면에 상냥한 미소를 띠더니, “다섯째구나, 왜 여기 있어?”우문호는 보친왕을 자리에 앉으시라고 하고 서일은 얼른 일어나 보친왕의 시종과 같이 곁에 서서 시중을 들었다.“방금 외부 일을 마치고 배가 고파서 식사하러 들어온 참입니다.” 우문호가 보친왕의 새장을 보고, 안에 온 몸이 검은색인데 머리만 흰색인 새로, 깃털이 길고 가지런한 것이 검고 윤기가 돌며 아주 아름다웠는데, “이 새는 어떤 귀한 녀석입니까?”보친왕이 반려동물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과시하는데, “모르겠나? 새끼 독수리리야. 소요공한테서 막 빼앗아 왔지. 그 늙은이 아주 속 상해 죽으려고 할 거야.”우문호는 보친왕이 원래 새와 화초를 가꾸고 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소요공께 이젠 독수리도 있나요? 소요공 댁에는 도대체 귀한 게 얼마나 많은 겁니까? 다음엔 저도 한 번 보고 싶네요. 가시는 길에 저도 한 번 데려가 주세요.”“속상해서 죽이러 가보자고!” 보친왕이 껄껄 웃었다.보친왕은 아는 것이 많고 상냥하고 친근하다. 우문호와 이런 잡다한 얘기를 하며 우문호의 마음이 상당히 편안해 졌고 두 사람은 꽤 식사를 했다.보친왕은 우문호의 표정에서 근심을 읽고 우문호의 손등을 두드리며, “다섯째야, 나이 많은 걸 핑계 삼아 한 마디만 하마. 잠깐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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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13화

기왕과 우문호포도대장은 우문호가 화를 내자 웅얼거리며, “식사하시라고 권하는 게 아니라, 그게……계속 대인이 자신을 모함했다고 떠들고, 전하께서 병여도를 훔치고, 박원을 다치게 했으면서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다고. 이렇게 황제 폐하께 보고 드리겠다고.”우문호는 완전 미쳐 돌아버릴 지경이었지만 가만 앉아서 화를 가라앉힌 후 일어나, “됐다. 내가 보러 가지.”사실 물어봐야 할 말도 있으니까.옥문 밖에 도착하기도 전에 쉰 목소리로 외치는 게 들리는데 비록 쉰 소리지만 상당히 기력이 있어, “이 몸이 폐하를 만나 뵈야 겠다. 이 종놈들이 뭣 하는 게야, 어서 옥문을 열지 않고. 누명을 탄원할 것이다. 폐하께 탄원할 때…… 우문호 그 개 자식을 오라고 해서 따지고 말고. 현 황실의 친왕을 모함하는 것이 어떤 죄인지……”우문호가 한 발로 감옥 문을 박차자 바람이 안으로 들이치는데, 기왕의 말이 아직 끝나기도 전에 마치 벽을 하나 더 마주한 것처럼 놀라서 뒤로 몸을 숨겼다가 자세히 보니 우문호라는 것을 알고 바로 다시 소리를 질러 대며, “좋아, 네가 감히 왔단 말이지. 병여도도 네가 밀실에 가져다 두고 날 모함한 거 아냐?”땅바닥에 드러누워 억지를 부리는 아이처럼 부끄럽다 못해 부아가 치미는 상판때기를 보니 정말 주먹이 울었다.우문호는 옥졸에게 문을 열라고 하고 꼿꼿하게 안으로 들어가자 기왕이 우문호의 멱살을 잡고, “네가 이 몸을 모함해?”우문호는 예리한 눈빛으로 아무 말 없이 기왕이 속에서부터 두려움이 피어나도록 노려보았다.기왕은 분노가 공포로 바뀌어 겉으로는 강한 척 하지만 속으론 약해져서, “너……너 아냐? 네가 이 몸을 모함했잖아? 아바마마께서는 추호의 여지도 없이 감찰하실 것이고 절대로 네 말을 믿지 않으실 거다. 두고 보라고!”우문호는 기왕을 손을 떨쳐버리고 차갑게, “모함? 그 밀실에 저주는 누가 했습니까?”“그건 내가 인정해. 악의는 없었고, 그냥 분풀이였어, 분풀이……” 기왕은 침을 삼키더니 내키지 않는 얼굴로, “하지만 병여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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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14화

정신 차려 큰 아들기왕이 몸을 앞뒤로 흔들며 깔깔 웃는데 목이 다 쉬어서 웃음 소리가 마치 거위 떼가 꽥꽥거리는 것 같다.너무 웃어서 생긴 눈물을 닦으며 우문호에게 비꼬듯이, “왜? 너네 경조부에는 대책이 없나 보지? 공갈도 다 쳤으니, 이 몸에게 고문이라도 해보지 그래? 일가의 재산을 압수하고 참수한다고 네 입으로 떠드는 걸 보니, 병여도를 내가 훔친 거로 한 모양인데, 설사 내가 역심이 있었다고 해도 아바마마께서는 날 죽이실 리가 없어, 왜 인지 알아?”흔들리는 버드나무처럼 휘청거리며 우문호 앞으로 오더니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아무 표정 없이, “왜?”기왕이 몸을 곧게 펴고 거만하게, “왜냐면 내가 황제의 장자인 것 외에 북당의 공신이기도 하거든. 내가 돌궐에 맞서 싸워 개선하던 날 친왕의 지위에 봉하시고 아바마마께서 광명전에서 직접 말씀 하셨지. 나에게 두터운 기대를 품고 있고 내가 과감하게 아바마마를 위해 군사 일을 정리하도록 하시겠다고. 그래서 큰 실수를 범한다고 해도 날 용서 하시겠다고 말이야. 아바마마께서는 일찍부터 나를 다음 황제로 점 찍으셨는데 황조부에게 알랑거리며 비위나 맞추는 너 같은 놈이 있을 줄 알았나, 게다가 원경릉은 또 아들을 셋이나 낳아서 아바마마께서 마음을 바꾸셨지. 더러운 애미가 낳은 자식이 아들은 낳을 줄 알아가지고, 아들 아니었으면 네가 태자 자리에 앉았을 것 같아?”말을 마치고 우문호를 위아래로 흘겨보더니 피식 웃으며, “형이 충고하는데 아들이 네 친아들 맞나 확인해 봐라. 넌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만 다들 알고 있어. 너한테 그런 복이 어디 있어서 아들을 셋이나 낳아? 원경릉이 다른 사람 애를 네 아들인 척 낳았을 걸. 그 여우 같은 눈빛을 보라고 십중팔구다.”말을 마치고 또 낄낄 웃었다.우문호는 가만히 기왕이 웃는 모습을 보고 천천히 두 손으로 기왕의 머리를 누르고 무릎으로 한대 먹이니 웃음소리가 딱 그쳤다.우문호가 기왕을 풀어주자 똑바로 못 서고 바닥에 엎어지며 입에서 선혈이 나왔다.우문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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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15화

만두를 때렸어“조용해!” 우문호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만두는 아빠가 이렇게 무서운 모습을 본 적이 없어 놀라 울음을 뚝 그치고 뒤로 숨는데 얼굴이 온통 두려움과 눈물로 얼룩졌다. 조그만 뺨이 붉게 물들어 두 줄기 눈물 자국이 나 있는 모습이 말할 수없이 불쌍하고 억울해 보였다.원경릉이 와서 만두를 안고 작은 목소리로, “네가 동생을 괴롭히니까 아빠가 널 때린 거야, 앞으론 안 그럴 거야 그렇지?”만두는 맞은 데다 아빠의 무서운 얼굴을 보고 울상을 짓고 고개를 끄덕이며, “안 그럴 거에요!”찰떡이와 경단이는 큰형이 맞는 걸 보고 뒤뚱뒤뚱 걸어와 큰 형을 보호하며, 또랑또랑한 눈망울엔 우문호에 대한 적의가 가득하고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우문호는 마음이 찡하고 눈가가 붉어졌다. 세 아들을 보니 목이 메이고 가슴이 아파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원경릉은 희상궁과 유모를 불러 아이들을 데려가도록 했다.만두는 많이 놀란 나머지 어리벙벙한데 원경릉이 사과 같은 볼에 몇 번이고 뽀뽀해주자 그제서야 눈물을 멈추고 흐느끼며, “아빠 나쁜 사람!”원경릉이 만두를 안고 이치를 얘기해 주는데 아이가 알던 모르던 손을 움직여가며 명확하게 설명했다, “아빠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만두가 잘못하면 아빠가 만두를 훈육하는 건 당연한 거야. 알았어? 만두가 방금 동생을 밀었는데 동생은 너보다 작아, 키도 작고 약하지. 작고 약한 동생을 괴롭히는 큰 형은 영웅일까? 만두는 동생들을 보호해 야지. 방금 아빠가 널 때린 다음 동생들이 와서 널 보호해줬었지? 형제사이는 그렇게 서로 의좋게 지내는 거야.”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을지 몰라도, 이 순간 우문호에게 하고 싶은 얘기였다.희상궁은 사탕을 가지고 왔는데 아이들은 먹는 건 기억해도 맞은 건 기억을 못하니 먹을 게 있으니 방금 억울했던 심정을 잊고 즐겁게 먹기 시작했다.희상궁이 원경릉을 보고 걱정하며, “어서 태자 전하를 보러 가세요.”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들을 보고, “수고스럽지만 애들 좀 부탁할 게요.”“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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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16화

만두 사건의 결말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아바마마께서 우문호에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게 아니었다고 생각하면서도 화를 낼 수가 없는 것이, 아바마마의 마음이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으면 이런 얘기를 했을까 싶어서다.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의 고통을 누가 알아 줄까? 누구에게 얘기할 수 있을까?원경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문호를 안아주었다.한참 뒤 우문호가 살짝 원경릉을 밀치며, “얘들 자고 있을까? 보러 가고 싶은데, 방금 내가 너무 심했어.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진짜 미쳤었 나봐.”아이를 때린 아버지가 다 그렇듯이 냉정해진 뒤 아이가 울던 불쌍한 얼굴이 떠올라 후회로 마음이 아팠다.우문호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걱정하는 표정이자 원경릉이, “안심해, 희상궁이 사탕 주면서 달랬어. 아이들은 잊음이 빨라서 맞았던 건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려.”“그래도 가서 봐야겠어. 안 보면 마음이 안 놓일 것 같아.” 우문호가 원경릉을 끌고 나가며, “당신은 나랑 같이 가야 돼, 안 그러면 애들 운단 말이야.”애들은 전부 봉의각으로 가서 할머니에게 옛날 얘기를 듣고 있다.할머니는 지혜로운 노인으로 원경릉 오누이가 얼마나 잘 자랐는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애들이 방금 맞은 걸 모르고 희상궁도 얘기하지 않았는데 노마님이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시기 때문에 방금 서로 가지겠다고 싸웠다고만 얘기했다.부부가 갔을 때는 마침 할머니가 막 빨간 모자 얘기를 하고 계셨고, 세 꼬맹이는 모두 긴장하고 할머니 얘기를 듣고 있었다.“…… 큰 회색 늑대가 빨간 모자의 외할머니를 잡아 먹고 빨란 모자의 집 밖에 와서는 할머니 목소리를 흉내내서 빨간 모자에게 문을 열어 달라고 하는데, 이 때……”만두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열면 안돼, 아빠야, 아빠가 사람을 잡아 먹어.”말을 마치고 울기 시작했다.아까는 사탕을 먹느라 맞은 일을 까먹었는데 할머니의 얘기가 긴장감을 형성하자 다시 생각난 것이다.할머니가 놀라서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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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17화

재산 몰수를 앞두고우문호는 아이들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자기들이 어릴 때, 아바마마도 이렇게 몰래 자기들이 자는 모습을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가슴이 뭉클해지며 천천히 물러나왔다.우문호는 원경릉과 방에서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두 사람은 사실 몸은 너무 피곤했지만 머리는 이상할 정도로 더없이 맑았다. “아바마마께서 사실 큰 형을 편애 하셨어, 큰 아들이잖아. 자연스럽게 거는 기대가 두터웠지. 오늘 감옥에서 아바마마께서 원래 자신을 다음 황제로 생각하고 키우셨다는 말, 지금 자세히 생각해 보니 아바마마께서는 분명 그러셨던 것 같아. 어쩌면 그런 생각 뿐만이 아니고 그런 행동도 있었을 거야. 그러니 어릴 때부터 그렇게 길러졌겠지. 하지만 다음 황제 자리를 정하는 것을 계속 늦춰지고 큰형은 마음이 조급해 졌지. 이번에 저지른 많은 실수가 아바마마를 실망시켰어, 만약 형이 예전의 그때처럼 오직 국사와 군대의 일에 전력을 다하고, 아바마마의 근심을 덜어드렸다면 큰형이 태자의 자리를 맡았을지도 몰라.”원경릉이 우문호의 손을 잡고 당연히 그렇지 않았겠어? 30여년 황제의 장자로 사는 생애를 통틀어 본인이 화를 자초하지 않는 한 기본적으로 쭉 승승장구했을 것이다.자신을 파멸시키는 것은 적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과 어리석음이다.“내일 기왕부에 가봐.”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이렇게 말했다.원경릉이 작게, “그래!”시키지 않아도 원경릉은 갈 것이다. 기왕비는 강인한 사람으로 혼자 많은 것을 버텨왔지만 어쨌든 그녀도 한 명의 여인으로 지칠 때가 있다.원경릉은 다음날 일찍 만아와 사식이를 데리고 기왕부로 갔다.어젯밤 서일이 와서 사전에 귀띔해 주었지만 딱히 챙길 물건도 없는 것이 재산을 몰수한다는 것은 재물이 전부 국유화한다는 뜻이다.명원제의 성지에 만약 역모죄가 밝혀지면 온 집안의 재산을 몰수하고 참수한다고 했으니 이러나 저러나 재산 몰수는 정해진 일이다. 사람은 달아날 수 없고 자신의 개인 물품을 챙길 수 있을 뿐 계속 기왕부 내에 살아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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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18회

기왕부 재산 몰수의 날기왕비는 간단한 요기거리를 먹으면서도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하나라도 씹어 삼키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눈가가 살짝 붉어지며, “쟤들이 태자비를 따라가면 고생하지 않을 거 알아요, 분명 억울한 일도 안 당하겠지만 태자비를 고생시켜서.”“이 상황에 그런 말 하지 마요. 낙관적으로 보자고요.” 원경릉은 기왕비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이 괴로웠다.“낙관적이라!” 기왕비가 손을 닦고, “난 낙관적이예요, 적어도 이 순간까지는. 아직도 두 딸을 잘 돌봐줄 수 있는 사람에게 쟤들을 시집 보내는 걸 지켜볼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고 있죠. 부모가 살아가는 힘은 아이에요. 마지막 순간이 오지 않았으니 희망의 불도 꺼질 수 없죠.”기왕비의 눈엔 안개가 깔리듯 눈물이 스며들면서도 웃으며, “사실 이게 최고의 결말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만약 기왕이 하는 대로 내버려 뒀다간 여전히 딸을 팔아 영화를 구할 게 틀림없고, 이 기왕부도 조만간 못 버티고 무너지겠죠. 그러니 날 위로할 필요 없어요. 지금 생긴 이 모든 일을 전 받아들일 수 있어요.”원경릉이 진심으로 감탄하며, “진짜 강인해요. 희열이도 희성이도 다 당신을 본보기로 삼았을 거라고 확신해요.”기왕비가 웃으며, “아뇨, 역시 태자비를 본보기로 삼는게 좋겠어요. 사실 전에 저는 특히 당신 같은 사람을 무시했죠. 어질고 정의로운 마음이란 바보 같다고. 자기가 알아서 챙기지 않으면 세상이 가만두지 않는다는 말을 신봉했죠. 하지만 이렇게 많은 일을 겪고 나니, 당신에게 벌어진 일들 하나하나가 인과의 순환이고 매번 흉한 일을 만나도 길하게 바꿨는데, 그건 전부 태자비가 심어 놓은 은혜의 씨앗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생각해 봤어요. 사람 답게 사는 건 역시 열심을 가지고 큰 뜻을 품는 게 제일이란 걸 말이죠. 사실 저만 봐도 그래요. 만약 계속 태자비랑 적으로 지냈으면 오늘 두 딸을 맡길 곳이 없었겠죠.”원경릉이 쓴 웃음을 지으며, “그런 말 마요. 뭐 챙길 거 없어요? 기념할 가치가 있으면 가져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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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19화

황실여인들의 술 자리손왕비의 기왕비에 대한 미움을 기왕비는 잘 알고 있다.그래서 지금 손왕비가 이런 애기를 하며 기왕비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기왕비는 황실에 시집에 간 것도 허탕은 아니었구나 싶은 것이다.미색이, “우리 왜 여기 서있어요? 술은요? 이렇게 추운 날 어떻게 술을 안 마셔요? 그리고 재산 몰수가 몇 번이나 돼요?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마셔요?”“있어요, 있어!” 기왕비가 웃으며 말했다.원경릉도 웃으며, “맞아요, 한 잔 하러 가요.”네 명의 동서가 일제히, “거긴 안돼!”우문호가 사람을 데리고 올 때는 여인들이 이미 한창 마시고 있을 때였다.우문호는 자기가 왔을 때 침울한 분위기에 조카들이 놀라서 울고불고 할 것을 보게 될 거라고 예상했으나 여인들은 탁자에 둘러앉아 신나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제일 놀라운 것은 원경릉이 옆에서 주모처럼 동서들에게 술을 따르고 시중을 들고 있는 것으로,기왕비도 반쯤 취기가 올라 우문호가 온 것을 보고도 입가에 웃음을 거두지 않고, “다섯째 도련님, 하실 일 하세요, 저희 술 마시는 것만 방해하지 마시고요.”우문호가 원경릉을 흘끔 보자 원경릉이 우문호를 끌고 나와 작은 소리로, “최대한 움직임을 최소로 해줘. 안에 있는 분들이 놀라지 않게. 안에도 몰수하는 장면을 봐도 못 본 척 하라고 할 테니까.”“너도 마셨어?” 우문호가 원경릉에게서 킁킁 냄새를 맡는데 술 냄새가 약간 나는 것도 같다.“안 마셨어, 못 마시게 해!” 원경릉이 토라졌다.손왕비가 고함을 치며, “태자비, 어디 갔어? 얼른 술 따라야지. 안왕비가 또 졌다니까. 벌칙 놀이를 이렇게 못해서야. 술에 푹 절여버리자고.”원경릉이 대답하며, “갑니다 가요!”원경릉이 우문호를 밀치며, “가봐, 걱정하지 말고, 여긴 우리가 같이 있을 거야. 최대한 덜 괴롭게.”우문호가, “그럼 다행이다. 난 갈게. 넌 마시면 안돼.”“알았어, 알았다고.” 원경릉이 우문호를 쫓아내고 자기는 안으로 돌아가 계속 주모 역할을 했다.기왕비는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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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20화

안쪽 분위기는 비장하고 장렬하다. 바깥에서 재산 몰수 중인 우문호도 조용조용 진행하고 있는데 절대로 큰 소리를 내지 말고 값 나가는 물건만 밖으로 들어내 마당에 모은 뒤 점검하여 장부에 기록하기로 했다.우문호가 경조부를 지휘한 이래 처음으로 재산 몰수하는 일이 생긴 것으로, 설마 처음으로 재산을 몰수하게 되는 게 자기 큰 형의 집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본관에는 웃음소리가 들리고 전부 떠들썩한데 일부러 저렇게 크게 웃고 떠드는 건 바깥에 어떤 소리도 들리는 것을 막고 싶은 의도다.원래 침울하고 처참한 장면일 텐데 여인들이 와서 유쾌하게 만들어 준 덕에 우문호 마음 속의 어두운 안개가 적지 않게 사라졌다.유쾌한 듯한 건 겉모습일 뿐 참담한 마음은 모두의 마음 안쪽에 눌려 있다.이제 마지막으로 본관 안에 있는 골동품과 서화, 그리고 값나가는 가구 전부 들어내야 한다.다른 곳은 전부 다 들어내 앞마당에 쌓아 두고 정리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었다.보좌관과 포도대장은 감히 안으로 들어갈 생각도 못하고 우문호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우문호가 담담하게, “일단 마당의 것들부터 점검하고 남은 건 저분들이 다 드신 후에 다시 얘기하도록 하지.”“예!” 보좌관이 대답했다.기왕부의 하인은 전부 후원에 갇혀 당분간 나갈 수 없으며, 재산 점검을 마치면 나가서 몸수색을 받고 개인적으로 숨긴 물건이 없는지 확인한다.점검 과정은 신속하고 조용했다.원경릉이 밖을 보니 점검 중이라 본관도 비워줘야 한다는 걸 알고 미색에게 눈짓을 보내며, “맞아, 미색, 이리 나리께서 경성에 장신구 가게를 여셨다면서? 우리 구경하러 가자.”“조치라!” 미색은 영리한 사람이라 단박에 응수하며, “그럼 언니가 나가서 아주버님께 우리가 큰 형님 모시고 가서 해질녘에는 딱 모셔다 드린다고 전해 주세요.”“알겠으!” 원경릉이 얼른 일어나 우문호를 찾아 얘기했는데 안 그래도 어떻게 본관에서 물건을 정리할지 막막했던 차라 얼른 동의했다.마차가 밖에 대기하고 있어 원경릉과 동서들이 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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