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981 - 챕터 990

1359 챕터

제981장

거의 점심시간까지 이 상태가 지속되자 목정침은 정말 못 참겠는지 옷을 갈아입고 나가려는 듯한 모습으로 내려왔다. “내 검은 색 넥타이 어딨어?”  그는 물어볼 때 유씨 아주머니도 온연도 쳐다보지 않았지만 주위에 두 사람 밖에 없었기에 누가 봐도 온연에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온연은 그를 가볍게 무시했고 유씨 아주머니는 그가 무안할까 봐 대답했다. “제가 찾아드릴까요?”  그는 화를 냈다. “아니요!” 그러고 셔츠 위쪽 단추를 풀어 해치더니 그대로 나갔다.  온연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갔다. “예전에는 늘 깔끔하게 외출하는 것만 좋아하더니, 이제 저랑 싸우니까 넥타이도 안 하고 나가네요. 얼마나 버틸 수 있나 두고 봐야겠어요.”  유씨 아주머니는 웃었다. “남자들은 자존심이 중요하잖아. 특히 도련님 같은 분은 어렸을 때부터 그러셨어. 도련님도 생각이 있으셨을 텐데, 너가 몰래 예군작씨를 찾아갔으니 기분이 안 좋으신 것도 이해돼지. 괜찮아, 다 큰 남자가 계속 너랑 싸우지도 않을 거야. 제일 중요한 건 문제가 해결된 거니까.”   주말에는 회사에 직원들도 없고 원래 일요일은 쉬려고 했었기에 목정침은 회사에 가지 않고 임립을 끌고 나와 골프장에 갔다.  임립은 농담을 했다. “오랜만에 쉬는 날인데, 집에서 와이프랑 애랑 안 놀고 왜 날 찾아왔어? 설마 소경이가 진몽요씨랑 놀아줘야 된다고 널 보낸 건 아니지? 난 사실 혼자 있어도 괜찮아.”  목정침은 투덜댔다. “와이프랑 아이가 나 필요 없데. 나 집에서 왕따야.”  임립은 피식 웃었다. “에이 설마. 너도 누군가한테 소외될 때가 있는 거야? 무슨 짓을 했길래?”  목정침은 짜증 나는 얘기를 하고싶지 않았다. “됐어, 말하기도 귀찮아. 요즘 몸은 어때? 병원에는 제때 가고 있지?”  임립은 멈칫했다. “잘 가고 있어. 매일 약도 먹고, 억지로 보통 사람들처럼 보이려고 침대에 안 누워있는 것 만으로도 난 만족해. 의사 선생님이 진통제도 처방해 주셔서 이제 다른 약도 딱히 안 필요해.”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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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2장

임립은 숨도 못 쉴 정도로 웃었고 골프채를 잡을 힘도 없었다. “에이 아니지? 설마 그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거야? 같이 10년이나 넘게 살았잖아. 친구로써 내가 보기에 너는 이기적인 사람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자한테 증명해 보여야지. 누군가를 좋아하면 마음속에 담아두지만 말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해. 근데 내가 발견한 점은 그 사람을 네가 키웠으면 너랑 너무 비슷해서 일반 사람들은 쉽게 다가가지 못 해도 넌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아? 그냥 너랑 똑같다고 생각해봐. 입장을 바꿔서.”  입장을 바꿔서? 목정침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만약 그가 온연이라면 그는 뭘 원할까? 어떻게 해야 그녀가 그에게 먼저 다가오게 만들 수 있을까? 결론은… 그는 여전히 그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아무리 생각해도 회사일은 그녀가 건들일 이유가 없었다.  한편. 경소경은 몇 시간동안 운전을 해서 진몽요를 강남 아파트에 데려다 주었다. 아파트는 크지 않았고, 이사온지 얼마 안돼서 아직도 상자안에 짐이 있거나 정리가 안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경소경은 결벽증은 없지만 깔끔한 걸 좋아했다. 예를 들어 백수완 레스토랑은 넓직했고 그가 보기엔 넓은 게 깨끗한 거였다…  들어가자 마자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평소에 그렇게 바빴어요? 개집보다 더러워도 치울 시간이 없을 만큼?”  진몽요는 그를 노려봤다. “맞아요. 평소에 너무 바쁜데, 그럼 내가 한가한 줄 알았어요? 싫으면 어차피 나도 당신한테 차 대접하기 귀찮으니까 그냥 돌아가요.”  그는 어쩔 수 없이 그녀가 소파에 둔 옷을 치우고 앉았다. “난 진짜 당신이 혼자서 잘 챙길 수 있을지 걱정돼요. 회사 쪽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앞으로 야근하지 말아요. 어차피 두 달도 안 되서 본사로 옮길 텐데, 본사에서 부이사직 맡기 싫으면 내가 다른 자리 줄게요.”  진몽요는 그에게 물 한잔을 따라주었다. “물 마셔요. 점심 뭐 먹을래요? 집에 아무것도 없으니까 배달시키죠. 날도 더워서 나가서 먹기 귀찮아요.”  경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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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3장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는 뱃지를 쥐고 아무 일 없었던 척했다. “나는 밥 안 먹어도 되니까 당신 것만 시켜요. 내일 회사에 일 있어서 일찍 가서 쉬어야겠어요.”  진몽요는 살짝 실망했다. 하루만 안 봐도 엄청 보고싶을 것 같은데 재결합 한지 얼마나 됐다고 그는 정작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벌써 간다고요? 방금 왔는데 나랑 좀 더 있어 주지도 않네요. 알겠어요, 바쁜 사람이니까 가봐요. 안 붙잡을 게요.”  돌아가는 길, 경소경의 기분은 먹구름처럼 어두웠고, 올 때는 괜찮았지만 지금은 거의 장마비가 내리기 직전 같았다.  그 뱃지는 꽤나 괜찮아 보였고 딱 봐도 남자건데 도대체 누구 것일까? 예군작껀가? 예군작이 그녀의 집에 왔었다면… 정말 아무 일도 없었을까? 아이가 자신의 아이는 맞는 걸까?  그는 생각할수록 마음이 심란해졌고, 두 손은 운전대를 꽉 쥔 채 속도를 올렸다.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자 그는 마음을 가다듬고 블루투스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를 건 사람은 임립이었다. “너 어디쯤이야? 잘 데려다 줬지? 같이 저녁 먹을래?”  그는 대답했다. “응, 데려다줬어. 지금 가는 길이니까 이따 봐.”  저녁. 세 남자는 백수완 레스토랑에서 만났다. 목정침은 집에 가고 싶지 않았고 경소경의 기분도 나을 바 없어서 그나마 임립이 제일 괜찮았다.  룸 안엔 세 사람 밖에 없어서 그런지 조용했고, 음식을 기다릴 때 경소경은 그 뱃지를 꺼냈다. “이거 내가 진몽요씨 아파트에서 주웠어. 남자 것 같은데 내 건 아니야. 그 사람은 몰라… 그래서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임립과 목정침은 당황한 듯 눈을 마주쳤다. “네 말은 진몽요씨한테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거야? 화해한지 얼마나 됐다고?”  경소경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러게. 게다가 그 사람 임신했어. 난 이제 그 아이가 내 아이가 맞는지도 의심스러워… 왜냐면 두 달 동안 접촉이 없었으니까 확신할 수가 없어. 의심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제 예군작이 우리 공관으로 임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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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4장

경소경은 두 사람의 부추김 끝에 영상통화를 걸었다. 진몽요는 막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서 요가를 하고 있었고 다행히 잠옷은 큰 노출이 없었다. 진몽요는 아무 일 없어보였다. “무슨 일이에요? 일찍 들어가서 쉰다고 하지 않았어요? 가게에서 밥 먹는 거예요? 술은 마시지 말고 밥만 먹고 일찍 들어가요.”  경소경은 뱃지를 꺼냈다. “이거 본 적 있어요?”  진몽요는 자세히 화면을 보았다. “아니요, 뱃지예요? 당신 거예요? 난 그런 거 안 쓰는데 어떻게 알아요?”  그가 대답했다. “당신 집에서 찾았어요. 정수기 앞에서요. 내 건 아닌데 남자 뱃지잖아요. 그때 못 물어봤는데 지금생각해보니까 물어보는 게 맞는 거 같아서요.”  진몽요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남자 뱃지? 정수기 앞? 그녀의 집에 딱 예군작이 한번 왔었으니 분명 그의 것이었다. “음… 진실을 들을래요 거짓을 들을래요? 화 내지 말고요…”  경소경의 마음은 점점 내려 앉았다. “말해요… 사실대로 말하면 화 안 낼 게요.”  진몽요는 우물쭈물 말했다. “그거 아마 예군작씨 거 일거예요. 전에 강남 쪽에 왔을 때 같이 밥 먹고 우리 집에 잠깐 있다 갔거든요. 딱 몇 분 동안 만요. 내가 차도 내려줬는데 안 마시고 갔어요. 그때 정수기 앞에서 서있었던 거 같은데 그때 떨어트렸나 봐요. 진짜예요. 근데 그 뱃지는 기억이 안나요, 당신 말고 왔던 남자는 그 사람 밖에 없어요…”  역시나 예군작 것이었고 경소경은 심호흡을 했다. “알겠어요… 나중에 내가 돌려줘도 되죠?”  진몽요는 어색해했다. “그래요… 주인한테 돌려줘야죠… 당신이 알아서 해줘요.”  전화를 끊고 경소경은 목정침과 임립을 보았다. “어때?”  임립이 분석했다. “말을 우물쭈물 하는 거 보니까 찔린 것 같진 않고, 너가 오해할까 봐 걱정하는 것 같은데.”  목정침도 말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래도 예군작한테 돌려주면서 더 확인해 봐.”  경소경은 기운이 빠졌다. “너희는 밥 얻어먹으면서 도움이 하나도 안되네.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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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5장

그의 표정이 확 변했다. “서재에서 얘기하시죠.”  거실을 지나치자 온연은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있었고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는 마음이 턱 막혀 심호흡을 하며 애써 참았다.  서재로 들어온 뒤, 그는 의자에 앉아 물었다. “알아내신 게 뭐예요?”  임집사는 사실대로 보고했다. “예가네에서 기밀을 꽤나 잘 지키고 있는 모양이라 정보를 알아내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알아본 결과, 반년에서 정도 1년 사이에 예군작이 해외에서 사고가 난 적이 있었는데… 총상 때문에 입원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서 얼굴이 좀 망가졌었고요. 최근에 성형수술을 해서 크게 티는 안 나지만 예전이랑은 미세한 차이는 있는 듯합니다.  다리는 몇 년 전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그렇게 됐는데, 예가네 집안 사정이 복잡해서, 친형제, 친척들끼리 서로 죽였고, 원래 이 사람도 형제가 10명이 넘는데 지금은 결국 혼자 살아 남았습니다. 예군작은 원래 이 집안 도련님이 아니었습니다. 어렸을 때 예가네에서 자라지 않고 성인이 될 때쯤 예가네로 데려온 사람입니다. 그래서 예가네 어른께서 관심을 두진 않는 것 같습니다. 후계자가 더 있었더라면 다른 사람이 했을 테니까요.  게다가… 제 생각엔 뒤에서 분명 나쁜 짓을 많이 한 것 같은데, 그게 아니면 집안 사람도 아닌 사람에게 예가네 후계자로 맡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은 위험인물이니 저희가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마지막 형제가 그 분이 사고를 당했을 때 죽은 걸 보니 분명 관련이 있을 겁니다.”  목정침은 턱을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그 1년 전쯤 사고 당했을 때 어느 나라에 있었어요?”  임집사는 당황했다. “그건… 확실한 건 모르지만 남미 쪽이었던 거 같습니다.”  큰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목정침도 더 묻지 않았다. “네, 알겠어요. 오늘 하루 종일 집에 계셨어요? 연이는… 오늘 하루 종일 뭐 했어요?”  임집사는 대답했다. “사모님은 별 거 안 하셨습니다. 작은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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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6장

두 사람의 태도는 차가웠지만 그 사이엔 불꽃이 튀고 있었다. 목정침은 마음이 답답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사 비용이 최소 몇 억은 들 거야. 이건 초기 예산이고, 다른 몇 억짜리 저택들은 보수공사 비용이 이렇게 싸지도 않아. 몇 십억원까지도 들여야 하는 곳도 있어.”  온연은 그의 의미를 알았다. 지금 돈으로 그녀의 마음을 사려는 거 아닌가? 그녀는 절대 그렇게 쉽지 않았다. “음, 알겠어요. 나한테 아직 2억 정도 있으니 그거 다 투자할 게요. 나머지 돈은 당신한테 빌린다 치고 천천히 갚죠 뭐. 지금은 내가 일을 안 해도 디저트 가게 수입은 있으니 언젠간 갚을 수 있을 거예요.”  목정침은 숨을 들이 마셨다. “꼭 그렇게 말해야겠어? 누가 돈 달래?”  그녀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돈 필요 없다는 사람이 돈 얘기는 왜 꺼내요?”  그는 이를 꽉 깨물었다. “도대체 어쩌자는 건데?”  그녀는 웃으면서 아이한테 장난을 치고 있었다. “어쩌자는 거 아니에요. 그렇지 아들? 엄마는 착한 사람이잖아. 그런데 잘못하지 않아도 꼭 미움 사는 사람들이 있지. 혼자서 하루 종일 놀다 온 사람은 무시하자. 혼자 알아서 놀게.”  목정침은 참지 못하고 아이를 뺏어 왔다. “너가 어떻게 하든 상관없는데, 아이는 안아야겠어!”  온연은 살짝 콧방귀를 뀌었다. “내가 안으라고 했잖아요. 본인이 거절했으면서, 안기 싫은 거 아니었어요? 그래요, 오늘 저녁은 당신이 책임져요. 혼자서요. 나는 손 뗄 거예요. 드디어 편하게 잘 수 있겠네요. 내일 아침에 강남 가서 몽요랑 쇼핑할 거니까 못 버티겠으면 얘기해요. 내가 적당히 놀다가 와서 아이 보면 되니까요.”  그녀는 바로 올라가서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궜다. 오늘 저녁 목정침은 혼자 아이를 데리고 아이 방에서 잠을 자야 했다. 그가 먼저 화를 풀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며칠은 그가 혼자서 아이를 데리고 자게 만들 생각이었다.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그도 느껴봐야했다.  그는 정말로 그녀가 육아를 하는 게 안 힘들다고 생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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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7장

유씨 아주머니는 금방 돌아왔다. “걸었는데… 전화를 안 받으시네요… 며칠 놀다 온다고 하셨는데 아마 핸드폰 꺼두실 거 같아요. 방해받기 싫으신 거 같은데… 어떡할까요?”  목정침의 입술은 떨리고 있었고 표정은 점점 이성을 잃어갔다. “그래, 그래요. 어디 자신 있으면 돌아오지 말라고 하세요. 아이 나 혼자 키우고 내가 회사에 데려가면 되니까요! 설마 보름 넘게 안 오겠어요? 이번엔 절대 내가 먼저 화해 안 해요!”  유씨 아주머니는 멀리 숨어서 고래등에 터지는 새우가 되기 싫었다. 이번 일은 의외로 두 사람 다 고개를 숙이고 싶어하지 않아 했다.  ......  아침 8시, 경소경은 예가네 그룹 회사 문 앞에 도착했고 예군작은 해성에서 제도까지 오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예가네 회사도 부티가 나는 게 역시나 돈 많은 집안이었다.  예군작의 차는 8시20분에 천천히 회사 주차장으로 들어왔고, 경소경의 차를 보자 아택이 물었다. “차 세울까요?”  뒷좌석에 있던 예군작은 입꼬리를 올렸다. “세워봐, 뭐하자는 건지 보자.”  경소경의 예군작은 동시에 창문을 내렸고, 두 사람 다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두 차의 거리는 너무 가까워서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사이 좋은 사람끼리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은 두 눈에서 불이 나오고 있었는데 말이다.  경소경은 뱃지를 꺼냈다. “그쪽 물건이요, 어디 두고 나왔는지 기억 나세요?”  예군작은 평온하게 손을 내밀었다. “어쩐지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몽요씨 집에서 찾았죠?”  몽요씨? 경소경은 분노해서 눈동자가 차가워졌다. “몽요씨라고 부른 거예요? 그 사람 제 약혼녀예요!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든 이제부터 가까이하지 마세요. 아니면… 처참하게 죽여버릴 거예요!”  예군작은 웃었다. “허허… 말이 심하시네요. 그래요, 그쪽 무서운 거 저도 아니까 너무 겁주려고 하지 마세요. 이제 몽요씨랑 드디어 재결합을 하셨으니 축하해 드려야죠. 너무 오해하지 마시고 자신감을 갖으세요. 제 기억이 틀리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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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8장

예군작은 계획적이고 주도면밀 했다. 자신이 진몽요의 아이를 직접 지우지 않고 경소경이 직접 그 아이를 지우게 만들려고 했다. 방금 그 말들은 충분히 경소경을 자극시켰고, 경소경의 아이가 아니라는 걸 인지시켰다. 남자들은 이런 일들을 참을 수 없었다.  방금 이 장면을 본 아택은 속으로 두려웠다. 그는 예가네 어르신 사람이고 비록 지금은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어르신도 모셔야 하니, 만약 둘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어쨌든 두 사람 중 한 명이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기에 어떻게 해도 죽은 운명이었다. 둘 다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고, 게다가 요즘은… 어르신의 연락이 잦아졌다. 이건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아택은 예군작의 휠체어를 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예전보다 회사 분위기는 더 긴장감이 넘쳤다. 예군작은 이런 분위기를 눈치챘고, 사무실 문이 열리자 그는 당황했다. 어르신이 나타났다… 그것도 사전에 말도 없이…  아택은 예가네 어르신을 마주한 순간 몸이 그대로 굳었고 예군작의 휠체어를 밀었다. “어르신.”  예가네 어르신은 이미 나이가 많아서 머리도 하얘졌고, 지팡이를 쥐고 있던 손은 빼싹 마르면서도 주름이 가득한 얼굴은 더욱 그를 진지해 보이게 만들었기에 보기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렸다. 비록 나이가 많지만 젊었을 때의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었고 늙었을 뿐이지 체격도 괜찮았다.  어르신은 혼자 오지 않고 예전처럼 주변에 경호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사무실에는 줄을 맞춰서 선 경호원들이 최소 10명은 넘어보였고, 누가보면 손자를 보러 온 게 아니라 사채업자 같았다.  “군작아, 요즘 일을 너무 크게 벌리는 거 같은데, 땅을 그렇게 많이 사서 뭐하려고? 돈도 많이쓰고, 넌 우리 예가네 돈이 땅 파면 나오는 것 같니? 우리 예가네에 너 같은 망나니는 없었어! 켁켁켁…”  어르신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심한 기침을 했고, 옆에 있던 예가네 집사가 그의 등을 토닥였다.  예군작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저도 다 생각이 있어요. 지금 쓴 돈 결국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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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9장

예군작은 차갑게 말했다. “예전에는 제가 죽을 때까지 모셔 드리는 거 그렇게 싫어하셨던 분이, 지금 과거의 마음가짐은 다 잊으셨어요? 이제라도 다친 손자가 노후를 책임져 주길 바라시나 보죠? 이미 늦으셨어요. 아들들은 이미 다 죽었고 이제 저 혼자만 남았으니까요. 저 시간 없으니까 경호원들이랑 노세요. 다른 용건 없으시면 제 시간 뺏지 마시고요.”  어르신은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너…!”  아택이 말렸다. “어르신, 도련님이 이쪽에서 다 잘하고 계십니다. 회사도 잘 운영되고 있고, 제도에 온지 얼마 안되셨는데도 큰 성과들을 이루셨으니 너무 염려 마세요.”  어르신은 아택을 응시했다. “그래, 그럼 네 도련님 잘 보필하고 난 먼저 가마.”  아택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답을 했고 혹시 뭐라도 들켰을까 봐 겁이 났다. 그가 예군작을 잘 보필하라는 말은 결국 잘 감시하라는 말과 같은 걸 알고 있었다. 앞에는 늑대 뒤에는 호랑이가 있으니 그는 뭘 해도 마음이 불편했다.  어르신이 나간 후, 아택은 사무실 구석구석을 들춰봤다. “도청기 없습니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되겠어요.”  예군작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나 의심하는 거 아니겠지? 이렇게 갑자기 말도 없이 나타나고 말이야.”  아택은 고개를 저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르신은 늘 저한테도 말이 없으시지만, 아까 들킬 만한 요소가 전혀 없으셨어요. 예전 도련님도… 이렇게 말하셨었으니까요.”  예군작은 손을 흔들었다. “내려가 있어. 노인네 그쪽 조심하고, 사소한 행동까지 잘 지켜봐. 이왕 제도에 왔으니 빈손으로 돌아가진 않겠지. 앓아 누운 줄 알았는데 침대에서 다시 일어나다니 생명줄 한번 끈질기네.”  경가네 그룹.  대표 사무실 안, 경소경은 의자에 기대어 두 다리를 책상 위에 올려 놓은 채 예군작이 했던 말을 되뇌었다.  예군작이 진몽요의 임신 기간을 그렇게 잘 알고 있고, 그에게 일부러 말해준 걸 보니 그 말의 의미는 충분히 그에게 전달되었다. 예군작이 정말 진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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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0장

진몽요는 마음이 복잡해졌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일에 집중하고 싶었던 건 맞지만 아이를 지울 생각은 없었다.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는 기뻤고 특히 온연의 아이가 귀여웠던 걸 생각하면 그녀도 아이가 갖고 싶었다. 그녀의 계획은 출산 임박했을 때까지 일을 하고 휴직을 한 뒤, 다시 아이를 낳고 복직 할 생각이었지 아이를 지우고 싶지 않았다. “난 아이 안 지울래요, 내 커리어에 문제될 거 없다고 생각해요.”  경소경은 살짝 망설였다. “내 말 듣고 그냥 지워요.”  이때 진몽요는 그가 그녀를 위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는 느낌을 받고 마음이 식었다. “대체 왜요? 나한테는 이유는 말해 줘야죠. 난 그냥 아무 것도 모른 채 아이를 지울 수 없어요. 결혼하기 싫으면 결혼 안 해도 돼요. 나 혼자서도 일하면서 아이 키울 수 있지, 꼭 당신이 먹여 살려야 되는 건 아니에요!”  그는 미간을 주물었다. “아침에 예군작 만나서 그 뱃지 돌려주고 왔어요.” 그는 많은 말을 생략하고 그 안에 의미를 함축시켰다. 그는 그녀가 알아듣길 바라며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진몽요의 머릿속엔 물음표가 가득했다. “아, 직접 돌려줬어요? 그래서요? 그게 아이 지우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설마 아직도 우리 둘 사이에 뭐가 있거나 아이가 그 사람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경소경은 아무 말이 없었기에 인정하는 꼴이었다.  진몽요는 너무 화가 나서 웃었다. “알겠어요, 알아들었어요. 그래요, 그럼 우리 화해했던 거 없던 일로 해요. 나 이 아이 못 지워요. 그냥 낳아서 혼자 키울 거예요. 나 그 정도 능력은 돼요. 다른 일 없으면 전화 끊어요. 근무중이라 한가하게 전화 못 해요.” 그렇게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그녀의 태도에 옆에 있던 에이미는 놀랐다. “대단하네요, 어떻게 그렇게 매정하고 차가워요? 임신했어요? 남자 친구랑 전화한 거죠? 누구예요 그 남자?”  진몽요는 뒤돌아 울었다. “매정하고 차갑긴요? 속상해 죽겠어요! 경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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