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군작은 계획적이고 주도면밀 했다. 자신이 진몽요의 아이를 직접 지우지 않고 경소경이 직접 그 아이를 지우게 만들려고 했다. 방금 그 말들은 충분히 경소경을 자극시켰고, 경소경의 아이가 아니라는 걸 인지시켰다. 남자들은 이런 일들을 참을 수 없었다. 방금 이 장면을 본 아택은 속으로 두려웠다. 그는 예가네 어르신 사람이고 비록 지금은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어르신도 모셔야 하니, 만약 둘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어쨌든 두 사람 중 한 명이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기에 어떻게 해도 죽은 운명이었다. 둘 다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고, 게다가 요즘은… 어르신의 연락이 잦아졌다. 이건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아택은 예군작의 휠체어를 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예전보다 회사 분위기는 더 긴장감이 넘쳤다. 예군작은 이런 분위기를 눈치챘고, 사무실 문이 열리자 그는 당황했다. 어르신이 나타났다… 그것도 사전에 말도 없이… 아택은 예가네 어르신을 마주한 순간 몸이 그대로 굳었고 예군작의 휠체어를 밀었다. “어르신.” 예가네 어르신은 이미 나이가 많아서 머리도 하얘졌고, 지팡이를 쥐고 있던 손은 빼싹 마르면서도 주름이 가득한 얼굴은 더욱 그를 진지해 보이게 만들었기에 보기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렸다. 비록 나이가 많지만 젊었을 때의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었고 늙었을 뿐이지 체격도 괜찮았다. 어르신은 혼자 오지 않고 예전처럼 주변에 경호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사무실에는 줄을 맞춰서 선 경호원들이 최소 10명은 넘어보였고, 누가보면 손자를 보러 온 게 아니라 사채업자 같았다. “군작아, 요즘 일을 너무 크게 벌리는 거 같은데, 땅을 그렇게 많이 사서 뭐하려고? 돈도 많이쓰고, 넌 우리 예가네 돈이 땅 파면 나오는 것 같니? 우리 예가네에 너 같은 망나니는 없었어! 켁켁켁…” 어르신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심한 기침을 했고, 옆에 있던 예가네 집사가 그의 등을 토닥였다. 예군작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저도 다 생각이 있어요. 지금 쓴 돈 결국 나중에
예군작은 차갑게 말했다. “예전에는 제가 죽을 때까지 모셔 드리는 거 그렇게 싫어하셨던 분이, 지금 과거의 마음가짐은 다 잊으셨어요? 이제라도 다친 손자가 노후를 책임져 주길 바라시나 보죠? 이미 늦으셨어요. 아들들은 이미 다 죽었고 이제 저 혼자만 남았으니까요. 저 시간 없으니까 경호원들이랑 노세요. 다른 용건 없으시면 제 시간 뺏지 마시고요.” 어르신은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너…!” 아택이 말렸다. “어르신, 도련님이 이쪽에서 다 잘하고 계십니다. 회사도 잘 운영되고 있고, 제도에 온지 얼마 안되셨는데도 큰 성과들을 이루셨으니 너무 염려 마세요.” 어르신은 아택을 응시했다. “그래, 그럼 네 도련님 잘 보필하고 난 먼저 가마.” 아택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답을 했고 혹시 뭐라도 들켰을까 봐 겁이 났다. 그가 예군작을 잘 보필하라는 말은 결국 잘 감시하라는 말과 같은 걸 알고 있었다. 앞에는 늑대 뒤에는 호랑이가 있으니 그는 뭘 해도 마음이 불편했다. 어르신이 나간 후, 아택은 사무실 구석구석을 들춰봤다. “도청기 없습니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되겠어요.” 예군작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나 의심하는 거 아니겠지? 이렇게 갑자기 말도 없이 나타나고 말이야.” 아택은 고개를 저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르신은 늘 저한테도 말이 없으시지만, 아까 들킬 만한 요소가 전혀 없으셨어요. 예전 도련님도… 이렇게 말하셨었으니까요.” 예군작은 손을 흔들었다. “내려가 있어. 노인네 그쪽 조심하고, 사소한 행동까지 잘 지켜봐. 이왕 제도에 왔으니 빈손으로 돌아가진 않겠지. 앓아 누운 줄 알았는데 침대에서 다시 일어나다니 생명줄 한번 끈질기네.” 경가네 그룹. 대표 사무실 안, 경소경은 의자에 기대어 두 다리를 책상 위에 올려 놓은 채 예군작이 했던 말을 되뇌었다. 예군작이 진몽요의 임신 기간을 그렇게 잘 알고 있고, 그에게 일부러 말해준 걸 보니 그 말의 의미는 충분히 그에게 전달되었다. 예군작이 정말 진몽
진몽요는 마음이 복잡해졌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일에 집중하고 싶었던 건 맞지만 아이를 지울 생각은 없었다.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는 기뻤고 특히 온연의 아이가 귀여웠던 걸 생각하면 그녀도 아이가 갖고 싶었다. 그녀의 계획은 출산 임박했을 때까지 일을 하고 휴직을 한 뒤, 다시 아이를 낳고 복직 할 생각이었지 아이를 지우고 싶지 않았다. “난 아이 안 지울래요, 내 커리어에 문제될 거 없다고 생각해요.” 경소경은 살짝 망설였다. “내 말 듣고 그냥 지워요.” 이때 진몽요는 그가 그녀를 위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는 느낌을 받고 마음이 식었다. “대체 왜요? 나한테는 이유는 말해 줘야죠. 난 그냥 아무 것도 모른 채 아이를 지울 수 없어요. 결혼하기 싫으면 결혼 안 해도 돼요. 나 혼자서도 일하면서 아이 키울 수 있지, 꼭 당신이 먹여 살려야 되는 건 아니에요!” 그는 미간을 주물었다. “아침에 예군작 만나서 그 뱃지 돌려주고 왔어요.” 그는 많은 말을 생략하고 그 안에 의미를 함축시켰다. 그는 그녀가 알아듣길 바라며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진몽요의 머릿속엔 물음표가 가득했다. “아, 직접 돌려줬어요? 그래서요? 그게 아이 지우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설마 아직도 우리 둘 사이에 뭐가 있거나 아이가 그 사람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경소경은 아무 말이 없었기에 인정하는 꼴이었다. 진몽요는 너무 화가 나서 웃었다. “알겠어요, 알아들었어요. 그래요, 그럼 우리 화해했던 거 없던 일로 해요. 나 이 아이 못 지워요. 그냥 낳아서 혼자 키울 거예요. 나 그 정도 능력은 돼요. 다른 일 없으면 전화 끊어요. 근무중이라 한가하게 전화 못 해요.” 그렇게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그녀의 태도에 옆에 있던 에이미는 놀랐다. “대단하네요, 어떻게 그렇게 매정하고 차가워요? 임신했어요? 남자 친구랑 전화한 거죠? 누구예요 그 남자?” 진몽요는 뒤돌아 울었다. “매정하고 차갑긴요? 속상해 죽겠어요! 경소
만난 다음, 진몽요는 훌쩍이며 물었다. “어떻게 혼자 왔어? 콩알이는? 집에 혼자 두면 걱정도 안돼?” 온연은 마음이 안 좋았지만 티 내지 않았다. “걱정 마, 아빠가 옆에 있는데 걱정할 게 뭐가 있어? 마침 여기서 너랑 며칠 놀다 가면 딱이네. 너랑 경소경씨는 어떻게 된 거야?” 진몽요는 울먹였다. “그 사람은 예군작 아이라고 생각하나 봐. 그래서 지우래. 내가 화나서 전화를 끊어버렸는데 아직도 연락이 없어. 진짜 짜증나… 흑흑흑…” 온연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이고, 울지 마. 임산부는 울면 안돼. 지금 네가 속상한 걸 아이도 다 느끼고 있을 거야. 거짓말 아니고 정말로. 의심이 제일 큰 적이지. 두 사람 사이의 신뢰를 깨트릴 수 있는 거니까. 지금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너가 경소경씨랑 잘 대화를 하면서 아이가 그 사람 거라고 확신을 주거나, 나머지는 유전자 검사로 증거를 보여주는 거지. 아이는 지우지 마. 두 사람의 문제로 죄 없는 아이를 지우는 건 너무 하잖아.” 진몽요는 점점 안정되었다. “사실 너 오기 전에 아이 지워야 되나 싶었는데, 네 말대로 아이는죄가 없네. 나랑 경소경씨 문제 때문에 생명을 잃는 건 아닌 것 같아. 대화는 할 것도 없어. 이미 대화가 안 통하고 있거든. 그 의심병은 절대 못 고칠 것 같으니 유전자 검사가 답이네. 근데 아이도 안 낳았는데 검사를 어떻게 하지? 아이를 낳고 난 다음에 검사를 해야되면 그때까지 그 사람 의심병에 내가 화병 나서 죽을 것 같아.” 에이미가 끼어들었다. “안 낳아도 할 수 있어요. 근데 임신 3개월이상이어야 하고, 16주에서 27주차쯤이 제일 정확할 거예요, 제일 안전하기도 하고요.” 온연은 그제서야 책상 뒤에 ‘숨어’있던 에이미를 발견했다. 컴퓨터에 가려져 있어서 들어올 때 보지 못 했다. “에이미님 맞으시죠? 안녕하세요. 안 그래도 방금 말하신 그 방법 저도 같은 생각이었거든요. 요즘 유전자 검사 기술이 발달돼서 위험요소도 크지 않고, 필요하면 충분히 할 수
그는 핸드폰을 몇 번이나 들었다가 다시 내려 놓고를 반복했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지만 혹시 전원이 꺼져 있어서 괜히 기분이 상할까 봐 차라리 참는 게 나았다. 너무 그녀에게 의존하는 그런 익숙함을 버리고 싶었다. 갑자기, 사무실 문이 서서히 열리더니, 오피스 룩을 입고 머리를 깔끔하게 묶은 키도 크고 얼굴도 예쁜 젊은 여자가 걸어 들어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부장님께서 파일 전달하라고 시키셨는데 아드님께서 깨실까 봐 노크 안 했습니다. 파일은 책상에 올려 두고 가면 될까요?” 목정침은 고개를 끄덕이고 작게 말했다. “두고 가세요, 시간 되면 볼게요.” 말을 하면서 그는 여직원이 들어올 때 하이힐을 벗어 손에 들고 온 걸 발견했고 이 층 전용 슬리퍼도 신지 않았다. “입구에 신발장 있어요. 거기 슬리퍼 있는데.” 여직원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제가 잘 몰라서요. 들어 온지 얼마 안된 인턴이거든요. 다음부터 신고 오겠습니다. 데이비드님이 안 계서서 제가 대신 왔는데… 죄송합니다.” 목정침은 화 내지 않았고 이 여직원에 세심함에 반감이 들지 않았다. “그래요, 일 없으면 나가봐요.” 여직원은 미소를 유지하며 소파에서 잠든 아이에게 다가가 이불을 덮어주었다. “사무실 에어컨 바람이 차가워서 감기 걸리실 거 같아서요. 제 동생이 저보다 많이 어려서 제가 많이 돌봐줬었거든요. 동생 키운 경험이 있어서 대표님께서 바쁘시면 저한테 맡기셔도 돼요. 제 이름 서여령이예요. 솜 서 자요.” 목정침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서여령은 더 있지 않고 천천히 나가면서 문을 닫았다. 오후, 중요한 회의가 있었는데 아이는 잠에서 깨어 칭얼거렸다. 그는 난감했고 데이비드도 아이를 달랠 줄 모르던 찰나에 서여령이 생각나 한번 맡겨 보고 싶었다. 만약 서여령이 아이를 잘 돌 본다면? 당분간 좀 맡기면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는 데이비드에게 말했다. “서여령이라는 인턴 불러와.” 데이비드는 얼른 그녀를 찾으러 갔고 서여령은 금방 왔다. 그리
목정침이 도저히 불안해서 회의를 오래 하지 않았다. 최소 2시간짜리 회의는 1시간만에 끝났고 중요하지 않은 내용들은 다 생략됐다. 사무실에 돌아와 보니 아이는 울지 않았고 서여령의 익살스러운 표정을 아이는 무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비록 즐거워 보이진 않았지만 울지 않은 게 중요했다. 목정침은 안도하며 다가갔다. “아이 진짜 잘 보나 봐요. 예전에 애 엄마 말고 콩알이를 달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서여령은 그가 돌아오자 살짝 겸손 해져 한쪽으로 비켰다. “콩알이요? 별명인가요? 너무 귀엽네요.” 목정침은 아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맞아요, 엄마가 지어준 거예요. 진짜 이름은 목성언이예요.” 서여령은 그를 보며 눈을 꿈뻑거렸다. 회사 사람들은 그가 웃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그가 웃는 모습은 참 잘 어울렸고 부드러워 보였다. 그 모습은 소문처럼 무섭지도 않았고, 마치 저녁 하늘 속에 별처럼 빛났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그녀는 칭찬을 했다. “작은 도련님 이름 너무 잘 지으신 것 같아요. 대표님이 사모님 엄청 사랑하시는 것도 눈에 보이고요.” 목정침은 온연을 떠올리자 웃음기가 사라졌다. 지금 그 여자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가 말이 없자 서여령은 바로 나가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목대표님은 저를 잊으신 것 같은데… 저는 기억하고 있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목정침은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우리가 구면인가요?” 서여령은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밝게 웃었다. “아니요… 그때 제가 학교 다닐 때 집안 상황이 안 좋았었는데 대표님께서 후원해 주셨었어요. 후원해주신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 기억은 못 하시겠죠. 그래서 제가 졸업하자마자 이 회사로 왔어요. 대표님 이 후원하신 금액이 헛되지 않게 제가 열심히 일 하겠습니다.” 예전에 후원했던 사람? 그는 의심을 풀었다. 확실히 그가 후원했던 사람은 많았고, 매달 마다 서명하는 종이만 해도 그렇게 많으니 ‘서여령’이라는 이름을 기억
안야는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 했고, 그저 할아버지와 손자가 친하지 않다는 것만 느꼈다. ”네, 그럴게요. 두 분이서 얘기 나누세요.” 예가네 어르신은 아택을 보더니 안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서 얘기하자. 너도 사생활을 여자한테 다 들키긴 싫을 테니.”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가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어르신… 뭐가 궁금해서 오신 건가요? 제가 결혼한 일까지는 귀찮으실 거 같아서 말씀 안 드렸을 뿐입니다. 크게 할 생각도 없었고요…” 예가네 어르신은 불 같이 화를 냈다. “네 여자가 이미 아는 건 나한테 다 말했어! 내가 진짜 할아버지인 줄 알고 의심하지 않더구나. 언제까지 나를 속일 생각이었니? 감히 날 배신해? 잊지 마, 넌 내가 없었으면 오늘의 너도 없었어.” 아택은 바로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안야씨랑은 전혀 상관없는 일입니다. 제발 노여움을 베푸시고 저 여자는 건들지 말아주세요. 사실 아무것도 모릅니다!” 어르신은 침대에 앉았다. “딱 한번 기회 더 줄게. 예군작이 하고 있는 거 하나도 빠짐없이 다 말해. 내가 아직 살아 있으니 예가네 주인은 절대 그 애가 될 수 없어!” 아택은 인상을 찌푸리고 잠깐 망설였다. 어르신이라고 예군작보다 인자한 사람은 아니었고, 만약 어르신의 화를 돋군다면 오늘 밤 그와 안야는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의 예상이 맞다면 경호원들이 지금 이 근처 어딘가에서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실을 털어놓기엔 예군작이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결국 그는 일부만 털어놓았다. “도련님이 제도에 온 뒤로 진몽요라는 여자를 가까이하셨습니다. 도련님 말로는… 그 여자분을 사랑한지 3년이나 됐다고 하시는데… 그거 외에는 땅 구매하신 거랑 진몽요의 약혼남과 대치중인 상황 밖에 없습니다.” 어르신은 두 눈을 크게 떴다. “예가네 결혼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줄 아나보지? 아무나랑 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 어림도 없지! 그 여자 어떤 사람인지 내가
예군작 쪽에서 물건을 부시는 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화가 단단히 난 듯했다. “내가 한말만 기억해. 난 노인네보다 인자하지 못 하니까 네 처신 똑바로 해!” 전화를 끊고 아택은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으며 안야에게 말했다. “일이 있어서 잠깐 나가 봐야겠어요. 아마 며칠동안 못 올 거 같아요. 알아서 몸 잘 챙기고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지 말고 문자로 해요.”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국수… 안 먹어요?” 그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없어서요. 그쪽이 먹어요.” 강남구. 퇴근 후 진몽요와 온연은 근처 포장마차에서 밥을 먹었고 두 사람 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진몽요는 경소경 때문에, 온연은 목정침 때문에 짜증이 나 있었다. 갑자기, 진몽요는 예군작의 문자를 보냈다. ‘당분간 외출할 때 조심해요. 혼자 다니지 말고요.” 그녀는 의아해서 문자를 온연에게 보여주었다. “이거 무슨 뜻이야? 내가 왜 조심해야 되지? 혼자 다니라고 하는데… 나 누구한테 찍혔나? 괜히 무섭네…” 온연은 문자를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글쎄, 근데 분명 이유가 있을 테니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마침 나도 있으니 혼자는 아니네.” 진몽요는 별 생각 없이 느릿느릿 답장했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문자를 보내고 그녀는 핸드폰을 옆에 올려두었다. “너 호텔 가지 말고 우리 집 가서 지내자. 어차피 예전에도 우리 한 침대에서 같이 잤으니까 숙박비도 아끼고 좋지.” 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따가 체크아웃 해야겠네. 중요한 건 너가 혼자 있으면 안될것 같아, 경소경씨랑 바로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 이곳에 올 생각도 없어 보이는데 예군작은 또 이런 이상한 문자를 보냈으니 내가 너랑 같이 있는 게 좋겠어.” 잠시 후, 예군작의 답장이 왔다. ‘이유 없어요, 그냥 내 말 믿고 내 말 들어요. 당분간 연락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핸드폰 화면을 보며 의심했다. 예전에 그녀가 연락을 끊고 싶었을 때는 그렇게 해주지 않았는데,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