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택이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진몽요는 이미 떠났고 그 화분과 침묵하고 있는 예군작만 남아 있었다. 이런 예군작이 아택에게는 낯설었다. 예가네에서 그는 결단력 있고 차가운 사람이었는데, 진몽요 앞에만 서면 비참했다. 역시 모든 사람에게 천적이 있다는 말은 맞았다. 아무리 거칠고 버릇이 없는 남자여도,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달라졌다. 여기에 오기 전, 예군작은 진몽요와의 약속전화를 받고 매우 기뻐 보였다. 그런 모습은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았었기에, 만남 후에 거절은 그를 이렇게 실망하게 만들었다. 하늘에서 갑자기 번개가 치고, 천둥이 치며 그 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다. 길거리에 사람들은 비를 피하느라 바빴고, 이 소나기가 갑작스럽게 내렸다. 아택이 물었다. “도련님, 지금 돌아갈까요?” 예군작은 생각들을 정리한 뒤 일어나서 말했다. “가자, 저 꽃 챙겨.”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아택은 그 꽃을 서재에 두었다. 예군작은 거실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국청곡을 무시하고 방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 그가 나오자 국청곡은 침대 맡에 앉아 손에 그의 핸드폰을 쥐고 몸을 떨고 있었다. 얼굴은 화가 난 건지 모르겠지만 조금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의 동공은 살짝 어두워졌다. “내 핸드폰을 볼 생각이었으면, 마음에 준비를 하던지 아니면 보지 말았어야죠.” 국청곡은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진몽요씨 만나러 갔어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이러는 거예요? 예군작씨, 날 바보로 알아요? 난 아픔을 모르는 목각인형이 아니에요, 날 좀 존중해줄 수 없어요? 그 여자는 남편이 있는 여자라고요, 정신차려요!” ‘남편이 있는 여자’ 라는 말은 예군작의 아픔을 건드렸고, 그는 그녀의 손에서 핸드폰을 낚아챈 뒤 차갑게 말했다. “당신이 말 안 해줘도 알아요. 내가 이혼을 안 하는 것 만으로도 당신의 대한 엄청난 존중이에요. 나랑 계속 같이 살 생각이라면 이런 쓸데없는 짓 좀 하지 말아요. 난 이런 거 싫어해요.” 국청곡의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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