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양은 자신의 싸대기를 때리고 싶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늘 말을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왜 자신이 그의 앞에서 쉽게 말을 더듬는지 알 수 없었다. 차창 밖으로 경치가 빠르게 지나갔고, 집으로 가는 길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긴 시간동안 두 사람은 더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거의 집 밑에 도착할 때쯤, 서양양은 조심스럽게 당천을 보았고 그는 여전히 그녀의 앞에 처음 나타났을 때처럼 빛이 났다. 예전에 분명 가까웠던 두 사람은 지금은 가까이 있지만 중간에 매우 먼 거리가 느껴졌다. 이런 느낌은 참 이상했다. 차가 멈췄을 때, 서양양은 실망한 듯 차문을 열었다. “고마워요, 당천씨.” 당천이 소리쳤다. “잠깐만요!” 그녀는 긴장했고, 그를 보며 속으로 약간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그저 그녀에게 우산을 건넸다. “우산 챙겨요, 아파트 안까지 들어가려면 꽤 거리가 있으니까 비 맞지 말고요.” 그녀의 기대는 실망으로 변해서 더욱 커지고 있었다. “알겠어요.” 차에서 내린 뒤,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왜냐면 그의 차가 멀어지는 장면을 보기 싫었고, 그녀는 늘 이별하는 느낌을 싫어했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식은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가 다시 나타났을 때, 다시 억제할 수 없는 파도가 요동치고 있었다. 그는 당시에 그렇게 매정하고 깨끗하게 정리했으면서, 왜 또 아무 이유 없이 나타난 걸까? ...... 목정침이 집에 오는 걸 기다리기 위해 온연은 아직 잠에 들지 않았다. 서양양의 문자를 받았을 때 그녀는 속으로 매우 감개가 무량했다. 당천은 결국 참지 못 하고 서양양을 찾으러 갔다. 비록 그녀는 예상을 했었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긴 건 좀 늦은감이 있었다. 서양양은 온연에게 왜 당천이 몰래 그녀를 지켜본 건지 물었다. 오늘이 처음이 아니었고, 그저 오늘은 그가 처음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온연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당천이 디자인계에서 천재인 건 맞지만, 연애에 있어서는제시카의 영향을 받아 거의 연애고자가 되
목정침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나도 그 우산이 어디로 갔는지 알고싶네. 네가 보기엔 내가 진락 월급 반으로 깎아야 할 것 같지 않아?” 온연은 웃고 싶었지만 참았다. “내일 가서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면 되잖아요. 당신도 남자니까 알 거 아니에요. 남자들은 연애할 때 다 연애에만 신경 쓰니까 일 할 때 실수하는 것도 정상이죠. 진락씨가 자주 그러는 것도 아니고, 지금 딱 돈 필요할 때 월급 깎는 것도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요. 화 풀고 얼른 가서 씻어요. 뜨거운 물에 목욕하고요. 난 먼저 잘게요.” 목정침은 묵묵히 그녀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월급 깎는 다는 건 사실 그냥 한 말이었고, 진짜 그렇게 하진 않을 테다. 하지만 진락이 요즘 일에 집중을 못 해서 꼭 한 마디는 해야 했다. 그가 목욕을 하고 나왔을 때 온연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콩알이도 침대에 있었고, 모자가 같이 안고 자고 있으니 그를 완전히 옆으로 왕따시켜 놨다. 비록 침대에는 빈 자리가 많이 남았지만 그는 여전히 불만족스러워서 어떻게 콩알이를 온연 품에서 빼낸 뒤 아기 침대에 다시 눕힐지 고민했다. 그가 잠시 고민했지만 이 방법이 실천에 옮기기 어렵다는 걸 알고 포기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콩알이가 발로 차서 잠에서 깼다. 콩알이는 작은 다리를 그의 얼굴에 올렸고, 힘은 정말 친절하지 못 할 정도로 셌다. 콩알이는 그가 깬 줄 모르고, 손에 젖병을 쥔 채 신나게 마시고 있었다. 작은 얼굴에는 즐거운 표정이 가득했고, 발에 힘도 더욱 세졌다. 그는 힘없이 시계를 보았고 거의 8시였다. 온연도 이미 일어나서 세수를 마쳤다. 어제 저녁에 찬 바람을 좀 맞아서 그런지 그는 온 몸에 힘이 다 빠져서 어쩐지 오늘 늦게 일어났다. 온연이 옆에 없을 때를 틈타 그는 콩알이의 작은 발바닥을 간지럽혔다. 콩알이는 꺄르륵 웃으면서 발을 움츠렸고, 한 손에는 젖병을 쥔 채 그의 몸에 올라타 말을 타면서 소리쳤다. “이랴!” 소리를 듣고 온연은 황급히 달려왔다. “콩알아! 아빠
진락은 발에 기름을 바른 것처럼 재빨리 도망갔다. 그는 바보가 아니어서 목정침이 내려와 자신을 혼낼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온연은 그야말로 그의 구세주였다. 목정침은 아래로 내려와서 아침을 먹을 때 진락이 안 보이자 물었다. “걔는? 평소 같았으면 일찍 왔을 텐데 오늘은 이 시간까지 코빼기도 안 비추고, 진락 이 자식 일 그만 두겠다는 건가?” 온연은 그에게 젓가락을 건넸다. “왔었는데 내가 가서 차 수리하라고 시켰어요. 오늘은 다시 안 올 거니까 당신도 얌전히 집에서 쉬어요. 내가 당신 대신해서 이미 혼내 줬으니까 번거롭게 두 번 혼낼 필요 없고요. 얼른 밥 먹고 약 먹어요. 나는 오늘 회사에 일이 있어서 잠깐 갔다와야 해요. 아마 오후에 일찍 올 거 같으니까 당신은 집에서 콩알이랑 잘 놀아주고 있어요.” 목정침은 웃는듯 안 웃는듯 그녀를 보았다. “네가 지금 나한테 뭐할지 확실하게 정해주는 거야? 처음이네…” 온연은 뾰로통하게 그를 노려봤다. “난 당신 아내예요, 정해주는 게 뭐가 어때서요? 당신이 예전 같은 기세로 날 억누르려도 해도 이젠 소용없어요.” 목정침의 기분은 훨씬 나아졌다. “그래, 네 말 들을게. 그럼 일 끝내고 일찍 와. 아니면 나 혼자 콩알이 데리고 있는 것도 지루해, 말 타는 건 애한테 누가 가르친 거야? 얘 때문에 허리 부러지겠어.” 온연은 웃으면서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을 타는 법은 유씨 아주머니가 가르쳐준 거였고, 모든 아이들은 다 이렇게 크는 것 같았다. 이때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그녀는 진지하게 말했다. “맞다, 나 한 이틀 후에 디저트 가게 보러 한 번 갔다 와야 할 것 같아요. 란샹 언니가 상가 주인이 상가를 팔려고 한다고 해서 내가 가서 처리해야 할 것 같아서요. 디저트 가게가 위치를 옮기거나 문을 닫아야 할 것 같아요. 근데 문 닫기엔 아쉬워서, 된다면 그냥 다른 곳에서 새로 개업하려고요.” 그녀가 멀리 떠나야 한다고 하자, 게다가 언제 돌아올지도 확실하지 않으니 목정침은 기분이안 좋아졌다.
오후에 일을 마친 후 란샹쪽에 연락을 했다. 디저트 가게 상가 주인이 계속 재촉을 해서 그녀는 일정을 내일로 당겨야 했고 회사에도 미리 얘기를 해서 일주일 정도 휴가를 냈다. 아마 1주일이 목정침이 용인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인내심일 테다. 그녀는 다음 날 오전 비행기를 예약했고, 저녁에 콩알이를 달래서 재운 뒤 바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이번에 가면 분명 돈이 필요할 것이기에 그녀는 목정침의 카드를 챙겼다. 안에는 심개가 그녀에게 돌려준 돈이 있었고, 그건 진함의 돈이었다. 돈이 필요할 때는 그 돈이라도 써야 했다. 목정침은 침대에 누워서 그녀가 바쁘게 정리하는 걸 보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렇게 급하게 가야 돼?”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캐리어를 쌌다. “응, 시간이 좀 급해서요. 회사에도 휴가 1주일 내고 왔으니, 그 안에 돌아올 거예요. 나 없을 때 콩알이는 당신이 좀 잘 챙겨줘요. 저녁에는 나랑 당신 밖에 모르잖아요, 유씨 아주머니는 달래기 힘드실 거예요. 맞다, 열은 좀 내렸어요?”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모처럼 내가 열나는 걸 안 까먹었네. 열은 내렸어, 내 몸이 그 정도로 약하진 않아.” 그녀는 웃었다. “난 당신이 감기 걸려서 안 나으면 콩알이한테 전염될까 봐 그러죠.” 그는 화를 냈다. “그럼 가지 말고 네가 여기 남아서 애를 보던지!” 그녀는 대꾸하지 않고 정리한 짐을 벽 옆에 두었다. “다 했어요, 내일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해요. 그런 표정 짓지 마요, 내가 가출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돼요? 디저트 가게는 내 사업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내가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버는 수입까지 합하면 연봉으로 1억 이상은 버는 사람이라고요. 내가 벌어서 먹고 사는 느낌이 참 좋네요, 비록 당신만큼 벌지는 못 하지만 마음이 편해요.” 그는 시큰둥하게 이불을 잡아당겨 머리 위까지 덮어썼다. “쳇, 내가 번 돈도 넌 마음대로 쓸 수 있는데, 그렇게 개고생을 해서 뭐해? 내가 꼭 내 돈이 아까워서 너한테 안 쓰는 것처
콩알이는 이미 깨어 있었고, 게다가 온연은 가기 전에 배려심 있게 아이를 침대로 데려와 그의 옆에 있게 해주었다. 콩알이는 물방울 같은 큰 눈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맘마… 맘마…” 그는 얼굴을 쓸어내린 후 정신을 차린 뒤, 아이를 한 손으로 안고 분유를 먹여주려 내려갔다. 그는 여태 이런 일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애초에 얼마나 먹여야 하는지도 몰랐고, 고민하면서 젖병에 분유 반 물 반을 넣을 생각이었다. 마침 이렇게 하려던 찰나에 유씨 아주머니가 눈보다 손이 빨라서 다행이었다. “도련님, 제가 할게요, 금방이면 돼요, 도련님은 작은 도련님 데리고 저쪽에서 놀고 계세요. 아님 만약 바쁘시면 먼저 가세요, 제가 작은 도련님께 옷 입혀 드릴게요.” 목정침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안 바빠요… 좀 늦게 가도 돼요.” 콩알이는 좌우를 둘러보면서 계속 엄마를 부르자 목정침은 더욱 심란해졌다. “네 엄마 갔어, 일주일 동안 안 올 거니까 불러도 소용없어.” 유씨 아주머니는 두 부자가 온연이 떠난 후로 불쌍해 보여서 웃음을 참지 못 했다. “도련님, 이렇게 사모님이랑 떨어져 계시는 게 힘드실 줄은 몰랐네요.” 목정침은 부인했다. “걔랑 떨어져 있기 힘들다고 누가 그래요? 일주일은 무슨, 1달 동안 1년동안 안 돌아와도 난 상관없어요!” 말을 끝낸 뒤, 그는 무기력해졌다. 만약 그녀가 정말 1달 심지어 1년동안 안 돌아온다면, 그와 콩알이 둘 중 한 명은 미쳐버릴 테다. ...... 한편, 예가네 저택. 진몽요와 만난 뒤로 예군작은 밖에 나가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서재 안에 가둔 뒤, 창 밖에서 벌어지는 일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회사에서 이미 전화가 몇 번이나 왔고, 아택은 급해지기 시작했다. “도련님,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이미 전화가 몇 통이나 왔는데, 안 가보실 건가요?” 예군작은 여유롭게 의자에 앉아서 시선은 온통 시들한 그 꽃을 향해 있었다. “회사에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데 월급 다 괜히 받는 거야? 일
예군작은 국청곡을 보았다. “그냥 집에서 애나 보고 있어요, 회사 일은 당신이 신경 쓸 거 없어요. 나는 회사 일 때문에 머리 아픈 동시에 집에서 당신이 시비 거는 것 때문에 짜증 내고 싶지도 않아요. 앞으로 그런 식으로 나한테 말하지 말아요.” 국청곡은 아이를 옆에 있던 소파에 올려둔 뒤, 그에게 명확하게 얘기를 하려는 태세였다. “내가 뭘 어떻게 말했다고 그래요? 마음이 힘들어야 하는 사람은 나 아니에요? 내 남편이 지금 다른 여자 때문에 속상해하고 있고, 나랑 아이한테는 관심이 하나도 없는데, 내가 얼마나 마음이 넓어야 하는 거예요? 아니면 내가 진몽요씨 찾아가서 나 대신 당신 좀 말려 달라고 할까요?” 예군작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그만해요! 그 사람한테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면, 가만 안 둘 줄 알아요!” 소파에 있던 아이는 두 사람이 싸우는 소리에 놀라서 울기 시작했고, 국청곡은 이를 꽉 물고눈물을 참으며 아이를 달래주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아직까지 왜 버티고 있는지 몰랐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서도 여전히 그를 떠나갈 결심을 하지 못 했다. 아택이 말한 것처럼, 어르신은 그녀에게 회사 지분을 남겼고, 그녀는 분노해서 그 지분을 무기로 사용했다. “내가 진짜 당신 못 떠날 것 같아서 그래요? 나 국가네 아가씨예요, 내가 왜 예가네에서 당신 강아지 노릇을 해야 해요? 당신 진몽요씨 좋아잖아요, 내가 놓아줄게요, 우리 이혼해요. 근데 내가 내 지분을 가져가게 되면 당신한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네요.” 예군작은 무섭게 일어나서 그녀의 목을 졸랐다. “지금 나 협박하는 거예요? 그래요? 내가 진짜 당신이랑 감히 이혼 못 할 거 같아요? 국청곡씨, 나 협박하지 말아요, 내가 원한다면 당신이 얌전히 지분 토해내게 만든 다음에 예가네에서 쫓아낼 수 있어요.” 국청곡은 무섭다고 느끼진 않았지만 단지 마음이 크게 찢긴 것처럼 통증이 느껴졌고, 그녀의 눈물은 끊어진 진주목걸이처럼 뚝뚝 떨어졌다. “당신은… 그렇게
예군작은 한숨을 쉬었다. “그렇지… 하지만 국청곡은 왜 자기랑 안될 걸 아는 사람이랑 싸우려는 거지? 나도 전에는 아무것도 신경 안 쓰고 진몽요를 내 곁에 돌려놓을까 생각했었지만, 나중에 와서 보니까 모든 게 다 멀어지고 있었고, 이 모든 게 다 불가능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어. 노인데가 죽기전에 내가 빠져나갈 구멍들을 다 막아 놓고 있었던 거지. 내가 결혼해서 애를 낳게 하고, 내 행동들을 제어하고, 마지막엔 지분으로 날 묶어 놔서 단번에 국가네와 관계 정리를 할 수 없게 만들었잖아. 만약 노인네만 아니었어도, 진몽요는 경소경이랑 결혼하지 않았을 거야… 아이도 없었겠지, 그럼 나랑 국청곡의 사이는 더욱 불가능 했을 거야. 난 지금, 예군작이 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 운명을 받아드린 것 같은 이 말에, 아택은 살짝 의아했다. “도련님… 진몽요씨를 놓아주기로 결정하신 건가요?” 예군작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갑자기 놓아주는 건 못 해, 근데 걔가 경소경 옆에서 그렇게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난 또 방해하고 싶지 않아, 매우 모순적이지. 어쩌면 내 고집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는 노인네 말이 맞을지도 몰라. 결국 마지막에는, 누구도 물러나지 못 한 채, 더욱 원만하게 살 수 없겠지.” 아택은 감탄했다. “사실 지금도 좋은 것 같아요. 진몽요씨도 잘 지내고 있고, 도련님도 사모님과 함께 아이가 있으신데다가 따님도 엄청 귀여우시잖아요. 두 분은 각자 더 잘 지낼 수 있어요. 과거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요. 한 걸음 물러나면 더 넓은 세상이 보이잖아요.” 한 걸음 물러나면 더 넓은 세상이 보일까? 그렇지만 물러나는 게 어떻게 쉬울 수 있을까? 한걸음 물러나면, 세상이 넓어 보이는 게 아니라 깊은 심연이 펼쳐질 수도 있는데, 그 누가 망설이지 않고 물러날 수 있을까? 복잡한 마음에 예군작은 담배를 꺼냈다. 딱 담배에 불을 붙이려던 순간 아택이 그를 제지했다. “도련님, 아이가 아직 어리잖아요. 간접흡연은 아이에게 안 좋아요. 게다가 차 안
그는 입가를 핥은 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아택, 차 준비해, 나랑 목가네 좀 들리자.” 그는 이 계약을 꼭 따낼 셈이었다. 아택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도련님, 그러니까… 목가네 그룹에 목정침씨를 찾으러 간다는 말씀이신가요? 예전에 그 분을 숨어 다니시던 거 아니었나요? 왜 이제 제 발로 찾아가시는 거죠?” 예군작은 사악하게 웃었다. “예전에는 걸리는 게 있었는데, 이젠 무섭지 않으니까 숨어다닐 필요가 없어졌어. 가자.” 아택은 품에 있는 아이를 보았다. “아가씨도 데려갈까요? 좀 그렇겠죠?” 예군작은 손을 저었다. “괜찮아, 데려가자. 어차피 안 데려가면 어디 둘 곳도 없잖아.” 목가네 그룹에 도착한 후, 미리 예약하지 않아서 당연히 그는 제지를 당했다. 그는 짜증내지 않고 목정침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지금 그쪽 회사 문 앞에 있는데, 나 안 만날 거 확실해? 듣기로는 최근에 형수가 집에 없다 던데, 회사에 일주일 휴가 냈다고 들었…”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전화 너머 목정침이 폭발했다. “쓸데없는 얘기 그만하고, 할 말 있으면 쳐 올라와서 말 해.” 전화가 끊긴 뒤, 문 앞에 있던 경비는 바로 예군작을 들여보내 주었다. 아택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정침이 이렇게 쉽게 타협할 수 있는 사람이었나? 엘리베이터에 들어간 후, 왠지 모르게 아이가 칭얼대며 울기 시작했다. 아택은 달래지 못 해서 급해진 마음에 얼굴이 다 빨개졌다. 예군작은 아이를 건네받고 작은 목소리로 달랬다. “울지 마, 아빠 지금 일하러 왔잖아.” 46층에 도착한 뒤,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 데이비드는 먼저 말을 건네려고 했으나, 예군작의 차가운 눈빛에 말을 삼켰고 데이비드는 억울하게 자기 자리에 앉았다. 신발을 안 갈아 신을 거면 안 살아 신는 거지 왜 굳이 그를 째려봐야 했을까? 규칙은 그가 정한 것이 아니니 깡이 있으면 목정침을 째려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예군작은 문을 두들기지 않았고, 아이를 안고 있어서 손도 없으니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