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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2장

작가: 레몬맛 고양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4-05 16:30:10
그녀가 앉아서 10분 정도 기다리자 예군작이 느릿느릿 들어왔다. “미안해요, 오는 길에 차가 좀 막혀서 일찍 출발하긴 했는데 늦었네요. 오래 기다렸겠어요.”

  예군작의 다리는 아직 운전을 하기엔 불편함이 있어서 아택이 동행했다. 진몽요는 웃으며 아택에게 인사했고, 동시에 예군작을 보았다. “오랜만이에요, 국청곡씨 아이 낳았다고 들었어요. 남자예요 여자예요? 조산인 것 같던데요.”

  예군작이 대답을 하려던 찰나에 갑자기 옆에 있던 그 꽃을 보고 동공이 흔들렸다. “여자예요, 건강하고요. 절 찾아온 건 할 말이 있어서겠죠?”

  진몽요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옆에 사람 있어도 괜찮죠? 괜찮으면 그냥 바로 말할게요.”

  그녀가 말한 사람은 아택이었다. 그래도 어떤 일들은 예군작에게 부끄러운 일이니 말이다.

  예군작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옅게 웃었다. “괜찮아요.”

  진몽요는 망설이다 말했다. “그때 이 꽃을 나한테 줄 때, 꽃이 피면 비밀을 말해주겠다고 했잖아요. 그 비밀 아직까지 말해주진 않았지만 이미 알아낸 것 같아요. 내가 오늘 온 건 이 꽃을 돌려주러 온 거예요. 이제… 예군작씨라고 불러야 되는지 전지라고 불러야 되는지 모르겠네요?”

  예군작은 놀라지 않았다. 그는 이 꽃을 봤을 때 이미 그녀가 알게 된 걸 추측했었다. “마음대로 해요, 어떻게 부르고 싶으면 어떻게 불러야죠.”

  그가 이렇게 담담할 줄 몰랐어서 진몽요는 그의 기분을 알 수 없었다. “왜 나한테 예군작의 신분으로 접근한 거야?” 그녀는 알았지만 그가 직접 말하는 걸 듣고 싶었다.

  예군작이 그녀를 보는 눈빛은 금세 뜨거워졌다. “너 알잖아. 만약 내가 처음부터 내가 누구인지 밝혔다면, 내가 가까이 오게 뒀을까? 내가 지금 하는 모든 것들은, 다 어렸을 때 했던 잘못들을 만회하기 위해서야. 만약 아직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말이지… 그런데 이미 모든 건 다 멀어지고 있어 점점… 딱 우리가 만났던 3년처럼, 다시 돌아갈 수 없고 방법도 없지.”

  오기 전에 진몽요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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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택이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진몽요는 이미 떠났고 그 화분과 침묵하고 있는 예군작만 남아 있었다.  이런 예군작이 아택에게는 낯설었다. 예가네에서 그는 결단력 있고 차가운 사람이었는데, 진몽요 앞에만 서면 비참했다. 역시 모든 사람에게 천적이 있다는 말은 맞았다. 아무리 거칠고 버릇이 없는 남자여도,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달라졌다.  여기에 오기 전, 예군작은 진몽요와의 약속전화를 받고 매우 기뻐 보였다. 그런 모습은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았었기에, 만남 후에 거절은 그를 이렇게 실망하게 만들었다.  하늘에서 갑자기 번개가 치고, 천둥이 치며 그 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다. 길거리에 사람들은 비를 피하느라 바빴고, 이 소나기가 갑작스럽게 내렸다.  아택이 물었다. “도련님, 지금 돌아갈까요?”  예군작은 생각들을 정리한 뒤 일어나서 말했다. “가자, 저 꽃 챙겨.”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아택은 그 꽃을 서재에 두었다. 예군작은 거실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국청곡을 무시하고 방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  그가 나오자 국청곡은 침대 맡에 앉아 손에 그의 핸드폰을 쥐고 몸을 떨고 있었다. 얼굴은 화가 난 건지 모르겠지만 조금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의 동공은 살짝 어두워졌다. “내 핸드폰을 볼 생각이었으면, 마음에 준비를 하던지 아니면 보지 말았어야죠.”  국청곡은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진몽요씨 만나러 갔어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이러는 거예요? 예군작씨, 날 바보로 알아요? 난 아픔을 모르는 목각인형이 아니에요, 날 좀 존중해줄 수 없어요? 그 여자는 남편이 있는 여자라고요, 정신차려요!”  ‘남편이 있는 여자’ 라는 말은 예군작의 아픔을 건드렸고, 그는 그녀의 손에서 핸드폰을 낚아챈 뒤 차갑게 말했다. “당신이 말 안 해줘도 알아요. 내가 이혼을 안 하는 것 만으로도 당신의 대한 엄청난 존중이에요. 나랑 계속 같이 살 생각이라면 이런 쓸데없는 짓 좀 하지 말아요. 난 이런 거 싫어해요.”  국청곡의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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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24화

    아택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국청곡은 지금 어르신을 의지할 수 없어졌으니, 안정감을 느끼지 못 하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가 말한 건 다 사실이었는데 그녀는 믿으려 하지 않았다. “사모님, 모든 사람들을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도련님을 도와 일을 하고 있지만 저도 뭐가 옳고 그른지는 압니다. 남자들은 한 가지 일을 붙잡고 놓지 않는 여자들을 싫어해요. 그럼 남자를 더 귀찮게 만들거든요. 걱정 마시고 다른 일에 좀 더 신경을 쓰셔도 될 것 같네요.”  국청곡은 숨을 들이 마셨다. “다른 일이요? 아이 말하는 거예요? 저한테는 지금 아이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 사람은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한번도 안아보지 않았죠. 얼마나 사람이 차가워야 이 지경까지 올 수 있는 거죠?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한테도 감정이 없는 걸까요? 이 아이는 친딸이에요, 난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 달라고 바라진 않지만 아이한테만 잘해줘도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제일 무서운 건, 그 사람이 갑자기 이혼하자고 하는 거예요. 그건 저한테 제일 큰 수치거든요!”  아택은 주변을 돌러 본 뒤 옆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후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사모님, 도련님은 절대 그렇게 안 하실 거예요. 왜냐면 어르신이 가시기 전에 주권을 분배했는데, 대부분 사모님과 아이에게 상속하셨어요. 이전에는 사모님이 아이를 낳은지 얼마 안돼서 아마 모르셨겠죠.”  국청곡은 깜짝 놀랐다. “정말이에요?! 할아버지께서… 주권을 다 저랑 아이에게 주셨다고요? 그럼 예군작씨가 왜 저한테 말을 안 한 거죠?”  아택은 고개를 저었다. “저도 모르겠어요, 아마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셨겠죠. 이건 도련님이 사모님과 이혼할 생각이 없으시다는 걸 충분히 증명할 수 있으니 걱정 마세요. 다른 사람 얘기 들어보니까, 여자는 아이를 낳으면 감정에 기복이 크다던데, 제가 보기엔 사모님이 요즘 조금… 감정이 격해지신 것 같아요. 제가 이런 얘기를 해드리는 건, 걱정하지 마시라는 차원에서예요. 도련님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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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25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안 먹었어요, 움직이기 귀찮아서요. 밖에 비도 많이 오는데 배달시키면 배달원분들이 얼마나 고생하겠어요. 나 신경쓰지 말아요, 방금 간식 많이 먹어서 배 안 고파요. 당신도 얼른 씻고 자요.”  그녀는 온몸에서 흐르는 부정적인 에너지가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늘 활발한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조용해진 걸 보니 그녀가 예군작을 찾으러 간 게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는 걸 알았다. 그는 굳이 티 내지 않았다. “알겠어요, 나 먼저 샤워하고 올 테니까, 방에 가서 기다려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 뒤 말은 하지 않았다. 딱 봐도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있는 느낌이었고, 그의 말에 담긴 의미를 알 수도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녀는 야한 말로 대꾸를 했을 테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뒤, 경소경은 진몽요가 이미 침대 위에 누워 있는 걸 보았다. 그녀가 이불속에 누워서 웅크려 있는 모습은 보기에 매우 불쌍해 보였다.  한편, 목가네 그룹.  목정침은 10시가 넘을 때까지 야근을 한 뒤 회사에서 나왔다. 밖에는 폭우가 계속 내리고 있었고, 마치 오랫동안 내리지 않았던 비가 한번에 다 쌓인 걸 쏟아붓는 것 같았다.  야근 때문에 그는 진락에게 미리 퇴근하라고 했고, 지금 어쩔 수 없이 혼자 운전을 해서 가야했다.  주차장에서 똑같이 퇴근을 하고 집에 가려는 당천을 보았고, 당천은 불평했다. “비 오는 날이 제일 싫어요, 곳곳이 다 젖어 있어서 괜히 기분이 안 좋아지잖아요.”  목정침은 완전히 반대였다. 그는 비 내리는 날을 좋아했고, 비소리가 세상의 잡음을 다 없애주는 것 같았다. “일찍 들어가요.”  당천은 차 앞에 기대어 그에게 담배를 한 대 건넸다. “대표님은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고, 이불을 데워줄 사람이 있지만, 저 같은 총각이 집에 일찍 가서 뭐하겠어요? 그럴바엔 회사에서 야근하는 게 낫죠.”  목정침은 담배를 받고 불을 붙였다. “그럼 계속 야근하세요.”  당천은 투덜거렸다. “그냥 한 말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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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26장

    잠시 후, 서양양은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내 쭈그려 앉아 읽기 시작했다. 지붕 아래로 빛이 밝지 않았고, 이런 환경에서 아쉬운대로 책이라도 읽는 걸 보니, 비가 멈출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려는 건가?  당천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는 이 여자를 매우 보호하고 싶었지만 또 자신이 떳떳하지 못 했다…  한참을 망설인 뒤 그는 우산을 갖고 차에서 내려 그녀의 앞에 섰다. “내가 데려다 줄게요.”  서양양의 몸은 갑자기 굳었고, 서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눈이 마주친 순간 마치 한 세기가 지나간 것처럼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다.  “피… 필요 없어요… 저 혼자 택시 타고 가면 돼요!” 서양양은 정신을 차린 뒤 황급히 책을 가방 안에 넣고, 딱 봐도 어쩔 줄 몰라 하는 것 같았다.  “혼자 택시 탈 수 있었으면 이렇게 오래 쭈그려 앉지 않았겠죠.” 당천은 그녀의 거짓말을 들춰냈다.  서양양은 약간 의아했다. “여기 얼마나 있었어요?”  당천은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가게 문 닫기 전부터요. 맞아요, 당신이 의심하는 대로 나 여기 처음 온 거 아니에요… 나를 변태나 스토커로 생각해도 좋아요.”  서양양은 고개를 숙였고 얼굴이 살짝 뜨거워졌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하는 건데요?”  당천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서양양은 그가 대답을 하지 않자 빠르게 그를 보았다. “왜 대답을 안 해요? 그쪽이 이러면… 저도 살짝 불편해요…”  당천은 우산을 그녀의 손에 쥐어 주었다. “차에서 기다릴게요.” 그리고 그는 빗속으로 걸어갔다.  서양양은 얼른 우산을 들고 살짝 뛰면서 쫓아갔다. “너무 빨리 걷지 말아요, 옷 다 젖겠어요! 이런 날씨엔 감기 걸리기 쉽단 말이에요!”  그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는 그녀가 분명 따라올 걸 알고 있었다.  차로 돌아온 뒤, 서양양은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서 그에게 건넸다. “머리 다 젖었으니까 간단하게 닦아요. 집에 가서 드라이기 머리 말리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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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양은 자신의 싸대기를 때리고 싶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늘 말을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왜 자신이 그의 앞에서 쉽게 말을 더듬는지 알 수 없었다.  차창 밖으로 경치가 빠르게 지나갔고, 집으로 가는 길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긴 시간동안 두 사람은 더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거의 집 밑에 도착할 때쯤, 서양양은 조심스럽게 당천을 보았고 그는 여전히 그녀의 앞에 처음 나타났을 때처럼 빛이 났다.  예전에 분명 가까웠던 두 사람은 지금은 가까이 있지만 중간에 매우 먼 거리가 느껴졌다. 이런 느낌은 참 이상했다.  차가 멈췄을 때, 서양양은 실망한 듯 차문을 열었다. “고마워요, 당천씨.”  당천이 소리쳤다. “잠깐만요!”  그녀는 긴장했고, 그를 보며 속으로 약간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그저 그녀에게 우산을 건넸다. “우산 챙겨요, 아파트 안까지 들어가려면 꽤 거리가 있으니까 비 맞지 말고요.”  그녀의 기대는 실망으로 변해서 더욱 커지고 있었다. “알겠어요.”  차에서 내린 뒤,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왜냐면 그의 차가 멀어지는 장면을 보기 싫었고, 그녀는 늘 이별하는 느낌을 싫어했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식은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가 다시 나타났을 때, 다시 억제할 수 없는 파도가 요동치고 있었다. 그는 당시에 그렇게 매정하고 깨끗하게 정리했으면서, 왜 또 아무 이유 없이 나타난 걸까?  ......  목정침이 집에 오는 걸 기다리기 위해 온연은 아직 잠에 들지 않았다. 서양양의 문자를 받았을 때 그녀는 속으로 매우 감개가 무량했다. 당천은 결국 참지 못 하고 서양양을 찾으러 갔다. 비록 그녀는 예상을 했었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긴 건 좀 늦은감이 있었다.  서양양은 온연에게 왜 당천이 몰래 그녀를 지켜본 건지 물었다. 오늘이 처음이 아니었고, 그저 오늘은 그가 처음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온연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당천이 디자인계에서 천재인 건 맞지만, 연애에 있어서는제시카의 영향을 받아 거의 연애고자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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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28장

    목정침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나도 그 우산이 어디로 갔는지 알고싶네. 네가 보기엔 내가 진락 월급 반으로 깎아야 할 것 같지 않아?”  온연은 웃고 싶었지만 참았다. “내일 가서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면 되잖아요. 당신도 남자니까 알 거 아니에요. 남자들은 연애할 때 다 연애에만 신경 쓰니까 일 할 때 실수하는 것도 정상이죠. 진락씨가 자주 그러는 것도 아니고, 지금 딱 돈 필요할 때 월급 깎는 것도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요. 화 풀고 얼른 가서 씻어요. 뜨거운 물에 목욕하고요. 난 먼저 잘게요.”  목정침은 묵묵히 그녀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월급 깎는 다는 건 사실 그냥 한 말이었고, 진짜 그렇게 하진 않을 테다. 하지만 진락이 요즘 일에 집중을 못 해서 꼭 한 마디는 해야 했다.  그가 목욕을 하고 나왔을 때 온연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콩알이도 침대에 있었고, 모자가 같이 안고 자고 있으니 그를 완전히 옆으로 왕따시켜 놨다. 비록 침대에는 빈 자리가 많이 남았지만 그는 여전히 불만족스러워서 어떻게 콩알이를 온연 품에서 빼낸 뒤 아기 침대에 다시 눕힐지 고민했다.  그가 잠시 고민했지만 이 방법이 실천에 옮기기 어렵다는 걸 알고 포기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콩알이가 발로 차서 잠에서 깼다. 콩알이는 작은 다리를 그의 얼굴에 올렸고, 힘은 정말 친절하지 못 할 정도로 셌다.  콩알이는 그가 깬 줄 모르고, 손에 젖병을 쥔 채 신나게 마시고 있었다. 작은 얼굴에는 즐거운 표정이 가득했고, 발에 힘도 더욱 세졌다. 그는 힘없이 시계를 보았고 거의 8시였다. 온연도 이미 일어나서 세수를 마쳤다. 어제 저녁에 찬 바람을 좀 맞아서 그런지 그는 온 몸에 힘이 다 빠져서 어쩐지 오늘 늦게 일어났다.  온연이 옆에 없을 때를 틈타 그는 콩알이의 작은 발바닥을 간지럽혔다. 콩알이는 꺄르륵 웃으면서 발을 움츠렸고, 한 손에는 젖병을 쥔 채 그의 몸에 올라타 말을 타면서 소리쳤다. “이랴!”  소리를 듣고 온연은 황급히 달려왔다. “콩알아!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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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락은 발에 기름을 바른 것처럼 재빨리 도망갔다. 그는 바보가 아니어서 목정침이 내려와 자신을 혼낼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온연은 그야말로 그의 구세주였다.  목정침은 아래로 내려와서 아침을 먹을 때 진락이 안 보이자 물었다. “걔는? 평소 같았으면 일찍 왔을 텐데 오늘은 이 시간까지 코빼기도 안 비추고, 진락 이 자식 일 그만 두겠다는 건가?”  온연은 그에게 젓가락을 건넸다. “왔었는데 내가 가서 차 수리하라고 시켰어요. 오늘은 다시 안 올 거니까 당신도 얌전히 집에서 쉬어요. 내가 당신 대신해서 이미 혼내 줬으니까 번거롭게 두 번 혼낼 필요 없고요. 얼른 밥 먹고 약 먹어요. 나는 오늘 회사에 일이 있어서 잠깐 갔다와야 해요. 아마 오후에 일찍 올 거 같으니까 당신은 집에서 콩알이랑 잘 놀아주고 있어요.”  목정침은 웃는듯 안 웃는듯 그녀를 보았다. “네가 지금 나한테 뭐할지 확실하게 정해주는 거야? 처음이네…”  온연은 뾰로통하게 그를 노려봤다. “난 당신 아내예요, 정해주는 게 뭐가 어때서요? 당신이 예전 같은 기세로 날 억누르려도 해도 이젠 소용없어요.”  목정침의 기분은 훨씬 나아졌다. “그래, 네 말 들을게. 그럼 일 끝내고 일찍 와. 아니면 나 혼자 콩알이 데리고 있는 것도 지루해, 말 타는 건 애한테 누가 가르친 거야? 얘 때문에 허리 부러지겠어.”  온연은 웃으면서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을 타는 법은 유씨 아주머니가 가르쳐준 거였고, 모든 아이들은 다 이렇게 크는 것 같았다.  이때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그녀는 진지하게 말했다. “맞다, 나 한 이틀 후에 디저트 가게 보러 한 번 갔다 와야 할 것 같아요. 란샹 언니가 상가 주인이 상가를 팔려고 한다고 해서 내가 가서 처리해야 할 것 같아서요. 디저트 가게가 위치를 옮기거나 문을 닫아야 할 것 같아요. 근데 문 닫기엔 아쉬워서, 된다면 그냥 다른 곳에서 새로 개업하려고요.”  그녀가 멀리 떠나야 한다고 하자, 게다가 언제 돌아올지도 확실하지 않으니 목정침은 기분이안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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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30장

    오후에 일을 마친 후 란샹쪽에 연락을 했다. 디저트 가게 상가 주인이 계속 재촉을 해서 그녀는 일정을 내일로 당겨야 했고 회사에도 미리 얘기를 해서 일주일 정도 휴가를 냈다. 아마 1주일이 목정침이 용인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인내심일 테다.  그녀는 다음 날 오전 비행기를 예약했고, 저녁에 콩알이를 달래서 재운 뒤 바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이번에 가면 분명 돈이 필요할 것이기에 그녀는 목정침의 카드를 챙겼다. 안에는 심개가 그녀에게 돌려준 돈이 있었고, 그건 진함의 돈이었다. 돈이 필요할 때는 그 돈이라도 써야 했다.  목정침은 침대에 누워서 그녀가 바쁘게 정리하는 걸 보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렇게 급하게 가야 돼?”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캐리어를 쌌다. “응, 시간이 좀 급해서요. 회사에도 휴가 1주일 내고 왔으니, 그 안에 돌아올 거예요. 나 없을 때 콩알이는 당신이 좀 잘 챙겨줘요. 저녁에는 나랑 당신 밖에 모르잖아요, 유씨 아주머니는 달래기 힘드실 거예요. 맞다, 열은 좀 내렸어요?”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모처럼 내가 열나는 걸 안 까먹었네. 열은 내렸어, 내 몸이 그 정도로 약하진 않아.”  그녀는 웃었다. “난 당신이 감기 걸려서 안 나으면 콩알이한테 전염될까 봐 그러죠.”  그는 화를 냈다. “그럼 가지 말고 네가 여기 남아서 애를 보던지!”  그녀는 대꾸하지 않고 정리한 짐을 벽 옆에 두었다. “다 했어요, 내일 일찍 일어나려면 일찍 자야해요. 그런 표정 짓지 마요, 내가 가출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돼요? 디저트 가게는 내 사업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내가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버는 수입까지 합하면 연봉으로 1억 이상은 버는 사람이라고요. 내가 벌어서 먹고 사는 느낌이 참 좋네요, 비록 당신만큼 벌지는 못 하지만 마음이 편해요.”  그는 시큰둥하게 이불을 잡아당겨 머리 위까지 덮어썼다. “쳇, 내가 번 돈도 넌 마음대로 쓸 수 있는데, 그렇게 개고생을 해서 뭐해? 내가 꼭 내 돈이 아까워서 너한테 안 쓰는 것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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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9장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8장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7장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6장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5장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4장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3장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2장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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