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1231 - 챕터 1240
1359 챕터
제1231장
비록 그녀가 말로는 이렇게 했지만 눈길은 계속해서 당천 쪽을 보고 있었다.  진몽요는 일을 크게 받아들이는 스타일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한 바퀴를 돈 뒤 돌아와 보고했다. “저 여자가 자기가 제시카보다 잘 해주겠다고 하던데, 저 훈남님 표정이 좀 이상해요.”  서양양은 얼굴색이 창백해졌다. 이때 당천이 일어나 화장실을 가자 같이 앉아 있던 여자의 표정엔 경멸과 무시가 가득했고 더 이상 잘록하지 않은 허리를 비틀거리며 카페를 떠났다.  온연이 말했다. “양양씨, 얼른 가봐요. 가서 무슨 일인지 물어봐야죠.”  서양양은 살짝 망설였다. “제가 물어보라고요? 좀 그렇지 않나요?”  온연은 그녀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둘이 친구라면서요? 친구끼리 걱정하는 게 이상한가요? 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가서 인사하는 게 위법도 아닌데, 별다른 이유가 필요한 거예요?”  서양양은 격려를 받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일어나서 쫓아갔다.  그녀가 밖에서 한참을 기다리자 당천이 나왔다. 얼굴엔 아직 마르지 않은 물기가 있었고, 방금 그는 분명 화가 나서 찬물로 진정을 찾으려 했던 것 같다.  그녀를 보자 당천에 눈빛엔 좌절과 난감함이 스쳐 지나갔다. “그쪽이 왜 여기 있어요?”  서양양은 용기 내어 말했다. “온연 언니랑 같이 왔는데 마침… 당천씨가 여자분이랑 있는 걸 봤어요. 그 여자가 제시카씨 얘기 꺼낸 거 알아요. 두 분… 좋게 헤어진 건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었어요? 저 여자분이 무리한 요구를 했나요?”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묻는 게 당천에겐 굴욕을 들춰내는 일인 줄 몰랐고, 당천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맞아요, 원래는 드레스 디자인 맡기려고 날 찾아온 줄 알았는데, 그 핑계로 나한테 스폰 제의를 할 줄은 몰랐어요. 그 여자는 내가 그런 남자로 보였던 거죠. 이런 여자들은 제 재능을 안 보고 다 제 외모랑 몸만 봐요. 이제 다 말해줬으니 만족해요? 미안하지만 이런 더러운 일을 당신한테 들키고 그 동정하고 가여워하는 눈빛 너무 많아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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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2장
온연은 어이가 없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 “양양씨 진짜 바보네요. 좀 정중하게 물어볼 수는 없었어요? 지금 당천씨는 굉장히 다운되어 있을 시기라 마음이 연약할 텐데, 게다가 방금 다른 사람한테 모욕까지 당했으니 친구 신분으로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겸 아까 무슨 상황인지 물었어야죠. 그 사람이 알려주고 싶으면 알려주는 거고, 안 알려주고 싶으면 더 묻지 않고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그 사람의 기분을 위로 했어야 했는데, 양양씨가 그렇게 직설적으로 물어볼 줄은 몰랐네요. 됐어요, 다음에는 내가 더 명확하게 알려줄 게요. 양양씨도 지금 이 기분으로 쇼핑 못 할 거 같은데 얼른 저 사람 따라가요. 가서 사과하면 다 큰 남자가 양양씨 같은 아가씨를 더 곤란하게 하진 않을 거예요.”  서양양은 움츠러 들었다. “못 하겠어요, 이 사람이 이렇게 화낸 거 처음 봐서 또 망칠까 봐 두려워요. 저는 사람도 멍청한데 입은 더 멍청해서, 듣기 좋은 말도 못하니까 괜히 그 사람을 더 화나게만 할 거 같아요. 그냥 진정할 시간을 주는 게 좋겠어요.”  진몽요는 팝콘 들고 영화를 보는 사람처럼 입가에 있는 크림을 핥으며 말했다. “어떤 관계는 진정이 되면 나아져요, 그건 애초부터 가까운 관계여서 그런 거예요. 어떤 관계는 진정이 되면 그대로 식어버리죠. 사람은 뻔뻔해야 돼요.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얻는 건 어렵지만, 여자가 남자의 마음을 얻는 건 쉬워요. 입이 멍청하면 행동으로 표현하면 되죠, 좌절 없이 어떻게 성장하겠어요? 양양씨 눈빛만 봐도 그 사람 좋아하는 게 보여요. 저 분이 씩씩거리면서 갔는데 양양씨 마음도 불편하겠네요.”  이번에 서양양은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직 당천을 좋아했고, 마음도 매우 불편했다. 고민을 하다가 그녀는 진몽요의 말을 듣기로 선택했고, 방금 한 실수를 용감하게 마주할 생각이었다. 가끔 사과는 참고 있으면 평생 말할 기회가 없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카페에서 나와 당천에게 전화를 걸었고, 신호음이 두 번 정도 울리자 바로 끊겼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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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3장
서양양은 긴장해서 옷깃을 잡았다. “어… 당천씨가 화 안 나셨으면 됐어요. 너무 늦어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얼른 쉬세요, 술 마셨으면 속 안 좋으실 텐데, 앞으로 이렇게 많이 드시지 마시고요, 몸에 안 좋아요.”  당천은 그녀의 손목을 놓아준 뒤 표정이 쓸쓸해 보였다. “나랑 좀만 더 있어주면 안돼요?”  이럴 때 서양양은 거절할 수 없어서 그의 옆에 앉았다. “그래요.”  잠시 침묵하다가 당천이 물었다. “문 앞에서 얼마나 기다렸어요? 설마 오후부터 있었던 건 아니죠?”  서양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천씨가 카페에서 나가자 마자 전화했는데, 안 받고 전원을 껐잖아요. 그래서 바로 왔어요. 새벽까지 기다릴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와서 다행이에요. 오늘 저녁에 안 돌아왔으면 괜히 기다린 게 될 뻔했잖아요.”  당천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바보예요? 내가 전화 안 받았으면 그냥 무시하면 되지 왜 여기서 그렇게 오래 기다려요?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닌데 내가 화내든 말든 왜 신경써요? 왜 날 걱정해요?”  아무 사이도 아닌건가? 서양양은 살짝 실망했다. 그들이 사귀었던 건 고사하고, 이젠 친구도 아니다 이건가?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나 원래 이런 사람이에요. 주변 사람들한테 다 잘해줘요. 난 그쪽이 기분 안 좋을 때 나한테 말했으면 좋겠어요. 털어놓으면 좀 편하잖아요. 내 앞에서 민망해할 필요 없어요, 난 비웃지 않으니까요. 당천씨가 동정 받는 거 싫어하는 건 알지만, 난 동정한 적 없어요…”  당천은 갑자기 약간은 자신을 비웃듯이 웃었다. “당신 같은 순수한 사람을 그런 더러운 일들로 귀를 더럽히고 싶지 않아요. 그런 얘기 듣고 싶어 하지도 않을 거고요.”  서양양은 고개 들어 그를 보았다.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전 듣고 싶어요.”  두 눈을 마주치자 공기에는 형태 없는 전류가 흐르는 듯했고, 어쩌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서 그런지, 어쩌면 술기운이 올라와서 그런지, 당천의 몸은 점점 그녀를 향해 기울어 지고 있었다. 예상대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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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4장
당천은 그녀를 놓아주었지만 두 사람의 거리는 여전히 가까웠다.  그녀가 집에 돌아와서 불을 켜자 눈 앞에 보인 그림자 때문에 놀라서 비명을 지를 뻔했다가 엄마인 걸 확인한 후 긴 숨을 내쉬었다. “엄마,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안 자고 왜 여기 서 계세요? 깜짝 놀랐잖아요.”  서양양 엄마의 표정은 어두웠다. “너 설마 오늘도 온연씨 집에서 잤다고 할 건 아니지? 그럼 거기서 그냥 자고오지 왜 새벽에 기어들어와? 너 몸에서 술 담배 냄새도 나고, 보통 남자한테서 나는 냄새 아니야? 진작부터 의심했어, 너 남자친구 생겼니? 너가 정당하게 남자친구 사귀는 거면 왜 말을 못 했겠어? 정식으로 사귀는 것도 아닌데 상대랑 애매하게 지내고, 너 나 망신시키려고 작정했니? 온연씨가 너랑 같이 숨긴 거지? 저번에도 분명 그 집에서 자고 온 거 아니잖아. 돈 많다고 다 좋은 사람은 아니네, 같이 있다가 너까지 나쁘게 물들였어! 너 내일부터 당장 일 그만 둬, 내가 새 일 자리 찾아줄 거야! 지금부터 밖에 나가지 마!”  예전 같았으면 엄마의 화난 얼굴을 보고 서양양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꾸중을 들었을 테다. 하지만 이번엔 그녀는 엄마가 틀렸다고 생각해서 반박을 하고 싶었다. “엄마, 그런 거 아니에요. 온연 언니랑도 상관없으니까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저 이미 성인인데 누가 저한테 함부로 나쁘게 물 들일 수 있겠어요? 엄마는 왜 매번 제 단점을 다 다른 사람이 물들인 거라고 생각하세요? 저도 완벽하지 않고, 사람이에요, 사람은 늘 단점이 있기 마련이라고요.  엄마가 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우수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하신 거 알아요. 그래야 가족들이랑 친구들 앞에서 체면이 서니까요. 실망시켜서 죄송해요. 저는 앞으로 엄마가 제 일에 간섭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젠 엄마한테 휘둘리기 싫다고요!”   서양양 엄마는 화가 나서 온 몸을 떨었다. “휘둘려? 내가 얼마나 돈을 많이 들이면서 너를 키웠는데, 고작 그런 단어로 네 엄마를 형용하는 거니? 다 널 위해서 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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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5장
온연은 옅게 잠들어서 알림 소리가 울리자 바로 깼다. 서양양이 보낸 걸 보고 그녀는 일어나서 화장실로 들어가 답장을 보냈다. ‘지금 어디에요? 카페에서 나간 다음에 당천씨 찾으러 간 거 아니었어요? 이거 때문에 어머님이랑 싸운 거예요? 지금 내가 갈게요, 양양씨 혼자 밖에 두기엔 불안해서요.’  서양양의 위치를 파악한 후 그녀는 급하게 옷을 입고 택시를 타고 갈 계획이었다. 그녀는 목정침이 낮에 일을 하느라 피곤했을 테니 그를 깨우지 않을 생각이었고, 이런 일로 그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안방 문을 열고 내려가려 하자 뒤에서 목정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새벽에 몰래 누구랑 연락해? 이 시간에 혼자 나갈 생각까지 하고.”  그녀는 뒤를 돌자 목정침이 느긋하게 아이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어 그녀를 보면서 콩알이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걸 보았다. 보아하니 그도 알림 소리에 깬 거 같아 그녀는 미안해졌다. “다음부턴 잘 때 핸드폰 멀리 둘게요. 시끄러워서 깬 거죠? 더 자요.”  그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화제 돌리지 말고. 내가 지금 너 어디 가냐고 묻잖아, 누가 널 불러낸 거야?” 그의 말투는 화가 난 것 같진 않았고, 잠이 덜 깬 몽롱함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솔직하게 말했다. “서양양씨요, 지금 혼자 밖에 있다는데 걱정돼서 나가서 같이 있어주려고요. 먼저 자고 있어요, 난 택시 타고 가면 돼요.”  목정침은 드레스룸에 들어갔다. “이 시간에 어디서 택시를 잡으려고 그래? 내가 데려다 줄게.”  그녀는 거절하려고 입을 벙긋거렸으나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 했다. 그가 결정을 내렸을 때 거절할 수 있는 방법은 아마 없을 테다.  서양양을 찾으러 가는 길. 그는 계속해서 하품을 했고 온연은 그가 운전하면서 한 눈 팔까 봐 감히 소리를 내지 못 했다.  서양양은 아파트 단지 근처 공원에 있었고, 도착한 뒤 목정침은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온연은 서양양을 차로 데려왔고, 목정침이 있어서 서양양은 크게 소리 내어 울지 못 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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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6장
”어머님이 내가 양양씨를 나쁘게 물 들였다는 말에 나는 화 안 나요. 어머님 눈에 양양씨는 아직 애니까요. 양양씨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했을 때 주위 사람을 탓하시는 건 당연한 거예요. 다 어른들의 편견이기도 하니 난 이해할 수 있어요. 난 어떻게 되도 상관없어요. 지금 양양씨가 아직은 당천씨랑 확실한 관계가 아니니까 속으로 마음의 준비는 해둬요. 여튼, 이제 그만 우울해하고 일찍 쉬어요, 게스트룸은 내가 치워줄게요.”  새벽에 한바탕 소란이 있었어서 온연은 일어날 때 잠이 완전 덜 깬 상태였다. 목정침도 분명같이 나갔다 왔는데 컨디션이 멀쩡해 보였다. 양복으로 갈아 입기만 하면 늠름해 보였고 마치 어제 저녁 외출이 그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오늘은 회사에 일이 있어서 온연은 빨리 회사로 가야했고, 아니면 계속 잠들 것 같았다. 오늘상태로는 택시 잡을 기운이 없어 목정침의 차를 탔다. 그녀가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이자 목정침은 한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 “아직도 안 깼어? 그 서양양씨는 당천이랑 사귄데?”  온연은 볼에 바람을 넣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만 보면 그런 거 같아요. 양양씨가 당천씨를 좋아하거든요. 둘이 짧게 사귀기도 했고, 지금 다시 만났잖아요. 커플끼리 하는 일도 이미 다 했고 아직 당천씨의 확실한 말이 없어서 관계가 정의되지 않은 것뿐이에요. 당천씨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양양씨의 감정을 갖고 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그 사람은 확실히 쓰레기고 제시카씨 때문에 망해야 마땅한 사람이니까요.”  목정침은 고민하다가 말했다. “이 당천이라는 사람 진짜 재능있어. 인품은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쓰레기인 것 같진 않아. 만약 서양양씨한테 장난이 아니라면 우리 회사로 영입하는 것도 생각해 보려고. 그럼 적어도 이 사람 인품에 큰 흠이 없다는 건 증명되니까.”  온연은 깜짝 놀랐다. “지금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다 당천씨랑 싸잡아서 회사 명예가 훼손될까 봐 피하고 있는데 어떻게 회사로 영입할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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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7장
서양양은 드디어 웃는 얼굴이었다. “고마워요, 언니.”  어떤 사람들은, 인생엔 복과 화가 공존한다고 말했다. 서양양은 오히려 이럴 때 일에서 새로운 진전을 이루었다. 엄격하고 인색한 엄 매니저는 직접 서양양을 사무실로 불러 그녀가 많이 발전했다며 일도 열심히 한다고 칭찬했고, 승진할 기회가 있다면 그녀를 제일 먼저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그 중 어쩌면 어느정도는 온연 때문이겠지만, 대부분은 서양양이 일을 열심히 해서였다.  사무실에서 나오자 서양양의 기분은 훨씬 나아졌다. 예전에 엄 매니저한테 많이 혼났어서 그녀는 이번생에 엄 매니저한테 칭찬을 들을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그래서 그녀는 온연이 몰래 무슨 일을 꾸몄나 의심했다. “언니, 엄 매니저님이 저를 칭찬하시던데, 혹시 제 기분 띄워 주시려고 매니저님이랑 상의하신 거 아니죠?”  온연은 어깨를 들썩였다. “저 아니에요, 전 그런 짓 하는 사람도 아니고요. 지금 제일 양양씨를 기쁘게 할 수 있는 건 엄마한테 인정받는 거랑 당천씨한테 고백 받는 거 아니에요?”  서양양은 살짝 불편해했다. “언니, 되게 솔직하시네요…”  온연은 웃으며 손을 저었다. “가서 일 봐요. 나 오후에 회사에 없을지도 몰라서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요.” 그녀는 밖에 나가서 영감을 찾을 생각이었다. 그녀에겐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밖에 지나가는 차들과 행인을 보는 것이 가장 영감을 잘 불러오는 일이었다. 제일 조용한 구석에 앉아 가장 번화한 곳을 보며, 이런 상반된 상황이 충돌하는 느낌은 늘 강렬했다.  오후에 회사에서 나온 후 온연은 도시 중심에서 제일 번화한 거리에 있는 카페에 갔다. 고급져서 그런지 카페에 있는 손님들은 비교적 다들 교양이 있었고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도 없었다. 그녀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커피와 디저트를 시킨 뒤 이어폰를 꽂고 스케치북을 꺼내서 창밖을 보았다.  이 거리엔 매일 지나가는 행인들이 많았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뚱뚱하거나 말랐거나 키가 크고 작은 사람들, 옷도 가지각색에 분위기도 다 달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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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8장
당천은 의심스러운 표정이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양양씨가 집에 가서 어머님이랑 싸웠거든요. 그래서 새벽에 혼자 공원에 있길래 내가 데리러 갔고요. 일어나서 연락 안 해봤어요?”  당천은 고개를 저었다. “안 했어요. 연락해서 뭐라고 해야 될지도 모르겠어요, 어제 저녁엔 제가 너무 충동적이었고 저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명 그 사람이 다 말씀드려서 아시겠죠. 지금 마음이 혼란스러워요.”  그의 말투를 들어보니 서양양과 발전할 생각이 있는지 온연은 의심스러워졌고 그저 답만 알고 싶었다. “저 다 알아요, 혼란스러울 게 뭐 있어요? 행동을 했으면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하고 깨어나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했었어야죠, 설마 무책임하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할 거라고 말할 건 아니죠?”  당천은 살짝 망설였다. “그런 거 아니에요. 제가 혼란스러운 건 지금의 제가 양양씨한테 아무런 약속을 해줄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 사람이 따뜻하고 보수적인 가정에 자란 거 알아요. 어렸을 때부터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세상의 무서움을 본 적이 없으니 사람들이 얼마나 더러울 수 있는지 모르겠죠. 저는 그 사람 앞에만 서면 열등감이 들어요. 저는 그 사람이랑 어울리지 않는 사람 같은데 그 사람을 물들이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요. 저는 지금 더 잘될 수도 없고 예전에 당천은 이미 죽었어요. 다시 살고 싶어도 진흙탕에서 발버둥치는 이 느낌이 너무 괴롭네요.”  온연은 생각에 잠겼다. “열등감이요? 당천씨는 디자인계에서 터줏대감 같은 사람이 신입한테 열등감을 느낀다고요? 그럼 당천씨는 좋아하는 사람한테만 가정배경 신경 안 쓰고 자신도 모르게 열등감이 느끼는 거 알아요? 예전에 당천은 죽었고, 제시카와 엮인 당천은 죽었어요. 다른 여자한테 의지해서 높은 곳에 올라가던 당천도 죽었어요. 지금의 당신이 진짜 당신이에요, 서양양씨가 좋아하는 지금의 당신이에요. 당천씨가 용기내서 자신이 원하는 걸 쫓아가고 용감하게 한 발 내딛으면 반전이 있을지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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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9장
저녁, 서양양은 온연에게 연락했고 수다를 떨다가 서양양은 오늘 당천에게 연락이 안 왔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투에서 실망한 게 느껴졌다.  온연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서양양에게 오늘 당천을 만났다고 말할지 말지 고민했다. 망설이는 이유는 당천이 한 말들이 서양양에게 생각 없이 핑계를 댄 건지 진심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말하지 않고 태연하게 화제를 돌렸다. “집에 들어갔어요? 어머님이랑 사이는 좀 괜찮아 진 거예요?”  서양양은 한숨을 쉬었다. “안 갔어요. 아빠한테 전화해서 고모 집에 이틀 정도만 있기로 했어요. 엄마 얼굴만 떠올리면 온 몸이 불편해요. 엄마가 얼마나 싫은지 말로 설명할 수도 없고, 엄마만 보면 질식할 거 같아요. 이런 느낌이 몇 년 동안 저를 따라다녔고, 이제 벗어나고 싶어졌으니 뒤도 안 돌아보려고요. 뒤를 돌아보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까 봐 무서워요. 저 괜찮아요, 언니. 괜히 걱정만 끼쳐드렸네요. 그럼 방해 안 할게요, 내일 봬요.”  전화를 끊고 온연은 한숨을 쉬었다. 매번 서양양이 억눌려 있는 걸 보면 그녀도 덩달아 우울해졌다. 비록 서양양은 가정사를 많이 드러내진 않았지만 그녀는 서양양의 엄마가 전형적인 아이를 내세워서 자랑하고, 아이를 제어하고 싶은 욕구가 가득한 엄마인 걸 알 수 있었다. ‘착한 아이’가 되는 건 참 쉽지 않았다.  갑자기 목정침이 그녀의 곁으로 걸어왔다. “그… 나 잠깐 나가봐야 할 거 같아. 소경이가 나오라고 해서. 아마 요즘 별로 안 만나서 좀 힘든 가봐.”  온연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나가려면 나가지, 왜 나한테 보고해요? 오늘 저녁에 집에 오는지 안 오는지만 말해주면 돼요.”  그는 어색하게 넥타이를 만졌다. “당연히 들어와야지. 소경이도 집에 들어가야 하잖아. 그럼 다녀올게, 콩알이 데리고 먼저 자고 있어.”  그가 나가자 온연은 그제서야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그는 외출할 때 질질 끌지 않을뿐더러 물어보는 말투도 안 썼고, 매번 그가 어디에 가야한다고 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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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0장
목정침은 자리에 앉아 자신에게 술을 따랐다. “말해 봐, 진몽요가 널 어떻게 한 거야? 너 혼자 이런 곳에 와도 내버려 두는 거야?”  경소경은 등을 소파에 기댄 뒤 한숨을 쉬었다. “난 아직도 비혼족이 좋은 거 같아. 내 생각이바보 같다고 하지 마. 난 진짜 집에 애 한 명 더 생긴 게 힘들어. 매일 낮 밤 구분 없이 울고 너무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어. 진짜 신경이 쇠약해지고 있는 거 같아. 몽요씨는 그래도 아이한테는 인내심이 있지만, 아이한테 받은 부정적인 영향을 다 나한테 풀고 온갖 짜증을 다 나한테 내. 난 아무런 죄가 없다고. 넌 아빠 처음 됐을 때 이렇게 짜증난 적 없었어?”  목정침은 생각하다가 말했다. “괜찮았던 거 같은데. 우리 아들은 그렇게 시끄러운 편도 아니고 클수록 더 철들고 있어. 좀만 참아, 몇 개월 지나고 좀 크면 괜찮아 질 거야. 하긴 그럴만도 하지, 넌 너무 네 멋대로 하는 삶에 적응됐어. 진몽요를 좋아해서 결혼했고, 두 사람의 세계는 받아드릴 수 있지만, 갑자기 애가 생기니까 적응이 안되는 것도 정상이야. 정 못 하겠으면 어머님한테 맡겨, 좋아하지 않으셨어?”  경소경은 약간 슬퍼보였다. “내가 그 생각 안 한 줄 알아? 예전엔 몽요씨랑 둘이서만 살았는데, 지금은 아이도 생기고 우리 엄마도 들어와서 넷이서 같이 살고 있어. 난 이런 적이 처음이라 완전 적응도 안되고 맨날 집에 들어가면 느낌이 이상해. 엄마한테 애 데려가라고 말하고 싶어서 입을 열면 바로 욕 먹어. 진몽요씨가 싫어하거든. 꼭 자기 옆에 둬야겠데. 나 진짜 폭발할 거 같아, 오늘도 야근한다고 거짓말 치고 잠깐 바람쐬러 나온 거야.”  경소경이 술을 한 잔씩 계속 마시자 목정침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너 온 몸에 술 냄새 풍기면서 가면 안 혼 나는 거 확실해? 야근한다고 거짓말했다며, 그건 접대가 아니니까 언젠간 들통날 텐데 지금 좋으면 됐다 이거야? 너 당나귀 발에 머리 한 대 맞은 거 아니지?”  경소경은 그를 애타게 바라봤다. “그러면 네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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