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1211 - 챕터 1220

1359 챕터

제1211장

강령의 생각도 같았다. “몽요야, 너무 고집부리지 마. 다 너 좋으라고 그러는 거잖아? 집에서 산후조리하면 불편하지 않겠어? 소경이도 사돈도 같이 고생해야 하잖아. 한달 동안 편하게 쉬면서 아이도 아직은 연약하니까 산후조리원에 맡기는 게 낫지. 지금 우리 여건에 그 정도 돈 낭비하는 게 뭐가 걱정이야? 불안할 게 뭐가 있어? 소경이가 이제 너랑 함께하잖아.”  진몽요는 인상을 찌푸리며 대꾸하지 않았다. 그녀는 애초에 낯선 환경에서 한 달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고, 아무리 고급스러운 곳이어도 집보다 편하지 않았다. 입원한 요 며칠도 그녀는 미칠 것 같아서 얼른 집에 가고 싶었다.  경소경은 상황을 보고 말했다. “엄마, 다들 그만하세요. 몽요씨 하고싶은 대로 하게 해줘요. 몽요씨가 좋으면 된 거죠. 제가 밥 하고 아이보면 되고, 정 안되면 이모님께 부탁하면 되니까 괜찮아요. 이런 건 문제도 아니에요. 제가 만드는 산후조리 음식들도 조리원보다 나쁘진 않을 거 같아요.”  강령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 둬 그럼.”  경소경은 그저 웃었다. 그녀의 여자이니 당연히 그가 다 받아줘야 했다.  병실 안에 사람은 많았고, 온연은 진몽요랑 수다도 떨지 못할 것 같아 오래 머물지 않고 목정침과 함께 떠났다. 지금 진몽요는 많은 사람들의 중심이라, 그녀의 제일 친한 친구도 한 쪽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예 그 안에 끼지 못 했고, 물론 이건 제일 좋은 현상이었다.  목가네로 돌아와서 문을 들어서다, 목정침은 갑자기 멈춰 섰다. 신발을 갈아신던 온연은 이상해서 물었다. “뭐해요? 안 들어가고?”  목정침는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고, 그녀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콩알이가 거실 소파에 서서 혼자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었다. 손에는 장난감을 쥐고 있었고, 어떠한 것으로도 몸을 지탱하고 있지 않았다. 이건…. 설마 벌써 걸음마를 배운 건가?  온연은 마음속으로 기뻐했지만 아이가 놀랄까 봐 큰 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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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2장

온연은 의식적으로 목정침을 보았다. 사실 그녀의 성격은 조용한 편이 아니었고, 적어도 8살 전 까지는 행복만 가득했으며 친구들이랑 놀 때도 하늘과 땅이 떠들썩 할 정도로 시끄러웠다. 그녀의 조용한 성격은 목정침과 오래 생기면서 만들어졌고, 콩알이의 성격은 아마 목정침을 닮았는지 커갈수록 선명해졌다.  저녁에 침대에 누운 뒤 온연이 물었다. “목정침씨, 당신 어렸을 때부터 차가운 성격이었죠? 콩알이가 당신 어렸을 때를 닮은 것 같아요.”  목정침은 팔을 들어 그녀의 코를 꼬집었다. “뭐라고 부른 거야? 왜 들을수록 불쾌하지?”  그녀는 그의 손을 쳐냈다. “이름 부른 거잖아요, 이게 정상 아니에요? 당신이 매번 ‘서방님’이라고 불러 달라고 해도 내가 못 해요. 내가 뭐라고 부르든 신경쓰지 말아요, 이름은 부르라고 있는 거 잖아요? 여튼 내가 물었잖아요, 당신도 어렸을 때 저런 성격이었냐고요.”  목정침은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갖고 놀았다. “완전 그렇진 않았어. 일부는 나중에 생긴 성격이었지. 예전에 목가네는 지금 같이 이러지 않았거든. 내 일거수일투족, 심지어 밥 먹을 때 젓가락을 어떻게 잡는지, 음식을 몇 법 씹는지, 다 규칙이 있었어. 태어났을 때부터 난 목가네의 후계자로 키워졌기 때문에, 모든 게 압박이 너무 심해서 숨을 쉴 수가 없었지. 학교 다닐 때도 스케쥴이 꽉 차 있었고, 친구들이랑 만나서 놀기는커녕 그런 생각할 시간도 없었어.”  온연은 그의 얘기를 경청하며 약간 감탄했다. 그들이 만났을 때 그는 이미 18살이었고, 그 이전에 그의 인생엔 그녀가 없었어서 그가 얼마나 고통스럽게 살았는지 몰랐지만, 18살 때부터 목가네를 일으킨 걸 보면 목가네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엄격하고 잔혹했을 테다. 그래도 유비무환인 셈이었다. 큰 사고를 마주했을 때도 유일한 후계자는 놀고먹지 않고 상황을 대처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가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아 보이자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다른 돈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행복하진 않아요.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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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3장

......  다음 날, 토요일. 목정침은 여전히 아침 일찍 일어나서 회사에 가지 않고 아이와 놀아주었다. 온연은 할 일이 없어서 병원에 진몽요를 보러 갈 생각이었다.  병원에 도착한 후.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그녀는 또 우연히 아택을 마주쳤다. 이번에 아택이 들고 있던 물건은 도시락통이 아닌 유아용품과 임산부 용품이어다. 아마 경험도 없고 다 큰 남자여서 그런지 사온 물건들이 어떤 건 쓸 수가 없었고, 어떤 건 필요가 없었다. 심지어 분유도 신생아가 못 먹는 것이었다.  그녀는 참지 못 하고 알려주었다. “물건 잘못 사셨어요. 어떤 건 못 쓰는 물건들이고, 필요한 건 안 사셨네요. 안야도 출산했나요?”  아택은 자신의 손에 들린 비닐봉지를 보았다. “어제 양수 터져서 오늘 분만실에 들어 갔어요. 아마 오늘 낳을 것 같은데, 괜찮으시면… 알려주실 수 있나요? 뭐가 더 필요한가요?”  온연은 측은지심이 들었다. 어찌됐든 안야는 지금 아이를 곧 낳을 거고, 주변엔 아택 말고는 다른 경험 있는 어른이 없어서 불쌍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오세요, 근처에 산모 용품점에서 사야되는 거 몇 개 알려 드릴게요. 남자 혼자서 챙기면 불편함도 있을 테고 못 챙기는 부분도 있을 거예요. 산모는 몸이 약해서 마음대로 다루면 안되니까, 산후 도우미라도 쓰세요.”  아택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저도 아는 게 없어서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아택을 데리고 필요한 물건을 산 뒤 병원으로 돌아왔다. 온연은 진몽요의 병실로 가지 않고 아택과 함께 안야 쪽으로 왔다. 산모는 다 같은 층에 있었고 안야도 1인실에 머물렀다. 보아하니 아택은 안야에게 잘해주었다. 돈을 아끼지 않았고 방금 전 잘못 산 물건들도 다 비싼 거였다.  안야는 이미 분만실에 있었고, 온연은 사온 물건들을 일일이 어떻게 쓰는지 알려주었다. 복잡한 것들은 아택이 다 핸드폰에 메모를 해두었고 그 진지한 모습은 연기가 아니었다. 온연은 참지 못 하고 한 마디 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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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4장

아택은 역시 예민해서 일반 사람들과는 달랐다. 온연은 입술을 문지르며 “제가 오늘 도와드린 건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제가 알고 싶은 건 어떻게든 알아낼 수 있어서 굳이 그쪽한테 물어보지 않아도 돼요. 먼저 가볼게요, 안야가 출산하면 잘 챙겨주세요.”  진몽요의 병실에 온 뒤 온연은 안야가 출산한다는 사실을 얘기했다. 진몽요는 아이에게 수유를 하면서 툴툴거렸다. “진짜 몇 일 차이 안 나네. 나도 낳고 걔도 낳고, 그것도 같은 병원에서 말이야. 그 애가 경소경씨 아이가 될 뻔했다는 걸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답답해.”  옆에 있던 경소경이 투덜댔다. “다들 뭐든 내 탓 좀 안 할 수 없어요? 될 뻔했다니요? 전혀 그럴 뻔하지 않았는 걸요?”  온연은 웃음을 참지 못 했다. “몽요야, 넌 역시 말하는 게 ‘수준급’이야. 오늘 어머님이랑은 안 오셨어?”  진몽요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따돌렸어. 매일 감시당하고 있으면 너무 불편해. 온 가족이 다 둘러 쌓여 있으면 사랑받는 느낌보다 오히려 두려워. 갑자기 다들 아무것도 안 하고 나만 지키고 있으니까, 나 말고 다른 사람이었어도 못 견뎠을 거야. 나한테 잘 해주시는 건 알지만 이건 별개잖아. 특히 내가 수유할 때 몇 사람이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날 보고 있고, 우리 엄마는 사람들 앞에서 내 아들이 모유 먹을 때 제일 귀엽다고 말할 때마다 난 진짜 민망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   온연은 못 되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지금 너 수유하는 거 쳐다보고 있잖아. 왜 안 민망해해?”  진몽요는 헤헤 웃었다. “이건 다르지. 우리는 옷 갈아입을 때도 안 피하는데 다르지. 같은 취급하지 마.”  그녀가 웃으면서 얘기하며 아이에게 수유하는 모습을 보니 이번 고비는 잘 넘긴 것 같았다. 회복도 잘 된 것 같은 모습에 온연은 마음이 놓였다. “컨디션 좋아 보이네, 수술 부위는 별로 안 아픈가 봐?”  진몽요는 한숨을 쉬었다. “아직도 아파. 그저 예전보다 덜 아플 뿐이야. 이틀 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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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5장

진몽요는 조심스럽게 떠봤다. “내가 출산한지 얼마 안돼서 싸우기 싫은 거죠? 예전 같았으면 분명 표정 썩었을 거잖아요. 나 진짜 예군작씨랑 연락 안 했어요. 내 상황을 어떻게 알았는지 또 내 병실까지 어떻게 알고 보냈는지도 몰라요. 그저 호의였겠죠. 난 계속 그 사람을 친구로 생각했으니까요. 당신이 굳이 질투를 했던 거고요.”  경소경은 고개를 들어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당신은 그 사람을 친구로 생각했지만, 그 사람은 아니었어요. 어차피 난 두 사람 왕래하는 거 허락하지 않을 거고, 그 사람말고 다른 남자도 안돼요. 나 원래 이렇게 쪼잔해요.”  그녀는 바보처럼 웃었다. “드디어 당신 내면에 있는 사악함을 드러내네요. 쪼잔한 거 일찍 인정했으면 좋았잖아요. 그 사람이 나를 친구로 안 생각한다고 누가 그래요? 이미 결혼까지 한 사람인데 당신이 오해했어요. 됐고, 이 얘기 그만해요, 중요하지 않아요.”  경소경은 입술을 오므리며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예군작이 전지인 걸 알게 된 다음에도 웃을 수 있다면 다행이다.  저녁, 목가네.  온연은 온호의 문자를 받았다. 온호는 인턴을 시작하려고 목정침의 회사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공부하는 분야는 건축이었다.  그녀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목가네는 관련 사업을 하고 있었기에 온호에게 인턴을 할 기회를 줄 수 있었다. 그저 이 일을 온지령 부부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럼 부부가 그들의 피를 빨아먹으려는 욕망은 더 커질 테고 또 평온해질 수 없었기에 그녀는 엮이고 싶지 않았다.  온호는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사람이어서 원래부터 이 일을 부모에게 알릴 생각이 없었고 그저 제도에서 인턴을 하겠다고만 말했다.  온연은 이 일을 목정침한테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의미로 말했다. 그녀는 처음으로 ‘가족’의 일을 신경 썼다. 온호는 그녀가 몇 번 만나봐서 그런지 느낌이 괜찮았고 안 그랬으면 돕지 않았을 테다.  하지만 그녀는 명확히 의사를 전달했다. 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온호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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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6장

그는 숨기지 않았다. “맞아, 예전 거는 너무 진하고 촌스러워. 이정도가 딱 좋잖아, 별로야?”  그녀는 감히 별로라고 말할 수 없었다. “아니요, 너무 좋아요, 난 마음에 들어요. 앞으로는 당신이 사준 걸로 쓸게요. 피곤하면 일찍 쉬어요.”  온연이 가자마자 목정침의 핸드폰이 울렸고, 가뜩이나 많지 않은 조용한 시간을 방해받자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전화 온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지도 않고 바로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 너머 서예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 대표님, 긴급 문서가 대표님 앞으로 왔는데 데이비드님이 급한 일 때문에 퇴근을 하셔서 저보고 가져다 드리라는데, 지금 괜찮으신가요?”  목정침은 살짝 짜증났다. “이건 데이비드 일이잖아요. 제가 미리 퇴근해도 된다고 했나요? 직접 오라고 하세요!” 그리고 그는 전화를 끊었다.  데이비드가 급한 일이 있는데 어떻게 그가 모를 수 있을까? 그가 퇴근하고 나올 때 데이비드는 아무 말도 없었고, 갑자기 일이 생겨 야근을 못 하더라도 데이비드는 먼저 그에게 말을 했을텐데, 어떻게 서예령한테 이 문서를 전해주라고 했을까?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했으면 했지 절대 서예령 같은 일반 직원한테 하진 않았을 테다.  그가 생각지도 못 한 건, 서예령은 그래도 집으로 찾아왔다. 게다가 문서를 온연에게 건넸다.  온연이 무표정으로 문세를 그에게 건넬 때 그는 식은 땀을 닦았다. “이 문서…”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온연이 말을 잘랐다. “나도 알아요, 급한 거잖아요. 서예령씨가 주면서 말했어요. 급한 거니까 얼른 처리해요. 그 사람 아직도 밑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그는 얼른 문서를 훑어본 뒤 서명을 했다. “나… 쟤 오라고 한 적 없어. 너가 대신 가져다 줄래?”  온연은 그를 흘낏 보았다. “혼자 가야죠, 나 심부름꾼 시키려고요?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왜 혼자 안절부절해요? 그런 식이면 나 진짜 오해해요…”  그는 바로 진지해졌다. “그럼 내려 갔다 올게. 오해하지 마. 내일 데이비드한테 욕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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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7장

온연은 대답을 한 뒤 아이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목정침은 복잡한 듯 심호흡을 하고 억지로 평정심을 찾은 뒤 빠르게 쫓아갔다. “너 혹시… 화 났어?”  온연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애들은 기억력이 안 좋잖아요. 자주 보는 사람 아니면 이렇게 익숙하지 않겠죠. 당신은 도대체 애를 서예령씨한테 몇 번이나 맡긴 거예요? 그 여자 봤죠, 애를 너무 잘 놀아줘서 친 엄마인 나 조차도 자괴감이 들 정도예요. 난 내가 아이를 보는 방식이 잘못된 건지 의심스럽다고요.”  목정침은 머리가 아팠다. “아니야, 한 두번이 다였어. 콩알이가 우리 회사 안 온지도 오래 됐고, 너가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애가 서예령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재밌었나 보지. 재밌다고 해서 다른 걸 의미하는 게 아니잖아? 내가 그 여자를 자르자니 너가 또 싫어할 거 같고, 내가 대체 어떻게 해야 해?”  온연은 무섭게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그를 보았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난 어떻게하라고 할 생각 없었는데 왜 당신이 계속 참아왔던 사람처럼 말해요? 내가 그렇게 당신 못 살게 굴었어요? 내가 막무가내라고 생각하죠? 맞아요, 나 마음이 불편해요. 난 그 어떤 여자도 내 아이 안 만졌으면 좋겠어요!” 특히 그를 통해서 접촉하는 건 더욱 싫었다.  목정침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너 확실히 막무가내야. 너는 친 엄마라는 사람이 낯선 사람보다 못 하다고 생각하면 그건 네가 진짜 못 해서겠지. 아이는 네가 낳겠다고 했어. 낳고 나서 또 나가서 일까지 하고, 매일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불쌍할 정도로 적잖아. 목가네는 물질적으로 부족한 것도 없고, 부족한 건 사람과의 정, 따뜻함뿐이야. 난 내 아이가 사랑 없는 환경에서 자라는 걸 원치 않아. 네가 불편하면 그 빌어먹을 일자리나 때려 치고 애나 똑바로 봐! 넌 꿈을 논할 자격도 있고, 네가 꿈을 쫓는 걸 난 말리진 않지만, 이런 일로 나랑 싸우고 화낼생각은 마! 이게 네가 원하던 생활 아니었어? 낮에 제멋대로 하고 싶은 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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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8장

그가 그녀를 좋아하는 건 어쩌면 그녀가 정말 온연이어서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자도 시각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이건 본능이다. 생활로 인해 피곤에 쩔어 늙은 여자를 마주하면 누구라도 질릴 수 있었다.  그녀는 무엇을 위해서 아이를 낳았을까? 이 문제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번이 그녀가 마지막으로 엄마가 될 수 있는 기회여서 그랬나? 아니면… 목정침을 사랑해서 그랬나?  품 안에 있는 콩알이를 보며 그녀는 살짝 괴로웠다. 아이는 거의 1살이 다 되어 갔고, 목정침은 아이 앞에서 그녀가 고집으로 아이를 낳았다는 말까지 하니,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의 탄생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사람 마음이 차가워지게 만들었다.  이 순간 그녀는 너무 억울해서 반박하고 싶었지만, 순간적인 분노 후에 또 무기력해졌다. 그는 자신이 그녀를 충분히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그녀가 원하는 일을 다 하게 해주며, 원하는 삶을 살게 해준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겉으로만 그런 척을 했던 거지 속으로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그의 생각을 바꿀 수 없었다. 이런 얘기를 그녀가 예전에 안 했던 것도 아니고, 어떤 말들은 반박을 해도 소용이 없었기에 그저 싸울 때 몇 마디 더 하는 것뿐이었다.  결국 그녀는 침묵을 선택한 뒤 아무렇지 않게 방으로 돌아가 아이를 재웠다. 평소처럼, 방금 싸우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그녀를 보고 목정침은 괴로워하며 쫓아가 한결 부드러워진 말투로 “미안해, 방금 했던 말들은 좀 선 넘었어.”  온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니요, 말이 선을 넘은 게 아니라 당신이 드디어 불만 있던 속내를 들어낸 거예요. 오래 참았죠? 난 당신의 생각을 바꿀 수 없고, 당신도 내 생각을 바꿀 수 없어요. 우리의 생각은 늘 달랐으니까요. 내가 아이를 낳고 싶어서 낳았다 치고 당신이랑 상관없으니까, 앞으로 애 앞에서 그런 상처주는 말하지 말아요. 나 혼자 키울 수 있고 당신 귀찮게 안 할 거예요. 앞으로 애한테 들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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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9장

온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주머니랑은 상관없어요. 어차피 언젠가는 싸울 일이었는데 어제 터진 것뿐이에요. 저는 입맛이 없어서 안 먹을래요. 아이는 아직 자고 있어서 낮에는 부탁 좀 드릴게요. 회사 일 끝나고 금방 올 거예요. 앞으로 아이한테 들어가는 돈은 다 제가 낼 거니까 목정침씨 찾아가지 마세요. 저도 아이도 그 사람 돈 안 쓸 거예요.”  유씨 아주머니는 입을 벙긋거리다가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들이 이렇게까지 싸운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그녀도 어떻게 말려야 할지 몰랐다.  회사에 도착한 후. 온연의 머릿속은 여전히 엉망이었고, 눈을 감았지만 머릿속엔 온통 목정침이 어젯밤에 한말로 가득했다. 그녀는 사람이 극도로 흥분했을 때 상처주는 말을 할 수 있다고 자신을 위로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어제 저녁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상처주는 말을 참을 수 있었지만 그는 그러지 못 했다. 이 싸움에서 이성적이지 못한 건 대체 누구일까?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눈을 떴고, 서양양의 찬란한 미소를 마주쳤다. “온연 언니, 오늘 컨디션 안 좋아 보이셔서 제가 커피 사왔어요.”  온연은 웃었다. “고마워요, 커피값은 이따 보내줄게요.”  서양양은 입술을 내밀었다. “저희 사이에 이정도도 사양하실 거예요? 제가 커피 한 잔도 못 사드리는 건가요?”  온연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아니요, 양양씨 돈 버는 것도 쉽지 않잖아요. 이렇게 하루가 멀다하고 저한테 커피사면 지갑이 못 버텨요. 좋은 관계는 유지와 보호가 필요해요. 계속 이렇게 소모만 하면 안돼요, 그럼 언젠간 다 소모돼서 바닥나는 날이 올 거예요.”  그녀의 말을 듣고 다른 의미를 눈치챈 서양양은 떠봤다. “언니… 남편분이랑 싸우셨어요?”  온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아니요, 저희는 딱히 싸울 게 없어요. 그렇게 신랄하고 매몰찬 데다가, 차갑고, 성질 더러운 늙은 남자랑 내가 싸울 일이 뭐가 있겠어요.”  서양양은 듣다가 벙쪘다. 목정침이 신랄하고 매몰찬 데다가, 차갑고,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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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0장

데이비드는 우는 것보다 더 보기 싫은 미소를 지었다. “어제 야근할 때 집에서 갑자기 급한일이 생겼다고 전화가 와서요. 원래 급한 문서는 부장님께 전해 달라고 부탁드리려 했는데, 부장님이 대표님 어디 사시는지 모른다고 했고, 서예령씨가 와서 주소를 안다고 해서 자발적으로 이 일을 맡아줬어요. 부장님은 거의 퇴근시간이라 일 좀 덜하고 싶으셔서 자연스럽게 서예령씨한테 맡기신 거 같아요. 저는 그냥 다 같은 회사 사람이니까, 그 문서가 급하기도 하고 기밀도 아니라 누가 보내든 다 똑같다고 생각해서요…그래서…”  목정침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그래서 뭐? 만약 다른 사람이 해도 되는 거면 너한테 내가 일을 왜 맡기겠어? 다음부턴 머리로 생각 좀 하고 일해. 나가!”  데이비드는 목정침이 막말하는 걸 처음 듣고 도망가듯이 나갔다. 더 머물렀다간 산 채로 죽임을 당할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마음이 놓이지 않아 그는 내려가서 서예령을 찾아간 뒤 어젯밤 상황을 물었다. “어제 문서 전달만 하셨죠? 또 다른 거 하셨어요? 오늘 왜 목 대표님 기분이 안 좋으신 거 같죠? 아침부터 저한테 엄청 화 내셨어요.”  서예령은 의아했다. “화를 냈다고요? 전 아무것도 안 하고 문서만 전달드렸는데, 무슨 일이죠?”  데이비드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알았으면 물어보러 오지도 않았죠. 어제 저녁에 대표님께서 회사에서 주무신 거 같아요. 제가 왔을 때도 안 깨어 있으셨거든요. 아마 사모님이랑 다투시고 쫓겨나신 거 같아요. 대표님이 아내를 두려워하시는 줄은 몰랐네요.”  서예령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그렇군요… 그 사모님도 참 철이 안 드셨네요. 매일 대표님이 이렇게 힘들게 일하시는데 쫓아내신 건 너무해요. 아마 대표님이 너무 감싸주셔서 그런가 봐요. 여자들은 다 그래요. 사랑받을수록 거만해지는 법이죠. 근데 이건 도를 넘었어요.”  데이비드는 다른 사람 뒷담화에 흥미가 없었고, 회사에서 상사를 논하는 건 금기인 걸 알고 있었다. “됐어요, 별 일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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