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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4장

작가: 레몬맛 고양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2-14 16:30:21
아택은 역시 예민해서 일반 사람들과는 달랐다. 온연은 입술을 문지르며 “제가 오늘 도와드린 건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제가 알고 싶은 건 어떻게든 알아낼 수 있어서 굳이 그쪽한테 물어보지 않아도 돼요. 먼저 가볼게요, 안야가 출산하면 잘 챙겨주세요.”

  진몽요의 병실에 온 뒤 온연은 안야가 출산한다는 사실을 얘기했다. 진몽요는 아이에게 수유를 하면서 툴툴거렸다. “진짜 몇 일 차이 안 나네. 나도 낳고 걔도 낳고, 그것도 같은 병원에서 말이야. 그 애가 경소경씨 아이가 될 뻔했다는 걸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답답해.”

  옆에 있던 경소경이 투덜댔다. “다들 뭐든 내 탓 좀 안 할 수 없어요? 될 뻔했다니요? 전혀 그럴 뻔하지 않았는 걸요?”

  온연은 웃음을 참지 못 했다. “몽요야, 넌 역시 말하는 게 ‘수준급’이야. 오늘 어머님이랑은 안 오셨어?”

  진몽요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따돌렸어. 매일 감시당하고 있으면 너무 불편해. 온 가족이 다 둘러 쌓여 있으면 사랑받는 느낌보다 오히려 두려워. 갑자기 다들 아무것도 안 하고 나만 지키고 있으니까, 나 말고 다른 사람이었어도 못 견뎠을 거야. 나한테 잘 해주시는 건 알지만 이건 별개잖아. 특히 내가 수유할 때 몇 사람이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날 보고 있고, 우리 엄마는 사람들 앞에서 내 아들이 모유 먹을 때 제일 귀엽다고 말할 때마다 난 진짜 민망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

   온연은 못 되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지금 너 수유하는 거 쳐다보고 있잖아. 왜 안 민망해해?”

  진몽요는 헤헤 웃었다. “이건 다르지. 우리는 옷 갈아입을 때도 안 피하는데 다르지. 같은 취급하지 마.”

  그녀가 웃으면서 얘기하며 아이에게 수유하는 모습을 보니 이번 고비는 잘 넘긴 것 같았다. 회복도 잘 된 것 같은 모습에 온연은 마음이 놓였다. “컨디션 좋아 보이네, 수술 부위는 별로 안 아픈가 봐?”

  진몽요는 한숨을 쉬었다. “아직도 아파. 그저 예전보다 덜 아플 뿐이야. 이틀 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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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몽요는 조심스럽게 떠봤다. “내가 출산한지 얼마 안돼서 싸우기 싫은 거죠? 예전 같았으면 분명 표정 썩었을 거잖아요. 나 진짜 예군작씨랑 연락 안 했어요. 내 상황을 어떻게 알았는지 또 내 병실까지 어떻게 알고 보냈는지도 몰라요. 그저 호의였겠죠. 난 계속 그 사람을 친구로 생각했으니까요. 당신이 굳이 질투를 했던 거고요.”  경소경은 고개를 들어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당신은 그 사람을 친구로 생각했지만, 그 사람은 아니었어요. 어차피 난 두 사람 왕래하는 거 허락하지 않을 거고, 그 사람말고 다른 남자도 안돼요. 나 원래 이렇게 쪼잔해요.”  그녀는 바보처럼 웃었다. “드디어 당신 내면에 있는 사악함을 드러내네요. 쪼잔한 거 일찍 인정했으면 좋았잖아요. 그 사람이 나를 친구로 안 생각한다고 누가 그래요? 이미 결혼까지 한 사람인데 당신이 오해했어요. 됐고, 이 얘기 그만해요, 중요하지 않아요.”  경소경은 입술을 오므리며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예군작이 전지인 걸 알게 된 다음에도 웃을 수 있다면 다행이다.  저녁, 목가네.  온연은 온호의 문자를 받았다. 온호는 인턴을 시작하려고 목정침의 회사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공부하는 분야는 건축이었다.  그녀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목가네는 관련 사업을 하고 있었기에 온호에게 인턴을 할 기회를 줄 수 있었다. 그저 이 일을 온지령 부부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럼 부부가 그들의 피를 빨아먹으려는 욕망은 더 커질 테고 또 평온해질 수 없었기에 그녀는 엮이고 싶지 않았다.  온호는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사람이어서 원래부터 이 일을 부모에게 알릴 생각이 없었고 그저 제도에서 인턴을 하겠다고만 말했다.  온연은 이 일을 목정침한테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의미로 말했다. 그녀는 처음으로 ‘가족’의 일을 신경 썼다. 온호는 그녀가 몇 번 만나봐서 그런지 느낌이 괜찮았고 안 그랬으면 돕지 않았을 테다.  하지만 그녀는 명확히 의사를 전달했다. 일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온호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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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216장

    그는 숨기지 않았다. “맞아, 예전 거는 너무 진하고 촌스러워. 이정도가 딱 좋잖아, 별로야?”  그녀는 감히 별로라고 말할 수 없었다. “아니요, 너무 좋아요, 난 마음에 들어요. 앞으로는 당신이 사준 걸로 쓸게요. 피곤하면 일찍 쉬어요.”  온연이 가자마자 목정침의 핸드폰이 울렸고, 가뜩이나 많지 않은 조용한 시간을 방해받자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전화 온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지도 않고 바로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 너머 서예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 대표님, 긴급 문서가 대표님 앞으로 왔는데 데이비드님이 급한 일 때문에 퇴근을 하셔서 저보고 가져다 드리라는데, 지금 괜찮으신가요?”  목정침은 살짝 짜증났다. “이건 데이비드 일이잖아요. 제가 미리 퇴근해도 된다고 했나요? 직접 오라고 하세요!” 그리고 그는 전화를 끊었다.  데이비드가 급한 일이 있는데 어떻게 그가 모를 수 있을까? 그가 퇴근하고 나올 때 데이비드는 아무 말도 없었고, 갑자기 일이 생겨 야근을 못 하더라도 데이비드는 먼저 그에게 말을 했을텐데, 어떻게 서예령한테 이 문서를 전해주라고 했을까?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했으면 했지 절대 서예령 같은 일반 직원한테 하진 않았을 테다.  그가 생각지도 못 한 건, 서예령은 그래도 집으로 찾아왔다. 게다가 문서를 온연에게 건넸다.  온연이 무표정으로 문세를 그에게 건넬 때 그는 식은 땀을 닦았다. “이 문서…”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온연이 말을 잘랐다. “나도 알아요, 급한 거잖아요. 서예령씨가 주면서 말했어요. 급한 거니까 얼른 처리해요. 그 사람 아직도 밑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그는 얼른 문서를 훑어본 뒤 서명을 했다. “나… 쟤 오라고 한 적 없어. 너가 대신 가져다 줄래?”  온연은 그를 흘낏 보았다. “혼자 가야죠, 나 심부름꾼 시키려고요?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왜 혼자 안절부절해요? 그런 식이면 나 진짜 오해해요…”  그는 바로 진지해졌다. “그럼 내려 갔다 올게. 오해하지 마. 내일 데이비드한테 욕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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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연은 대답을 한 뒤 아이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목정침은 복잡한 듯 심호흡을 하고 억지로 평정심을 찾은 뒤 빠르게 쫓아갔다. “너 혹시… 화 났어?”  온연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애들은 기억력이 안 좋잖아요. 자주 보는 사람 아니면 이렇게 익숙하지 않겠죠. 당신은 도대체 애를 서예령씨한테 몇 번이나 맡긴 거예요? 그 여자 봤죠, 애를 너무 잘 놀아줘서 친 엄마인 나 조차도 자괴감이 들 정도예요. 난 내가 아이를 보는 방식이 잘못된 건지 의심스럽다고요.”  목정침은 머리가 아팠다. “아니야, 한 두번이 다였어. 콩알이가 우리 회사 안 온지도 오래 됐고, 너가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애가 서예령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재밌었나 보지. 재밌다고 해서 다른 걸 의미하는 게 아니잖아? 내가 그 여자를 자르자니 너가 또 싫어할 거 같고, 내가 대체 어떻게 해야 해?”  온연은 무섭게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그를 보았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난 어떻게하라고 할 생각 없었는데 왜 당신이 계속 참아왔던 사람처럼 말해요? 내가 그렇게 당신 못 살게 굴었어요? 내가 막무가내라고 생각하죠? 맞아요, 나 마음이 불편해요. 난 그 어떤 여자도 내 아이 안 만졌으면 좋겠어요!” 특히 그를 통해서 접촉하는 건 더욱 싫었다.  목정침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너 확실히 막무가내야. 너는 친 엄마라는 사람이 낯선 사람보다 못 하다고 생각하면 그건 네가 진짜 못 해서겠지. 아이는 네가 낳겠다고 했어. 낳고 나서 또 나가서 일까지 하고, 매일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불쌍할 정도로 적잖아. 목가네는 물질적으로 부족한 것도 없고, 부족한 건 사람과의 정, 따뜻함뿐이야. 난 내 아이가 사랑 없는 환경에서 자라는 걸 원치 않아. 네가 불편하면 그 빌어먹을 일자리나 때려 치고 애나 똑바로 봐! 넌 꿈을 논할 자격도 있고, 네가 꿈을 쫓는 걸 난 말리진 않지만, 이런 일로 나랑 싸우고 화낼생각은 마! 이게 네가 원하던 생활 아니었어? 낮에 제멋대로 하고 싶은 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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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그녀를 좋아하는 건 어쩌면 그녀가 정말 온연이어서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자도 시각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이건 본능이다. 생활로 인해 피곤에 쩔어 늙은 여자를 마주하면 누구라도 질릴 수 있었다.  그녀는 무엇을 위해서 아이를 낳았을까? 이 문제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번이 그녀가 마지막으로 엄마가 될 수 있는 기회여서 그랬나? 아니면… 목정침을 사랑해서 그랬나?  품 안에 있는 콩알이를 보며 그녀는 살짝 괴로웠다. 아이는 거의 1살이 다 되어 갔고, 목정침은 아이 앞에서 그녀가 고집으로 아이를 낳았다는 말까지 하니,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의 탄생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사람 마음이 차가워지게 만들었다.  이 순간 그녀는 너무 억울해서 반박하고 싶었지만, 순간적인 분노 후에 또 무기력해졌다. 그는 자신이 그녀를 충분히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그녀가 원하는 일을 다 하게 해주며, 원하는 삶을 살게 해준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겉으로만 그런 척을 했던 거지 속으로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그의 생각을 바꿀 수 없었다. 이런 얘기를 그녀가 예전에 안 했던 것도 아니고, 어떤 말들은 반박을 해도 소용이 없었기에 그저 싸울 때 몇 마디 더 하는 것뿐이었다.  결국 그녀는 침묵을 선택한 뒤 아무렇지 않게 방으로 돌아가 아이를 재웠다. 평소처럼, 방금 싸우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그녀를 보고 목정침은 괴로워하며 쫓아가 한결 부드러워진 말투로 “미안해, 방금 했던 말들은 좀 선 넘었어.”  온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니요, 말이 선을 넘은 게 아니라 당신이 드디어 불만 있던 속내를 들어낸 거예요. 오래 참았죠? 난 당신의 생각을 바꿀 수 없고, 당신도 내 생각을 바꿀 수 없어요. 우리의 생각은 늘 달랐으니까요. 내가 아이를 낳고 싶어서 낳았다 치고 당신이랑 상관없으니까, 앞으로 애 앞에서 그런 상처주는 말하지 말아요. 나 혼자 키울 수 있고 당신 귀찮게 안 할 거예요. 앞으로 애한테 들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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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주머니랑은 상관없어요. 어차피 언젠가는 싸울 일이었는데 어제 터진 것뿐이에요. 저는 입맛이 없어서 안 먹을래요. 아이는 아직 자고 있어서 낮에는 부탁 좀 드릴게요. 회사 일 끝나고 금방 올 거예요. 앞으로 아이한테 들어가는 돈은 다 제가 낼 거니까 목정침씨 찾아가지 마세요. 저도 아이도 그 사람 돈 안 쓸 거예요.”  유씨 아주머니는 입을 벙긋거리다가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들이 이렇게까지 싸운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그녀도 어떻게 말려야 할지 몰랐다.  회사에 도착한 후. 온연의 머릿속은 여전히 엉망이었고, 눈을 감았지만 머릿속엔 온통 목정침이 어젯밤에 한말로 가득했다. 그녀는 사람이 극도로 흥분했을 때 상처주는 말을 할 수 있다고 자신을 위로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어제 저녁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상처주는 말을 참을 수 있었지만 그는 그러지 못 했다. 이 싸움에서 이성적이지 못한 건 대체 누구일까?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눈을 떴고, 서양양의 찬란한 미소를 마주쳤다. “온연 언니, 오늘 컨디션 안 좋아 보이셔서 제가 커피 사왔어요.”  온연은 웃었다. “고마워요, 커피값은 이따 보내줄게요.”  서양양은 입술을 내밀었다. “저희 사이에 이정도도 사양하실 거예요? 제가 커피 한 잔도 못 사드리는 건가요?”  온연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아니요, 양양씨 돈 버는 것도 쉽지 않잖아요. 이렇게 하루가 멀다하고 저한테 커피사면 지갑이 못 버텨요. 좋은 관계는 유지와 보호가 필요해요. 계속 이렇게 소모만 하면 안돼요, 그럼 언젠간 다 소모돼서 바닥나는 날이 올 거예요.”  그녀의 말을 듣고 다른 의미를 눈치챈 서양양은 떠봤다. “언니… 남편분이랑 싸우셨어요?”  온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아니요, 저희는 딱히 싸울 게 없어요. 그렇게 신랄하고 매몰찬 데다가, 차갑고, 성질 더러운 늙은 남자랑 내가 싸울 일이 뭐가 있겠어요.”  서양양은 듣다가 벙쪘다. 목정침이 신랄하고 매몰찬 데다가, 차갑고,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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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는 우는 것보다 더 보기 싫은 미소를 지었다. “어제 야근할 때 집에서 갑자기 급한일이 생겼다고 전화가 와서요. 원래 급한 문서는 부장님께 전해 달라고 부탁드리려 했는데, 부장님이 대표님 어디 사시는지 모른다고 했고, 서예령씨가 와서 주소를 안다고 해서 자발적으로 이 일을 맡아줬어요. 부장님은 거의 퇴근시간이라 일 좀 덜하고 싶으셔서 자연스럽게 서예령씨한테 맡기신 거 같아요. 저는 그냥 다 같은 회사 사람이니까, 그 문서가 급하기도 하고 기밀도 아니라 누가 보내든 다 똑같다고 생각해서요…그래서…”  목정침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그래서 뭐? 만약 다른 사람이 해도 되는 거면 너한테 내가 일을 왜 맡기겠어? 다음부턴 머리로 생각 좀 하고 일해. 나가!”  데이비드는 목정침이 막말하는 걸 처음 듣고 도망가듯이 나갔다. 더 머물렀다간 산 채로 죽임을 당할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마음이 놓이지 않아 그는 내려가서 서예령을 찾아간 뒤 어젯밤 상황을 물었다. “어제 문서 전달만 하셨죠? 또 다른 거 하셨어요? 오늘 왜 목 대표님 기분이 안 좋으신 거 같죠? 아침부터 저한테 엄청 화 내셨어요.”  서예령은 의아했다. “화를 냈다고요? 전 아무것도 안 하고 문서만 전달드렸는데, 무슨 일이죠?”  데이비드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알았으면 물어보러 오지도 않았죠. 어제 저녁에 대표님께서 회사에서 주무신 거 같아요. 제가 왔을 때도 안 깨어 있으셨거든요. 아마 사모님이랑 다투시고 쫓겨나신 거 같아요. 대표님이 아내를 두려워하시는 줄은 몰랐네요.”  서예령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그렇군요… 그 사모님도 참 철이 안 드셨네요. 매일 대표님이 이렇게 힘들게 일하시는데 쫓아내신 건 너무해요. 아마 대표님이 너무 감싸주셔서 그런가 봐요. 여자들은 다 그래요. 사랑받을수록 거만해지는 법이죠. 근데 이건 도를 넘었어요.”  데이비드는 다른 사람 뒷담화에 흥미가 없었고, 회사에서 상사를 논하는 건 금기인 걸 알고 있었다. “됐어요, 별 일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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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 후. 데이비드는 용기내어 목정침의 사무실을 정리하러 들어갔다. 목정침의 사무실은 늘 그가 직접 청소를 했기에, 어떤 물건을 어디에 둬야하는지 그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을 시켜서 살짝만 오차가 생겨도 목정침은 화를 낼 게 분명했다.  오늘 오전내내 분위기가 안 좋아서 데이비드도 아무 소리를 못 내고 묵묵히 할 일을 했다. 오늘 그가 늦게 와서 다행이지 아니면 더 괴로울 뻔했다.  갑자기, 목정침이 입을 열고 물었다. “너 연애해 본 적 있어?”  데이비드는 벙쪄서 순간 반응을 하지 못 했다. “뭐… 뭐라고 하셨어요?”  목정침은 진지한 표정이었다. “연애해봤냐고.”  데이비드는 침을 삼켰다. “이거… 회사 심사 기준으로 쓰이는 건가요? 이렇게 사적인 필요한가요?”  목정침은 인내심이 없었다. “이건 사적인 문제라서 내가 개인적으로 너한테 물어보는 거야. 나 지금 사장 아니니까 말해봐.”  데이비드는 안도했다. “당연히 있죠. 제 나이에 연애도 안 해봤겠어요? 안 해본 사람은 생리적으로 뭔가 결함이 있거나 변태예요.”  목정침은 생각에 잠겼다. “넌 여자랑 사귀는 거 사실 힘들다고 느낀 적 없어? 사귀면 힘들던데. 만약 감정이 격해졌을 때 상처주는 말을 했으면 어떻게 되돌려야 해? 다시 싸우지 않는 그런 방식으로.”  데이비드는 곰곰히 생각했다. “사모님 말씀하시는 거죠? 그것도 상황을 봐야죠. 모든 여자들은 다 다르니까 해결하는 방법도 다 다르죠. 사모님은 어떤 여자이신데요? 말해 보세요, 제가 방법을 생각해 낼 수도 있잖아요.”  목정침은 망설이지 않았다. “또 다른 나.”  데이비드는 투덜거렸다. “이건 혼자서 생각해 보시는 게 나을 것 같네요. 저는 대표님도 벅찬데, 여자버전인 대표님은 더 해결하기 힘들죠. 정 안되면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세요. 만약 대표님이 여자라면, 어떻게 해야 화가 풀릴지요. 사모님이 또 다른 대표님이라면서요? 그러면 생각이 날지도 모르잖아요.”  이건 말을 안 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목정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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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9장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8장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7장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6장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5장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4장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3장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제1352장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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