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양은 어안이 벙벙해진 얼굴이었다. “언니 오전에 갔는데요? 모르셨어요?” 목정침은 갑자기 마음 한 켠이 텅 빈 것 같았고 입술을 문질렀다. “지금 알았어요. 감사해요. 그럼 이만.” 그가 떠날 준비를 할 때 서양양이 혼자 중얼거렸다. “언니가 말한 것처럼 신랄하고 각박한데다 차갑지도 안으신 거 같은데, 늙지도 않으셨고… 엄청 예의 바르시고…” 이 말에 한 글자도 빠짐없이 다 들은 그는 순간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온연의 눈엔 그가 그런 사람인가? 신랄하고 각박하고 차갑기까지한… 늙은 남자? 목가네로 돌아와서 문을 들어서자 그는 온연과 아이가 재밌게 놀고 있는 소리를 들었고,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다가가서 물었다. “너 오늘 회사에 없던데, 어디 갔었어?” 온연은 고개 들어 그를 보지 않았다. “왜요? 이제 내가 어딜가든 당신한테 보고해야 해요?” 목정침은 그녀의 말에 목이 메었다. 그는 그제서야 늘 자신이 그녀를 제어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는 걸 발견했고,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아는 게 습관이 되었다. 만약 그녀가 그가 아는 범위를 벗어날 때면, 그는 화가 나고 불안했기에 자신도 모르게 심문하는 말투를 썼다. 지금은 예전과는 달랐다. 그녀는 이미 8살짜리 소녀가 아니었고, 자신의 생각과 성질이 있었다. 그녀는 이제 그에게 대들기도 했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말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 말이 아니라, 내가 널 데리러 갔는데 한 두 시간을 헛되게 기다렸어. 너랑 자주 출퇴근하는 그 아가씨가 너 오전에 갔다고 알려주길래 너가 어디 갔었는지 물어보는 정도는 괜찮지 않아?” 온연은 그를 힐끗 보았다. “괜찮죠. 근데 난 당신한테 말할 필요성을 못 느꼈어요. 난 늘 당신이 만든 새장 안에 사는 공작새도 아니고 나도 날개가 있으니 마음대로 날아갈 수 있어요. 앞으로 나 데리러 올 필요 없어요. 나도 집 오는 길 알고 택시도 그렇게 비싸지 않으니 당신 귀찮게 안 하려고요.” 목정침은 강제로 화를 억눌렀다. “나한테 꼭 그런 식으
온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제가 저 사람 뱃속에 있는 회충도 아닌데, 아주머니 말처럼 그랬는지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저는 저 사람이 잘 먹을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몇 그릇은 더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배가 안 부르면 어디서 힘이 나서 저랑 싸우겠어요?” 잠시 후, 유씨 아주머니는 목정침이 내려와서 밥을 먹지 않자 떠봤다. “연아, 내가 도련님한테 내려와서 식사하시라고 할까?” 온연은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 사람은 밥 먹는 시간 모른데요? 생활습관에 신경 많이쓰잖아요. 제 시간에 밥 안 먹으면 안 괴롭데요? 본인이 안 내려오겠다는데 뭐하러 불러오세요? 여긴 본인 집이잖아요. 그 사람이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는 거지,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유씨 아주머니는 순간 말문이 막혀서 자리에 앉아 감히 움직이지 못 했다. 비록 온연이 크는 걸 그녀가 봐왔지만 갈수록 성질이 나오면서 오히려 그녀를 헷갈리게 만들었다. 식사 후. 온연은 거실에서 즐겁게 진몽요와 영상통화를 했고, 싸워서 기분이 안 좋은 건 마치 목정침 혼자인 듯했다. 목정침은 위층에서 아래층 소리를 들으며 화가 점점 치밀어 올랐지만 털어놓을 수 없어 가슴이 답답했다. 날씨가 아직 더워지지도 않았는데 그는 정작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에 짜증나서 옷을 풀었다. 온연이 방으로 들어오자 시간은 이미 저녁 11시였고, 콩알이도 이미 잠 들었다. 그녀는 부드럽게 아이를 아기 침대에 눕혔고, 알아서 침대에 누워 자려고 했다. 그녀는 창문 앞 의자에 앉아있던 목정침을 완전히 무시하며 투명인간 취급했다. 목정침이 이 분위기를 견딜 수 있을까? 그는 벌떡 일어나 침대 맡에 앉았다. “그만 좀 하지?” 온연은 그저 옅게 숨을 들이마시며 대꾸할 생각이 없었다. 왜 그가 하는 모든 말은 다 그녀의 제멋대로인 행동을 나무라는 것 같을까? 서예령이 문서를 전해준 건 그저 불씨였고, 진정한 문제는 본인들에게 있었다. 잠시 경직되었다가 목정침은 그녀 옆에 누워 강제
다음 날 아침. 목정침은 어제의 어두움을 버리고 눈가에 웃음을 띄며 나가기 전에도 아이를 안고 놀아줬다. 온연이 준비를 다 하고 나가려하자 그는 아이를 유씨 아주머니에게 맡겼다. “가자, 데려다 줄게.” 그가 베풀은 은혜 덕분에 온연은 어젯밤 잘 자지 못 해서 머리가 살짝 멍했다. “괜찮아요, 나 혼자 택시타면 되니까 신경쓰지 말아요.” 유씨 아주머니는 아직도 그녀가 화가 안 풀린 줄 알고 옆에 팔꿈치로 살짝 건드렸고, 그녀는 목정침을 보더니 하품을 했다. “진짜 안 데려다 줘도 돼요. 나 이제는 제시간에 출근 안 해도 되고, 수준 있는 디자인만 그릴 수 있으면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있어도 우리 매니저는 불평하지 않을 거예요. 어제만해도 밖에 카페에서 반나절동안 앉아 있었어요. 당신 회사는 일이 많으니까 가서 일 봐요.” 목정침은 자연스럽게 받아드렸다. “그래, 너가 하고 싶은대로 해, 나 먼저 가볼게. 저녁에 소경이네 가서 밥 먹을 거야. 5시전에 집에 도착하면 내가 데리러 올게. 위치 변동 있으면 바로 나한테 알려줘.” 온연은 고개를 끄덕인 뒤 아이에게 뽀뽀를 하고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차를 멀리 타고 나오자 목정침은 긴 숨을 내쉬었다. 그는 자세히 방금 상황들을 회상했고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방식이 순식간에 익숙해질 수는 없겠지만 천천히 적응해야 했다. 이게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 그는 진작에 그녀를 통제할 수 있는 아이처럼 대하면 안됐었고, 아내로 대했어야 했다. 어제 저녁에 잠을 잘 못 자서 온연은 밖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싶지 않았고 먼저 회사에서 잠을 좀 잘 생각이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서양양은 황급히 목정침이 어제 회사 밑에서 기다렸다는 사실을 온연에게 알렸고, 온연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알고 있어요.” 서양양은 장난을 쳤다. “언니가 어제 남편분 신랄하고 매몰찬데다 차갑고, 늙은 남자라고 하셨잖아요. 남편한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게다가 언니가 말한 것처럼
온연은 부정하지 않았다. “양양씨 말이 맞아요. 어쩌면 당천씨가 진짜 괜찮은 사람일수도 있잖아요. 한번 계속 만나봐요, 속마음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도 되고요.” 서양양은 걱정에 잠겼다. “언니,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그게… 제시카씨 일 말이에요, 당천씨한테 영향이 큰가요? 요즘 그 사람 상태도 별로 안 좋은 거 같고, 앞날에도 큰 영향이 있을까요?” 그녀의 희망찬 눈빛을 보고 온연은 까발리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양양씨, 사실 속으로 알고 있잖아요, 아니에요? 당천씨 처지는 지금 대기업에선 명예문제 때문에 고용하지 않으려 하고 작은 기업들을 이득 보려고 낮은 비용을 제시하며 모욕을 주고 있어요. 예전에는 머리 싸매면서 그를 개인 디자이너로 고용하고 싶어 했던 사람들도 다 비웃고 있을 거예요. 앞날은 더욱 말할 것도 없죠, 엄청난 반전이 있지 않는 이상요. 이 일이 몇 년이 지나더라도 이 사람 이름만 나오면 누구든지 제시카씨와의 일을 떠올릴 거예요. 그 분은 디자인 바닥에서 유명한 인물이었잖아요. 명성이 높을수록 무너질 때 누구보다 비참하게 떨어지는 법이죠. 이건 당연한 거예요.” 서양양의 표정은 점차 실망으로 가득 찼다. “알겠어요. 이렇게 말하니까 그 사람은 지금 생계도 문제네요. 그렇게 체면을 중요시하는 사람인데 생계 때문에 모욕당하면서 작은 기업에 가진 않겠죠. 당천씨로 계속 살아가게 된다면 과거의 경험이 지워지지 않는 한 이 사회에서 격리당하겠죠. 너무 잔혹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대충 디자인만 그려줘도 수입이 적지 않았는데 지금은 벌어 놓은 돈도 놀면서 다 쓰게 생겼잖아요. 앞으로 그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죠?” 온연은 그녀를 잠깐 응시했다. “양양씨는 이미 그 사람 미래까지 걱정하고 있는데, 제가 두 사람 관계가 가볍지 않다고 생각해도 되죠?” 서양양의 두 볼이 붉어졌다. “언니, 장난치지 마세요. 그래도 저 그 사람이랑 만났었잖아요.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주변 사람들한테는 잘해야 된다고 가르치셨어요. 그
목정침은 웃으며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런지 아닌지는 가봐야 알 수 있었다. 백수완 별장에 도착한 후, 목정침은 차에 내려서 아이를 안았다. 아이가 거의 1살이 다 되어가서 그런지 안으면 좀 무거웠고, 온연이 안고 있으면 가녀린 팔이 힘겨워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하람이 온연과 목정침에게 슬리퍼를 꺼내 주었다. “일찍 왔네, 소경이 아직 밥 하고 있어.” 온연은 집 안에 다른 사람이 없자 호기심에 물었다. “어머님, 설마 소경씨랑 두 분이서 몽요 챙기고 계신 건 아니죠? 산후조리사 고용 안 하셨어요?” 하람은 경사가 있을 때면 정신이 맑아졌고, 손자가 생긴 게 큰 경사라 기뻐서 입을 다문 적이 없었다. “집에 나만 있어도 소경이는 불편해하는데, 다른 사람 고용할 수나 있겠어? 게다가 다른 사람이 몽요랑 아이를 챙기는 것도 난 불안해. 소경이가 밥 하고 내가 애 보면 딱이잖아? 소경이는 이제 회사에 급한 일 처리하 때만 가끔 출근하고 평소에 집에만 있어. 한 달만 지나면 괜찮아 질 거야. 소경이도 출근하고, 밥 할 가정부만 고용해서 저녁에 퇴근시키면 소경이도 안 불편하고 크게 문제될 것도 없지.” 온연은 다시 한번 진몽요가 행운아라고 느꼈다. 이렇게 좋은 남자와 시어머니가 있으니 분명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 테다. 아래층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진몽요는 후다닥 내려왔다. “연아! 보고싶어 죽는 줄 알았는데 드디어 날 보러 왔구나, 콩알이도 같이 왔네~ 근데 우리 집 꿀꿀이는 아직도 자고 있어, 안 그럼 인사시켜줄 텐데.” 하람은 깜짝 놀랐다. “몽요야 천천히 내려와야지! 넌 제왕절개 한 애가 산후조리 기간에 이렇게 뛰어다니면 상처가 찢어질까 봐 안 무섭니? 난 보기만 해도 무섭다 얘! 얌전히 있어, 너 때문에 놀라서 내 심장 튀어나오기 전에.” 진몽요는 민망해서 걸음을 멈추고, 억지로 수술한지 얼마 안된 환자인 척을 하며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았다. “연아, 목정침씨, 와서 앉으세요.” 온연은 하마터면 웃을을 참지 못할 뻔했다. “
진몽요는 부끄럽지 않은 듯 웃었다. “맞다, 국청곡이 어떻게 내 연락처를 알아냈는지 모르겠는데, 요즘 거의 매일 나한테 연락하더라. 다 임신 관련된 얘기긴 한데, 내가 임신했을 때처럼 똑같이 불안한가 봐.” 온연은 심장이 덜컹했다. 국청곡이 진몽요에게 연락을 하는 건 단순히 임신 관련된 정보를 물으려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국청곡이 예군작 때문에 해성으로 돌아갔다고 해도, 여전히 이곳을 주시하고 있지 않을까?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국청곡이 임신 관련된 거 말고 다른 거 물어본 적 있어?” 진몽요는 생각하다가 말했다. “있지, 요즘에 예군작씨가 나한테 연락했는지 물어보던데. 그 사람은 지금 해성에 있는데, 예군작씨가 바빠서 연락을 안 했나봐. 원래 내가 퇴원했을 때 예군작씨한테 꽃 받았다고 말하려다가, 그냥 말 안 했어. 상대가 오해할 수도 있잖아?” 온연은 안도했다. “너가 진짜 멍청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만약 말 했으면 상대가 오해하지 않는 게 이상한 거지. 예군작씨랑 너랑 이제 연락도 안 하니까 국청곡이랑도 연락하지 마. 그냥 물어보는 것만 대답해주고, 연락 안 오면 굳이 먼저 하지도 말고. 그 사람은 너랑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진몽요는 대답을 하면서 주방 쪽을 보았다. “경소경씨는 정말 치사해. 내 주변엔 목정침씨 말고 다른 이성이 하나도 안 남았는데 예전엔 왜 몰랐지?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하나?” 온연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렇지, 저 사람은 널 사랑해. 엄청 많이.” 그저 진몽요는 이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몰랐고, 경소경이 그녀를 위해 얼마나 맞섰는지 모를 것이다. 식사 시간. 진몽요는 기분이 안 좋아졌다. 왜냐면 모든 요리를 다 그녀에게 따로 만들어 주었고, 그녀의 요리엔 소금 조금과 기름 외에는 어떠한 간도 되어 있지 않았다. 옆에 맛과 색깔이 모두 완벽한 다른 사람들의 요리를 보며 그녀는 계속 침을 삼켰다. “나… 나도 다같이 먹는 요리 먹고 싶어요. 입 안에 침이 너무 고여
돌아가는 길, 콩알이는 차에서 잠 들었고 온연이 물었다. “경소경씨가 무슨 일 있어서 부른 거예요?” 목정침은 바로 답했다. “일 얘기지 뭐. 실수로 너무 늦게까지 얘기했네, 졸리면 자. 곧 있으면 집 도착해.” 온연은 고개를 돌려 차 창밖을 보았다. “안 졸려요. 그냥 물어본 거예요, 무슨 중요한 일 있나해서요.” 목정침은 뜸들이다가 물었다. “네 마음속엔 내가 정말 각박하고 차가운 남자처럼 보여?” 온연은 하마터면 침이 목에 걸릴 뻔했고 찔려서 그를 보지 못 했다. 그가 어떻게 안 거지? 그녀가 서양양한테 했던 뒷담화를 그가 알게 됐다니, 천리까지 들리는 귀를 가진 건가? 아님 그녀의 몸에 도청기를 심었나? 그럴 필요까진 없진 않나? 그는 그녀의 반응이 웃겼다. “긴장하지 마, 난 그냥 네 진실된 생각이 궁금했을 뿐이야. 사실대로 말해줘.” 온연은 입술을 움직였다. “아니요… 그냥 홧김에 뱉은 말인데, 내가 그 말한 거 어떻게 알았어요? 난 양양씨한테만 말했는데, 양양씨가 알려준 거예요?” 그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혼자 중얼거리시길래 내가 들었어. 그래서 궁금했지. 네가 대체 속으로 날 어떻게 생각하길래 그런 이상한 단어들로 날 형용했나 하고.” 온연은 민망해서 웃었다. “아니요, 진짜 그런 거 아니에요.” 목정침은 갑자기 진지해졌다. “그럼 나 사랑해?” 온연은 벙쪘다.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요? 이미 부부인데 사랑하고 말고가 어딨어요, 난 당신이랑 이런 얘기 나누기도 부끄럽네요.” 그는 한 손을 빼서 그녀의 손을 잡았고, 나머지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난 알고 싶어. 왜냐면 난 네가 날 사랑했던 순간을 붙잡았던 적이 없어서 불안해.” 불안? 그의 입에서 이런 단어가 나온다고? 그녀는 의식적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내가 목가네에 들어간 그 순간부터 이번생은 도망가긴 글렀는데, 불안해할 게 뭐가 있어요? 내가 당신을 안 사랑한다 해도 날 놓아주지 않을 거잖아요. 우린 똑같아요. 어렸을 때 가
온연은 그 몇 초 간 감동했다가 또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런 말은 얼음장 같은 그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그의 손을 놓았다. “운전 똑바로 해요. 방금 그 말 경소경씨가 가르쳐준 거 알아요.” 목정침은 눈가가 살짝 쳐졌다. 이런 것마저 들키다니, 그렇게 티가 났나? 하지만… 이건 그가 말하고 싶었던 속마음이기도 했고 경소경이 이번에 제대로 가르쳐 줬다고 생각했다. 목가네로 돌아온 후. 온연은 콩알이를 눕히고 콩알이를 안고 있어서 저려진 팔을 주무르며 말했다. “얼른 씻어요 난 좀 쉬고 있을게요. 애 데리고 외출 한 번 하니까 힘드네요.” 목정침은 깊이 잠든 아이를 보고 작게 말했다. “같이 하자, 시간 절약할겸. 너무 늦었잖아.” 온연의 머릿속엔 순간 아한 생각이 스쳐갔다. “아니요, 당신이 먼저 씻어요. 차에서 계속 애를 안고 있었더니 팔이 다 저려서 난 좀 있다가 씻을래요.” 그는 그녀를 잡아당긴 뒤 고개를 숙이고 이마를 맞대고 눈빛이 이글거렸다. “피곤하면 내가 도와줄게.” 그녀는 그의 눈빛 때문에 두 다리에 힘이 다 풀렸다. “부끄러운 게 아니라…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요.” 그는 사정없이 그녀를 들추어냈다. “예전에 진몽요랑 살 때는 거의 맨날 같이 씻더니, 나는 안된다 이거야?” 온연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것까지 알고 있다니! 그녀는 살짝 당황했다. “당신 진짜 내 몸에 도청기 단 거 아니죠?” 목정침은 그녀의 턱을 들고 웃는 것 같지만 웃지 않았다. “나를 뭘로 보는 거야? 이런 건 같이 안 있어도 알 수 있는 건데 넌 왜 내가 그런 수단을 쓸 거라고 생각하는 건데? 네가 날 오해했으니 그 보답으로 같이 씻자.” 그녀의 머리가 멍해진 채로 그와 함께 욕실로 들어갔고, 이번에 그는 연기하기도 귀찮았는지 바로 진짜 목적을 드러내며 물도 틀지 않았다. ...... 벌써 진몽요의 산후 조리가 끝나는 날이 다가왔다. 그녀는 기쁘게 샤워를 했고, 너무 흥분해서 화장하는 손까지 떨리고 있었다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