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몽요는 부끄럽지 않은 듯 웃었다. “맞다, 국청곡이 어떻게 내 연락처를 알아냈는지 모르겠는데, 요즘 거의 매일 나한테 연락하더라. 다 임신 관련된 얘기긴 한데, 내가 임신했을 때처럼 똑같이 불안한가 봐.” 온연은 심장이 덜컹했다. 국청곡이 진몽요에게 연락을 하는 건 단순히 임신 관련된 정보를 물으려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국청곡이 예군작 때문에 해성으로 돌아갔다고 해도, 여전히 이곳을 주시하고 있지 않을까?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국청곡이 임신 관련된 거 말고 다른 거 물어본 적 있어?” 진몽요는 생각하다가 말했다. “있지, 요즘에 예군작씨가 나한테 연락했는지 물어보던데. 그 사람은 지금 해성에 있는데, 예군작씨가 바빠서 연락을 안 했나봐. 원래 내가 퇴원했을 때 예군작씨한테 꽃 받았다고 말하려다가, 그냥 말 안 했어. 상대가 오해할 수도 있잖아?” 온연은 안도했다. “너가 진짜 멍청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만약 말 했으면 상대가 오해하지 않는 게 이상한 거지. 예군작씨랑 너랑 이제 연락도 안 하니까 국청곡이랑도 연락하지 마. 그냥 물어보는 것만 대답해주고, 연락 안 오면 굳이 먼저 하지도 말고. 그 사람은 너랑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진몽요는 대답을 하면서 주방 쪽을 보았다. “경소경씨는 정말 치사해. 내 주변엔 목정침씨 말고 다른 이성이 하나도 안 남았는데 예전엔 왜 몰랐지?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하나?” 온연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렇지, 저 사람은 널 사랑해. 엄청 많이.” 그저 진몽요는 이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몰랐고, 경소경이 그녀를 위해 얼마나 맞섰는지 모를 것이다. 식사 시간. 진몽요는 기분이 안 좋아졌다. 왜냐면 모든 요리를 다 그녀에게 따로 만들어 주었고, 그녀의 요리엔 소금 조금과 기름 외에는 어떠한 간도 되어 있지 않았다. 옆에 맛과 색깔이 모두 완벽한 다른 사람들의 요리를 보며 그녀는 계속 침을 삼켰다. “나… 나도 다같이 먹는 요리 먹고 싶어요. 입 안에 침이 너무 고여
돌아가는 길, 콩알이는 차에서 잠 들었고 온연이 물었다. “경소경씨가 무슨 일 있어서 부른 거예요?” 목정침은 바로 답했다. “일 얘기지 뭐. 실수로 너무 늦게까지 얘기했네, 졸리면 자. 곧 있으면 집 도착해.” 온연은 고개를 돌려 차 창밖을 보았다. “안 졸려요. 그냥 물어본 거예요, 무슨 중요한 일 있나해서요.” 목정침은 뜸들이다가 물었다. “네 마음속엔 내가 정말 각박하고 차가운 남자처럼 보여?” 온연은 하마터면 침이 목에 걸릴 뻔했고 찔려서 그를 보지 못 했다. 그가 어떻게 안 거지? 그녀가 서양양한테 했던 뒷담화를 그가 알게 됐다니, 천리까지 들리는 귀를 가진 건가? 아님 그녀의 몸에 도청기를 심었나? 그럴 필요까진 없진 않나? 그는 그녀의 반응이 웃겼다. “긴장하지 마, 난 그냥 네 진실된 생각이 궁금했을 뿐이야. 사실대로 말해줘.” 온연은 입술을 움직였다. “아니요… 그냥 홧김에 뱉은 말인데, 내가 그 말한 거 어떻게 알았어요? 난 양양씨한테만 말했는데, 양양씨가 알려준 거예요?” 그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혼자 중얼거리시길래 내가 들었어. 그래서 궁금했지. 네가 대체 속으로 날 어떻게 생각하길래 그런 이상한 단어들로 날 형용했나 하고.” 온연은 민망해서 웃었다. “아니요, 진짜 그런 거 아니에요.” 목정침은 갑자기 진지해졌다. “그럼 나 사랑해?” 온연은 벙쪘다.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요? 이미 부부인데 사랑하고 말고가 어딨어요, 난 당신이랑 이런 얘기 나누기도 부끄럽네요.” 그는 한 손을 빼서 그녀의 손을 잡았고, 나머지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난 알고 싶어. 왜냐면 난 네가 날 사랑했던 순간을 붙잡았던 적이 없어서 불안해.” 불안? 그의 입에서 이런 단어가 나온다고? 그녀는 의식적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내가 목가네에 들어간 그 순간부터 이번생은 도망가긴 글렀는데, 불안해할 게 뭐가 있어요? 내가 당신을 안 사랑한다 해도 날 놓아주지 않을 거잖아요. 우린 똑같아요. 어렸을 때 가
온연은 그 몇 초 간 감동했다가 또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이런 말은 얼음장 같은 그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그의 손을 놓았다. “운전 똑바로 해요. 방금 그 말 경소경씨가 가르쳐준 거 알아요.” 목정침은 눈가가 살짝 쳐졌다. 이런 것마저 들키다니, 그렇게 티가 났나? 하지만… 이건 그가 말하고 싶었던 속마음이기도 했고 경소경이 이번에 제대로 가르쳐 줬다고 생각했다. 목가네로 돌아온 후. 온연은 콩알이를 눕히고 콩알이를 안고 있어서 저려진 팔을 주무르며 말했다. “얼른 씻어요 난 좀 쉬고 있을게요. 애 데리고 외출 한 번 하니까 힘드네요.” 목정침은 깊이 잠든 아이를 보고 작게 말했다. “같이 하자, 시간 절약할겸. 너무 늦었잖아.” 온연의 머릿속엔 순간 아한 생각이 스쳐갔다. “아니요, 당신이 먼저 씻어요. 차에서 계속 애를 안고 있었더니 팔이 다 저려서 난 좀 있다가 씻을래요.” 그는 그녀를 잡아당긴 뒤 고개를 숙이고 이마를 맞대고 눈빛이 이글거렸다. “피곤하면 내가 도와줄게.” 그녀는 그의 눈빛 때문에 두 다리에 힘이 다 풀렸다. “부끄러운 게 아니라…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요.” 그는 사정없이 그녀를 들추어냈다. “예전에 진몽요랑 살 때는 거의 맨날 같이 씻더니, 나는 안된다 이거야?” 온연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것까지 알고 있다니! 그녀는 살짝 당황했다. “당신 진짜 내 몸에 도청기 단 거 아니죠?” 목정침은 그녀의 턱을 들고 웃는 것 같지만 웃지 않았다. “나를 뭘로 보는 거야? 이런 건 같이 안 있어도 알 수 있는 건데 넌 왜 내가 그런 수단을 쓸 거라고 생각하는 건데? 네가 날 오해했으니 그 보답으로 같이 씻자.” 그녀의 머리가 멍해진 채로 그와 함께 욕실로 들어갔고, 이번에 그는 연기하기도 귀찮았는지 바로 진짜 목적을 드러내며 물도 틀지 않았다. ...... 벌써 진몽요의 산후 조리가 끝나는 날이 다가왔다. 그녀는 기쁘게 샤워를 했고, 너무 흥분해서 화장하는 손까지 떨리고 있었다
진몽요는 웃으며 말했다. “나 좀 그만 놀려, 내가 왜 여기서 만나자고 했는지 알아? 여기 먹자골목이 쭉 있어서 한 달 동안 못 먹었던 거 오늘 여기서 다 먹고 가려고!” 서양양은 정직하게 한 마디 했다. “수유 안 하시는 거예요? 아직 못 먹는 거 많으실 거 같아서요. 특히 길거리 음식은 위생적이지 않잖아요.” 진몽요는 좌절했다. “꼭 알려줘야 했어요? 그런 말 안 해도 안 죽어요. 내가 한 달을 참았는데 만나자마자 찬물부터 끼얹으면 사람 죽겠어요.” 서양양은 가볍게 웃었다. “네네, 여기까지만 할게요. 근데 제가 말 안 했어도 온연언니가 알려드렸을 거예요.” 온연은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아니요, 난 안 알려줬을 거예요. 난 얘 걱정 하나도 안되거든요. 얘가 독버섯을 먹어도, 애 봐줄 사람도 있으니 직접 수유 안 해도 될 걸요. 얘가 임신하기도 전에 어머님이 이미 애 낳으면 봐주시기로 했고, 이미 인생의 승자인데 먹는 걸 어떻게 구속하겠어요? 그냥 먹자, 더러운 기름을 먹든 뭘 먹든 아무거나 골라.” 진몽요는 자랑스럽게 바람을 타고 걸으며 길거리 음식점 앞에 멈췄다. “일단 위를 보호할 음식부터 먹어줘야지. 여기저기 둘러보고 나서 샤브샤브 먹으러 가자. 난 벌써 샤브샤브가 먹고싶어. 다른 건 딱히 땡기는 게 없거든. 다 먹고 쇼핑하러 가자. 옷 안 산지 너무 오래됐어. 힘들면 카페 앉아서 얘기도 좀 하지 뭐. 생각만 해도 이런 삶은 너무 행복한 거 같아. 지난 한 달 동안은 울타리에 묶인 젖소 같았거든…” 온연과 서양양은 묵묵히 주변을 둘러보는 척하며 진몽요를 모른 척했다. 정말 사람 많은 데서 그녀는 못하는 말이 없었고, 특히 아직 결혼도 안 한 서양양은 민망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진몽요와 함께 반나절을 돌아다닌 후 세 사람은 카페에 자리를 찾아 앉은 뒤 동시에 긴 숨을내쉬었다. 서양양은 충분히 준비하지 못해서 나올 때 하이힐을 신었고, 잠깐 숨을 돌린 그 순간 온 몸이 편해졌다. 온연은 애초부터 이럴 줄 알고 운동화에 편한
비록 그녀가 말로는 이렇게 했지만 눈길은 계속해서 당천 쪽을 보고 있었다. 진몽요는 일을 크게 받아들이는 스타일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한 바퀴를 돈 뒤 돌아와 보고했다. “저 여자가 자기가 제시카보다 잘 해주겠다고 하던데, 저 훈남님 표정이 좀 이상해요.” 서양양은 얼굴색이 창백해졌다. 이때 당천이 일어나 화장실을 가자 같이 앉아 있던 여자의 표정엔 경멸과 무시가 가득했고 더 이상 잘록하지 않은 허리를 비틀거리며 카페를 떠났다. 온연이 말했다. “양양씨, 얼른 가봐요. 가서 무슨 일인지 물어봐야죠.” 서양양은 살짝 망설였다. “제가 물어보라고요? 좀 그렇지 않나요?” 온연은 그녀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둘이 친구라면서요? 친구끼리 걱정하는 게 이상한가요? 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가서 인사하는 게 위법도 아닌데, 별다른 이유가 필요한 거예요?” 서양양은 격려를 받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일어나서 쫓아갔다. 그녀가 밖에서 한참을 기다리자 당천이 나왔다. 얼굴엔 아직 마르지 않은 물기가 있었고, 방금 그는 분명 화가 나서 찬물로 진정을 찾으려 했던 것 같다. 그녀를 보자 당천에 눈빛엔 좌절과 난감함이 스쳐 지나갔다. “그쪽이 왜 여기 있어요?” 서양양은 용기 내어 말했다. “온연 언니랑 같이 왔는데 마침… 당천씨가 여자분이랑 있는 걸 봤어요. 그 여자가 제시카씨 얘기 꺼낸 거 알아요. 두 분… 좋게 헤어진 건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었어요? 저 여자분이 무리한 요구를 했나요?”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묻는 게 당천에겐 굴욕을 들춰내는 일인 줄 몰랐고, 당천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맞아요, 원래는 드레스 디자인 맡기려고 날 찾아온 줄 알았는데, 그 핑계로 나한테 스폰 제의를 할 줄은 몰랐어요. 그 여자는 내가 그런 남자로 보였던 거죠. 이런 여자들은 제 재능을 안 보고 다 제 외모랑 몸만 봐요. 이제 다 말해줬으니 만족해요? 미안하지만 이런 더러운 일을 당신한테 들키고 그 동정하고 가여워하는 눈빛 너무 많아 받
온연은 어이가 없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 “양양씨 진짜 바보네요. 좀 정중하게 물어볼 수는 없었어요? 지금 당천씨는 굉장히 다운되어 있을 시기라 마음이 연약할 텐데, 게다가 방금 다른 사람한테 모욕까지 당했으니 친구 신분으로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겸 아까 무슨 상황인지 물었어야죠. 그 사람이 알려주고 싶으면 알려주는 거고, 안 알려주고 싶으면 더 묻지 않고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그 사람의 기분을 위로 했어야 했는데, 양양씨가 그렇게 직설적으로 물어볼 줄은 몰랐네요. 됐어요, 다음에는 내가 더 명확하게 알려줄 게요. 양양씨도 지금 이 기분으로 쇼핑 못 할 거 같은데 얼른 저 사람 따라가요. 가서 사과하면 다 큰 남자가 양양씨 같은 아가씨를 더 곤란하게 하진 않을 거예요.” 서양양은 움츠러 들었다. “못 하겠어요, 이 사람이 이렇게 화낸 거 처음 봐서 또 망칠까 봐 두려워요. 저는 사람도 멍청한데 입은 더 멍청해서, 듣기 좋은 말도 못하니까 괜히 그 사람을 더 화나게만 할 거 같아요. 그냥 진정할 시간을 주는 게 좋겠어요.” 진몽요는 팝콘 들고 영화를 보는 사람처럼 입가에 있는 크림을 핥으며 말했다. “어떤 관계는 진정이 되면 나아져요, 그건 애초부터 가까운 관계여서 그런 거예요. 어떤 관계는 진정이 되면 그대로 식어버리죠. 사람은 뻔뻔해야 돼요.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얻는 건 어렵지만, 여자가 남자의 마음을 얻는 건 쉬워요. 입이 멍청하면 행동으로 표현하면 되죠, 좌절 없이 어떻게 성장하겠어요? 양양씨 눈빛만 봐도 그 사람 좋아하는 게 보여요. 저 분이 씩씩거리면서 갔는데 양양씨 마음도 불편하겠네요.” 이번에 서양양은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직 당천을 좋아했고, 마음도 매우 불편했다. 고민을 하다가 그녀는 진몽요의 말을 듣기로 선택했고, 방금 한 실수를 용감하게 마주할 생각이었다. 가끔 사과는 참고 있으면 평생 말할 기회가 없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카페에서 나와 당천에게 전화를 걸었고, 신호음이 두 번 정도 울리자 바로 끊겼다. 그녀
서양양은 긴장해서 옷깃을 잡았다. “어… 당천씨가 화 안 나셨으면 됐어요. 너무 늦어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얼른 쉬세요, 술 마셨으면 속 안 좋으실 텐데, 앞으로 이렇게 많이 드시지 마시고요, 몸에 안 좋아요.” 당천은 그녀의 손목을 놓아준 뒤 표정이 쓸쓸해 보였다. “나랑 좀만 더 있어주면 안돼요?” 이럴 때 서양양은 거절할 수 없어서 그의 옆에 앉았다. “그래요.” 잠시 침묵하다가 당천이 물었다. “문 앞에서 얼마나 기다렸어요? 설마 오후부터 있었던 건 아니죠?” 서양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천씨가 카페에서 나가자 마자 전화했는데, 안 받고 전원을 껐잖아요. 그래서 바로 왔어요. 새벽까지 기다릴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와서 다행이에요. 오늘 저녁에 안 돌아왔으면 괜히 기다린 게 될 뻔했잖아요.” 당천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바보예요? 내가 전화 안 받았으면 그냥 무시하면 되지 왜 여기서 그렇게 오래 기다려요?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닌데 내가 화내든 말든 왜 신경써요? 왜 날 걱정해요?” 아무 사이도 아닌건가? 서양양은 살짝 실망했다. 그들이 사귀었던 건 고사하고, 이젠 친구도 아니다 이건가?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나 원래 이런 사람이에요. 주변 사람들한테 다 잘해줘요. 난 그쪽이 기분 안 좋을 때 나한테 말했으면 좋겠어요. 털어놓으면 좀 편하잖아요. 내 앞에서 민망해할 필요 없어요, 난 비웃지 않으니까요. 당천씨가 동정 받는 거 싫어하는 건 알지만, 난 동정한 적 없어요…” 당천은 갑자기 약간은 자신을 비웃듯이 웃었다. “당신 같은 순수한 사람을 그런 더러운 일들로 귀를 더럽히고 싶지 않아요. 그런 얘기 듣고 싶어 하지도 않을 거고요.” 서양양은 고개 들어 그를 보았다.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전 듣고 싶어요.” 두 눈을 마주치자 공기에는 형태 없는 전류가 흐르는 듯했고, 어쩌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서 그런지, 어쩌면 술기운이 올라와서 그런지, 당천의 몸은 점점 그녀를 향해 기울어 지고 있었다. 예상대로라
당천은 그녀를 놓아주었지만 두 사람의 거리는 여전히 가까웠다. 그녀가 집에 돌아와서 불을 켜자 눈 앞에 보인 그림자 때문에 놀라서 비명을 지를 뻔했다가 엄마인 걸 확인한 후 긴 숨을 내쉬었다. “엄마,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안 자고 왜 여기 서 계세요? 깜짝 놀랐잖아요.” 서양양 엄마의 표정은 어두웠다. “너 설마 오늘도 온연씨 집에서 잤다고 할 건 아니지? 그럼 거기서 그냥 자고오지 왜 새벽에 기어들어와? 너 몸에서 술 담배 냄새도 나고, 보통 남자한테서 나는 냄새 아니야? 진작부터 의심했어, 너 남자친구 생겼니? 너가 정당하게 남자친구 사귀는 거면 왜 말을 못 했겠어? 정식으로 사귀는 것도 아닌데 상대랑 애매하게 지내고, 너 나 망신시키려고 작정했니? 온연씨가 너랑 같이 숨긴 거지? 저번에도 분명 그 집에서 자고 온 거 아니잖아. 돈 많다고 다 좋은 사람은 아니네, 같이 있다가 너까지 나쁘게 물들였어! 너 내일부터 당장 일 그만 둬, 내가 새 일 자리 찾아줄 거야! 지금부터 밖에 나가지 마!” 예전 같았으면 엄마의 화난 얼굴을 보고 서양양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꾸중을 들었을 테다. 하지만 이번엔 그녀는 엄마가 틀렸다고 생각해서 반박을 하고 싶었다. “엄마, 그런 거 아니에요. 온연 언니랑도 상관없으니까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저 이미 성인인데 누가 저한테 함부로 나쁘게 물 들일 수 있겠어요? 엄마는 왜 매번 제 단점을 다 다른 사람이 물들인 거라고 생각하세요? 저도 완벽하지 않고, 사람이에요, 사람은 늘 단점이 있기 마련이라고요. 엄마가 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우수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하신 거 알아요. 그래야 가족들이랑 친구들 앞에서 체면이 서니까요. 실망시켜서 죄송해요. 저는 앞으로 엄마가 제 일에 간섭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젠 엄마한테 휘둘리기 싫다고요!” 서양양 엄마는 화가 나서 온 몸을 떨었다. “휘둘려? 내가 얼마나 돈을 많이 들이면서 너를 키웠는데, 고작 그런 단어로 네 엄마를 형용하는 거니? 다 널 위해서 그런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