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그녀가 말로는 이렇게 했지만 눈길은 계속해서 당천 쪽을 보고 있었다. 진몽요는 일을 크게 받아들이는 스타일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한 바퀴를 돈 뒤 돌아와 보고했다. “저 여자가 자기가 제시카보다 잘 해주겠다고 하던데, 저 훈남님 표정이 좀 이상해요.” 서양양은 얼굴색이 창백해졌다. 이때 당천이 일어나 화장실을 가자 같이 앉아 있던 여자의 표정엔 경멸과 무시가 가득했고 더 이상 잘록하지 않은 허리를 비틀거리며 카페를 떠났다. 온연이 말했다. “양양씨, 얼른 가봐요. 가서 무슨 일인지 물어봐야죠.” 서양양은 살짝 망설였다. “제가 물어보라고요? 좀 그렇지 않나요?” 온연은 그녀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둘이 친구라면서요? 친구끼리 걱정하는 게 이상한가요? 카페에서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가서 인사하는 게 위법도 아닌데, 별다른 이유가 필요한 거예요?” 서양양은 격려를 받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일어나서 쫓아갔다. 그녀가 밖에서 한참을 기다리자 당천이 나왔다. 얼굴엔 아직 마르지 않은 물기가 있었고, 방금 그는 분명 화가 나서 찬물로 진정을 찾으려 했던 것 같다. 그녀를 보자 당천에 눈빛엔 좌절과 난감함이 스쳐 지나갔다. “그쪽이 왜 여기 있어요?” 서양양은 용기 내어 말했다. “온연 언니랑 같이 왔는데 마침… 당천씨가 여자분이랑 있는 걸 봤어요. 그 여자가 제시카씨 얘기 꺼낸 거 알아요. 두 분… 좋게 헤어진 건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었어요? 저 여자분이 무리한 요구를 했나요?”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묻는 게 당천에겐 굴욕을 들춰내는 일인 줄 몰랐고, 당천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맞아요, 원래는 드레스 디자인 맡기려고 날 찾아온 줄 알았는데, 그 핑계로 나한테 스폰 제의를 할 줄은 몰랐어요. 그 여자는 내가 그런 남자로 보였던 거죠. 이런 여자들은 제 재능을 안 보고 다 제 외모랑 몸만 봐요. 이제 다 말해줬으니 만족해요? 미안하지만 이런 더러운 일을 당신한테 들키고 그 동정하고 가여워하는 눈빛 너무 많아 받
온연은 어이가 없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 “양양씨 진짜 바보네요. 좀 정중하게 물어볼 수는 없었어요? 지금 당천씨는 굉장히 다운되어 있을 시기라 마음이 연약할 텐데, 게다가 방금 다른 사람한테 모욕까지 당했으니 친구 신분으로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겸 아까 무슨 상황인지 물었어야죠. 그 사람이 알려주고 싶으면 알려주는 거고, 안 알려주고 싶으면 더 묻지 않고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그 사람의 기분을 위로 했어야 했는데, 양양씨가 그렇게 직설적으로 물어볼 줄은 몰랐네요. 됐어요, 다음에는 내가 더 명확하게 알려줄 게요. 양양씨도 지금 이 기분으로 쇼핑 못 할 거 같은데 얼른 저 사람 따라가요. 가서 사과하면 다 큰 남자가 양양씨 같은 아가씨를 더 곤란하게 하진 않을 거예요.” 서양양은 움츠러 들었다. “못 하겠어요, 이 사람이 이렇게 화낸 거 처음 봐서 또 망칠까 봐 두려워요. 저는 사람도 멍청한데 입은 더 멍청해서, 듣기 좋은 말도 못하니까 괜히 그 사람을 더 화나게만 할 거 같아요. 그냥 진정할 시간을 주는 게 좋겠어요.” 진몽요는 팝콘 들고 영화를 보는 사람처럼 입가에 있는 크림을 핥으며 말했다. “어떤 관계는 진정이 되면 나아져요, 그건 애초부터 가까운 관계여서 그런 거예요. 어떤 관계는 진정이 되면 그대로 식어버리죠. 사람은 뻔뻔해야 돼요.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얻는 건 어렵지만, 여자가 남자의 마음을 얻는 건 쉬워요. 입이 멍청하면 행동으로 표현하면 되죠, 좌절 없이 어떻게 성장하겠어요? 양양씨 눈빛만 봐도 그 사람 좋아하는 게 보여요. 저 분이 씩씩거리면서 갔는데 양양씨 마음도 불편하겠네요.” 이번에 서양양은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직 당천을 좋아했고, 마음도 매우 불편했다. 고민을 하다가 그녀는 진몽요의 말을 듣기로 선택했고, 방금 한 실수를 용감하게 마주할 생각이었다. 가끔 사과는 참고 있으면 평생 말할 기회가 없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카페에서 나와 당천에게 전화를 걸었고, 신호음이 두 번 정도 울리자 바로 끊겼다. 그녀
서양양은 긴장해서 옷깃을 잡았다. “어… 당천씨가 화 안 나셨으면 됐어요. 너무 늦어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얼른 쉬세요, 술 마셨으면 속 안 좋으실 텐데, 앞으로 이렇게 많이 드시지 마시고요, 몸에 안 좋아요.” 당천은 그녀의 손목을 놓아준 뒤 표정이 쓸쓸해 보였다. “나랑 좀만 더 있어주면 안돼요?” 이럴 때 서양양은 거절할 수 없어서 그의 옆에 앉았다. “그래요.” 잠시 침묵하다가 당천이 물었다. “문 앞에서 얼마나 기다렸어요? 설마 오후부터 있었던 건 아니죠?” 서양양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천씨가 카페에서 나가자 마자 전화했는데, 안 받고 전원을 껐잖아요. 그래서 바로 왔어요. 새벽까지 기다릴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와서 다행이에요. 오늘 저녁에 안 돌아왔으면 괜히 기다린 게 될 뻔했잖아요.” 당천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바보예요? 내가 전화 안 받았으면 그냥 무시하면 되지 왜 여기서 그렇게 오래 기다려요?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닌데 내가 화내든 말든 왜 신경써요? 왜 날 걱정해요?” 아무 사이도 아닌건가? 서양양은 살짝 실망했다. 그들이 사귀었던 건 고사하고, 이젠 친구도 아니다 이건가?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나 원래 이런 사람이에요. 주변 사람들한테 다 잘해줘요. 난 그쪽이 기분 안 좋을 때 나한테 말했으면 좋겠어요. 털어놓으면 좀 편하잖아요. 내 앞에서 민망해할 필요 없어요, 난 비웃지 않으니까요. 당천씨가 동정 받는 거 싫어하는 건 알지만, 난 동정한 적 없어요…” 당천은 갑자기 약간은 자신을 비웃듯이 웃었다. “당신 같은 순수한 사람을 그런 더러운 일들로 귀를 더럽히고 싶지 않아요. 그런 얘기 듣고 싶어 하지도 않을 거고요.” 서양양은 고개 들어 그를 보았다.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전 듣고 싶어요.” 두 눈을 마주치자 공기에는 형태 없는 전류가 흐르는 듯했고, 어쩌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서 그런지, 어쩌면 술기운이 올라와서 그런지, 당천의 몸은 점점 그녀를 향해 기울어 지고 있었다. 예상대로라
당천은 그녀를 놓아주었지만 두 사람의 거리는 여전히 가까웠다. 그녀가 집에 돌아와서 불을 켜자 눈 앞에 보인 그림자 때문에 놀라서 비명을 지를 뻔했다가 엄마인 걸 확인한 후 긴 숨을 내쉬었다. “엄마,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안 자고 왜 여기 서 계세요? 깜짝 놀랐잖아요.” 서양양 엄마의 표정은 어두웠다. “너 설마 오늘도 온연씨 집에서 잤다고 할 건 아니지? 그럼 거기서 그냥 자고오지 왜 새벽에 기어들어와? 너 몸에서 술 담배 냄새도 나고, 보통 남자한테서 나는 냄새 아니야? 진작부터 의심했어, 너 남자친구 생겼니? 너가 정당하게 남자친구 사귀는 거면 왜 말을 못 했겠어? 정식으로 사귀는 것도 아닌데 상대랑 애매하게 지내고, 너 나 망신시키려고 작정했니? 온연씨가 너랑 같이 숨긴 거지? 저번에도 분명 그 집에서 자고 온 거 아니잖아. 돈 많다고 다 좋은 사람은 아니네, 같이 있다가 너까지 나쁘게 물들였어! 너 내일부터 당장 일 그만 둬, 내가 새 일 자리 찾아줄 거야! 지금부터 밖에 나가지 마!” 예전 같았으면 엄마의 화난 얼굴을 보고 서양양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꾸중을 들었을 테다. 하지만 이번엔 그녀는 엄마가 틀렸다고 생각해서 반박을 하고 싶었다. “엄마, 그런 거 아니에요. 온연 언니랑도 상관없으니까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저 이미 성인인데 누가 저한테 함부로 나쁘게 물 들일 수 있겠어요? 엄마는 왜 매번 제 단점을 다 다른 사람이 물들인 거라고 생각하세요? 저도 완벽하지 않고, 사람이에요, 사람은 늘 단점이 있기 마련이라고요. 엄마가 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우수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하신 거 알아요. 그래야 가족들이랑 친구들 앞에서 체면이 서니까요. 실망시켜서 죄송해요. 저는 앞으로 엄마가 제 일에 간섭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젠 엄마한테 휘둘리기 싫다고요!” 서양양 엄마는 화가 나서 온 몸을 떨었다. “휘둘려? 내가 얼마나 돈을 많이 들이면서 너를 키웠는데, 고작 그런 단어로 네 엄마를 형용하는 거니? 다 널 위해서 그런 거
온연은 옅게 잠들어서 알림 소리가 울리자 바로 깼다. 서양양이 보낸 걸 보고 그녀는 일어나서 화장실로 들어가 답장을 보냈다. ‘지금 어디에요? 카페에서 나간 다음에 당천씨 찾으러 간 거 아니었어요? 이거 때문에 어머님이랑 싸운 거예요? 지금 내가 갈게요, 양양씨 혼자 밖에 두기엔 불안해서요.’ 서양양의 위치를 파악한 후 그녀는 급하게 옷을 입고 택시를 타고 갈 계획이었다. 그녀는 목정침이 낮에 일을 하느라 피곤했을 테니 그를 깨우지 않을 생각이었고, 이런 일로 그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안방 문을 열고 내려가려 하자 뒤에서 목정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새벽에 몰래 누구랑 연락해? 이 시간에 혼자 나갈 생각까지 하고.” 그녀는 뒤를 돌자 목정침이 느긋하게 아이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어 그녀를 보면서 콩알이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걸 보았다. 보아하니 그도 알림 소리에 깬 거 같아 그녀는 미안해졌다. “다음부턴 잘 때 핸드폰 멀리 둘게요. 시끄러워서 깬 거죠? 더 자요.” 그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화제 돌리지 말고. 내가 지금 너 어디 가냐고 묻잖아, 누가 널 불러낸 거야?” 그의 말투는 화가 난 것 같진 않았고, 잠이 덜 깬 몽롱함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솔직하게 말했다. “서양양씨요, 지금 혼자 밖에 있다는데 걱정돼서 나가서 같이 있어주려고요. 먼저 자고 있어요, 난 택시 타고 가면 돼요.” 목정침은 드레스룸에 들어갔다. “이 시간에 어디서 택시를 잡으려고 그래? 내가 데려다 줄게.” 그녀는 거절하려고 입을 벙긋거렸으나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 했다. 그가 결정을 내렸을 때 거절할 수 있는 방법은 아마 없을 테다. 서양양을 찾으러 가는 길. 그는 계속해서 하품을 했고 온연은 그가 운전하면서 한 눈 팔까 봐 감히 소리를 내지 못 했다. 서양양은 아파트 단지 근처 공원에 있었고, 도착한 뒤 목정침은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온연은 서양양을 차로 데려왔고, 목정침이 있어서 서양양은 크게 소리 내어 울지 못 했으며
”어머님이 내가 양양씨를 나쁘게 물 들였다는 말에 나는 화 안 나요. 어머님 눈에 양양씨는 아직 애니까요. 양양씨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했을 때 주위 사람을 탓하시는 건 당연한 거예요. 다 어른들의 편견이기도 하니 난 이해할 수 있어요. 난 어떻게 되도 상관없어요. 지금 양양씨가 아직은 당천씨랑 확실한 관계가 아니니까 속으로 마음의 준비는 해둬요. 여튼, 이제 그만 우울해하고 일찍 쉬어요, 게스트룸은 내가 치워줄게요.” 새벽에 한바탕 소란이 있었어서 온연은 일어날 때 잠이 완전 덜 깬 상태였다. 목정침도 분명같이 나갔다 왔는데 컨디션이 멀쩡해 보였다. 양복으로 갈아 입기만 하면 늠름해 보였고 마치 어제 저녁 외출이 그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오늘은 회사에 일이 있어서 온연은 빨리 회사로 가야했고, 아니면 계속 잠들 것 같았다. 오늘상태로는 택시 잡을 기운이 없어 목정침의 차를 탔다. 그녀가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이자 목정침은 한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 “아직도 안 깼어? 그 서양양씨는 당천이랑 사귄데?” 온연은 볼에 바람을 넣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만 보면 그런 거 같아요. 양양씨가 당천씨를 좋아하거든요. 둘이 짧게 사귀기도 했고, 지금 다시 만났잖아요. 커플끼리 하는 일도 이미 다 했고 아직 당천씨의 확실한 말이 없어서 관계가 정의되지 않은 것뿐이에요. 당천씨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양양씨의 감정을 갖고 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그 사람은 확실히 쓰레기고 제시카씨 때문에 망해야 마땅한 사람이니까요.” 목정침은 고민하다가 말했다. “이 당천이라는 사람 진짜 재능있어. 인품은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쓰레기인 것 같진 않아. 만약 서양양씨한테 장난이 아니라면 우리 회사로 영입하는 것도 생각해 보려고. 그럼 적어도 이 사람 인품에 큰 흠이 없다는 건 증명되니까.” 온연은 깜짝 놀랐다. “지금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다 당천씨랑 싸잡아서 회사 명예가 훼손될까 봐 피하고 있는데 어떻게 회사로 영입할 생각을 해요
서양양은 드디어 웃는 얼굴이었다. “고마워요, 언니.” 어떤 사람들은, 인생엔 복과 화가 공존한다고 말했다. 서양양은 오히려 이럴 때 일에서 새로운 진전을 이루었다. 엄격하고 인색한 엄 매니저는 직접 서양양을 사무실로 불러 그녀가 많이 발전했다며 일도 열심히 한다고 칭찬했고, 승진할 기회가 있다면 그녀를 제일 먼저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그 중 어쩌면 어느정도는 온연 때문이겠지만, 대부분은 서양양이 일을 열심히 해서였다. 사무실에서 나오자 서양양의 기분은 훨씬 나아졌다. 예전에 엄 매니저한테 많이 혼났어서 그녀는 이번생에 엄 매니저한테 칭찬을 들을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그래서 그녀는 온연이 몰래 무슨 일을 꾸몄나 의심했다. “언니, 엄 매니저님이 저를 칭찬하시던데, 혹시 제 기분 띄워 주시려고 매니저님이랑 상의하신 거 아니죠?” 온연은 어깨를 들썩였다. “저 아니에요, 전 그런 짓 하는 사람도 아니고요. 지금 제일 양양씨를 기쁘게 할 수 있는 건 엄마한테 인정받는 거랑 당천씨한테 고백 받는 거 아니에요?” 서양양은 살짝 불편해했다. “언니, 되게 솔직하시네요…” 온연은 웃으며 손을 저었다. “가서 일 봐요. 나 오후에 회사에 없을지도 몰라서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요.” 그녀는 밖에 나가서 영감을 찾을 생각이었다. 그녀에겐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밖에 지나가는 차들과 행인을 보는 것이 가장 영감을 잘 불러오는 일이었다. 제일 조용한 구석에 앉아 가장 번화한 곳을 보며, 이런 상반된 상황이 충돌하는 느낌은 늘 강렬했다. 오후에 회사에서 나온 후 온연은 도시 중심에서 제일 번화한 거리에 있는 카페에 갔다. 고급져서 그런지 카페에 있는 손님들은 비교적 다들 교양이 있었고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도 없었다. 그녀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커피와 디저트를 시킨 뒤 이어폰를 꽂고 스케치북을 꺼내서 창밖을 보았다. 이 거리엔 매일 지나가는 행인들이 많았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뚱뚱하거나 말랐거나 키가 크고 작은 사람들, 옷도 가지각색에 분위기도 다 달랐
당천은 의심스러운 표정이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양양씨가 집에 가서 어머님이랑 싸웠거든요. 그래서 새벽에 혼자 공원에 있길래 내가 데리러 갔고요. 일어나서 연락 안 해봤어요?” 당천은 고개를 저었다. “안 했어요. 연락해서 뭐라고 해야 될지도 모르겠어요, 어제 저녁엔 제가 너무 충동적이었고 저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명 그 사람이 다 말씀드려서 아시겠죠. 지금 마음이 혼란스러워요.” 그의 말투를 들어보니 서양양과 발전할 생각이 있는지 온연은 의심스러워졌고 그저 답만 알고 싶었다. “저 다 알아요, 혼란스러울 게 뭐 있어요? 행동을 했으면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하고 깨어나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했었어야죠, 설마 무책임하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할 거라고 말할 건 아니죠?” 당천은 살짝 망설였다. “그런 거 아니에요. 제가 혼란스러운 건 지금의 제가 양양씨한테 아무런 약속을 해줄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 사람이 따뜻하고 보수적인 가정에 자란 거 알아요. 어렸을 때부터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세상의 무서움을 본 적이 없으니 사람들이 얼마나 더러울 수 있는지 모르겠죠. 저는 그 사람 앞에만 서면 열등감이 들어요. 저는 그 사람이랑 어울리지 않는 사람 같은데 그 사람을 물들이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요. 저는 지금 더 잘될 수도 없고 예전에 당천은 이미 죽었어요. 다시 살고 싶어도 진흙탕에서 발버둥치는 이 느낌이 너무 괴롭네요.” 온연은 생각에 잠겼다. “열등감이요? 당천씨는 디자인계에서 터줏대감 같은 사람이 신입한테 열등감을 느낀다고요? 그럼 당천씨는 좋아하는 사람한테만 가정배경 신경 안 쓰고 자신도 모르게 열등감이 느끼는 거 알아요? 예전에 당천은 죽었고, 제시카와 엮인 당천은 죽었어요. 다른 여자한테 의지해서 높은 곳에 올라가던 당천도 죽었어요. 지금의 당신이 진짜 당신이에요, 서양양씨가 좋아하는 지금의 당신이에요. 당천씨가 용기내서 자신이 원하는 걸 쫓아가고 용감하게 한 발 내딛으면 반전이 있을지도 모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