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천은 의심스러운 표정이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양양씨가 집에 가서 어머님이랑 싸웠거든요. 그래서 새벽에 혼자 공원에 있길래 내가 데리러 갔고요. 일어나서 연락 안 해봤어요?” 당천은 고개를 저었다. “안 했어요. 연락해서 뭐라고 해야 될지도 모르겠어요, 어제 저녁엔 제가 너무 충동적이었고 저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명 그 사람이 다 말씀드려서 아시겠죠. 지금 마음이 혼란스러워요.” 그의 말투를 들어보니 서양양과 발전할 생각이 있는지 온연은 의심스러워졌고 그저 답만 알고 싶었다. “저 다 알아요, 혼란스러울 게 뭐 있어요? 행동을 했으면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하고 깨어나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했었어야죠, 설마 무책임하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할 거라고 말할 건 아니죠?” 당천은 살짝 망설였다. “그런 거 아니에요. 제가 혼란스러운 건 지금의 제가 양양씨한테 아무런 약속을 해줄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 사람이 따뜻하고 보수적인 가정에 자란 거 알아요. 어렸을 때부터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세상의 무서움을 본 적이 없으니 사람들이 얼마나 더러울 수 있는지 모르겠죠. 저는 그 사람 앞에만 서면 열등감이 들어요. 저는 그 사람이랑 어울리지 않는 사람 같은데 그 사람을 물들이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요. 저는 지금 더 잘될 수도 없고 예전에 당천은 이미 죽었어요. 다시 살고 싶어도 진흙탕에서 발버둥치는 이 느낌이 너무 괴롭네요.” 온연은 생각에 잠겼다. “열등감이요? 당천씨는 디자인계에서 터줏대감 같은 사람이 신입한테 열등감을 느낀다고요? 그럼 당천씨는 좋아하는 사람한테만 가정배경 신경 안 쓰고 자신도 모르게 열등감이 느끼는 거 알아요? 예전에 당천은 죽었고, 제시카와 엮인 당천은 죽었어요. 다른 여자한테 의지해서 높은 곳에 올라가던 당천도 죽었어요. 지금의 당신이 진짜 당신이에요, 서양양씨가 좋아하는 지금의 당신이에요. 당천씨가 용기내서 자신이 원하는 걸 쫓아가고 용감하게 한 발 내딛으면 반전이 있을지도 모
저녁, 서양양은 온연에게 연락했고 수다를 떨다가 서양양은 오늘 당천에게 연락이 안 왔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투에서 실망한 게 느껴졌다. 온연은 한참을 침묵하다가 서양양에게 오늘 당천을 만났다고 말할지 말지 고민했다. 망설이는 이유는 당천이 한 말들이 서양양에게 생각 없이 핑계를 댄 건지 진심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말하지 않고 태연하게 화제를 돌렸다. “집에 들어갔어요? 어머님이랑 사이는 좀 괜찮아 진 거예요?” 서양양은 한숨을 쉬었다. “안 갔어요. 아빠한테 전화해서 고모 집에 이틀 정도만 있기로 했어요. 엄마 얼굴만 떠올리면 온 몸이 불편해요. 엄마가 얼마나 싫은지 말로 설명할 수도 없고, 엄마만 보면 질식할 거 같아요. 이런 느낌이 몇 년 동안 저를 따라다녔고, 이제 벗어나고 싶어졌으니 뒤도 안 돌아보려고요. 뒤를 돌아보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까 봐 무서워요. 저 괜찮아요, 언니. 괜히 걱정만 끼쳐드렸네요. 그럼 방해 안 할게요, 내일 봬요.” 전화를 끊고 온연은 한숨을 쉬었다. 매번 서양양이 억눌려 있는 걸 보면 그녀도 덩달아 우울해졌다. 비록 서양양은 가정사를 많이 드러내진 않았지만 그녀는 서양양의 엄마가 전형적인 아이를 내세워서 자랑하고, 아이를 제어하고 싶은 욕구가 가득한 엄마인 걸 알 수 있었다. ‘착한 아이’가 되는 건 참 쉽지 않았다. 갑자기 목정침이 그녀의 곁으로 걸어왔다. “그… 나 잠깐 나가봐야 할 거 같아. 소경이가 나오라고 해서. 아마 요즘 별로 안 만나서 좀 힘든 가봐.” 온연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나가려면 나가지, 왜 나한테 보고해요? 오늘 저녁에 집에 오는지 안 오는지만 말해주면 돼요.” 그는 어색하게 넥타이를 만졌다. “당연히 들어와야지. 소경이도 집에 들어가야 하잖아. 그럼 다녀올게, 콩알이 데리고 먼저 자고 있어.” 그가 나가자 온연은 그제서야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평소에 그는 외출할 때 질질 끌지 않을뿐더러 물어보는 말투도 안 썼고, 매번 그가 어디에 가야한다고 말한
목정침은 자리에 앉아 자신에게 술을 따랐다. “말해 봐, 진몽요가 널 어떻게 한 거야? 너 혼자 이런 곳에 와도 내버려 두는 거야?” 경소경은 등을 소파에 기댄 뒤 한숨을 쉬었다. “난 아직도 비혼족이 좋은 거 같아. 내 생각이바보 같다고 하지 마. 난 진짜 집에 애 한 명 더 생긴 게 힘들어. 매일 낮 밤 구분 없이 울고 너무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어. 진짜 신경이 쇠약해지고 있는 거 같아. 몽요씨는 그래도 아이한테는 인내심이 있지만, 아이한테 받은 부정적인 영향을 다 나한테 풀고 온갖 짜증을 다 나한테 내. 난 아무런 죄가 없다고. 넌 아빠 처음 됐을 때 이렇게 짜증난 적 없었어?” 목정침은 생각하다가 말했다. “괜찮았던 거 같은데. 우리 아들은 그렇게 시끄러운 편도 아니고 클수록 더 철들고 있어. 좀만 참아, 몇 개월 지나고 좀 크면 괜찮아 질 거야. 하긴 그럴만도 하지, 넌 너무 네 멋대로 하는 삶에 적응됐어. 진몽요를 좋아해서 결혼했고, 두 사람의 세계는 받아드릴 수 있지만, 갑자기 애가 생기니까 적응이 안되는 것도 정상이야. 정 못 하겠으면 어머님한테 맡겨, 좋아하지 않으셨어?” 경소경은 약간 슬퍼보였다. “내가 그 생각 안 한 줄 알아? 예전엔 몽요씨랑 둘이서만 살았는데, 지금은 아이도 생기고 우리 엄마도 들어와서 넷이서 같이 살고 있어. 난 이런 적이 처음이라 완전 적응도 안되고 맨날 집에 들어가면 느낌이 이상해. 엄마한테 애 데려가라고 말하고 싶어서 입을 열면 바로 욕 먹어. 진몽요씨가 싫어하거든. 꼭 자기 옆에 둬야겠데. 나 진짜 폭발할 거 같아, 오늘도 야근한다고 거짓말 치고 잠깐 바람쐬러 나온 거야.” 경소경이 술을 한 잔씩 계속 마시자 목정침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너 온 몸에 술 냄새 풍기면서 가면 안 혼 나는 거 확실해? 야근한다고 거짓말했다며, 그건 접대가 아니니까 언젠간 들통날 텐데 지금 좋으면 됐다 이거야? 너 당나귀 발에 머리 한 대 맞은 거 아니지?” 경소경은 그를 애타게 바라봤다. “그러면 네가 오
서예령은 목정침을 보다가 그가 말이 없는 걸 보고 옆에 앉았다. “퇴근하고 어차피 할 것도 별로 없는 거 같아서 아르바이트 하는 중이에요. 이런 데는 임금도 많이 주고 일급으로 줘서 괜찮은 거 같아요…” 목정침이 물었다. “돈 많이 부족해요?” 그는 그저 서예령이 한 때 후원했던 사람으로써 집안사정이 안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업무 시간외에도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니 분명 돈이 부족할 거라고 생각했다. 서예령은 고개를 숙였다. “괜찮아요, 그 정도로 돈이 부족하진 않아요. 이제 사회에 나왔으니 학교 다닐 때랑은 다르게 돈 쓸 곳이 많아졌어요. 조금 부지런하기만 하면 넉넉하게 살 수 있고 주변 사람들 사이에 못 낄 정도는 아니에요.” 경소경은 이미 술을 많이 마셔서 말이 많아졌다. “좋네요, 무슨 일을 하든 다 자신이 정당한 루트로 벌어 온 거면 창피할 것도 없죠. 설마 자기 상사 만났다고 부끄럽거나 그런 건 아니죠? 걱정 마세요, 업무 시간 끝났으면 어차피 어떻게 못 해요.” 목정침은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고 그의 컵이 반 정도 비어있자 서예령은 얼른 술을 따랐다. “목 대표님, 제가 회사에 먹칠하는 거 아니죠? 저도 여기서 동료들을 만날까 봐 무서워요, 그래서…” 그녀는 사람들이 쉽게 알아보지 못 하게 유니폼을 입고 마스를 꼈다고 말하려 했다. 목정침은 그녀를 흘낏 보았다. “상관없어요, 퇴근 후에 뭘 하든 제 관할이 아니니까요.” 그의 처음부터 끝까지 차가운 태도는 서예령을 가시 방석에 앉게 만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뭘 잘못했길래 그에게 반감을 일으켰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늘 조심스러웠고, 그에게 다가가서 호감을 얻으려 했지만 매번 역효과가 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시간이 이정도면 된 것 같아 경소경이 일어났다. “나 먼저 갈게. 대리 불렀어. 정침이 너는 얼마 안 마셨으니까 그냥 운전해서 가.” 목정침은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도착하면 문자 해. 만약에 진몽요한테 쫓겨나면 나는 너 안 받아 줄 거니까 알아서 호텔
목정침은 일어나서 옷깃을 정리한 뒤 무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 좀 적당히 하고 똑바로 할 일만 잘하세요. 내가 멀리하든 말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저희의 관계는 딱 하나예요. 내가 당신 사장이라는 거. 난 많은 사람들을 후원하면서 보답을 바란 적이 없었어요.” 말을 다 하고, 그는 바로 술집에서 나왔다. 차에 탄 뒤, 그는 팔을 들어 옷 소매의 냄새를 맡았고, 술 냄새가 많이 안 나는 걸 확인한 뒤 안도했다. 그는 온연이 술 마시는 자신을 싫어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얼굴을 찡그리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그는 두려웠다. 그는 정말 그 여자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예상대로 경소경이 술 냄새를 풍기며 귀가하자 진몽요는 화를 냈다. “야근한다 면서요? 술 마시러 간 거였어요?” 진몽요는 화가 나서 가슴이 위아래로 요동쳤고, 경소경은 머리에 쥐가 났다. “엄마가 당신 수유 기간에 화내면 안 된다고 했어요, 모유 안 나온다고요…” 진몽요는 화가 나서 웃었다. “허허, 어머님이 당신한테도 싸돌아 다니지 말라고 했는데, 왜 그 말은 안 들어요? 누구랑 술 마셨어요? 목정침씨랑 술 마실 거였으면 나한테 거짓말하지도 않았겠죠, 그래서… 다른 사람이랑 마셨어요? 여자예요? 어쩐지 날 안 건들이더라니, 이제 내가 질린 거죠?” 경소경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얼굴을 쓸어내린 뒤 최대한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 “진짜 정침이랑 마신 거예요, 맹세해요. 못 믿겠으면 전화해서 물어봐요. 술집이 걔네 집이랑 멀어서 지금 운전중일 수도 있겠네요. 그냥 요즘 너무 답답해서 스트레스 풀려고 그랬어요. 지금은 너무 늦었으니까 우선 자고 내일 얘기해요.” 진몽요는 그가 말한 단어들을 예민하게 받아드렸다. ‘답답’, ‘스트레스’, 제일 중요한 건 그가 그녀를 속이고 술을 마시러 갔다는 건, 그녀 때문에 답답해서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다는 건가? 둘이 만난 뒤로 경소경은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불안함은 극에 달했고, 설마 그녀가
경소경은 그녀의 손목을 잡았고 눈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나 정침이랑 술만 마셨고 진짜 아무것도 안 했어요. 아니다, 그냥 솔직하게 말할게요. 지금 이런 생활은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에요. 내 인생에 당신을 들이기로 했지만 엄마랑 아이는 같이 살 계획에 없었어요. 난 집에 사람이 두 명이나 늘어난 걸 못 견디겠어요. 매일 소란스럽고, 나한테 그런 건 시끌벅적한 느낌이라기 보다는 불편하고 괴로운 거예요. 매일 새벽 아이가 우는 소리만 들으면 잠에서 깨고, 다시 잠에 들 수 없어서 신경이 쇠약해지는 느낌이에요.” 진몽요는 벙쪄서 그를 보았다. “당신이 만약 나를 사랑한다면 나의 모든 걸 사랑해줘야죠. 그건 우리의 아이예요, 내가 다른 사람이랑 낳은 자식도 아니고, 당신도 새아빠가 아니라고요! 그리고, 어머님은 당신 친엄마예요, 그런데 왜 불편해요? 아이 낳는 거 당신이 반대한 것도 아니고 지금 이런 말을 하는 의도가 뭐에요?” 술 기운에 용기를 낸 경소경은 숨을 들이 마시고 마음 속에 있던 답답함을 다 꺼냈다. “맞아요, 내가 동의했어요. 근데 난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었어서 집이 이렇게 시끄러울 줄 몰랐어요. 이건 내가 예전에 생각을 못 했던 거니까 내 문제라고 쳐요. 내가 당신이랑 상의해서 우선 엄마한테 아이 맡겼다가 나중에 좀 크면 우리가 키우자고 했지만 당신은 반대했어요. 심지어 나랑 진지하게 이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지도 않았죠. 난 오랫동안 혼자 살았어서 집에 사람이 많은 게 싫어요, 당신이 알기나 해요? 날 위해서 생각해 줄 수는 없어요?” 진몽요는 말문이 막혔다. 맞다, 그녀는 예전부터 경소경이 집에 낯선 사람이 있는 걸 싫어하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아이와 친 엄마도 ‘낯선 사람’에 속할 줄은 몰랐고, 이 문제가 이렇게 커질 줄은 더더욱 몰랐다. 그녀가 엄마가 된 기쁨에 빠져 있을 때 경소경은 신경이 쇠약해지며 잠도 제대로 못 잤고, 그녀는 미처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 했다. 마음의 화가 수그러들고, 그녀는 약간 죄책감이
둘째 날. 경소경이 회사에 갔을 때 진몽요는 하람에게 의견을 말했다. “어머니, 아이는 어머니께서 데려가 주시는 게 좋겠어요. 맨날 집에 있으니까 지루해서 저도 이제 회사 다시 나가고 싶어서요. 퇴근하고 나면 댁에 가서 밥 먹고 아이도 보고 저녁에 다시 돌아올게요. 주말에 아이 데리고 놀러 가기도 하고요.” 하람은 그녀를 2초간 쳐다봤다. “네가 다 짊어지려고 하지 마. 일하고 싶어서 애 맡기는 거 아니잖아, 소경이 때문이지? 내가 걔를 모르겠니? 걔는 너랑 같이 평생 살 준비는 했으면서 아빠가 될 준비는 안 했나 봐. 혼자서 사는 게 익숙했는데 갑자기 우는 아이가 생겼으니 못 견디는 거겠지. 그래서 내가 처음부터 아이 보겠다고 한 거였어. 괜찮아, 오늘 소경이 아빠한테 나랑 아이 데리러 오라고 할 테니까, 너희끼리 잘 살면 돼. 애는 내가 잘 챙길게.” 진몽요는 웃었다. “어머님은 역시 그 사람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으시네요. 저는 여태 몰랐다가 그 사람이 어제 말해줘서 알았어요. 저는 이제야 그 사람이 그동안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알았어요. 그 사람은 너무 잘 참는 거 같아요, 산후 조리 기간에도 절 챙겨주고 아이를 챙기면서도 싫은 티를 안 냈잖아요. 그럼 아이는 어머님한테 맡길게요, 어머님한테 맡겨야 저도 마음이 놓여요. 아이가 좀 크면 덜 번거우실 수 있게 저희가 키울게요.” 하람은 웃으며 그녀를 노려봤다. “무슨 말이야? 번거롭다니? 얘는 내 손주야, 내가 아껴줄 시간도 부족해. 어차피 나 평소에 할 일도 없으니까 애 보면 딱이지 뭐, 집에 아주머니도 있으니까. 맞다, 콩콩이는 내가 정원에 뒀어. 콩콩이가 살 개집도 만들었고. 개털 세균이 아이한테 안 좋을 까 봐, 나중에 애가 좀 크면 걱정 안 해도 되겠지.” 하람이 콩콩이 얘기를 안 했더라면 진몽요는 경가네 공관에 강아지가 있다는 사실을 잊을 뻔했다. 그건 하람이 제일 아끼는 애완 동물인데, 아이를 위해서 하람을 콩콩이를 정원에 살게 만들어서 그녀는 마음이 불편했다. “어머
진몽요는 고개를 끄덕인 뒤 하람을 놔주었다. 사실 아이를 하람이 데려가서 너무 아쉬웠기에 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여자는 아이가 생기면 거의 다 아이 중심이었지만, 경소경이 힘들어하는 걸 보면 그녀는 신경을 안 쓸 수 없었다. 2시간 뒤, 경성욱이 운전해서 왔다. 진몽요는 가만히 아이가 떠나가는 걸 지켜보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속담 중에 두 마리는 토끼는 못 잡는다는 말이 아마 지금 이 상황과 비슷한 것 같았다. 집이 갑자기 텅 비니 그녀는 못 있겠어서 온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온연이 밖에서 그림 그리는 걸 알고 그녀는 바로 차를 끌고 나갔다. 그녀는 지금 괴로워서 토하기 직전이라 더 이상 여기에 있다간 숨 막혀 죽을 거 같았다. 온연이 있는 호수 공원에 도착한 뒤, 두 사람이 만나자 진몽요는 또 눈물을 흘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 “연아, 어머님한테 아들 맡겼어.” 온연은 이어폰을 빼고 말했다. “무슨 일이야? 이렇게 갑자기? 난 너가 직접 키울 줄 알았는데.” 진몽요는 억울한 듯 말했다. “경소경씨는 애가 울면서 시끄럽게 하는 걸 못 견디겠데. 그 사람이 예전부터 혼자 사는 게 익숙했었는데, 나랑 같이 사는 것까진 괜찮지만 집에 사람이 더 늘어나면 힘든가 봐. 이건 어렸을 때부터 생긴 인격적 결함이라고 볼 수 있겠지? 난 이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고 느꼈고, 이래야 모두가 행복할 거 같아.” 온연은 멀리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괜찮아, 멀리 떨어진 것도 아니라 너희가 매일 아이를 보러 갈 수 있잖아. 처음에는 아쉬운 게 당연해, 나중에 적응되면 괜찮아질 거야. 경소경씨 같은 상황이라면, 네가 맞춰주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야. 맞다, 어제 목정침씨가 경소경씨 만나서 술 마셨던데 경소경씨 어제 저녁에 집에 없었지?” 진몽요는 코를 훌쩍였다. “응, 둘이 같이 마신 거 같아. 난 또 경소경씨가 나 속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진짜네. 맞다, 제왕절개 하면 2달 정도 지나야 그거 할 수 있지?” 온연은 투덜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