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791 - 챕터 800

1699 챕터

792화

“……”여름의 태양혈에서 힘줄이 꿈틀거렸다.‘헐… 이거 뭐 완전히 밥해주는 이모님 취급이잖아. 난 어쩌다가 이딴 인간을 사랑했던 걸까?됐다. 내 계획을 위해서 조금만 더 참자고.’여름은 눈을 질끈 감고 앞치마를 두르고는 주방으로 걸어 들어갔다.하준은 거실에서 TV를 보며 가끔 한번씩 돌아보았다.주방에서 분주한 여름을 보니 마음이 흐뭇했다.혼자 와서 사는 동안에는 뭔가 빠진 듯 텅 빈 느낌이었는데 그게 뭔가 싶었더니 그건 바로 여름이었다.그런 텅 빈 느낌은 예전에 해변 별장에도 있었다. 거기는 지안도 있고 밥해주는 이모님도 있었지만 이렇게 꽉 찬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다.여름은 한참을 분주히 움직인 결과 갈비와 보쌈을 완성했다. 두 손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배도 고팠다.하준이 주방에 들어가 보니 갈비, 보쌈, 갈비탕, 매우 갈비찜에 탕수육까지 담겨 있었다.하준이 얼굴을 찌푸렸다.“갈비랑 보쌈 해달라니까?”여름이 하준을 흘겨보았다.“저기요, 음식을 골고루 드시라고요. 채소랑 같이 섭취할 수 있는 거 몇 가지 곁들였어. 혈압 조심해야지 말이야.”하준은 심장이 욱신거렸다.화가 나서 반짝이는 여름의 눈을 보니 마음이 녹아내렸다. 하준의 섹시한 입술이 기쁜 듯 씩 올라갔다.“나 신경 써주는 거야?”“……”‘관심 같은 소리 하네.’여름은 한숨을 쉬었다.“그런 건 그냥 상식이거든요. 제발 공부 좀 하고 살아.”“한 번에 다 먹을 거 아닌데.”하준이 유유히 입을 열었다.“냉동실에 얼려놨다가 하루에 하나씩만 꺼내 먹을 거야.”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한 가지만 매일 먹으면 안 된다고.”“알았어. 골고루 먹을게.”하준의 반짝이는 눈빛이 여름을 향했다. 얌전한 시바견 같았다.“……”여름은 그 시선을 피해 밥을 담고 먹을 준비를 했다. 여름도 저녁을 못 먹은 채로 끌려갔던 터라 배가 고팠다.그러나 고기 위주 식탁이라 아무래도 느끼했다.그러나 하준은 너무 좋아라 하며 먹었다. 아무래도 갈비와 보쌈이 제일 좋았지만 갈비탕이며 탕수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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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3화

하준의 눈이 어두워졌다. 막 문을 열고 나가려는 여름을 보고 서둘러 따라가 팔을 잡았다.“설거지하기 싫으면 안 하면 그만이지 왜 말을 그렇게…”“그만 해! 오늘 그 집에서 구해준 건 몇 시간 동안 내가 밥 한 거로 다 갚은 거야. 게다가 솔직히 어제는 내가 당신 목숨을 구해준 건 내가 그냥 좋은 일 한 셈 치고 넘어갔잖아.”여름이 냉랭하게 웃었다.“다시는 나 찾아오지도 마. 다시는 당신한테 밥해주고 청소하고 빨래해주며 살고 싶지 않아. 앞으로는 여기로 전화하도록 해.”여름은 핸드폰에서 번호를 하나 찾아서 하준에게 보여주었다.목록에 저장된 이름을 보니 ‘XX 가사도우미’였다.하준의 얼굴이 시커멓게 되었다.여름은 한 마디 덧붙였다.“잘 찾아보면 나이 든 분 말고 젊은 분들 일하는 데도 있어. 하나하나 찾다 보면 잘 맞는 분 찾을 수 있을 거야.”그러더니 여름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다.쳐다보기도 짜증 난다는 듯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다시금 울화가 치민 하준이 잠시 후 따라 나가 보았더니 여름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집으로 돌아와 테이블에 놓인 밥그릇과 수저를 보니 마음이 답답했다.‘그냥 밥그릇 몇 개 씻는 거잖아? 저렇게까지 흥분할 일이냐고? 씻기 싫으면 말면 그만이지. 얘기를 하면 되잖아. 내가 막 억지로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하준은 휴대 전화를 꺼내 들고 이주혁에게 전화를 걸려다가 갑자기 그만두었다.이주혁은 백지안의 친구이니 이런 때 자신이 여름을 좋아한다는 것이 알려지면 한 소리 듣게 될 것이 분명했다.하준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온라인에서 물어보기로 했다.-좋아하는 여자를 집에 초대해서 밥을 해달라고 하고 다 먹고 나서 설거지를 하라고 했더니 도망갔습니다. 제가 잘못한 건가요, 아니면 여자가 너무 쩨쩨한 건가요?질문을 올리고 30분도 되지 않아서 댓글 창은 폭발직전이 되었다.-아이고, 이런 걸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니…. 여자분 빨리 도망쳐요.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나? 어쩌다가 이런 남자에게 걸렸대?-여자한테 쩨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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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4화

여름이 성운빌로 돌아가자 샤워를 마친 임윤서가 후다닥 뛰어왔다.“어디 보자, 어디 보자. 옷매무새는 안 흩어졌나? 키스 마크는? 옷에 주름은 좀 졌고, 머리는 왜 이렇게 헝클어졌냐? 피곤한 기색을 보니… 너희들 설마….”임윤서의 입가에 음흉한 웃음이 떠올랐다.여름은 얼음처럼 싸늘한 시선을 돌려주었다.“그 지저분한 생각 당장 넣어둬. 그 인간 집에 가서 몇 시간 동안 고기 삶고 찌고 끓이다가 왔다. 내가 고기를 얼마나 썰었는지 그냥 손이 다 떨려.”“……”벌겋게 부은 여름의 손을 보고 임윤서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여름은 울고 싶었다.“그 인간이 글쎄, 온갖 고기랑 갈비를 30kg이나 주문한 거 있지? 내가 그걸 일일이 다 잘라서 소분해가지고 냉동실에 얼려주고, 갈비에, 보쌈에 갈비탕에 매운 갈비에 탕수육에…그걸 다하고 좀 먹고 앉아서 쉬고 있는데 날더러 설거지를 하라는 거야!”여름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아이고, 이제 생각해 보니 나 그 집에 들어가서부터 지금까지 물 한 컵도 못 마셨다.”임윤서가 가련하다는 듯 여름의 어깨를 두드렸다.“에휴, 그런 인간하고 사랑에 빠졌었다니 너 대체 얼마나 미쳤었던 거야?”“너도 이제 알았구나?”여름이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내가 그 집구석에서 나오자 마자 차단했어. 아오 짜증 나.”“잘했어. 피곤하겠다. 얼른 들어가 좀 자라.”임윤서가 위로했다.“이번 일만 지나가고 나면 이제 너는 완전히 마음의 평정을 찾아서 다시는 그 인간 때문에 흔들리는 일 없을 거다.”여름이 피식 웃었다.“분노에 부들부들 떨리기는 할걸?”----FTT 사무실.다음날 8시.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하준은 상혁과 비서실 직원들이 복도에서 떠드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김 실장님, 어제 커뮤에 진짜 웃기는 질문 올라왔잖아요. 어떤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를 불러서 밥을 해달라고 했는데 설거지를 하라니까 도망갔어요. 내가 잘못한 건가요, 여자가 쩨쩨한 건가요?’라고 질문을 올린 거 있죠? 진짜 세상에는 별별 인간 다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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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5화

하준은 흥 하고 콧방귀를 꼈다. “헛소리 그만해.”상혁의 고개는 거의 가슴팍까지 떨어질 판이었다. 그냥 쥐구멍을 파서 사라지고 싶었다.‘나 혼자서만 떠든 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 이러시는 거야, 진짜…’“그러면 내 질문에 제대로 답해 봐.”하준이 책상을 톡톡 치며 무거운 말투로 물었다.“강여름은… 왜 화를 내고 갔을까? 정말 내가 뭘 잘못한 거야? 이제부터 난 어떡해야 돼?”“……”상혁은 눈이 번쩍 띄었다.‘아하, 강 대표 이야기였구나. 아이고 불쌍한 우리 강 대표님. 왜 도망갔냐니? 내가 여자라도 도망친다고요.’“저기, 제 말씀이 너무 다이렉트하더라도 조금 이해하십시오. 지금… 회장님이 따라다니는 입장이신 거죠?”상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하준이 흥 하더니 상혁을 훑어보았다.“내가 따라다닐 필요가 있나? 강여름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자네가 누구보다 잘 알잖아? 진작부터 날 좋아했다고. 내가 너무 상처를 주니까 마음이 불편했던 것뿐이지.”상혁은 ‘헐…’하는 기분이 되었다. 하준의 뻔뻔함에 기가 막혔지만 그렇다고 있는 대로 말할 수도 없었다.“두 분이 서로 사랑하시든 어쩌시든,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해 주셔야죠. 집으로 사람을 초대해서 밥을 시키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게다가 손님이 밥을 했는데 설거지까지 하라니요? 여자 친구를 사귀는 거지 집에 일할 이모님 구하는 게 아니잖습니까? 그러니 음식도 회장님이 하시고 설거지도 회장님이 하셨어야죠. 강 대표님의 마음을 얻고 싶으셨다면 그렇게 하셨어야 합니다. 회장님하고 있을 때 자기가 헬퍼 같은 기분이 든다면 누구라도 불편한 마음이 들 겁니다.”“지안이는 안 그랬는데.”하준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상혁은 어이가 없었다.‘당연히 안 그랬겠죠. 그러면 백지안 씨에게 해달라고 하시지 그랬어요?’그러나 상혁은 속마음은 숨겼다.“백지안 님이 설거지를 하셨던가요? 요리도 설거지도 이모님이 다 하시지 않았던가요?”“……”하준은 흠칫했다.‘확실히 그러네. 지안이가 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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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6화

“고마워. 하지만 당신이 한 밥은 사양하겠어. 먹다가 죽으면 어떡해?”하준의 음식 솜씨는 여름이 잘 알았다. 절대적으로 존중해주기 힘든 취향이었다.“그러면 영화 보러 가자.”“딱히 영화 보고 싶은 생각이 없어.”여름은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계획대로 진행하려면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어젯밤 일을 생각하니 울화가 치밀어 참을 수가 없었다.----하준의 사무실.하준은 끊어진 전화를 바라보았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컴퓨터를 켰지만 한 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대로 오후 3시가 되었다. 하준은 차를 몰고 유치원으로 갔다.입구의 경비 아저씨가 하준을 알아보고 그대로 안으로 안내했다.아이들은 이제 막 낮잠에서 깨서 과일 주스를 마시는 중이었다. 여울은 웬 남자아이와 함께 앉아 있었다. 남자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책을 읽고 여울은 몰래 남자아이의 주스를 가져다 마시고 있었다.남자아이가 고개를 들더니 경고하듯 여울을 한 번 흘겨보았다.여울은 한껏 짖궂게 메롱을 해 보였다. 이때 입구에서 하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여울은 놀란 나머지 혀를 깨물뻔했다.하늘은 여울의 시선을 따라가 봤다가 심장이 철렁했다.‘큰일 났네. 아빠가 내 얼굴을 봐 버렸어. 너무 엄마를 닮아서 아빠한테 얼굴 보여주면 안 된다고 했는데.’이때 하늘은 완전히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밖에 서있던 하준은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방금 여울의 옆에 앉아 있던 남자아이를 가만히 보다 보니 얼굴이 어쩐지 낯이 익었다. 그러나 조금 자세히 보았더니 이목구비가 완전히 강여름과 똑같았다. 그냥 강여름의 미니어처라고 해도 믿을 판이었다. 남자아이의 눈썹이 살짝 더 날카로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여울과 그 남자아이가 같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자 온갖 경악스러운 생각이 다 마음속을 헤집고 지나갔다.‘예전의 그 쌍둥이가 아직 살아있었다면 내 아이들도 딱 저 정도 컸겠지?그런데 이건 우연치고는 너무 절묘해.’“큰아빠 왜 왔어요?”이때 여울이 달려 나왔다.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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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7화

하준은 곧 원장실로 가서 하늘의 자료를 보여달라고 했다.이름은 서하늘, 아버지는 서욱, 어머니는 황선희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하늘은 여울보다 6개월이 늦게 태어난 걸로 되어 있었다.“정말 생일이 이때가 확실합니까?”하준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왜 하늘이가 여울이랑 자꾸 동갑인 것 같지?’“아, 하늘이가 좀 크죠? 아마 부모님 유전자가 그런 것 같더라고요. 유치원에서 흔히 보는 케이스랍니다.”원장이 웃었다.“애가 너무 어려서 안 받으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벨레스 분인데다가 아이도 똘똘하고 직접 와서 사정을 하시길래 받았어요.”“벨레스라고요?하준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원장실에서 나온 뒤에 하준은 즉시 지룡 사무실에 연락해 관련 자료를 찾아오라고 지시했다. 사무실에서는 곧 연락이 왔다.“회장님, 벨레스 쪽에 확실히 서욱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서경주의 6촌 동생인데 결혼을 했는데 내내 아이가 안 생기더니 얼마 전 서욱의 전 애인이 낳았다고 아이를 맡겨왔다고 합니다.자기 혈육이라는 말을 듣고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친자로 확인이 되어서 지금은 서욱이 전 애인과 아이를 끼고돌아서 본처와는 자주 싸운다고 합니다.”“서욱의 사진을 좀 보내 봐봐.”곧 서욱의 사진이 휴대 전화로 전송되었다. 서욱과 서경주가 매우 닮았다는 것이 보였다.여름은 또 서경주를 매우 닮았으니 서하늘과 강여름이 닮은 것도 별로 이상할 것이 없었다.하준은 마른 세수를 했다. 하늘에서 바닥으로 쿵 떨어진 기분이었다.‘내가 미쳤지. 여울이와 서하늘이 나와 강여름의 아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했다니.여름의 죽음도 꾸며낼 수 있었다면 최양하가 얼마든지 의료진을 매수해서 유산도 꾸며낼 수 있지 않았을까?아. 하긴. 그날 여름이가 병원에 가면서 엄청나게 통증에 시달리고 출혈도 매우 심했었지.아무리 해도 쌍둥이가 목숨을 부지했을 가능성은 없어.내가 미쳤었나 봐.’“큰아빠, 뭐 해요?”여울이 유치원 가방을 메고 눈앞에 나타났다. 통통한얼굴에 햇살이 비쳐 인형처럼 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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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8화

운전석의 하준은 복잡한 심경으로 그 대화를 듣고 있었다.‘최양하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렇게 후다닥 내려온다고?내가 조만간 저놈의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고쳐놓고야 말겠어. 시동생하고는 그래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지 말이야.’곧 여름이 두 사람의 시야에 들어왔다.여울은 창문을 내리고 신나게 손을 흔들었다.여름은 바로 이쪽으로 다가왔다. 하준은 곧 차에서 내려서 뒷문을 열어주었다.“여울이 데리고 영화 보러 가게.”“아니….”여름이 입술을 달싹거렸다.하준이 휴대 전화를 열어 예약 화면을 보여주었다.“표도 다 사놨어. 환불 안 돼.”여름은 ‘헐…’하는 얼굴로 하준을 쳐다보았다.“지금 나랑 곰돌이 만화 보러 가자고?”“이모, 내가 곰돌이 만화 보고 싶다고 했어요.”여울이 슈렉의 장화 신은 고양이 눈을 해 보였다.“여울이 영화관 한 번도 못 가봤거든요.”여름은 울고 싶었다. 두어 시간을 영화관에 앉아서 아가들 보는 만화를 보고 있을 생각을 하니 괴로웠다.“요요, 사기꾼 같으니라고!”여름이 여울의 귀를 잡아당겼다.여울이 불쌍한 얼굴을 했다.“미안해요. 아빠랑 왔다고 안 그랬으면 이모가 안 올까 봐 그랬어요.”“거짓말인지는 아까부터 다 알고 있었거든.”여름이 시큰둥하게 답했다.하준의 눈이 반짝 빛났다.“그러면… 양하가 아니라서 내려온 거야?”여름의 까만 눈동자가 하준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화를 내는 듯한 눈이었지만 뭔가 연인들 사이에 투정이 섞인 느낌에 도리어 친밀하게 느껴졌다.하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화가 나서 퉁퉁부은 볼을 보고 있자니 너무 사랑스러워서 뽀뽀를 해주고 싶었다. ----여울이가 함께 있었기 때문에 하준은 할 수 없이 둘을 데리고 패밀리레스토랑을 들어갔다.셋은 갈비피자를 먹었다.하준은 별 감흥이 없어서 조금 먹다가 말았다.‘여름이가 해준 것처럼 맛있지 않아.’여울이 눈을 깜빡였다.“큰아빠 그것만 먹으면 금방 또 배고파질걸요?”괜찮아. 집에 어제 먹다 남은 음식이 잔뜩 있거든. 이따 집에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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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9화

“이모는 그게 무슨 설탕인지 알아요? 다음에는 나도 먹어볼래.”여울이 순진한 눈으로 여름을 바라보았다.“나도 모르겠네. 난 여울이 큰아빠처럼 아는 게 많지 않고 이랬다 저랬다 감정이 울렁울렁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말이지.”여름은 한 마디 비꼬고는 식사에 집중했다.하준은 답답한지 물을 원샷했다.‘내가 뭘 그렇게 울렁울렁 변덕스럽다고?평생 나는 딱 여름이랑 지안이 사이에서만 고민해 봤다고. 심지어 진짜 여자를 느껴본 건 강여름이 유일한데 말이야.’----식사를 끝내고 세 사람은 영화관으로 출발했다.여울은 하준의 목에 올라타고 여름은 여울의 겉옷을 들고 함께 걸었다.다른 사람 눈에는 단란한 한 가족으로 보였다.영화관에 들어가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만화를 보러온 어린애들이 많았다. 대부분 엄마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이었다. 다들 부러운 듯 여울을 쳐다봤다.“엄마, 쟤는 엄마랑 아빠가 다 왔다. 좋겠다.”“네 아빠는 돈을 벌어야 해서 회사 갔잖아. 어쩔 수가 없지.”“나도 엄마 아빠 손잡고 만화 보고 싶다.”“……”여울은 아이들의 말을 듣고 득의양양해서 고개가 더욱 빳빳해졌다.여름은 빙그레 웃으며 여울을 바라보았지만 속은 쓰렸다. 외국에 있을 때 여울도 여름에게 다른 친구들처럼 엄마 아빠가 같이 있으면 좋겠다고 자주 말했었다. 여울과 하준이 왔는 줄 뻔히 알면서도 억지로 내려온 진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불현듯 하늘이가 떠올랐다. 요즘 최하준이 툭하면 찾아오는 바람에 여름은 며칠 연속 하늘을 만나지 못했다. 하늘이는 그 나이에 너무 애가 철이 들어서 마음이 아팠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누군가에게 와락 손을 잡혀서 보니 하준이 자신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뭐 먹고 싶냐니까? 내가 가서 사올게.”“난… 나는 팝콘!”여울이 먼저 외쳤다.“내가 자기들처럼 먹보인 줄 아나 봐?”여름이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나 하준의 귀에는 들리고 말았다.하준이 정색했다.“내가 뭐 그렇게 먹보라고 그래?. 난 당신이 한 음식만 좋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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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여울은 고개를 끄덕였다.여름은 아무 말이 없었다. 갑자기 하준의 한쪽 팔이 자기 의자 등받이 위에 올려진 것을 느꼈다.여름은 하준을 흘겨보았다. 하준은 사뭇 뻔뻔했다.“팔이 아파서 좀 펴고 있게.”“……”신경 쓰기도 싫어서 여름은 스크린만 바라보았다.그러나 역시나 아기들 보는 만화를 보고 있자니 재미가 없었다. 여울만이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집중하고 있었다.여름은 휴대 전화를 열어 게임을 했다.하준은 여름이 게임에 집중하는 것을 보더니 큰 손을 여름의 어깨에 슬쩍 얹었다. 얇은 실크 원피스를 입고 있어서 손에 잡히는 여름의 어깨는 부드럽고 가녀린 느낌이었다.“최하준….”여름이 고개를 들어 하준을 노려보았다.하준은 얼른 손을 빼서 둘 사이에 놓여 있던 밀크티를 들더니 마셨다.“그거 내 건데.”여름이 짜증스럽게 한숨을 내쉬었다.“좀 마시면 어때?”하준이 여름의 귀에 바짝 대고 속삭였다. 하준의 저음이 귓가에서 울리자 간질간질했다.“당신 립스틱도 많이 먹었는데.”여름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하준을 발로 차버렸다.‘이 변태가 진짜! 못 하는 말이 없어!’상영관 안이 캄캄했기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온통 새빨개진 여름의 얼굴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하준이 건드린 것은 먹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러나 좀 지나니 목이 말라서 결국 어쩔 수 없이 하준과 같이 밀크티를 나누어 마시고 말았다.그러다가 하준이 화장실을 가겠다고 일어섰다. 여름은 여울에게 화장실에 가고 싶지 않은지 물었다. 여울은 고개를 흔들며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여름이 여울을 받아 안는 순간 뜨끈한 오줌이 흘러나와 옷을 다 적시는 것이 느껴졌다.여름은 완전히 당황했다.“미안…”잘못을 저지른 여울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곧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쉬가 마려운데 왜 물어볼 때 안 간다고 했어?”“만화를 못 보잖아. 참을 수 있을 줄 알았어요.”여울이 울먹거렸다.“……”여름은 한숨을 쉬었다.“됐어. 이제 그만 봐. 옷 사서 갈아입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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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1화

여름은 이마를 짚었다.“우리 집에 놓을 데도 없거든….”“그럼 스타벨리에 놓자. 다음에 와서 잘 때 입어.”하준은 당연하다는 듯 받았다. 마치 이미 두 사람 관계는 결정되었다는 듯한 말투였다.그 두꺼운 얼굴을 보고 있자니 할 말이 없었다.“저기요, 제가 왜 거기 가서 자는데요?”“내 집에서 안 자면 어디서 자? 다른 남자 집은 안 돼.”하준이 멋대로 말했다.그러나 여름은 이제 하준과 그런 일로 싸우기도 피곤했다.‘그렇게 돈을 쓰고 싶어 안달이 났으면 그냥 그러라고 하지 뭐. 어쨌든 가서 잘지 말지는 내가 결정하는 거니까.;이렇게 해서 급히 입을 바지 하나 사러 들어갔다가 옷 수십 벌을 사게 되었다. 일부는 스타벨리로 보내고 일부는 하준이 주렁주렁 들고 여름의 집으로 향했다.세 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쇼핑을 나왔던 하정현의 눈에 포착되고 말았다. 하정현은 바로 그 장면을 찍어서 백지안에게 보냈다.“최 회장이랑 무슨 일이야? 방금 보니까 강여름이랑 쇼핑하고 있던데 옷을 많이도 샀더라.”하정현은 백지안이 최하준과 결혼하게 된 것을 무척 부러워하면서 혹시나 떨어질 콩고물이 있을까 싶어서 백지안에게 몇 년 동안 적잖은 공을 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물거품이 되는 모양이었다.‘쯧, 이럴 줄 알았나? 최하준이 없으면 백지안은 아무것도 아니지. 일개 정신과 의사? 식구 중에 누가 상담받을 일이 있지 않고서야 쓸모도 없잖아.’----해변 별장에 있던 백지안은 그 사진을 보고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요즘 하준은 아무리 전화를 해도 톡을 보내도 답이 없고, 회사로 찾아가도 보안요원에 저지당하기 마련이었다.완전히 버려진 것이었다.‘하준이가 많이 화가 난 것은 알았지만 그렇다고 쪼르르 강여름에게 갈 건 없잖아. 게다가 옷까지 사줬다고? 둘이 애까지 데리고, 완전 한 가족처럼 보였을 거 아냐?나랑은 쇼핑도 같이해준 적이 거의 없으면서.’백지안은 그야말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안 되겠어. 계속 이대로 뒀다가는 큰일 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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