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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1화

여름은 이마를 짚었다.

“우리 집에 놓을 데도 없거든….”

“그럼 스타벨리에 놓자. 다음에 와서 잘 때 입어.”

하준은 당연하다는 듯 받았다. 마치 이미 두 사람 관계는 결정되었다는 듯한 말투였다.

그 두꺼운 얼굴을 보고 있자니 할 말이 없었다.

“저기요, 제가 왜 거기 가서 자는데요?”

“내 집에서 안 자면 어디서 자? 다른 남자 집은 안 돼.”

하준이 멋대로 말했다.

그러나 여름은 이제 하준과 그런 일로 싸우기도 피곤했다.

‘그렇게 돈을 쓰고 싶어 안달이 났으면 그냥 그러라고 하지 뭐. 어쨌든 가서 잘지 말지는 내가 결정하는 거니까.;

이렇게 해서 급히 입을 바지 하나 사러 들어갔다가 옷 수십 벌을 사게 되었다.

일부는 스타벨리로 보내고 일부는 하준이 주렁주렁 들고 여름의 집으로 향했다.

세 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쇼핑을 나왔던 하정현의 눈에 포착되고 말았다. 하정현은 바로 그 장면을 찍어서 백지안에게 보냈다.

“최 회장이랑 무슨 일이야? 방금 보니까 강여름이랑 쇼핑하고 있던데 옷을 많이도 샀더라.”

하정현은 백지안이 최하준과 결혼하게 된 것을 무척 부러워하면서 혹시나 떨어질 콩고물이 있을까 싶어서 백지안에게 몇 년 동안 적잖은 공을 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물거품이 되는 모양이었다.

‘쯧, 이럴 줄 알았나? 최하준이 없으면 백지안은 아무것도 아니지. 일개 정신과 의사? 식구 중에 누가 상담받을 일이 있지 않고서야 쓸모도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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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 별장에 있던 백지안은 그 사진을 보고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요즘 하준은 아무리 전화를 해도 톡을 보내도 답이 없고, 회사로 찾아가도 보안요원에 저지당하기 마련이었다.

완전히 버려진 것이었다.

‘하준이가 많이 화가 난 것은 알았지만 그렇다고 쪼르르 강여름에게 갈 건 없잖아. 게다가 옷까지 사줬다고? 둘이 애까지 데리고, 완전 한 가족처럼 보였을 거 아냐?

나랑은 쇼핑도 같이해준 적이 거의 없으면서.’

백지안은 그야말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안 되겠어. 계속 이대로 뒀다가는 큰일 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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