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백지안이 하준의 품에서 우는 바람에 하준의 셔츠를 적셨다.“그동안 반성 많이 했어.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 이제부터 다시는 너에게 미안할 짓 하지 않을게. 돌아와. 너무 보고 싶었어.”하준은 백지안을 털썩 내려놓더니 의사에게 말했다.“들어오시죠. 이제부터 치료하십시오.”“싫어! 네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치료 따위 받지 않을 거야.”백지안이 흥분해서 외쳤다.그 모습을 보니 하준은 더욱 거부감이 들었다. 얼굴에 점점 냉기가 돌았다.“그만 해. 네 몸으로 날 협박할 생각 하지 마.”하준은 백지안이 대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성을 잃고 난동을 피우고 심지어 하준이 가장 혐오하는 방식으로 협박까지 해왔다.하준이 자신에게 이렇게 냉혹하게 말하는 것은 처음이라 백지안은 잠시 얼이 빠져 있더니 곧 눈물을 더욱 펑펑 쏟았다.“나도 내가 이러는 거 싫어. 이러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그러면 내가 뭘 어떡해? 두 눈 멀쩡히 뜨고 널 잃을 판인데. 난 그렇게는 못 해.”“우린 이미 끝난 사이야. 왜 깨끗하게 헤어지지 못하는 거야?”하준은 별 감정적인 동요를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피로감이 올라왔다.“네 다리는 네 거야. 치료 거부로 못 걷게 된다면 그건 네 일이야. 내 책임이 아니야. 내가 널 계단에서 민 것도 아니잖아.”백지안은 늘 자신에게 다정했던 하준에게서 그런 말이 나온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완전히 세상이 뒤집어진 것만 같았다.“지안 님에게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다급해진 민 실장이 끼어들었다.“어렸을 때는 정신병원에서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 주셨고, 얼마 전에는 회장님 병도 치료해 주신 분인데요.”“그래서 결혼하려고 했었지. 그런데 내게 한 짓을 생각해 보라고.”하준이 짜증스럽게 말했다.“이제는 누구나 날 비웃어. 결혼식장에서 네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다녔다는 사실이 밝혀졌잖아. 그래, 난 그냥 현실을 인정하고 용서했어. 그 정도 했으면 이제 날 놓아줘야지. 곽철규
“말 다했어?”하준의 버튼이 눌렸다.“백지안의 명예는 백지안 거지. 내가 백지안의 명예까지 책임질 이유는 없어.”“너랑 지안이랑 10년을 넘게 사귀었는데 책임을 안 지면 누가 책임을 진단 말이야?”송영식이 씩씩거렸다.하준은 처음으로 백지안과의 관계에서 이렇게 강렬한 피로감을 느꼈다.‘그저 결혼이 안 하고 싶다는데 이게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이야?지안이가 해외에 나갔을 때 내가 지안이를 건드렸나? 내가 곽철규랑 억지로 붙여 놓은 거야?아니잖아.’“그렇게 지안이가 좋으면 네가 잘 해봐. 나한테 자꾸 뭐라고 하지 말고.”하준은 입구를 향해 걸어 나갔다. 잠시 신선한 공기를 쐬고 싶었다.송영식은 창백한 백지안의 얼굴을 한 번 보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따라나섰다. 하준의 어깨를 잡더니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렸다.“나는 지안이랑 결혼 안 하고 싶은 줄 알아? 하지만 지안이가 좋아하는 건 너라고. 내내 사귄 것도 너잖아. 최하준, 네가 싫어졌다고 사람을 남에게 떠넘기다니, 지안이는 사람이라고. 그것도 너만 바라보고 너만 사랑하는 사람이란 말이야.”“… 난 지안이를 사랑하지 않아.”하준이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분노한 짐승처럼 날카롭고 어두운 눈빛이 쏘아져 나왔다.“뭐라고?”송영식은 멍해졌다.“내가 나쁜 놈이다 싶으면 멋대로 생각하도록 해. 어쨌든 나는 이제 걔랑은 결혼 못하겠어.”하준이 결연하게 답했다.“이 자식이!”송영식은 화가 뻗쳐서 결국 주먹을 날렸다.“또 강여름이 널 꼬드긴 거지? 가만두지 않겠어.”송영식이 어디론가 뛰어가려고 하자 하준이 막아서더니 무표정하게 경고했다.“여름이 찾아갈 생각 하지 마. 여름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 강여름이 아니었더라도 난 지안이랑 결혼할 생각이 없어.”“날 속일 생각하지 마. 강여름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모든 게 다 괜찮았어. 지안이가 당한 고통은 강여름이 다 물어내야 해.”송영식은 하준의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두 사람은 복도에서 투덕거리기 시작했다.결국 송영식은 주먹을 날렸다.하
주방에서 여울과 윤서를 위한 아침을 준비하던 여름은 갑자기 마루에서 큰 소리로 욕지거리를 하는 윤서의 목소리를 들었다.윤서는 곧 휴대 전화를 들고 주방으로 들어왔다.“야야, 이거 좀 봐봐. 근데 보고 화내지 마라.”여름이 휴대 전화를 받아서 보니 아침 헤드라인 뉴스였다.-백지안 부상, 최하준 회장 즉시 병원으로 와. 헤어진다는 소문 거짓이었던 듯영상을 플레이해보니 기자가 자세히 상황을 설명했다.“최근 최하준 회장과 백지안의 결혼식이 갑작스럽게 중지된 후로 아무런 소식이 없었습니다. 두 사람이 이미 헤어졌다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나가는 중이었습니다. 지난밤 병원에 있던 기자는 백지안 씨가 xx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최하준 회장이 백지안 씨의 병세가 걱정되는지 어두운 얼굴로 부랴부랴 도착했습니다. 제가 밤새 기다리고 있었는데 최하준 회장은 초췌한 얼굴로 아침 7시에 병원을 나서…”여름은 뉴스를 꺼버리더니 윤서에게 전화기를 건넸다. 이 모든 것이 자신과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 무심한 얼굴이었다.“너, 괜찮아?”임윤서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솔직히 최하준이 이 정도로 쓰레기인 줄은 몰랐다. 어젯밤에는 나에게 아파트까지 주면서 여름이에게 진심인 것처럼 굴더니 뒷구멍에서는 백지안에게 달려갔어? 와, 진짜 쓰레기 자식 때문에 완전 짜증 난다.’“내가 뭘? 그냥 저 인간 저질인 데는 할 말이 없다.”여름은 속으로 자조적으로 웃었다. 어젯밤 집에서 찍은 그런 사진까지 보내서 정말 믿을 뻔했다.‘여하간 러브는 개뿔…. 죽어라!뭐 이번에도 당하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긴 한다.’“아침이나 먹자. 다 먹고 나면 나 여울이 유치원 데려다줘야 해.”여름이 아침 식사를 들고나왔다.----식사가 끝나자 여름은 여울을 데리고 유치원에 갔다.도착했을 무렵 하늘을 태운 서욱의 차도 도착했다.“아저씨, 오늘도 감사합니다.”여름은 매우 고마웠다. 하늘이 의심을 사지 않도록 서경주가 서욱에게 하늘의 아빠 노릇을
하준이 싸늘하게 상혁을 노려보았다.“……”‘내가 뭘 또 잘못했나? 그냥 서류 처리해 달라고 말씀드린 것뿐인데. 아아 회장님 모시기가 왜 점점 더 힘들어지냐고?’“줘 봐.”여전히 싸늘한 시선을 한 채로 하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상혁이 사류를 내밀자 후다닥 사인을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아 참, 회장님 어제 병원 가셨던 일이 기사로 나왔습니다.”상혁이 뉴스를 열어서 하준에게 보여주었다. “지금 강 대표님과 만나고 계신데 강 대표님이 보시게 되면 좀 불편하시지 않을까요?”“왜 그런 얘기를 이제서 해?”뉴스를 보더니 하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이거 어떤 놈이 찍은 거야?”“쓰리윅스 쪽인 것 같습니다. 원래 가십성 기사에 강한 매체입니다. 병원 쪽에는 늘 기자가 한 명 상주하는 모양입니다.”하준이 입을 일자로 다물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오전 안으로 관련 기사 싹 삭제하고 그 매체는 박살내 버려. 그리고 홍보팀 동원해서 앞으로 내 사진 함부로 찍으면 다들 이렇게 박살 날 거라고 언론에 흘려.”“알겠습니다.”안 그래도 상혁도 쓰리윅스는 쓰레기 언론이라고 생각하던 차였다.상혁이 나가자 하준은 바로 차를 끌고 화신그룹으로 갔다. 그런데 여름이 아직 출근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엄 실장은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하준이 마땅찮았지만 하준의 신분이 있다 보니 대접을 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강 대표님께서 매일 이쪽으로 출근을 하시는 건 아닙니다. 가끔 개인 일정을 소화하시기도 하고요.”“전화 걸어봐요. 당장 출근하라고 해.”하준이 강경한 말투로 명령했다.엄 실장은 하준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름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최하준 회장님께서 지금 화신에 오셨습니다. 뵙고 싶으시다는데요.”“바빠요. 시간 없으니까 꺼지라고 하세요.”그러더니 여름은 전화를 끊어버렸다.하준의 얼굴은 울그락불그락했다. 엄 실장은 숨도 크게 못 쉴 지경이었다.다행히도 하준은 더는 머무르지 않고 바로 자리를 떴다.----송영식이 없는 틈을 타서
“준, 나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나중에 얘기하자.”곁눈질로 보니 서류에는 부동산 계약서 등이 있었다. 불길한 예감에 백지안은 얼른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이 상황을 모면할 셈이었다.“피하려고 하지 마.”하준은 이제 더 끌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을 모질게 먹었다.해변 별장 계약서야. 다른 집도 두 채 더 마련해 줄게. 그리고 이 통장에 있는 금액이면 평생 먹고살 걱정은 없을 거야.”“그만! 난 너랑 못 헤어져.”백지안이 흥분해서 난동을 부리다가 뜨거운 물을 쏟아서 손을 데었다.“지안 님!”민 실장이 깜짝 놀라서 급히 의사를 부르러 갔다.“아파. 손이 너무 아파.”백지안은 고통에 눈물이 흘렀다.민 실장이 다가왔다.“회장님, 아직 아픈 분에게 이렇게까지 하셔야겠어요?”예전 같았으면 하준이 아마도 한 번 더 참았을 것이다.그러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내 난동을 부리는 백지안을 보니 더욱 멀어지고 싶은 충동도 일고 백지안과 계속 관계를 이어 나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었다.백지안은 울며 막 물건을 부수고 집어 던졌다.나중에 송영식이 와서 보고 부어오른 지안의 손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영식아, 하준이가 날 버리겠대. 이딴 걸 나에게 주고 날 쫓아내려고 해.”백지안은 송영식의 품에 안겨서 엉엉 울었다.“대체 날 뭘로 생각하는 걸까? 난 하준이 자체가 좋은 거지 하준이의 돈이 좋은 게 아닌데.”“정말 너무 하구먼.”하준이 놓고 간 서류와 카드를 보니 송영식은 하준이 녀석이 너무 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울지 마. 하준이는 내가 혼내 줄게.”송영식이 주먹을 꽉 쥐었다.“네 뒤에는 나도 있어. 사람들이 우습게 생각하지 않도록 널 지켜줄게. 내가 하준이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 쿠베라도 FTT에 뒤지지는 않는다고.”“영식아….”백지안이 멍하니 있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안 돼. 어떻게 내가 너에게 그렇게 상처를 줘? 그리고 너희 식구들이 날 인정하지 않을 거야.”“내가 원한다면 식구들도 어쩔 수
백지안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송영식을 잡을 정신도 없었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영 하준을 못 잡을 것 같으면 송영식을 잡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싶었다.그러나 쿠베라의 후계자도 아니고, 미래 대통령의 조카도 아니라면, 최하준과 결혼하는 것과 비교해서 너무나 초라해질 게 아닌가?쿠베라에서 송영식을 내쳐서 그룹의 후광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꼴랑 오슬란 하나 보유한 것으로 송영식은 개뿔도 아니었다. 결국 자신은 시아보다도 못한 처지가 되는 것이다.‘왜 이렇게 일이 안 풀려? 진짜 미쳐버리겠네.’----송영식은 그 길로 본가로 달렸다.정자에서 송우재가 송근영와 회사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네가 잘해주고 있으니 내가 안심이 된다.”손녀와 일 이야기를 할 때마다 송우재는 회사를 전부 송근영에게 맡기지 못하는 것이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네. 믿어주시니 감사해요.”송근영이 웃었다.송우재가 막 다음 말을 하려는 참에 송영식이 들어왔다.“할아버지, 쿠베라 계승권은 제게도 있잖아요? 왜 저는 후계자 권리를 박탈당했나요?”“네 녀석이 워낙에 어리석으니 그렇지.”송우재는 송영식이 나타날 줄 미리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고요히 차를 따를 뿐이었다.“……”‘내가 어리석다고?’송영식은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제가 어디가 어때서요? 태어나면서부터 뭘 배워도 제가 우리 집에서 젤일 빨리 익혔고, 수능 성적도 전국 3등이었어요. 대학도 우리나라 최고 학부를 졸업했습니다. 할아버지도 제가 삼촌보다도 똑똑하다고 하셨잖아요?”송우재가 우습다는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왜 너더러 어리석다고 하는지도 모르니 멍청하다는 게야. 그래, 어렸을 때 머리가 비상했는지는 모르겠다면 넌 나이가 들면 들수록 멍청해지는데 내가 어찌 널 믿고 쿠베라를 맡기겠느냐? 아니, 혹시 이제는 내가 시키는 대로 결혼을 할 마음이 들었느냐?”송영식은 이제야 할아버지가 무슨 말씀을 하는지 알았다.“이제 알겠어요. 이게 다 절 억지로 결혼시키려는 수단이었군요.”“수단
송근영이 정말 어쩔 수 없다는 눈으로 송영식을 쳐다봤다.“할아버지 지금 진심이셔. 여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겠니? 쿠베라의 지원 없이 네가 뭘 얼마나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니?”“내 마음은 이미 정해졌어. 난 누나처럼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이랑 결혼할 생각 눈곱만큼도 없어.”송영식이 씩씩거렸다.송근영의 안색이 확 변했다. 눈에 상처받은 기색이 스치더니 말없이 그대로 자리를 떴다.잠시 그대로 서 있던 송영식도 짜증스럽게 발길을 돌렸다.차에 타자마자 서 전무에게서 전화가 왔다.“회장님, 스킷그룹 매수 건에 실패했습니다.”“어떻게 된 거야? 스킷 매수에만 몇 년을 매달렸잖아?”다시금 화가 불같이 올라왔다. 송영식은 차제에 해외기업인 스킷을 구매해서 샴푸 관련 분야에서 오슬란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울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면 굳이 그까짓 SE따위 신경 쓰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노리면 그만이었다.기업이 성장하려면 제품 라인을 확장해야 한다. 이번에 스킷을 손에 넣으면 순조롭게 모든 것이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서 전무가 씁쓸하게 웃었다.“스킷에서도 우리 오스란에 합병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만 오늘 쿠베라 후계 자격문제가 불거지면서 스킷에서 쿠베라의 지원이 없이는 오슬란의 전망이 밝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A국의 다른 기업을 물색하고 있다고 합니다.”“젠장. 오슬란이 지금 어디 쿠베라에 기대서 먹고사는 줄 알아! 순전히 내 힘으로 키운 회사라고!”오늘은 이상하게 하는 일마다 꼬인다는 생각이 들었다.“회장님, 지금은 우리 오슬란이 국내에서 피부 보호 제품 라인을 안정적으로 가져가야 하는 시기입니다. 지금 업계에서는 임윤서와 SE가 콜라보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일단 그쪽에서 제품 라인을 내놓기 시작하면 오슬란은 절벽으로 몰리게 될 겁니다. 업계에서 도태될 가능성도 있어요.”서 전무가 말을 이었다.“지금은 제품 교체 주기가 빨라서 아무래도 실력 있는 조제사가 절실합니다. 이제 쿠베라의 후광이
밤 9시 반.하준은 여름의 집 문에 기대어 시시때때로 휴대 전화를 들여다보고 있었다.‘왜 이렇게 늦어? 아직까지 안 들어오고 뭘 하는 거야? 설마 딴 놈이랑 데이트 중인 건 아니겠지? 서인천이 야근이라는 것만 확인 안 했어도 내가 여기서 7시간씩 버티고 있지는 않았지.’하준이 여자를 이렇게 기다려 보기는 처음이었다.이때 엘리베이터에서 ‘띵’하는 소리가 들렸다.경찰 몇 명이 인상을 쓰고 다가왔다.“당신이군.”“????”“갑시다. 집에 가시든지 서로 같이 가시든지.”경찰이 차갑게 뱉었다.“이 댁 주인이 신고하셨습니다. 전 남편이 이혼한 뒤에도 계속 와서 괴롭힌다면서 집에도 못 돌아오신다고요.”“경찰에 신고를 했다고?”하준은 냉소를 지으며 위협적인 아우라를 뿜어냈다. 그 모습을 본 경찰은 하준을 더욱 위험한 인물로 인식했다.“당연히 신고하죠. 아니면 계속 이렇게 괴롭힘을 당해야 한다는 겁니까?”경찰이 훈계하기 시작했다.“선생님처럼 이혼하고 나서도 전처 찾아가는 분 저희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이혼까지 하셨는데 각자 인생 알아서 사셔야지 이렇게 질척거리시면 됩니까?”“알겠습니다.”최하준은 주먹을 쥐고 엘리베이터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문이 막 닫힐 때쯤 경찰이 하는 소리가 들렸다.“와씨, 더럽게 험악하게 생겼네. 내가 아내라도 이혼해서 벗어나고 싶었을 것 같다.”“……”주차장에 도착한 하준은 쾅 하고 소리 나게 차 문을 닫더니 바로 지룡의 전 당주에게 전화를 걸었다.“당장 강여름 위치 파악해 봐.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야겠어.”얼마 지나지 않아서 당주에게서 주소가 하나 날아왔다.하준의 얼굴이 다소 밝아졌다. 다행히도 다른 남자와 있는 게 아니었다. ----다음 날 새벽.오랜만에 하늘을 데리고 푹 자고 일어난 여름이 아침을 먹는데 집사가 들어왔다.“회장님, 어제 10시 좀 넘어서부터 집 앞에 스포츠카가 한 대 서 있는데 수위 말로는 차 안에 불이 켜져 있고 남자가 하나 타고 있답니다. 알아보니 최하준 회장 소유의 차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