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799화

Author: 남천
“이모는 그게 무슨 설탕인지 알아요? 다음에는 나도 먹어볼래.”

여울이 순진한 눈으로 여름을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겠네. 난 여울이 큰아빠처럼 아는 게 많지 않고 이랬다 저랬다 감정이 울렁울렁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말이지.”

여름은 한 마디 비꼬고는 식사에 집중했다.

하준은 답답한지 물을 원샷했다.

‘내가 뭘 그렇게 울렁울렁 변덕스럽다고?

평생 나는 딱 여름이랑 지안이 사이에서만 고민해 봤다고. 심지어 진짜 여자를 느껴본 건 강여름이 유일한데 말이야.’

----

식사를 끝내고 세 사람은 영화관으로 출발했다.

여울은 하준의 목에 올라타고 여름은 여울의 겉옷을 들고 함께 걸었다.

다른 사람 눈에는 단란한 한 가족으로 보였다.

영화관에 들어가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만화를 보러온 어린애들이 많았다. 대부분 엄마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이었다. 다들 부러운 듯 여울을 쳐다봤다.

“엄마, 쟤는 엄마랑 아빠가 다 왔다. 좋겠다.”

“네 아빠는 돈을 벌어야 해서 회사 갔잖아. 어쩔 수가 없지.”

“나도 엄마 아빠 손잡고 만화 보고 싶다.”

“……”

여울은 아이들의 말을 듣고 득의양양해서 고개가 더욱 빳빳해졌다.

여름은 빙그레 웃으며 여울을 바라보았지만 속은 쓰렸다. 외국에 있을 때 여울도 여름에게 다른 친구들처럼 엄마 아빠가 같이 있으면 좋겠다고 자주 말했었다. 여울과 하준이 왔는 줄 뻔히 알면서도 억지로 내려온 진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불현듯 하늘이가 떠올랐다. 요즘 최하준이 툭하면 찾아오는 바람에 여름은 며칠 연속 하늘을 만나지 못했다. 하늘이는 그 나이에 너무 애가 철이 들어서 마음이 아팠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누군가에게 와락 손을 잡혀서 보니 하준이 자신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뭐 먹고 싶냐니까? 내가 가서 사올게.”

“난… 나는 팝콘!”

여울이 먼저 외쳤다.

“내가 자기들처럼 먹보인 줄 아나 봐?”

여름이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나 하준의 귀에는 들리고 말았다.

하준이 정색했다.

“내가 뭐 그렇게 먹보라고 그래?. 난 당신이 한 음식만 좋아하는데.”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800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여울은 고개를 끄덕였다.여름은 아무 말이 없었다. 갑자기 하준의 한쪽 팔이 자기 의자 등받이 위에 올려진 것을 느꼈다.여름은 하준을 흘겨보았다. 하준은 사뭇 뻔뻔했다.“팔이 아파서 좀 펴고 있게.”“……”신경 쓰기도 싫어서 여름은 스크린만 바라보았다.그러나 역시나 아기들 보는 만화를 보고 있자니 재미가 없었다. 여울만이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집중하고 있었다.여름은 휴대 전화를 열어 게임을 했다.하준은 여름이 게임에 집중하는 것을 보더니 큰 손을 여름의 어깨에 슬쩍 얹었다. 얇은 실크 원피스를 입고 있어서 손에 잡히는 여름의 어깨는 부드럽고 가녀린 느낌이었다.“최하준….”여름이 고개를 들어 하준을 노려보았다.하준은 얼른 손을 빼서 둘 사이에 놓여 있던 밀크티를 들더니 마셨다.“그거 내 건데.”여름이 짜증스럽게 한숨을 내쉬었다.“좀 마시면 어때?”하준이 여름의 귀에 바짝 대고 속삭였다. 하준의 저음이 귓가에서 울리자 간질간질했다.“당신 립스틱도 많이 먹었는데.”여름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하준을 발로 차버렸다.‘이 변태가 진짜! 못 하는 말이 없어!’상영관 안이 캄캄했기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온통 새빨개진 여름의 얼굴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하준이 건드린 것은 먹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러나 좀 지나니 목이 말라서 결국 어쩔 수 없이 하준과 같이 밀크티를 나누어 마시고 말았다.그러다가 하준이 화장실을 가겠다고 일어섰다. 여름은 여울에게 화장실에 가고 싶지 않은지 물었다. 여울은 고개를 흔들며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여름이 여울을 받아 안는 순간 뜨끈한 오줌이 흘러나와 옷을 다 적시는 것이 느껴졌다.여름은 완전히 당황했다.“미안…”잘못을 저지른 여울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곧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쉬가 마려운데 왜 물어볼 때 안 간다고 했어?”“만화를 못 보잖아. 참을 수 있을 줄 알았어요.”여울이 울먹거렸다.“……”여름은 한숨을 쉬었다.“됐어. 이제 그만 봐. 옷 사서 갈아입어야지.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801화

    여름은 이마를 짚었다.“우리 집에 놓을 데도 없거든….”“그럼 스타벨리에 놓자. 다음에 와서 잘 때 입어.”하준은 당연하다는 듯 받았다. 마치 이미 두 사람 관계는 결정되었다는 듯한 말투였다.그 두꺼운 얼굴을 보고 있자니 할 말이 없었다.“저기요, 제가 왜 거기 가서 자는데요?”“내 집에서 안 자면 어디서 자? 다른 남자 집은 안 돼.”하준이 멋대로 말했다.그러나 여름은 이제 하준과 그런 일로 싸우기도 피곤했다.‘그렇게 돈을 쓰고 싶어 안달이 났으면 그냥 그러라고 하지 뭐. 어쨌든 가서 잘지 말지는 내가 결정하는 거니까.;이렇게 해서 급히 입을 바지 하나 사러 들어갔다가 옷 수십 벌을 사게 되었다. 일부는 스타벨리로 보내고 일부는 하준이 주렁주렁 들고 여름의 집으로 향했다.세 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쇼핑을 나왔던 하정현의 눈에 포착되고 말았다. 하정현은 바로 그 장면을 찍어서 백지안에게 보냈다.“최 회장이랑 무슨 일이야? 방금 보니까 강여름이랑 쇼핑하고 있던데 옷을 많이도 샀더라.”하정현은 백지안이 최하준과 결혼하게 된 것을 무척 부러워하면서 혹시나 떨어질 콩고물이 있을까 싶어서 백지안에게 몇 년 동안 적잖은 공을 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물거품이 되는 모양이었다.‘쯧, 이럴 줄 알았나? 최하준이 없으면 백지안은 아무것도 아니지. 일개 정신과 의사? 식구 중에 누가 상담받을 일이 있지 않고서야 쓸모도 없잖아.’----해변 별장에 있던 백지안은 그 사진을 보고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요즘 하준은 아무리 전화를 해도 톡을 보내도 답이 없고, 회사로 찾아가도 보안요원에 저지당하기 마련이었다.완전히 버려진 것이었다.‘하준이가 많이 화가 난 것은 알았지만 그렇다고 쪼르르 강여름에게 갈 건 없잖아. 게다가 옷까지 사줬다고? 둘이 애까지 데리고, 완전 한 가족처럼 보였을 거 아냐?나랑은 쇼핑도 같이해준 적이 거의 없으면서.’백지안은 그야말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안 되겠어. 계속 이대로 뒀다가는 큰일 나겠어.’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802화

    하준의 얼굴이 확 변했다. “구급차 불러서 병원으로 가. 나도 바로 가지.”통화를 끝내더니 하준은 액셀레이터를 있는 대로 밟아서 여름을 성운빌 입구까지 내달렸다.“오늘 여울이는 여기서 좀 재워 줘. 내일 데리러 올게.”여울은 이미 여름의 품에서 쿨쿨 자고 있었다.눈을 내리깔고 평화롭게 자는 여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여름은 심장이 욱신했다.‘여울이는 아빠가 좋다면서 우리 둘이 재결합하기를 원하던데, 아빠라는 인간이 툭하면 저러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툭툭 날 버려놓고 다른 여자에게 가는 인간이란 말이지.’“애가 이렇게 무거운데 나더러 혼자서 여기부터 집까지 애를 안고 혼자 올라가란 소리군?”여름이 비아냥거렸다.하준은 움찔하더니 즉시 답했다.“그럼 내가 안고 올라갈게.”“최하준, 조카까지 나한테 던져놓고 부랴부랴 가려는 거 보니 백지안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보지?”여름이 갑자기 하준을 쳐다보았다. 실은 방금 통화할 때 여름에게도 얼추 통화내용이 들렸었다.하준의 목젖이 살짝 꿈틀했다. 지금 이 순간 적절히 말을 둘려대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까만 여름의 눈을 마주하지 갑자기 말문이 막혀버렸다. 한참 만에야 겨우 입을 뗐다.“별장에 불이 나가서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지안이가… 계단에서 굴렀다나 봐.”“구급차 불러서 병원에 데려갈 사람이 없는 거야? 여름이 날카롭게 물었다.“민 실장이 병원에 연락은 했다는데….”“그런데 당신이 꼭 그렇게 급히 가야 해? 당신이 의사야? 아니면 남자친구? 남편?”여름이 하나씩 불러댈 때마다 하준의 표정이 부자연스럽게 변해갔다.“그게… 심하게 다쳤대.”하준이 겨우 목소리를 쥐어짜 냈다.여름이 머리를 귀 뒤로 넘기더니 웃었다.“주절주절 대는 걸 보니 걱정도 되고 백지안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면 당신 책임인 것 같고, 그래서 그러는 거 아냐? 당신이 백지안에게 느끼는 감정이 정이든, 사랑이든, 미안한 마음이든, 당신은 본능적으로 백지안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거야.”“아니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803화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여름의 말을 듣고 나니 하준은 속이 시원했다.내내 자기가 변심했다고 생각하고 마음이 괴로웠다. 어렸을 때 지안과 장래를 약속했었 데다 심각한 병에 걸렸을 때 지안이 돌아와 자신을 치료해 주었는데도 지안에게는 손가락 하나 대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책이 심했다.그러나 여름의 말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둘은 그저 잠깐 연애를 한 것뿐, 육체적 관계는 맺어본 적도 없었다. 물론 곽철규 일만 밝혀지지 않았더라면 진심으로 지안과 결혼할 생각이긴 했지만….물론 지안에게 생겼던 불행한 일에 대해서는 안쓰럽다고 생각하지만 그 일을 하준이 벌인 것도 아니었다.여름이 말을 이었다.“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경우 없는 사람은 아니라고. 그쪽에 정 사람이 없으면 지인으로서 당신이 가볼 수도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지금 돌봐줄 사람이 있다며? 게다가 그 사람 오빠도 가까이 살잖아? 그런데도 당신이 굳이 가보겠다면 난 당신하고는 영원히 빠이빠이야.”그렇게 말하더니 여름은 여울을 안고는 차에서 내렸다.“알았어. 안 가.”여름이 일어서는 모습을 보고는 하준이 급히 안전벨트를 풀고 따라나서더니 바로 여울을 안아 들었다.“그럼 나 오늘 당신이랑 같이 있어도 돼?”‘또또 급발진하시는군.’“아까 보니까 당신도 어지간히 내가 신경 쓰이는 모양이던데.”“내가 언제? 난 그냥 팩트를 말했을 뿐인데?”방금 그렇게 장광설을 늘어놓지 않았더라면 하준이 애진작에 백지안에게 달려갔을 거면서 그따위 소리를 하는데 여름은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화났어?”하준이 은근한 뜻을 담아 씩 웃었다.여름이 말은 그렇게 해도 자신에게 마음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쓸데없는 소리. 자고 난 다음 날 바로 이혼당하는 일 같은 경험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언제 버려질 지 모르는 불안에 떨면서 당신을 만나고 싶지는 않아.”그러더니 여름은 그대로 가버렸다.밤바람이 매끄러운 머리를 스치면서 여름의 보드라운 곡선을 그려내자 하준의 심장이 찌릿했다.하준은 얼른 따라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804화

    이때 하준이 주머니에서 카드키를 하나 꺼냈다.“리버사이드 파트 꼭대기 복층이야. 이미 인테리어 끝내 놓았으니까 그리로 이사 가요. 이제부터 이 집은 당신 거야.”“……”임윤서가 멍하니 쳐다봤다.몇 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리버사이트 파크가 최고급 단지라는 것은 알았다.‘그런 고급 아파트의 복층집을 갑자기 나한테 준다고?’“안 가져?”하준이 위협적으로 물었다.“가, 가져요.”임윤서가 카드 키를 홱 채갔다.‘이런 나쁜 놈이 아파트를 공짜로 주겠다는 게 마다할 이유가 없지.’“내일 바로 이사할게요.”“그래요”하준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갔다.‘드디어 장애물을 처리해 버렸군.’----임윤서는 집에 들어서자 마자 여름의 눈 앞에 카드키를 흔들어 보였다.“이거 봐라~ 최하준이 방금 나더러 이사하라더라? 리버사이드 파크 복층이래.”물을 마시던 여름은 그대로 물을 뿜었다.멍하니 그 카드키를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었다.“그래서 이사하겠다고 한 건 아니겠지?”“왜 아니야? 내가 바보니?”임윤서가 헤헤 웃었다.“왜? 이 아파트 너 줄까?”“됐어. 그런 아파트 살 돈은 나도 있어.”여름은 하준이 그 많은 돈으로 이렇게나 어리석은 짓을 할 거면서 이혼할 때는 집 한 채 해주지 않더니 이제서 자기들 사이에서 윤서를 치우기 위해서 아파트를 턱 내주는 걸 보니 좀 우스웠다.“뭐, 요즘 둘이 진도 잘 나가는 것 같으니 난 방해하지 않고 사라져 주겠어. 냐하하하.”임윤서가 의미심장하게 눈을 찡긋거리며 웃었다.“나가라, 나가.”여름은 귀찮다는 듯 그대로 목욕을 하러 가버렸다.다 씻고 침대에 누워 휴대 전화를 열었더니 ‘여하간 Love’에게서 친구 신청이 들어와 있었다.‘여하간 Love’…여름은 한동안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둘 사이가 한참 좋았을 때 하준의 대화명이 그것이었다.‘여전히 연애할 때는 요란하구먼.’여름이 친구 신청을 받아주자 바로 톡이 날아왔다.-차단했길래 다시 신청했어.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805화

    스타벨리하준은 뽀뽀 이모티콘을 보고 나니 화끈하고 온몸의 피가 한곳으로 몰리는 느낌을 받았다. 목젖이 꿀렁했다. 갑자기 견딜 수 없이 흥분이 되었다.누워서 머릿속으로 여름이 자신에게 입 맞추는 상상을 했다.그리고…하준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여름에게 ‘내일 하고 싶어’라고 보내더니 욕실로 들어가 찬물로 샤워를 했다.백지안과는 그렇게 오래 사귀었는데도 일말의 반응이 없었는데 여름의 이모티콘 하나에 자기 몸이 이렇게 열렬히 반응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씁쓸한 웃음이 났다.욕실에서 나오니 휴대 전화가 다시 울렸다.민 실장이었다.“회장님, 정말 안 오실 겁니까? 지안 님은 치료받기도 거부하고 계속 울기만 하고 계십니다.”하준은 울컥 화가 올라왔다.“자기 몸이니 마음대로 하라고 해.”하준의 고함에 민 실장이 당황했다.“하지만 지금 지안 님께는 회장님이 너무 필요합니다. 요즘 회장님이 통 안 오시니 지안 님은 먹지도 자지도 않으셨습니다. 오늘도 회장님 생각을 하느라 넋을 놓고 있다가 어둠 속에서 계단을 구르신 거예요.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지금 빨리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영 못 쓰게 될 수도 있답니다.”민 실장은 이렇게 말해서 하준을 꾹꾹 압박해 왔다.그러나 하준은 백지안과의 관계에서 죄책감이 아니라 피곤함이 느껴졌다.‘여름이 말처럼 난 지안이랑 연애 잠깐 한 것뿐이잖아.왜 우리 사이가 이렇게 내가 지안이의 평생을 책임져 줘야 할 것 같은 관계로 변한 거지?’“알았어. 지금 바로 가지.”하준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병원.민 실장은 즉시 백지안에게 하준이 온다는 사실을 알렸다. 백지안은 매우 기뻐했다.‘그래, 결국 올 줄 알았지.’전화 한 통으로는 올지 않을 줄 알았지만 차츰 미쳐버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민 실장이 결국 하준을 불러낸 것이다.하준이 나타나기만 하면 대기하고 있던 기자가 사진을 찍을 것이고 내일이면 전국에 자신이 사고를 당했으며 하준이 다급히 병원으로 달려왔다는 사실이 알려질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806화

    “준, 보고 싶어서 죽는 줄 알았어.”백지안이 하준의 품에서 우는 바람에 하준의 셔츠를 적셨다.“그동안 반성 많이 했어.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 이제부터 다시는 너에게 미안할 짓 하지 않을게. 돌아와. 너무 보고 싶었어.”하준은 백지안을 털썩 내려놓더니 의사에게 말했다.“들어오시죠. 이제부터 치료하십시오.”“싫어! 네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치료 따위 받지 않을 거야.”백지안이 흥분해서 외쳤다.그 모습을 보니 하준은 더욱 거부감이 들었다. 얼굴에 점점 냉기가 돌았다.“그만 해. 네 몸으로 날 협박할 생각 하지 마.”하준은 백지안이 대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성을 잃고 난동을 피우고 심지어 하준이 가장 혐오하는 방식으로 협박까지 해왔다.하준이 자신에게 이렇게 냉혹하게 말하는 것은 처음이라 백지안은 잠시 얼이 빠져 있더니 곧 눈물을 더욱 펑펑 쏟았다.“나도 내가 이러는 거 싫어. 이러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그러면 내가 뭘 어떡해? 두 눈 멀쩡히 뜨고 널 잃을 판인데. 난 그렇게는 못 해.”“우린 이미 끝난 사이야. 왜 깨끗하게 헤어지지 못하는 거야?”하준은 별 감정적인 동요를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피로감이 올라왔다.“네 다리는 네 거야. 치료 거부로 못 걷게 된다면 그건 네 일이야. 내 책임이 아니야. 내가 널 계단에서 민 것도 아니잖아.”백지안은 늘 자신에게 다정했던 하준에게서 그런 말이 나온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완전히 세상이 뒤집어진 것만 같았다.“지안 님에게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다급해진 민 실장이 끼어들었다.“어렸을 때는 정신병원에서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 주셨고, 얼마 전에는 회장님 병도 치료해 주신 분인데요.”“그래서 결혼하려고 했었지. 그런데 내게 한 짓을 생각해 보라고.”하준이 짜증스럽게 말했다.“이제는 누구나 날 비웃어. 결혼식장에서 네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다녔다는 사실이 밝혀졌잖아. 그래, 난 그냥 현실을 인정하고 용서했어. 그 정도 했으면 이제 날 놓아줘야지. 곽철규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807화

    “말 다했어?”하준의 버튼이 눌렸다.“백지안의 명예는 백지안 거지. 내가 백지안의 명예까지 책임질 이유는 없어.”“너랑 지안이랑 10년을 넘게 사귀었는데 책임을 안 지면 누가 책임을 진단 말이야?”송영식이 씩씩거렸다.하준은 처음으로 백지안과의 관계에서 이렇게 강렬한 피로감을 느꼈다.‘그저 결혼이 안 하고 싶다는데 이게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이야?지안이가 해외에 나갔을 때 내가 지안이를 건드렸나? 내가 곽철규랑 억지로 붙여 놓은 거야?아니잖아.’“그렇게 지안이가 좋으면 네가 잘 해봐. 나한테 자꾸 뭐라고 하지 말고.”하준은 입구를 향해 걸어 나갔다. 잠시 신선한 공기를 쐬고 싶었다.송영식은 창백한 백지안의 얼굴을 한 번 보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따라나섰다. 하준의 어깨를 잡더니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렸다.“나는 지안이랑 결혼 안 하고 싶은 줄 알아? 하지만 지안이가 좋아하는 건 너라고. 내내 사귄 것도 너잖아. 최하준, 네가 싫어졌다고 사람을 남에게 떠넘기다니, 지안이는 사람이라고. 그것도 너만 바라보고 너만 사랑하는 사람이란 말이야.”“… 난 지안이를 사랑하지 않아.”하준이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분노한 짐승처럼 날카롭고 어두운 눈빛이 쏘아져 나왔다.“뭐라고?”송영식은 멍해졌다.“내가 나쁜 놈이다 싶으면 멋대로 생각하도록 해. 어쨌든 나는 이제 걔랑은 결혼 못하겠어.”하준이 결연하게 답했다.“이 자식이!”송영식은 화가 뻗쳐서 결국 주먹을 날렸다.“또 강여름이 널 꼬드긴 거지? 가만두지 않겠어.”송영식이 어디론가 뛰어가려고 하자 하준이 막아서더니 무표정하게 경고했다.“여름이 찾아갈 생각 하지 마. 여름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 강여름이 아니었더라도 난 지안이랑 결혼할 생각이 없어.”“날 속일 생각하지 마. 강여름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모든 게 다 괜찮았어. 지안이가 당한 고통은 강여름이 다 물어내야 해.”송영식은 하준의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두 사람은 복도에서 투덕거리기 시작했다.결국 송영식은 주먹을 날렸다.하

Latest chapter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700화

    “잠깐.”하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아니야. 난 갈게. 어쨌든 넌 이제 예전의 하준이가 아니잖아. 예전 친구 따위가 뭐 그렇게 중요하겠어.”송영식은 한숨을 쉬었다.“잡지 마라.”“너 잡는 거 아니거든.”하준은 어이가 없어 하며 송영식을 쳐다보았다. ‘나에게 저런 신경질적인 친구가 있었다고?’송영식은 잠시 매우 민망해졌다.“…나 간다?”“앉아 봐.”하준이 옆이 의자를 가리켰다.송영식은 그제야 휘적휘적 가서 앉았다. 저도 모르게 시선이 하준의 노트북으로 향했다.“FTT 자료 보고 있었네?”하준은 그에 답하지 않고 미간을 찡그리고 있더니 물었다.“나랑 강여름은 어떤 사이였어?”“어떨 것 같냐?”송영식이 고소해하며 눈썹을 치켜올렸다.“맞추면 여기 앉아서 얘기해 줄 거야?”하준이 냉랭하게 물었다.“말 하기 싫으면 말고. 물어볼 사람이 너밖에 없는 건 아니니까.”“내가 졌다.”송영식은 김이 빠졌다.“네가 느끼기에는 어떨 것 같은데?”하준이 미간을 찌푸렸다. 전에는 노트북도 핸드폰도 만질 줄 몰랐지만 오늘 아침에 핸드폰으로 몰래 뒤져보았다. 성인 남녀 사이에 키스를 한다는 것은 둘이 굉장히 친밀한 사이라는 뜻이었다. 게다가 자신과 여름이 나눈 것은 프렌치 키스라는 것까지 알아냈다.그런 것을 알아내고 나자 하준은 저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졌다.“뭐 응큼한 생각하고 있구나?”송영식이 큭큭 웃었다.하준이 송영식을 싸늘하게 흘겨 보았다.“내 여자인구인가? 하지만 결혼했다던데? 아이도 있고. 난… 강여름의 정부인가?”“… 컥컥. 대단하네. ‘정부’ 뭐 그런 단어까지 알아냈어?”송영식이 엄지를 치켜 세웠다.“하지만 그 단어가 딱 적당한 것 같다.”그 말이 맞다는 뜻이었다.하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정말 내가 그렇게 내놓기도 부끄러운 정부야?’“그렇다고 화내지는 말고. 이 지경이 된 것도 다 네 인과응보라고.”송영식이 말을 이었다.“여울이하고 하늘이 아빠가 누군지는 아냐?”“내가 어떻게 알아?”하준은 짜증이 났다.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9화

    “요즘 쭌은 자신을 더 이상 두 살짜리 아기로 생각하지 않아. 쭌의 실제 나이는 나보다도 많다고 얘기해 줬거든. 요즘은 선생님들 모셔서 가르치는데 정말 빨리 배워. 앞으로 한 달 정도면 전에 배웠던 지식 수준은 따라잡을 것 같아.”“하지만… 그러면 뭐해? 너희들 사이에 있었던 애정 같은 건 다 잊었을 텐데.”윤서가 망설이면서 말했다.“널 잊어 버린 사람이 다시 널 사랑하게 만드는 게벌써 몇 번 째냐?”여름은 할 말을 잃었다. 다시 슬픈 기분이 되었다.‘그러네. 대체 이게 몇 번 째냐고….처음에 동성에서 만났을 때, 내가 죽을 힘을 다해서 최하준을 따라다닌 바람에 결국 최하준의 관심을 받는 데 성공했지.외국에 나갔다가 돌아와서도 온갖 수단을 써서 백지안 옆에 있던 최하준이 날 사랑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었고.그래, 매번 성공했어. 그래서 피곤했냐 하면, 그래. 정말 피곤했지.두 사람이 서로를 향하는 사랑은 나와는 거리가 멀었어.’“나도 모르겠어.”여름이 망연자실해서 말을 이었다.“전에는 기억에 착란을 일으켰던 거고 이번에는 완전히 어린애나 다름 없게 되어 버렸으니까. 애정 부분도 완전히 백지가 되어 버렸어. 사실 날 사랑하게 만드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인생은 길잖아.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어. 다음에 또 이러지 않을까? 그 다음은? 내가 매번 이렇게 주동적으로 나서고 인내할 수 있을까?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나라고 무쇠로 만들어진 사람도 아니고, 나도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고.”“네 애정 문제에 있어서는 내가 뭐라고 한 적이 없지만, 너 이러는 거 보니까 나도 너무 마음이 아프다. 난… 최하준은 자기 자신도 지킬 줄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아. 혹시나 이번에 다시 고백 받거든 이번에는 쉽게 넘어가지 마.”윤서가 말을 이었다.“본인이야 그러고 싹 다 까먹어도 별 문제 없겠지. 하지만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날 그렇게 몇 번이고 잊어버린다면 그게 뭐 누구의 계략에 빠진 거든 뭐든 막 때려주고 싶을 것 같다. 아내랑 애가 있는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8화

    하마터면 윤서의 입술이 송영식의 코에 닿을 뻔했다. 순식간에 호흡이 엉키고 얼굴은 빨개졌다.“왜 이렇게 들이대?”“어떻게 사람이 말 한마디를 곱게 안 하냐?”송영식은 속상했다. 그런데 발그레해진 윤서의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이상하게 간질거렸다.요즘 윤서의 배가 점점 크게 부풀어 올랐다. 얼굴도 동그라니 뺨이 포동포동했다. 워낙 잘 먹여 놔서 피부도 촉촉해서 저도 모르게 한번 꼬집어 주고 싶었다.“좋은 말은 할 줄 알지만 당신한테는 안 쓸 거야.”윤서가 코웃음을 쳤다.“여름이가 장보러 간다니까 우린 좀 천천히 가자.”“마침 잘 됐네. 나도 올라가서 뭣 좀 해야 하거든.”송영식이 묘하게 웃더니 신이 나서 뛰어 올라갔다.송영식의 뒷모습을 보며 윤서는 어리둥절했다.*****1시간 뒤, 송영식이 차를 몰고 하준의 집으로 향했다.송영식의 집에서 하준은 집까지는 멀지 않아서 30분이면 닿았다.윤서는 하준의 집에는 처음이었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집을 보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여기 너무 큰 거 아니야? 너희 집에 대니까 우리 집 너무 초라하다.”송영식이 반박했다.“그집이 어디가 초라해?”“그러게. 그런 좋은 집을 두고.”여름이 웃으며 답했다.“같이 한 바퀴 돌까? 그러면서 과일도 좀 따고.”“그래.”윤서가 송영식을 돌아보았다.“따라오지 말고 하준 씨한테나 가 봐요.”“누가 따라간대? 자기가 무슨 인기 연예인인 줄 아나?”송영식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흥, 앞으로는 절대로 나 따라다니지 말라고!”윤서가 싸늘하게 웃었다.송영식의 얼굴이 굳어졌다.“누가 따라다니고 싶어서 따라다니는 줄 아나? 워낙 덤벙대니가 아기 다칠까 봐 그러는 거지.”“고오맙네요. 백지안 때문에 밀치지 않아서. 내 아기는 누구보다 건강할 예정이거든요.”윤서가 비꼬았다.“대체 언제적 얘기를 아직까지…. 됐다. 내가 당신이랑 무슨 말을 하냐? 하준이한테나 가 봐야지.”송영식이 씩씩거리며 자리를 떴다.여름은 어이가 없었다.“너희 둘… 안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7화

    여름은 할 말을 잃었다. ‘아까부터 그거 때문에 의기소침한 거였어?’“그래. 완전히 탄복했지.”여름이 끄덕였다. 감탄한 것을 굳이 숨기고 싶지는 않았다.차진욱은 흑과 백을 넘나드는 사람이었지만, 여울이를 구해주고 나서부터는 내심 존경하는 마음이 커졌다.강신희에 대해서도 차진욱은 남편으로서 아껴주었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모두 다 하도록 방임하는 것도 아니었다. 솔직히 차진욱이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발휘하여 처음부터 하준을 상대했다면 여름과 하준은 진작에 끝장이 났을 것이다.돈이 넘치는 사람은 쓸데없는 못된 버릇도 있기 마련인데 차진욱에게는 그런 결점도 딱히 없었다.강신희에 대해서도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아플 때도 결코 곁을 떠나지 않았다.여름은 강신희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런 사랑과 혼인 관계는 너무나 부러웠다.자신은 결혼 생활도 실패한 것 같았다. 하준은 차진욱처럼 아량이 넓고 포용력이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백지안 같은 불여우에게 속아서 이용당하는 지경이었다.재결합한 뒤에는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둘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전에….여름은 슬픈 마음으로 하준을 돌아 보았다. 그런데 하준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우울한 모습이었다.“걱정하지 마. 나도 그런 사람이 될 거야. 여름이가 감탄할 수 있는 그런 사람.”하준이 진지하게 주먹을 쥐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FTT를 되찾아 올 거야.”여름이 빙긋 웃었다.“난 차 회장님의 패기 넘치는 스타일에 감탄한 게 아니야. 쭌은 아직 잘 모르네.”“그럼 뭔데. 말해 봐봐. 나도 배우게.”하준이 다급히 물었다.“배워서 뭐 하게?”여름이 하준을 흘겨 보았다.“혼인 관계에 대한 지조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포용력에 감탄한 거야. 그런 걸 쭌이 배워서 어디에 써먹을 건데?”하준은 흠칫했다.혼인이니, 사랑하는 사람이니, 다 하준과는 너무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하준은 마음이 괴로웠다. 어제 이전에는 들어본 적도 없는 말이었다. 사실 하준은 핸드폰에서 여름과 자신의 셀카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6화

    “이게…”“그리고, 월급 받는 전문 경영인 주제에 이사회의 결정을 듣지 않고 우리에게 반항한다? 그러면 우리는 당신이 회사를 침탈하려는 게 아닌가 의심할 수 밖에 없죠. 회사 중역은 죄다 당신이 심어놓은 사람이고 아무나 와서 기고 만장하단 말이야.”한마디 한마디 뼈가 시렸다. 맹원규의 안면 근육이 부르르 떨렸다. 하준은 그렇게 싸늘한 여름의 얼굴은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런 모습마저도 너무 매력이 넘쳤다.맹원규가 싸늘하게 웃었다.“강여름 씨는 내 모가지를 쳐내고 내가 고용한 임원까지 싹 솎아내고 싶으신가 보군.”“그러면, 당신은 그만 두고 나갈 건가요?”여름이 비꼬았다.“당신 같은 사람은 철면피처럼 여기 어떻게든 붙어있을 걸.”맹원규는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었다.“절대로 안 비킬 줄 알았지.”여름이 말을 이었다.“하지만 내일부터는 최하준 씨가 회사에 와서 회장직을 수행할 겁니다. 당신은 직위 해제예요. 이사회의 절대적인 행사권 앞에서 당신은 일개 직원일 뿐이에요. 싫다고 말할 권리는 없습니다.”그렇게 말하더니 여름은 하준을 데리고 나갔다.막 문을 나서는데 안에서 뭔가를 부수는 소리가 들렸다.여름이 하준에게 눈짓을 했다.하준은 바로 알아듣고 주먹을 쥐고 돌아섰다.두 사람의 뒷모습을 노려보던 맹원규와 깨진 컵이 보였다.“어, 아주 잘나셨어?”하준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일개 직원이 이사 앞에서 컵을 깨고 눈을 부릅뜨다니?”“아닙니다. 제가 실수로 컵을 떨어트렸습니다.”맹원규가 뱉었다.“왜요? 내 안면 근육이 멋대로 수축하는 것도 안 됩니까?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직원이 오너보다 기고만장한 꼴을 다 보고. 당장 나가시오. 내일부터 출근하지 마.”하준은 냉엄하게 내뱉고는 여름을 데리고 나갔다.가면서 맹원규의 그 얼굴을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내일 맹원규가 꺼질까?”여름이 웃었다.“그렇게 쉽게 나가겠어?”“그런가…?”하준의 어깨가 쳐졌다.“안 나갈 거야. 배후에 양유진이 있을 테니까. 양유진이 놈에게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5화

    차진욱의 변호사가 나섰다.“미안하지만 강여경이 FTT를 구매하는데 사용한 자금은 모두 강신희 여사님의 계좌에서 나온 돈입니다. 계속해서 당신이 FTT 주식을 상속하겠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법원에 주식의 동결을 신청할 수 밖에 없습니다.”“당신은 그럴 권리가 없어!”강태환이 다급히 외쳤다.“돈은 내 동생이 준 거라고. 신희를 불러와.”“강신희는 지금 병으로 입원 중이고, 나는 배우자로서 부부 공동의 자산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지.”차진욱이 몸을 앞으로 쑥 내밀었다.“그리고 난 당신들 셋이 사기범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마침 강여경의 시신이 아직 냉동 보관 중이지? 그러면 이참에 DNA를 검출해서 친자확인을 해보자고. 난 재산도 되찾고 당신들을 사기로 고소도 해야겠어. 천문학적인 금액을 사기쳤지. 아주 전세계 최고 사기액일 거야.”“헛소리! 우리는 사기 같은 거 치지 않았어!”강태환은 온몸의 피가 거꾸로 도는 것 같았다.뭐라고 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사실 기절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호흡이 가빠진 척하며 휠체어에 쓰러졌다.이사회를 개최했던 맹원규는 후다닥 일어나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구급차 오고 있나? 회의실에 또 한 명이 기절했어. 같이 실어 보내지. 어서. 사람 죽게 생겼다고….”전화를 끊고 나가 회의실은 쥐 죽은 듯 고요해 졌다.맹원규가 차진욱을 보고 웃었다.“주식에 이렇게 큰 문제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 회의는 취소하고 다음에 다시 논의하시죠. 아니면 두 분이 개인적으로 분쟁을 해결하시고 나서 다시 이야기 나누십시다.”차진욱의 날카로운 시선이 맹원규를 훑었다.“강여경이 어마어마한 연봉을 주고 당신을 불렀지? 그 돈도 내 아내의 자금이야.”맹원규의 얼굴이 굳어졌다.사실 강여경이 어마어마한 연봉을 주고 맹원규를 초빙한 것은 사실이었다.“내 아내의 자금을 날려가며 불러온 게 겨우 이따위 쓰레기라니?”차진욱은 경멸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었다.“제가 뭘 잘못한 거라도 있는지요?”맹원규가 깊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4화

    기다리지.”차진욱은 셔츠를 정리하고 다시 앉았다.강태환은 바들바들 떨었다. 기절했으면 싶었다. 이제 양유진이 실려나갔으니 혼자서 어떻게 차진욱을 감당하겠는가?차진욱이 손이라도 댄다면 자신도 양유진 꼴이 날 것은 불 보듯 뻔했다.피범벅이 된 양유진을 생각하니 두려워졌다.‘기절한 척할까? 그러면 맹원규가 회의를 취소하겠지?’그런 생각을 하는데 여름이 갑자기 다정하게 다가왔다.“왜 그러세요? 놀라서 기절할 것 같은 건 아니겠죠?”“……”“기절하시면 안 돼요.”여름이 다정하게 말했다.“아빠가 기절하면 강여경의 주식을 어떻게 상속받아요?”강태환은 환장할 지경이었다. “강여경의 주식?”차진욱이 결혼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큭큭 웃었다.“그게 당신 차지가 되겠나? 범죄자 따위가 말이야.”차진욱의 말에 회의실은 묘한 정적에 빠져들었다.강태환은 얼굴이 시뻘게져서 간신히 입을 열었다.“난 강여경의 아버지요. 여경이가 죽었는데 자식이 없으니 우리나라 법에 따라 부모가 재산을 상속받는 거지.”“강여경의 부모인 건 확실하고?”차진욱이 싸늘한 눈으로 노려보았다.“얼마 전 동성에 갔을 때 분명 강여경의 부모는 따로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강여경의 친엄마는 내 아내 강신희라고 말이야.”강태환이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그런가요? 내가 그런 소릴 했나? 어쨌든 법적으로는 걔가 내 딸이거든.”“그래?”차진욱이 옆에 있던 변호사에게 손짓했다.변호사가 바로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건넸다.차진욱이 서류를 강태환에게 들이 밀었다.“그러면 잘 보시지. 소위 당신의 딸이 일전에 내 아내의 재산을 어마어마하게 썼거든. 당신네 나라 법에 따라 강여경이 쓴 돈은 우리 부부의 공동 재산이라서 내게도 그 돈을 추심할 권리가 있어. 강여경이 죽었으니 그러면 그 돈은 법적인 아버지에게서 돌려받아야겠군”“무, 무슨 근거로?”서류의 숫자를 본 강태환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평생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금액이었다.“거 참 우습구먼. 당신 딸이 죽어서 딸이 남긴 주식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3화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와 아무 온도가 느껴지지 않는 차진욱이 눈동자를 보자 양유진은 저도 모르게 몸이 덜덜 떨렸다.양유진은 자신이 차진욱을 완전히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다. 차진욱은 아들이 하나뿐이다. 그것도 강신희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었다. 그러니 분명 매우 애지중지할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양유진은 차진욱이 잔인함을 과소평가한 것이었다.양유진은 너무 아파서 입술에 핏기가 완전히 가셨다. 이마에서는 땀이 송글송글 솟아났다. 고통에 가득 찬 눈에 독기가 서렸다.“계속해 보시지. 그 대가로 아들 시체를 받게 될 거야. 난 놈을 아무도 없는 곳에 숨겨뒀어. 누구도 찾을 수 없게.”“그러시겠지.”차진욱은 큭큭 웃으며 양유진을 놓아주었다. 위협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는 얼굴이었다.“난 이래서 가식적인 인간이랑 말을 섞기가 싫다고. 인질을 잡았으면 잡은 거지 왜 나랑 쇼를 하겠다는 건지?”양유진은 당황해서 비척비척 뒤로 물러났다. 부러진 손을 잡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차진욱! 당장 내게 사과해! 사과하지 않으면 아들놈을 죽여 버리겠어. 네놈은 이제 대가 끊기게 될 거다.”몸을 빼자마자 다시 차진욱을 협박하다니 너무나 양유진다웠다.맥퀸이 분노했다.“도련님을 다치게 했다가는 네 집안이 쑥대밭이 될 줄 알아!”“우리 집안이 차민욱 만큼 가치가 있지는 않지.”양유진은 화가 난 맥퀸을 보더니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차진욱, 스스로 손가락을 자르면 내가 오늘 일은 없었던 걸로…”말을 마치기도 전에 차진욱은 양유진을 걷어차 날려버렸다.양유진은 바닥에 엎어졌다. 목구멍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차진욱이 다가가 양유진의 얼굴을 밟았다.“그래도 체면을 좀 차리게 해주려고 했더니 끝간 데를 모르고 까부는군. 내가 뭐라고 했는지 잊어버렸나? 내 아들이 팔 다리 잃는 것쯤은 신경 안 쓴다고 했지? 살아만 있으면 된다. 잘 들어. 민우의 목숨은 네가 살수 있는 조건이다. 멋대로 날 협박할 생각은 버려. 난 협박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야.”양유진은 전혀

  •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1692화

    “난 사람으로서 못할 짓을 한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전세계의 낙후된 국가에 의료 환경을 제공하고자 애썼습니다. 하루하루 병에 침식되어 목숨을 잃는 사람들의 고통을 아십니까?”여름은 구역질이 올라왔다.양유진의 연기는 그야말로 아카데미 주연상 수상감이었다.자기 친조카도 살해할 정도로 잔인한 인간이 병으로 고통받는 인류를 구원할 구세주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니….“윽!”옆에서 듣던 하준이 먼저 반응했다.“구역질이 나는군. 당신네 약은 선진국에 팔자면 무시 당할 수준이니 제3세계 국가에 가서 돈을 버는 수밖에 없지. 가난한 나라지만 의약품은 필수니까. 당신은 죽음에 직면한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거야. 말로는 성인군자인 것처럼 굴지만 사람들이 다 바보인줄 아나?”차진욱은 하준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그래. 내가 살면서 별별 사람을 다 만나 봤지만 너처럼 구역질 나는 인간은 참 드물지.”자존심이 센 양유진은 그런 모욕을 당하자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차진욱이 천천히 일어서 양유진에게 다가갔다.강태환은 양유진과 같이 있다가 차진욱의 거대한 몸이 다가오자 극도로 두려움을 느꼈다.그러나 휠체어에 앉아 있어 마음대로 물러날 수도 없었다. 그저 손잡이만 꼭 잡을 뿐이었다.“왜 이러시죠? 여기는 FTT그룹이고, 우리나라입니다.”양유진이 낮은 소리로 경고했다.“내가 모른다더니? 이제는 내가 이 나라 사람이 아닌 것을 알게 되었나 보군, 그래?”차진욱은 느릿하게 소매 단추를 풀었다. 소매를 걷으니 그을린 팔뚝이 드러났다. 탄탄한 주먹만 봐도 머리털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누구 없나?”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이자 맹원규가 냅다 사람을 불렀다.그러나 맥퀸이 맹원규의 팔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머리를 테이블에 짓눌렀다.동시에 차진욱의 주먹이 양유진의 안면을 강타했다.180cm가 넘는 양유진의 몸이 그대로 벽까지 날아갔다. 입에서는 선혈이 흐르고 이빨도 몇 개가 부러졌다. 너무 아파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강태환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머…멈춰요. 경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