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려고 결혼했습니다: Chapter 221 - Chapter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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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화

집.서재에서 영상 회의를 하던 하준은 아래층에서 나는 차 소리를 듣고는 일어났다.“이 솔루션은 안 되겠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세요.”말을 마치고 영상을 끈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여름이 넋이 나간 듯이 현관으로 들어왔다. 신발도 대충 벗어 던지고.하준은 찡그리며 여름의 검은 드레스 아래로 드러난 하얀 팔과 종아리를 보았다.의아해 하며 외투를 벗어 여름에게 걸쳐주고 아래를 보니 치마 끝자락이 무언가에 걸렸는지 구멍이 나 있었다.“옷이 왜 이렇게 망가졌습니까?” 검은 눈동자가 여름을 똑바로 주시했다.아래쪽을 본 여름은 그제서야 방금 화장실 창문으로 기어 나올 때 무언가에 옷이 걸렸다는 걸 깨달았다.“그냥 실수로요.”여름은 시선을 피했다. 자신이 최윤형을 건드렸다는 사실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일개 변호사가 대적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거짓말할 때마다 내 시선 피한다는 거 압니까?”하준이 여름의 허리를 꽉 잡았다. 검은 눈동자가 더욱더 날카롭게 빛났다. “오늘 기념행사 갔던 거 아닙니까? 무슨 일 있었습니까?”“그런 일 없어요. 누가 감히 대표이사인 나를 괴롭히겠어요? 농담도 참, 난 씻으러 갈게요.”여름은 그를 밀쳐내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괜히 사람 성질 건드리지 마시죠.”하준은 다시 한번 여름을 자신 앞에 끌어다 세웠다.“지금 당신 꼴을 좀 보란 말입니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날 진짜 당신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똑바로 얘기해요.”입을 굳게 닫고 있던 여름의 눈시울이 결국 붉어졌다.“내가 오늘 절대 건드려선 안 되는 사람을 건드렸어요. 만약... 그 사람이 나중에 나한테 보복하더라도 절대 나 도울 생각 말아요. 그렇게 되면 그냥 나랑 손절하는 게 좋을 거예요.”최하준이 눈썹을 치켜올렸다.“대체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FTT의 최윤형요.”“…….”‘재밌군. 최윤형 그 멍청이가 언제부터 절대 건드려선 안 되는 대단한 인물이 된 거야? ’“많이 놀랐죠?”여름은 하준이 말이 없는 걸 보고 얼른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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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화

하준이 손을 내밀었다.여름은 핸드폰을 건넸다. 하준은 사진들을 보고는 얼굴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잠시 후, 사진을 모두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달한 후 여름의 핸드폰에서 삭제해 버렸다.“아니, 삭제해 버리면 어떡해요.”여름은 좀 불안했다.“그딴 사진 저장해 둬서 뭐 좋다고 그러는 겁니까?”하준이 다시 한번 쐐기를 박았다.“그 와중에 디테일하게도 찍었네.”“…….”여름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못 했다.“그 집안 사람들 체면을 제일 중시하는데 그런 사진도 찍어놨겠다, 됐습니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올라가 자요.”말은 저렇게 멋없이 해도 하준 나름의 위로였다.“정말요?”여름은 딱히 믿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절대 손해 보고 살 사람이 아니던데 그렇게 망신을 줬으니….”“잘 이해 못 하겠지만 그런 인간이 훨씬 더 자존심을 세우는 법입니다. 그 인간 절대 여름 씨는 안 찾을 테니 걱정 말아요. 내기해도 좋습니다. 아주 잘 대처했습니다.” 하준은 최선을 다해 더 설명해 주었다.하준에게서 칭찬을 들은 적이 별로 없는 여름은 칭찬을 듣자 약간 당황스러웠다.어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어쨌는 난 그런 인간들 속성은 잘 모르니까.’ “하지만, 앞으로 그런 행동은 금지입니다.”잠시 머뭇거리더니 하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물론, 나는 예외입니다.”“…….”“올라갑시다. 씻겨줄게요.”하준은 여름의 대답은 기다리지도 않고 곧바로 여름을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싫어요!”여름은 부끄러워 소리쳤다. 하준과 실랑이 벌이는 사이에 걱정과 두려움도 모두 잊었다.하준은 여름을 잘 달래서 재웠다. 밤이 되자 그는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차에 올랐다. ******늦은 밤. 최윤형은 병원에서 꽁꽁 싸매고 나와 호텔로 가서 씩씩거리며 전화를 걸었다.“무슨 수단을 쓰건 상관없어. 강여름에게 본때를 보여주라고. ‘차라리 죽여주십시오’ 할 때까지.”말을 마치자마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누구야, 한밤중에 시끄럽게, 죽고 싶어?”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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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화

하준은 싸늘한 얼굴로 최윤형의 가슴을 힘껏 찼다. “너 요즘 동성에서 아주 유명하던데, 그 변태 같은 취향 동성까지 와서 소문내고 다녀야겠어? 넌 명예 같은 거 필요 없을지 몰라도 FTT는 필요하다. FTT를 우습게 봐도 유분수지.”“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최윤형은 연신 잘못을 빌었다.“아니, 넌 그러고도 남을 놈이다. 감히 내 여자를 건드릴 생각을 하다니.”하준이 음산하게 웃었다.최윤형은 멍해졌다.“강여경이 형님의?”“그 딴 게 내 눈에 찰 것 같아?”하준이 천천히 허리를 숙여 앉았다. 눈빛이 얼어붙은 듯 날카롭게 반짝였다.최윤형은 잠깐 생각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설마… 강여름은… 아니겠지요?“기억은 하는구나. 내 손 더럽혀야 하는데 누명 씌우는 것처럼 보이면 안 되잖아.”하준이 일어섰다.하준의 싸움 실력을 잘 아는 최윤형은 놀라 힘겹게 기어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죄송합니다. 정말 몰랐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머리가 어떻게 돼서….”하준의 발길질 한 방에 그는 그대로 벽으로 부딪혔다. ‘으헉’ 소리와 함께 피가 흘렀다. “넌 스스로 통제가 안 되는 것 같으니 내가 아예 폐기 처분 해주마.”하준이 다가갔다.“사, 살려주십시오!”최윤형이 놀라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제가 다치면 할머니께서 속상하실 거예요. 절 얼마나 아끼시는지 잘 아시잖아요. 할아버지도 화내실 거고.”“그럼 네가 말해봐라, 이 화를 어떻게 풀면 될지.”하준이 구두로 힘껏 최윤형의 다리를 눌렀다.최윤형은 너무 아파 눈물까지 흘리며 하준의 다리를 붙들고 애원했다.“아닙니다. 차, 차라리 마음껏 때리세요. 내일 강여름 씨를 찾아가 무릎 꿇고 사과드리겠습니다.”“좋아, 네 입으로 한 말이니 잘 기억해 둬라.”하준은 뒤돌아 수하에게 말했다.“이 녀석 테라스에 하룻밤 내놔.”최윤형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얼마 전에도 여름에게 당해 감기에 걸려있었다. 지금 이 시간에 바깥 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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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화

******8시 반. 회의실.이사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어둡고, 격분해 있었다. 여름 얘기만 나오면 모두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다.“이게 다 정호중 때문입니다. 그 인간이 강여름을 들이밀지만 않았어도 화신이 FTT에 밉보이는 일은 없었을 텐데.”“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닙니까? 겁도 없이 최윤형을 건드리다니. 그 사람이 어떤 사람입니까?”“듣자니까 지난번에 나산시 최고 부자가 최윤형을 건드렸다가 하룻밤 새 집안이 다 풍비박산 났다죠?”“맞아요, 최윤형은 정말 무서운 인물이에요.”“…….”듣고 있던 강태환이 한숨을 내쉬었다.“다 제 잘못입니다. 어제 여경이더러 최윤형 씨를 데려오라고 하는 게 아니었는데. 어제 최윤형 씨가 온다는 얘기에 화신과 손잡게 될 일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 그랬습니다만.”“그렇죠, FTT만 잡을 수 있으면 호랑이 등에 날개 단 격이죠.”“애당초 강태환 이사에게 대표이사를 맡겼어야 했어요.”“저도 후회가 됩니다. 강여름 씨에게 투표하는 게 아니었어요.”구 이사가 유감스러운 듯 말했다.“여러분, 기왕 일이 이렇게 된 거 화신을 위해 결단을 내립시다. 이사장 직위를 박탈하는 것만이 최선입니다.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사람은 강태환 이사뿐인 것 같습니다. 이 댁 따님과 최윤형도 보통 관계가 아닌 것같고 말입니다.”강태환은 겸손하게 손을 내저었다.“아이고, 아직은 잘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최윤형 씨가 우리 애를 많이 좋아해서 요즘 가는 데마다 데리고 다니네요. 여경아, 네 생각은 어떠냐?”강여경은 어젯밤 최윤형을 상대하느라 뻐근한 몸을 참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최윤형 씨가 제게 관심이 많아요. 프로젝트 관련한 내용도 많이 알려주고요.”그 얘기에 모인 사람들이 기뻐하자 구 이사가 말했다.“그럼 그렇게 합시다. 강태환 이사님을 새로운 이사장으로 추대하겠습니다.”“제가 동의했나요?”여름이 문을 열고 성큼성큼 들어와 이사회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훑어보었다.“제게 여러분들은 화신의 이사이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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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화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줄 알았다.”강태환이 여름을 가리키며 비난했다.“봐라, 직접 찾아왔다지 않냐. 이 일은 네가 가서 해결해.”“반항할 생각 말어.”강여경이 쐐기를 박았다.“또 최윤형 씨 심기를 건드렸다간 내가 직접 나선다 해도 진정시키기 어렵다고.”“아예 잡아서 데려갑시다.”강태환이 제의하자 많은 사람이 동의했다.경비원들이 여름에게 다가오려 하자 차윤이 막아섰다.“누구든 손끝 하나라도 대면 후회하시게 될 겁니다.”“뭣들 하는 거야, 둘 다 잡아.”안 그래도 지난번 발로 내동댕이쳐진 일로 차윤이 괘씸했던 강태환은 이때다 하고 손봐줄 생각이었다.막 때리려는데 여름이 차윤을 옆으로 밀어냈다.“됐어요, 억지로 가라고 할 필요 없어요. 알아서 갈 거니까.”말을 마치고, 여름은 회의실을 나갔다.강여경이 말했다.“우리도 가서 봐요, 지켜봐야 마음이 놓이죠.”“맞아요, 다시 최윤형 씨에게 실수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됩니다.”모두 따라서 내려갔다.회사 로비.두꺼운 패딩을 똘똘 감고 온 최윤형이 손에는 뜨거운 차를 들고 창백한 얼굴로 서 있었다. 누가 봐도 얼어 죽을 뻔하다 살아난 사람의 꼴이었다.여름은 어젯밤 자신이 화장실 바닥에 버려두고 온 때문인가보다 했다. ‘얼마나 있었던 거지? 감기 걸렸나 봐.’좀 불안했다. 최윤형 같은 철면피가 그깟 사진을 신경 쓸까 싶었다.자신을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 어차피 가족도 없는 그녀였다. 최하준이 연루될까 겁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이거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강태환이 먼저 나서서 알랑거리며 사과했다.“통이 크신 분이니 부디 맘에 담지 마세요.”“네네.”구성철도 따라 말했다. “저희가 이미 강여름의 이사장직을 박탈하고 이사회에서도 쫓아냈습니다.”얼었다 간신히 살아난 최윤형의 심장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최윤형이 실핏줄이 가득 서 있는 눈을 들었다.“이미 이사장에서 내려왔다고요?”“맞습니다.”강태환이 공손하게 말했다.“겁도 없이 최윤형 씨 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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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화

“다 아니까 닥치라고.”최윤형의 눈빛이 여름에게로 향했다.여름은 조마조마해서 연신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다가 말했다.“저기….”“강 대표, 어제는 내가 잘못했습니다.”최윤형이 성큼 다가와 사뭇 진지한 얼굴로 사과했다.“…….”여름은 멍했다.‘아니, 그런 사진이 이렇게 효과가 있다고? 진짜 하준 씨가 말한 그대로네?FTT는 체면이 제일 중요하다고? 이런 수치는 절대 못 참나 보지?’강여경과 강태환은 눈을 의심했다.“윤형 씨, 뭔가 착각한 거 아니에요?”강여경이 다시 한번 최윤형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어젯밤 일 잊은….”“그 주둥아리 그만 나불거려.”최윤형은 짜증 내며 강여경을 밀쳤다.“어젯밤엔 내가 술이 많이 취해서 강 대표 기분을 상하게 했습니다. 정말 당황스러우셨을 겁니다. 난 정말 인간쓰레기입니다. 아니, 사람도 못 되는데 정신 차리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 그랬으면 우리 집안 명예가 나 하나로 실추됐을 겁니다.”“…….”모두 숨을 들이마셨다.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여름은 눈을 끔뻑거리며 멍하게 최윤형을 바라봤다. ‘어제 전기 충격기 맞고 머리에 이상이 왔나?취하진 않았었는데.’아무리 위협용 사진이 있다지만, 이렇게까지 비굴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구성철은 더욱 당황했다.“하지만 저희는….”“아, 감히 이사장 직위를 박탈하셨다고 했습니까? 이사회에서도 내쫓고?”냉정을 되찾은 최윤형이 이사회 사람들을 무섭게 노려봤다.“연세가 많이 드셔서 이제 요양원 들어가실 때가 되셨나? 아니면 화신 문 닫고 싶은 겁니까?”이사진은 벌벌 떨었다. 자신들 나이가 요양원 들어갈 정도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아직 현역에서 일이십 년은 더 버티고 싶었다.“저희가 생각이 짧았습니다.”구성철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강여름 씨는 직위를 박탈당한 적이 없습니다. 여전히 이사장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겁니다.”강태환의 몸이 휘청했다. 격분한 강태환의 목소리가 날아왔다.“구진철, 당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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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화

“좋아해?”최윤형은 무슨 우스갯소리라도 들은 듯 웃었다.“남자친구도 있는 게 남의 침대로 기어들어 와 놓고 웃기지도 않네.”“짝”하는 따귀 소리가 귓가에 울린 듯했다. 하지만 맞은 건 뺨이 아니라 마음이었다.강여경이 비틀했다.직원, 주주 등 주위에 모여있던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모두 경멸의 눈빛으로 강여경을 바라보고 있었다.“헐, 저런 사람인 줄 몰랐네. 늘 청순하고 얌전한 이미지더니.”“그러게나 말예요. 회사 남자들이 다 여신이라 그랬잖아요.”“아이고, 우리 손자를 소개시켜주려 했는데, 큰일 날 뻔했군.”“…….”강여경의 얼굴이 모욕감에 창백해졌다. 그동안 좋은 이미지를 쌓기 위해 그렇게 노력했건만, 이제 다 망가졌다.강태환 역시 수치스러워 몸을 부들거리고 있었다. “너무하십니다. 여경인 진심으로 좋아했던 겁니다. 첫눈에 반했다고 했어요.”그러나 최윤형은 이마저도 너무 우습다는 듯 하하하 웃었다.“뭐가 그렇게 좋았답니까? 하나는 인정합니다. 만나본 여자 중에 강여경이 제일 개방적이더군요. 강 이사님, 부귀영화를 위해 따님도 파시고 정말 존경스럽습니다.”이 말을 들은 사람들의 생각이 새삼 달라졌다. 그저 구경만 하던 여름도 놀랐다.최윤형이 이 정도로 무례할 줄은 몰랐다. 더욱 놀란 건 강여경이 저 변태 놈의 비위를 다 맞춰줬다는 사실이다.가벼운 한숨을 내쉬고 여름은 강여경에게 다가가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정말 다시 봤어. 한선우 뺏을 때도 그런 방법을 썼나 봐?”여름의 말에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이 한선우와 얽혀있었던 과거를 떠올렸다.그리고 사람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경멸에 찬 눈빛으로 여경을 바라보았다.심지어 오염물이라도 피하듯 강여경에게서 슬금슬금 떨어져 있었다.강여경은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눈이 뒤집히고 기절하는 시늉을 했다.“여경아!”강태환은 여경을 안고 황급히 떠났다.최윤형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돌려 여름을 보았다.“전에도 남자친구가 있었단 겁니까?”“네, 약혼도 했었죠. 남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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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화

‘강여름은 도대체 형님을 어떻게 손에 넣었을까?’최윤형이 여름을 보는 눈빛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맞아요, 우리 차윤 씨 엄청 대단한 사람이에요.”여름이 걸음을 멈췄다.차윤은 알아서 한쪽으로 물러났다.여름은 조용히 최윤형이 사진에 관한 걸 묻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최윤형은 아무 말이 없었고 감탄과 경외감, 당황스러움이 묻어나는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볼 뿐이었다.“…….”“저, 어젯밤 일로 후유증 같은 건 없으시고요?”“그럴 리가요. 여름 씨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죠.”최윤형이 하하 웃었다. “동성에 와서 제일 잘한 일이 강 대표를 만난 겁니다.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아니, 그 사진을….”최윤형이 손을 내저었다.“사진은 맘에 들면 그냥 가지십시오.”여름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내가 그딴 걸 왜 가져, 아이고.’“어제 제가 욕보인 거 화나지 않으셨나… 요?”최윤형이 순간 굳더니 억지로 말했다.“다 사실인데요 뭘, 누굴 탓하겠… 에취!”최윤형이 난처해 하며 코를 잡아 쥐었다. 콧물이 나오려 했다.“제가 도울 일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힘 닿는 대로 도와드리겠습니다.”여름은 망설이다가 떠보듯 물었다.“강여경하고 있을 때 녹음한 거나 찍은 영상 있죠?”최윤형이 잠시 얼어붙었다. 여름은 모든 걸 꿰뚫어보는 듯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저에 대해 그렇게 잘 알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강여름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 ‘원래 이런 변태는 그런 거 다 찍잖아.’“아뇨, 저….”“알겠습니다. 많이 있습니다. 강여경과 싸울 때 쓰려는 거죠? 지금 보내드리겠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보여주시면 안 됩니다. 특히, ‘남자친구’분요.”강여름이 자신의 비디오를 본 걸 최하준이 알기라도 하는 날엔 자신은 죽은 목숨이었다.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여름의 머리 속에 이상한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그럼요.”여름이 고개를 끄덕였다.“쓰게 되면 최윤형 씨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해 드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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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화

“안 됩니다, 안 돼요!”최윤형은 어젯밤 하준이 신신당부하던 것이 생각나 얼른 그녀를 말렸다.“절대 말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 사적인 영상까지 넘겼는데 제발 모른 척해주시죠.”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최윤형이 자기 입으로 인정하자 여름은 완전히 놀랐다.‘최하준이 재계 순위 1위인 FTT가의 사람이었다니. 최윤형이 최하준을 이렇게 두려워하는 걸 보면, 설마 쭌이… 직계?’자신이 FTT가와 엮이게 될 거라곤 추호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너무 복잡한 집안이었다. 자신과 같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알았어요. 하지만 강여경이랑 어떻게 알게 된 건지는 알아야겠어요.”강여름은 가까스로 냉정을 되찾고 물었다.“진현일이 소개했습니다.”“진현일이 나한테 잘 보이려고 강여름을 저한테 보낸 겁니다.”여름의 입가가 살짝 떨렸다.“왜 다른 사람의 여자친구를….”최윤형이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죄송합니다.” “…….”여름은 묻고 싶었다. 그 집안에서 최윤형만 그 모양인지, 아니면 다들 그렇게 변태인지.******사무실로 돌아온 여름은 머리가 복잡했다. 하준과 결혼생활을 시작했을 때 그가 한선우의 외삼촌인 줄로만 알았다. 나중에 착각한 걸 알았을 때도 그저 일개 변호사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재벌 중의 재벌이었던 것이다.기쁘다기보다는 그저 놀랍고 두려울 따름이었다. 결코 평탄치 않은 길이 될 것이다.‘그 집안에서 날 반대하겠지?’갑자기 너무 피곤해졌다. 잡념을 떨치기 위해 여름은 최윤형에게 받은 영상을 열었다.그저 강여경에게 흠이 될만한 거리를 찾는 게 목적이었다. 옆에 있던 차윤이 영상에 몰입한 여름을 보고 한마디했다.“꽤 오래 보십니다? 변호사님께서 아시면 싫어하실 텐데요.”“뭐, 차윤 씨랑 나만 입 다물면 모를 텐데요.”여름이 머쓱하게 웃었다. 최윤형 사진도 못 보게 했던 사람인데, 이렇게 열심히 영상을 보다 들키는 날엔 뼈도 못 추릴 터였다.차윤은 아무 말이 없었다.‘안 본 걸로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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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화

“혀, 형님,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방금 화신 다녀왔거든요. 그쪽 일은 잘 해결했습니다, 이제 아무도 강 대표는 못 건드립니다.”“응, 알아. 잘했다.”하준은 꿈쩍 않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최윤형이 채 말을 꺼내기도 전에 하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런데 의심은 안 하던가?”순간 싸늘한 기운이 사방에서 밀려와 최윤형의 심장을 꽁꽁 얼게 만들었다.“거짓말할 생각은 마, 최윤형.”하준이 담담하게 경고했다.“열여덞 살 때 날 속였다가 어떻게 됐었는지 기억하겠지?”최윤형이 몸을 덜덜 떨었다. 그 해는 그의 인생 최대의 암흑기였다.“그게, 의심하시더라고요.”두려움에 휩싸인 최윤형은 더 속일 수 있다는 희망을 버렸다.“형님이 우리 집안 사람인 걸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한 건 아닙니다, 강 대표가 워낙 영리한 사람이라 제가 들켰을 뿐입니다. 게다가 우리 둘 다 최 씨라….”하준이 미간을 만지작거렸다. ‘이 멍청한 자식은 뭐 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없군.’최윤형은 다시 우물우물 말했다.“형님이 누군지 알면 들러붙을까 봐 그러시죠? 그런데 그건 너무 당연하지 않습니까? 우리 집안 사람이야 어딜 가나 온갖 인간들이 들이대잖습니까? 그런데 그 여자는 너무 급이 낮으니, 그냥 애인 정도 삼으시면….”“닥쳐.”하준이 날카롭게 쏘아봤다.“당장 동성을 떠나.”“네네, 바로 갑니다.”하준이 있는 곳에서 단 일 초도 더 있고 싶지 않았던 최윤형은 바로 짐을 챙겨 도망치듯 떠났다.방에 남은 하준은 일어나 창가로 갔다. 자신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는 의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어려서부터 FTT라는 후광 속에 자라다 보니 자신의 배경을 보고 달려드는 여자들이 한둘이 아니었고 거기에 반감이 심했다. 그래서 여름에게 자신에 대해 말해준 적이 없었다. 그는 여름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기를 바랐다.‘이제 알아버렸으니, 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김상혁이 조용히 말했다.“걱정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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