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여름은 도대체 형님을 어떻게 손에 넣었을까?’최윤형이 여름을 보는 눈빛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맞아요, 우리 차윤 씨 엄청 대단한 사람이에요.”여름이 걸음을 멈췄다.차윤은 알아서 한쪽으로 물러났다.여름은 조용히 최윤형이 사진에 관한 걸 묻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최윤형은 아무 말이 없었고 감탄과 경외감, 당황스러움이 묻어나는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볼 뿐이었다.“…….”“저, 어젯밤 일로 후유증 같은 건 없으시고요?”“그럴 리가요. 여름 씨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죠.”최윤형이 하하 웃었다. “동성에 와서 제일 잘한 일이 강 대표를 만난 겁니다.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아니, 그 사진을….”최윤형이 손을 내저었다.“사진은 맘에 들면 그냥 가지십시오.”여름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내가 그딴 걸 왜 가져, 아이고.’“어제 제가 욕보인 거 화나지 않으셨나… 요?”최윤형이 순간 굳더니 억지로 말했다.“다 사실인데요 뭘, 누굴 탓하겠… 에취!”최윤형이 난처해 하며 코를 잡아 쥐었다. 콧물이 나오려 했다.“제가 도울 일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힘 닿는 대로 도와드리겠습니다.”여름은 망설이다가 떠보듯 물었다.“강여경하고 있을 때 녹음한 거나 찍은 영상 있죠?”최윤형이 잠시 얼어붙었다. 여름은 모든 걸 꿰뚫어보는 듯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저에 대해 그렇게 잘 알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강여름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 ‘원래 이런 변태는 그런 거 다 찍잖아.’“아뇨, 저….”“알겠습니다. 많이 있습니다. 강여경과 싸울 때 쓰려는 거죠? 지금 보내드리겠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보여주시면 안 됩니다. 특히, ‘남자친구’분요.”강여름이 자신의 비디오를 본 걸 최하준이 알기라도 하는 날엔 자신은 죽은 목숨이었다.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여름의 머리 속에 이상한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그럼요.”여름이 고개를 끄덕였다.“쓰게 되면 최윤형 씨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해 드릴
“안 됩니다, 안 돼요!”최윤형은 어젯밤 하준이 신신당부하던 것이 생각나 얼른 그녀를 말렸다.“절대 말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 사적인 영상까지 넘겼는데 제발 모른 척해주시죠.”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최윤형이 자기 입으로 인정하자 여름은 완전히 놀랐다.‘최하준이 재계 순위 1위인 FTT가의 사람이었다니. 최윤형이 최하준을 이렇게 두려워하는 걸 보면, 설마 쭌이… 직계?’자신이 FTT가와 엮이게 될 거라곤 추호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너무 복잡한 집안이었다. 자신과 같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알았어요. 하지만 강여경이랑 어떻게 알게 된 건지는 알아야겠어요.”강여름은 가까스로 냉정을 되찾고 물었다.“진현일이 소개했습니다.”“진현일이 나한테 잘 보이려고 강여름을 저한테 보낸 겁니다.”여름의 입가가 살짝 떨렸다.“왜 다른 사람의 여자친구를….”최윤형이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죄송합니다.” “…….”여름은 묻고 싶었다. 그 집안에서 최윤형만 그 모양인지, 아니면 다들 그렇게 변태인지.******사무실로 돌아온 여름은 머리가 복잡했다. 하준과 결혼생활을 시작했을 때 그가 한선우의 외삼촌인 줄로만 알았다. 나중에 착각한 걸 알았을 때도 그저 일개 변호사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재벌 중의 재벌이었던 것이다.기쁘다기보다는 그저 놀랍고 두려울 따름이었다. 결코 평탄치 않은 길이 될 것이다.‘그 집안에서 날 반대하겠지?’갑자기 너무 피곤해졌다. 잡념을 떨치기 위해 여름은 최윤형에게 받은 영상을 열었다.그저 강여경에게 흠이 될만한 거리를 찾는 게 목적이었다. 옆에 있던 차윤이 영상에 몰입한 여름을 보고 한마디했다.“꽤 오래 보십니다? 변호사님께서 아시면 싫어하실 텐데요.”“뭐, 차윤 씨랑 나만 입 다물면 모를 텐데요.”여름이 머쓱하게 웃었다. 최윤형 사진도 못 보게 했던 사람인데, 이렇게 열심히 영상을 보다 들키는 날엔 뼈도 못 추릴 터였다.차윤은 아무 말이 없었다.‘안 본 걸로 할 수밖에….’
“혀, 형님,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방금 화신 다녀왔거든요. 그쪽 일은 잘 해결했습니다, 이제 아무도 강 대표는 못 건드립니다.”“응, 알아. 잘했다.”하준은 꿈쩍 않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최윤형이 채 말을 꺼내기도 전에 하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런데 의심은 안 하던가?”순간 싸늘한 기운이 사방에서 밀려와 최윤형의 심장을 꽁꽁 얼게 만들었다.“거짓말할 생각은 마, 최윤형.”하준이 담담하게 경고했다.“열여덞 살 때 날 속였다가 어떻게 됐었는지 기억하겠지?”최윤형이 몸을 덜덜 떨었다. 그 해는 그의 인생 최대의 암흑기였다.“그게, 의심하시더라고요.”두려움에 휩싸인 최윤형은 더 속일 수 있다는 희망을 버렸다.“형님이 우리 집안 사람인 걸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한 건 아닙니다, 강 대표가 워낙 영리한 사람이라 제가 들켰을 뿐입니다. 게다가 우리 둘 다 최 씨라….”하준이 미간을 만지작거렸다. ‘이 멍청한 자식은 뭐 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없군.’최윤형은 다시 우물우물 말했다.“형님이 누군지 알면 들러붙을까 봐 그러시죠? 그런데 그건 너무 당연하지 않습니까? 우리 집안 사람이야 어딜 가나 온갖 인간들이 들이대잖습니까? 그런데 그 여자는 너무 급이 낮으니, 그냥 애인 정도 삼으시면….”“닥쳐.”하준이 날카롭게 쏘아봤다.“당장 동성을 떠나.”“네네, 바로 갑니다.”하준이 있는 곳에서 단 일 초도 더 있고 싶지 않았던 최윤형은 바로 짐을 챙겨 도망치듯 떠났다.방에 남은 하준은 일어나 창가로 갔다. 자신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는 의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어려서부터 FTT라는 후광 속에 자라다 보니 자신의 배경을 보고 달려드는 여자들이 한둘이 아니었고 거기에 반감이 심했다. 그래서 여름에게 자신에 대해 말해준 적이 없었다. 그는 여름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기를 바랐다.‘이제 알아버렸으니, 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김상혁이 조용히 말했다.“걱정 마십시오
여름은 멍해졌다. 사실 하준의 가족에 관해 물어볼 참이었다. ‘최윤형에게 말하지 말라고 한 건 나한테 알려주고 싶지 않다는 뜻이겠지, 그럼 관두자.’“없는데요.”하준은 천천히 눈을 내리깔았다. 여름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아, 있어요! 오늘 저녁에 난 경매 행사 참가해요. 집에서 밥 못 먹어요. 혹시 같이… 갈래요?”여름은 조심스레 물었다. 승낙할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콧대 높은 그가 이런 행사 따위에 참석할 리 없었다.“그러죠.”“예?”여름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그게 그렇게 놀랄 일입니까?”하준은 넋이 나간 여름의 모습을 보고 빙그레 웃었다.“아뇨, 전엔 동성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는 거 싫어했잖아요.”“당신 지켜주러 갑니다. 또 벌이고 나비고 다 달려들 테니.”앞만 보고 진지하게 운전하는 완벽한 옆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던 여름은 몸을 내밀어 하준의 뺨에 입을 맞췄다.순간 핸들을 잡은 손이 흔들렸다. “하아, 운전할 때는 유혹 금지입니다.”어쩐지 익숙한 말이었다. 여름이 웃었다.“알아요, 차 흔들리면 뒤집힐까 봐요?”“아닙니다.”하준이 여름을 슬쩍 보았다.“마음이 흔들립니다.”여름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밀폐된 공간에 순간 뜨거운 기운으로 가득 차고 있었다. 여름의 가슴은 설레어 점점 빨리 뛰기 시작했다.그 순간 하준에게 달려들어 입을 맞추고픈 생각이 간절했지만, 무사히 가기 위해 꾹 참았다.******7시 반. 컨벤션센터.경매 행사가 막 열리려 하고 있었다.동성의 유명인사가 하나둘 입장했다. 이제 새로 화신의 대표이사가 된 강여름은 화제의 중심이었다. 여름이 들어서자 주위에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많은 사람의 관심 대상이 된 여름을 멀리서 바라보는 한선우의 마음에 씁쓸함이 스쳤다.단 며칠 만에, 예전에 자신이 버렸던 여친이 화신의 새로운 대표가 되어있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모두 자신더러 어리석다고 말하고 있었다.그렇다. 어리석었다. 가장 좋은 다이아몬드를 못 알아보고, 깨진 유리조
곧 몇몇 재벌 사모가 여름의 주위를 둘러쌌다.“강 대표, 이 스커트 어디서 사신 거예요? 너무 예뻐요!”“지금 하고 계신 목걸이 가르디 신상이죠?”“…….”“여러분, 안녕하세요?”갑자기 진가은이 와인잔을 들고 의뭉스럽게 다가왔다. “어머나~ 강 대표, 이런 행사에도 오실 만큼 한가하신 줄은 몰랐네. 아니지, 아직 강 대표라고 불러도 되나 모르겠네?”“그게 무슨 소리예요?”주 여사가 불쾌한 듯 물었다.“어머, 아직 모르시나 보다. 어젯밤에 화신 기념행사에서 강 대표가 서울에서 온 최윤형 씨한테 실례를 했다지 뭐예요?”“뭐라구요? 설마 FTT 최윤형?”“맞아요, 그분.”진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친구한테 듣자니까 아주 노발대발 난리 났다던데. 강 대표, 왜 그렇게 성미가 급해? FTT가 어디 그렇게 만만한 상대던가? 다음에 만날 때 무사히 자리보전하고 있어야 될 텐데….”모두 놀라 숨을 멈추고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어머나, 우리 남편이 오라고 하네요.”“오 여사, 오랜만이에요!”잠시 후, 사모님들은 다들 핑계를 대고 재빨리 자리를 떠났다.‘미쳤어, FTT를 건드렸다고? 저 여자는 이제 그냥 죽은 목숨이네.”여름은 아무 해명도 없이 그저 한심한 눈으로 진가은을 바라봤다. ‘이제 강여경이랑 잘 안 노나? 아직 아무 소식 못 들었나 보네?”“너~무 황당하지~, 아직 대표이사 자리에 엉덩이 붙이기도 전에 쫓겨나게 생겼으니.”진가은은 의기양양하게 웃다가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하준을 보았다.“ 빨리 쟤랑 손절하세요, 괜히 엮이지 마시고.”하준은 말없이 눈썹을 치켜올렸다.하준이 흥미를 보인다고 생각한 진가은은 서둘러 덧붙였다.“우리 친척 중에 최윤형 씨한테 인정받는 비서가 계세요. 나중에 저한테 부탁하시면 제가 도와드릴게요.”여름은 웃고 싶었다. 최윤형도 벌벌 떠는 최하준인데 일개 비서가 무슨 대수라고.“신경 쓰지 말고 우린 가서 앉아요.”여름은 하준의 팔짱을 끼고 앞으로 걸어갔다. 지금은 진가은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한주그룹 한선우 아냐? 통 크네.”"서상택 회장 댁 따님이랑 사귄다더라구요.”“어쩐지, 서 회장네 ‘사도’도 꽤 안정적인 기업이잖아요. 어지간히 출세하고 싶은가 보네요.” “누가 아니래요? 그런데 전 여친은 지금 화신 대표 강여름이에요.”“강여름 씨 남친은 지금 가만히 있네요. 여자 친구한테 돈 쓸 생각은 없나 봐.”가만히 지켜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여름에게로 항했다.갑자기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당황한 여름은 황급히 하준을 붙들고 조용히 얘기해다.“사람들 말 신경 쓰지 말아요. 그래 봐야 그냥 액세서리죠. 다른 사람들한테 과시하는 거 말고 무슨 쓸모가 있어요? 더군다나 중고잖아요, 저렇게 큰 돈 쓸 필요 없어요.”하준이 물끄러미 여름을 바라보았다. 좀 아까 분명 좋아하는 눈치였다. 하준은 여름이 자신이 누군지를 알았으니 사달라고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여름의 말은 너무나 의외였다.여자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면 돈을 쓰게 하는 게 아니라 절약하게 한다더니 그 말이 맞는 듯했다.씨익, 하준이 매력적인 미소를 띠더니 피켓을 들었다.“400억.”낮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였다.“…….”여름은 얼이 빠진 사람처럼 멍했다. 머리가 폭발하는 것 같았다.“미쳤어요, 들지 말랬잖아요!”“410억.” 진가은이 갑자기 피켓을 들었다.여름은 하준의 손을 꽉 쥐었다.“들지 말아요. 쟤 분명 살 돈 없을 거예요. 일부러 가격 올리려고 저러는 거예요.”하준은 신경 쓰지 않고 다시 피켓을 들었다.“450.”장내가 온통 술렁이기 시작했다.한선우가 하준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한선우에겐 380억이 상한이었다. ‘이 자식이, 사랑하는 사람도 뺏긴 마당에 목걸이마저 빼앗기다니!’ 한선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옆에 있던 서도윤이 한숨을 내쉬었다.“됐어요. 목걸이 하나에 450억이라니, 너무 오버예요.”“응.”한선우는 눈을 내리깔고 분을 삭였다.진가은이 또 손을 들려고 했다. 그러자 하준이 진가은을 향해 묘
결국 최하준이 450억에 목걸이를 낙찰받았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사 스태프들이 목걸이를 조심조심 그의 손에 넘겼다.하준이 목걸이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찬란한 붉은 색이 반짝였다.그 목걸이를 들고 그 옆에 있던 여름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일어나 봐요.”여름은 얼떨결에 일어났다.사람 홀리는 미소를 지으며 하준은 여름의 목에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중후한 목소리가 잘 숙성된 와인처럼 매혹적이었다.“이제부터 당신이 나의 퀸입니다.”“와!”좌우에서 부러움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여름의 가슴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비록 많이 속 쓰린 가격이었지만 마치 두 사람의 결혼식이라도 올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정말 자신이 바라는 모든 걸 만족시켜주는 남자였다.더욱이 이 사람에게 이런 낭만적인 면이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여름의 우윳빛 피부 위에서 빛나는 빨간 다이아몬드에 모두 시선을 빼앗겼다. 진정 여왕과도 같은 기품이 흘러넘쳤다.“고마워요, 사랑해요.”여름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까치발을 들어 하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입을 맞추고 나서야 많은 사람이 보고 있다는 게 생각난 여름이 얼굴을 붉히는 모습마저도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하준의 눈동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윽해졌다.갈수록 빠져들게 하는 사람이었다. 하준은 눈 딱 감고 당장 여름을 갖고 싶다는 충동을 간신히 누르고 있었다.한선우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지난번 여름이 하준을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는 믿지 않았었는데 지금 똑똑히 확인한 것이다.과거 오직 자신만을 품었던 소녀가 이제 정말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다. 자신보다 훨씬 잘나고 능력 있는 남자를.한선우는 더 이 자리에 있을 수가 없어 그냥 돌아가고 싶었다.그런데 무대 위에 스크린이 갑자기 밝아지는 게 아닌가.주최 측이 준비한 비하인드 영상인가보다 추측하던 사람들은 화면이 나오자 다들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나랑 이러고 있는 거 진현일이 알게 돼도 괜찮겠어?”“신경 안
“정말 무서운 사람이네요. 목적을 위해 여자친구까지 이용하다니.”“우리 딸하고 혼담 있었을 때 거절하길 천만다행이에요.”“그러게요, 평소에는 반듯해 보였는데 정말 역겨워요. 앞으로 JJ랑은 거리를 둬야겠어요.”“진가은도 그런 식으로 이용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그럴지도 모르죠. 원래 그 아가씨한테 좀 호감이 있었는데 관심 꺼야겠어요.”갑자기 비난의 중심에 놓인 진가은은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누구 짓이야!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한껏 들떠 있던 이 남매는 이제 난감하기 그지없었다.그리고 자리를 뜰 준비를 하던 한선우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진작 강여경의 실체를 알았다고 생각했지만 자기가 생각한 이상으로 역겨웠다. 대체 얼마나 많은 남자가 있었던 걸까.자신이 이런 여자와 사귀었었다고 생각하니 토할 것 같았다.옆에 있던 사람들이 좋은 구경거리라도 난 듯 그의 주위에 몰려들었다.“저 사람 전에 강여경이랑 사귀려고 강여름을 버렸다지?”“강여경한테 헤어나오지 못하는 매력이라도 있나 봐. 한선우도 그런 취향인 줄 몰랐네.”“유유상종이죠.”“…….”서도윤은 더 들을 수가 없어 고개를 홱 돌려 자리를 떴다.한선우 역시 황급히 쫓아 나갔다.막 나설 때, 자신을 연민과 조소의 눈길로 쳐다보는 강여름을 보았다. 그제야 모든 게 명확해졌다.‘이게 나에 대한 마지막 일격인 건가….’그렇다면 성공이었다. 그때부터 강여경만 생각하면 구토가 나올 지경이었으니까.*****일석삼조였다.여름은 정말 만족스러웠다.강여경의 뻔뻔함이 모두 까발려졌다. ‘끊임없이 욕심 부린 것도, 남자 꼬시기 좋아한 것도 다 너야.’“이제 다 봤습니까?”이를 꽉 깨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게 당신이 말한 그겁니까? 어제 분명히 경고하지 않았습니까? 나 말고 다른 남자는 보지 말라고.”하준이 여름의 눈을 노려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싸늘한 기운이 엄습하고 여름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 와중에도 여름은 둘러댈 말을 찾았다.“내가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