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서관은 몸을 돌려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가더니 그대로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안방.하서관에 침대맡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이 육한정과 화영이 걸어오는 모습으로 가득 찼다.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서로 눈을 맞추며 웃고 있었다.시원하고 포근한 바람에 화영의 원피스가 휘날렸다. 그 모습조차 무척이나 친밀해 보였다.오늘, 그가 집에 여자를 데리고 왔다.그럼 나는 뭐가 되는 거지?그 여자가 육한정의 애인인가?하서관은 가녀린 손가락으로 자신의 드레스를 만지작댔다. 마음속에서 분노가 차올랐다. 기분이 너무 불편했다. 그 기분이 그녀를 숨 막히게 했다.그때 문이 열리더니 육한정이 걸어 들어왔다.그가 왔다!하서관이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당신, 왔어요?"육한정은 이미 현관에서 그녀를 봤다. 그녀가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가 방안으로 숨어버린 모습까지도. 육한정은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오늘 집에 손님 한 분을 초대했어요. 화영씨, 우리 회사 총괄 이사예요."총괄 이사였구나… 총괄 담당자들은 다 미인이라던데, 남자들도 자주 상대하고… 그럼 남자들의 마음도 잘 알겠지?"아, 봤어요.""네 눈에는 어때?""예쁘고, 몸매도 좋던데요." 하서관의 입이 멈칫했다. 비록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가볍게 말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치마는 찢어질 듯 구겨지고 있었다. "왜요, 화이사님을 애인에서 여자친구로 승진시켜주려고요?"육한정은 눈썹을 들썩이며 한숨을 쉬었다. "당신도 알잖아요. 나도 이제 나이가 있다는 거, 당신도 계속 나한테 선을 긋는데. 혹시 알아요? 볼일 끝나면 당신이 나버리고 훌쩍 떠나버릴지? 옆에 여자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하서관은 콧방귀를 뀌었다. 여자 없으면 못 사나?"게다가, 당신도 알다시피 할머니 나이도 있으시잖아요. 손주도 저렇게 바라시고. 나도 아들 낳아줄 여자가 필요해요."하서관이 반박할 수 없는 이유였다. 하루빨리 손주를 안기 위해 절에 향까지 피우러 가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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