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서관의 가녀린 몸이 아래도 흘러내렸다. 결국 그녀는 푹신한 카펫에 앉아버렸다. 그녀는 무릎을 구부린 채 가녀린 팔로 자신을 끌어안았다. 그녀는 계속 자신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육한정과는 단지 협상한 사이일 뿐이라고. 하서관이 해성으로 돌아 온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잘하고 있었다. 소희와 하소정의 약혼식도 망쳤고, 이제 기다릴 일만 남았다. 그들이 자신에게 달려들 때 그 틈을 타 그들을 해치우면 된다.하지만 지금, 하서관은 이성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육한정으로 가득했다.시간은 일분일초 지나가고 있었다. 바깥에서는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벌써 화영이랑 침대에서 뒹굴고 있나?결국 이럴 거면서 나는 왜 건드린 거지?하서관의 마음속에 가득 찬 슬픈 감정이 갑자기 분노가 되어버렸다. 그렇다. 나는 아주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나타나서 나의 마음을 복잡하게 하는 거지?이렇게 지나갈 수는 없다.하서관의 자신이 모습이 비굴하고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육한정이 먼저 꼬셔놓고, 다른 여자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날 방에 숨어있게 만들어?안돼! 뭐라도 해야 되겠어!하서관은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방문을 열고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손님방에 도착한 그녀는 ‘쿵쿵’대며 방문을 세게 두드렸다.“문 열어요! 육한정! 화영! 얼른 문 열어줘요!”하서관은 지금 싸움을 준비하는 수탉처럼 투지가 가득했다.빠르게 손님방의 문이 열렸다. 화영의 모습이 보였다.화영은 방금 샤워를 했다. 몸에는 가운이 둘러져 있었고, 머리에는 물기가 가득했다.화영은 육한정이 자신을 찾아온 줄 알았다. 씩씩거리는 하서관의 모습을 보자 그녀는 순식간에 심드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뭐 하러 왔어요?”“육한정은요? 안에 있어요? 샤워하고 있어요? 비켜요! 지금 당장 만나야겠어요!”화영은 빠르게 하서관을 막았다. “적당히 해요. 한정씨가 당신이 만나고 싶다고 하면 만날 수 있는 사람이에요?”화영을 쳐다보는
하서관은 멍해졌다. 그녀는 쓰레기 남녀를 혼내고 쿨하게 이 집을 나가려고 했다. 더 이상 자신을 고통받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일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 남자, 화영이랑 아무 일도 없었단다.이 남자, 날 좋아한단다. 갑작스러운 고백에 하서관은 눈 만 깜빡거리고 있었다. “당신… 당신이 한 말, 다 사실이에요?”육한정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낮은 목소리에는 사람을 홀리는 힘이 있었다. “진짜예요. 못 믿겠으면 나도 병원에 가서 검사 한번 받을게요.”하서관은 그 자리에서 발을 들어 그를 걷어찼다. 사기꾼. 남자는 그런 검사를 할 수 없다.하서관의 발길에 육한정의 바지에 발자국 하나가 새겨졌다. 하지만 육한정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겁쟁이가 자기를 위해 화영을 때리다니,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육한정은 손을 뻗어 그녀의 작은 얼굴을 감쌌다. 육한정이 고개를 숙이더니 면사포 너머로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서관씨, 나랑 만나요. 네?”하서관은 자신의 마음을 지키고 싶었다.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상처 줄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남자의 유혹에 그녀의 마음의 벽이 무너져버렸다. 그녀는 이미 그에게 빠져버렸다.하서관은 더 이상 자신을 마음을 거부할수가 없었다. 그가 눈앞에 없으면 머릿속에 그가 떠오르고, 그가 다치면 마음이 아파온다. 그가 딴 여자랑 있기라도 한 날에는 질투가 나서 미칠 것 같다…너무 낯선 느낌이다.하서관은 고분하게 그의 입맞춤을 받아냈다. 하지만 그녀의 말투는 무척이나 사나웠다. “잘 생각해야 할 거예요. 나 엄청 난폭해요. 딴 여자라도 만나는 날에 당신 때려버릴 거예요!”육한정이 사랑스럽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말 했었나요? 당신 난폭하게 행동하는 모습이 제일 매력적이라는 거.”하서관의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그녀는 빠르게 육한정을 밀어내고는 방으로 돌아갔다.…화영은 아직도 떠나지 않았다. 오늘 밤, 화영은 처참하게 져버렸다. 그녀는
육한정은 그녀를 꼿꼿이 쳐다보고 있었다. 하서관은 빨개진 자신의 얼굴을 그의 품 안에 파묻었다. 육한정은 고개를 숙이더니 그녀의 입술을 향해 다가갔다.하서관은 웃으며 그의 입술을 피해버렸다. “당신, 이제 잘 시간이에요.”그녀가 그에게 경고했다.육한정은 자신의 듬직한 몸을 침대 안으로 넣었다. 그는 천장에서 반짝이는 크리스털 샹들리에를 보며 빨개진 자신의 눈을 손으로 가려보았다. 그는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말했다. “이제 자요. 잘 자요.”그의 품 안에서 하서관은 빠르게 잠이 들었다.육한정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의 몸에서 나는 달콤한 향기가 그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그때 그녀의 핸드폰이 또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소희에게서 계속 전화가 걸려 오고 있었다.육한정은 잠이 든 하서관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핸드폰에서 극도로 흥분한 소희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서관아, 드디어 내 전화 받아줬구나. 나…”“서관씨, 이미 잠들었어요.” 육한정이 그의 말을 끊어 버렸다.그 말에 소희가 얼어버렸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육한정은 무심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침착했다. “소희 도련님, 서관이 지금 많이 힘들어요. 이미 제 품 안에서 잠들었어요. 아까는 미안했어요. 당신 전화 소리 못 들었거든요.”말을 끝낸 후, 육한정은 전화를 끊어버렸다.…하서관은 임이모님을 만나러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앞에 도착하자마자 하소정이 하서관의 눈에 들어왔다.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약혼식의 실패가 그녀에게 충격을 안겨줬나 보다. 하긴, 성공이 바로 코앞이었는데, 다시 이렇게 끌려왔으니.“하서관, 물어볼 게 있어. 소희 오빠는? 너 대체 소희 오빠를 어디로 숨긴 거야.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하소정은 악독하게 하서관을 쳐다보고 있었다. 소희랑 연락이 되지 않았다. 정말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하서관은 입꼬리를 올렸다. “하소정, 소희 오빠
”하서관은 이제 사람들의 눈엣가시가 되겠네. 모든 사람들이 걔를 손가락질할 거야. 어떻게 얼굴 들고 사는지 내가 두고 볼 거야. 소희 오빠도 이제 하서관 포기하겠지? 그럼 소희 오빠는 다시 내 것이 되는 거야. 그럼 다시 소씨 집안 사모님이 될 수 있어!” 하소정은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 이옥란은 하소정을 끌어안았다. “소정아, 걱정하지 마. 엄마가 있는 한 아무도 너랑 연연이의 행복을 뺏어갈 수 없어.”“응.” 하소정은 있는 힘껏 머리를 끄덕였다. 그때 하소정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맞다, 엄마. 하서관도 아빠 딸이잖아. 아빠가 하서관 도와주지 않을까?”그 얘기를 듣자 이옥란이 차갑게 웃었다. “하서관이 죽는다고 해도 너네 아빠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걸.”“왜? 아빠가 하서관 엄마 엄청 좋아하는것 같던데. 하서관은 왜 저렇게 싫어하는 거야?”이옥란이 수상하게 웃었다. “소정아, 어른들 일은 신경 쓰지 마. 앞으로 이 얘기 다시 꺼내지도 말고.”입을 꾹 다물고 있는 이옥란의 모습이 하소정을 무척이나 궁금하게 만들었지만, 전혀 알려 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 이옥란의 말투에 그녀는 고분고분하게 입을 다물었다. 하서관의 처지를 생각하자 하소정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하소정은 방으로 돌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진국도 집으로 돌아왔다.이옥란은 암울한 하진국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사진을 본 게 분명했다.이옥란은 하진국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진국은 무척이나 고지식하고 자신의 체면을 엄청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서관의 음란한 사진이 떠돌아다니는 바람의 그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이옥란은 나른한 몸으로 하진국에게 다가가 그의 정장 단추를 풀어주었다. “진국씨, 왜 그래? 누가 당신 건드렸어?”“하서관이지 누구겠어. 밖에서 남자들이랑 놀아나는 사진이 인터넷에 돌고 있어. 사람들이 나한테 손가락질하더라니까. 정말 얼굴을 못 들고 다니겠어.” 하진국이 씩씩거리며
여미령은 연예계로 들어선 후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녀는 얼굴과 재능을 겸비한 연예인이었다. 하서관과 관련된 내용의 앤스타가 올라가자 사람들의 관심이 급속도로 올라갔다. 귀신같은 네티즌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과 앤스타에 올라온 사진을 섬세하게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어디에 손을 댔는지, 얼마나 했는지 심각하게 연구하고 있었다.사진 속의 여미령은 갈색 머리를 나른하게 늘어뜨리며 주먹만 한 얼굴에 커다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마치 갓 피어난 장미꽃처럼 싱그럽고 매혹적이었다.하서관은 옆모습만 내밀고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면사포를 쓰고 있었다. 깔끔하게 떨어진 그녀의 얼굴라인이 청순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마치 달빛처럼 깨끗했다. 먼지 한 톨 묻은 적 없는 사람 같았다.하서관과 여미령은 여자의 두 극단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빠르게, 남관북령이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이게 무슨 절세미인들이야. 둘이 엄청 친하다며?-난 몰라. 미령이 언니랑 친구면 저 언니도 분명히 엄청 착 할거야. 누가 언니 모욕하면 나 가만히 안 있을 거야!-해성의 장미와 달빛이 합체했네. 전 이만 여기에 잠듭니다.-서관 언니, 나랑 친구 해요.이 사건에 대해 추리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사건 당일, 하서관은 여미령이 일하는데로 놀러 갔는데. 그럼 그 사진은 뭐지? 무슨 음모가 있는 것 같은데.-뻔하지 뭐. 부잣집들 수단 뻔하잖아. 누가 일부러 하서관 추락하게 하려고 꾸민 짓일 거야. 수작을 부린 거겠지.-하서관 집에서 계속 사랑 못 받고 자랐잖아. 아홉 살에 시골에 버려지고, 대신 액받이로 시집이나 가고, 그 사진 떠돌자마자 하대표랑 하부인이 기자회견까지 했다며? 하서관이랑 정식으로 부녀 사이 끊겠다고.-정말 대단한 새엄마에, 대단한 아빠다.그 댓글을 보자 하소정은 놀라버렸다. 무슨 일이지? 왜 눈 깜빡할 사이에 여론이 하서관의 편이 되어버렸지?이옥란도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
현장은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다. 기자들은 미친 듯이 앞으로 밀려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옥란의 손과 발을 밟기도 했다. 다리까지도… 밀려오는 아픔에 이옥란은 펑펑 눈물을 흘렸다. 하진국은 자리를 떠났지만, 하소정은 아직도 자리에 남아 있었다. 그녀는 신속하게 앞으로 다가가 이옥란을 막아섰다. “당신들 빨리 비켜요! 우리 엄마 밟았잖아요!”기자들은 하소정을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하소정, 당신도 좋은 사람은 아니야. 그 엄마에 그 딸이라고.-하서관이 돌아온 후부터 모녀 둘이서 엄청 모함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말 추잡한 사람들이다.-하소정, 넌 버림받아도 싸. 소희가 널 왜 좋아하겠어?오만하던 하소정의 기세도 사람들의 손가락질에 사라지고 말았다. 어떤 사람은 그녀의 발을 밟기도 했다. 하소정은 밀려오는 고통에 눈물이 흘렀다.모녀 둘은 함께 웅크리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들은 혐오스러워했다.빠르게 경호원이 출동했다. 그들은 겨우 모녀들을 인파 속에서 구출해냈다.…이옥란과 하소정은 집으로 돌아갔다. 하소정이 두려움에 떨며 그녀에게 말했다. “엄마, 아빠 화 정말 많이 난 것 같던데… 아빠가 우리 집에서 쫓아내면 어떡해? 게다가 사람들이 우리 저렇게 욕하고 있는데, 딱히 갈 데도 없잖아. 나 지금 밖에도 감히 못 나가겠어.”이옥란은 너무 화가 났다. 자신의 처지가 이렇게 비참해질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하서관은 이번 일을 역이용 했다. 일이 커질 때까지 기다린 후, 모든 것을 이옥란이 짊어지게 했다.사건은 이미 일파만파 퍼지고 있었다. 이 상태로는 아무 데도 가지 못한다. 그리고, 그녀가 왜 떠나야 하지?그녀는 하진국을 위해, 하씨 집안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청춘을 바쳤다. 하씨 집안 사모님의 자리는 그녀의 것이 되어야 한다.그녀는 지면 안 된다. 지고 싶지 않다. 이옥란은 하소정의 손을 두드리며 말했다. “소정아, 먼저 방에 들어가서 쉬어. 걱정하지 마. 엄마가 다 해결할게.”하소정은 방으로 돌아갔
하서관은 마음이 켕겼는지 고개 돌려 여미령을 쳐다보았다. “나 아무 생각도 안 했어.” 여미령의 눈동자가 매혹적으로 휘어졌다. “무슨 생각하는지 네 얼굴에 다 쓰여 있는데.”하서관은 우물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매장으로 뛰어 들어가 벨트를 고르기 시작했다. “미령아, 나 할머님 선물도 사드려야 해.”“그래. 할머님은 뭐 좋아하시는데?”“바비인형.”여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바비인형도 사자. 엄청 핑크핑크하고 소녀소녀한 걸로. 할머님이 분명 좋아하실 거야.”한쪽에서 듣고 있던 매니저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할머니한테 바비인형을 선물하다니… 미친 건가?이쁜 사람 말이 맞겠지.…하서관은 하와이에서 며칠 머물다 돌아갔다. 음란한 사진과 이옥란의 일은 점점 사그라들고 있었다. 하진국이 손을 썼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빠르게. 그녀도 소식을 전해 들었다. 다가오는 하진국과 이옥란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파티를 준비한다는 소식.하서관은 하나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음란 사진 사건이 이미 하진국의 명성과 체면을 박살 냈다. 그는 지금 이옥란을 죽이고 싶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이옥란에게 벌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이옥란을 위해 축하 파티를 열어주기까지 했다. 정말 재밌는 일이다.여미령은 자료 하나를 하서관에게 건네주었다. “서관아, 알아냈어. 결혼기념일에 중요한 손님이 온다고 하더라고. 나영식, 이옥란의 양아버지야.”하서관은 손에 있는 자료를 뒤적거렸다. “나영식, 연예계 큰 손인야. 이옥란이 영화계의 거물이 된 데에는 이 사람의 공이 아주 커. 게다가 의료 수출에 관련된 사업도 하고 있거든. 그동안 하씨 의료가 수출로 돈을 엄청 벌었지. 이옥란이 패를 단단히 숨기고 있어서 알아내지 못하고 있었어.”“그러니까, 어쩐지 아무리 뒤져도 단서가 안 보이더라니. 나영식 배경도 엄청나더라. 양쪽으로 세력이 있더라고. 게다가 엄청 대단한 와이프도 있어. 처가 세력이 엄청나
이옥란의 든든한 지원자 나영식이 나타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하진국은 곧바로 나영식을 향해 걸어가고 태도도 공손해졌다. “바쁘신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나영식은 부티가 나는 몸매를 가지고 있지만 사업하는 사람의 관상이 얼굴을 가지고 있다. 나영식은 이옥란의 손을 잡으며 “진국, 최근에 옥란이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 옥란이가 기분이 안 좋아. 행복하게 살라고 양 딸을 시집보낸 거지 억울함을 당하게 하려고 보낸 건 아니잖아. 무슨 말인지는 이해하지?”하진국은 하서관과 약속을 하자마자 나영식에게 “협박”을 당해 곤경이 매우 난처해졌다. 하진국은 자존심이 강하고 체면을 살리는 게 제일 중요한 사람이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하진국은 그저 나영식이 자금의 문제를 해결해 줬으면 한다. “예. 양 아버님. 떠돌아다니는 스캔들 신경 쓰지 않고 옥란이를 잘 보살피겠습니다. 오늘의 결혼기념일이 제일 좋은 증거일 거입니다.”“옥란아, 너 생각은 어때?”이옥란은 우울한 감정의 배로 기분이 좋아졌지만 못이기는 척 하진국을 바라봤다.“조금 더 지켜볼게요.”“진국아, 들었지? 내 양 딸이 만족할 때까지 잘해.”하진국은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네.”나영식은 업계에서는 권력이 높기로 유명하신 분이라 여러 재산가들이 나영식과 얘기를 나누고 싶어 우르르 몰려왔다.이옥란은 하서관과 그녀를 무시했던 재벌가 사모님들한테 자랑하려고 나영식의 팔짱을 계속 붙잡고 있었다.그걸 본 재벌가 사모님들의 표정이 매우 어두워졌다.하소정도 덩달라 기분이 좋아져 하서관을 바라보고 비아냥거렸다.“하서관, 똑똑히 봐. 넌 우리 엄마한테 찍 소리도 못해. 우리 양 할아버지가 오시면 우리 아빠도 엄마한테 고개를 숙여야 해.”이옥란과 나영식이 화려한 조명 아래 여러 사람의 주목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 하서관은 그저 웃음이 나온다.“너네 어머님이 너에게 이렇게 훌륭한 양 아버지를 찾으셨다니 정말 대단하다. 내가 어리석었네.”하서관이 예상과는 다른 반응이 나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