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내려갔다.허진희는 남자의 뒤를 따랐다. 그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한 손은 바지 주머니에 꽂아 넣은 남자의 떡 벌어진 어깨와 노련하고 침착해 보이는 그의 뒷모습은 안정감이 넘쳤다."여명 씨, 3년 전에 왜 나를 떠났어?"허진희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그에게 3년 전의 일을 물어보는 것이다.여명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3년 전에 상부의 지시가 있어서 반드시 떠나야 했어. 내가 남으면 너한테 위험만 가져다 줬을 거야.""난 위험한 것 따위 두려워하지 않는 다는 걸 잘 알잖아.""내가 겁나서 그래. 허진희, 네가 원하는 미래를 나는 줄 수 없어. 나도 내가 미래에 어디에 있을지 알 수 없거든."허진희의 시선은 그의 목에 붉은 실에 매달려 있는 반지로 향했다."반지는... 나를 위해 준비한 거야?"여명은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지만 허진희는 계속해서 따지듯 물었다."여명 씨, 나는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여명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3년 전에 네가 결혼하고 싶다고 했잖아."역시 그 다이아몬드 반지는 그녀를 위해 산 것이었다. 아마 3년 전에 그는 그녀에게 어떻게 프러포즈할지 이미 생각해 두었을지도 모르겠다."허진희, 미안하다. 너한테 있어서 나는 아주 이기적인 사람일 거야. 그동안 혼자서 어둠 속에서 걷는 것에 익숙해 졌어. 그래서 모든 것을 참고 견딜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너를 만나고 빛을 만나게 된 거야. 그래서 나는 손을 뻗어 그 빛을 갈망하기 시작했어.""한 번 또 한 번 너를 갖고 싶었고, 너의 손을 잡고 해빛 속을 거닐고 싶었어. 이 세상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행복이 바로 코 앞에 다가와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앗지만... 현실은 내게 타격만 안겨 줬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너를 버려야 했던 거야.""허진희,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을 1분 1초도 후회해 본 적이 없어.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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