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그녀의 배를 어루만져 주고 있었지만 입은 욕설을 내뱉었다."그 연기 실력이면 연예계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도 남겠네."그는 이미 그녀가 꾀병을 부리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허진희는 작은 머리를 그의 가슴에 묻고 속으로 말을 했다.'말은 그렇게 하면서 계속 배를 문질러 주고 있잖아.'"나 오늘 돌아가고 싶지 않아."허진희의 나지막한 소리에 여명이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럼 어디로 가고 싶어?""여명 씨 방."여명의 얼굴에 그늘이 지면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이상한 생각은 하지 마. 그저 당신 방에서 잠만 자고 싶을 뿐이야. 아무 짓도 안 해."허진희가 허둥지둥 변명을 하자 여명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럼 가자."그가 동의하자 허진희는 빠르게 그의 뒤를 따랐다.유흥업소의 호화로운 방에서 허진희는 샤워를 하고 부드러운 침대에 누웠다. 고개를 돌리자 여명은 소파에 앉아 있었고 두 사람은 따로 잤다."여명 씨, 잘자."허진희는 그에게 잘자라는 말을 하고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그리고 곧 여명은 그녀의 고른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정말 잠이 든 모양이다.그녀가 기어이 그의 방에 오려고 한 이유는 정말 단순히 잠을 자러 온 것이었다.여명은 소파에서 일어나 침대 곁으로 다가와 손을 뻗어 허진희에게 이불을 덮어 주었다.하지만 잠버릇이 고약했던 허진희는 몸을 뒤척이더니 다리를 모두 드러냈다.여명은 그녀의 하얗고 가느다란 다리를 보더니 바로 눈을 떼고 다시 이불을 덮어 주었다.그녀를 자신의 방에서 밤을 보내게 하는 것은 정말 틀린 선택인 것 같다고 생각하며 욕실로 들어가 찬물로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여명은 밤새 몸을 뒤척이다가 가까스로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어렴풋이 누군가 그의 몸위로 올라 타는 느낌에 눈을 떴다.지금 시간은 아마 대여섯시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아침 햇살이 서서히 수평면 위로 떠오르며 고요한 대지에 부드러운 금빛을 흩뿌렸다.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방 안에 부드러운 햇빛이 샴
주호의 목소리 톤은 마지 중요하게 상의할 일이 있는 것처럼 낮고 진지했기 때문에 여명은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무슨 얘기를 했는데?"여명은 허진희가 또 어떤 이유를 만들어 반대를 할지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어쩌면 그저 귀찮게 하려는 생각일 수 있으니 이번만큼은 절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여명아, 3년 전에 허진희와 조태웅이 결혼한 사실 알고 있지?"여명이 당연히 모를 리 없으니 그는지금 쓸데없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여명의 마음이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듣고 싶지 않은 얘기를 꺼내다니 주호는 정말 눈치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다고 생각했다."알아. 그 얘기라면 하고 싶지 않아.""아니, 난 꼭 해야겠어."여명은 그 주제를 그만 끝내려 했지만 주호는 오늘따라 이상할 정도로 끈질겼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그렇게 뜸을 들이는 거야?""여명, 허진희와 조태웅은 위장 결혼이야."주호가 그 한 마디를 뱉었다.'뭐? 위장... 결혼?'그 네 글자가 여명의 귀를 강타하며 거의 눈동자가 커다래졌다. 정말 믿을 수 없었다.'위장... 뭐?'"방금 뭐라 했어? 다시 한 번 얘기해 봐!"여명은 휴대폰을 꽉 붙들었다."이미 조태웅의 개인 기밀 자료를 네 휴대폰에 보냈으니 확인해 봐. 조태웅은 FIU 고위층인데 3년 전에 인터폴 사건에 참여했다가 하마터면 신분이 들통날 위기에 처했거든. 그때 FIU에 금방 들어온 허진희를 알게 되었는데 상부에서 두 사람을 위정 결혼 시키기로 결정했다고 했어. 당시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은 홍구시를 떠들썩하게 했고 그게 오히려 조태웅의 가장 큰 방패가 되어준 거야. 3년 동안 두 사람은 금슬 좋은 부부로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저 위장 결혼일 뿐이야."주호의 말이 끝났지만 여명은 한참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는 방금 들은 얘기를 아직도 믿을 수 없었고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여명은 손을 뻗어 자신의 허벅지를 힘껏
점원은 이내 알랑거리는 표정으로 청미를 보며 입을 열었다."손님, 정말 안목이 매우 좋으시네요. 남성분한테 정말 잘 어울리는 시계인 것 같아요.""이 시계 좀 보여주세요.""네."청미가 입을 열자 점원은 아주 열정적으로 진열장을 열었다.이때 귓가에 나지막한 음성이 들려왔다."필요 없습니다."여명의 거절에 청미는 멍해지고 말았다."대산 씨, 이 시계 마음에 안 들어?""네, 마음에 안 드네요."말을 마치고 여명은 자리를 떠났다.여명은 백화점에서 나와 차에 기대서서 그들을 기다렸다.이때 독갈이 다가와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청미가 시계를 사준다고 했는데 왜 거절한 거야? 그냥 밥이면 되지 뭔 찬밥 더운밥을 가리고 그래?"여명은 그의 말에 입꼬리를 올렸다."차라리 굶더라도 여자에게 빌붙어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역시 패기가 넘치네!"독갈은 진심으로 그를 칭찬한 뒤 품속에서 지폐 두 묶음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자 이번 달 월급이야. 받아."여명은 지폐 묶음에서 정확히 150만 원만 빼고 나머지 돈은 다시 독갈에게 돌려주었다."150만 원 정확하게 받았습니다."그는 월급 외에 나머지 돈을 원하지 않았다.독갈은 눈썹을 치켜 올리고 그 돈을 다시 넣었다."첫 월급을 받았는데 뭐 사고싶은 것 없어?""아직 잘 모르겠습니다."여명은 정말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과거에 그는 재산이 너무 많아 외출할 때도 현금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다.3년 동안 그는 산속에 숨어 지내며 아이들을 후원했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혼자서 굶어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3년간 그런 생활에 습관된 그는 오히려 이 현금을 어떻게 써야할지 몰랐고 이것은 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아보는 월급이었다."좋아하는 여자가 있으면 보석이나 악세사리를 사주는 건 어때? 대부분 여자들은 다 좋아할 거야."'그래?'여명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웃음에는 깊은 그리움이 깃들어 있었다.백화점 안.아까 그 점원은 다른 직원과
'문 열어.'뜻밖에도 여명이 그녀의 집으로 찾아와 바로 문 밖에 있었다.허진희는 신발도 신지 않은 채 허둥지둥 달려가 대문을 활짝 열자 문 밖에는 훤칠한 키에 건장한 몸집의 사내가 가로등 빛을 등지고 서 있었다.정말 여명이었다.허진희는 그를 보고 새침한 표정으로 콧방귀를 뀌었다."여긴 왜 왔어? 청미 씨가 같이 밤을 보내자고 하지는 않았어?그녀가 여전히 문고리를 잡고 그를 들어오지 못하게 하자 여명은 손을 뻗어 문을 열어젖힌 뒤 긴 다리를 뻗어 집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아버렸다.그 동작은 정말이지 포악하기 그지없었다.그는 등을 문짝에 살짝 기대고 한쪽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내가 가면 누가 울것 같아서 말이야.""내가 울 것 같아?"허진희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은 표현할 수 없이 기뻤다.여명은 눈을 내리 깔고 신발도 신지 않은 그녀의 맨발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 맨발로 있어?"그는 팔을 뻗어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잡고 가볍게 들어 올리자 허진희는 재빨리 두 손을 내밀어 그의 목을 껴안았다."너무 꽉 안은 거 아냐?"여명은 나지막하게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허진희는 그의 목을 더욱 꽉 껴안으며 뾰로통한 말투로 투정을 부렸다."난 여명 씨가 또 나 버리는 줄 알았지."'또'라는 단어에 여명의 마음이 조여왔다. 그는 허진희를 안은 손에 힘을 주었다."내가 그렇게 좋아?"그는 지금 빈털털이에 오른쪽 다리마저 잃었고 그녀는 이제 겨우 24살의 꽃다운 나이인데 왜 이토록 그를 좋아하는 것일까?"내가 당신을 좋아하는지, 또 얼마나 좋아하는지 정말 모르겠어?"허진희는 두 눈을 반짝이며 그를 바라보았다.지금 이 순간 여명은 마치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의 마음속 깊이 묻어 두었던 추억이 가득하고 아무 생각없이 즐겁기만 했던 그 시절로 말이다. 이 3년 동안 그런 즐거운 나날들은 이미 그에게서 멀어진 줄만 알았는데, 문득 돌아보니 비로소 그 모든 것은 항상 곁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그녀는 여전히 그
"진희야, 너도 내 상황을 알다시피 난 오른 쪽 다리도 잃었고 아무것도 없는 빈털털이야. 만약 나와 함께 한다면 위험에 빠질 수도 있어. 하지만..."여명은 잠시 말을 멈추고 그녀의 작은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에 올려 놓았다."여기엔 오직 너만 담을 거야. 만약 나와 결혼해 준다면 앞으로 모든 것을 바칠 것이고 네가 조금이라도 괴로움을 당하지 않도록 평생 너를 지켜줄 거야."이건 그의 프러포즈이자 고백인 걸까? 허진희는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누군가의 환심을 사기 위한 달콤한 말을 할 줄 몰랐고 그의 감언이설은 평생을 건 약속이었다. 허진희는 그에게 자신을 맡겨 보려고 작은 손을 내밀었다."여명 씨, 지금 당장 내게 반지를 끼워줘.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알아?"여명은 빠르게 다이아몬드 반지를 그녀의 오른손 약지에 끼워준 뒤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입맞춤했다.그는 이 순간 너무 행복했고 지금까지 이런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허진희는 그 순간 이 립스틱은 이제 버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두 시간 뒤.침대에 엎드려 있던 허진희는 기진맥진하여 겨우 눈을 떴는데 그녀는 자신이 죽다 살아난 것 같다고 생각했다.여명은 어느새 나갔는지 방 안에 없었다.허진희는 겨우 몸을 이끌고 침대에서 내려 창문을 열어 방 안에서 풍기는 야릇한 냄새를 환기시켰다. 침대 시트도 이제 사용할 수 없게 됐으니 낡은 시트를 벗겨내고 새로 갈았다.그녀가 낡은 침대 시트를 안고 방을 나섰을 때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여명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샤워를 마친 것 같았다. 하지만 이곳엔 남자가 갈아입을 만한 옷이 없어 그는 여전히 네이비색의 셔츠와 검은색 양복 바지를 입고 있었다. 의족을 착용하지 않아 오른쪽 바지는 텅 비어 있었지만 남자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듯 침착하게 행동했고 오히려 세월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듯한 남자의 모습은 더욱 매혹적으로 보였다.허진희는 살금살금 다가가 뒤에서 그를 껴안은 채 손으로
여명은 허진희를 꼬옥 안아줬다."그래. 내가 알아서 할게."별장 안.허진희가 도착하자마자 독갈은 손을 뻗어 허진희를 껴안았다."우리 귀염둥이 진희, 드디어 왔구나. 보고싶어 죽는 줄 알았어. 얼른 뽀뽀해줘."허진희는 빠르게 손을 내밀어 독갈을 밀어내고 청미가 있는 쪽을 힐끗 쳐다봤다."보는 눈이 있잖아."청미는 긴 원피스를 입고 거실에 서서 허진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허진희의 뽀얀 귓불 뒤에 빨간 자국이 있었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그건 키스마크였다.어젯밤 여명은 그녀를 호텔까지 데려다 주고 바로 차를 돌렸다. 허진희를 찾아간 게 분명하다. 지금 허진희의 귓불 뒤쪽에 있는 키스마크도 분명 그가 남긴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어젯밤 여명과 허진희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짓을 했을 거라는 생각에 청미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녀가 그렇게 시간을 들여 오랫동안 쫓아다닌 남자가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다니. 게다가 여명이 그정도로 박정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게 노련하고 중후한 남자도 그렇게 사랑에 빠질 줄이야. 그녀는 여명이 평생 여자같은 건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청미의 눈에 질투심이 불타올랐고 그 뜨거운 불길은 그녀의 이성마저 불태워 버린 것 같았다."오빠, 오빠가 오늘 좋은 시간을 보낼 줄 알고 내가 몇 가지 선물을 준비해 봤어. 마음에 들 거야.""뭔데?"도우미가 주머니 하나를 가지고 왔는데 그 안에는 노출이 심한 성인용 속옷이 몇 벌 들어있었다."진희 씨, 오늘 밤은 이걸 입고 오빠 기분을 즐겁게 만들어 봐요."청미는 허진희를 보며 비꼬는 듯한 비웃음을 날렸다.독갈의 눈은 음흉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만약 허진희가 이 속옷을 입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속으로 상상을 하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그래, 우리 진희, 지금 당장 올라가서 이것으로 갈아입고 내게 보여줘."허진희는 싸늘한 눈빛으로 청미를 쳐다봤다.이때 귓가에 차분하고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니 키가 훤칠하고 건장한
허진희는 피하지 않고 그가 덮치는대로 가만히 있다가 독갈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깨끗이 씻었어?""깨끗이 씻고 말고, 나 지금 온몸이 향기로우니까 한 번 만져봐."독갈이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잡아 당겨 자신의 몸에 올려 놓자 허진희는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그의 근육을 만지며 인감을 어디에 숨겼는지 살펴보았다.그 순간 여명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다시 들려 왔다."감촉이 어때?"허진희는 그가 지금 질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우리 진희 손길이 아주 죽여주는 걸? 좀 더 아래로 만져 봐."독갈은 붉게 충혈 된 눈으로 그녀를 재촉하기 시작했고 진희는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귓가에 나지막한 음성이 들려왔다."그곳은 남자의 가장 약한 곳이니 물건을 숨길 수 없을 거야. 감히 만지기만 해봐.""..."'이 남자가 정말!'허진희는 눈웃음을 치며 순간 시선을 떨구었을 때 독갈의 손에 낀 반지를 보았다. 독갈은 언제나 이 금반지를 끼고 있었다. 뭐, 보스니까 금반지를 끼는 게 이상한 것도 아니니 아무도 의심한 적이 없었을 것이다.허진희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저 금반지가 바로 개인 인감이구나!''찾았다!'"독갈 씨, 어서 나를 안고 침대로 가.""그래, 알았어."독갈이 허진희을 번쩍 들어올리려 할 때 순간 휴대폰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누구 전화야? 받지 마."이런 순간에 전화라니 허진희는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독갈은 한 손으로 허진희를 껴안고 다른 한 손으로 휴대폰을 꺼냈다."우리 귀염둥이, 잠깐 전화 받을 테니까 조급해하지 마."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는지 독갈의 안색이 갑자기 싸늘하게 변하더니 눈을 들어 허진희를 바라보았다...한편 여명의 컴퓨터가 갑자기 블랙 아웃이 되더니 감시카메라도 먹통이 되었다. 그렇다는 건 허진희를 추적할 수 있는 귀 뒤의 추적기가 들통났다는 뜻이다.'어떻게 된 거지?'여명의 눈빛이 매섭게 변하더니 그는 별장 안으로 뛰어들어 위층에 한달음에 뛰어 올라가 독갈의 방문을 걷어찼다.
"독갈 씨,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네요.""데리고 들어와."독갈이 손을 들어 탁탁 두 번을 치자 두 부하가 누군가를 끌고 들어왔다.들어온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허진희의 눈이 커졌다. 끌려온 사람은 다름이 아니라 설희였기 때문이다.설희는 참혹한 고문을 받았는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몰골이 되었다. 온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두 손발은 이미 부러졌는지 축 늘어져 있었고 부하가 그녀를 끌고 왔을 때 끌려온 자국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허진희의 눈빛은 순식간에 싸늘한 한기를 내뿜으며 독갈을 노려보았다."설희 씨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그저 대산이 어떤 놈인지 알고 싶어서 조사를 좀 해봤는데 아무리 뒷조사를 해도 너무 깔끔하지 뭐야. 그래서 설희를 데려왔지. 다행히 그 지하 유흥업소에 스파이가 있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대산의 사람이 데려갔을 거야. 다들 이 년이 무정하다고 얘기하지만 이 정도면 열녀문을 세워줘야 할 정도라니까. 내가 아무리 고문을 해도 대산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않아."두 손발이 이미 망가진 설희는 바닥에 주저앉아 눈에 독기를 품고 독갈을 노려보았다."대산 씨 이름은 너같은 놈이 알 자격이 없어!""개같은 년이!"두 부하는 또 설희를 때리려 했지만 독갈이 손을 뻗어 그들의 행동을 제지했다. 그는 설희 앞으로 다가가더니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그는 어느새 칼을 꺼내들어 예리한 칼날로 설희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설희야, 이게 마지막 기회인데도 그렇게 입을 다물고 있을 거야? 끝까지 입을 다문다면 이 칼로 네년 얼굴을 전부 그어버려서 남은 평생을 몸이나 파는 창녀로 만들어 버릴 거야."설희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선홍색 피가 이미 그녀의 셔츠를 전무 물들이고 있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기를 꺾지 않았다."퉤! 내가 겁낼 것 같아?"만약 독갈이 피하지 않았다면 설희가 뱉은 침을 그대로 얼굴에 맞았을 것이다."좋게 말을 할 때 들어 처먹질 않네."독갈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손에 든 칼로 설희의 얼굴을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