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는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조태웅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서 있는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져가는 것을 보고 방금 자신의 말투가 너무 심했다는 것을 의식했다."진희야 미안. 일부러 화내려던 게 아니라 방금 너무 급한 마음에...""괜찮아요."허진희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정말 괜찮아?""더 바래다드릴 수 없겠네요. 조금 피곤하니 먼저 돌아갈게요."허진희는 몸을 돌려 떠나버렸고 조태웅은 그 자리에 서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허진희의 뒷모습을 한참을 바라보았다.한밤중에 갑자기 잠에서 깬 양금희는 목이 말라 물 마시러 방문을 나섰다.허진희 방문 앞을 지날 때 방에는 아직도 불이 켜져 있었다. 벌써 새벽 2,3시가 되었는데 아직도 안 자고 있는지 양금희는 손을 뻗어 방 문을 열었다.방안은 너무 조용했다. 안에는 어슴푸레한 불빛이 하나 있었고 허진희는 베란다에 기댄채 가느다란 팔로 자신을 안은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진희야."양금희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허진희는 듣지 못했는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양금희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소성이 죽은 뒤로 허진희는 너무 조용하게 지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항상 침묵을 지켰고, 양금희는 그런 침묵 속에서 언젠가 그녀가 폭주할 거라 생각했다."진희야."양금희가 앞으로 다가가며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허진희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고개를 돌려 양금희를 바라보았다."엄마, 무슨 일 있어요?""진희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 새벽인데 안 자고 뭐해?"양금희는 긴장한 마음으로 그녀를 관심했다."엄마, 저 잠이 안와서 그래요. 전 괜찮으니까 얼른 가서 주무세요."그녀가 그렇게 말할 수록 양금희는 더욱 불안해졌다."진희야, 혹시 곧 조태웅이랑 결혼하니까 긴장돼서 그러는 거야?"허진희는 그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천천히 손을 내밀어 양금희를 안았다."엄마."엄마를 부르는 그녀는 마치 응석을부리는 것 같았다.양금희는 자신의 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절대 이런 식으로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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