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희가 차앞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에 여명은 어쩔 수 없이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다.그는 모자를 더욱 깊이 눌러쓰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허진희는 손을 뻗어 승합차의 뒷문을 열고 차안으로 뛰어들었다.그저 평범한 승합차였는데 운전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허진희는 뒷좌석에 앉아 내부를 힐끗 둘러본 뒤 고개를 들어 운전자를 바라보았다."방금 수상한 사람 못 봤어요?"여명은 고개를 저었다.남자는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입을 다물고 있었고 차안엔 불빛이 없어 눈앞은 캄캄했다. 허진희는 눈을 반짝이며 운전자를 수상한 사람이라 의심하기 시작했다."왜 말이 없어요?"허진희가 물었다.여명은 방금 손을 쓰자마자 허진희의 시선을 끌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는 그저 손을 뻗어 바람막이 유리 앞에 있는 증서를 가리켰는데 위에는 장애인이라고 쓰여있었다.'장애인? 벙어리인가?'허진희가 그를 힐끔 쳐다보자 건장한 몸매에 약간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계속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의 오른쪽 바짓가랑이가 텅 비어 있었고 조수석에는 의족이 놓여 있었다.그는 오른쪽 다리가 없었고 정말 장애인이었다!허진희는 미간을 찌푸렸다."저 좀 태워주세요."여명은 고개를 끄덕이고 시동을 걸었다.승합차는 부드럽게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여명은 살짝 고개를 들어 백미러를 통해 뒤에 앉은 허진희를 바라보았다.허진희는 나른하게 뒷좌석에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있었는데 그녀는 검은색 바람막이 외투를 입고 있었고 외투의 지퍼는 끝까지 올려져 있었다. 긴 머리는 포니테일로 묶은 그녀는 다소 세련되고 깔끔함이 돋보였다.3년 동안 그녀는 더욱 여성스럽게 변했다.여명은 재빨리 시선을 거두고 마른침을 삼켰다.3년만에 보는 그녀는 작은 손짓에도 여성스러운 나긋함과 냉담한 성격이 배어있어 그녀의 몸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그녀는 지금 24살로 가장 아름다운 나이였다.여명은 빠르게 달리지 않았고 오히려 천천히 달렸다. 이 순간 그녀가 그의 차에 앉자 온 세상이 조용해진 것
몇 초 후 차창이 천천히 내려왔지만 아주 조금밖에 열리지 않아 허진희는 밖에서 그의 모자만 볼 수 있었다.이 사람은 일부러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것이었다.허진희는 자신의 가방을 열고 5만 원짜리 두 장을 꺼내 건네주었다."자, 여기 차비에요."차 안에서 넓고 거친 손바닥이 나와 돈을 받으려 했다.하지만 손에 돈은 잡히지 않았고 허진희가 입꼬리를 올리며 5만 원짜리 두 장을 손으로 구겨서 조수석으로 던져버렸다.이 동작은 그를 따라한 것이다. 그가 이런 식으로 담배를 그녀에게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차 안에 있던 여명은 멍해지고 말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모자 아래에 숨겨진 눈으로 창밖의 여자를 바라보았다.'망할 꼬맹이, 언제부터 이렇게 날뛰기 시작한 거야?''감히 나를 도발해?'허진희는 그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눈썹을 치켜 올렸다."거스름돈은 필요 없어요. 팁이라고 생각해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또각거리며 떠나버렸다.'허진희!'차 안에 있던 여명은 갑자기 눈을 가늘게 뜨더니 사악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차문을 열고 거칠고 커다란 손으로 허진희의 가느다란 손목을 덥석 낚아챘다.허진희는 경각심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손목이 잡힌 순간 눈빛이 싸늘해 지더니 바닥을 치고 공중회전을 하여 그의 목을 잡아 비틀어 버리려 했다.그러나 남자는 이미 그녀의 동작을 간파하고 그녀의 두 팔을 뒤로 묶은 다음 힘을 줘서 잡아 당기자 그녀의 얼굴은 그의 바지에 부딪치고 말았다.그의 솜씨는 누구보다도 빠르게 그녀를 가볍게 제압했다.허진희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녀의 솜씨는 FIU에서도 최고라고 할 수 있으며 아직까지 그녀의 상대는 없었다.그런데 이 남자는 너무도 쉽게 그녀를 붙잡았다. 그녀는 그의 앞에서 단 한 번의 공격에 미처 손을 쓸 수 없었다.이때 그녀는 자신의 얼굴이 부딪친 곳이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그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이 묻혀 있었기 때문이다.그는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거친 옷감이 그녀의 연약한 피
그녀가 떠나갔다.여명은 그녀의 실루엣이 조금씩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허진희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몇 분 뒤 그녀는 책상 위의 노트북을 열고 길게 늘어뜨린 머리를 대충 포니테일로 묶어 가녀린 목덜미를 드러냈다.새하얀 손가락으로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려 FIU 백스테이지에 등록해 아까 승합차의 번호판을 조사했다.결과 그 번호판은 등록되지 않은 것이었다.'가짜 번호판을 사용하다니!'허진희는 차가운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그에게도 분명 빈틈이 있을 것이다. 찾을 수 없게 만든다면 언젠가 그를 잡을 것이다!그녀는 언젠가 직접 자기 손으로 그를 잡아 그를 파헤칠 것이라고 다짐했다!허진희는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은은한 컬러링 소리가 울리더니 이내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진희야, 집에 도착했어?""선배, 번호판 하나만 찾아줘.""그래, 번호판이 뭔데?"허진희는 차량 번호를 알려줬다.상대방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진희야, 그가 돌아온 거야?"허진희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라니?""맞아. 3년 전에 네가 따라갈려고 했던 그남자말이야."허진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든 모자를 바라보았다. 그가 썼던 모자를 가지고 돌아와 지금까지 손에 들고 있었다.모자를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아 보니 그의 몸에서 풍기던 짙은 남성미가 물씬 풍겼다.'어떻게 잘못 볼 수 있지?'여명이라는 남자가 재가 되어버린다고 해도 그녀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방금 승합차에서 그녀는 이미 그를 알아봤다. 그의 체형, 숨결, 냄새까지 모두 그녀 기억속에 뼛속 깊이 새겨져 알아 볼 수 있었다.갑자기 우스워졌다. 3년 전에 죽은 남자가 살아 돌아오다니.그녀는 자신만만하게 그가 여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그의 모자를 벗겼을 때 그녀가 알던 얼굴이 아니었다.'왜 그가 아닐까?''잘못
그녀는 그에게 바지를 벗어줘야겠다고 말했다.그말에 여명은 바로 눈쌀을 찌푸리고 맞은켠에 앉아 있는 허진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맑은 눈동자는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조금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지금의 그녀는 정말이지... 무법천지였다."지금 여자가 남자한테 막 바지를 벗어라고 말해도 돼요?"그는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꾸지람했다.허진희는 팔짱을 끼고 화사한 미소를 지어보였다."그냥 말해본 얘기인데 나를 어떻게 할 수 있는데요?""..."여명은 지금 그녀를 한대 때리고 싶은 마음마저 생겼다. 하지만 그녀의 오만하고 길들여지지 않은 나른한 모습은 정말이지 가슴을 설레이게 했다. 그느 당장에라도 그녀를 품속에 껴안고 잘 아껴주고 싶었다."내가 따를 수 없다며 나를 어떻게 할 수 있나?"허진희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여명의 곁으로 다가와 손을 들어 그의 어깨에 올렸다.여명의 몸이 그대로 뻗뻗하게 굳어버렸다.이때 허진희의 작은 손은 그녀의 어깨선을 따라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더니 그의 귓가에 바람을 불어넣었다."그렇다면... 내가 직접 손을 쓸 수밖에요. 당신이 벗을 수 없다면 내가 대신 벗겨줄게요."여명의 허리가 갑자기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이런식으로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녀의 손에는 마치 전류가 흐르는 듯 했다. 그녀의 손길이 스친 곳마다 그는 뼛속에서부터 짜릿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몇 번이고 마른침을 삼켰다.허진희는 그의 신제적 변화를 느꼈지만 멈추지 않았고 부드러운 손가락은 그의 가슴을 가로질러 허리를 향해 미끄러져 내려갔다."다리는 불구가 되었지만 몸매가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네요. 이 부분은 그사람과 정말 많이... 닮았어요. 참, 그사람에게 여덟 개의 복근이 있었는데 당신 복근도 그사람과 똑같은지 한번 확인해볼게요."그는 정말 그의 복근을 하나하나 세기 시작했다.여명은 눈을 감았다. 지금 이 순간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유혹인게 틀림없었다. 그녀는 지금 도처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만약 계속 이대로 한다
그 사람은 이미 3년 전에 죽었다. 그러니 지금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그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허진희는 몸을 돌려 떠나려 했지만 여명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고 가지 못하게 했다.허진희는 눈을 내리깔고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남자의 커다란 손을 보며 한 마디만 내뱉었다."이 손 놔요."이미 오래전에 놓아버린 손을 왜 이제야 잡는 걸까?여명은 목이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하고 싶은 말은 수도없이 많지만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은 결국 막혀버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천천히 손을 놓아 주었다.허진희는 차에 오르지 않고 그저 걷고 있었다.차가운 밤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스쳤고, 그녀는 걷다 보니 새하얀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이때 귓가에 갑자기 날카로운 급브레이크 소리가 들려오자 허진희는 재빨리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강렬한 헤드라이트 불빛이 시선을 강타하며 모퉁이를 돌던 커다란 트럭 한 대가 그녀를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다.허진희는 그 순간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며 꼼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조심해!"위기일발의 순간 여명이 달려와 그녀를 밀어냈다.허진희는 바닥을 굴렀지만 큰 통증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쾅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트럭은 사람을 들이받고 말았다."교통사고야! 얼른 확인해봐!"행인들이 몰려왔고 허진희가 고개를 돌려 보니 여명이 트럭에 부딪혀 오른쪽 다리 의족이 튕겨져 나가 바짓가랑이는 텅 비어 있었다.맑은 눈동자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허진희의 머리속이 순간 하얗게 변했지만 몸은 이미 달리기 시작했다.바닥에 쪼그리고 앉은 그녀의 얼굴은 핏기가 전혀 없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그녀는 충격에 빠진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왜 나를 구한 거지?'여명은 바닥을 굴렀다. 반응이 빨랐기 때문에 방금 허진희를 밀면서 앞으로 달려나갔지만 그 트럭의 속도가 너무 빨라 그의 오른쪽 다리를 들이받고 말았다.미처 피하지 못했던 여명은 의족이 떨어져 나가고 말았다.머리에 깊게 눌러쓴 모자도 부딪치면서 멀리 날아나
아파트.방안에는 코를 찌르는 소독수 냄새로 가득 찼고 마스크를 쓴 의사 선생님이 방에서 나왔다."환자의 상처는 잘 싸맸으니 충분히 휴식만 취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여명은 트럭에 치였어도 큰 문제가 없었으니 남자는 참으로 운이 좋았다.허진희는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유로 다리를 절단했는지 알아낼 수 있나요?"그의 다리는 준명 멀쩡했는데 어쩌다 절단을 했단 말인가? 3년 전에만 해도 그는 멀쩡했었다.의사는 한참 생각 끝에 입을 열었다."오른쪽 다리에 총상을 입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다리를 절단할 정도는 아닐 텐데 자세한 원인은 환자분한테 물어보세요."허진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환자분은 의족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으셔서 착용할 때마다 붓고 염증이 생겨요. 외국에서 로봇과 비슷한 의족을 연구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런 의족은 현대적이기 때문에 착용하면 일반인들처럼 자유자재로 행동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외국에 있는 의사한테 한 번 연락해 보세요."말을 하며 의사는 길거리에서 주워온 그 의족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이런 의족은 재질이 불량품이니 앞으로 적게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의사에 말에 허진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 고마워요."의사가 떠나자 허진희는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 여명은 아직도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고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수염을 매만졌다. 아직 마흔살 밖에 안 된 남자는 이제 젊지 않지만 수염은 일부러 남긴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묵묵하고 차가워 보이는 남자의 모습은 묘한 섹시함을 풍기고 있었다. 이 정도의 마흔살의 남자는 그야말로 일품이다.이 모습이 바로 그의 진짜 얼굴이었다.허진희는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소성의 얼굴이나 지금의 얼굴이나 외모야 어찌됐든 다 좋았다.겉모습이 아무리 바뀌어도 그녀는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똑똑."이때 노크소리와 함께 도우미가 밖에서 말을 전했다."아가씨, 조 사장님께서 오셨어요."조태웅이 왔
조태웅은 고개를 끄덕이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린 민정이는 허진희의 목숨과도 같았기 때문에 그녀가 말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그녀의 선택이니 누구도 옆에서 왈가왈부할 수 없고 그녀를 도와 대신 결정을 내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그럼 이번에는 왜 저녁 식사에 초대한 거야?"조태웅이 웃으며 묻자 허진희는 조태웅을 힐끗 쳐다봤다."뭐야, 일이 없으면 식사 대접도 못해?"그녀의 말에 조태웅은 어깨를 으쓱거렸다."그래, 그럼 끝까지 얘기하지 마.""태웅 씨 회사에서 의족을 판매한다고 했지?"조태웅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현재로서는 우리 회사의 의족이 가장 선진적이긴 하지. 로봇 의족이라 국내의 여러 병원에서 조씨 그룹과 손을 잡고 싶어하지.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물어?""어... 그게 그사람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서 의족을 하나 사주고 싶어서 그래."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있던 조태웅의 손이 멈칫했다."뭐? 다리가 불구가 됐어?""맞아. 불구야."조태웅이 허진희를 바라보자 그의 다리가 절단되고 불구가 됐다는 말을 하던 그녀의 얼굴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마치 아주 흔한 얘기를 하듯이 아주 조금도 꺼리는 기색이 없었다."좋아. 나한테 맡겨."말을 하며 조태웅은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 놓은 뒤 냅킨으로 우아한 손짓으로 입술 언저리를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 모습에 허진희가 고개를 들었다."가려고? 아직 다 안 먹었잖아...""배불러."떠나기 전에 조태웅은 그윽한 눈빛으로 허진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진희야, 다른 여자들은 누군가를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얘기는 하면서 상대방을 위해 뭔가를 하려고 하지 않아. 그런데 너는 완전히 정반대야. 사랑한다는 말은 절대 한 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사랑을 위해 뭐든 하고 있잖아."조태웅은 그 말을 남기고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허진희는 멍하니 조태웅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거둔 뒤 저녁 식사를 마저 했다. 비록 접시에 담긴 스테이크는 이미 식어버렸지만 입
하지만 허진희는 그런 그를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발끝을 세워 까치발로 그녀의 얼굴을 그의 눈앞에 들이밀었다."뭐가 너무한지 얘기해 봐."두 사람의 거리는 매우 가까워 여명은 그녀의 향긋한 체취를 느낄 수 있어 이마의 핏줄이 꿈틀대기 시작했다."네 남편이 온 것을 보고 알아서 화장실에 숨어 있었어. 가고 싶어도 네 남편이 떠난 뒤에 나가려 했고. 내가 이정도로 양보해 줬는데 계속 그런 식으로 몰아붙일 거야? 나 화나게 하면...""어떻게 할 건데?"허진희는 당장이라도 그의 품에 기댈 듯이 코앞까지 다가왔다.여명은 방금까지도 분노가 치솟았지만 그녀의 예쁜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머릿속이 멍해지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유혹에 현혹된 자신을 발견했다."할 말이 있으면 말로 하면 되지 왜 자꾸 가까이 다가오는 거야? 나한테서 떨어져!"여명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꾸짖었지만 목소리는 이미 잠겨있었다.이때 허진희는 갑자기 앞으로 다가오더니 작은 손을 내밀어 그의 목을 껴안았다.여명은 그녀가 자신을 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가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오면 그녀의 붉은 입술이 그의 입술에 닿을 것만 같았다.여명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허진희, 지금 뭐 하자는 거야?"그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여명 씨야 말로 어쩌고 싶은데? 방금 내 말에 아직 대답 안 했어. 내가 화나게 하면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이야?""뭐,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뭘 하고 싶은 지 알아. 당신... 옛날과 똑같은 죄를 범하려는 거지?"'옛날과 똑같은 죄?'여명은 평생 한 가지 죄밖에 지은 적이 없었다. 그건 바로 몇 년 전 그녀의 의사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그녀를 안은 것밖에 없었다.그녀가 지금 자신한테 옛날과 똑같은 죄를 범하려는지 묻고 있었다.그녀는 가느다란 팔을 그의 목에 두르고 부드럽고 탱탱한 몸을 남자의 단단한 가슴에 밀착했다. 얇은 옷감 사이로 그는 그녀의 살결을 느낄 수 있었다.예전에 그는 그녀가 성장한 후 이정도로 아름다울 줄은 여태 생각해 본
백지은은 줄곧 장한이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의 소식을 기다리지 못했다. ‘무슨 뜻일까?’백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집까지 찾아왔다.멀리서 장한과 임불염이 함께 서있는것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장한은 임불염을 차에 태웠고 임불염은 그대로 떠났다.백지은은 재빨리 주먹을 잡아당겼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마 사랑이 되살아 난거야?’‘아니! 절대 그렇게 둘 수 없어!’백지은은 한 걸음에 달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한오빠, 방금 임불염이 온 거 아니야? 두 사라미 이혼한다고 그랬잖아...... 나한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잖아...... 근데 어떻게 이럴 수 있어?”장한은 백지은을 한 번 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백지은은 뒤를 쫓아가서 그에게 매달렸다.“한오빠, 오늘 나한테 확답을 줘! 난 모든 걸 오빠한테 줬는데, 이렇게 날 버리면 안 돼잖아.”장한은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이혼할거야. 근데 뱃속에 내 아이가 있어.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말하면서 장한은 백지은을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문밖의 백지은은 질투심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임불염! 너도 네 뱃속에 아이도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백지은은 스피드를 올려 돈을 써서 용맹한 사나이 몇 명을 찾았다.“천만원 줄테니 가서 임불염이라는 여자 잡아서 강에 던져! 완전히 사라지게 해!”돈에 눈이 먼 그들은 즉시 승낙했다.“좋습니다! 먼저 돈 부처 보내시죠! 그럼, 당장 가겠습니다.”“그래.”백지은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녀는 돈을 이 몇 사람의 계좌에 넣었다.이틀 동안 백지은은 줄곧 소식을 기다렸다.임불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다렸지만 도무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불안감이 들었다.뭔가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백지은은 당황해서 일단 숨으려고 옷 두 벌을 챙겼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제복을 입은 경찰이 보였다.“백지은씨 입니까? 살인매수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은은 조금 두려웠다. 그녀가 믿는지 안 믿는지 짐작이 안 갔고 그가 자신이 한 짓을 책임을 질지 안질지도 몰랐다.그녀는 곧바로 옷을 입고는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오빠, 저는 이제 오빠의 사람이에요. 오빠에게 향한 내 마음을 오빠도 잘 알거예요. 난 오빠를 좋아해요. 그리고 오빠에게 시집가고 싶어요. 이렇게 내 첫 경험을 주었으니 오빠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난 살지 않을 거예요.”백지은이 훌쩍거렸지만 장한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오빠, 그럼 전 그냥 죽을게요.”백지은은 몸을 돌려 벽에 박으려했다.그때 장한이 백지은을 잡아당기며 진중하게 말했다.“지은아, 뭐하는 거야. 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순간 백지은은 너무 기뻤다.그가 자신을 책임지려한다?“오빠, 오빠도 나한테 호감이 있다는 걸 알아요.”백지은은 곧바로 장한의 단단한 허리를 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한이 그녀를 밀쳐냈다.“하지만 조금 기다려야 해. 난 지금 널 책임질 수 없어. 나랑 임불염의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백지은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오빠. 절대 저버리지 말아요.”장한은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문을 열고 떠났다.백지은은 너무 기뻐 방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녀는 마침내 장한을 손에 넣었다.드디어 그를 가졌다....한편 장한은 방을 나와 코너를 돌아 신속히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월월이의 여린 목소리가 전해왔다.“아빠.”장한은 곧바로 월월이를 안더니 아이의 볼에 뽀뽀했다.“월월아, 엄마는?”그때 임불염이 걸어 나왔다.“왔어? 당신이 아직도 부드러운 꿈에서 안 깬 줄 알았어.”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힐끔 보았다.“내가 보기에 당신 지금 아주 설레는 거 같은데? 어젯밤 백지은과 아무 짓도 안했어?”“아무 것도 안 했어. 백지은이 내 미색을 노렸지만 내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렸어. 발차기를 몇 번 날리니 조용해졌어. 날 만지지도
아파.백지은은 너무 아파 곧바로 눈물이 났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억울한 눈빛으로 침대 위의 남자를 보았다.“보스.”침대 위의 장한은 몸을 뒤척이며 또 그녀를 등지고 잤다.이 순간 백지은은 이 남자가 고의로 한 것이라고 의심했다. 고의로 그녀를 희롱한 후에 발로 그녀를 침대에서 찼다.여자로서 침대에서 내동댕이쳐진 게 너무 창피했다.백지은은 엉금엉금 기어 다시 장한의 곁에 다가갔다. 그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는 것이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았다.“보스. 보스.”백지은이 시탐하듯 여러 번 불렀다.장한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자고 있다.백지은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내가 생각이 많은 것이겠지?’‘그럴 거야. 그렇게 많은 술을 마셨으니 틀림없이 취했을 거야.’백빙은 샤워실 문을 열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그녀는 깨끗이 씻은 뒤에 몸에 흰색 샤워가운을 걸친 채 겨우 중요부위를 막았다.거울 속의 여자는 한창 청춘이다. 생기발랄하고 예쁘게 생겼다.백지은은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그녀는 방에 들어가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보스.”그는 반응이 없다.백지은이 용기를 내어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자 그의 건장한 상반신을 드러냈다.남자는 근육이 탄탄하고 가슴이 널찍했으며 완벽한 식스팩은 야성미가 넘쳤다.백지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그녀가 생각했던 대로 아주 완벽했다.백지은은 곧바로 달려들어 그를 가지려했다.하지만 장한은 또다시 다리를 들어 그녀에게 발차기를 날렸다.아이고.백지은은 또다시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너무 아프다.이번에는 온몸이 깨질 것 같았다. 장한은 점점 더 세게 찼다.어떡하지?그가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한다.백지은은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애초에 오늘 저녁에 그를 가져 그의 여자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든 그는 너무 경각심을 높아 그녀에게 손을 댈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대로 가다가는 그를 깨울 것이다.백지은은 잠시 생각한 뒤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이
“보스, 왜 이렇게 혼자 술을 마셔요. 나랑 같이 마셔요.”백빙은 자신에게 술 한 잔을 따르고 단숨에 다 마셨다.장한은 그녀를 보는 체 하지 않았지만 쫓지도 않았다. 그녀가 술을 한 잔 마신 후에 그도 술을 한 잔 마셨으니 그녀에게 대응해주는 셈이다.백지은은 희망을 보았다. 이전에 장한은 그녀에게 대꾸조차도 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임불염이 가니 그녀의 자리가 생겼다.그녀가 한 모든 노력은 다 가치가 있는 것이다.백지은은 기회를 틈타 재빨리 말을 걸었다.“보스, 임불염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그녀는 정말 너무 철이 없어요. 그녀는 현처가 될 수도 없고, 양모가 될 수도 없고, 당신을 전혀 아끼지 않아요. 그런 여자랑 살면 더 힘들어져요. 보스, 빨리 그녀를 잊어요.”백지은은 말하면서 장한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장한은 침묵했지만, 술잔을 들더니 백지은이 따른 술을 단숨에 다 마셨다.백지은은 장한에게 계속 술을 따라주었고 목소리도 갈수록 부드러워졌다.“보스, 밖에는 좋은 여자가 아주 많아요. 임불염만 잊는다면 당신의 주위에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더 좋은 인생을 누릴 자격이 있어요.”장한은 침묵하며 또 한 잔의 술을 다 마셨다.이렇게 장한은 술을 여러 병 마시고 곧바로 쓰러졌다.단단한 등이 나른하게 소파 의자에 기대더니 눈을 감았다.취한 것일까?백지은은 조심스럽게 장한을 잡아당겼다. 장한이 자신을 밀쳐내지 않자 백지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스, 취했어요?”장한이 애매하게 대답했다.“보스, 이렇게 해요. 제가 부축해줄게요. 방에 들어가서 쉬어요.”장한은 거절하지 않았다.백지은이 그를 부축해 두 사람이 방으로 걸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에 도착했다.백지은이 장한을 침대에 눕히자 장한이 눈을 감더니 태양혈을 손으로 만졌다.“보스, 제가 만져줄게요.”백지은은 손을 뻗어 자상하게 관자놀이를 주물러주었다.그리고 그녀도 천천히 침대에 올라가 장한의 곁에 누웠다.
임불염의 나근나근한 호칭을 들은 장한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한편 백지은은 아주 조급하다. 그녀는 여태껏 장한과 임불염이 이혼하기를 기다렸으며 그 틈을 타 장한의 옆자리를 독차지하려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절친 양소희가 도착했다. 양소희는 지난번 몰래 비타민을 낙태약으로 바꿔 임불염에게 전한 사람이다.그녀가 아주 기쁘게 말했다.“지은아, 전할 좋은 소식이 있어.”“무슨 좋은 소식?”“보스와 임불염이 싸우고 있어. 임불염이 이사까지 했어.”백지은의 눈동자가 반짝였다.“진짜야?”“물론 진짜지. 가서 봐봐.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어. 나도 방금 거기에서 온 거야. 널 만나자마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그럼 빨리 가보자.”백지은은 재빨리 장한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으며 장한과 임불염은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싸우고 있었고 임불염은 자신의 캐리어까지 들고 있었다.모두들 싸움을 말리고 있다.“형, 형수님이랑 싸우지 말아요. 형수님의 뱃속에 아이도 있잖아요. 형수님을 이해해줘야 해요.”“맞아요. 형. 싸우지 말아요. 빨리 형수님을 달래줘요.”임불염이 곧바로 입을 뗐다.“달래줄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혼 신청을 제출한 상태예요. 이혼 조정 시기만 지나면 이혼이 성사될 거예요.”장한이 임불염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렇게 된 이상 각자 좋은 길을 찾자. 넌 네 길을 가고 난 내 길을 가면 돼.”“그래. 지금 갈게.”임불염은 트렁크를 들고 차에 올랐다.“형수님, 가지 마세요. 형은 단지 화가 나 있을 뿐이에요.”임불염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문을 닫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택시가 임불염을 태우고 모두의 시선 속으로 사라졌다.“형, 정말 이러면 안 돼요. 형수 혼자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요. 빨리 형수를 달래요.”“나는 달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다 끝났어. 모두 비켜!”쾅하고 장한도 문을 닫았다.구경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왜 갑자기 말이 이렇게 된 것일까?장한은 그녀가 말하다가 화를 낼까 얼른 그녀를 안고 용서를 빌었다.“염아, 미안해. 나도 이렇게 다른 여성에게 휘말리기 싫어.”그러자 임불염이 그의 단단한 허리를 안았다.“그럼 어떻게 백지은을 손보려고?”장한은 잠시 고민을 하다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임불염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머리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 백지은의 꼬리가 드러날 거야.”“응.”“빨리 일어나. 월월이가 돌아올 시간이 됐어.”장한은 그녀의 아름다운 작은 얼굴을 감싸더니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했다.“아직 시간이 좀 있어. 난 너랑 더 있고 싶어.”임불염은 마음이 설레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안았다.잠시 키스를 한 뒤 그녀는 그의 손이 자신의 옷 단추를 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녀가 곧바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돼. 나 임신했어.”장한은 곧바로 자기 자리로 옮겨 누워 머리를 비추는 불빛을 바라보았다.의사가 임신초기는 성생활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 그는 그녀를 만지면 안 된다.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힘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까?임불염은 그의 곁에 눕더니 자신의 붉은 입술을 깨물고 그의 몸 위에 앉았다.장한은 기뻐하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키스했다.“역시 염이 넌 날 아끼는 거 같아.”...주 아주머니가 월월이을 데려오자 월월이는 깡충깡충 방으로 뛰어갔다.“아빠, 엄마, 나 왔어요.”그때 장한이 걸어 나오더니 방문을 닫고 월월이를 번쩍 안아 볼에 뽀뽀했다.“월월이 왔어?”“아빠, 엄마는 어디 갔어요? 엄마와 동생을 보고 싶어요.”“엄마는 지금 아주 피곤해서 쉬고 있어. 조금 있다 엄마 보러 들어가면 안 될까?”“네.”잠시 후, 임불염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었다. 눈치가 빠른 월월이는 얼른 눈치를 챘다.“엄마, 너무 예뻐요.”“월월아, 그럼 예전에는 안 예뻤어?”“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요."임불염이 장한을 힐끔 보자 장한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최선을 다해 키스를 했다.임불염이 키스를 멈췄지만 장한은 여전히 그녀를 꼭 안고 있다.“염아, 네 손을 놓기 무서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좋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널 놓아주면 곧 이 꿈에서 깰 거 같아.”그때 임불염이 입을 벌려 그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장한은 아파 눈을 번쩍 떴다.임불염의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다.“지금도 꿈이라고 생각해?”장한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 이건 진짜야. 네가 내 앞에 있어!”임불염은 달콤하게 그의 품에 안겼으며 드디어 마음속의 이 고비를 넘겨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했다.장한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염아, 앞으로 우리 네 식구 행복하게 살자. 더 이상 뱃속의 아이를 건드리지 않을 거지?”장한이 그녀의 작은 배를 어루만졌다.“내가 언제 뱃속의 아이를 건드린다고 했어? 비록 널 원망했지만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생각은 한적 없어.”장한은 순간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넌 이전에 몇 번이나 아이를 지우려고 했잖아.”임불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아이를 지운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그때 장한이 벌떡 앉았다.“기억 안나? 내가 그때 병원에 달려갔을 때 의사가 너에게 유산수술을 해주려고 했잖아. 내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를 지웠을 거야.”그 일을 생각하면 장한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임불염도 덩달아 앉더니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지금까지 유산수술을 한 적 없어. 그날 난 초음파검사를 하러 간 거야.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눈을 떴을 때 이미 너에게 안겨 돌아온 뒤였어.”뭐라고?장한은 그제야 무엇인가 떠올라 미간을 찌푸리며 질문을 했다.“그럼 낙태약을 먹은 적도 없어?”“무슨 약을 말하는 거야? 그 병에 있는 알약 말이야? 그건 비타민이야. 네 부하가 나에게 준 거야. 아직 한 번도 먹은 적 없어.”장한은 곧바로 아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오해했다. 아주
임불염이 그를 밀어내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밀어낼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그녀는 진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장한은 곧바로 그녀를 번쩍 들어안아 차에 앉아 집으로 돌아갔다....임불염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장한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마치 두 사람의 마음은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꼭 붙은 것 같았다.임불염이 등지고 있었기에 가녀린 옷을 사이에 두고 그의 박력 넘치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그때 장한이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에 키스하였다“염아, 내가 이전에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 하여 감히 네가 날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건 네가 내 곁에 남아 내 사랑을 받아들이고 내 아내가 되어주는 거야. 그리고 아이랑 같이 천천히 늙는 거야.”임불염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난 아직도 네가 이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난 그냥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거야. 이혼 절차가 늦어 네가 기분 나쁜 줄 알았어.”그때 임불염이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그럼 백지은과는 어떻게 된 거야. 내 눈으로 네가 백지은이 데이트하는 걸 봤어.”“장한,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감히 나 몰래 백지은과 만나고 있었어? 사실 나한테 미리 다 얘기해주면 우린 이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었어.”그때 장한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당기더니 꼭 감쌌다.“염아, 내 말 좀 들어봐. 어젯밤은 백지은이 날 부른 거야. 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했어.”“백지은이 뭐라고 했는데?”“네 험담을 해서 화가 나 먼저 돌아온 거야.”그런 걸까?임불염은 자신의 손을 힘껏 내리쳤다.그러자 장한이 조심스레 그녀의 콧대를 만지며 싱긋 웃었다.“염아, 너도 질투할 줄 아네. 처음으로 네가 질투하는 걸 봤어. 게다가 나 때문에 질투하는 거.”질투?임불염은 그제야 자신이 질투한 사실을 알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왜 이렇게 감정기복
한 사람이 차에 치여 바닥에 누워있고 주변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사람들이 막고 있어 임불염은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장한일까?방금 그가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설마 그일까?임불염의 맑은 눈시울은 순간 빨갛게 변하더니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촘촘한 속눈썹을 깜빡이자 진주알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그녀가 울고 있다.이 순간 그녀는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장한일까 봐 너무 무서웠다.“좀 비켜주세요! 좀 비켜주세요!”이때 구급차가 도착하더니 다친 사람을 들것에 실었다.임불염은 마침내 그 사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장한이 아니다. 아니다!“염아!”이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불염이 곧바로 몸을 돌리자 건장한 장한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왜 나온 거야? 왜 울었어? 무슨 일이야?”그는 곧바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임불염은 자신의 다리가 아직도 나른한 것 같았으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지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앞에 서있다. 그는 아무 일도 없다.“방금 어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난 너인 줄 알았어.”임불염은 목이 메었다.그 순간 장한은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리고는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바보야, 나 아니야. 무서워하지 마. 난 이렇게 잘 살아있어.”임불염은 손을 내밀어 그의 단단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으며 그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진 뒤에야 실감이 났다.그는 정말 살아있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얼굴에 가득한 눈물을 닦았다.“물건 잘 챙겼어? 그럼 들어가서 이혼하자!”그녀는 아직도 이혼할 생각을 하고 있다.그러자 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염아, 이 상황까지 되었는데 아직도 나랑 이혼하고 싶어?”“무슨 뜻이야?”“염아, 넌 날 사랑하게 되었어. 그렇지?”뭐라고?임불염은 순간 멍하였다.장한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