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971 - 챕터 980

2631 챕터

제971화 약혼

전화를 받자마자 한유라의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바로 울려 퍼졌다.“은정아, 너 도준호 대표랑 친하지? 나 좀 도와줘.”도준호 대표? 뭔가 여론을 움직여야 할 일이 있는 건가?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도준호 대표는 왜?”한유라는 참았던 말을 따발총처럼 뱉어냈다.“하, 민하준 그 자식이 SNS에 이혼 인증 사진을 올렸잖아. 하, 아주 이혼했다고 온 세상 사람들한테 다 떠벌릴 생각인가 보던데? 게다가 더 화나는 게 뭔지 알아? 별 친하지도 않은 애들이 DM 와서는 나더러 다시 한번 고민해 보라잖아. 고민? 웃기고 있네. 단 한순간이었지만 그 자식을 잘생겼다고 생각한 내 눈알을 파내고 싶은 기분이야. 그런데 무슨 고민을 해.”“그런데 도준호 대표는 왜?”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나 심강열이랑 약혼해. 도준호 대표한테 부탁해서 약혼 기사 전부 뿌려버릴래. 그럼 민하준 그 자식도 포기하겠지.”이를 꽉 깨문채 화를 내는 한유라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약혼? 갑자기? 야, 너 그런 거 충동적으로 결정하고 그러는 거 아니야.”소은정이 진심으로 충고했다. 괜히 오기로 약혼 기사를 뿌렸다간 후회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잠깐 침묵하던 한유라가 대답했다.“어쨌든 심강열이랑 약혼하는 건 이미 정해진 일이야. 이걸 빌미로 민하준 그 자식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나쁘지 않잖아?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엄마 말이 맞아. 노는 거 말고 내가 할 줄 아는 게 뭐 있어? 내가 지금 회사를 물려받으면 5년안에 회사 다 말아먹을 거야. 능력이 없으니 나 대신 회사를 관리해 줄 남자랑 결혼하는 게 현명한 선택일지도 몰라.”한유라의 진지한 목소리에 소은정이 흠칫했다.“유라야, 너 혹시 무슨 일 있어?”유라가 이렇게 엄마 말에 네 하고 순종할 스타일이 아닌데...한유라가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사실 회사에서 엄마가 일하는 거 지켜봤는데 정말 많이 늙으셨더라. 엄마 자리를 노리는 이사들도 많고... 게다가 나까지 챙겨야 하니까 얼마나 힘드시겠어. 그리고 사실 지금
더 보기

제972화 어렸을 때의 약속

이른 아침, 따스한 햇살이 창문을 비추었다.이때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굳이 휴대폰 액정을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이 꼭두새벽부터 그녀에게 전화를 걸 사람은 한유라뿐이었으니까.다른 사람이었다면 화가 치밀었겠지만 한유라라 화도 낼 수 없을 노릇이었다.역시나 전화를 받으니 한유라였다.“도준호 대표 진짜 대박이다. 포털 사이트에 온통 내 뉴스뿐이야. 하하하, 온 국민이 날 알 것 같다고!”아직 잠에서 덜 깬 소은정이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지금 좋아할 게 아니야. 사람들 시선을 받는 게 좋은 게 아니야. 지금 다들 네 정략결혼만 지켜보고 있다고.”좋은 소식보다 좋은 소식 뒤에 따르는 막장 스토리야말로 대중들이 원하는 것일 테니까.파혼이라도 한다면 지금 축복 댓글을 달던 사람들이 전부 악플러가 되어버릴 거라고, 유라야...“난 다른 사람 시선 같은 거 신경 안 써. 내가 원하는 건 민하준이 이 기사를 확인하고 멀리 떨어지는 거야.”깊은 한숨을 내쉬고 스피커폰을 켠 소은정이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하, 그깟 남자 하나 떼어내려기엔 대가가 너무 크지 않니? 그리고 태한그룹과의 계약도 파탄났는데 화 안 내?”태한그룹과의 계약은 민하준에게도 꽤 중요한 계약건이었을 텐데 그대로 가만히 있을 리가 없을 텐데...소은정의 말에 한유라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하, 무슨 염치로? 내가 없는 말 한 것도 아니고 다 사실인데 뭐. 탓을 하려면 자기 무능함을 탓해야겠지.”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더니... 유라도 은근히 독한 면이 있다니까...한숨을 내쉰 소은정은 한유라와의 통화를 마치고 바로 출근 준비를 시작했다.문을 나서니 전동하와 마이크가 미소로 그녀를 맞이했다.“안녕...”흠칫 놀란 소은정이 웃음을 터트렸다.“두 사람이 왜 여기 있어요?”마이크가 짧은 다리를 움직이며 다가오더니 소은정의 다리를 꼭 끌어안았다.“누나 회사까지 데려다주려고요. 누나랑 한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아요. 누나 그냥 같이 있어주면 안 돼요?”소은
더 보기

제973화 힘든 일 있으면 말해

소은정이 사무실에 도착하고 우연준은 평소처럼 커피와 그녀가 검토해야 할 보고서들을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대표님. 다들 회의실에 모였습니다. 회의 시작하시죠.”시간을 확인한 소은정이 자리에서 일어섰다.“아, 손호영 씨가 아침 일찍 회사로 왔더군요. 지금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는데 기다리지 말라고 전할까요?”사실 갑작스러운 손호영의 등장에 우연준도 꽤 의아했다. 온갖 루머가 가득한 손호영을 CF 모델로 쓰는 건 SC그룹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갈 테니 당연히 계약을 해지할 테고 어제가 마지막으로 만날 기회일 줄 알았는데 말이다.“아니요. 기다리라고 해요.”손호영한테는 마지막 기회일 테니까 좀 더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괜히 SC그룹이 우습게 보이면 안 되니까.우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20분 정도 예정되어 있던 회의는 1시간 넘게 이어지고 회의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서인지 회의가 끝날 때쯤에는 소은정을 제외한 임직원들의 얼굴은 전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사무실로 돌아오고 우연준이 커피를 새로 내왔다.커피를 마시려던 소은정의 손이 멈칫했다.“손호영 씨 아직 기다리는 중인가요?”“네.”“도준호 대표한테 연락해요. 오늘 내로 회사로 찾아갈 거라고요.”한유라에 관한 기사를 내는 건 도준호 대표에게도 윈윈인 일이라 굳이 찾아갈 필요까진 없었지만 손호영 문제는 차원이 달랐다.검은 천을 흰색으로 만드는 데는 큰 힘이 들어가는 법이니까.고개를 끄덕인 우연준이 사무실을 나섰다.다른 사람도 아니고 소은정 대표의 부탁이니 도준호도 기꺼이 오전 스케줄을 전부 비웠다.비록 이글 엔터의 대외적인 대표는 도준호지만 실세는 소은해였으니까.잠시 후, 소은정은 손호영과 함께 이글 엔터로 향했다.궁금할 법도 한데 손호영은 가는 내내 한마디도 묻지 않고 침착한 얼굴로 앉아있을 뿐이었다.잠시 후, 이글 엔터에 도착한 소은정이 대표 사무실 문을 연 순간.도준호 대표와 신출귀몰하는 소은해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오빠가 왜 여기 있어?”소은정이
더 보기

제974화 네 스타일

먼저 소파에 앉은 소은정이 손호영에게도 눈치를 주었다.“손호영 씨가 SC그룹 신제품 CF 모델로 발탁됐어요.”덤덤한 소은정의 말에 도준호와 소은해가 흠칫했다.“뭐라고?”소은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무례한 반응이긴 했지만 손호영은 불쾌한 기색을 내보이지 않았다.지금 연예계에서 손호영은 그야말로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인 존재니까.도준호의 리액션은 소은해보다 훨씬 더 침착했지만 눈동자에 담긴 착잡함은 감출 수 없었다.이 정도 반응은 충분히 예상했어.소은정이 한숨을 내쉬었다.“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하지만 이대로 계약 해지는 하고 싶지 않아요. 해지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단호한 소은해와 도준호를 향해 소은정이 조심스레 한 마디 덧붙였다.“이미지... 세탁이라든가.”소은해가 기가 막히다는 듯 코웃음을 치고 도준호도 고개를 떨구었다.생각보다 문제가 복잡하네... 그래서 직접 찾아온 거였어.“어쨌든 지금 그런 상황이에요. 난 계약 해지하고 싶은 생각 없으니까 신제품 출시 전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미지 세탁 좀 시켜줘요.”소은정이 어깨를 으쓱하고 소은해는 어이 없다는 눈빛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다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야, 그냥 다른 애로 바꿔. 요즘 신인애들 중에 쟤보다 나은 애들 쌔고 쌨어.”“교체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여기까지 왔겠어? 오빠야말로 톱스타면서 그 정도 방법 하나 없어?”소은정이 소은해를 노려보았다.하, 능력이고 자시고 저 자식이랑 얽히고 싶지 않다고.소은해가 한숨을 쉬었다.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도준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일단 호영 씨 얘기부터 들어보죠. 사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얘기들 중에 사실이 아닌 것도 많을 겁니다. 진실을 알아야 대책을 세우든 하지 않겠어요?”도준호의 말에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프로다워.모두의 시선에 손호영에게 쏠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손호영이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정교한 이목구비에 순간 서늘함이 비쳤지만 곧 다시 침착함을 되찾았다.“제가 와이프
더 보기

제975화 오케이

도준호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때 워낙 각광을 받을 때니 집 주위에 파파라치들이 몰려있었을 수도 있었겠네요. 그리고 나서는... 온갖 부정적인 기사들이 쏟아졌겠죠. 대중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라면 팩트 체크도 안 하고 기사를 써제끼는 기자들은 많으니까.”고개를 숙인 손호영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다행히... 매니저 형은 절 안 버렸어요. 그래서 근근히 먹고 살고는 있습니다.”신인 때부터 함께 힘들게 굴러온 정이 남아있어서인지 PD들이며 투자자들에게 고개를 굽신거리는 매니저를 볼 때마다 손호영은 고마우면서도 미안함이 앞섰다.하, 그런 일이 있었어?소은정도 어느새 동정어린 시선으로 손호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어머님은 괜찮으시죠? 안 다치셨어요?”“네. 그 뒤로 바로 시골로 모셨어요. 나이가 있으셔서 인터넷 같은 건 안 하시니까 아마 제 상황도 잘 모르실 거예요.”한숨을 내쉰 소은정이 도준호를 바라보았다.“어때요? 가능하겠어요?”소은정의 질문에 도준호는 고개를 떨구었다.웬만하면 가능하다 호언장담하고 싶었지만 워낙 어려운 문제였으니까.소은정 대표 부탁이니 안 들어줄 수도 없고...“있긴 합니다만 시간이 필요합니다.”“얼마나 걸릴까요?”“최소 반년이요.”소은정이 고민에 잠겼다.신제품 출시는 3개월 뒤로 예정되어 있어. 반년이면 너무 길잖아.이때 소은해가 도준호 대표 편을 들었다.“반년도 짧게 잡은 거야. 지금 이 상황에서 진실을 밝혀봐야 오히려 질타만 받을 거야. 워낙 시간이 흐르기도 했고... 우리 쪽 말이 진짜라고 입증할 증거도 없잖아. 결국 이미지만 소모될 거라고. 가장 좋은 방법은 천천히 연기로 관객들의 호감을 얻는 것뿐이라고.”소은해의 날카로운 팩폭에 손호영 역시 말없이 고개를 떨구었다.네티즌들이 얼마나 엄격하고 잔인한 존재인지는 그가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아마 홍보팀에서 생각한 솔루션 중에 최선을 고르면 되긴 할 겁니다. 여론을 통제하면 이미지 세탁은 시간
더 보기

제976화 입맛을 바꾼 건가

도준호와 소은해는 소은정이 손호영을 데리고 떠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손호영의 얼굴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걸려있었다.도준호가 혀를 차더니 소은해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신 친동생 맞아요?”“당연하죠.”소은정이 무덤덤한 얼굴로 대답했다.그도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오전 내내 바삐 돌아쳤던 소은정은 무척 허기가 졌기에 주위의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식당 안에는 사람이 적어 조용했다, 그녀는 창문가에 자리를 잡았다.손호영은 그녀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그의 눈 속을 차지하고 있던 우울함은 눈에 띄게 적어졌다.“소 대표님, 제가 밥 살게요.”손호영이 계면쩍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요.”소은정이 그를 힐끔 보더니 대답했다.밥 한 끼일 뿐이었기에 누가 사든 상관이 없었다.이는 손호영이 감사함을 전하는 방식이었기에 소은정은 받아들일 생각이었다.소은정은 주문을 마치곤 화장실로 갔다.그리고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테이블에는 사람이 한 명 많아졌다.그 냉랭하고도 익숙한 뒷모습을 소은정은 몇 미터를 앞에 두고도 한눈에 알아봤다.바로 박수혁이었다.손호영은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박수혁의 맞은편에 앉아있었다.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손호영의 안색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소은정은 다시 자리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손호영을 생각하며 다시 돌아갔다.“박 대표님, 자리를 잘못 찾은 거 아니야?”며칠 못 본 사이, 박수혁은 더욱 냉랭해졌다.고개를 돌려 소은정을 확인한 박수혁이 여유롭게 웃으며 대답했다.“아는 사람을 만나서 인사를 하러 온 건데 너도 있었네?”손호영이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경고를 담은 박수혁의 눈빛을 확인하곤 다시 입을 다물었다.하지만 그는 소은정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박수혁이 한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었다.소은정도 박수혁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손호영이 박수혁을 알고 있었다면 이 지경까지 몰락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우리 아직
더 보기

제977화 친구와 남자친구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소은정도 더 이상 밥을 먹을 생각이 없어졌기에 고개를 돌리고 손호영을 바라보며 말했다.“가죠, 입맛 없어졌어요.”그 말을 들은 손호영이 얼른 일어나 계산을 하러 갔다.소은정과 박수혁은 지지 않겠다는 듯 서로를 바라봤다.하지만 결국 박수혁이 먼저 고개를 떨궜다, 담담하면서도 차가운 눈빛을 한 소은정을 보고 있으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조금 아프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했다.박수혁이 정말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면 온갖 악랄한 수단을 사용해 소은정을 빼앗아 와 숨겨놓고 평생 자기만 바라볼 수 있게 했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무수히 많은 밤을 지새우며 그는 그런 악랄한 생각을 잠재웠다.그는 소은정이 자신이 아닌 전동하를 선택한 이유를 늘 생각했다.어쩌면 그 이유를 박수혁은 잘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전동하의 성격으로는 이런 음울하고 비열한 짓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그는 당당하게 연애를 할 줄 알고 어두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굳어있던 박수혁의 표정이 조금 풀리더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억울했다.“미안해.”결국 박수혁이 먼저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건넸다.그는 그녀에게 그런 소리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착하고 예쁜 소은정이 이런 방법으로 그의 주의를 끌었을 리가 없었다.정말 유치하고 웃기기 짝이 없는 생각이었다.하지만 소은정은 그런 박수혁을 보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시비를 걸었다가 사과를 했다가, 정말 어쩌자는 건지.“내가 질투에 눈이 멀어서 머리가 잠깐 어떻게 됐었나 봐, 네가 다른 남자랑 있는 것만 보면 컨트롤이 안 돼, 내가 잘못했어.”박수혁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아무래도 박수혁이 정신분열증에 걸린 것 같다고 생각했다.박수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소은정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그런데 네가 먼저 친구하자고 해놓고 나랑 밥도 한 끼 안 먹으려고 했잖아, 네가 먼저 약속 어긴 거야.”분명 먼저 불공평하게 군 건 소은정이었다.
더 보기

제978화 불쌍한 척

박수혁은 소은정의 대답을 듣고서야 만족스럽게 손을 놓았다.자유를 얻은 소은정은 인사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저 박수혁에게서 멀어지고 싶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소은정은 도대체 박수혁의 생각을 종잡을 수 없었다, 이는 그녀를 숨 막히게 만들었다.손호영은 계산을 마치곤 문 앞에서 소은정을 기다렸다, 그의 손에는 포장된 음식들이 들려있었다.“회사에 돌아가시면 배고플까 봐요, 마침 음식들이 나왔길래 포장했어요.”손호영이 소은정을 보며 포장된 음식들을 그녀에게 건네줬다.소은정은 그런 손호영을 보며 문제를 해결하기 전과 후의 그의 태도가 참 다르다고 생각했다.“같이 갈래요?”소은정이 음식을 받으며 물었다.하지만 손호영은 고개를 저었다.“매니저가 스케줄을 하나 잡아줬어요, 주인공은 아니지만 중요한 거라 가봐야 해요.”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호영의 소속사는 이글 엔터가 아니었기에 손호영은 매니저가 잡아준 스케줄을 거절할 수 없었다.“그럼 저는 먼저 가볼게요, 무슨 일 있으면 도준호 씨한테 연락하세요, 다음에 봐요.”인사를 마친 소은정이 미련 없이 떠났고 손호영은 그녀의 차가 사라지고 나서야 식당 앞을 떠났다.그리고 며칠 뒤, 소은해가 손호영이 남자 주인공 자리를 꿰차 드라마를 찍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지금 안 좋은 소식들이 그렇게 많은데 남자 주인공으로서 연기를 시작하면 너무 눈에 거슬리지 않을까? 단역이나 하나 맡아서 불쌍한 척하면 그만이잖아.”소은정의 말을 들은 소은해가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네 생각도 맞긴 한데 시놉이 너무 좋아, 남자 주인공 역할도 눈에 띄고. 연기만 잘 하면 팬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거야, 운이 따라주길 바라봐야지.”“역시 우리 오빠 대단해!”소은해가 아부를 떨며 말했다.“그런 아부 말고 정말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거면 나랑 하늘이한테 밥이나 사줘, 요즘 하늘이 얼굴 보기가 쉽지 않네.”“하늘이 오빠 피해 다니느라 시간 없어!”소은정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SC
더 보기

제979화 정교한 악당

소은정과 전동하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는 전기섭도 모르는 사실이었다.전기섭은 전동하가 아직 소은정을 애타게 따라다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그는 소은정을 이용해 전동하를 망하게 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들어오라고 해요.”소은정이 말했다.우연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소은정의 말을 전하러 나갔다.곧이어 한껏 차려입은 전기섭이 소은정의 사무실로 들어왔다.그는 온몸으로 돈 많은 이의 우월감을 뽐냈다. 그야말로 정교한 악당이 따로 없었다.“은정 씨, 오랜만이네요.”소은정이 일어나 웃으며 그와 악수를 했고 곧이어 두 사람은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전 대표님, 오랜만이네요, 여기에서 지내는 거에 좀 익숙해지셨어요?”“저는 출장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이라 익숙하지 않아도 익숙해지도록 해야죠.”전기섭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힘든 걸음 하셔서 제가 밥을 한 끼 사드렸어야 하는 건데 대표님 일하시는데 방해가 될까 봐 걱정되기도 하고 제가 바쁘기도 해서 그럴 시간이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소은정은 전기섭과 밥도 한 끼 먹기 싫다는 말을 돌려서 하고 있었다.“별말씀을 다 하시네요, 저도 대표님 초대 없이 온 거잖습니까.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유는 소 대표님이랑 손을 잡고 일을 해봤으면 해서입니다, 상가들의 비즈니스가 이제 곧 중국까지 진출할 겁니다, 그럼 저희가 합작할 기회가 더욱 많아지겠죠.”전기섭은 미끼를 던져놓고 소은정의 반응을 살폈다.소은정은 그저 담담하게 웃더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그럼 기대해 볼만하겠네요.”상가와의 합작은 많은 기업에서 바라고 있는 기회였다.하지만 소은정은 말과는 달리 지나치게 담담했다.전기섭은 인내심이 없었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저번에 제가 은정 씨한테 제의한 일에 대해서 좀 생각해 보셨어요? 저희 전 씨 집안에서는 전동하가 돌아오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제 큰 형은 병에 걸리셔서 오늘 내일 하고 있고요. 마지막 모습을 보지
더 보기

제980화 체면을 하나도 봐주지 않겠다는 건가요

전기섭은 이 계약서를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일단 법적 효력을 띠게 되면 그는 상업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중국에서 그는 미국에 있을 때처럼 자유롭게 굴 수 없었다.더 중요한 것은 전동하가 이 계약서를 손에 쥐는 순간, 그는 전동하에게 꼬투리가 잡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모두 소은정을 온실 속의 아가씨라고 불렀지만 그녀는 누구보다도 신중했다.망설이는 전기섭을 본 소은정이 냉랭한 얼굴로 웃었다.“SC그룹이 파트너를 찾을 때, 제일 중요하게 보는 것이 바로 성실함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자그마한 이익을 위해 그 점을 어기고 파트너를 해친다면 앞으로 사업을 못 할 겁니다. 그리고 전 대표님, 저희 항상 공과 사는 구분해야죠,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집안일에 저는 절대 손을 대지 않을 겁니다, 전동하가 어떤 선택을 하든 제가 질책할 입장이 못 되니까요.”소은정의 말을 듣던 전기섭의 안색이 점점 더 차가워졌다.눈앞의 소은정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 속에 사나운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얼굴도 예쁘고 분위기도 있었지만 소은정은 말을 듣지 않았다.그리고 전기섭의 옆에는 말을 듣지 않는 여자가 없었다.소은정 같은 아가씨를 그는 수도 없이 만나봤기에 여자들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똑똑히 알고 있었다.자기를 따라다니는 사람을 겉으로는 신경 쓰지 않는 척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 남자의 생활과 사업을 전부 손에 거머쥐기를 원했다.그리고 남자들의 세상을 어지럽힌 뒤, 조용히 사라지곤 했다.여자들은 이럴 때 최고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하지만 눈앞의 소은정은 온몸으로 부드러운 날카로움을 내뿜고 있었다, 마치 그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듯한 자태였다.그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전기섭은 알 수 없었다.소은정은 아무 말도 없는 전기섭을 보며 경고했다.“전 대표님, 죄송하지만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요.”자신을 내쫓으려는 소은정의 말을 들은 전기섭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덩달아 그의 호흡도 거칠어졌
더 보기
이전
1
...
96979899100
...
264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