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소파에 앉은 소은정이 손호영에게도 눈치를 주었다.“손호영 씨가 SC그룹 신제품 CF 모델로 발탁됐어요.”덤덤한 소은정의 말에 도준호와 소은해가 흠칫했다.“뭐라고?”소은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무례한 반응이긴 했지만 손호영은 불쾌한 기색을 내보이지 않았다.지금 연예계에서 손호영은 그야말로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인 존재니까.도준호의 리액션은 소은해보다 훨씬 더 침착했지만 눈동자에 담긴 착잡함은 감출 수 없었다.이 정도 반응은 충분히 예상했어.소은정이 한숨을 내쉬었다.“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하지만 이대로 계약 해지는 하고 싶지 않아요. 해지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단호한 소은해와 도준호를 향해 소은정이 조심스레 한 마디 덧붙였다.“이미지... 세탁이라든가.”소은해가 기가 막히다는 듯 코웃음을 치고 도준호도 고개를 떨구었다.생각보다 문제가 복잡하네... 그래서 직접 찾아온 거였어.“어쨌든 지금 그런 상황이에요. 난 계약 해지하고 싶은 생각 없으니까 신제품 출시 전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미지 세탁 좀 시켜줘요.”소은정이 어깨를 으쓱하고 소은해는 어이 없다는 눈빛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다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야, 그냥 다른 애로 바꿔. 요즘 신인애들 중에 쟤보다 나은 애들 쌔고 쌨어.”“교체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여기까지 왔겠어? 오빠야말로 톱스타면서 그 정도 방법 하나 없어?”소은정이 소은해를 노려보았다.하, 능력이고 자시고 저 자식이랑 얽히고 싶지 않다고.소은해가 한숨을 쉬었다.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도준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일단 호영 씨 얘기부터 들어보죠. 사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얘기들 중에 사실이 아닌 것도 많을 겁니다. 진실을 알아야 대책을 세우든 하지 않겠어요?”도준호의 말에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프로다워.모두의 시선에 손호영에게 쏠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손호영이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정교한 이목구비에 순간 서늘함이 비쳤지만 곧 다시 침착함을 되찾았다.“제가 와이프
도준호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때 워낙 각광을 받을 때니 집 주위에 파파라치들이 몰려있었을 수도 있었겠네요. 그리고 나서는... 온갖 부정적인 기사들이 쏟아졌겠죠. 대중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라면 팩트 체크도 안 하고 기사를 써제끼는 기자들은 많으니까.”고개를 숙인 손호영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다행히... 매니저 형은 절 안 버렸어요. 그래서 근근히 먹고 살고는 있습니다.”신인 때부터 함께 힘들게 굴러온 정이 남아있어서인지 PD들이며 투자자들에게 고개를 굽신거리는 매니저를 볼 때마다 손호영은 고마우면서도 미안함이 앞섰다.하, 그런 일이 있었어?소은정도 어느새 동정어린 시선으로 손호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어머님은 괜찮으시죠? 안 다치셨어요?”“네. 그 뒤로 바로 시골로 모셨어요. 나이가 있으셔서 인터넷 같은 건 안 하시니까 아마 제 상황도 잘 모르실 거예요.”한숨을 내쉰 소은정이 도준호를 바라보았다.“어때요? 가능하겠어요?”소은정의 질문에 도준호는 고개를 떨구었다.웬만하면 가능하다 호언장담하고 싶었지만 워낙 어려운 문제였으니까.소은정 대표 부탁이니 안 들어줄 수도 없고...“있긴 합니다만 시간이 필요합니다.”“얼마나 걸릴까요?”“최소 반년이요.”소은정이 고민에 잠겼다.신제품 출시는 3개월 뒤로 예정되어 있어. 반년이면 너무 길잖아.이때 소은해가 도준호 대표 편을 들었다.“반년도 짧게 잡은 거야. 지금 이 상황에서 진실을 밝혀봐야 오히려 질타만 받을 거야. 워낙 시간이 흐르기도 했고... 우리 쪽 말이 진짜라고 입증할 증거도 없잖아. 결국 이미지만 소모될 거라고. 가장 좋은 방법은 천천히 연기로 관객들의 호감을 얻는 것뿐이라고.”소은해의 날카로운 팩폭에 손호영 역시 말없이 고개를 떨구었다.네티즌들이 얼마나 엄격하고 잔인한 존재인지는 그가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까.“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아마 홍보팀에서 생각한 솔루션 중에 최선을 고르면 되긴 할 겁니다. 여론을 통제하면 이미지 세탁은 시간
도준호와 소은해는 소은정이 손호영을 데리고 떠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손호영의 얼굴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걸려있었다.도준호가 혀를 차더니 소은해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신 친동생 맞아요?”“당연하죠.”소은정이 무덤덤한 얼굴로 대답했다.그도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오전 내내 바삐 돌아쳤던 소은정은 무척 허기가 졌기에 주위의 식당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식당 안에는 사람이 적어 조용했다, 그녀는 창문가에 자리를 잡았다.손호영은 그녀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그의 눈 속을 차지하고 있던 우울함은 눈에 띄게 적어졌다.“소 대표님, 제가 밥 살게요.”손호영이 계면쩍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요.”소은정이 그를 힐끔 보더니 대답했다.밥 한 끼일 뿐이었기에 누가 사든 상관이 없었다.이는 손호영이 감사함을 전하는 방식이었기에 소은정은 받아들일 생각이었다.소은정은 주문을 마치곤 화장실로 갔다.그리고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테이블에는 사람이 한 명 많아졌다.그 냉랭하고도 익숙한 뒷모습을 소은정은 몇 미터를 앞에 두고도 한눈에 알아봤다.바로 박수혁이었다.손호영은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박수혁의 맞은편에 앉아있었다.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손호영의 안색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소은정은 다시 자리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손호영을 생각하며 다시 돌아갔다.“박 대표님, 자리를 잘못 찾은 거 아니야?”며칠 못 본 사이, 박수혁은 더욱 냉랭해졌다.고개를 돌려 소은정을 확인한 박수혁이 여유롭게 웃으며 대답했다.“아는 사람을 만나서 인사를 하러 온 건데 너도 있었네?”손호영이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경고를 담은 박수혁의 눈빛을 확인하곤 다시 입을 다물었다.하지만 그는 소은정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박수혁이 한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었다.소은정도 박수혁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손호영이 박수혁을 알고 있었다면 이 지경까지 몰락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우리 아직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소은정도 더 이상 밥을 먹을 생각이 없어졌기에 고개를 돌리고 손호영을 바라보며 말했다.“가죠, 입맛 없어졌어요.”그 말을 들은 손호영이 얼른 일어나 계산을 하러 갔다.소은정과 박수혁은 지지 않겠다는 듯 서로를 바라봤다.하지만 결국 박수혁이 먼저 고개를 떨궜다, 담담하면서도 차가운 눈빛을 한 소은정을 보고 있으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조금 아프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했다.박수혁이 정말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면 온갖 악랄한 수단을 사용해 소은정을 빼앗아 와 숨겨놓고 평생 자기만 바라볼 수 있게 했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무수히 많은 밤을 지새우며 그는 그런 악랄한 생각을 잠재웠다.그는 소은정이 자신이 아닌 전동하를 선택한 이유를 늘 생각했다.어쩌면 그 이유를 박수혁은 잘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전동하의 성격으로는 이런 음울하고 비열한 짓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그는 당당하게 연애를 할 줄 알고 어두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굳어있던 박수혁의 표정이 조금 풀리더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억울했다.“미안해.”결국 박수혁이 먼저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건넸다.그는 그녀에게 그런 소리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착하고 예쁜 소은정이 이런 방법으로 그의 주의를 끌었을 리가 없었다.정말 유치하고 웃기기 짝이 없는 생각이었다.하지만 소은정은 그런 박수혁을 보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시비를 걸었다가 사과를 했다가, 정말 어쩌자는 건지.“내가 질투에 눈이 멀어서 머리가 잠깐 어떻게 됐었나 봐, 네가 다른 남자랑 있는 것만 보면 컨트롤이 안 돼, 내가 잘못했어.”박수혁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아무래도 박수혁이 정신분열증에 걸린 것 같다고 생각했다.박수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소은정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그런데 네가 먼저 친구하자고 해놓고 나랑 밥도 한 끼 안 먹으려고 했잖아, 네가 먼저 약속 어긴 거야.”분명 먼저 불공평하게 군 건 소은정이었다.
박수혁은 소은정의 대답을 듣고서야 만족스럽게 손을 놓았다.자유를 얻은 소은정은 인사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저 박수혁에게서 멀어지고 싶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소은정은 도대체 박수혁의 생각을 종잡을 수 없었다, 이는 그녀를 숨 막히게 만들었다.손호영은 계산을 마치곤 문 앞에서 소은정을 기다렸다, 그의 손에는 포장된 음식들이 들려있었다.“회사에 돌아가시면 배고플까 봐요, 마침 음식들이 나왔길래 포장했어요.”손호영이 소은정을 보며 포장된 음식들을 그녀에게 건네줬다.소은정은 그런 손호영을 보며 문제를 해결하기 전과 후의 그의 태도가 참 다르다고 생각했다.“같이 갈래요?”소은정이 음식을 받으며 물었다.하지만 손호영은 고개를 저었다.“매니저가 스케줄을 하나 잡아줬어요, 주인공은 아니지만 중요한 거라 가봐야 해요.”그 말을 들은 소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호영의 소속사는 이글 엔터가 아니었기에 손호영은 매니저가 잡아준 스케줄을 거절할 수 없었다.“그럼 저는 먼저 가볼게요, 무슨 일 있으면 도준호 씨한테 연락하세요, 다음에 봐요.”인사를 마친 소은정이 미련 없이 떠났고 손호영은 그녀의 차가 사라지고 나서야 식당 앞을 떠났다.그리고 며칠 뒤, 소은해가 손호영이 남자 주인공 자리를 꿰차 드라마를 찍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지금 안 좋은 소식들이 그렇게 많은데 남자 주인공으로서 연기를 시작하면 너무 눈에 거슬리지 않을까? 단역이나 하나 맡아서 불쌍한 척하면 그만이잖아.”소은정의 말을 들은 소은해가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네 생각도 맞긴 한데 시놉이 너무 좋아, 남자 주인공 역할도 눈에 띄고. 연기만 잘 하면 팬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거야, 운이 따라주길 바라봐야지.”“역시 우리 오빠 대단해!”소은해가 아부를 떨며 말했다.“그런 아부 말고 정말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거면 나랑 하늘이한테 밥이나 사줘, 요즘 하늘이 얼굴 보기가 쉽지 않네.”“하늘이 오빠 피해 다니느라 시간 없어!”소은정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SC
소은정과 전동하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는 전기섭도 모르는 사실이었다.전기섭은 전동하가 아직 소은정을 애타게 따라다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그는 소은정을 이용해 전동하를 망하게 하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들어오라고 해요.”소은정이 말했다.우연준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소은정의 말을 전하러 나갔다.곧이어 한껏 차려입은 전기섭이 소은정의 사무실로 들어왔다.그는 온몸으로 돈 많은 이의 우월감을 뽐냈다. 그야말로 정교한 악당이 따로 없었다.“은정 씨, 오랜만이네요.”소은정이 일어나 웃으며 그와 악수를 했고 곧이어 두 사람은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전 대표님, 오랜만이네요, 여기에서 지내는 거에 좀 익숙해지셨어요?”“저는 출장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이라 익숙하지 않아도 익숙해지도록 해야죠.”전기섭의 말을 들은 소은정이 속으로 차갑게 웃었다.“힘든 걸음 하셔서 제가 밥을 한 끼 사드렸어야 하는 건데 대표님 일하시는데 방해가 될까 봐 걱정되기도 하고 제가 바쁘기도 해서 그럴 시간이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소은정은 전기섭과 밥도 한 끼 먹기 싫다는 말을 돌려서 하고 있었다.“별말씀을 다 하시네요, 저도 대표님 초대 없이 온 거잖습니까.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유는 소 대표님이랑 손을 잡고 일을 해봤으면 해서입니다, 상가들의 비즈니스가 이제 곧 중국까지 진출할 겁니다, 그럼 저희가 합작할 기회가 더욱 많아지겠죠.”전기섭은 미끼를 던져놓고 소은정의 반응을 살폈다.소은정은 그저 담담하게 웃더니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그럼 기대해 볼만하겠네요.”상가와의 합작은 많은 기업에서 바라고 있는 기회였다.하지만 소은정은 말과는 달리 지나치게 담담했다.전기섭은 인내심이 없었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저번에 제가 은정 씨한테 제의한 일에 대해서 좀 생각해 보셨어요? 저희 전 씨 집안에서는 전동하가 돌아오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제 큰 형은 병에 걸리셔서 오늘 내일 하고 있고요. 마지막 모습을 보지
전기섭은 이 계약서를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일단 법적 효력을 띠게 되면 그는 상업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중국에서 그는 미국에 있을 때처럼 자유롭게 굴 수 없었다.더 중요한 것은 전동하가 이 계약서를 손에 쥐는 순간, 그는 전동하에게 꼬투리가 잡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모두 소은정을 온실 속의 아가씨라고 불렀지만 그녀는 누구보다도 신중했다.망설이는 전기섭을 본 소은정이 냉랭한 얼굴로 웃었다.“SC그룹이 파트너를 찾을 때, 제일 중요하게 보는 것이 바로 성실함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자그마한 이익을 위해 그 점을 어기고 파트너를 해친다면 앞으로 사업을 못 할 겁니다. 그리고 전 대표님, 저희 항상 공과 사는 구분해야죠,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집안일에 저는 절대 손을 대지 않을 겁니다, 전동하가 어떤 선택을 하든 제가 질책할 입장이 못 되니까요.”소은정의 말을 듣던 전기섭의 안색이 점점 더 차가워졌다.눈앞의 소은정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 속에 사나운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얼굴도 예쁘고 분위기도 있었지만 소은정은 말을 듣지 않았다.그리고 전기섭의 옆에는 말을 듣지 않는 여자가 없었다.소은정 같은 아가씨를 그는 수도 없이 만나봤기에 여자들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똑똑히 알고 있었다.자기를 따라다니는 사람을 겉으로는 신경 쓰지 않는 척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 남자의 생활과 사업을 전부 손에 거머쥐기를 원했다.그리고 남자들의 세상을 어지럽힌 뒤, 조용히 사라지곤 했다.여자들은 이럴 때 최고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하지만 눈앞의 소은정은 온몸으로 부드러운 날카로움을 내뿜고 있었다, 마치 그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듯한 자태였다.그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전기섭은 알 수 없었다.소은정은 아무 말도 없는 전기섭을 보며 경고했다.“전 대표님, 죄송하지만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요.”자신을 내쫓으려는 소은정의 말을 들은 전기섭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덩달아 그의 호흡도 거칠어졌
그러나 발걸음 소리는 뒤에서 멈췄고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소은정이 이상하다고 느꼈을 때 마침 익숙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도대체 뭘 보고 있기에 이렇게 집중해서 보고 있는 거예요?”소은정이 멍하니 뒤돌아보니 커다란 키에 멋진 몸매를 소유한 전동하가 뒤에 서있었다.“어떻게 오셨어요?”전동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사랑하는 내 여자친구가 보고 싶어서요.”그는 두 팔을 벌리고 제자리에 서서 그녀에게 눈길을 보냈다.소은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설마 안아주려고?이런 동작은 너무 명백했다.전동하가 여러 차례 선을 넘는 것에 그녀는 더 이상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를 만날 때마다 그녀는 거부감이 없었고 몸에서 풍기는 나무 향은 그녀를 빠져들게 만들었다.소은정은 이를 악물고 묵묵히 걸어가 그의 품에 기대었다.그의 가슴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듣고 소은정의 얼굴은 갑자기 붉어지면서 뜨거워졌다.그녀가 벗어나려 하는 순간 그가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그녀를 품에 가뒀다.그의 힘이 느껴졌지만 부드러웠다.전동하의 손은 그녀의 허리에 멈추고는 그녀가 보았던 방향을 쳐다보면서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너무나도 예쁘시구나…”깃털이 가슴을 스치듯 소은정의 가슴은 마치 전류가 흐르는 듯 한순간 짜릿했다.그녀한테 한 말이었지만 그녀는 그의 말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녀가 몸부림치자 전동하는 눈치껏 손을 풀어줬다.그도 너무 지나치는 행동은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오늘의 사랑 표현은 이미 충분했다.소은정은 아무렇지 않게 돌아서서 창가에 있는 등나무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오늘은 왜 마이크를 안 데리고 왔어요?”전동하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우리한테 방해가 될까 봐 하녀와 경호원과 함께 도서관에서 저녁까지 공부하게 했어요, 혹시 그가 보고 싶어요?”소은정은 입술을 오므리면서 맞은편 등나무 의자를 가리켰다.전동하가 의자에 앉자 햇빛이 그를 내리쬐었고 그림자는 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