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말에 한유라의 얼굴이 더 창백해졌다. 후덜덜거리는 다리를 겨우 움직여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그녀의 모습에 소은정은 안쓰러움이 밀려왔다.아이고, 오늘 한바탕 난리 나겠는데?사무실 앞에서 한 동안 심호흡을 반복하던 한유라가 드디어 용기를 내 문으 열었다.“엄마...”한유라의 어머니, 김현숙은 집안을 꽉 잡고 있는 실세 중의 실세. 혼자 한유라를 키우면서도 회사를 일으킨 말 그대로 철의 여인이었다.역시나 문이 열리자마자 사진 몇 장이 바람처럼 날아와 한유라의 발치에 떨어졌다.“너 도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하면서 다니는 거지?”사진을 주운 한유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민하준과 함께 있는 모습, 지채영과 다투는 모습까지...누가 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그녀의 엄마는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한유라의 뒤를 따라들어온 소은정 역시 사진을 힐끗 쳐다보았다.“어머님, 안녕하세요.”소은정의 등장에 잔뜩 굳은 김현숙의 표정이 조금이나마 밝아졌다.“은정아, 오랜만이네.”한유라 역시 천천히 이성을 되찾았다.한 번의 실수로 이렇게 많은 골치거리들이 생긴 게 어이가 없었지만 모든 걸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으니까.“사실 엄마한테 솔직하게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먼저 고자질을 한 사람이 있었나 보네요. 저 남자랑은 이미 끝냈어요. 사귈 때는 유부남인 줄 몰랐었고요. 엄마 딸, 상간녀 노릇이나 할 정도로 최악은 아니라는 거 엄마도 알잖아요. 나 좋다는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딴 자식 하나에 인생 걸 생각은 없었다.”오히려 당당하게 나오는 한유라의 모습에 김현숙은 당황하기 시작했다.하긴, 철딱서니가 없어도 유부남이나 만나고 다닐 애는 아니지.“정말 깔끔하게 정리한 거 맞아?”어차피 한유라더러 민하준을 포기하라고 설득하려고 온 것었으니 김현숙의 말투는 훨씬 더 부드러워졌다.“네.”김현숙이 소은정을 돌아보았다.“유라가 한 말 다 사실이니?”“네. 민하준 회사와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중단하려고 회사에 온 거예요. 유라 성격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