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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0화 정략결혼일 뿐

직원의 말에 한유라의 얼굴이 더 창백해졌다. 후덜덜거리는 다리를 겨우 움직여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그녀의 모습에 소은정은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아이고, 오늘 한바탕 난리 나겠는데?

사무실 앞에서 한 동안 심호흡을 반복하던 한유라가 드디어 용기를 내 문으 열었다.

“엄마...”

한유라의 어머니, 김현숙은 집안을 꽉 잡고 있는 실세 중의 실세. 혼자 한유라를 키우면서도 회사를 일으킨 말 그대로 철의 여인이었다.

역시나 문이 열리자마자 사진 몇 장이 바람처럼 날아와 한유라의 발치에 떨어졌다.

“너 도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하면서 다니는 거지?”

사진을 주운 한유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민하준과 함께 있는 모습, 지채영과 다투는 모습까지...

누가 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그녀의 엄마는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유라의 뒤를 따라들어온 소은정 역시 사진을 힐끗 쳐다보았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소은정의 등장에 잔뜩 굳은 김현숙의 표정이 조금이나마 밝아졌다.

“은정아, 오랜만이네.”

한유라 역시 천천히 이성을 되찾았다.

한 번의 실수로 이렇게 많은 골치거리들이 생긴 게 어이가 없었지만 모든 걸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으니까.

“사실 엄마한테 솔직하게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먼저 고자질을 한 사람이 있었나 보네요. 저 남자랑은 이미 끝냈어요. 사귈 때는 유부남인 줄 몰랐었고요. 엄마 딸, 상간녀 노릇이나 할 정도로 최악은 아니라는 거 엄마도 알잖아요. 나 좋다는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딴 자식 하나에 인생 걸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당당하게 나오는 한유라의 모습에 김현숙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하긴, 철딱서니가 없어도 유부남이나 만나고 다닐 애는 아니지.

“정말 깔끔하게 정리한 거 맞아?”

어차피 한유라더러 민하준을 포기하라고 설득하려고 온 것었으니 김현숙의 말투는 훨씬 더 부드러워졌다.

“네.”

김현숙이 소은정을 돌아보았다.

“유라가 한 말 다 사실이니?”

“네. 민하준 회사와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중단하려고 회사에 온 거예요. 유라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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