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나는 재벌이 되었다의 모든 챕터: 챕터 2061 - 챕터 2070

2631 챕터

제2061화 눈치 좀 챙겨

원장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동하가 말했다.“이건 병원에 큰 타격을 줄 사건입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가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병원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어요?”그는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했다.하지만 원장은 그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만약 박수혁이 나서준다면 해결이 빠를 수도 있다.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전동하와 소은정이 가진 세력으로 이 사건을 은폐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텐데 왜 굳이 박수혁을 끌어들이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걸 이해하려고 하지는 않았다.전동하가 방향을 제시했으니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소은정과 전동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은정이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경찰이 현장에 왔을 텐데 무슨 단서는 나왔나요? 몸싸움을 한 흔적은 있나요?”원장은 움찔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소은정은 점점 마음이 무거워졌다.경찰들이 이렇게 요란스럽게 사인을 파고든다는 건 단순 자살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몸싸움을 한 흔적이 있다는 건 손재은이 죽기 전에 누군가가 접근했다는 의미였다.타살이었다.두 사람은 바래다준다는 원장을 뒤로하고 조용히 손을 잡고 병원을 나섰다.손재은이 사고가 난 층은 이미 봉쇄가 되어 있었다.그 층에 있던 환자들은 모두 아래층으로 옮겼다.병원에 사람이 많으니 엘리베이터 안에도 사람들로 붐볐다.전동하는 어쩔 수 없이 소은정을 감싸안고 엘리베이터에 타려고 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결국 밀려났다.소은정은 한숨을 내쉬었고 전동하는 웃으며 팔을 마사지했다.“어르신들이 힘이 장난이 아니네요.”소은정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버스나 지하철 타면 막 밀치고 들어오시는 분들이니까요.”다시 엘리베이터를 탈 생각을 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아니면 계단으로 갈까요?”소은정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이 그렇게 손을 잡고 계단으로 향하는데 차갑지만 말랑한 손이 소은정의 손을 잡았다.소은정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가 순간 당황했다.“너구나….”박시준,
더 보기

제2062화 하지 말아야 할 말

박시준은 부모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었다.아이는 차츰 그렇게 자신이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오히려 박수혁의 비서인 이한석이 더 관심을 주었다.이한석은 박수혁이 그렇게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으니 나중에 크면 알게 될 거라고 했다.하지만 아이는 자신이 성인이 될 때까지 무사히 자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소은정이 아이 옆에 앉은지 얼마되지도 않아서 전동하가 담당의와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갑자기 눈을 뜬 박시준이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며 불쌍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소은정이 망설이자 전동하가 웃으며 다가가서 아이의 손을 빼고 잡아주었다. 그는 소은정이 앉았던 위치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애 재우려고요? 이런 건 내가 잘하니까 나한테 맡겨요.”소은정은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동하 씨가 해요.”그녀는 전동하의 육아 실력을 믿었다.새봄이 같은 말괄량이도 전동하에게만 가면 순한 양이 되는데 다른 아이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박시준은 살짝 겁에 질린 얼굴로 손을 빼려고 했다.하지만 전동하는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는 손에 조금 힘을 주고는 묘한 웃음을 지으며 침대에 누운 아이를 바라보았다.그는 아이의 생각을 쉽게 읽어냈다.“자. 삼촌은 네가 잠들면 갈게. 네가 안 자면 삼촌도 계속 여기 있을 거야.”박시준은 반항을 포기하고는 애절한 눈빛으로 의사와 대화 중인 소은정을 힐끗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소은정은 아이가 눈을 감은 것을 확인하고 의사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전동하는 그것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소은정이 물었다.“여기 지키는 사람도 없나요?”의사가 말했다.“조금 전에 돌봐주기로 한 베이비시터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곧 도착한대요. 간호사 한 명은 남겨서 지키게 해야 했는데 저희가 좀 소홀했어요.”소은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애들이 자꾸 앓으면 너무 불쌍하죠.”“시준이는 감기인 것 같아요. 찬물에 씻은 것 같은데 갑자기 열이 나
더 보기

제2063화 가족이 같이 사는 거

윤이영은 입꼬리를 비틀며 앞으로 상체를 쭉 내밀었다.그녀는 서늘했던 눈빛이 부드러워지더니 아이의 얼굴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하지만 별로 감정은 담기지 않았다.“시준아, 엄마는 다 널 위해서 이러는 거야. 너도 우리 가족이 세 명이서 같이 살기를 바라잖아? 아빠랑 잘 될 수 있게 엄마를 도와주면 우리 같이 살 수 있어.”박시준은 경직된 채, 침대에 누워 애써 잠든 척, 눈을 감았다.아이는 윤이영의 말을 못 들은 척했지만 윤이영은 의외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그녀는 가볍게 박시준의 손을 터치했다.하지만 많이 놀라서였을까, 박시준은 움찔하며 손에 쥐고 있던 귀걸이를 떨어뜨렸다.윤이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것을 바라보더니 점차 차가운 눈빛으로 돌변했다.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이건 아까 소은정이 했던 것과 똑 같은 귀걸이였다.윤이영은 냉랭한 눈빛으로 박시준을 쏘아보았다.박시준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눈을 떴다.아이는 귀걸이를 빤히 바라보았지만 다시 달라고 할 용기가 없었다.윤이영은 자상한 연기도 하기 싫었는지 냉랭한 시선으로 아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너 소은정 만났어? 그 여자 물건이 왜 네 손에 있지? 너 소은정이랑 연락해?”박시준은 입을 꼭 다물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하지만 두려움에 떠는 눈빛이 아이의 마음을 대변했다.이성을 잃은 윤이영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말해. 너 금방 태어났을 때 울기도 하고 소리도 치고 그랬잖아. 왜 벙어리인 척하는 거지?”박시준은 입을 꾹 다물고 눈물을 글썽였다.윤이영은 손에 쥐고 있던 귀걸이를 패대기치더니 이를 갈며 말했다.“양심도 없는 자식!”방 안의 공기마저 차가워졌다.그런데 바깥에서 하이힐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가 문을 노크했다.윤이영은 금세 표정을 바꾸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박시준이 덮고 있는 이불을 여며주었다.그 순간 문이 열리더니 박예리가 임유경과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시준아, 고모 왔어. 너 아프다며? 지금은 좀 괜찮아?”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병실 안에 있는 낯
더 보기

제2064화 넌 누구야?

두 사람의 첫만남은 박 회장의 장례식에서 이루어졌다.임유경은 임춘식과 함께 장례식에 참석했다.이민혜가 돌아오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상황을 이끌고 갈 안주인도 없었다. 그래서 고용인들은 그들을 별채로 안내했다.임유경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검은색 상복을 입은 박예리가 몰래 이한석과 함께 뒤에 있는 별채로 가는 모습을 보았다.의아해서 따라가 보았더니 이한석이 건물을 떠난 뒤, 박예리가 올라가서 방 문을 잠갔다.그녀는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박예리는 커튼, 소파 등 불이 붙을만한 곳에 모두 불을 질렀다.박예리는 박수혁의 아들을 불태워 죽일 생각이었던 것이다.임유경은 그녀의 눈빛에서 살기와 증오, 그리고 쾌감을 느꼈다.그녀는 박예리가 왜 어린 아이한테 이토록 적대심을 느끼는지 알 수 없었다.불길은 한참이 지나 2층으로 올라갔다.2층에서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박시준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소리였다.박예리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임유경은 창가에서 누군가가 달려오는 모습을 보았다.소은정이었다.임유경은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달려가서 박예리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그렇게 박예리는 소은정의 시선을 피할 수 있었다.박예리는 감사의 의미로 임유경에게 원하는 걸 말해보라고 했다.임유경은 간결하게 대답했다.“박수혁 씨랑 결혼하는 거.”아주 솔직한 대답이었다.그녀는 박예리의 약점을 쥐고 있었기에 박예리가 주제도 모른다고 비난할 일은 없었다.박예리는 그녀를 한참 빤히 바라보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오빠 주변에 여자들이 참 많지만 네가 가장 어울리는 것 같아.”이게 임유경에 대한 박예리의 평가였다.장례식이 끝나고 돌아가기 전, 박예리는 그녀에게 물었다.“그때 다 보고 있었으면서 왜 날 막지 않았어?”임유경은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박수혁은 아이가 있다는 흠을 제외하고는 완벽한 남자였다.착해서, 구해주고 싶었다는 말은 어차피 거짓말이었다.어떤 여자가 계모가 되고 싶을까?박예리가 그 아이를
더 보기

제2065화 따라하기

임유경이 다가가서 머뭇거리자 박예리가 고개를 돌렸다.순간 두 사람의 얼굴에서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사라졌다.박예리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기다리고 있었어. 늦게 나왔네.”임유경은 다가가서 무심한듯 말했다.“미안해. 내가 시기를 잘못 고른 것 같아. 남의 가정사를 의도치 않게 듣게 돼서 미안하네.”박예리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어차피 우리 집 사람이 될 텐데 미안하기는.”임유경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너희 오빠 나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은데 나 같은 유형은 안 좋아하는 거 아니야? 베이비시터한테 대하는 태도도 나보다는 좋은 것 같더라.”박예리는 웃으며 다가가서 그녀의 팔짱을 꼈다.“유경아, 이상한 생각하지 마. 사람마다 각자 생각하는 게 달라서 그래. 오빠가 고작 베이비시터랑 눈 맞을 리 없잖아? 날 도발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야. 우리 둘 사이의 모순 때문에 네가 피해 보는 일은 없을 거야. 너 같은 스타일을 안 좋아하면 네가 스타일을 좀 바꿔보는 게 어때?”임유경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박예리는 웃으며 그녀의 팔을 잡아 끌었다.두 사람은 그 뒤로 백화점 쇼핑을 즐겼다.그들은 명품 매장으로 가서 마음에 드는 것을 쓸어담았다.옷과 액세서리를 사느라 임유경은 모아 놓은 적금까지 다 털고도 신용카드를 긁었다.겉으로는 담담하게 웃고 있었지만 사실 속에서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사실 섹시 큐티 컨셉은 그녀처럼 지적인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그녀는 몸매가 살짝 드러나고 발목까지 오는 긴 원피스를 입었다. 색상이 화려해서 그런지 멀리서 봐도 눈에 확 튀는 스타일이었다.임유경은 침착하고 성숙한 스타일을 선호하는데 전혀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그녀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낯설다고 느꼈다.박예리는 대놓고 어떤 스타일이라고 집어주지 않았다.하지만 그날 소장품 경매에서 소은정이 입었던 스타일과 흡사했다.그녀는 누군가에게 귀뺨이라도 맞은 것처럼
더 보기

제2066화 그녀의 정체

박수혁은 자기 아들이 이렇게 겁 많고 소심하다는 사실에 인상을 찌푸렸다.하지만 자신이 워낙 아이와 가깝지 않으니 뭐라고 훈계할 수도 없었다.안진은 도대체 애를 어떻게 가르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리고 그는 처음부터 안진이 이제 와서 아이를 자신에게 보낸 게 다른 의도가 있다고 의심했다.어차피 의도가 있는 접근이라면 그도 감정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아이에게는 정을 주지 않기로 했다.이런 생각을 하자 그의 복잡하던 감정이 조금은 사그라들었다.그는 허리를 펴고 윤이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준이 잘 보살펴요. 앞으로 다시 애가 아프면 당신이 여기 있을 필요가 없으니까요.”애 하나 제대로 케어하지 못하는 베이비시터에게 관용을 베풀 필요가 없었다.베이비시터는 다시 고용하면 그만이다.윤이영은 멈칫하더니 이내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 최선을 다해 도련님 아프지 않게 잘 케어할게요.”아이가 아픈 건 흔히 있는 일이었다.하지만 박수혁이 박시준이 아픈 게 싫은 이유는 아이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이 아이 때문에 자신의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는 게 싫어서였다.병원에 가서 환자를 돌보는 시간에 서류 한 장 더 처리하는 게 더 의미가 있었다.박수혁은 그 길로 걸음을 돌렸다.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윤이영이 쫓아와서 말했다.“대표님, 사실 아이가 아픈 이유는 면역력이 그만큼 약해서예요.”박수혁은 핸드폰을 든 채,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뭐죠?”그는 이곳에서 육아 지식이나 들으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윤이영은 길게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아프다고 해도 저렇게 갑자기 고열에 시달리지는 않죠. 학교에서 돌아온지 얼마되지 않아서 적응되지 않은 것도 크지만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아요.”박수혁은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그녀를 노려보았다.“애가 아빠 사랑을 못 받아서 대표님의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아픈 척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해를 하는 방식으로
더 보기

제2067화 특종

구태정이 돈으로 기사를 막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무수히 많은 동영상과 사진들이 돌아다녔고 네티즌들은 두 사람의 파렴치한 행위를 비난했다.구태정의 계좌는 동결되었으며 구태정의 재산이 문상아의 소유로 넘어갔다는 소문도 있었다.한편, 전동하와 레스토랑에서 같이 식사를 하던 중에 핸드폰으로 기사를 확인한 소은정은 고개를 들고 스테이크를 썰고 있는 남편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설마 당신이 한 건 아니죠?”전동하는 피식 웃고는 대답했다.“내가 한 거 맞아요.”너무 쉽게 인정해서 오히려 소은정이 당황했다.“왜 그랬어요? 당신 남의 일에 관심도 없잖아요.”전동하가 웃으며 말했다.“손재은 씨는 자기가 보유한 주식을 당신에게 팔려고 했다면서요. 당신도 이 일로 신경을 많이 썼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손재은 씨가 사망하면서 일이 틀어졌잖아요. 물론 사망하기 전에 계약서에 손재은 씨가 사인했지만 아직 공증도 되지 않아서 인정받기 어려운 것 같아요. 지금 가장 큰 걸림돌이 구태정이니까 구태정이 외도를 저질렀다는 사실과 재산을 불륜녀 명의로 옮기려 했다는 것을 입증하면 이미지는 되돌릴 수 없이 추락하겠죠. 그렇게 되면 구태정 소유의 재산은 검찰에서 동결할 거고 그 연예인도 여론의 압박 때문에 나서서 해명하지는 못할 거예요. 어쨌든 저들이 사고를 치면 당신에게 유리하겠죠.”소은정은 멍한 표정으로 전동하를 바라보았다.그녀가 손재은의 갑작스러운 사망을 조사하고 있을 때, 전동하는 먼저 그녀가 가진 재산의 행방에 주목했다.그녀는 자신이 좀 경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만약 살인 사건 결과가 나온 뒤에 재산 문제를 처리하려 했다면 그때는 구태정이 모든 재산을 다 다른 사람 명의로 옮겨버린 뒤라 추적도 어려웠을 것이다.전동하는 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입꼬리를 올렸다.“나 똑똑하죠?”소은정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전동하가 물었다.“조금 비겁한가요? 본가에 있었으면 장인어른이 저한테 비겁하다고 한소리 했을 것 같군요.”그는 약간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더 보기

제2068화 웃기는 자존심

소은정은 회의 시간이 거이 다 된 것을 확인하고 소지혁의 손을 잡았다.“가자. 이따가 학생이랑 학부모가 같이 참여하는 이벤트도 있던데 넌 무슨 운동 잘해? 달리기? 그런데 내가 오늘 운동복을 안 입고 와서….”소지혁은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를 따라가며 말했다.“바둑 지원했거든요?”소은정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잘했네.”소지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소은정은 표정 하나 안 바꾸고 진지하게 말했다.“나 바둑 둘 줄 몰라.”그들이 다시 강당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가 점 찍었던 자리 옆에 사람이 앉아 있었다.소은정은 순간 인상을 확 썼다.상대는 박수혁이었고 그 옆에 뜻밖의 인물 임유경이 앉아 있었다.‘그래도 아들 생각을 조금은 하나 보네!’그녀는 무심한 듯, 그들을 힐끗 보고는 다가가서 앉았다.선생님도 그녀를 발견하고 인사했다.“은정 씨, 어서 앉으시죠.”아마 그녀가 조금 늦은 것 같았다.그녀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두 사람의 시선을 무시했다.그리고 최대한 집중해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다.그렇게 30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아이와 부모가 함께 놀이를 하는 시간이 돌아왔다.소은정은 소지혁을 데리고 바깥으로 산책을 나갔다.소지혁은 그녀의 손을 잡고 그네가 있는 정원에 갔다. 아주 아름다운 곳이었다.주변은 큰 관목으로 둘러싸이고 주변에는 싱그러운 꽃들이 만개해 있었다.마치 시크릿 가든 같은 느낌이었다.“고모, 아까 옆자리에 앉았던 아저씨가 무서웠어요?”소은정은 멈칫하며 말했다.“헛소리. 고모는 무서운 게 없어.”“그런데 그쪽으로 시선도 안 돌리던데요?”“그냥 보고 싶지 않아서 그래.”소은정은 갑자기 마음이 좀 답답해졌다.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오지 않을걸!둘이 이야기하고 있을 때,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윤이영 씨, 일단은 저와 박 대표님이 시준이의 학부모로 이 자리에 왔으니 베이비시터인 윤이영 씨는 이곳에 계실 필요 없어요. 그냥 돌아가세요.”임유경의 목소리였다.소은
더 보기

제2069화 전략적 후퇴

임유경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존심이 바닥에 떨어져 남에게 짓밟힌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박수혁처럼 매너 있고 인성 좋은 남자가 이렇게 매정한 말도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그녀는 할 수만 있다면 땅굴이라도 파고 들어가고 싶었다.그녀는 어릴 때부터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고 항상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좋아하는 남자한테 이런 말을 들으니 타격이 컸다.한참이 지난 뒤, 팀 배치를 끝낸 선생님이 사람들을 체육관 중앙으로 불렀다.박수혁은 그제야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아직도 안 갔어?”임유경은 자신이 지금 자리를 뜬다면 앞으로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그러면 과거 자신이 그렇게 무시했던 여자들과 똑 같은 처지가 되는 것이다.도망치는 건 그녀가 바라던 바가 아니었다.그녀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대표님을 위해서라면 한 아이의 새엄마가 될 수도 있어요. 그 지적 받아들일게요.”박수혁은 인상을 쓰며 그녀를 노려보았다.임유경은 길게 심호흡한 뒤, 계속해서 말했다.“예리와 대표님 사이가 많이 안 좋은 거 알아요. 예리가 우리가 만날 기회를 만들어 준다면 전 거절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예리 편은 아닙니다. 저는 대표님만 지지해요.”그녀는 자신의 입장을 잘 전달한 것 같아서 가슴이 후련했다.말을 마친 그녀는 선생님이 부르는 곳으로 뛰어갔다.박수혁은 인상을 쓰며 그 뒷모습을 노려보았다.박예리 얘기만 없었더라도 괜찮았다.그 얘기까지 나오자 임유경이라는 여자에 대해 더 강한 반감이 들었다.같은 반에 소지혁과 같은 취미를 가진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바둑은 선생님이 특별히 소지혁을 위해 만든 이벤트였다.상대가 없으니 소은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소지혁과 마주 앉았다.소지혁은 가소롭다는 듯이 그녀가 내려놓은 바둑알 위치를 바꾸며 사실 상 스스로와 대결했다.두 사람은 조용하게 체육관 옆 교실에서 바둑을 두었다.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이미 바깥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더 보기

제2070화 제가 한 거 아니에요

임유경은 박수혁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 무조건 우기는 것이었다.선생님은 그녀를 힐끗 보더니 못 참겠다는 듯이 말했다.“대표님, 시준이 안전장비는 집에서 가져온 거잖아요. 예전에는 한 번도 문제가 발생한 적 없어요. 임유경 씨가 시준이를 도와 안전장비를 착용하겠다고 했을 때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고요….”박수혁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직접 본 건 아니지만 그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을 보고 사건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그는 냉랭한 시선으로 임유경을 쏘아보며 말했다.“이따가 변호사랑 형사 올 테니까 그 앞에서 직접 해명해.”절대 이 일을 쉽게 넘기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였다.임유경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구급차가 곧 도착할 거예요.”선생님이 말했다.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가 급급히 이쪽으로 뛰어왔다.“도련님….”윤이영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아이의 상태를 살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아이의 머리를 만졌다.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박시준은 그녀의 옷깃을 잡고 뭔가 말하려 했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아이는 윤이영을 보자마자 겁에 질린 눈동자로 그녀를 빤히 응시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 겁에 질린 모습이 그녀를 의지하는 것처럼 보였다.그들을 바라보는 박수혁의 눈빛도 복잡했다.5분도 되지 않아 의사가 달려왔다.구급차도 도착했고 구조대원들이 조심스럽게 들것에 아이를 들고 갔다.윤이영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녀는 증오스러운 눈빛으로 임유경을 노려보았다.“임유경 씨가 우리 도련님 잘 보살핀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그 사이에 애가 싫어져서 죽이려고 한 거예요? 사실은 그냥 박씨 가문에 시집은 오고 싶은데 새엄마가 되는 건 싫었던 거죠?”임유경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반박하려고 입을 움찔거렸지만 박수혁이 성난 맹수의 눈빛을 하고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일개 베이비시터인 윤이영마저 원인제공을 임유경이 했다고 확신하는데 박수혁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그가 변호사와 형사를 부
더 보기
이전
1
...
205206207208209
...
264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