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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4화 넌 누구야?

두 사람의 첫만남은 박 회장의 장례식에서 이루어졌다.

임유경은 임춘식과 함께 장례식에 참석했다.

이민혜가 돌아오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상황을 이끌고 갈 안주인도 없었다. 그래서 고용인들은 그들을 별채로 안내했다.

임유경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검은색 상복을 입은 박예리가 몰래 이한석과 함께 뒤에 있는 별채로 가는 모습을 보았다.

의아해서 따라가 보았더니 이한석이 건물을 떠난 뒤, 박예리가 올라가서 방 문을 잠갔다.

그녀는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박예리는 커튼, 소파 등 불이 붙을만한 곳에 모두 불을 질렀다.

박예리는 박수혁의 아들을 불태워 죽일 생각이었던 것이다.

임유경은 그녀의 눈빛에서 살기와 증오, 그리고 쾌감을 느꼈다.

그녀는 박예리가 왜 어린 아이한테 이토록 적대심을 느끼는지 알 수 없었다.

불길은 한참이 지나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서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박시준이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소리였다.

박예리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임유경은 창가에서 누군가가 달려오는 모습을 보았다.

소은정이었다.

임유경은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달려가서 박예리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박예리는 소은정의 시선을 피할 수 있었다.

박예리는 감사의 의미로 임유경에게 원하는 걸 말해보라고 했다.

임유경은 간결하게 대답했다.

“박수혁 씨랑 결혼하는 거.”

아주 솔직한 대답이었다.

그녀는 박예리의 약점을 쥐고 있었기에 박예리가 주제도 모른다고 비난할 일은 없었다.

박예리는 그녀를 한참 빤히 바라보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오빠 주변에 여자들이 참 많지만 네가 가장 어울리는 것 같아.”

이게 임유경에 대한 박예리의 평가였다.

장례식이 끝나고 돌아가기 전, 박예리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때 다 보고 있었으면서 왜 날 막지 않았어?”

임유경은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박수혁은 아이가 있다는 흠을 제외하고는 완벽한 남자였다.

착해서, 구해주고 싶었다는 말은 어차피 거짓말이었다.

어떤 여자가 계모가 되고 싶을까?

박예리가 그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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