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혁은 자기 아들이 이렇게 겁 많고 소심하다는 사실에 인상을 찌푸렸다.하지만 자신이 워낙 아이와 가깝지 않으니 뭐라고 훈계할 수도 없었다.안진은 도대체 애를 어떻게 가르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리고 그는 처음부터 안진이 이제 와서 아이를 자신에게 보낸 게 다른 의도가 있다고 의심했다.어차피 의도가 있는 접근이라면 그도 감정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아이에게는 정을 주지 않기로 했다.이런 생각을 하자 그의 복잡하던 감정이 조금은 사그라들었다.그는 허리를 펴고 윤이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준이 잘 보살펴요. 앞으로 다시 애가 아프면 당신이 여기 있을 필요가 없으니까요.”애 하나 제대로 케어하지 못하는 베이비시터에게 관용을 베풀 필요가 없었다.베이비시터는 다시 고용하면 그만이다.윤이영은 멈칫하더니 이내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 최선을 다해 도련님 아프지 않게 잘 케어할게요.”아이가 아픈 건 흔히 있는 일이었다.하지만 박수혁이 박시준이 아픈 게 싫은 이유는 아이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이 아이 때문에 자신의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는 게 싫어서였다.병원에 가서 환자를 돌보는 시간에 서류 한 장 더 처리하는 게 더 의미가 있었다.박수혁은 그 길로 걸음을 돌렸다.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윤이영이 쫓아와서 말했다.“대표님, 사실 아이가 아픈 이유는 면역력이 그만큼 약해서예요.”박수혁은 핸드폰을 든 채,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뭐죠?”그는 이곳에서 육아 지식이나 들으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윤이영은 길게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아프다고 해도 저렇게 갑자기 고열에 시달리지는 않죠. 학교에서 돌아온지 얼마되지 않아서 적응되지 않은 것도 크지만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아요.”박수혁은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그녀를 노려보았다.“애가 아빠 사랑을 못 받아서 대표님의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아픈 척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해를 하는 방식으로
구태정이 돈으로 기사를 막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무수히 많은 동영상과 사진들이 돌아다녔고 네티즌들은 두 사람의 파렴치한 행위를 비난했다.구태정의 계좌는 동결되었으며 구태정의 재산이 문상아의 소유로 넘어갔다는 소문도 있었다.한편, 전동하와 레스토랑에서 같이 식사를 하던 중에 핸드폰으로 기사를 확인한 소은정은 고개를 들고 스테이크를 썰고 있는 남편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설마 당신이 한 건 아니죠?”전동하는 피식 웃고는 대답했다.“내가 한 거 맞아요.”너무 쉽게 인정해서 오히려 소은정이 당황했다.“왜 그랬어요? 당신 남의 일에 관심도 없잖아요.”전동하가 웃으며 말했다.“손재은 씨는 자기가 보유한 주식을 당신에게 팔려고 했다면서요. 당신도 이 일로 신경을 많이 썼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손재은 씨가 사망하면서 일이 틀어졌잖아요. 물론 사망하기 전에 계약서에 손재은 씨가 사인했지만 아직 공증도 되지 않아서 인정받기 어려운 것 같아요. 지금 가장 큰 걸림돌이 구태정이니까 구태정이 외도를 저질렀다는 사실과 재산을 불륜녀 명의로 옮기려 했다는 것을 입증하면 이미지는 되돌릴 수 없이 추락하겠죠. 그렇게 되면 구태정 소유의 재산은 검찰에서 동결할 거고 그 연예인도 여론의 압박 때문에 나서서 해명하지는 못할 거예요. 어쨌든 저들이 사고를 치면 당신에게 유리하겠죠.”소은정은 멍한 표정으로 전동하를 바라보았다.그녀가 손재은의 갑작스러운 사망을 조사하고 있을 때, 전동하는 먼저 그녀가 가진 재산의 행방에 주목했다.그녀는 자신이 좀 경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만약 살인 사건 결과가 나온 뒤에 재산 문제를 처리하려 했다면 그때는 구태정이 모든 재산을 다 다른 사람 명의로 옮겨버린 뒤라 추적도 어려웠을 것이다.전동하는 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입꼬리를 올렸다.“나 똑똑하죠?”소은정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전동하가 물었다.“조금 비겁한가요? 본가에 있었으면 장인어른이 저한테 비겁하다고 한소리 했을 것 같군요.”그는 약간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소은정은 회의 시간이 거이 다 된 것을 확인하고 소지혁의 손을 잡았다.“가자. 이따가 학생이랑 학부모가 같이 참여하는 이벤트도 있던데 넌 무슨 운동 잘해? 달리기? 그런데 내가 오늘 운동복을 안 입고 와서….”소지혁은 못 말린다는 듯이 그녀를 따라가며 말했다.“바둑 지원했거든요?”소은정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잘했네.”소지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소은정은 표정 하나 안 바꾸고 진지하게 말했다.“나 바둑 둘 줄 몰라.”그들이 다시 강당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가 점 찍었던 자리 옆에 사람이 앉아 있었다.소은정은 순간 인상을 확 썼다.상대는 박수혁이었고 그 옆에 뜻밖의 인물 임유경이 앉아 있었다.‘그래도 아들 생각을 조금은 하나 보네!’그녀는 무심한 듯, 그들을 힐끗 보고는 다가가서 앉았다.선생님도 그녀를 발견하고 인사했다.“은정 씨, 어서 앉으시죠.”아마 그녀가 조금 늦은 것 같았다.그녀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두 사람의 시선을 무시했다.그리고 최대한 집중해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다.그렇게 30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아이와 부모가 함께 놀이를 하는 시간이 돌아왔다.소은정은 소지혁을 데리고 바깥으로 산책을 나갔다.소지혁은 그녀의 손을 잡고 그네가 있는 정원에 갔다. 아주 아름다운 곳이었다.주변은 큰 관목으로 둘러싸이고 주변에는 싱그러운 꽃들이 만개해 있었다.마치 시크릿 가든 같은 느낌이었다.“고모, 아까 옆자리에 앉았던 아저씨가 무서웠어요?”소은정은 멈칫하며 말했다.“헛소리. 고모는 무서운 게 없어.”“그런데 그쪽으로 시선도 안 돌리던데요?”“그냥 보고 싶지 않아서 그래.”소은정은 갑자기 마음이 좀 답답해졌다.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오지 않을걸!둘이 이야기하고 있을 때,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윤이영 씨, 일단은 저와 박 대표님이 시준이의 학부모로 이 자리에 왔으니 베이비시터인 윤이영 씨는 이곳에 계실 필요 없어요. 그냥 돌아가세요.”임유경의 목소리였다.소은
임유경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자존심이 바닥에 떨어져 남에게 짓밟힌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박수혁처럼 매너 있고 인성 좋은 남자가 이렇게 매정한 말도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그녀는 할 수만 있다면 땅굴이라도 파고 들어가고 싶었다.그녀는 어릴 때부터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고 항상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좋아하는 남자한테 이런 말을 들으니 타격이 컸다.한참이 지난 뒤, 팀 배치를 끝낸 선생님이 사람들을 체육관 중앙으로 불렀다.박수혁은 그제야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아직도 안 갔어?”임유경은 자신이 지금 자리를 뜬다면 앞으로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그러면 과거 자신이 그렇게 무시했던 여자들과 똑 같은 처지가 되는 것이다.도망치는 건 그녀가 바라던 바가 아니었다.그녀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대표님을 위해서라면 한 아이의 새엄마가 될 수도 있어요. 그 지적 받아들일게요.”박수혁은 인상을 쓰며 그녀를 노려보았다.임유경은 길게 심호흡한 뒤, 계속해서 말했다.“예리와 대표님 사이가 많이 안 좋은 거 알아요. 예리가 우리가 만날 기회를 만들어 준다면 전 거절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예리 편은 아닙니다. 저는 대표님만 지지해요.”그녀는 자신의 입장을 잘 전달한 것 같아서 가슴이 후련했다.말을 마친 그녀는 선생님이 부르는 곳으로 뛰어갔다.박수혁은 인상을 쓰며 그 뒷모습을 노려보았다.박예리 얘기만 없었더라도 괜찮았다.그 얘기까지 나오자 임유경이라는 여자에 대해 더 강한 반감이 들었다.같은 반에 소지혁과 같은 취미를 가진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바둑은 선생님이 특별히 소지혁을 위해 만든 이벤트였다.상대가 없으니 소은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소지혁과 마주 앉았다.소지혁은 가소롭다는 듯이 그녀가 내려놓은 바둑알 위치를 바꾸며 사실 상 스스로와 대결했다.두 사람은 조용하게 체육관 옆 교실에서 바둑을 두었다.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이미 바깥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임유경은 박수혁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 무조건 우기는 것이었다.선생님은 그녀를 힐끗 보더니 못 참겠다는 듯이 말했다.“대표님, 시준이 안전장비는 집에서 가져온 거잖아요. 예전에는 한 번도 문제가 발생한 적 없어요. 임유경 씨가 시준이를 도와 안전장비를 착용하겠다고 했을 때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고요….”박수혁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직접 본 건 아니지만 그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을 보고 사건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그는 냉랭한 시선으로 임유경을 쏘아보며 말했다.“이따가 변호사랑 형사 올 테니까 그 앞에서 직접 해명해.”절대 이 일을 쉽게 넘기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였다.임유경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구급차가 곧 도착할 거예요.”선생님이 말했다.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가 급급히 이쪽으로 뛰어왔다.“도련님….”윤이영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아이의 상태를 살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아이의 머리를 만졌다.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박시준은 그녀의 옷깃을 잡고 뭔가 말하려 했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아이는 윤이영을 보자마자 겁에 질린 눈동자로 그녀를 빤히 응시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 겁에 질린 모습이 그녀를 의지하는 것처럼 보였다.그들을 바라보는 박수혁의 눈빛도 복잡했다.5분도 되지 않아 의사가 달려왔다.구급차도 도착했고 구조대원들이 조심스럽게 들것에 아이를 들고 갔다.윤이영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녀는 증오스러운 눈빛으로 임유경을 노려보았다.“임유경 씨가 우리 도련님 잘 보살핀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그 사이에 애가 싫어져서 죽이려고 한 거예요? 사실은 그냥 박씨 가문에 시집은 오고 싶은데 새엄마가 되는 건 싫었던 거죠?”임유경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반박하려고 입을 움찔거렸지만 박수혁이 성난 맹수의 눈빛을 하고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일개 베이비시터인 윤이영마저 원인제공을 임유경이 했다고 확신하는데 박수혁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그가 변호사와 형사를 부
박수혁은 불쾌한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동생이 무슨 사고를 쳤는지 알기나 하고 그런대?”임유경은 그에게 접근하면서 몇 번이나 임춘식을 언급했다.그게 아니었으면 그는 진작 그 여자를 쫓아버렸을 것이다.그런데 상상했던 것보다 더 악질인 여자였다.이한석이 말했다.“형사들이 취조하고 있고 CCTV와 현장 증인도 확보했으니 형사책임을 피하지는 못할 겁니다. 하지만 죽어도 고의는 아니었다고 발뺌하겠죠.”“인정하든 발뺌하든 어차피 상관없어. 감방 보낼 거니까.”박수혁이 냉랭하게 말했다.이한석은 박수혁이 이번에는 제대로 마음을 먹었다는 생각에 입을 꾹 다물었다.하지만 그 결정에 의문은 들지 않았다.박시준은 누가 뭐래도 박수혁의 아들이고 임유경 때문에 다쳤는데 쉽게 넘어갈 수는 없는 문제였다.잠시 고민하던 이한석이 물었다.“윤이영 씨는 어떻게 할까요?”이한석은 사방을 둘러보다가 말했다.“너무 급하게 오다 보니 학교에 윤이영 씨를 두고 온 것 같네요. 정체에 대해 조금 알아봤는데 시골에서 올라온 게 맞고 이름과 주민번호도 확인했습니다. 오빠를 찾으러 왔다고 하더군요. 우혁 도련님을 만나지 못했으면 아마 사기꾼들에게 잡혀갔을 거예요.”박수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계속 주시해.”“네.”그는 어쩐지 윤이영이 계속 수상했다.하지만 정확히 어디가 수상한지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거기, 너 누구야? 어떻게 혼자 여기까지 왔어?”소지혁이 몰래 병실에 들어가려다가 의사한테 들켜버린 모양이었다.아이가 나오자 박수혁은 그쪽을 힐끗 바라보다가 순간 움찔했다.소은호의 아들을 몰라볼 리 없었다.박수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이에게 다가갔다.“소지혁?”소지혁은 외모나 분위기가 소은호를 무척 닮았다.아이는 들킨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시준이가 걱정돼서 왔어요. 시준이 무사한 거 확인했으니까 이제 안심했어요. 안녕히 계세요.”박수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한석에게 눈짓했다.“얘 집까지 데려다줘.”“그럴 필요 없어요.
이한석이 말했다.“고비는 잘 넘겼지만 높은 곳에서 추락해서 이 정도인 건 그냥 운이 좋았던 거죠. 거성그룹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우리 대표님 찾아와서 사정하지 마세요.”이한석이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여기까지였다.임춘식이 떠나고 얼마되지 않아 윤이영도 병원에 도착했다.이한석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왜 이제야 왔어요?”윤이영은 순진무구한 얼굴로 해명했다.“혹시라도 제가 임유경 씨를 모함한 게 아닌가 싶어서 CCTV를 확인했어요. 도련님 괜찮은 거죠?”이한석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괜찮아요. 여기서 도련님 보살피고 있어요. 난 경찰서에 좀 다녀와야 해서요.”“네.”이한석이 떠난 뒤, 윤이영의 순진한 표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는 이한석이 떠난 방향을 어두운 눈빛으로 쏘아본 뒤,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머리에 붕대를 감고 얼굴은 창백하게 질린 박시준이 병상에 누워 있었다.아이는 사람이 들어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윤이영은 침대에 다가가 복잡한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손을 뻗어 이마에 감은 붕대를 만졌다.곧이어 박시준이 눈을 번쩍 떴다.아이의 맑은 눈동자는 윤이영을 보는 순간 두려움으로 바뀌었다.박시준은 몸을 잔뜩 웅크리며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피하려고 했다.그 순간 윤이영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그녀는 이마에 닿은 손을 지그시 눌렀다.그 찰나, 윤이영의 표정이 점차 수그러들더니 침울한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시준아, 잘 들어. 그 얄미운 이모는 다시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야. 이건 네 덕분이야.”박시준의 눈에 눈물이 차츰 고였고 윤이영의 눈빛이 순간 매섭게 빛났다.“말 잘 들어야지. 앞으로 소은정 앞에서 꼬리 흔들지 마. 내가 모를 줄 알았어? 그 여자 네 아빠 마음을 빼앗았고 이제는 너까지 자기 거로 만들려 하고 있어. 만약 다음에 또 둘이 가깝게 붙어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이면….”그녀의 눈동자가 갑자기 탁해지더니 놀란 아이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서 말했다.“그 어두운 방
한참이 지나도 임춘식은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그는 건조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래서 넌 그걸 현장에서 지켜만 보고 말리지도 않은 거야?”임유경은 흠칫하며 고개를 저었다.“난… 애를 구하고 싶었는데 이미 소은정이 안으로 뛰어들어갔어. 그래, 맞아! 난 애를 구하고 싶었어. 그냥 한발 늦었던 것뿐이야!”임춘식은 복잡한 시선으로 동생을 바라보았다.자신이 알던 그 자신감 넘치고 도도하던 동생은 어디로 갔을까?그녀는 말할 때 계속 눈을 회피하고 있었다. 거짓말이기 때문이었다.임춘식은 머리가 지끈거리고 온몸에 오한이 돌았다.만약 임유경 혼자만의 문제라면 해결은 비교적 쉬울지 모른다.그런데 하필이면 멍청하게도 박예리와 엮여버렸다.박수혁은 절대 박예리 친구라고 임유경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다.임춘식은 동생을 빤히 쳐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오빠, 나 도와줄 거지?”임춘식은 대답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결국 모든 건 박수혁에게 달렸다.사건의 조사는 3일간 지속되었다.임춘식이 무슨 수를 썼는지 임유경은 3일만에 풀려났다.그녀는 그 길로 영원히 귀국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해외로 보내졌다.임유경은 처음에는 가기 싫었지만 임춘식이 워낙 완강했다.박수혁의 변호사는 그녀에게 자백서를 받아냈으며, 언제든 그녀를 다시 고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큰 약점을 잡힌 셈이었다.그가 기분 나쁘면 이 서류를 가지고 고소장을 보낼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녀의 인생은 완전히 망가지게 된다.더 이상의 선택지는 없었다.임춘식은 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큰 이익을 태하에 양보했다.그렇게 거래가 성립이 되었다.SC그룹.회의를 마친 소은정은 새봄이와 영상통화를 하려고 핸드폰을 꺼냈다.이때 우연준이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대표님, 구태정 씨가 한번 뵙고 싶다고 하네요.”소은정은 단칼에 거절했다.“그냥 돌려보내요.”“서류를 가져왔는데 손재은 사망 관련 서류인 것 같습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이행하겠다고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