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리는 침묵을 유지했다. 원래는 적어도 한달의 시간이 있었다. 한달이라는 시간이 있으면 그녀가 증거물을 챙기고 경찰서로 가서 소만영을 살인혐의로 고소할수 있었다.병원을 나온 소군연은 목적지 없이 그저 시내를 돌고 돌아 길가의 가게에서 멈췄다. 소군연은 소만리를 바라보며 따뜻하고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만리야, 혹시 나랑 같이 마라탕 한그릇만 더 먹지 않을래?”소만리는 좀 예상외였지만 그의 눈에서 눈물이 보이자 그녀는 뭔가 느낌이 왔다. 소군연은 소만리가 오래 못 사는걸 직감한건가..?소만리는 별 다른 생각 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었다.”당연하죠! 앞으로도 여러번 먹을수 있어요!”“진짜?” 소군연은 기대에 찬 두 눈으로 소만리를 바라봤다.“네, 진짜죠!” 소만리는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소만리는 소군연과 마라탕을 먹으면서 대학교시절 이야기를 했다.소군연은 솔직하게 말했다.소만리가 대학교에 입학한 그 날 한눈에 반했다고 그러나 그녀는 기모진에게 한눈에 반해버렸다. 하지만 소만리 본인만 알고 있었다. 기모진에 한 눈에 반한게 아니라 오랜만에 다시 만나 또 반한거를…다 먹고 소군연은 소만리를 집 앞까지 데려다줬다. 그는 올라가서 더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집에서 급한 전화가 와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눈에서 점점 멀어지는 소만리를 보자 소군연은 못 참고 차에서 내려 그녀 앞으로 뛰어갔다. 소만리가 반응하기도 전에 소군연은 허리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가벼운 뽀뽀를 남겼다. “만리야, 난 네가 좋아.” 그는 말을 다 하고 차를 타고 갔다.소만리는 제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바람이 불어 그녀의 앞머리를 스쳐 그녀는 아직도 소군연의 온기가 남아 있는거 같았다. “소만리!” 방황하던 찰나 소만리는 등 뒤에서 소름 끼치는 소리를 들었다. 소만리가 황급히 뒤 돌자 기모진이 아파트에서 내려오는게 보였다.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깊은 그의 눈동자에는 아무런 파란이 없었지만 그의 몸에서 나온 한기는 그녀를 무섭게 했다.소만리
소만리는 창백하게 질려 도망치려 했으나 꼼짝없이 갇혔다.기모진은 소만리의 볼을 꼬집어 자신을 쳐다보게 했다."싫어! 기모진, 나 만지지 마! 이거 놔!” 소만리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소군연이 뽀뽀해 주는 건 좋고, 내가 만지는 건 그렇게 싫어?”소만리가 저항하자 기모진의 얼굴빛은 서리처럼 어두워지고, 눈빛은 살기로 가득했다. "소만리, 잘 봐, 내가 네 남편이야."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소만리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몇 초 후, 소만리는 어깨를 물린 기분이었다."기모진, 싫어!"기모진이 자신에게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차리고 소만리는 무서워서 온몸이 떨렸다.소만리는 지쳐 깊은 잠에 들었다. 그리고 가장 아름다웠던 그 시절을 꿈꿨다. 그러나 꿈에서 깨어난 현실은 악몽처럼 그녀를 숨 막히게 했다. 기모진은 여전히 소만리를 가두고 옆에 누워있었다. 소만리는 멍하니 창밖의 달빛을 바라봤다.사랑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찢어지게 아픈 고통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이제 더 이상 기모진을 사랑하지 않는데도 왜 나를 계속 괴롭히는 거지?기모진, 나한테 도대체 어쩌라는 건데...그 후 소만리는 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른 채 깨어났다. 기모진은 이미 곁에 없었고, 그의 체온마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소만리는 다친 몸을 간신히 일으켜 샤워를 했다. 하지만 아무리 씻어도 기모진의 숨결과 체취는 씻기지 않는 듯 했다.소만리는 옷을 대충 입고 창백한 얼굴로 집 밖을 나가 마치 넋이 나간 듯 무작정 걸었다. 그녀는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몰랐다. 다만 어젯밤 기모진에게 농락당한 기억을 지우고 싶었다. 그러나 기억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고, 소만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그녀가 집에 도착해 문을 막 열려고 할 때, 누군가 대문을 열었다. 소만리는 집에 도둑이 든 줄 알았다. 하지만 소만영이 공주 같은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고, 옆에 건장한 두 남자가 서있었다. 그들은 소만리가 깨끗하게 청소한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놨다.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이 분명
소만리는 자신이 어디 있는지 몰랐다. 눈을 뜨자 소만영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깼어? 죽은 줄 알았는데, 네가 죽으면 재미없지."소만영은 피식 웃으며 몸을 웅크리고 앉아 소만리의 뺨을 움켜쥐었다.소만리의 얼굴은 반쪽이 다쳤는데도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를 보자 소만영은 질투했다."소만리, 내가 널 만만하게 봤어, 이런 상황에서도 남자 꼬실 생각을 하다니!"소만영은 아직 아물지 않은 소만리의 상처를 꼬집었다.“모진이 어떻게 꼬셨어? 네 그 애처로운 눈빛으로?”소만리는 소만영의 말을 듣고 알아차렸다.소만영은 어젯밤 기모진이 소만리 방에서 밤을 지새운 것을 알아차린 듯했다. 게다가 소만영은 기모진과 소만리가 침대에서 나뒹구는 모습을 상상했다.소만리는 피식 웃으며 소만영을 비웃었다.“화난 거야? 기모진도 너를 그렇게 사랑하지는 않나 봐, 한 사람만 사랑한다면 어떻게 다른 여자랑 같이 잠을 자?"소만리 너...."소만영은 분노해 더욱 세게 소만리의 상처 난 볼을 꼬집었다. 아물기 시작한 상처에 다시 살갗이 찢어지고 피가 흘러나오자 소만영은 웃음을 띠었다.소만리는 얼굴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아팠지만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소만영은 소만리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소만리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울지도 않았다. 화가 난 소만영은 소만리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 그러자 마침내 소만리가 참다못해 소리를 냈다. "소리 내봐! 소만리, 이 천한 년! 그러게 누가 모진이 꼬시라고 했어. 이혼도 안하고""하하......나 모진이랑 이혼 안해! 소만영, 넌 평생 제3자야!" 소만리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소만영을 노려봤다.소만영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소만리의 아름다운 눈을 보며 다시 소만리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소만리, 너 뭐가 그렇게 의기양양해! 네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네 천한 목숨은 기껏해야 석 달 밖에 안 돼!"소만영은 소만리를 호되게 꾸짖으며 분노했다."천한 년! 너 뭘 믿
소만리는 마취약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녀가 깨어났을 때 팔뚝이 저리고 눈이 따끔거렸다. 그녀가 천천히 눈을 뜨자 눈앞이 흐릿해지며 어두워졌다.밤이 된 건가?소만리는 갑자기 기절하기 전에 소만영이 한 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녀는 흠칫 놀라며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몸으로 어둠 속에서 손을 뻗으며 바닥을 더듬거렸다.사진...딸 사진!소만리는 어둠 속에서 정신없이 사진을 찾고 있었지만 그 무엇도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었다.그녀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눌렀다. 하지만 휴대폰 배터리가 다 된 건지 화면이 켜지지 않았다. 갑자기 딱딱한 카드 같은 것이 그녀의 손에 닿은 것 같았다. 소만리는 이것이 기절하기 전 소만영이 던진 사진이라고 확신했다. 그녀는 흥분하며 사진을 눈앞에 갖다 댔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쓰러질 것 같은 몸을 간신히 일으켜 조명을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눈앞이 온통 어둡고 흐릿했으며, 특히 눈이 매우 아팠다.그녀는 벽을 따라 더듬거리며 출구를 찾았다. 그리고 눈가에 어른거리는 빛이 밝아왔다. 소만리는 눈을 크게 뜨고 손안의 사진을 보려고 했다. 그러자 갑자기 눈을 도려내는 듯한 통증이 찾아왔다.머릿속에서 소만영의 음흉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소만리는 온몸이 싸늘해졌다. 소만리는 확신하지 못한 듯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눈을 어루만졌다.그녀는 손바닥을 눈앞에 갖다 댔지만 눈에는 뿌연 윤곽만 보일 뿐이었다. 그녀는 예전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소만리는 실명됐다.소만리는 믿을 수 없었다. 그녀가 비틀거리며 밖으로 걸어 나갔고, 지나가던 사람과 부딪혔다. 부딪힌 사람은 얼굴 전체에 핏자국을 하고 넋을 잃은 소만리를 보고 병원에 데려갔다.검사가 끝난 후 의사는 눈썹을 찌푸리며 검사 결과지를 바라보았다. "소만리씨, 왼쪽 눈 각막이 손상됐어요. 오른쪽 눈 각막은 실명할 정도로 심각합니다. 시력을 회복하고 싶으면 양쪽 눈 각막을 모두 이식해야 합니다.”청천벽력 같은 의사
경찰서를 나온 소만리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드디어 소만영의 죄를 알릴 수 있게 되었다. 만약 귀걸이에서 모보아의 피가 검출된다면 소만영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다. 소만리는 경찰의 답변을 기다렸지만 이틀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그녀는 기다리지 못하고 다시 경찰서를 찾아갔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하게 소만리는 경찰서 입구에서 소만영과 기모진을 마주쳤다.소만리는 먼 곳의 사람이 누군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빗속에 우산을 들고 멀리서 호소하는 소만영의 목소리를 들었다."모진아, 만리는 왜 아직도 날 가만두지 못하는 거야? 내가 죽어야 만족하는 것 아니야?" 소만영이 말을 끝내고 그제야 소만리를 본 듯 놀라며 말했다. “만리?”소만리가 눈을 크게 뜨자 소만영이 가까이 다가오는 게 어렴풋이 보였다."만리야, 내가 어떻게 해야 날 안 괴롭힐 거니? 왜 내가 보아를 죽였다고 하는 거야? 보아는 나랑 제일 친한 친구인데 어떻게 내가 보아를 죽일 수 있어! 그 귀걸이 내가 보아한테 선물 한 거니까 보아 핏자국이 있는 게 당연하지!" 소만영은 억울한듯 울며 말했다.소만리의 차분하게 웃으며 말했다."모보아는 네가 죽였어, 그렇게 말 하면 네 죄가 지워질 것 같아? 소만영, 언젠가 진실은 밝혀질 거야.”"만리, 너....""아무리 연기 잘하고 네 눈물이 진짜여도 내 앞에서는 소용없어. 내가 아무리 눈이 멀었어도 네 그 추악한 마음은 보여!” "그만해! 기모진의 포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소만리는 가슴이 두근거리며 손으로 우산을 꽉 잡았다.소만리의 맑고 투명한 큰 두 눈이 아무런 빛이 없는 앞을 바라봤다.투명한 빗발 너머로 화가 난 기모진의 모습이 소만리 왼쪽 눈의 잔광속으로 희미하게 들어왔다.기모진은 소만리 앞으로 가 소만영을 뒤로 감쌌다。"소만리, 내가 몇 번이나 경고했는데, 다시는 만영이 건드리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아직도 못 알아들었어?" 기모진의 냉혹한 목소리에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분노가 묻어났다.소만리는 앞이 잘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기 시작했다. 소만리는 무릎을 꿇고 젖은 바닥을 더듬었다. 도로의 차들이 지나가면서 빗물이 그녀의 몸에 튀었다. 그러나 소만리는 여전히 우산을 찾지 못했다.기모진이 시동을 걸려고 하자 눈길이 저절로 백미러로 갔다. 소만영은 일찍이 알아차리고 서둘러 기모진의 관심을 돌렸다.“모진아 우리 어서 가자, 군군이 얼굴 재검사하러 가야해.”기모진이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 "걱정 마, 군군이 얼굴에 흉터가 남지 않을 거야.""만리가 나를 이렇게까지 미워할 줄은 몰랐어, 우리 아버지가 군군이랑 나 때문에 화나서 사람 시켜서 소만리 얼굴에 칼 자국 낼 줄도 몰랐어.” 소만영이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모진아, 우리 아버지 탓하지 않아?""바보, 내가 어떻게 네 아빠를 탓하겠어." 기모진은 입술을 깨물었다.기모진의 시선은 다시 힐끔힐끔 백미러를 바라보았다. 그는 소만리가 우산을 쓰고 일어서서 점점 멀어지자 왠지 모를 웃음을 지었다."소만리는 얼굴에 상처가 나도 뿌린 대로 거두는 거야, 누가 자기한테 이렇게 악랄한 짓 저지르라고 했어?”기모진의 언짢은 표정과 분노를 보고 소만영은 속으로 기뻐하면서 겉으로는 여전히 여린 척했다. "모진아, 이제 곧 네 아내가 된다는 게 너무 기대돼. 그거 알아? 그해 너랑 해변에서 헤어지고 매일 너를 그리워했어, 너의 아내가 되는 이 날을 항상 기다렸는데, 드디어 그날이 왔구나."기모진은 소만영의 말을 듣고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소만영을 바라봤다."너랑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킬 거야.""응." 소만영은 달달한 미소를 지었지만 눈에는 질투가 가득했다. 기모진이 자신에게 약속을 했지만 그녀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소만영은 소만리가 완전히 죽어야만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을 것 같았다.소만리는 집으로 돌아와 진통제부터 먹었다. 계속되는 아픔에 그녀는 한 달도 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얼마 전 기모진이 그녀의 얼굴을 보고 소만영을 아내로 삼겠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수많은 개미가 물어뜯는 듯한 아픔이
기모진의 얼굴빛이 서서히 차가워졌다."소만리, 사인하라고." "나는 사인 못 해." 드디어 입을 연 소만리는 담담하게 말했다.소만리는 기모진 앞에 앉아 무뚝뚝한 표정으로 다른 곳만 쳐다보고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자 기모진이 화를 내며 말했다. "소만리, 더 이상 내 인내심 테스트하지 마, 너도 결과가 어떻게 될지 잘 알잖아.” 소만리는 기모진이 위협하는 협박에도 두려운 기색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웃었다."기모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할게, 이혼 합의서에 사인 안 할 거야, 소만영하고 결혼하고 싶으면 해, 내가 너 중혼죄를 고발할 거야!”"소만리! 나도 마지막으로 물을게, 너 도대체 사인할 거야 안 할 거야!" 기모진이 분노하며 말했다."사인 안 해!" 소만리의 태도는 단호했다.기모진의 얼굴이 갑자기 차가워졌다. 여전히 소만리가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자 성큼성큼 그녀 앞으로 다가가 소만리의 손에 펜을 쥐어 넣고 오른손을 꽉 잡았다. "기모진, 너 뭐 하는 거야! 이거 놔!" 소만리는 본능적으로 발버둥 쳤다."사인 안 하는 거 아냐? 내가 도와줄게!" 기모진의 매서운 목소리는 마치 죽음을 재촉하는 듯 소만리 귀에 울려펴졌다.소만리는 완강히 저항했지만 발버둥칠수록 종양과 그녀의 마음이 심하게 아파졌다. "기모진, 넌 사람도 아니야! 내가 죽는다 해도 너와 소만영의 소원 이루게 할 수 없어!" 소만리는 그를 힘껏 밀치고 달아났다. 그러나 실명한 소만리는 내딛는 발걸음 한 걸음 한 걸음이 위험했다. 소만리는 몇 걸음 가기도 전에 물건에 걸려 넘어져 극심한 아픔이 온몸에 퍼졌다.그녀가 몸을 일으키려 할 때 기모진의 큰 몸집이 다가왔다. 소만리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어두운 그림자가 그녀를 감싸는 것만 느껴졌다.기모진은 소만리의 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가 무릎으로 소만리의 등을 짓밟으며 이혼 합의서와 펜을 소만리 앞에 던졌다."소만리, 사서 고생하지 마, 네가 얌전히 사인만 하면 돈 줄게.”
기모진의 말과 함께 소만리는 오른쪽 손등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기모진은 그녀의 손을 강제로 잡아 이혼 협의서 서명란에 ‘소만리’ 세 글자로 써넣었다.소만리의 이름이지만 기모진의 필적이었다.사인을 다 하자 기모진은 그녀의 손을 놓고 이혼 합의서를 가졌다. 합의서의 사인을 보고 그의 마음은 오히려 이유 없이 불편하고 홀가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마음이 무거웠다. 그는 소만리가 아직도 땅에 엎드려 있는 것을 봤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게 눈물을 머금고 입술은 깨물어서 피가 난 것 같았다. 소만리의 모습이 너무 처량했다.기모진은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소만리, 원하는 거 있어?”"9000만원." 소만리는 곧바로 대답했다.기모진이 듣자마자 경멸하며 차갑게 웃었다. "너도 다 생각이 있었구나. 사람 시켜서 네 계좌로 바로 9000만원 입금 해줄게.”그의 말이 끝나자 휴대폰이 울렸다.그가 전화를 받자 전화기 너머로 소만영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소만리는 기모진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하는 것을 들었다. “알았어, 바로 갈게.”그리고 잠시 후 기모진이 돌아서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 남은 한 줄기 빛은 그가 돌아서면서 조금씩 어두워지고, 꺼지며 마침내 어둠이 되었다.소만리의 몸에서 순식간에 무언가 부서졌다. 그 부서진 부스러기는 가시덤불처럼 그녀의 심장을 매섭게 찔렀다. 그녀는 모든 빛을 잃은 눈으로 기모진이 떠난 곳을 바라봤다. 그 순간 그녀는 한 평생 사랑을 쫓은 것이 그녀만의 연극이었음을 깨달았다.기모진, 와줘서 고마워. 다음생에는 너를 다시는 만나지 않기를...소만리는 마지막으로 다짐했다. 소만리는 지금 자신의 얼굴과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건강이 점점 더 나빠지는 것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죽기 전에 한 가지 소원이 있었다. 그녀는 그들이 그녀를 아무리 싫어 한다고 해도 마지막으로 친부모를 한 번 더 만나고 싶었다.그녀가 길가에 서서 손을 흔들며 택시를 잡자, 마침내 차 한 대가 그녀 앞에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