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리는 마취약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녀가 깨어났을 때 팔뚝이 저리고 눈이 따끔거렸다. 그녀가 천천히 눈을 뜨자 눈앞이 흐릿해지며 어두워졌다.밤이 된 건가?소만리는 갑자기 기절하기 전에 소만영이 한 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녀는 흠칫 놀라며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몸으로 어둠 속에서 손을 뻗으며 바닥을 더듬거렸다.사진...딸 사진!소만리는 어둠 속에서 정신없이 사진을 찾고 있었지만 그 무엇도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었다.그녀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눌렀다. 하지만 휴대폰 배터리가 다 된 건지 화면이 켜지지 않았다. 갑자기 딱딱한 카드 같은 것이 그녀의 손에 닿은 것 같았다. 소만리는 이것이 기절하기 전 소만영이 던진 사진이라고 확신했다. 그녀는 흥분하며 사진을 눈앞에 갖다 댔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쓰러질 것 같은 몸을 간신히 일으켜 조명을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눈앞이 온통 어둡고 흐릿했으며, 특히 눈이 매우 아팠다.그녀는 벽을 따라 더듬거리며 출구를 찾았다. 그리고 눈가에 어른거리는 빛이 밝아왔다. 소만리는 눈을 크게 뜨고 손안의 사진을 보려고 했다. 그러자 갑자기 눈을 도려내는 듯한 통증이 찾아왔다.머릿속에서 소만영의 음흉한 소리가 울려 퍼지자 소만리는 온몸이 싸늘해졌다. 소만리는 확신하지 못한 듯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눈을 어루만졌다.그녀는 손바닥을 눈앞에 갖다 댔지만 눈에는 뿌연 윤곽만 보일 뿐이었다. 그녀는 예전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소만리는 실명됐다.소만리는 믿을 수 없었다. 그녀가 비틀거리며 밖으로 걸어 나갔고, 지나가던 사람과 부딪혔다. 부딪힌 사람은 얼굴 전체에 핏자국을 하고 넋을 잃은 소만리를 보고 병원에 데려갔다.검사가 끝난 후 의사는 눈썹을 찌푸리며 검사 결과지를 바라보았다. "소만리씨, 왼쪽 눈 각막이 손상됐어요. 오른쪽 눈 각막은 실명할 정도로 심각합니다. 시력을 회복하고 싶으면 양쪽 눈 각막을 모두 이식해야 합니다.”청천벽력 같은 의사
경찰서를 나온 소만리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드디어 소만영의 죄를 알릴 수 있게 되었다. 만약 귀걸이에서 모보아의 피가 검출된다면 소만영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다. 소만리는 경찰의 답변을 기다렸지만 이틀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그녀는 기다리지 못하고 다시 경찰서를 찾아갔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하게 소만리는 경찰서 입구에서 소만영과 기모진을 마주쳤다.소만리는 먼 곳의 사람이 누군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빗속에 우산을 들고 멀리서 호소하는 소만영의 목소리를 들었다."모진아, 만리는 왜 아직도 날 가만두지 못하는 거야? 내가 죽어야 만족하는 것 아니야?" 소만영이 말을 끝내고 그제야 소만리를 본 듯 놀라며 말했다. “만리?”소만리가 눈을 크게 뜨자 소만영이 가까이 다가오는 게 어렴풋이 보였다."만리야, 내가 어떻게 해야 날 안 괴롭힐 거니? 왜 내가 보아를 죽였다고 하는 거야? 보아는 나랑 제일 친한 친구인데 어떻게 내가 보아를 죽일 수 있어! 그 귀걸이 내가 보아한테 선물 한 거니까 보아 핏자국이 있는 게 당연하지!" 소만영은 억울한듯 울며 말했다.소만리의 차분하게 웃으며 말했다."모보아는 네가 죽였어, 그렇게 말 하면 네 죄가 지워질 것 같아? 소만영, 언젠가 진실은 밝혀질 거야.”"만리, 너....""아무리 연기 잘하고 네 눈물이 진짜여도 내 앞에서는 소용없어. 내가 아무리 눈이 멀었어도 네 그 추악한 마음은 보여!” "그만해! 기모진의 포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소만리는 가슴이 두근거리며 손으로 우산을 꽉 잡았다.소만리의 맑고 투명한 큰 두 눈이 아무런 빛이 없는 앞을 바라봤다.투명한 빗발 너머로 화가 난 기모진의 모습이 소만리 왼쪽 눈의 잔광속으로 희미하게 들어왔다.기모진은 소만리 앞으로 가 소만영을 뒤로 감쌌다。"소만리, 내가 몇 번이나 경고했는데, 다시는 만영이 건드리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아직도 못 알아들었어?" 기모진의 냉혹한 목소리에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분노가 묻어났다.소만리는 앞이 잘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기 시작했다. 소만리는 무릎을 꿇고 젖은 바닥을 더듬었다. 도로의 차들이 지나가면서 빗물이 그녀의 몸에 튀었다. 그러나 소만리는 여전히 우산을 찾지 못했다.기모진이 시동을 걸려고 하자 눈길이 저절로 백미러로 갔다. 소만영은 일찍이 알아차리고 서둘러 기모진의 관심을 돌렸다.“모진아 우리 어서 가자, 군군이 얼굴 재검사하러 가야해.”기모진이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 "걱정 마, 군군이 얼굴에 흉터가 남지 않을 거야.""만리가 나를 이렇게까지 미워할 줄은 몰랐어, 우리 아버지가 군군이랑 나 때문에 화나서 사람 시켜서 소만리 얼굴에 칼 자국 낼 줄도 몰랐어.” 소만영이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모진아, 우리 아버지 탓하지 않아?""바보, 내가 어떻게 네 아빠를 탓하겠어." 기모진은 입술을 깨물었다.기모진의 시선은 다시 힐끔힐끔 백미러를 바라보았다. 그는 소만리가 우산을 쓰고 일어서서 점점 멀어지자 왠지 모를 웃음을 지었다."소만리는 얼굴에 상처가 나도 뿌린 대로 거두는 거야, 누가 자기한테 이렇게 악랄한 짓 저지르라고 했어?”기모진의 언짢은 표정과 분노를 보고 소만영은 속으로 기뻐하면서 겉으로는 여전히 여린 척했다. "모진아, 이제 곧 네 아내가 된다는 게 너무 기대돼. 그거 알아? 그해 너랑 해변에서 헤어지고 매일 너를 그리워했어, 너의 아내가 되는 이 날을 항상 기다렸는데, 드디어 그날이 왔구나."기모진은 소만영의 말을 듣고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소만영을 바라봤다."너랑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킬 거야.""응." 소만영은 달달한 미소를 지었지만 눈에는 질투가 가득했다. 기모진이 자신에게 약속을 했지만 그녀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소만영은 소만리가 완전히 죽어야만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을 것 같았다.소만리는 집으로 돌아와 진통제부터 먹었다. 계속되는 아픔에 그녀는 한 달도 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얼마 전 기모진이 그녀의 얼굴을 보고 소만영을 아내로 삼겠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수많은 개미가 물어뜯는 듯한 아픔이
기모진의 얼굴빛이 서서히 차가워졌다."소만리, 사인하라고." "나는 사인 못 해." 드디어 입을 연 소만리는 담담하게 말했다.소만리는 기모진 앞에 앉아 무뚝뚝한 표정으로 다른 곳만 쳐다보고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자 기모진이 화를 내며 말했다. "소만리, 더 이상 내 인내심 테스트하지 마, 너도 결과가 어떻게 될지 잘 알잖아.” 소만리는 기모진이 위협하는 협박에도 두려운 기색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웃었다."기모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할게, 이혼 합의서에 사인 안 할 거야, 소만영하고 결혼하고 싶으면 해, 내가 너 중혼죄를 고발할 거야!”"소만리! 나도 마지막으로 물을게, 너 도대체 사인할 거야 안 할 거야!" 기모진이 분노하며 말했다."사인 안 해!" 소만리의 태도는 단호했다.기모진의 얼굴이 갑자기 차가워졌다. 여전히 소만리가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자 성큼성큼 그녀 앞으로 다가가 소만리의 손에 펜을 쥐어 넣고 오른손을 꽉 잡았다. "기모진, 너 뭐 하는 거야! 이거 놔!" 소만리는 본능적으로 발버둥 쳤다."사인 안 하는 거 아냐? 내가 도와줄게!" 기모진의 매서운 목소리는 마치 죽음을 재촉하는 듯 소만리 귀에 울려펴졌다.소만리는 완강히 저항했지만 발버둥칠수록 종양과 그녀의 마음이 심하게 아파졌다. "기모진, 넌 사람도 아니야! 내가 죽는다 해도 너와 소만영의 소원 이루게 할 수 없어!" 소만리는 그를 힘껏 밀치고 달아났다. 그러나 실명한 소만리는 내딛는 발걸음 한 걸음 한 걸음이 위험했다. 소만리는 몇 걸음 가기도 전에 물건에 걸려 넘어져 극심한 아픔이 온몸에 퍼졌다.그녀가 몸을 일으키려 할 때 기모진의 큰 몸집이 다가왔다. 소만리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어두운 그림자가 그녀를 감싸는 것만 느껴졌다.기모진은 소만리의 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가 무릎으로 소만리의 등을 짓밟으며 이혼 합의서와 펜을 소만리 앞에 던졌다."소만리, 사서 고생하지 마, 네가 얌전히 사인만 하면 돈 줄게.”
기모진의 말과 함께 소만리는 오른쪽 손등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기모진은 그녀의 손을 강제로 잡아 이혼 협의서 서명란에 ‘소만리’ 세 글자로 써넣었다.소만리의 이름이지만 기모진의 필적이었다.사인을 다 하자 기모진은 그녀의 손을 놓고 이혼 합의서를 가졌다. 합의서의 사인을 보고 그의 마음은 오히려 이유 없이 불편하고 홀가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마음이 무거웠다. 그는 소만리가 아직도 땅에 엎드려 있는 것을 봤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게 눈물을 머금고 입술은 깨물어서 피가 난 것 같았다. 소만리의 모습이 너무 처량했다.기모진은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소만리, 원하는 거 있어?”"9000만원." 소만리는 곧바로 대답했다.기모진이 듣자마자 경멸하며 차갑게 웃었다. "너도 다 생각이 있었구나. 사람 시켜서 네 계좌로 바로 9000만원 입금 해줄게.”그의 말이 끝나자 휴대폰이 울렸다.그가 전화를 받자 전화기 너머로 소만영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소만리는 기모진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하는 것을 들었다. “알았어, 바로 갈게.”그리고 잠시 후 기모진이 돌아서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 남은 한 줄기 빛은 그가 돌아서면서 조금씩 어두워지고, 꺼지며 마침내 어둠이 되었다.소만리의 몸에서 순식간에 무언가 부서졌다. 그 부서진 부스러기는 가시덤불처럼 그녀의 심장을 매섭게 찔렀다. 그녀는 모든 빛을 잃은 눈으로 기모진이 떠난 곳을 바라봤다. 그 순간 그녀는 한 평생 사랑을 쫓은 것이 그녀만의 연극이었음을 깨달았다.기모진, 와줘서 고마워. 다음생에는 너를 다시는 만나지 않기를...소만리는 마지막으로 다짐했다. 소만리는 지금 자신의 얼굴과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건강이 점점 더 나빠지는 것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죽기 전에 한 가지 소원이 있었다. 그녀는 그들이 그녀를 아무리 싫어 한다고 해도 마지막으로 친부모를 한 번 더 만나고 싶었다.그녀가 길가에 서서 손을 흔들며 택시를 잡자, 마침내 차 한 대가 그녀 앞에 멈추었다
기모진은 핸들을 꽉 쥐었다. 그는 자신의 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바로 소만리였다.소만리는 눈이 멀었다. 그녀는 뜻밖에도 정말 눈이 멀었다. 이혼 합의서에 사인하는 그 날 그녀는 농담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였다. 멀쩡한 그녀의 눈이 왜 멀었을까...엎드려 무언가를 찾아 울고 있는 소만리를 보자 기모진은 점점 숨이 막혀왔다.눈이 많이 내리고 비도 오기 시작했다.구경하던 사람들이 점차 흩어지며 삼삼오오 다 떠나갔지만, 소만리는 아직도 무엇을 찾고 있었다.그녀는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기모진이 넋을 잃고 차에서 내려 무거운 발걸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소만리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소만리는 그가 온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앙상한 몸으로 무릎을 꿇고 흙먼지로 뒤덮인 손바닥으로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찾고 있었다.기모진은 아련하게 소만리를 바라보며 발 옆에 풍경 사진 한 장을 주워 소만리가 더듬거리는 쪽 앞에 놓았다. 그녀는 풍경 사진을 만지자 순간 울음을 멈추고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사진을 주워 사진에 묻은 흙을 후후 불고 다시 입가에 가져가 뽀뽀를 했다. 소만리는 그제서야 안심하고 일어나 점자블록을 따라 계속 걸어갔다.기모진은 눈보라를 맞으며 제자리에 서있었다. 그의 눈에서 소만리의 앙상한 뒷모습이 점점 멀어져 가자 눈가가 촉촉해지며 숨을 쉴 수 없었다. 기모진과 소만영의 약혼 소식은 곧 전해졌고, 소만영이 직접 전화를 걸어 소만리에게 알렸다.소만영은 의기양양하게 자랑하며 소만리를 기모진과의 약혼 파티에 초대했다.소만리는 휴대폰을 꼭 쥐며 말했다. "꼭 갈게.”소만영은 소만리가 억지를 부리는 것 같아 비웃었다.그녀는 소만리의 뒷조사를 해 소만리가 얼마 못 살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소만리는 지금 실명 됐는데 뭘 할 수 있겠는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2월, 경도 최고의 호텔에서 약혼파티가 열렸다.소만영은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고 기모진 옆에서 행복하게 웃으며
소만리의 말과 동시에 기모진은 잡고 있던 소만영의 손을 뺐다.소만영의 행복한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모든 사람이 목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자 작고 가녀린 그림자가 보였다.소만리였다.소만리는 옅은 화장을 하고 우아한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칼자국이 선명했지만 그녀의 눈은 여전히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모든 사람이 기모진의 전처 소만리를 알아봤다. 하지만 맹인인 그녀가 죽음을 앞 둔 몸을 이끌고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걸어가는 것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기모진은 소만리가 발을 디디며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는 소만리와 눈을 맞추려고 했지만 그녀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그녀의 눈에서 그에 대한 짙은 사랑과 미련을 찾을 볼 수 없었다.소만리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불안했다. 소만리는 시력을 잃었기 때문에 그녀의 발걸음은 모두 모험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몸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화장을 했지만 초췌함과 피곤함을 여전히 감출 수 없었다.소만영은 다가오는 소만리를 증오스럽게 바라보았다. 기모진이 소만리를 보자 소만영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모진아…" 소만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연약하게 기모진에게 기댔다.그러나 기모진은 소만영을 외면하고 소만리 쪽으로 걸어갔다."소만리, 네가 여길 왜 왔어!" 사화정이 제일 먼저 소만리를 막아섰다. 사화정의 저지에 소만리는 어쩔 수 없이 멈춰 섰다. 그녀는 사화정이 바로 앞에 서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엄마가 지금 증오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건 보이지 않았다. 그저 가슴 속 고통만이 또렷하게 타오를 뿐이다."경비원! 빨리 와서 이 여자 쫓아내!" 모현이 크게 소리쳤다.소만리는 웃으며 베일 듯한 아픔을 삼켰다. 그녀는 빛을 잃은 눈으로 앞을 바라봤다.기모진과 소만영을 제외하고 약혼식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소만리의 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 곧 경비원이 와서 소만리를 쫓아내려고 하자 기모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잠시
소만영은 부케를 버리고 소만리에게 달려갔다. 소만영은 불쌍하게 울부짖었다."만리야, 오늘 나랑 모진이 약혼식이야, 네가 날 미워하는 건 알아, 하지만 이제 이런 충동적인 짓 그만해, 그리고 내가 아끼는 사람들 다치게 하지 마.""소만리, 오늘은 내 귀한 딸과 사위가 약혼하는 날이다. 수모 당하고 싶지 않으면 당장 가거라!" 모현이 거친 목소리로 경고하며 소만리를 쫓아냈다."소만리, 너처럼 악랄한 년은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운 좋은 줄 알아, 지금 당장 안가면 후회하게 될 거야, 어서 가!” 사화정도 역시 소만리를 협박했다. 소만리는 가슴이 아프지만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모 사모님, 관상 좀 보실 줄 아시나 봐요? 맞아요, 저 지금까지 살기 참 힘들었어요.”기모진은 가만히 듣고 있었다. 소만리의 웃음이 너무 강렬해 기모진의 가슴이 아팠다."소만리, 이 천한 년 왜 이렇게 뻔뻔하니, 이제 와서 만영이랑 모진이 결혼에 끼어들려고?사화정과 모현의 안색이 안 좋아졌다."기모진과 결혼한 지 3년 만에 이혼했는데, 소만영이 낳은 아이가 벌써 두 살이 넘었어요. 도대체 누가 누구의 결혼에 끼어들었고, 도대체 누가 파렴치한 제3자 인가요?”"너…" 소만리의 말에 화정과 모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고, 소만영은 더욱 난감한 표정이었다.하객들은 모두 수군거렸다. 이 일에 관해서 하객들도 다 알고 있을 것이다.소만리는 소만영의 표정을 상상하면서 미소를 지으며 기모진의 목소리를 따라 걸어갔다."나의 전 남편." 소만리는 기무진을 불렀다. "다들 나 보고 싶지 않아 하는 거 알아, 특히 기모진 너, 선물만 주고 바로 갈게.”기모진은 심오한 눈빛으로 소만리를 바라봤다"선물이 뭔데?"빛을 잃은 소만리는 감각적으로 기모진을 바라봤다. "내 유골.""..." 소만리의 대답에 기모진의 가슴이 갑자기 아파왔다.결혼식장에 있던 하객들은 모두 어리둥절하며 깜짝 놀랐다.소만리 역시 소란을 피우러 왔구나!"소만리, 무슨 소리야?" 기모진은 불안한 눈빛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