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당”하자 초록색 옥폐가 그녀의 발등에 떨어지고 사화정의 휠체어옆에 떨어졌다.“헉”소만리는 목이 조여서 얼굴이 빨개지고 목은 간지러워졌다. 그녀는 소만영과 전예의 안색이 변한 걸 눈치 채지 못하였다.그러자 사화정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아! 이 옥폐!” 사화정의 목소리는 떨렸다. 소만리가 의심스러워하며 바라보자 사화정은 수술한 부위를 잡고 휠체어에서 일어나 그 옥폐를 주웠다.“현아,현아! “ 사화정은 애타게 모현을 찾았다.물 뜨고 온 모현은 사화정의 외침을 듣고 빠르게 뛰어왔다.그러자 사화정 손에 쥐어진 옥폐를 보고 얼굴에서는 놀라움을 감출수 없었다.“이거야!! 이게 바로 그때 우리 귀한 딸 아리를 위해 주문제작한 옥폐야! 드디어 찾은거야?!?”뭐라고? 소만리이 숨 쉴틈도 없는 모현이 한 말을 들었다.그녀의 머리는 갑자기 백지가 되고 심장이 빨리 뛰었다.”이 옥폐 맞아. 근데 이게 왜 너 몸에서 나온거야!”사화정은 놀란 얼굴로 멍해져 있는 소만리를 봤다. 모현 다가가자 소만리 벽에 기댄 채 마스크가 벗겨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반쪽 얼굴은 거즈로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멍해진 두눈을 봐도 그녀의 눈은 여전히 맑았고 순수했다.소만리는 그 두사람 의아하는 눈빛을 보고 의혹이 생겼다. “이 옥폐는 너 몸에서 나온거야? “ 모현은 소만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디서 이 옥폐를 얻는거야.”소만리는 눈에 초점을 잃은 채 모현의 기대하는 눈초리와 눈이 맞았다.”이 옥폐는 저의 와할아…”“어쩐지 만영이의 옥폐가 없어졌어! 너가네가 훔친거구나!” 소만리는 해명을 하려고 하였지만 전예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전예는 절도의 죄를 소만리에게 덮어 씌우려고 하였다. 예선은 소만리를 질책했다.“소만리, 우리 집안이 네가 불쌍해보여서 입양해주고 밥 먹이고 옷 입히고 만영이랑 같이 학교가게 했는데! 만영이 없는것까지 줬는데! 근데 너가 이런 개같은 짓을 할줄이야!”“만리야, 정말 실망이다. 물건 훔치는게 취미야? 내가 사랑하는 약
모현이 아끼고 안쓰러운 눈빛으로 옥폐를 소만영 목에 걸어줬다. 그러자 소만영은 바로 울거 같이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다행이다! 드디어 옥폐가 우리 딸에게로 돌아왔다.”사화정이 기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화정에 눈빛에는 모성애가 가득했고 소만영을 감싸 안았다.이 모습을 보자 소만리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고 말로 표현할수 없는 아픔이 밀려왔다.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해명을 하려고 했다.”이 옥폐는 제가 훔친게 아니라, 외할아버지가 남겨준거에요…”“소만리 도대체 뭘 원하는거야! “ 전예는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소만리의 팔을 꽉 잡았다.”당장 떠나지 못해? 만영이 만만하게 생각하지 마!”전예는 욕하면서 그녀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소만리는 벗어나고 싶지만 몸에 힘이 다 빠졌다. 그녀의 시선이 점점 흐릿해지고 세식구가 하하호호하는 모습을 보았다. 소만영을 애틋하게 끌어안고 있는 모현과 사화정의 모습을 보자 그녀의 마음이 아파왔다.그녀는 사화정과 모현이 그녀를 한번만 봐주기를 기대했다.그녀가 진짜 바라는데로 사화정은 그녀를 봤다. 하지만 사화정은 그녀를 혐오스럽게 쳐다 봤다.사화정은 그녀를 싫어한다. 그녀를 한번 더 보는것도 역겨웠다. 소만리의 마음은 그 상처에 소금을 뿌린거 처럼 따끔따끔해졌다. 소만리는 왜 자신이 사화정에 대해 이렇게 신경을 쓰는지 왜 그렇게 마음이 가는지 왜 그렇게 가까이 지내고 싶은지 이제서야 알거 같았다. 알지만 더이상 깊게 생각하기가 무섭다…소만리가 추측을 하고 있을때 “꺼져! “ 전예는 소만리를 향해 침을 뱉았다. 사나운 얼굴로 경고했다.” 잘 들어. 또 만영이 건들면 죽을줄 알아.”소만리를 협박하고 전예는 떳떳하게 뒤 돌았다.소만리는 눈물을 꾹 참았다. 하지만 종양이 악화되어 그녀의 복부에서 통증이 밀려와 일어서지를 못했다.누군가 그녀를 부축해 주기를 원할 때 휠체어가 그녀의 옆에 멈췄다.그녀는 믿기지 않은듯이 사화정을 바라봤다. 촉촉해진 그녀의 눈에서 희망이 보였다.그러자 사화정이 손
소만리는 본능적으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 덩치 큰 남자랑 맞서 싸울 수 없었다. 남자는 그녀를 차에 태웠다.“당신들 누구야!!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고 하는거야!”소만리가 물었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차에서 뛰어내리려고 시도도 했지만 손이 잡혀있어 실패했다.몇십분이 지나자 차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 야외에 멈췄다. “내려!” 그들은 난폭하게 그녀를 끌고 땅에 내팽개쳤다.소만리는 땅에 넘어지고 손바닥은 돌맹이에 부딪혀 피가 났다. 그녀는 통증이 밀려왔지만 고개를 들었다.“뭐하자는 거야! 누가 시킨거야! 소만영이지!” 말이 끝나자 눈앞에서 소만영이 나타났다. 소만영은 정교한 화장을 하고 있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명품이었다. 그녀는 우아하게 거지꼴인 소만리를 쳐다봤다.“소만영, 역시 너 였어! “ 소만리는 이를 갈면서 눈앞에 서 있는 뱀같이 교활한 여자를 봤다.”나를 여기로 왜 데리고 온거야! 또 뭐 하고 있는 싶은 거야!”소만리는 일어나려고 하였으나 누군가가 그녀의 배를 발로 세게 찼다. 그녀는 아파서 몸을 떨었다. 그리고 얼굴이 창백해진 채 바닥에 움츠렸다.쌀쌀한 바람이 불고 칼바람이 그녀의 피부에 닿자 칼날에 닿은거 같았다. 분명히 이렇게 추운데 소만리의 이마에는 땀방울로 가득 찼다.소만리가 반항을 못하는 모습을 보고 그제서야 소만영은 입을 뗐다. “만리야, 어떻게 아직도 이런 바보같은 질문을 하니?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러게 누가 나 괴롭히라고 했어? 모진이가 너 교육 좀 시키래.”기모진의 이름을 듣자 소만리의 마음이 더욱 차가워졌다.“일단 두드려패.” 소만영이 명령을 내렸다. 웃음기가 담긴 이쁜 두 눈에는 독기가 가득 했다. 듬직한 남자들은 소만영의 명령대로 소만리를 둘러싸고 두드려팼다.끝나자 그들은 돈만 받고 떠났다.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벌벌 떨고 있는 소만리만 남겨졌다.날씨가 흐릿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꽃이 내리기 시작했다.차가운 눈꽃송이가 소만리의 찢긴 얼굴에 내리
소만영의 악독한 경고가 끝나자 그녀는 더 악랄하게 그녀의 머리를 잡고 나무에 부딪히게 하려고 하였다. 한번 또 한번 그녀의 머리에는 상처가 생겼다. 소만리는 이제 깨달았다. 소만영이 왜 굳이 사람을 불러서 먼저 폭행한하는지. 이건 다 소만영이 그녀를 더 쉽게 괴롭히기 위한거였다. 그녀는 반항할 힘도 없고 여지도 없었다.소만리의 얼굴에 있는 상처는 치유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갈라졌다.하지만 소만영이 준 고통은 이뿐만이 아니었다.소만리는 바닥에 주저앉아 나무에 기대고 있었다. 창백해진 그녀의 오목조목한 얼굴에는 온통 흙투성이였다. 얼굴에는 피도 흐르고 있어서 매우 끔찍했다.소만영은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턱을 쥐어 잡았다. “쯧쯧, 이 꼬라지 봐라. 이러고도 남자를 꼬시려고 한다니. 모진이는 꿈도 꾸지 말고 그 기묵비는…” 그녀는 잠시 멈칫하고 바로 미친듯이 웃었다.“소만리,넌 기묵비같이 고귀하고 우아한 사람이 너같이 임신한적이 있고 감옥에서 살다 온 여자를 좋아할거 같애? “소만영의 말투에서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소만리를 상대할때 소만영은 그녀를 무시하려고 악을 썼다.옛날에 그녀는 소만리의 작고 이쁜 얼굴이 제일 미웠다. 혹시 기모진이 이 얼굴에 홀려 그녀를 떠날까봐 무서웠다. 하지만 지금 소만영은 그 이쁜 소만리의 얼굴을 망쳤다.피를 주룩주룩 흘리고 있는 소만리의 모습이 그녀는 너무 만족스러웠다. 소만리는 그저 아무 말 없이 강인한 태도로 소만영을 뚫어져라 쳐다봤다.소만영은 신경 안 쓰고 가볍게 웃고 그녀의 턱을 잡고 있는 손을 거뒀다.” 내가 경고한거 처럼 나한테 대들지 마. 나한테 대들면 죽기 보다 더한 고통을 줄게.”그녀는 한 글자 한글자 천천히 뱉었다. 소만리는 그녀가 이러한 능력이 있는걸 믿는다. 그녀를 사람같이 않게 살게 하고 귀신보다 더 귀신같이. 지금 소만영 뒤에는 기모진뿐만 아니라 모가도 있다.하지만 소만영이 소만리를 괴롭히는 생각에 즐거워하고 있을 때 소만리는 갑자기 일어나 손을 뻗어 그녀의 손에 있
그녀를 바라보던 사화정과 모현의 눈빛이 떠오르자 그녀는 숨이 막혔다. 소만영은 일이 잘못 되었음을 감지하고 그녀의 손에 있는 종이를 뺏어왔다.결과를 봐도 소만영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화가 나 종이를 갈기갈기 찢고 눈바람에 날리게 하늘위로 던졌다.“소만리 이 염치없는 년!” 소만영은 온 힘을 다해 소만리의 옷깃을 잡고 매서운 두 눈은 소만리를 잡아 먹으려고 하는것 같았다.소만리는 계속 웃었다. 하얀치아에서 새빨간 피가 흘러나와 그녀의 창백해진 입술을 빨갛게 물들었다.”소만영,넌 역시 짝퉁이었어.”그녀는 가볍게 얘기했지만 소만영 귀에서는 따갑게 들렸다.“찰싹”그녀는 손을 뻗어 소만리의 다친 얼굴의 뺨을 때렸다. 그녀의 일그러진 얼굴은 점점 소만리를 향해 다가갔다.”소만리,너 닥쳐!”소만영은 그녀의 옷깃을 꽉 잡으면서 경고했다.” 모가 아가씨 자리는 내가 꼭 앉고 말 거야. 똑똑히 봐!”소만리는 웃긴듯이 그녀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 속에서 올라오는 피를 삼켰다. 소만리의 두 눈은 망설임이 없었다.”소만영, 난 절대로 나의 엄마아빠가 너같은 악독한 년한테 우롱 당하고 있는거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거야.”“너…”소만영의 눈은 침착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그녀는 소만리의 옷깃을 풀어주고 웃었다.”그래 알려드려.”소만영은 일어나 팔짱을 꼈다.“그리고 너 3개월밖에 안 남았다고 알려드려, 곧 죽는다고.”말이 끝나자 소만영은 망설이는 소만리의 얼굴을 보았다.소만영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나의 착한 동생, 이 언니가 하나 알려줄까?” 소만영은 음흉하게 웃기 시작했다.”사화정 심장질환있어.” “뭐라고?” 소만리는 고개를 들고 두 눈은 의혹으로 가득 찼다. 소만영은 떳떳하게 웃었다.”소만리, 사화정이 심장병으로 죽는거 보고 싶으면 알려드려. 너가 그들의 친딸이라고.” “그리고 너는 불치병으로 3달뒤면 죽는다고. 그럼 이걸 듣고 그들이 기뻐할까 슬퍼할까? 롤러코스터 타는것 처럼 짜릿한 소식을 듣고 어떤 반응이 나올가?”소만영의 목소리
소만영은 눈앞에 있는 사람을 보자 당황했다.그녀는 소만리랑 얘기한 내용이 다 들렸을 까봐 걱정되어 이미 맘속에서 다른 꿍꿍이를 꾸미기 시작했다.“소만영, 너 엄마아빠가 낳은 딸이 아니었어! 소만리가 친딸이었어!” 모보아는 화를 내면서 손가락질을 했다. “내가 널 친자매처럼 생각했는데! 너는 내 자리에 앉으려고 계속 수작 부리고 있었구나!”이 말을 듣자 소만영은 어딘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했다. 그녀는 위장하는거를 잘한다. 바로 슬픔 가면을 썼다.”보아야, 아니야…오해야. 난 진짜 엄마아빠의 친딸이야.”“소만영 핑계 대지 마! 나 방금 다 찍었어.지금 바로 엄마아빠한테 보여줄거야,너의 진짜 모습을 똑똑히 보라고!”모보아는 손에 쥐고 있는 핸드폰을 흔들고 땅에 엎드려 있는 소만리를 봤다.“너 같은 여우 년이 계속 날뛰는거 볼바에는 미운 오리인 소만리랑 자매하는게 백배 나아! “모보아는 말을 하고 뒤 돌았다. 소만영은 바로 뒤 따라가 놀란 척을 했다.”보아야, 제발!”“흥, 소만영 내가 얻지 못한건 너도 얻을 생각하지 마.”모보아는 잘난척 하고 웃었다. 그리고 고개 돌려 소만리를 보고 있을 때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소만영의 살기로 가득 친 눈빛을 봤다.모보아는 놀래서 피할 겨를도 없이 소만영은 과도를 꺼내 그녀의 심장쪽으로 찔렀다. 모보아는 순간 심장이 멈칫하고 두 눈은 동그래졌다.”소만영 너…”“모가 아가씨 자리는 내가 앉을거야. 누가 내 자리 뺏으려고 하면 죽일 수 밖에 없지.”소만영은 표정도 변하지 않고 과도로 모보아의 심장을 몇번이나 찔렀다.빨간 피가 모보아의 심장에서 튀어나와 소만영의 얼굴과 몸에 튀었다. 소만영은 그저 모보아에 그녀의 앞에서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모보아는 서서히 호흡이 멈추고 심장도 멈췄다.“나한테 대들어? 후회할 기회도 안줘.”소만영은 음흉하고 웃으면서 죽은 모보아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손에 잡은 과도를 보고 죽어가는 소만리를 봤다.소만리는 너무 추워서 정신이 들었다. 한기가 점점 심해
소만리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떨린 손으로 모보아의 호흡과 경동맥을 잡았지만 아무런 생체반응도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은 이미 차가워져 딱딱해진거 같았다. 소만리의 머리는 백지처럼 하얘지고 패닉에 빠졌다.그녀는 자기가 혼미해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고 왜 피 묻은 칼이 그녀의 손에 있는지도 몰랐다.그녀가 일어나려고 하자 경찰차 몇 대가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경찰들을 보자 소만리는 온 몸이 차가워졌다. 그녀는 또 다시 경찰서에 가게 되는 날이 올줄은 몰랐다. 모든 증거가 그녀를 가리키고 있었고 그녀는 또 해명을 하고 있다. 또 익숙한 장면이다…과도에서 소만리의 지문이 검출되었다. 그리고 소만리의 손등에서도 모보아의 머리카락이 검출되었다. 이것은 즉 모보아와 죽기 전에 두 사람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는 뜻이다. 소만리는 모보아가 접촉이 있었다는 증거들이 어디서 나온 지 몰랐다. 그녀는 그저 모보아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만 알고 있다. 그녀는 죄가 없다.하지만 그녀의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경찰은 진술서를 그녀의 앞에 놓았다.”소만리씨, 지금 모든 증거가 당신을 가리키고 있어요. 빨리 죄를 인정하는 게 좋을 거예요."“난 모보아를 죽이지 않았어! 나 억울해!”소만리의 강조하고 강인한 두 눈에는 억울함이 보였다. 하지만 경찰들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고 더 귀찮아지는게 싫어 감옥에 넣었다.소만리는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다. 감옥에서 죽게 된다니… 차라리3년전에 감옥에서 죽었어야 했는데.소만리는 피곤함에 두 눈을 감고 이미 포기했다. 그러자 옥경이 다가와 접견이 있다고 하였다.접견실의 문이 열리자 사화정과 모현이 보였다. 그 순간 그녀는 지금 이 낯설고 슬픈 이유를 알았다. 그녀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두 사람의 눈빛을 보자 소만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울지 못하고 울 용기도 없다. 울면 시야가 흐릿해진다. 죽기 전에 자기를 낳아주신 부모님의 얼굴 정도는 보고 싶었다.회복기간에 있는 사화정은 수갑을 차고 들어온 소만
나의 보아, 나의 딸, 내 귀한 보아.소만리는 지금 사화 정의 눈에 짐승만도 못하다. 사화정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칼날처럼 소만리 마음에 꽂혔다. 아무도 그녀의 상처를 보지 못했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상처투성이가 되어 피를 흘리고 있었다.소만리는 아픔을 참고 떨린 두 손을 잡고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모 사모님, 저는 모보아를 해친 적도 없고 죽인 적은 더더욱 없어요. 제발 믿어주세요. 이번 일을 끝까지 조사하고 범인을 놓치지 마세요.”“또 변명하는 거야!” 모현은 주먹을 꽉 쥐고 책상을 쳤다. 그의 눈빛은 사나웠다.”증거도 있는데 어떻게 아직도 뻔뻔하게 네가 한 게 아니라고 할 수 있어? 만영이 괴롭히는 걸로 만족하지 않고 이젠 보아까지 죽이는 거야? 소만리, 잘 들어, 꼭 죗값을 치르게 할 거야.”모현이 그녀를 욕하는 말은 소만리의 마음을 절벽으로 밀어내린 거 같았다.소만리는 결국을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는 그녀가 모가와 무슨 원한이 있냐고 질책했다. 원한..?하지만 그녀가 몇 년 동안 바란 부정애, 모정애는 전부 그녀와 스쳐 지나갔다. 그녀가 기다려서 돌아온 거는 모욕과 따귀뿐이다. 마음이 어떻게 이렇게 아플수 있지..?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손톱이 살이 파고 들어가는 거 같았다.아니다.그녀는 소만영이 계속 사화정과 모현 옆에 있는 거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소만리는 이를 악물고 진실을 말해주려고 하였다, “쓰읍”이때 사화정이 아파하는 소리가 들렸다. 모현은 놀라서 다가갔다.” 상처 다시 벌어진 거야? 화정아, 만영이 말 듣고 다시는 이 여자 만나러 오지 말자. 내가 약속할게. 우리 딸을 위해 꼭 복수할게. 이 여자를 감옥 밖으로 절대 내보내지 않을게.”소만리가 입을 열려고 하자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모현의 말을 듣고 사화정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자 소만리는 진실을 말할 용기를 잃었다. 그녀는 소만영이 말한 사화정의 심장병을 잊지 않았다.속만 영이 거짓말을 했다고 해도 자기가 친딸이라는 사실을
문 앞에 서 있던 소군연의 모친은 이 모습을 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소군연의 부친이 옆에서 말렸다.“그만 좀 해. 아들이 평생 홀아비로 살길 바라는 거야?”“누가 지금 가서 훼방 놓으려는 줄 아세요? 가서 말해 줘야죠. 나도 이 혼사에 동의해도 되겠냐고.”“당신 동의하는 거야?”소군연의 모친이 막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강연장 안 불빛이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안에서 환호하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깜짝 놀라 소군연의 품에서 나온 예선은 소만리와 기모진,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 심지어 나익현과 나다희까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들은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예선과 소군연을 향해 다가왔다.예선은 멍하니 소만리를 쳐다보다가 결국 이 모든 것이 그들이 미리 계획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그녀와 소군연의 부모만 감쪽같이 몰랐던 것이다.소군연은 절대 그녀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단지 그녀에게 인생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 누구인지 각인시키기 위해 좀 다른 방법을 썼을 뿐이다....이듬해 봄.생명의 기운이 깃든 모든 것들이 축제를 펼치는 계절.경도호텔 야외 정원에서는 결혼식이 한창이었다.그렇다.오늘은 소군연과 예선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었다.소만리와 기모진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공주님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멈추지 않았다.두 부부의 눈에는 실로 눈앞의 모든 존재들이 기적과도 같았다.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막내와 그 옆을 잘 보살피고 있는 듬직한 기란군, 그리고 곱고 맑은 딸 기여온까지.“엄마 아빠, 나랑 막내한테도 뽀뽀해 줘.”“뽀뽀, 뽀뽀.”막내는 기란군의 말을 알아들은 듯 소리쳤다.“너랑 막내는 맨날 하잖아. 여온이는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까 특별히 좀 더 많이 해 줘야지.”기모진은 귀여운 기여온을 안고 볼에 뽀뽀를 했다.“여온아, 요즘 공부 열심히 하고 있어? 그놈이 평소에 무섭게 굴지는 않아?”“당신이 말한 그놈이 혹시 나예요?”강자풍이 짐짓 뾰로통한 얼
예선의 말을 듣고 소군연의 모친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예선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있는 줄은 몰랐다.게다가 예선은 자신을 향해 ‘존중'이라는 단어를 썼다.예선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은 소군연의 모친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는 중 갑자기 소만리의 목소리가 들렸다.“예선아, 네가 그들을 존중한다고 해서 그들이 널 존중해 줄 줄 알아? 사람은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 거야.”“그렇지만 군연은 그들의 아들이잖아. 만약 내가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군연이랑 결혼을 한다면 그들은 두고두고 평생 나와 군연을 원망하며 살 거야.”예선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군연을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아. 나와 부모님 사이에서 평생 힘들어하면서 살게 할 순 없어.”“그렇지만 예선아...”“소만리, 이제 그만해. 너 나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한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꼭 함께 지내야만 하는 건 아니야. 그 사람이 평안하고 즐겁게 지낸다면 그것으로 족한 거야, 안 그래?”예선의 얼굴에 담담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미 마음속에 결심을 한 것 같았다.소만리는 예선을 말리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 뭐라고 조언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선아, 그럼 이제 갈 거야? 소군연 선배 더 안 찾을 거야?”“찾아볼 곳은 다 찾아봤어. 이래도 못 찾는다는 건 아마도 군연과 나의 인연이 여기까지라는 거겠지. 군연이 혼자 조용히 있게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아.”예선이 돌아서자 소군연의 모친은 얼른 몸을 숨겼다.자신이 그들을 미행했다는 걸 그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소만리가 예선을 불러 세웠다.“예선아,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너랑 군연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줘 보는 건 어때? 아직 안 가 본 곳이 혹시나 없는지 잘 생각해 봐. 소군연 선배가 거기서 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예선은 이 말을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아직 안 가 본 곳이 한 군데 있긴 해.”“거기가 어
멀리서 예선을 몰래 관찰하던 소군연의 부모는 차 안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흥. 군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 깊다더니 한나절이 지나도록 군연이 어디 갔는지 짐작도 못하고 있군.”소군연의 모친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투덜거렸다.소군연의 부친은 아내를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말 좀 이제 그만해. 지금은 군연이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야. 사실 난 저 예선이란 애, 꽤 괜찮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부모도 없다고 당신 많이 싫어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부모도 있고 그뿐만 아니라 엄마는 갑부에 아빠는 유명한 의사인데 당신 뭐가 불만이 그렇게 많아? 정말 아들을 평생 독신으로 살게 할 셈이야?”소군연의 부친은 솔직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지만 소군연의 모친은 그래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당신도 예전에는 반대했잖아요? 나중에는 나도 동의했다구요. 하지만 아버님 체면 세워 드리느라고 동의하지 않았던 건데 이제 와서 날 탓하면 어쩌라는 거예요?”“그만둬.”소군연의 부친이 아내의 말을 끊었다.“어째서 말을 못하게 해요? 내가...”“예선이 움직였어!”소군연의 부친이 급히 액셀을 밟았고 소군연의 모친은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잠시 후 소만리의 차는 경도대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눈에 익은 건물을 바라보며 예전에 함께 보냈던 날들을 떠올렸다.그들이 대학에 갓 입학한 첫날이었다.그때 그들은 모두 각자 마음에 두고 있던 한 해 선배의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다.그 남자와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될 때까지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경도대학교에 있을 것 같아?”소만리가 물었다. 예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살짝 웃었다.“나도 확신할 수 없지만 네 말처럼 군연과 함께 했던 추억이 있는 곳은 다 가능성이 있는 거니까. 그래서 여기 왔어. 운에 한번 맡겨 보려고.”예선은 말을 마치며 학교 안으로 걸어갔다.학교는 개방식이어서 예선과 소만리는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바로 들어갔
소군연의 할아버지는 소군연의 글을 보고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퇴원하자마자 한 여자 때문에 사라져?게다가 이 여자가 아니면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고?그는 결코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소군연이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 마음이 몹시 답답하고 당황스러웠다.만약 소군연이 정말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들 소 씨 가문은 후사가 없게 되는 게 아닌가?낭패였다.그건 안 된다. 절대 안 될 일이었다.예선은 밖으로 뛰쳐나온 후 그가 갈 만한 곳을 찾아가 보았지만 오전이 다 지나도록 소군연의 행방을 알아낼 수 없었다.그녀는 소군연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만 흘러가자 예선은 갑자기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그녀는 길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들의 인생에 주어진 하루하루를 무탈히 사는 것만 같았다.갑자기 상실감이 확 밀려왔다.군연, 정말 날 포기하기로 한 거예요?우린 이렇게 헤어져서 제 갈 길을 가게 되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예선은 막막한 마음을 도무지 어찌할 수가 없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바로 그때 소만리에게서 전화가 왔다.예선은 얼른 그녀의 전화를 받아 소군연에게 일어난 상황을 전했고 소만리는 한달음에 예선에게 달려왔다.예선은 소만리를 보자마자 눈물샘이 터져버렸다.소만리는 예선을 위로했다.“예선아, 소군연 선배가 일시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걸 거야. 널 포기했을 리가 없어.”“아니야. 포기한 거야.”예선은 심호흡을 하고 스스로를 진정시켰다.“그의 가족들이 절대 날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특히 어머니는 강경하게 반대하시고 최근에 발생한 일 때문에 다른 가족들도 나에 대한 선입견이 더욱 나빠졌어.”“그동안 일어난 일은 너랑 아무 상관없어. 넌 피해자야.”“하지만 그들은 날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저 소군연
”얼른 들어갈게요!”소군연의 엄마는 황급히 뛰어가다가 갑자기 뒤따라오는 예선에게 고개를 돌렸다.“넌 오지 마! 우리 소 씨 가문에 널 환영하는 사람은 없어!”소군연의 엄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예선은 소군연을 만나러 가지 않을 수 없었다.예선은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어떻게 소군연이 스스로 퇴원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는 어제까지도 분명 병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누워 있었다.소군연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예선은 소군연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보았다.그러나 소군연은 받지 않았다.소군연에게 핸드폰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예선은 계속 전화를 시도했고 예상대로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소군연을 만나고 싶었다.그러나 가는 길이 너무 막혔다.드디어 예선이 소군연의 집에 도착해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앙칼진 소군연의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가 어떻게 스스로 집에 왔다는 거야? 방금 깨어난 거 아니야?”“이것 좀 봐 봐. 이거 보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될 거야.”소군연의 부친은 원망 섞인 말투로 소군연의 모친에게 뭔가를 쥐여 주었다.예선이 얼른 현관에 들어서자 따가운 소군연의 모친 목소리가 그녀를 향했다.“따라오지 말라고 했는데 넌 왜 또 왔어? 누가 널 환영한다구...”“됐어. 그만하고 이것 좀 보라니까.”소군연의 부친은 예선이 들어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군연의 모친 말을 끊었다.예선은 소군연의 부친이 미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쫓아내지 않자 얼른 안으로 걸어갔다.소군연의 모친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메모지 한 장이었는데 메모지에는 짧은 몇 마디가 쓰여져 있었고 모두 소군연의 모친에게 전하는 말인 것 같았다.소군연은 자신이 이틀 전에 깨어났다고 실토하며 잠에서 깬 이후 자신의 엄마가 예선에게 모질게 투덜거리는 말만 하는 것을 보고 예선과 절대 결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깨달
예선은 아무도 없는 병실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즉시 소군연을 찾아나섰다.그러나 근처를 한 바퀴 둘러보아도 예선은 소군연의 모습을 찾지 못했고 마음속에서 초조함이 스멀스멀 밀려왔다.이때 소군연의 엄마가 들어왔다.병상에 누워 있어야 할 소군연이 어디론가 사라진 것을 본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군연이는? 군연이 혹시 무슨 검사하도 하러 간 거야?”소군연의 엄마는 불만이 가득 담긴 얼굴로 예선에게 물었다.소군연의 엄마가 보이는 이런 태도에는 이골이 났는지 예선은 개의치 않으며 담담하게 돌아섰다.“저도 알고 싶어요.”“나보다 먼저 와 놓고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제가 왔을 때도 병실에 아무도 없었어요.”예선은 돌아서면서 말을 이었다.“간호사한테 한번 물어볼게요.”“잠깐만.”소군연의 엄마가 예선을 멈추어 세우며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너한테 말을 해 둬야겠어. 군연인 이미 너 때문에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었어. 다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고. 너 때문에 영 씨 집안 두 모녀는 감옥에 갇혔어. 이건 분명히 네가 우리 가문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야. 네가 우리 군연이를 얼마나 좋아하든 우리 군연이 널 얼마나 좋아하든 상관없어. 넌 우리 소 씨 가문에 들어올 수 없어.”이 말을 들은 예선은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영 씨 집안 두 모녀가 감옥에 간 것까지도 예선의 탓으로 돌린단 말인가?예선과 소군연은 엄연히 피해자였다.영내문 같은 악랄한 사람은 오늘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게 악행을 저지를 사람이었다.영내문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인 중의 악인이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벌여진 일들로 이 모든 것이 자명한데 소군연의 엄마는 여전히 예선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예선은 더 이상 소군연의 엄마와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시간 낭비 에너지
채수연이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이미 모든 상황을 다 이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여온아.”채수연이 기여온에게 다가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다정하게 말했다.“여온아, 선생님이 여온이 좋아하는 거 알지? 어딜 가든 매일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길 바라. 그리고 하루빨리 말도 할 수 있게 되길 바랄게.”기여온이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한껏 고개를 끄덕였다.채수연은 일어서서 강자풍을 바라보았다.아직도 눈에는 그에 대한 호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조금 전 그녀가 말했던 것처럼 더 이상의 집착은 사라졌다.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반드시 고집스럽게 쟁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채수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강자풍을 바라보며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강자풍도 더 이상 아무 말없이 몸을 굽혀 기여온을 품에 안고 돌아섰다.돌아서기 전에 채수연에게 따뜻한 작별의 미소도 잊지 않았다.“채 선생님, 앞으로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어쨌든 선생님께 많이 신세 졌습니다. 고맙습니다.”채수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절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 주신 걸로 이미 다 갚으셨어요. 하지만 강 선생님 같은 친구가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긴 하네요. 기회가 되면 같이 식사라도 해요.”“그럼요, 언제든지요.”강자풍이 흔쾌히 승낙했다.친구가 된다는 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채수연은 그 자리에서 기여온을 안고 점점 멀어지는 강자풍의 뒷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두어 걸음 앞으로 나섰다.“강 선생님, 저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대답해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강자풍은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다정한 미소를 가득 품고 뒤돌아보며 물었다.“뭐가 궁금하신가요?”“좋아하는 여자가 정말 있긴 한 거죠?”강자풍은 기여온의 작은 얼굴에 부드러운 시선을 잠시 떨구며 입을 열었다.“지금 저의 가장 큰 소원은 여온이가 무탈하고 건강하게
”어쩌다가 듣게 되었어요.”강자풍은 순순히 시인했다.채수연은 강자풍의 대답을 듣고 자신이 난감해할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이 예전처럼 초조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다만 약간의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강자풍은 채수연이 난감해하지 않도록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채 선생님을 도와드리려고 했던 건데 어떻게 하다가 영상이 찍혀 인터넷에 올라오는 바람에 선생님을 더 난처하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나와 여온이 일로 또 한 번 고민거리를 안겨 드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강자풍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기여온을 향해 부드러운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하지만 선생님, 걱정 마세요. 앞으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 없을 거예요.”채수연은 이 말을 듣고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순간 마음속에서 상실감이 강하게 몰아쳤다.그녀는 의아한 눈으로 강자풍을 쳐다보며 강자풍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그의 말은 그녀를 안타깝게 만들었다.“채 선생님, 여온이한테 더 잘 맞는 유치원을 찾았어요. 제가 일하는 곳과도 더 가까워서 여온이 등하원하는 데도 훨씬 편리할 것 같아요.”강자풍의 말을 들은 채수연은 갑자기 마음이 너무나 허전했다.“여온이한테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봐 유치원을 옮기기로 하신 거예요?”강자풍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게 선생님한테도 우리한테도 좋은 것 같아요.”강자풍은 ‘우리'라는 말을 할 때 기여온에게 시선을 주었다.채수연은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자신의 감정이 줄곧 일방적인 것이었고 닿을 수 없는 허무한 희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자풍의 눈에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강 선생님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채수연도 강자풍의 말에 활짝 웃으며 동의했다.“아까는 정말 죄송했어요. 저희 엄마와 엄마 친구가 강 선생님에 대해 한 말은 정말 부적절했어요. 죄송합니다.”강자풍은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입
류 씨 성을 가진 남자가 트집을 잡았고 결국 강자풍이 기여온을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 모두 찍혀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었다.이 남자도 양심은 있었던지 기여온의 모습은 블러 처리를 해서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게 했지만 강자풍의 모습은 영상에서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채수연의 엄마는 한눈에 영상 속 사람이 강자풍임을 알아차렸다.영상 아래의 댓글을 본 채수연의 엄마는 더욱 초조한 눈빛으로 말했다.“수연아, 너 어떻게 이런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할 수 있어?”채수연의 얼굴이 찡그려졌다.“맞아요. 부인하지 않을게요. 난 강 선생님한테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뭐라고!”“아유... 수연아, 너 정말 이 애 딸린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진 씨 부인의 눈빛이 미묘하게 반짝거렸다.“내가 보니까 여기 댓글 단 사람들이 벌써 이 남자 신상을 다 파헤친 것 같던데. 이 남자 예전에 우리 F국에서 한때 주름잡았던 그 강어라는 사람 동생이라더라구. 그 강연이라나 뭐라나 누나라는 사람은 업계에선 더욱 악명이 높았대.”“뭐! 그 강 선생이 강어와 강연의 동생이라고?”채수연의 엄마는 자신의 소중한 딸이 악명 높은 집안 배경을 가진 사람과 사귀게 될까 봐 전전긍긍했다.“나도 그 사람 형과 누나에 대해서 들은 적 있어요. 나도 알고 있다구요. 하지만 강 선생님은 지금까지 그 일에 개입한 적이 없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개입했다면 벌써 경찰서에 잡혀 들어갔을 거예요.”채수연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게다가 강 선생님은 이 아이의 친아빠가 아니에요. 친구 딸인데 잠시 이 아이를 돌보고 있을 뿐이에요. 그리고 아주머니, 부탁드리는데요. 이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걸로 자꾸 걸고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말을 못 해서 누구보다 괴로운 건 이 아이잖아요. 입장 바꿔서 누군가가 아주머니 아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절대 듣고 싶지 않을 거잖아요, 네?”“...”채수연의 입에서 뭐라도 가십거리를 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