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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죄송해요. 천천히 들어요. 전 바쁜 일이 있어 먼저 갈게요.”

장소월은 혼자 지내는 데에 익숙해져 친구라는 건 만들지도, 믿지도 않았다.

이번엔 그들도 가는 그녀를 잡지 않았다.

장소월이 방을 나섰을 때 현광원이 앞치마를 입고 손엔 요리 한 접시를 든 채 안에서 걸어 나왔다.

“아가씨, 이렇게 빨리 다 먹은 거예요? 그놈들이 또 괴롭혔어요?”

“아니요.”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사실 저들도 그리 나쁜 놈들은 아니에요. 그저 장난을 치고 싶어 하는 것뿐이에요.”

“저도 알아요. 전 물건을 살 게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

“알았어요. 내일도 밥 먹으러 와요. 돈은 받지 않을 테니까 마음껏 먹어요.”

장소월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장소월은 그곳을 떠난 뒤 몸에 맞는 옷 몇 벌과 신발 몇 개를 샀다. 변방 지역이라 가격은 별로 비싸지 않았다.

그녀는 이곳에서 오랜 시간 머무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그녀는 줄곧 현광원의 식당에서 종업원직을 맡아 일했다. 식사 제공에 하루 일당 십만 원이었으니 꽤 괜찮은 보수였다.

낮엔 손님이 별로 없어 한가했고 밤엔 비교적 바삐 돌아쳐야 했다.

처음엔 너무 힘들어 허리, 다리 어느 곳 하나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지만 점차 익숙해졌다.

그녀는 지금까지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었음에도 그리 어려워하지 않았다.

그동안은 가질 수 없었던 평온하고 자유로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감시도 없고, 통제도 없고, 안락함도 없고, 부드럽고 푹신한 침대도 없고, 예쁜 옷도 없다...

장소월은 그렇게 천천히 일반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본래 하얗고 가냘팠던 손은 물에 담그고 설거지를 한 탓에 껍질이 벗겨지고 거칠어졌다.

오 아주머니는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장소월이 이곳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마 백윤서를 보살피느라 바쁠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 오 아주머니는 절대 그녀가 이런 일을 하도록 놔두지 않았을 것이니 말이다. 이번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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